(48) 윤동주 "서시" [애송시 100편 - 제48편] 서시 윤동주 문태준·시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일러스트=잠산너..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3.04
(47)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애송시 100편 - 제47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 상 화 정끝별·시인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3.04
(46) 최하림 "어디로?" [애송시 100편 - 제46편] 어디로? - 최하림 문태준·시인 황혼이다 어두운 황혼이 내린다 서 있기를 좋아하는 나무들은 그에게로 불어오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있고 언덕 아래 오두막에서는 작은 사나이가 사립을 밀고 나와 징검다리를 건너다 말고 멈추어 선다 사나이는 한동안 물을 본다 사나이..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3.02
(45) 정지용 "향수" [애송시 100편 - 45] 향수 정지용 정끝별·시인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2.28
(44) 김명인 "너와집 한 채" [애송시 100편-제44편] 너와집 한 채 - 김명인 문태준·시인 길이 있다면, 어디 두천쯤에나 가서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의 버려진 너와집이나 얻어 들겠네, 거기서 한 마장 다시 화전에 그슬린 말재를 넘어 눈 아래 골짜기에 들었다가 길을 잃었네 저 비탈바다 온통 단풍 불 붙을 때 너와집 썩은 나무껍질..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2.27
(43) 문인수 "쉬" [애송시 100편-제43편] 쉬 - 문인수 정끝별·시인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2.26
(42) 황지우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애송시 100편-제42편]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황지우 문태준·시인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零下) 십삼도(十三度) 영하(零下) 이십도(二十度) 지상(地上)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2.25
(41) 박상순 "6은 나무 7은 돌고래, 열번째는 전화기" [애송시 100편-제41편] 6은 나무 7은 돌고래, 열번째는 전화기 - 박상순 첫번째는 나 2는 자동차 3은 늑대, 4는 잠수함 5는 악어, 6은 나무, 7은 돌고래 8은 비행기 9는 코뿔소, 열번째는 전화기 첫번째의 내가 열번째를 들고 반복해서 말한다 2는 자동차, 3은 늑대 몸통이 불어날 때까지 8은 비행기, 9는 코뿔소..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2.25
(40) 신대철 "박꽃" [애송시 100편-제40편] 박꽃 - 신대철 문태준·시인 박꽃이 하얗게 필 동안 밤은 세 걸음 이상 물러나지 않는다 벌떼 같은 사람은 잠 들고 침을 감춘 채 뜬소문도 잠 들고 담비들은 제 집으로 돌아와 있다 박꽃이 핀다 물소리가 물소리로 들린다 <1977년> [이슈] 시인100명이 추천하는 ‘애송詩’ ▲ 일..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2.22
(39) 이용악 "전라도 가시내" [애송시 100편-제39편] 전라도 가시내 - 이용악 정끝별·시인 알룩조개에 입맞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를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굴 가시내야 나는 발을 얼구며 무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 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다만 어드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 어디..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