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조태일 "국토서시(國土序詩)" [애송시 100편 - 제 77편] 국토서시(國土序詩) 조 태 일 정끝별·시인 발바닥이 다 닳아 새 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야윈 팔다리일망정 한껏 휘저어 슬픔도 기쁨도 한껏 가슴..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4.08
(76) 정완영 "조국(祖國)" 애송시 100편 - 제 76편] 조국(祖國) 정 완 영 문태준·시인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애인 사랑 손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 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4.07
(75) 김광섭 "성북동 비둘기" [애송시 100편 - 제 75편]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정끝별·시인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4.07
(74) 이상 "절벽" [애송시 100편 - 제 74편] 절벽 이 상 문태준·시인 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향기롭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거기묘혈을판다. 묘혈도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속에나는들어앉는다. 나는눕는다. 또꽃이향기롭다. 꽃은보이지않는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잊어버리고재차거기묘혈을판다. 묘혈은보이..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4.04
(73) 김영승 "반성 704" [애송시 100편 - 제 73편] 반성 704 김영승/ 정끝별·시인 밍키가 아프다 네 마리 새끼가 하도 젖을 파먹어서 그런지 눈엔 눈물이 흐르고 까만 코가 푸석푸석 하얗게 말라붙어 있다 닭집에 가서 닭 내장을 얻어다 끓여도 주어보고 생선가게 아줌마한테 생선 대가리를 얻어다 끓여 줘 봐도 며칠째 잘 안 먹..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4.03
(72) 천양희 "마음의 수수밭" [애송시 100편 - 제 72편] 마음의 수수밭 천양희 (문태준·시인)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4.02
(71) 김소월 "진달래꽃" [애송시 100편 - 제 71편] 진달래꽃 김소월 정끝별·시인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4.01
(70) 손택수 "방심(放心)" [애송시 100편 - 제 70편] 방심(放心) 손택수 문태준·시인 한낮 대청마루에 누워 앞뒤 문을 열어 놓고 있다가, 앞뒤 문으로 나락드락 불어오는 바람에 겨드랑 땀을 식히고 있다가, 스윽, 제비 한마리가, 집을 관통했다 그 하얀 아랫배, 내 낯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한순간에, 스쳐지나가버렸다 집이 잠시 ..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3.31
(69) 신경림 "농무" [애송시 100편 - 제 69편] 농무 신경림 정끝별·시인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주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3.29
(68) 김중식 "이탈한 자가 문득" [애송시 100편 - 제 68편] 이탈한 자가 문득 김중식 문태준·시인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