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장석남 "수묵(水墨) 정원 9 - 번짐" [애송시 100편 - 제58편] 수묵(水墨) 정원 9 - 번짐 장석남 문태준·시인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3.17
(57) 송찬호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애송시 100편 - 제 57편]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송찬호 정끝별·시인 누가 저기다 밥을 쏟아 놓았을까 모락모락 밥집 위로 뜨는 희망처럼 늦은 저녁 밥상에 한 그릇씩 달을 띄우고 둘러앉을 때 달을 깨뜨리고 달 속에서 떠오르는 노오란 달 달은 바라만 보아도 부풀어오르는 추억의 반죽 덩어리 우리..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3.16
(56)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애송시 100편 - 제 56편]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문태준·시인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3.14
(55) 김사인 "봄바다" [애송시 100편 - 제 55편] 봄바다 김사인 정끝별·시인 구장집 마누라 방뎅이 커서 다라이만 했지 다라이만 했지 구장집 마누라는 젖통도 커서 헌 런닝구 앞이 묏등만 했지 묏등만 했지 그 낮잠 곁에 나도 따라 채송화처럼 눕고 싶었지 아득한 코골이 소리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지 미끈덩 인물도 좋은 구..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3.13
(54편) 박목월 "나그네" [애송시 100편 - 제 54편] 나그네 박목월 문태준·시인 강(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리(三百里)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일러스트=잠산이 시는 박목월(1916~1978)이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펴낸 3인 시집 '청..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3.12
(53) 김기령 "바다와 나비" [애송시 100편 - 제 53편] 바다와 나비 김기령 정끝별·시인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3.11
(52)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애송시 100편 - 제 52편]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문태준·시인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3.10
(51)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애송시 100편 - 제 51편]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정끝별·시인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3.09
(50) 이성부 "봄" [애송시 100편 - 제 50편] 봄 이성부 문태준·시인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3.07
(49) 마종기 "바람의 말" [애송시 100편 - 제 49편] 바람의 말 마종기 정끝별·시인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 지혜/조선일보 현대시 100편 2008.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