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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여행 23일차: 아르헨티나 피츠로이 트레킹 (2024.3.6)

클리오56 2024. 3. 25. 08:04

일자: 2024.3.6

코스: 엘 찬텐 ~ 카프리 호수 ~ 포인세노트 ~ 세로토레 호수 ~ 포인세노트 ~ 피츠로이 전망대 ~ 엘찬텐

거리: 24.85km

소요시간: 8시간20분(휴식 38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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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9시 산악회분들이 새벽 4시 산행을 결정하였고, 나도 이를 따르기로 했다. 우리 숙소에서는 부부팀 4명이 나와 함께 새벽 4시 산행에 동참하기로 하였다. 산악회분들이 4시에 동선상 우리 숙소로 와서 합류하기로 하였다. 불타는 고구마라는 피츠로이 황금빛 여명을 볼 기회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야간 칠흑같이 어두운 길을 가는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달도 밝지 않는 날인데. 그리고 일기예보도 그리 호의적 상황은 아닌데. 하지만 실행해보아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새벽 3시경 일어나 준비를 서둘렀다. 간식과 과일, 생수를 챙긴 후, 랜턴을 찾으려 캐리어를 오픈하려는데 열리질 않는다. 미칠 지경이다. 뭔 이런 케이스가 다있나. 내일 우수아이아로 항공 이동하는데 여권이 필요한 상황인데 캐리어가 말썽을 부리다니. 일단 랜턴없이 출발한다. 부부팀 4명과 함께 바깥을 나왔고, 산악회팀을 기다리는데 오질 않는다. 아무튼 일단 출발하기로 했다. 산악회팀이 재빠르기에 우리를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고. 

부부팀도 랜턴이 없어 모두들 스마트폰의 손전등 불빛을 받아 등로를 찾아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트레킹 루트를 앱에 깔아 두었다는 것, 그리고 마침 초반에 다른 외국인 카플이 앞서가는 것을 보고 따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1시간여 진행했을 때 갈림길이 있었다. 어느 길이든 상관없지만 일단 내가 가진 앱에서 표시된 궤적은 좌측 카프리 호수쪽이라 이를 따라갔다. 

신기하다. 이 야밤 트레킹에서 나무뿌리에 한번 걸리지 않고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것이. 오늘 일출은 06:38, 이에 늦지 않게 오르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제 조금 더 진행하면 포인세놋이다. 지금까지는 일행 5명이 모두 함께하였지만, 거기서부터는 날도 밝아오고, 그리고 특히 마지막 1km 정도의 너들지대는 가파른 오름길이라 각자 오르기로 하였다. 고도를 4~5백 미터 올려야한다. 마침 외국인 4명이 가고 있어 길을 찾아가는 로스타임 없이 오를 수 있었다. 마음이 급했다. 도저히 일출 시간을 맞출 수없는 상황, 하지만 힘들지만 계속 쉬지 않고 급경사를 올랐다. 바람도 세차게 불어온다. 

드디어 피츠로이의 불타는 고구마가 드러난다. 능선을 오르니 또 하나의 능선이 나타난다. 실망하지 않고 계속 비탈길을 올랐다. 봉우리 끝부분이 새카많고 연기가 피어올라 구름이 생겨나는 듯한게 신기하다. 마치 화산이 불연기를 뿜어내는듯. 

파타고니아의 최고봉 피츠로이는 1952년 프랑스 등반가 리오넬 테레이와 귀도 마뇽이 초등하였다. 피츠로이는 남아메리카 탐사선 비글호의 선장 이름이니 그만한 무게감을 가진다. 특히 당시 한 청년이 이 배에 올라탔는데 그가 바로 찰스 다윈이다. 훗날 진화론을 발표하고는 피츠로이와 다윈은 법정에서 다툼이 있었다. 가톨릭 신자인 피츠로이는 도저히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로스 트레스 호수와 피츠로이 봉우리, 너무나 감동적이다. 한참을 쳐다보다가 염치불구 외국인에게 사진을 부탁하였다. 붉은 색이 사라지기 전에. 시간을 보니 06:45, 일출을 7분 정도 경과하였지만 아직은 만족스러운 붉은 빛이다. 

붉은 색상이 사라지고 암봉의 회색 색상을 드러낼 때 부부 한 팀이 올라왔고 좀 더 시간이 지났을 무렵 또 나머지 부부팀이 도착했다. 서로 사진을 주고 받으며 이 멋진 경관을 즐겼다. 

 

 

바람이 차고 추워지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어 하산한다. 너들 내리막길을 조심히 발을 디딘다. 하산 도중 산악회팀이 올라오고 있으며, 5시, 6시 출발팀도 마주할 수 있었다. 

마드레 호수 너머 카프리 호수도 보인다. 카프리 호수 전망대에서도 붉은 불타는 고구마를 볼 수가 있다. 굳이 호수까지 올라오지 않아도 된다. 물론 감동의 정도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무튼 이번 피츠로이 트레킹에서 붉은 불타는 고구마를 온전히 감상한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캠핑장에 울긋불긋 텐트촌이 형성되어 있다. 행복한 사람들이다. 

피츠로이 봉우리는 하산 도중, 귀로 도중에도 여러 차례 즐길 수 있다. 오를 때는 야간이라 즐길 수 없었던 경관을 하산하면서 마음껏 즐긴다. 7시, 8시, 심지어 9시 출발팀까지 만났다. 

카프리 호수 쪽과 다른 방향으로 오면 들르는 피츠로이 전망대에서 멋진 봉우리들과 거대한 빙하를 조망할 수 있다. 

참으로 멋진 트레킹 코스이다. 어디에서든 어디를 조망하든 멋진 황홀한 경관들이 드러난다. 

 

드디어 엘 찬텐. 마을 모습이 익숙해졌다. 

들머리 주차장이다. 이곳에서 트레킹 등로를 잡아 시작하였다. 

숙소에 도착하기 전, 캐리어가 열리지 않을 것에 대비하여 배낭 스토어에 들렀다. 제법 큰 배낭이 있는지, 그리고 가격까지 모두 체크하였다. 숙소에 돌아와 캐리어를 이리저리 만져보니 처음에는 열리지 않더니 우연히 열린다. 참으로 다행~~ 멕시코 과달루페 성당에서 구입한 성모 마리아 사진과 우유니 기차무덤에서 구입한 잉카 띠 팔찌가 여행 중 행운을 주고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저녁 시간에 엘 찬텐에서 엘 칼라파테로 버스 이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