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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여행 22일차: 아르헨티나 세로토레 트레킹 (2024.3.5)

클리오56 2024. 3. 25. 06:14

일자: 2024.3.5
차량 이동: 엘찬텐 숙소 ~ 차량이동 ~ 엘 필라 (13.9km)
트레킹: 엘 필라 ~ 포인세노트 ~ 세로토레 호수 ~ 엘찬텐
도보거리: 29.89km
소요시간: 8시간18분(휴식 50분 포함) 

Track_2024-03-05_아르헨티나_세로토레_트레킹.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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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엘 필라에서 시작하여 피츠로이 트레킹을 목적하였으나, 현지 사정상 포인세노트에서 세로토레 트레킹으로 변경하였다. 하여 원래 세로토레 트레킹은 약 22km이나 거의 30km에 달하는 긴 코스로 변경되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코스를 추가로 걷게되었다는 즐거움으로 충만했다. 더구나 이러한 코스 변경이 다음날 피츠로이 일출산행을 가능하게 만들었으니 나로서는 오히려 기대하던 바이다.
 
로스 글레이셔 국립공원에 있는 두 개의 명산인 파타고니아 최고봉 피츠로이(Fitzroy)와 세로토레(Cerro Torre)는 전 세계 트레커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칠레에서 토레스 델 파이네의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트레킹를 걸었다면 이곳은 피츠로이와 세로토레이다. 일생의 멋진 트레킹 코스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기대만발~~ 이러한 트레킹 닷새가 내가 이번 남미 여행에 온 목적이기도 하고.  
 
6시반 아침식사후 배낭 정리하여 8시경 차량이 출발하였다. 여명의 엘 찬텐 마을이 아름답다. 파타고니아에서는 들렀던 모든 마을이 새벽 여명이 붉게 물들어 아름답다. 
 
오늘 당초의 피츠로이 일정은 엘찰텐(El Chalten) 마을에서 차량을 이용하여 호스테리아 엘 필라(Hosteria El Pilar)로 이동 후, 그곳에서 부터 트레킹을 시작할 것이다. 소요 시간은 약 9시간을 예상하고 있다. 트레킹 코스는  '호스테리아 엘 필라(Hosteria El Pilar) - 피에드라스 블란카스(Piedras Blancas) 빙하 전망대 - 포인세노트 갈림길 - 로스 트레스(Los Tres) 호수 - 카프리(Caprl) 호수 - 엘찰텐' 으로 약 21km의 거리다.
 
엘 찬텐 여명  

마을을 흐르는 라스 뷰엘타스 강 

 
트레킹은 El Pilar 호스텔 인근의 다리가 있는 곳에서 시작한다. 멋진 코스의 트레킹이라 여기서부터 심장박동이 거세다. 트레일은 블랑코 강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진다. 강을 따르며 바라보이는 암봉은 수시로 변하며 빙하가 계곡에 뻗어있다.

지나온 등로와 진행할 등로의 코스를 보여주는 안내판. 이곳에서는 안내판이 아주 드물게 보여지지만, 반면에 코스도 심플하여 왠만하면 등로를 이탈할 사고는 발생하지 않겠다.  

국립공원에 입장하는 게이트가 심플하다. 

거대한 피츠로이 암봉과 빙하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피츠로이로 향하는 등로상의 주요 포인트 중의 하나인 피에드라스 블란카스(Piedras Blancas) 빙하 전망대이다. 탐사선 비글호 선장 이름을 딴 피츠로이(3,405m)는 파타고니아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암봉으로 엘찰텐의 상징이다. 장엄함이나 웅장함 모든면에서 파타고니아를 대표한다.

숲길도 아름답다. 호수, 빙하, 암봉 등 눈에 드러나는 모든게 최고의 아름다움을 펼쳐낸다.  

또 하나의 중요 이정표인 포인세노트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오늘 피츠로이 트레킹이 세로토레 트레킹으로 변경된다. 

Madre 호수, 바로 이어서 Hija 호수가 나오는데 어머니와 딸이란 뜻이다. 

이렇게 멋진 숲길이 이어지고 우리는 점심 겸 간식을 들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어찌 그리 다른 길을 가는지... 포인세노트 갈림길에서 리더는 각 팀을 5~7명으로 구성하여 함께 모여가도록 지시하였다. 하지만 여성팀 7명은 3명, 2명, 1명, 1명 이렇게 분산되어 제각기 따로 가고, 따로 쉬고, 따로 간식을 드는 모습을 보았다. 함께할 친구가 아니면 혹은 서로 갈등이 있으면 이렇게 제각기 흩어진다. 해외에서 트레킹의 무서움과 어려움은 송두리째 던져버리고, 이런 작태를 보이는게 참 아쉽다. 세계 최고의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에서 보이는 이 더러운 모습들을 그들은 모르는 듯. 오직 사진만 예쁘게 나온면 그만인 듯한 행동들. 에고, 못볼걸 너무 보아버렸네. 엮이지 말아야지...   

오늘 트레킹은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총 30km에 달하는 장거리 코스가 되었다. 이곳이 세로토레 호수로 가는 길이지만, 또한 엘 찬텐으로 내려가는 길이기도 하다. 일부 대원은 세로토레를 포기하고 숙소가 있는 엘 찬텐으로 내려갔다. 

세로토레가 보인다. 하지만 구름에 가려 봉우리는 보이지 않고 빙하지대만 드러난다. 세계 최고의 어려운 봉우리라는 촛대봉을 보고싶었건만... 

이제 마지막 너덜지대, 그리고 빙퇴석이 깔려 있다. 

드디어 목적지 세로토레 호수에 당도했다. 세로토레는 여전히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는 않는다.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취하며 인증사진을 남겼다.  

온전한 모습을 보질못한 아쉬움에 위키피디아에서 사진을 차용하였다. 그리고 여러 사이트에서 가져온 자료들을 정리해보았다. 세로토레는 남파타고니아 빙원(Southern Patagonian Ice Field)에서 가장 장관을 이루는 산 가운데 하나로서 피츠로이 서쪽으로 아르헨티나와 칠레가 영토분쟁을 빚는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르기 어려운 봉우리(Cerro Torre,3102m), 일명 불가능의 봉우리로 불리운다.
 
1952년 피츠로이를 최초 등반한 프랑스 리오넬 테레이와 귀도 마뇽이 하산하면서 맞은 편의 세로토레를 유심히 살핀 후 산악계에 새로운 과제를 던졌다. "우리는 세로토레를 보았다. 그것은 거의 등반이 불가능한 것처럼 거대한 기둥으로 홀로 서 있었다" 높이는 대단치 않지만 가파르기로는 세계최강의 명산이다. 사실 대단치 않다는 것이 안데스 산맥의 다른 산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해발고도 3,128m의 꽤 높은 산이다.

 

1959년 이탈리아 체사레 마에스트리가 토니 에거와 함께 등정 후 하산하던 중 눈사태로 토니 에거는 추락사하였다. 첫 희생자 토니 에거(Toni Egger)를 추모하여 산 이름이 세레 토레로 지어졌다. 마에스트리의 등정은 많은 의혹을 지니고 있었지만 페라리가 동료들과 함께 1974년에 정상 등정을 기록하였다. 

 

세로토레를 주제로 하는 영화도 있다고 한다. 베르너 헤어조크의 1991년작 영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상영시간은 106분.
초반엔 무슨 다큐멘터리 연출하듯이 시작해서 약간 헷갈릴 수는 있겠지만 보다보면 그냥 극영화라는걸 알게된다. 위의 산을 배경으로 해서 제목도 쎄로또레이다. 영제는 Scream of stone. 국내 개봉명은 원제에 충실하게 쎄로또레이지만, 영화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최후의 등정 세레토레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1993년 비디오 출시제목 겸 TV 방영 제목이다. 비디오는 14분 정도 삭제되었다.
 
대강 줄거리는 베테랑 산악인 로치아와 젊은 신예 마틴이 쎄로또레 산을 정복하기 위해 서루 죽자고 경쟁한다는 이야기.
여기에 여인 카타리아까지 얽혀들어 경쟁은 더욱 과열되고 결국 마지막 등반배틀이 벌어진다. 영화 중간중간에 웬 미치광이가 등장해 산에 자기 손가락을 두고왔다는 둥, 또 올라가야 한다는 둥 마구 떠들어댄다. 쎄로또레에 오른 듯하지만 주인공 중 아무도 제대로 믿지 않고 그냥 머저리 취급하는데 결말에 이르러 알고보니 정말로 이 남자가 쎄로또레를 정복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진실이 밝혀지고 영화는 끝난다.

엘 찬텐 마을로 향하는 걸음은 가볍다. 비록 30km의 장거리 트레킹이 되었지만 멋진 풍광 속에서 거리는 문제가 아니다. 마을 가까이 접근하여도 드러나는 풍광은 결코 소홀해지지 않는다. 눈물이 나도록 감동적 경관이 쉼없이 펼쳐진다. 마르가리타 전망대가 있는데, 그녀는 이곳에서 실종되었다고 한다.  

드디어 엘 찬텐 마을이 보인다.   

트레킹 종료 후 멋진 식사를 갖자며 마을의 맛집을 찾아갔다. 양갈비와 쇠고기 아사도 2셋트씩, 그리고 샐러드를 주문하여 2조 4명이 함께 즐겼다. 이번 여행 중 최고의 맛집이었다. 그리고 아사도 보다는 양갈비가 내 입맛에 더욱 좋았다는 평도 남긴다. 그렇다고 아사도가 맛이 없었다는게 결코 아니고 이 또한 멋진 풍미를 주었다. 와인 2병을 곁들였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세로토레 트레킹 실제 등로 (짙은 붉은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