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소감 및 내용
예전 홍콩 출장때 짬을 내어 드래곤 백 트레일을 잠시나마 걷기도했지만 홍콩에는 이름난 트레일이 많은데, 여기 서적에서는 그렇지 못한 옛길이나 산길을 알려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표가 잘되어 있다고 하니 홍콩 트레일을 밟을 기회가 있을 때 함께 걸어보았으면~~ 접근 교통이 좋다고 하니 굿~~
코스 사례
교통 정보
저자 류커샹
언론학을 전공한 뒤 대만의 여러 신문사에서 편집장을 지냈다. 동시에 다양한 대만 여행 에세이와 동식물과 자연 생태에 대한 글을 발표해 평단과 독자 양쪽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대만을 대표하는 여행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ㆍ 대표 복장 : 통풍과 땀 배출 기능을 갖춘 상하의, 등산화, 배낭
ㆍ 즐겨 찾기 : 자연생태, 지역풍물, 서민들의 생활 풍경
ㆍ 평소 하는 일 : 책상에 머리 묻고 글쓰기와 삽화 그리기, 여기저기 산속, 사람들 속으로 구경 다니기
ㆍ 최근작 : 『400원 철도여행』, 『15개의 소행성』, 『남자의 시장』, 『대만의 속살』
ㆍ 홍콩 경험 : 방문 작가 자격으로 홍콩뱁티스트대학교, 홍콩시티대학교, 홍콩링난대학교에서 머무는 동안 홍콩 각지의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관찰함. 홍콩의 대학생들이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 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들과 함께 홍콩의 산과 들을 누볐음.
책과 나 홀로 여행, 식물과 맛있는 음식, 양조위를 좋아한다. 기존에 한국에 소개되었던 중국어권 도서들의 한계를 넘어 의미는 물론 재미와 대중성을 갖춘 다양한 분야의 중국 도서들을 지속적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해나갈 생각이다. 『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 『버려진 개들의 언덕』, 『동물원 기행』, 『일본 가정식 도시락』, 『달팽이가 사랑할 때』 등을 번역했다.
목차
나의 노선
뉴테리토리 동부 지역
빅 웨이브 베이 : 아득히 먼 하늘가와 바다 끝에서 만나는 풍경
쉥이우촌 : 소금논의 고향
융팍 고도 : 내게 문을 열어준 아득히 먼 길
라이치총 : 지도 위의 여백으로 남은 곳
뉴테리토리 북부 지역
룩켕 : 그 옛날 풍요로웠던 작은 땅
남충 컨트리 트레일 : 숲을 지나 계곡 건너 마주한 푸른 산
사로퉁 : 홍콩에서 가장 넓은 산간 습지
뉴테리토리 중부 지역
마온산 : 급한 발걸음으로 찾아간 진달래의 연회장
사이쿵 고도 : 졸졸 물을 흘려보내는 수원(水源)의 메시지
라이언 락 : 라이언 락 위에서 바라보는 인간 세상
니들 힐에서 그래스 힐까지 : 가파른 산세를 가소로이 내려다보며
뉴테리토리 서부 지역
마이포 자연보호구역 : 습지 보호의 본보기
남상와이 : 물이 솟아오르는 땅에 자리한 아름다운 역
란타우섬
치마완 : 바닷가 파도의 움직임
퉁무이 고도 :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길고 좁은 길
홍콩섬과 라마섬
파커산 로드 : 어르신들의 한가로운 숲길
매거진 갭 : 솔개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도시 속 푸른 벌판
라마섬 : 도시의 화려함과 빠른 속도를 완충시켜주는 작은 섬
나의 수첩
떠나기 전 확인할 것
자주 쓰는 인기 어휘
에필로그
역자의 말
추천사
마쟈후이(홍콩 작가)
쟝슈전(홍콩 등반가)
우원톈(타이베이시아웃도어펀협회이사장)
책 속으로
이 뾰족한 네 개의 만이 연출하는 장엄하고 광활한 풍경은 일반 대도시 교외 지역의 풍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반적인 홍콩 여행 책자에서는 이런 풍경을 제대로 소개하지 않고, 첵랍콕홍콩국제공항(香港國際機場, Hong Kong International Airport)에서 얻은 간단한 지도도 네이탄 로드(彌敦道, Nathan Road), 센트럴(中環, Central), 코즈웨이 베이(銅?灣, Causeway Bay) 같은 화려한 도심지만 확대해놓은 채, 사이쿵(西貢, Sai Kung)의 해산물 레스토랑을 억지로 끼워 넣은 정도에 불과하다.
- 21쪽
이 오래된 마을이 ‘첵켕(赤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에, 아마도 옛날 이 동네에 붉은 흙이 깔린 길이 많았던 게 아닌가 착각했다. 그러다 하이킹 사이트에서 찾아봤더니, 실은 예전에 이곳에 마을을 지을 때 바닷가의 붉은 돌들을 가져다 길을 깔았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마을길이 이런 빛깔을 띠게 되었고, 마을이 ‘첵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이곳 역시 역사가 오래된 마을인데, 주로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뉜다. 보통 때는 사람 그림자를 거의 찾기 어렵고 오래된 가옥들은 잠겨 있든 열려 있든 하나같이 황량하고 쓸쓸한 빛깔을 띠고 있다.
- 34쪽
윈롱 지역에서 소금물 벼를 재배할 때 사이쿵의 쉥이우 부근 해안가 논에서도 분명 부분적으로 소금물 벼를 심었을 것이다. 매년 4월이 되면 농민들은 제방을 쌓아 조류를 막았다. 여름비가 논밭을 씻어내면 진흙 속 염분기가 사라졌고, 6월 즈음에 파종에 들어가 3개월 동안의 성장기를 거쳤다. 10월 말이 되면 황금 들녘에서 벼를 수확할 수 있었다. 벼 이삭을 수확하고 나면, 경작하지 않고 휴지기를 갖거나 해수가 들어오도록 게이와이의 수갑을 열어놓고 어류와 생선을 건져냈다. 또 다른 의미의 풍성한 수확이었다.
- 51쪽
이번 도보 여행의 중심지는 라이치총이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지명은, 혹시 광둥어로 라이치라고 불리는 과일 ‘여지’를 이곳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까닭에 붙여진 게 아닐까? 라이치총 주변에 마치 거미줄처럼 빽빽하게 들어선 이름 모를 수많은 들판과 산길을 보며 또 한 번의 도보 여행에 대한 기대감에 벅차오른다.
- 74쪽
뉴테리토리에서 만나는 이런 종류의 산길 중에는 해안으로 뻗은 길도 있고 두 마을 사이를 이어주는 작은 길도 있다. 요새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길을 고도라고 부른다. 하지만 오늘 내가 걸어보려고 하는 남충 컨트리 트레일은 그 역할이 고도와는 다르다. 이 길은 교외공원에서 구획한 새로운 도보로, 핑텡아우라고 불리는 들판을 통과해 탄축항과 원래 남충에 있던 오래된 산속 경작로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길이다.
- 105~106쪽 닫기
출판사 서평
: 한국인 여행객들이 가장 아끼는 여행지 ‘홍콩’은 한국인 여행객들이 동남아 국가 중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다(2014년 8월 통계, 12만 4746만 명 방문, 전년 동월대비 19.9% 증가).
ㆍ 여행 트렌드의 변화
: 단체로 가서 여행지의 모든 것을 단시간에 다 경험하고 오겠다는 식의 여행보다는 혼자 차분하게 길을 걷고 자연과 호흡하며 현지에 녹아드는 여행을 하려는 사람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제주 올레를 시작으로 걷기 여행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ㆍ 시장 분석
: 일본의 경우 새로운 트렌드에 부합하는 다양한 여행 도서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의 경우, 이 지역을 여전히 먹고 마시고 화려함에 취하는 여행지로만 보는 기존의 시각 때문인지 기존 패턴을 고수하는 여행 도서들만 출간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는, 여행자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여행서가 나오지 않고 있는데도 중화권으로 향하는 20-30대의 젊은 여행객들은 이미 스스로 이런 콘텐츠들을 찾아 나서는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변화에 부응하는 여행도서 콘텐츠가 절실하다.
ㆍ 콘셉트
: 전형적인 홍콩의 이미지를 뒤집는, 홍콩 여행의 전형성을 뒤엎으면서 새로운 홍콩 여행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책.
ㆍ 특징
: 홍콩 트래킹만을 다룬 관한 책자가 국내에 전무한데도 이미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홍콩 트래킹을 시도하고 있고, 이에 고무된 홍콩관광청은 한국어 안내 책자를 내놓았을 정도로(http://www.ytn.co.kr/_sp/0930_201308201047439126) 다른 홍콩 여행을 원하는 여행객들이 등장하고 있다. 시장이 형성되고 있지만 이 시장이 원하는 콘텐츠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책이다. 특히나 홍콩 여행객의 대다수가 20~30대 젊은 층이라는 측면, 이들이 대부분 기존의 여행 방식이 아닌 새로운 여행 방식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 어필할 수 있는 책이다.
: 이미 정형화되어 버린 홍콩 여행의 새로운 패턴을 보여주고 홍콩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사실상 더 새로운 게 나올 수 없어 보이는 홍콩 여행 책자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 넣어줄 수 있다.
“홍콩에 산이 있어?”
“홍콩에 시골이 있다고?”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홍콩의 4분의 3을 말하다
대만의 여행작가 류커상은 틈만 나면 홍콩으로 달려가 홍콩의 수많은 섬,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을 찾아다녔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홍콩의 자연을 찾아 떠난다고 하면, 홍콩에도 그런 곳이 있냐며 놀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홍콩은 쇼핑의 천국 또는 화려한 홍콩의 밤 시장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서점에 나온 홍콩 관련 여행 책자만 봐도 홍콩의 75퍼센트에 해당하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모두 홍콩의 화려한 밤거리와 미식, 쇼핑 천국으로서의 소개뿐이다.
“방문 작가로 학교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을 빼고 보통 한 사나흘 정도 휴가를 내어 수많은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산과 바다가 만나는 홍콩으로 날아가곤 했다. 풍수림(風水林)의 세계에서 산에 오르고 마을을 가로지르며, 도시와 자연의 관계를 찾아나갔다. 최근 반세기 동안 중국인들이 세운 도시 중 빠른 발전 과정을 겪으면서도 자연환경과 오랜 시간을 들여 대화하고, 균형을 모색하며 풍부한 자연환경을 축적해온,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 경제 발전까지 이룬 홍콩은 아주 특수한 사례다.”
- [프롤로그]에서
대만의 국민 여행작가인 류커상은 단지 우리가 몰랐던 홍콩의 자연에 대해 소개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홍콩이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룸과 동시에 자연과 균형을 모색해온 사실에 주목한다. 이 점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으로 덮여 있는 우리나라 또한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홍콩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다. 흔히 한국의 관광을 이야기하면 불고기나 비빔밥과 같은 몇몇 한국 음식, K-pop, 한국 드라마 등 한류의 영향으로 유명세를 탄 몇 가지를 꼽는다. 하지만 도시와 함께 어울려 도시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산과 강을 외국인들에게 소개해줄 생각은 하지 못한다.
“이 책은 맥리호스 트레일(麥理浩徑, MacLehose Trail), 윌슨 트레일(衛奕信徑, Wilson Trail) 등 홍콩의 유명한 4대 도보 여행길을 주로 소개하지 않는다. 란타우 피크(鳳凰山, Lantau Peak), 타이모산(大帽山, Tai Mo Shan), 팟신렝(八仙嶺, Pat Sin Leng) 등의 중요한 산도 목적지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래된 옛길과 마을길, 습지 환경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노선들과 다양한 자연 풍경을 통해 더 많은 시골 마을과 그곳의 산물, 동식물의 생태를 담고 싶었다.”
- [프롤로그]에서
저자 류커상은 홍콩의 유명한 트레킹 코스 대신 옛 마을이 자리 잡은, 오히려 덜 알려진 노선을 이 책 안에 소개했다. 우리나라에도 몇몇 인기 있는 산에 자리 잡은 둘레길과 제주의 올레길 등 대중적인 도보 여행 코스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들보다 덜 알려진, 옛 마을을 끼고 있는 동네 뒷산에 오르는 길 같은 것을 소개하는 격이다. 그 지역의 마을 사람들이 옛날부터 생계와 이동을 목적으로 오르내려서 자연스럽게 길이 된 산길, 그 산길 주변에 서식하는 나무와 동식물, 그리고 산길을 오가는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 등, 류커상은 우리에게 홍콩의 속살을 자연스레 알려준다.
“이 책에서 나는 지리적인 위치에 따라 범주를 묶어 각 노선을 소개하였다. 소개한 하이킹 노선은 모두 내가 가본 곳들이고, 독자들이 독서와 하이킹을 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직접 손으로 그린 지도도 삽입했다. 책 뒷부분에는 돌아다니면서 들은 각종 어휘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독자들이 자연 속을 유유자적하게 거닐면서 현지 환경에 더 빨리 녹아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넣은 자료들이다.”
-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직접 가본 도보 여행 코스들의 그림을 손수 그려 삽입했을 뿐만 아니라 산길을 오르내리며 마주친 동물과 식물들도 직접 그려 넣어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손수 그린 홍콩 산길의 동식물과 노선 지도]
넓은 산길, 잘 갖춰진 각종 설비, 편리한 교통으로
세계에서 가장 등산하기 좋은 홍콩!
〈뉴욕타임즈〉 선정, 살아 있는 동안 반드시 가봐야 할
‘아시아 최고의 트래킹 코스’
“홍콩의 산은 대만 교외 지역의 산보다 걷기가 훨씬 더 좋다. 일단 산길이 대부분 평평해서 대만의 산길처럼 경사가 심하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몇 코스를 정해 천천히 걷거나 달리기도 한다. 심지어 야간 산행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산길 폭이 넓은 점도 큰 장점이다.”
“홍콩은 산길이 아주 꼼꼼하게 잘 구획되어 있고, 설비도 제대로 잘 갖춰져 있으며, 관리 상태도 상당히 양호하다. 특히나 4대 트레킹 코스와 교외공원에는 등산로 출발점에 대부분 지도와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등산객의 현재 위치와 산길의 상세 지도가 다 표기되어 있다. 갈림길도 아주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다. …… 4대 트레킹 코스와 주요 교외 보도에는 모두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산길 위치 안내판(distance post)’이 길을 따라 설치되어 있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관련 구조 기관에 이 산길 위치 안내판의 일련번호나 격자무늬 좌표상의 지점을 알리면 된다. 길 입구에는 긴급 상황 시 사용할 수 있는 전화가 대부분 설치되어 있다. 하여튼 안전 설비 관리로는 전 세계 등산 코스 중에서 가장 꼼꼼하고 빈틈없는 곳 중 하나가 홍콩이다.”
“의심할 필요도 없이, 홍콩은 세계에서 등산하기 가장 좋은 도시이다. 교통망이 치밀하게 짜여 있다 보니 쉽고 편리하게 산에 오를 수 있다. 어느 산을 가든 등산로 입구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부분 한 시간을 넘지 않는다. 홍콩의 모든 지하철역과 기차역은 크고 작은 버스 노선과 연결되어 있고, 버스가 자주 오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다. 또 대다수 섬의 선착장에서도 짧은 간격으로 정확한 시간에 운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여객선을 타고 산행에 오르는 홍콩 특유의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 [나의 수첩]에서
이처럼 홍콩의 속살을 충분히 맛볼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어놓은 점은 마냥 부럽기만 하다. 그동안 알고 있던 홍콩 여행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생태 여행 작가 류커상이 손수 그려 넣은 지도와 그림으로 우리가 몰랐던 홍콩에 대해 소개하는 이 책을 들고 훌쩍 떠나보자. 길에서 만난 이름 모를 들꽃과 너른 들판,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 그리고 산과 강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이렇다. 추석이 지난 어느 날 혹타우 저수지로 향했다. 물가 왼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호반(湖畔) 가득 수옹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있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저수지 끝자락 산골짜기에서는 시내가 졸졸 흐르고 있었다. 더 오래되고 거대한 수옹나무가 자라고 있었고, 켜켜이 쌓인 두꺼운 나뭇잎들이 해를 가려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며, 어둡고 습한 삼림을 형성하고 있었다. 주렁주렁 매달려 늘어진 밝은 진홍빛 수옹나무 열매는 크기가 작은 것이 산앵두를 닮았지만, 이 녀석이 실은 왁스애플(Syzygium Samarangense)의 가까운 친척 격으로, 도금양과에 속한다는 사실이 확실히 기억났다.
- 118쪽
하지만 지나간 시대는 절대 돌아오지 않는 법. 라이언 락 위에서 이 어지러운 세상을 내려보다가, 라이언 락 아래로 내려오면 다시 인간 세상에서 살아갈 뿐이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눈을 감은 채 서서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실어다 주는 선선한 기운을 느끼며 그 순간 맑고 또렷하게 깨어나는 행복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내일부터 뭐가 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나날을 위해 또다시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 187쪽
이곳은 물새들의 몽콕이었다. 녀석들은 마이포도 아니고 틴수이와이도 아닌 남상와이를 택했다. 재벌 건설업체가 사들이고 정부가 묵인해 거대한 건물이 세워질, 그렇게 사라질 이 습지를 말이다. 녹색 도시 베를린 외곽에서 만난 아름다운 숲의 기억을 떠올리는, 물이 용솟음치는 이 환경을 말이다.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아도 자연생태는 이렇게 생기로 충만하건만 환경의식이 드높은 요즘 같은 때에도 토지 정의를 거스르는 개발이 행해진다니 너무나 화가 나고 원망스럽기만 하다.
- 231쪽
홍콩에는 적게 잡아도 30~40개의 고도가 있고, 모두 그런대로 잘 보존되어 있으며, 고풍스러운 정취가 가득하다. 다만 대부분은 일상생활 중 이동 경로로 활용된 좁은 오솔길이고, 전쟁이나 이주 경로로 이용된 노선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런 탓인지 고도의 중요성이 주목받지 못하고 중요한 여행길로도 발전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홍콩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도시가 되면서, 걷기 좋은 도보 여행길이 구획되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구획된 길들은 대부분 산의 능선을 타고 종주하는, 시야가 탁 트인 노선들이다. 외지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맥리호스 트레일, 윌슨 트레일, 란타우 트레일 등이 모두 이런 레저형 트레일이다
- 254쪽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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