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장영희교수 영미문학

Dying Speech of an Old Philosopher: Walter Savage Landor(1775~1864)

클리오56 2008. 8. 1. 10:29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 <35>삶의 불앞에 두 손을 쬐고

장영희 서강대교수·영문학
입력 : 2004.08.10 17:58 01'
▲ 월터 새비지 랜더(1775~1864)
‘그의 일흔다섯 살 생일에 부쳐(On His Seventy-fifth Birthday)’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진 시입니다. 이렇게 인생의 종착역에 닿아 지나온 삶을 회고하며 ‘나는 그 누구와도(그 어느 것과도) 싸우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사람도, 삶도, 자연도 싸움의 대상이 아니건만, 우리는 무조건 대결해서 이기려는 투쟁의 태세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세상은 잠시 앉아 두 손에 불을 쬐며 쉬어 가는 곳, 그래서 불길이 사그라지면 미련 없이 일어나서 떠나야 하는 곳입니다. 가치 없는 싸움으로 낭비하기엔 이곳에 머무르는 시간이 너무나 짧습니다. 다시금 투쟁의 아침을 맞이하며, 자연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이 만든) 예술을 사랑하고 후회 없이 떠나는 시인의 여유와 평화가 부러운 오늘입니다.

 

Dying Speech of an Old Philosopher

(Walter Savage Landor)

 

I strove with none;

for none was worth my strife;

Nature I loved, and next to Nature, Art;

I warmed both hands before the fire of life;

It sinks, and I am ready to depart.

 

죽음을 앞둔 어느 노철학자의 말

(월터 새비지 랜더)

 

나는 그 누구와도 싸우지 않았노라.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상대가 없었기에.

자연을 사랑했고, 자연 다음으로는 예술을 나는 사랑했다.

나는 삶의 불 앞에서 두 손을 쬐었다.

이제 그 불길 가라앉으니 나 떠날 준비가 되었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