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다 둘리틀 (1886~ 1961) | |
덥습니다. 정말 과일 하나 떨어질 틈새가 없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습니다. 어제는 미국 가서 갖은 고생 끝에 돈 많이 벌어 30년 만에 돌아온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참 이상하기도 하지. 어린 시절 겨울은 지금보다 훨씬 추웠고 여름은 이처럼 덥지 않았는데. 달동네 겨울은 얼마나 춥던지 밤에 어머니가 다섯 형제 구멍난 내복을 빨아서 마루에 널어놓으면 아침이면 꽁꽁 얼어서, 형들과 얼어붙은 내복으로 칼싸움을 했는데…. 여름에는 웃통 벗고 엎드려서 등목 한번 하면 하나도 덥지 않았는데….” 백만장자가 되어 에어컨 바람 씽씽 나오는 호화로운 거실에 앉아서 그는 내복으로 칼싸움을 하던 가난한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Heat
(Hilda Doolittle)
O wind, rend open the heat,
cut apart the heat,
rend it to tatters.
Fruit cannot drop
through this thick air― (…)
Cut through the heat-
plow through it
turning it on either side
of your path.
열기
(힐다 둘리틀)
아 바람이여 이 열기를 찢어 열어라.
열기를 베어 갈라라
갈가리 찢어 발겨라.
이렇게 갑갑한 공기 사이로는
과일 하나 떨어지지 못한다―(…)
열기를 자르며 나가라
열기를 갈아엎어라
네가 가는 길
양옆으로 치워버려라.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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