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자: 2006.03.03
** 산행지: 북한산성 12문 종주
** 산행로: 북한산성매표소 - 중성문 -
의상능선 - 산성주능선 - 원효봉능선 - 매표소
** 산행시간: 08:55 - 16:12 (총 437분: 산행 427분 + 중식 10분)
** 단독산행
06:44 집출발
07:05-08:19 지하철(평촌-구파발)
08:38-08:46 버스(704번)(구파발-북한산성입구)
08:55 산행들머리 북한산성매표소
09:28 중성문
09:42 국녕사 갈림길
09:54
국녕사
10:14 가사당암문
11:05 부왕동암문
11:57 청수동암문
12:05 대남문 (-12:15)
12:26 대성문
12:46 보국문
12:56
대동문
13:06 동장대
13:23 용암문
14:06 위문
14:56 북문
15:31 시구문
15:57
대서문
16:12 산행날머리 북한산성 매표소
* 원효봉아래 505봉 전망대에서 만경대와 노적봉을 배경으로
북한산성은 백제가 하남위례성에 도읍을 정하였을 때 도성을 지키는 북방의 성으로 132년에 처음으로 축성되었다고 하니, 그 역사가 이천년에 약간 못미칠 정도로 장구하다. 고려 때는 몽골과 거란의 침입시 전쟁터가 되었고, 조선 때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증축되었다고 한다. 며칠 전 산행얘기를 나눌 때 북한산 산행시 백운대를 오르는 것만으로는 단순하니 12성문 일주가 어떠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제안이 기억에 장전되었는지, 연차로 휴식인 금요일 새벽 잠이 깨었을 때 갑작스럽게 결행된 산행이다. 따라서 충분한 자료와 도상연습 없는 단독산행으로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북한산성 성문종주는 전체적으로 보면 의상능선, 산성주능선 그리고 원효봉 능선으로 이어진다. 산행후 관련 기행문을 읽어 보면서 몇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째, 성문이 도대체 몇 개냐하는 문제이다. 북한산성을 종주하면 만나는 성문은 12개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이외에도 중성문이 있다. 중성문은 일종의 내성이다. 야후의 블로그(백운에서 연주까지)에서 중성문에 대한 설명을 옮겨본다.
숙종이 북한산성 축성 이듬해 (1712) 4월 산성을 둘러보고 이 부근이 허약한 것 같아 북쪽으로는 북장대를 지나 원효능선의 영취봉과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의상능선의 증취봉을 연결하는 문을 하나 더 만들게 해 1714년 완성했던 성안의 성의 중심문이다. 적의 침입시 정문인 대서문이 뚫리면 한번 더 저지 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산행에서 나의 부주의로 중성문을 맨먼저 둘러보게 된다. 중성문을 만나게 됨으로써 대서문을 빼고 가사당암문으로 바로 가게되는데 이는 의상봉을 놓치게 된다. 따라서, 의상봉의 일부 산성을 놓치게 되므로 정확한 의미로는 산성종주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성문 일주후 다시 돌아와 대서문을 답사하게 되므로 12성문을 모두 둘러보게는 되었다. 하여튼, 12성문에 중성문을 더하여 12+1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부 산행기에 14문이 언급된다. 이는 12+1에 또 하나가 추가되는데, 이는 수문이다. dk란 아이디를 가진 분이 한국의 산하에 올린 산행기(2003.5.28)에 따르면 대서문 북서쪽 근처 산성계곡에 있었던 폭 50척(15.5m)에 높이 16척(5m)인 큰 규모의 수문(水門)으로 1925년 8월 을축년대홍수(乙丑年大洪水)때 성돌과 장대석 하나 남기지 않고 완전히 유실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그 수문은 현존하지는 않고 다만 수문터로서 옛 기록에 따른 답사입니다.
둘째, 12성문을 어떻게 종주하느냐는 문제입니다. 12성문을 종주하신분들은 대부분 그 출발지로서 대서문, 혹은 시구문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즉, 산행기점이 북한산성 매표소인 점은 동일합니다. 하긴, 어느 문에서 출발하더라도 원점회귀하는 코스이니 크게 중요하다곤 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따라서 어떤 분은 위문을 산행기점으로 하신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대서문을 출발지로하여 시계바늘 반대방향, 즉 의상능선을 먼저 타는게 적절하지 않는가하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시구문을 출발지로 한다는 것 자체가 좀 꺼림직하지 않냐? 시구문은 시체를 처리하는 문인데, 이는 죽음과 연관되므로 마지막이 되어야하지 않느냐...좀 단순한 생각이지만, 생노병사의 순환을 생각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저도 당초에는 대서문을 출발하여 시구문을 종착지로 계획했으나, 살아가는게 다 그렇듯이 실제 종주는 달리 진행되었습니다.
* 출처: 네이버 블로그 귀빈(kybin21)
북한산성매표소(08:55) - 중성문(09:28) - 국녕사(09:42) -
가사당암문(10:14)
새벽 잠 깨어 선험자의 산행기 한편을 대충 읽고 서둘러 집을 나섰지만, 지하철과
버스로 북한산성입구엔 거의 2시간이 소요되어 도착했다. 산행들머리인 매표소로 향하면서 왼편으로는 원효봉, 만경대, 노적봉이 차례로
나타나고 정면으로는 아마도 의상봉,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나월봉, 나한봉, 문수봉으로 이루어진 의상능선이 아닌가 생각된다. 능선의 굴곡이
심하게 요동치고 그 솟아오름이 오늘의 산행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 산행들머리에서 바라본 원효봉, 만경대, 노적봉
* 산행들머리에서 바라본 의상능선
매표소입구에서 길은 두갈래. 하나는 차도이고 다른 하나는 계곡 탐방로. 별 생각없이 당연하다는 듯 계곡 탐방로를 따라 올라갔다. 계곡을 따라 오리탕집 등 음식점이 상당히 연이어 있다. 대남문이란 이정표도 계속 이어지므로 그 전에 대서문이 나타나겠지하는 가벼운 생각. 하지만, 30여분후 나타난 성문은 뜻밖에도 중성문이다. 깜짝놀라 지도를 확인할 결과, 계곡탐방로로는 대서문이 나타나지 않고, 산행 들머리 초입의 차도를 따라야 했었다. 한참을 다시 내려가 옆길로 빠져야한다. 여러 생각 끝에 제1문인 대서문을 마지막에 들르기로 하고, 제2문인 가사당암문을 먼저 찾기로 하였다. 결국 의상봉을 넘지 못하고 우회로를 찾아야하는데, 약간 되돌아가 갈림길에서 국녕사 방향을 잡아야했다.
* 중성문
국녕사 방향길은 이정표가 없었고 계곡 다리부근의 민가를 통해 입구를 잡을 수 있었다. 일단 오솔길에 들어서는 자그마한 국녕사 표지가 연이어져 찾기는 쉬웠다. 국녕사 영내를 계속 진행하니 엄청난 불상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나중 알게된 사실이지만 능인선원에서 조성한 세계최대의 청동불상이란다.
* 세계최대청동불상
불상 뒷편으로 등산로는 이어지고 이후 밧줄과 통나무 계단으로 가파르게 오른다. 능선에 도달하여 왼편으로 방향을 잡아 계속 진행하니 상당히 가파른 된비알이다. 마침 등산객을 만나 봉우리 이름을 확인하니 용출봉이다. 또 한번 실수. 이미 제2문도 통과한 상태이다. 조금 전 능선에서 바로 뒤에 제2문이 위치하였던 것이다. 제2문 마저 들러지 않고 지나면 오늘의 성문 종주 계획은 완전히 수포로 돌아간다.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다시 의상봉 방향으로 돌아가 제2문만은 보아야겠다. 치밀하지 못한 계획과 독도법을 탓하며 다시 돌아갔다. 국녕사에서 능선 오를 때 직전에 갈림길이 있었는데 우측으로 갔더라면 바로 성문이었던 것이다. 산행 1시간 20여분만에 겨우겨우 문 하나를 확인하였다. 가사당암문...무슨 뜻인지 알 길이 없다. 다만, 暗門은 성루(城樓)가 없는 성문을 말한다. 저렇게 낮은 성문으로 어이 침입에 대항할 수 있는지...예전엔 그렇게 키가 작았나??
* 가사당암문
가사당암문(10:14) - 부왕동암문(11:05) - 청수동암문(11:57) -
대남문(12:05/12:15)
대남문까지는 의상능선을 따른다. 이 능성에는 7봉우리가 있는데, 의상봉, 용출봉,
용철봉, 증취봉, 나월봉, 나한봉 그리고 문수봉이다. 의상봉 다음에 2문인 가사당암문이 있었고, 제3문인 부왕동암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용출봉,
용철봉, 증취봉의 세 봉우리를 거쳐야한다. 그리고 나월봉과 나한봉을 지나 청수동암문이, 그리고 문수봉을 넘어 대남문이 위치한다. 산행 들머리에서
바라본 의상봉의 산세가 범상치 않았는데, 예기치 않게 우회하게 되었으니 무척이나 아쉬웠고, 이제 용출봉을 쳐다보니 그 또한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가지 터득하게 있다면 가파르고 함할수록 안전대책이 잘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미리 겁을 먹지는 말자. 용출봉 오름길에는 철난간이 길게
이어졌고, 내림길 역시 철계단으로 보완되어 있었다. 용출봉엔 해발 571M를 표시하는 정상목이 세워져있다. 연이어 용혈봉과 증취봉을
지나 부왕동암문에 도달한다. 부왕동암문 역시 누각은 없지만, 성문 위와 성벽이 가사당암문에 비하여 잘 정비된 것 같다.
* 되돌아 본 의상봉
* 부왕동암문
이제 나월봉을 향한다. 눈길의 발자국을 따라 길을 나아간다. 암릉 탓인지 발자국이 우회로로 향한다. 나도 우회로를 쫒아 9부 능선길을 지나고, 갈림길에서 다시 능선길로 치고 올랐다. 이제 능선길은 나한봉으로 향하고 크게 위험한 길은 아닌 것 같다. 나한봉 정상의 이정목엔 글씨가 지워져 누군가 나한봉이라고 검은 바탕에 검은 색으로 희미하게 표시해 두었다. 다시 봉우리를 내려가면서 715봉을 거치고 곧 청수동암문에 도달한다. 청수동암문 역시 누각은 없고, 이전의 가사당암문이나 부왕동암문에 비하여 가장 단순해 보인다.
* 청수동암문
문수봉을 오른편으로 끼고 곧 대남문이다. 대남문에서 인절미와 커피를 들며 처음으로 10여분 휴식을 취했다. 산행 시작후 3시간 10여분이 지났지만, 이제야 의상능선상의 성문 4개를 거쳤다.
* 대남문
대남문(12:15) - 대성문(12:26) - 보국문(12:46) - 대동문(12:56) - 동장대(13:06)
- 용암문(13:23) - 위문(14:06)
이제 대남문을 출발하면 위문까지는 모두 5개의 문을 거치지만,
산성주능선을 타므로 비교적 평탄하고 좀더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대남문에서 대성문은 10여분만에 도달하고, 처음으로 인물 사진을 산행객에게
부탁했다.
* 대성문
* 대성문에서 바라본 노적봉,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
다시 능선을 따라 수차례 오르내리면서 전망대에서 전체 산을 조명할 수 있었다. 멀리 백운대 정상이며 지나 온 의상능선이 보인다. 조금후 보국문에 도달하였다. 보국문 성문위는 최근에 보완 축성된 듯 돌색깔이 확연히 구분된다.
* 보국문
보국문에서 10여분이면 대동문이다. 대동문은 지난 2월초 백운대에서 이곳까지 산행후 진달래 능선을 타고 하산하여 낯이 익다. 대동문 앞은 널찍한 평지가 펼쳐지고 산행코스도 제법 폭이 넓다.
* 대동문
다시 10여분 후엔 동장대에 도달하고 백운대와 성벽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용암문 가는 도중에 북한산대피소를 거치고 이제부터는 제법 바위길이 계속 나타난다.
* 동장대
* 용암문
용암문에서 위문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아마도 백운대가 가까워지면서 바위길도 험해지는 것 같다. 노적봉을 왼쪽에 두고 아이젠을 다시 차고 나아가는데, 얼음투성이의 쇠줄길을 지나면서 보니 언제인지 이미 아이젠 하나가 떨어져나갔다. 나무계단을 오르면서 이제 위문이다.
* 더욱 가까워진 백운대
* 위문
위문(14:06) - 북문(14:56) - 시구문(15:31) - 대서문(15:57) - 산행날머리 북한산성
매표소(16:12)
여건이 된다면 지난 달 다녀온 백운대로 다시 한번 오르고 싶지만, 북문을 향해 원효봉으로,
그리고 시구문, 다시 대서문으로 계속 진행해야기에 체력소모를 방지해야했다. 산행시작후 벌써 5시간이나 경과하였다. 아이젠은 한 짝뿐이고, 스틱도
잃어버리고 북문을 향해 계속 나아가야 하는지 의사결정이 필요하였다. 마침 원효봉쪽은 햇빛이 들어 눈이 얼지는 않은 것 같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위문아래의 나무계단에서 북한산성 계곡방향과 지나 온 용암문 방향으로 나뉜다. 제법 가파른 계곡길을 20여분
내려가면 움막같은 약수암이 나타난다. 다시 15분여 후에 대동사에 도달한다. 지도상으로 보면 대동사인지 혹은 조금 더 내려가면인지 북문과
원효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이 표시되어 있다. 대동사 입구엔 등산로가 없음이란 표시도 붙어있는데, 아마도 산꾼들의 출입을 제한하기 위함이 아닌지.
바로 저 의미가 등산로가 있다는 반증이 아닌지 궁금하고, 좀 더 내려가서 등산로가 없다면 힘들게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수고로움도 있고. 마침
하산길 산행객에게 물었더니, 등산로가 있다며 어디가느냐고 되물었다. 북문과 시구문을 찾는다고 하자 함께 가자며 기꺼이 동행해주신다. 인근에
사시는데, 1년이면 100번 정도는 북한산에 오신다는 대단한 북한산 매니아이시다. 귀인을 만난 기분이다. 대동사에서 10여분을 세차게 오르면
북문이다.
* 북문
조금후 연이어 원효봉과 505봉에 닿는다. 이곳 역시 사방을 둘러보는 조망이 압권이다. 오전 산행 기점이었던 의상능선이 뚜렸하다. 원효봉에서 의상능선을 바라본다....원효와 의상, 1000년이 넘어서도 두 분 고승은 여전히 친구처럼 가까이 한다. 연이어 보현봉. 노적봉, 백운대 등을 설명해주신다. 하지만, 다른 봉우리에서 보면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니 한두번의 설명으론 나에겐 아직 익숙치 못하다. 여러 사진을 남기지만, 돌아가서 보면 저게 무슨 봉우리이지? 다시 의문과 무지만이 남을 것 같다.
* 백운대, 만경봉, 노적봉을 배경으로
하산길에 원효암이란 초라한 암자를 지나고, 돌계단이 길게 연속으로 이어진다. 숲이
울창한 산능선에 전혀 에상치 못하게 시구문 매표소가 나타나고, 바로 맞은편이 시구문이다. 시체를 버리는 시구문을 바라보며 하루 종일 근무하는
시구문 매표소 아저씨, 어쩐지 어썩하다. 산행초에 제대로 길 찾았더라면 이 시구문을 통하여 하산했을테지만, 놓쳤던 대서문을 찾기위해 다시
산행들머리로 향해야한다.
* 시구문
묘한 생각이든다. 시구문을 산행종점으로 하지 않고, 다시 대서문을 산행 종점이 되게끔 그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게 아닌가? 시구문이 산행 종점이라면 바로 생노병사로 이어지는 인생의 흐름 그 자체를 적절히 잘 상징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죽음의 의미인 시구문이 종착지가 아니고, 출발지인 대서문을 종착지로 뒤바꿔 놓는 것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 다시 삶을 부여받는 그 어떤 윤회를 보여주기도 한다. 매표소에 거의 도달하여 다시 차도를 따라 대서문을 답사함으로써 7시간에 걸친 북한산성 13성문 일주의 막을 내렸다.
* 대서문
산행후
사전준비가 미흡하여 시행착오도 겪고, 스틱과 아이젠 한짝을 망실하는 어려움도 겪었지만, 무모함과 집념으로 일주를 완수하였다. 북한산을 속속들이 답습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성문이나마 빙돌며 거대함과 웅장함 그리고 속 깊음을 조금이나마 맛보았다. 이곳 저곳에서 드러나는 백운대의 다양한 모습을 느끼기도 하고....마침 여의도에서 과동기 모임일이라 사우나후 생선회와 특히 멸치회무침을 들며 한잔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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