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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포르트갈 여행 15일차,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 (2023.05.09)

클리오56 2023. 5. 21. 11:43


경로: 숙소 ~ 그라나다의 문 ~ 헤네랄리페 ~ 알카사바 ~ 나스르 궁전 ~ 카를로스 5세 궁전 ~ 정의의 문 ~ 숙소
거리: 9.00km
소요시간: 총 8시간15분(휴식 3시간26분 포함)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의 하나인 알함브라 궁전을 탐방하니 설레는 마음 가득하다. 이슬람의 스페인 지배 8세기 동안의 이슬람 문화의 결정체이며, 무어인의 눈물로 조각한 보석이라고 한다.

알함브라 궁전 탐방시 유의사항으로는 구조상 그늘이 없으며 물과 먹거리, 모자, 썬크림을 준비해야 한다. 게다가 여권 원본 지참이 필수이다. 배낭은 40×40 이하 사이즈. 그리고 나스르 궁전 예약시간을 잘 지켜야하는데, 이날 헤매는 한국 여성을 만났는데 남은 시간 20여분도 되지 않는데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황중이었다. 택시를 타고왔다는데 공사중이라 도로 일부가 통로 차단되어 미리 내렸다는 것. 나도 초행이라 조언할 처지가 아니었다.

이날의 긴 탐방을 바둑 복기하듯 기억을 더듬어 풀어보겠다. 숙소를 나와 일단 그라나다의 문(Puerta de las Granadas)을 목표로 잡는다. 그리고 이야기의 많은 부분들을 '가고 싶다, 그라나다'(글 신양란, 사진 오형권, 출판 지혜정원)에서 인용했음을 밝혀둔다. 또한 '스페인 예술로 걷다'(글 강필 지음, 출판 지식서재)도 도움이 되었다. 

이 문은 1536년경 세운 석조 아치로  찰스 5세 궁전의 건축가가 만든 제국의 방패가 있다. 문 위쪽의 박공 부분에 석류(그라나다 상징)와 쌍두 독수리(찰스 5세 황제 상징)가 있다.


그라나다 문에서 길은 세 갈래로 나뉜다. 우리는 맨우측의 경사진 길을 택했다. 돌아올 때는 맨 좌측길을 이용하여 오가며 만나는 볼거리를 놓치는 것 없도록 하였다. 중간길은 차량들이 이용한다.

숲길을 이어가다 길을 약간 비틀어 Ángel Ganivet Fountain(앙헬 가네비트 기념비 및 분수)를 보러갔다. 스페인은 1898년 미국과의 전쟁에 패하면서 마지막 남은 식민지를 빼았겼다. 필리핀/괌/푸에르토리코를 미국에 넘기고 쿠바 독립에 동의하며, 무기력한 현실에서 사회개혁의 필요성을 느낀 당시의 개혁인들을 98세대라하며 그라나다 출신의 작가 앙헬 가네비트는 그 선구자였다.

개혁 선구자의 흉상이 바라보는 청동상은 어떤 모습인가? 숫염소의 뿔을 도전적으로 붙잡고 있는 벌거벗은 운동선수의 청동상이다. 혹자는비합리성에 대한 지성의 지배를 상징하는거라고, 또 어떤 이는 자연에 대한 지식과 통제의 힘을 얻기 위해 그 염소에 도전하고 싸우는거라고. 또 다른 해석은 숫염소는 인간의 힘에 저항하여 자유를 위해 고통받는거라고. 어떤 해석이든 각자의 몫, 다만 생각은 해보자~


입구에 당도하니 긴줄이 두개 이어졌는데 그룹 줄과 개인 줄이다. 개인줄에서 대기하였고, 여권 원본을 확인하는데 암표 근절을 위해서이다. 이러한 확인은 나스르 궁전, 알카사바, 카를로스 5세 궁전 입장 때도 매번 반복되었다.

헤네랄리페(Generallife)는 낙원의 정원(젖과 꿀이 흐른다)이란 뜻으로 술탄의 여름 별장으로 사용되던 정원이다.13세기에 지어졌고 이후 재정비되었다. 아치형 분수, 예술적 조경, 별궁 중앙의 아세키아의 정원은 이슬람 양식과 스페인 양식을 대표하는 정원이다. 정원 회랑의 창을 통해 구시가지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처음 마주하는 정원은 헤네랄리페 새정원으로 그라나다 왕국 당시에 조성되지는 않았지만 전체 분위기는 별로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는 평이다.


14세기에 지어진 아세키아 중정(Court of the water channel)은  관개용 수로의 뜻으로 헤네랄리페의 심장이다. 24개의 분수 물줄기의 영롱한 물소리에서 영감을 받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작곡되었다. 바람이 잘 통하는 언덕에 위치하며, 이곳 전망대(Mirador)에서 정교한 아라베스크 문양이 새겨진 아름다운 아치 너머로 보이는 알함브라 궁전을 감상할 수 있다. 남북 파빌리온을 연결하는 회랑의 아치 안쪽을 보면 이사벨의 멍에와 페르난도의 화살을 그린 흔적들이 있다. 알함브라는 아랍어로 붉은 궁전의 뜻이니, 붉은 벽돌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궁전에는 어디든 물이 존재한다, 사막에 살던 이슬람인들에게 물은 삶의 원천인 동시에 권력이었다.

페르난도의 화살


제왕의 홀(Sala Regia)은 수로의 안뜰 머리 부분으로 홀의 전면에는 5개의 연속 아치가 있다. 가운데는 더 넓으며 뒤로 들어가는 3중 아치 프레임을 잡아준다. 벽과 천장을 장식하는 이슬람 양식의 무늬들이 디테일하고 화려하기 이를데 없다. 

 
술타나의 중정: 아세키아 중정에서 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 아담한 정원이다. 술타나(후궁)의 사랑을 목격한 사이프러스 나무는 고사목이 되었다. 후궁과 신하가 몰래 나눈 사랑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물길을 끊어 말려 죽인 커다란 고사목, 수령 700년이란다. 

 
조금 오르면 전망이 확트여 궁전과 시내가 조망된다. 

 
술타나 정원 위쪽으로는 수로를 양쪽으로 낀 계단이 있다. 시에라네바다 산의 물을 궁전 곳곳으로 공급하는 물길이다. 헤네랄리페의 참된 가치는 건물이 아니라 물의 이용에 있다. 

 
이제 헤네랄리페를 떠나는 시간이 되는데 헤네랄리페 새정원을 거쳐 파라도르 데 그라나다 방향으로 이어진다.

 
Gate of the Seven Floors의 담벼락 너머 만년설이 보인다

 
헤네랄리페 관람을 마치고 알카사바로 이동한다. 도중에 만나는 파라도르 데 그라나다는 독특한 국영호텔로 알함브라 궁전 안에 위치해 있다. 건물안에 예배당이 보존되어 있다는데, 그라나다에 왕실 예배당이 완공되기 전에 이사벨 여왕 부부의 유해가 이곳에 임시로 안치되었다. 

 
알카사바(Alcazaba)로 가기 위해서는 와인문(Puerta de Vino)을 통과한다. 1556년 이곳에서 포도주를 팔도록 허용했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아치의 타일과 정교한 문양은 이슬람 스타일의 문양으로 아름답게 장식되었다. 드뷔시가 포도주의 문을 작곡했으며 이 사실을 알리는 표시가 붙어있다.

 
알카사바(Alcazaba)는 제일 오래된 성채로 군인 거주지 흔적(퍼레이드 운동장과 막사)이 있으며, 꼭대기 망루(Torre de la Vela, 벨라의 탑)는 조망처로 그라나다의 전경(특히 알바이신 지구)을 조망한다. 집터에 소용돌이처럼 파고들어간 원형 지하 감옥이 있는데, 죄수가 탈출 성공하더라도 군인들의 집앞으로 나오게 되는 셈이다. 

와인문을 통과하면 나타나는 시원하게 펼쳐진 광장이 알히베스 광장(혹은 저수 광장)이다. 작은 출입구가 알카사바로 들어가는 출입문으로 우측 경배타워와 좌측 전망타워(부서진 탑)가 보인다. 

 
우선 우측으로 동선이 시작하는데 계단으로 작은 원형의 탑(Torre del Cubo: 앞쪽으로 튀어나온 듯 서있는 반원형의 탑)에 오르면 나스르 궁전과 카를로스 5세 궁전의 전체 모습이 조망된다. 

 
무기의 문을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공간이 나오고, 숙소, 무기고 등의 건물터가 남아있는데 아르마스 광장이다.

아르마스 광장

지하감옥

 
벨라 탑은 알카사바에서 가장 높은 탑이다. 그라나다 시내, 알바이신 지구, 시에라네비다의 만년설 설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1492년, 그라나다를 함락시킬 때 이사벨 1세와 페르난도 2세의 양왕은 바로 이자리에 그들을 상징하는 기를 내걸었다. 지금은 4개의 기, 즉 유럽연합, 스페인, 안달루시아주, 그리고 그라나다 기가 휘날린다.  

 
알카사바 관람도 마치고 3시로 예약된 나스르 궁전 관람을 기다리며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물이 귀했던 이슬람은 도처에 물이 흐른다. 하지만 치솟는 분수의 유럽 스타일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조용히 흐르는 물길이다. 


나스르 궁전(Palacios Nazaries)은 티켓에 정해진 시간에 맞춰 입장하는데, 예매할 때 지정된다. 가방은 반드시 앞으로 메야 한다, 유물의 보호를 위해서. 나스르 궁전에서 주목해야 할 여러 사항들을 페이퍼에 잔뜩 적어갔지만 정작 이곳에서는 한 번도 펴보질 못했다. 겉보기에는 붉은 벽돌의 수수한 궁전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너무나 황홀하고 매혹되어 그저 쳐다보기만 할 뿐, 눈으로 마음으로 담기에 열중할 뿐. 

메수아르 궁(Mexuar)은 왕의 집무실이며, 한쪽은 미흐랍 기도실(가장 정성들여 장식)이 있다. 타일 조각이 화려하고, 작은 분수가 있는 정원이 있다. 타일 장식이 여러 왕가 문장을 표시하며 심지어 합스부르크 가도 있다. 타일이 건물 내구성에 긍정적이라고 한다.
 
헤라클레스의 기둥 타일 장식: 카를로스 5세는 자신의 좌우명을 '플루스 울트라(Plus ultra, 더 멀리 나아가다)로 정하고 자신의 문장에 그 표현을 새겨 넣을 정도로 새로운 세계로 진출하는 것을 장려했다. (라틴어에는 U가 없어 V로 표기) 


메수아르 궁에 입장하면 왼쪽에 작은 파티오가 마추카 중정으로, 건물 중앙에 있는 네모난 형태의 안뜰이다. 마추카는 카를로스 5세 궁전 설계자 이름이다.

메수아르의 방은 왕이 신하를 만나 국정을 의논하던 곳이었으나 나중 건립된 코마레스 궁과 사자의 궁에 그 역할 넘겨주었다. 이후 왕이 백성을 만나 이야기를 듣거나 정의의 문에서 간단하게 판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재판하는 곳으로 사용되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중앙을 가로지르는 난간으로 기독교도들이 예배당으로 사용하면서 성가대가 노래하던 공간이 되었다. 

천장은 목재이며 받치고 있는 기둥과 주두 부분은 정교한 회벽 세공과 오래되어 색이 바랬지만 화려한 색채를 띄고 있다. 천장은 목재를 사용하여 정교하게 조각했으며, 벽면은 회벽 세공을 이용해 아름답게 조각하였고, 하단부는 아줄레호 타일 장식이다. 

벽의 가장 상단은 무카르나스 장식이며,  중앙은 섬세한 회벽 세공으로 기하학적 무늬, 식물 무늬, 캘리그래피(알라만이 승리자다: No victor but Allah), 아래는 다양한 문양의 채색 타일이 있다. 
 
출구 쪽과 입구 쪽에 헤라클레스의 기둥 타일 장식을 볼 수 있는데, 승리자로서 고의적인 훼손이다. 카를로스 5세의 문장, 그리고 스페인 국기에도 반영되었으며, 지금은 달러 지폐에서도 보여진다.

메수아르 방의 장식들

 
메수아르궁의 천장

합스부르크 왕가 문장

 
기도실은 작은 방이라 모르고 지나가기 쉬운데, 벽면의 아름답고 정교한 세공과 아치형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알바이신 지구의 풍경이 멋지다. 기도실은 북쪽으로 향하는데 메카 방향이다. 입구 오른쪽에 미흐랍을 확인할 수 있다. 말발굽 아치 주위를 섬세한 회벽 세공으로 마감했고, 우묵하게 들어간 벽면 장식은 코란의 명문을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표현하였다.

 
황금의 방은 집무실, 천장의 목재 장식에 황금을 사용했기에 황금의 방이라 부른다. 목재 천장의 조각, 벽은 아라베스크 문양의 회벽 세공을 하였다. 중정 분수는 분수라기 보다는 물을 담아 놓은 수반에 가까우며 매우 정적이다. fluted style인데 둥근 물체에 세로로 홈을 새겼다는 뜻이다. 이슬람은 사막 지대 출신이라 물이 귀하여 물이 있고 꽃과 나무가 우거진 곳이 낙원이다. 하여 인공적으로 물을 끌어 들여 낙원의 이미지를 구현하려는 노력이며, 물을 귀하게 여겨 넘치지 않을 정도로 물이 조용히 흐르게 만들었다. 물은 실내 온도를 낮추는 역할도 하였다.  
 
황금의 방 천장, 경사면 구조

 
코마레스 궁(Comares)은 핵심공간으로, 왕의 공식 집무실이다. 코마레스 파사드, 직사각형의 아라야네스 중정(알함브라 궁전의 실질적인 심장)에 비치는 코마레스 궁전의 모습, 코마레스의 탑(Torre de Aomares: 탑의 안쪽은 모카라베스라 불리는 아름다운 종유석 장식으로 꾸민 대사의 방) 등을 살펴본다.

궁으로 들어가는 관문의 파사드는 지붕 바로 아래는 무카르나스 양식의 띠 장식, 그 아래는 쌍둥이 처럼 자리 잡은 창문 주위로 테두리처럼 둘러싼 캘리그래피(정복 기념하는 명문), 출입문 주위는 아름다운 타일로 장식하고 그 바깥은 코란 구절을 기록한 섬세한 회벽 세공 명문이 있다. 왼쪽 문으로 입장한다.

아라야네스 중정으로 나가기 전에 벽감 하나는 술탄 경호원들이 있던 자리이다. 중정은 물, 대기, 식물을 모티브로 꾸민 전형적인 정원으로, 중앙 연뭇은 사막 오아시스 느낌이다. 훗날 인도 타지마할의 모델이 되었다. 연못 양쪽으로 아라야네스 나무가 심겨져있는데, 도금양(은매화), 영어로는 Myrtles이다.
 
중정 북쪽으로는 일곱 개의 아치 너머로 커다란 탑(코마레스의 탑)이 우뚝 솟으며 이 안에 대사의 방이 있는 왕조의 국정이 이루어지던 핵심 공간이다. 맞은 편인 남쪽에 있는 건물은 술탄의 사적 공간인데, 뒤로 보이는 카를로스 5세 궁전 때문에 대칭 구조가 훼손되었다. 연못의 긴 방향 양쪽의 동서 방들은 술탄의 부인들이 사용하는데 외관이 검박하고 2층으로 여름에는 아래 층, 겨울에는 위층을 사용했다. 남북 건물들은 외벽이 온통 정교한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치장되었다. 코마레스 탑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아치로 형성된 길 양쪽 끝 벽감에 있는 타일 장식들은 알록달록하면서도 앙증맞다.
 
코마레스궁 파사드  

 
코마레스 탑의 천장, 목재 장식

 
술탄을 지키는 경호원들이 있던 벽감. 

 
알함브라 궁전은 그 세밀한 내부장식이 백미이다. 멀리서 대충 보고 지나가기 보다는 장식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배의 방은 대사의 방 들어가기 전 작은 방이다. 천장이 작은 배의 밑바닥 모습이다. 복도 같이 보이는데 실제로는 왕의 여름 침실이다. 배를 연상 시키는 천장에 아름다운 꽃송이를 가득 치장하였고, 나무 조각을 짜 맞춰 천장에 꽃밭을 아로새겼다.  

 
대사의 방(Salon de Embajadores)은 왕이 내빈과 사신 접견 장소로 가장 화려하다. 가로 세로 11미터의 정사각형이다. 이슬람이 카톨릭 국왕부부 이사벨라 여왕과 페르난도 왕에게 항복 선언한 장소이다.

작은 배의 방에서 대사의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하는 아치 문의 양쪽을 살펴보자. 벽감이 있는데 물이 담긴 주전자를 두던 곳이다. 왕을 만나기 위해 먼길을 온 대사들에게 갈증 해소하도록 물을 준비해두었다. 화려한 대사의 방에서 기다리는 동안 대사들은 방의 장식을 보며 저절로 경외감이 들었을 것이다.

이 방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세 아치 창문이 눈에 들어온다. 가운데 창문 앞이 왕의 자리이다. 로프로 펜스한 지역은 바닥이 타일로 장식되었고 '알라만이 승리자다'하는 슬로건이 적힌 방패 모양이 새겨져 있다. 천장은 일곱번째 하늘을 형상화 한 것으로  8천개의 삼나무 조각을 맞추었다. 

대사의 방의 천장

 
펜스로 보호하고 있는 신성한 공간

 
코마레스 탑의 맞은 편인 남쪽에 있는 건물은 술탄의 사적 공간인데, 뒤에 보이는 카를로스 5세 궁전 때문에 대칭 구조가 훼손되었다. 

 
코마레스 탑

 
사자의 궁(Leones)은 왕족의 개인 공간으로 후궁들이 기거했던 하렘이 있다. 가장 예술성이 뛰어나며, 1362~1391년 건설되었다. 

모카라베(혹은 무카라나스)는 멀리서 보면 마치 종유석이 잔뜩 매달린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장식 기법이다. 그런데 오히려 모카라베스 방에서는 모카라베를 찾아보기 힘들다. 1590년 화약고 폭발로 천장이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사자의 중정(Patio de los Leones)은 주변을 124개의 기둥으로 된 회랑이 둘러싼다. 사자 분수는 물시계 역할을 하며, 중앙 수반의 물이 사자의 입을 통해 뿜어져 나오고, 그 물은 다시 중정을 둘러싼 네 개의 방에 물을 공급한다. 수반의 가장자리에는 이븐 잠락의 시구가 새겨져 있다. 사자의 정원에 면하여 3개의 방(아벤세라헤스의 방, 왕의 방, 두 자매의 방)이 있다.

아치 기둥이 만드는 복도, 섬세한 조각의 아치 기둥, 아치웨이의 무카르나스 장식, 아치 위 공간은 빛이 투과할 수 있도록 투조(뒷면까지 도려내 무늬를 나타내는 조각 세공기법) 방식을 택해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점 등을 찾아보는게 포인트이다.

아치 기둥이 만드는 복도

기둥의 섬세한 조각들

 
사자의 중정

아치웨이의 무카르나스 장식

 
아벤세라헤스의 방(Sala de las Abencerrajes)에는 일가 남자 36명이 참수 당했다는 일화가 있다. 8개의 꼭지점을 가진 별 모양으로 천장을 장식하는데, 면 마다 2개의 창이 연결되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환상적인 조명 효과를 가져온다. 사각의 벽과 8각의 별 모양 사이를 잇는 공간은 화려한 무카르나스 양식으로 장식하였다. 바닥에는 12면체의 분수, 천장의 빛이 들어오면 마치 오아시스에 햇살이 부서지는 느낌을 줄 듯하다.
 
왕의 방(Sala del Rey)은 파빌리온(여기도 종유석 모양, 베두인의 천막 모양과 연결하기도)을 통해 입장한다. 복도식 방으로 무카르나스 장식의 천장(확대해서 보면 무수히 많은 작은 벽감들이 겹겹이 쌓인 형태)이 압권이다.

원래 연회실로 사용하다가 기독교 왕조에 의해 예배실로 사용하였는데, 한때는 법정(그래서 정의의 방으로 불리기도)이었다. 복도식 방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세 개의 방 천장에 무어 왕 10명이 그려져 있어 왕의 방으로 불린다. 인물 묘사가 금지된 이슬람에서 극히 예외적이다. 왕이 마사지를 받을 때 왕 외에는 나신의 미녀를 볼 수 없도록 맹인 악사가 음악을 연주했다고 한다.
 
아벤세라헤스의 방 무카르나스 장식 천장

왕의 방 무카르나스 장식 천장

인물 그림

왕의 그림

 
두 자매의 방(Sala de las Dos Hermanas)은 자매처럼 친하게 지내던 두 후궁이 지냈다는데, 화려함의 진가를 보여준다. 왕비가 거주했다고 한다. 팔각형의 도형 안에 모카라베가 석회동굴처럼 겹쳐 올라가며 둥글게 형성되었다. 꼭짓점을 잇는 평평한 선위에 두 개의 창문이 나라히 있다. 벌집 모양의 석고 조각이 천장을 덮고 있는게 종유석 처럼 보인다. 아벤세라헤스의 방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사자의 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듣는다. 벽면 장식이 무척 섬세하고 아름답다. 특히 꽃송이를 연상시키는 벽면 장식은 압권이다. 두 자매의 방 북쪽으로 난, 창 너머로 아담한 정원이 보이는 공간은 포토제닉 포인트이다. 아라베스크 무늬, 모카라베 장식, 채색 타일 아줄레호, 천장에는 나무로 짜인 격자 위에 기하학적 문양의 색유리 장식 등등 아름답다.
 
두 자매의 방의 천장 장식

중첩된 아치

 
린다하라 중정은 다른 중정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기독교식에 가깝다. 기하학적으로 설계한 공간에 인공적으로 가다듬은 나무들, 중앙에는 물이 떨어지는 커다란 분수가 있다. 린다하라 중정이 보이는 복도를 통과하면 알바이신 지구 풍경이 눈이 부실 정도로 멋지다.

카를로스 5세의 방은 카를로스 5세가 신혼여행 왔을 때 이교도 방에 머물기를 꺼려하여 급히 만든 신혼방이다. 이슬람 장식이 배제된 담백한 공간, 하지만 워싱턴 어빙(1783~1859)이 알람브라 이야기를 쓴 곳으로 유명하다.


왕비의 규방은 폐쇄적인 구조의 나스르 궁전 전각 중에서 오히려 가장 개방적인 구조이다. 우아하고 날렵한 아치와 화사한 벽화가 돋보이는 공간이다. 아래 사진의 맨 위층이 그 위치이다.

 
파르탈 정원에서는 파르탈 궁전(정확하게는 포르티코 궁전)과 귀부인탑이 연못에 비치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전면의 5개 아치는 원본으로 나스르 궁전보다 더 오래되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이슬람 사원과 귀족 대저택이 밀집하였다. 800년 연륜의 아치 부분에 집중하면 전면부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무늬, 정교하고 아름답게 나무로 짜 맞춘 천장 장식, 벽면의 정교한 부조와 타일 문양, 아치형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알바이신 지구의 평화로운 풍광이 유니크하다.

 
산타마리아 교회는 단정하면서 우아한 건물이며, 내부도 아담하고 조촐하다. 건물 주변으로 이슬람 유적이 산재하니 패자를 모독하는 기분으로 마음이 불편하다는 평이 많다.

 
카를로스 5세 궁전(Palacid de Carlos V): 카를로스 5세는 알함브라 궁전 보다 더 좋은 궁전을 세우려 했고, 아들 펠리페 2세는 무적함대의 몰락으로 미완성되었다. 르네상스 양식이며, 별로 어울리지 않는 가장 이질적 건축인데, 겉은 사각형, 안에는 원형이다. 회랑을 그리스 신전 형식의 기둥들이 떠받친다. 1층은 스페인-이슬람 국립 박물관(11~16세기에 제작된 히스패닉 아랍 예술품, 14세기 알람브라 항아리가 주목받음), 2층은 예술박물관(16~17세기 예술가들의 회화 작품)이 있다. 

건물 외부는 1층은 우람하고 남성적인 느낌이며, 2층은 섬세하고 여성적인 느낌이다. 내부 기둥은 1층은 도리아식, 2층은 이오니아식, 외부는 코린트식이다.

중앙출입구 양쪽 하단부에 헤라클레스 기둥의 부조(종려나무 가지를 손에 쥔 승리의 여신 니케가 기둥을 잡고있음)가 있다. 정면 파사드 2층의 둥근 원 안에도 헤라클레스 부조가 있으니, 좌측은 몽둥이로 사자를 때려잡는 장면, 우측은 사자 가죽을 뒤집어쓴 채 황소를 잡는 모습이다. 궁전 외벽에 일정한 간격의 고리(독수리, 사자 모양)는 말 고리이다.

중앙출입구 상단부 좌우에 헤라클레스 부조

중앙출입구 하단부 좌우에도 헤라클레스 부조

말고리

 
알함브라 궁전의 답사를 마치고 이제 밖으로 나간다. 알함브라 숲을 거쳐 그라나다의 문으로 향한다. 

 
Puerta de la Justicia(정의의 문)은 알함브라 궁전으로 들어가는 최초의 문으로 망루의 기능을 한다. 이슬람 시대에 간단한 민원 처리하여 정의의 문이라 불린다. 아치 위의 손바닥 모양은 마호메트의 딸 파티마의 손으로 천국의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한다. 맨 아래 열쇠는 천국의 문을 여는 열쇠를 상징한다. 안쪽 아치 위에는 성모자 상이 있고, 그 아래에 이사벨의 멍에, 페르난도의 화살, 요한의 독수리가 있다.

 
세월이 흘렀다지만 초라한 모습의 워싱턴 어빙을 기념하는 비 혹은 수도?

 
Pilar de Carlos V(카를로스 5세의 기둥)은 분수대 기능을 한다. 쌍두독수리, 석류, 헤라클레스 기둥, 부르고뉴 십자가 등 상징물이 부조되었다.

 
워싱턴 어빙의 동상: 알함브라 궁전을 세상에 알린 소설가

 
그라나다의 문으로 되돌아왔다. 이날 알함브라 궁전을 위해 온 하루를 정성껏 보냈다. 도보 거리 9km, 시간으로는 8시간 15분. 하지만 평생의 추억으로 기억남을 듯~ 다만 스마트폰의 카메라 문제로 인하여 좋은 사진을 남기지 못했음이 천추의 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