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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포르트갈 여행 18일차, 몬세라트/시체스(2023.05.12)

클리오56 2023. 5. 18. 23:35


경로: 스페인 광장 ~ 몬세라트 수도원 ~ 검은 성모상 ~ 산 미구엘 전망대 ~ 합창단 관람 ~ 시체스 ~  스페인 광장
거리: 128.94km (전용버스 이동 포함)
소요시간: 총 12 시간 (휴식 4시간 24분 포함)

몬세라트의 산군은 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꼭 가보고 싶었고 마침 시체스와 함께 엮어 마이리얼리티에서 교통편을 판매중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호 가이드에 대한 호평이 마음을 끌었다. 하여 거의 한달전에 미리 예약해두었다. 이번 3주간의 여행중 유일하게 가이드를 받는 케이스이다.

오늘은 엄청난 행운이 따랐다. 바르셀로나를 떠나 몬세라트로, 몬세라트에서 시체스로, 다시 시체스에서 바르셀로나로 이동할 때, 이 세번의 이동중 비가 상당 내렸지만 정작 우리가 버스에서 내려 투어중에는 좋은 날씨. 검은 성모님을 만나는 날이라 그 은총을 받은 덕분이라 생각.
 
몬세라트 수도원에 관한 많은 정보를 지혜정원 출판의 글 신양란, 사진 오형권 저술의 '가고 싶다, 바르셀로나'에서 인용했음을 밝혀둔다.  

몬세라트(Montserrat)는 바르셀로나 북서쪽 56km에 위치한 해발 1,236미터의 산군으로 톱니모양의 산이란 뜻이다. 금강산 1만2천봉이라지만 몬세라트는 무려 6만 봉우리.

8백만년전 지각변동으로 생긴 약 6만개의 봉우리, 뾰족한 암봉 그리고 기암에 둘러싸인 베네딕트 수도원은 카탈루냐 사람들의 영혼이다.


수비라치의 돌벽화이다. 종탑 아래 축대벽의 부조 작품으로 사인이 2군데있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그리스 신화의 아리아드나의 혼돈된 삶, 그런 미로 같은 삶에서의 구출을 얘기한다고. 전령의 신 헤르메스의 지팡이에 나오는 뱀은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넘나드는 것을 상징. 옆의 8등신은 이상적인 비율의 발견에 깃든 신성과 인간 과학의 융합에 대한 표현이라고. 귀국해서 좀더 찾아봐야겠다.


운좋게도 산 조르디 조각상도 눈에 띄었다. 무장한 기사가 칼을 짚고 서 있는 모습. 바실리카로 가는 계단을 다올라와서 맞은 편 건물 축대에 위치한다. 역시 수비라치의 작품이다. 영어로는 세인트 조지로 사악한 용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한 용감한 인물이며, 바르셀로나에서는 공주를 구한 4월23일을 산 조르디의 날로 하여 남자가 여자에게 붉은 장미꽃을 선물한다.  눈을 쳐다보면 눈이 따라 온다, 우리를 보호해주기 위해서이다.


몬세라트 수도원은 해발 725미터, 1025년 최초 건축되었고, 성당, 미술관, 박물관, 레스토랑 등의 건물로 이루어졌다. 수도원의 정식 이름은 '베네딕트 수도회 소속의 산타 마리아 수도원', 그 앞은 산타 마리아 광장이다. 


바실리카 입구에 가톨릭 정신을 상징하는 4개 나무가 나란히 심겨져 있다. 종려나무(순수, 순결), 사이프러스(영속), 올리브(인내), 그리고 월계수(지혜)이다.

아치 문을 통과하면 바실리카 앞에는 다시 아트리움(안뜰)이라는 작은 광장이 있다. 아트리움 바닥의 무늬와 갈색선을 높은데서 보면 한 송이 꽃이라고 한다. 가운데 둥근원에는 여러 종류의 물고기와 수초를 표현하는데, 이는 물로 이루어진 세례의식을 상징하며, 샘의 변형된 형태로 보며, 혹은 우주의 배꼽이다.


여기서 정면을 보면 바실리카 파사드의 위용이 드러난다. 파사드에는 예수와 12제자상이 조각되었다.

 
예수와 열두 제자상: 유다(돈주머니). 빌립보(십자가), 도마(창), 시몬(톱), 작은 야고보(몽둥이), 베드로(열쇠와 거꾸로 된 십자가), 예수, 요한(젊은 모습과 책), 마태(책과 칼), 바르톨로메오(살가죽을 벗겨낼 때 사용한 칼), 안드레아(X자형 십자가), 디대오(도끼), 큰 야고보(책)


아트리움에서 산타 마리아 광장으로 나갈 때 문 양쪽의 조각상은 성 요셉과 소년 예수, 그리고 세례자 요한이다.


검은 성모 마리아상 (라 모레네타, La Moreneta)은 목각상으로 성모의 손을 만지며 기도하면 소원성취한다. 계단 오르는 중 천사의 문을 통과하는데, 위는 하나님을 생각하는 마리아, 좌는 낙원추방, 우는 수태고지라고 책자에서 보았지만, 줄이 길어 인파가 북적거리니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성모 마리아상 곁에는 가드가 사진은 하나만 찍고 빨리 진행하라는 재촉을 한다. 뒤의 예배당은 가우디가 알바시절에 참여한 작품이라는 소개를 세계테마기행에서 보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듯하다.


검은 성모상을 대하고 나오면 수많은 기원의 촛불이 있는 아베 마리아의 길을 지난다. 특히 꽃병과 검은 성모상을 표현한 그림 타일이 많은데,  초의 색깔로 기원하는 바가 다르니 초록색 건강, 붉은 색 사랑 등등...


아베 마리아 길을 따라 내려오다 왼쪽에 보이는 날개가 있는 조각상은  대천사 가브리엘 상이다. 가브리엘은 대개 마리아에게 수태고지 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제 바실리카 내부로 진입한다. 벽에 걸린 등불이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으며 하나하나가 다 아름답기 그지없다. 1시에 소년 합창단 공연을 예약해두었으니 그때 다시 성당 내부에 들어올게다.


12시반까지 주어진 자유시간 동안 산 미구엘 전망대의 십자가를 다녀오기로 하고 짧은 트레킹을 시작한다. 십자가와 인근 예배당까지하여 왕복 2.5km이고 잘 포장되어 있어 왕복 1시간이면 넉넉하다.


이날은 날씨가 좋아 아래의 수도원은 물론이고 프랑스 국경인 피렌체 산맥, 그라고 바르셀로나 앞 지중해 바다까지 조망되었다.   

 
산 미구엘 전망대의 십자가는 수바리치 작품이라니 몬세라트 구석구석에 온통 그의 작품이다.


위쪽 방향을 몇분만 가면 작은 예배당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원형으로 트레킹 이어가고 싶지만 여기까지.


다시 수도원으로 향하는 중 산 미구엘 십자가도 찾아냈다. 역시 수비라치의 작품으로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암석을 결합하여 만든 모양이 다소 특이하다. 산 미구엘은 영어식으로는 대천사 미카엘이다. 기독교에서 천상군대의 우두머리로 생각되고 특히 악마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에 때로 기사들의 수호신으로 숭배된다. 죽음의 천사로도 인식되는 이유는 그의 역할 중 하나가 최후의 심판 때 죽은 영혼을 위해 변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십자가의 삼면에 여러 문자가 새겨져 있는데 아쉽게도 한글은 없다.


1시에 에스콜라니아 소년 합창단 공연이 예약되어 다시 수도원으로 입장하였다. 세계 3대 소년 합창단의 하나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있다 하니 귀한 기회이다.


라몬 율 기념비(Ramon Llull): 나선형을 그리며 올라가는 8개의 계단이며, 일명 천국의 계단으로도 불리운다. 라몬 율은 카탈루냐어로 된 철학서를 최초로 집필한 철학자이자 작가이다. 라몬 율은 우주가 돌, 불꽃, 식물, 짐승, 인간, 천국, 천사, 신의 여덟 단계로 이루어졌다고 생각. 수비라치가 그를 기념해 1976년 만들었다. 수비라치 특유의 정형화된 간결함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벼랑 끝과 위로 오르는 힘. 그 역설적 표현 앞에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이성호 작가의 평) 이곳 역시 산 아래 풍경 감상하는 최고의 뷰 포인트이다. 

 
라몬 율 기념비 곁에 카탈루냐 독립운동 기념비가 있었다는데 미처 살펴보질 못했다. 젊은이가 깃발을 품고 있는 조형물로 1714년 9월11일 자치권을 상실한 것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또한 몬세라트 출발의 산티아고 순례길 출발점 표지가 있는데 얼핏 본 듯하다, 다만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다. 구글 지도에서 캡쳐한 사진이다.

 
이제 시체스(Sitges)로 이동한다. 바르셀로나 ~ 타라고나의 100km 황금해안의 중심도시이자 고급휴양지이다. 예술가들이 모이면서 스페인 모더니즘의 발상지가 되었다. 하얀 외벽과 파란색 창문, 발코니에 걸린 알록달록 작은 화분들은 그리스 산토리니 분위기를 자아낸다.

Sant Bartomeu i Santa Tecla de Sitges 성당은 일몰 감상 명소로 유명하며 발레아레스해가 내려다보이는 세련된 테라스를 갖춘 바로크 양식 성당이다.

 
San Sebastian beach를 거쳐 Ermita de San Sebastián 예배당까지 산책하였다. 

Ermita de San Sebastián 예배당

가이드를 따르는 하루라 편안한 마음으로 몬세라트와 시체스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개인으로 일정을 짠다면 결코 하루만에 이룰 수 없는 여정을 전용 버스를 이용하여 당일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