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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 영웅들의 이야기: 강연 김헌 (2022.5.8)

클리오56 2022. 5. 8. 09:34

1. 강연: 서양 고전학자 김헌 (서울대 인문학 연구원 부교수)

- 최강 1교시, 캐내네 스피치, 2021.1.3

- 대표저서: '그리스 문학의 신화적 상상력', '인문학의 뿌리를 읽다'

 

2. 신들의 이야기 촛점

<네번째 권력자 제우스: 올림포스 12신 체제를 구축하며 영원한 권력과 질서를 확립>

*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자리잡아 가는 과정

* 신들은 기성세계의 권위를 타파하는
친부살해의 전통 '파트로크도니아' 속에서 스스로 권력을 쟁취하며 새시대를 개설
3. 영웅들의 이야기
* 헤시오도스(Hesiodos): 고대 그리스 서사시인, 역사가. 신들의 역사 속에서 인간이 처음 나타난 시점은 크로노스 통치시대. 아마도 티타노마키아가 한창일 때 올림포스 신들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해석.
* 첫번째 만든 인간은 황금 종족인데, 인간들이 노동을 하지 않고도 먹고 마시는게 풍족했고 병도 걸리지 않고 늙지도 않고 신처럼 살았다고 한다. 모습은 신과 같고 그 생활도 신과 같았다. 기독교적으로 보자면 에덴 동산과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황금 종족이 사라지고 백은 종족이 나타났으며, 이 백은 종족도 어느 순간 사라지고 청동 종족이 나타났다. 백은 종족과 청동 종족 모두 올림포스 신들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특히 제우스의 주도 아래 창조되었다. 점점 인간들의 가치가 떨어지고 타락하는 느낌. 거기에 정점을 찍은게 바로 철의 종족이다.
* 철의 종족은 전쟁을 일삼아 서로 무기를 들고 상대를 죽이고 사람을 죽이고 그리고 법도 없고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속이고 또 다른 사람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 4개의 종족은 전부 금속으로 표현되었다. 
* 그런데, 청동과 철 사이의 중간 공백에 들어갈 종족이 태어났는데, 그들이 바로 영웅 종족이다. 이 영웅 종족은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종족이다. 그러니까 부모 중에 하나가 신이고 하나는 인간인거다. 이런 점에서 영웅 종족은 반신반인이다. 황금, 백은, 청동, 철의 종족은 자기네들끼리 사랑을 나눠서 자식을 낳거나 최초의 인간은 제우스 혹은 올림포스 신이 만들어준다. 유독 이 영웅 종족만은 신이 인간과 사랑을 나누며 태어낳다.
- 강대진(72~78쪽): 여자가 만들어지는 과정
*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주었고, 속임수를 사용하여 쓸모없는 뼈를 좋은 기름에 싸서 제우스에게 바쳤다. 이에 제우스가 생각한 보복책이 여자를 만드는 것이었다(이전에는 남자들만 있었음). 제우스의 명에 따라 헤파이스토스가 여성을 만들고, 여러 신들이 이 여성에게 선물을 주므로 이름이 판도라(Pandora: pan은 모든, doron은 선물), 선물은 남자의 마음을 호리면서 교활한 짓을 꾸미는 성품(일종의 사랑스런 재앙). 또한 단지를 주는데 여기에는 온갖 질병, 불행, 고통이 가득했는데, 판도라가 이 단지를 열어서 인간은 괴로운 삶을 살게되었다는 것. 기이한 것은 이 판도라를 받아들인 것은 프로메테우스의 형제 에피메테우스(이름 뜻: 나중에 생각하는 자)이다. 형제가 불도 주고 불행도 준 셈. 
 
 
- 트로이 전쟁
* 트로이 전쟁에 많은 영웅들이 참전하고, 전쟁 중 많은 영웅들이 죽었고, 트로이 전쟁 이후 영웅이 사라졌다. 영웅 종족은 청동 종족 시대에 잠깐 나타나서 철의 종족 시대까지 살다가 트로이 전쟁으로 멸종하였다.
* 영웅 종족은 한쪽이 신이고 한쪽이 인간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신에게서 받은 어떤 능력과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영웅 종족은 갖지 못한 신의 능력과 영원불멸에 대한 욕망을 품어 신의 영역에 끊임없이 도전하지만, 결국 인간의 한계를 갖기 때문에 그 한계에 부딪혀 몰락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
* 기독교적으로 보면 이런 영웅이 딱 한 명 있는데, 바로 예수이다. 왜냐하면 예수님도 인간 마리아와 성령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 그리스 로마인들은 예수라는 인물이 유대인의 영웅이라고 해석을 했을 것이다. 그리스 로마인들은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나면 영웅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 영웅다운 영웅
* 꽃, 예술, 의술, 예지력의 신 아폴론이 테살리아의 공주 코로니스와 사랑을 나눠서 아이를 갖게 되는데, 코로니스는 아폴론이 신인 것을 알고 나는 점점 늙고 그리고 언젠간 죽을텐데 아폴론은 영원한 젊음을 가진 신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 나를 미워하고, 나에게 권태감을 느끼고, 나를 버릴 것이다라고 생각해서 코로니스는 자신과 함께 늙어갈 다른 남자와 또 사랑을 나눈다. 아폴론이 이 말을 듣고 분노가 치솟아서 그 현장에 달려가 화살로 코로니스를 쏴 죽인다.
*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의 최고 영웅이지만, 이 전쟁에서 아킬레우스는 죽는다. 그리고 많은 영웅들이 여기서 죽고 또 이 전쟁이 끝난 다음에 살아남은 영웅들도 하나씩 하나씩 죽으면서 영웅들이 사라진다.
 
* 트로이가 몰락하는 와중에 트로이를 빠져나온 사람은 아이네아스. 그는 트로이의 왕족 출신이었고 굉장히 용맹스럽고 지혜로운 전사이자 영웅이었다. 처음에는 트로이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하면서 칼을 들고 마지막 결전을 벌였다. 그렇지만 비너스 여신(아프로디테 여신)이 아이네아스에게 넌 여기서 이러지 말고 너의 가족을 챙기고 살아남은 트로이의 유민들을 데리고 새로운 트로이를 건설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래서 아버지를 어깨에 짊어지고, 아들을 데리고 아내를 이끌고 그리고 뒤에는 수많은 유민들을 이끌고 불타는 트로이를 탈출한다.
 
 
* 아이네아스는 흩어졌던 유민들을 이끌고 새로운 트로이를 건설하기까지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그렇게 멸망한 트로이를 빠져나온 아이네아스는 배를 타고 8년이 넘게 바다를 떠돌고 여기저기 헤매다가 마침내 이탈리아 중부에 도착한다. 아이네아스가 이탈리아 중부에 세운 나라는 나중에 로물루스가 세운 로마로 이어진다.
 
* 로물루스는 티베리스 강에 버러져 늑대 젖을 먹고 자란다. 이 로물루스가 위로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이네아스의 자손이다. 그러나 로물루스 자체는 바로 전쟁의 신 마르스와 여인 레아 실비아 사이에서 태어났다. 로물루스는 이렇게 태생적으로 보면 그 자체가 영웅인데, 레아 실비아의 조상으로 조상으로 올라가면 아이네아스의 혈통에 있다.
 
* 로물루스는 늑대의 젖을 먹고 자라 나중에 로마를 건설한다. 이 로마가 바로 아이네아스가 세우려고 했던 그 새로운 트로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졌을까?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가 세운 작은 도시 국가 로마가 이후 나라를 확장하고 넓혀가면서 마침내 강국 그리스와 일전을 벌인다. 로마가 작은 나라를 시작할 때 그리스는 알렉산더 대왕을 비롯해서 많은 탁월한 지도자들의 영도하에 어마어마한 제국을 건설하면서 지중해 최강국의 자리에 있었다. 바로 그 그리스를 로마가 제압하고서 로마제국을 건설한다.
 
* 그런데 이때 로마인들은 자신들의 신화가 너무 초라했다. 로물루스로부터 시작되는 신화만으로 로마의 건국 신화를 완성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그리스를  정복 후 그리스의 문명 수준에 열등감을 느낀 로마인들은 어떻게 하면 그리스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여러 시인들과 역사가들이 자료를 찾아서 만들어낸 이야기가 바로 아이네아스 이야기이다. 트로이는 바로 그리스인들과 맞서서 10년간 함락되지 않았던 강국이었고, 그리고 오디세우스의 목마 작전이라는 일종의 꼼수를 써야만 가능했던, 즉 정통적인 방식으로는 쉽게 함락시킬 수 없었던 트로이라는 그 강국의 아우라를 로마인들은 자신의 신화로 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로마를 건설한 영웅 로물루스의 이야기에 트로이 전사 아이네아스의 이야기를 연결시킨 것이다.
 
* 트로이 전쟁 이후에는 영웅들이 더 이상 태어나지 않았다고 전해지는데, 어떻게 보면 트로이 전쟁이 신화와 역사의 경계선 쯤 서있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전에 신화로 설명하던 사람들이 트로이 전쟁 이후에는 역사에 눈을 떴던 것이다. 그래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바람에 신화는 신화로서의 가치를 가지면서 더 이상 역사 속으로 스며들지 못했다. 
 
- 알렉산드로스 대왕
* 하지만 이후 그리스와 로마의 위대한 정복자, 위대한 지도자들이 신화를 역사속으로 끌어들이면서 자신의 통치를 정당화하는데 이용했다. 그리스 쪽으로 말하자면 아킬레우스의 혈통이라고 전해지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나온다.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 제국이 그리스를 위협할 때 어떻게 하면 저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그리스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사람이었다. 이때 생각해낸게 내가 제 2의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다고 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을 한다.  실제로 알렉산드로스의 어머니가 올림피아스의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아킬레우스가 있다고 한다. 즉 아킬레우스의 자손이 바로 알렉산드로스였던 것.
* 알렉산드로스는 트로이 전쟁의 최고 전사 아킬레우스가 나의 조상이다, 이런 얘기를 퍼뜨리면서 지금도 얼마든지 페르시아 제국을 정복할 수 있다, 페르시아 제국 정복은 제 2의 트로이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제 2의 아킬레우스가 되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 이렇게 장담을 한다. 그리스인들은 알렉산드로스의 이야기를 믿고 그를 따라 페르시아 원정에 나섰다. 알렉산드로스는 BC 334~323년 10년 동안 동방원정을 통해 페르시아 제국을 정복하였다. 
 
- 아우구스투스 황제
* 한편 로마 신화 쪽으로 가본다면, 아이네아스는 트로이의 마지막 보루였다. 불타는 트로이를 버리고 새로운 트로이를 건설하기 위해서 아버지와 아들을 데리고 그리고 유민을 거느리고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섰다. 아버지의 손에는 식량 저장고의 신 페나테스 신상을 들고 있다.  
 
 
*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트로이 전쟁을 자신의 권위에 접목시킨 두 역사적 인물, 알렉산드로스와 아우구스투스라는 인물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어떻게 보면 절정에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신화에서 역사로 이어지는 그 맥락 속에서 신화를 활용했던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