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영웅들의 이야기
-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의 역사 속에서 인간은 언제쯤 등장하는가? => 인간의 역사
* 헤시오도스(Hesiodos): 고대 그리스 서사시인, 역사가. 신들의 역사 속에서 인간이 처음 나타난 시점은 크로노스 통치시대. 아마도 티타노마키아가 한창일 때 올림포스 신들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해석.
* 첫번째 만든 인간은 황금 종족인데, 인간들이 노동을 하지 않고도 먹고 마시는게 풍족했고 병도 걸리지 않고 늙지도 않고 신처럼 살았다고 한다. 모습은 신과 같고 그 생활도 신과 같았다. 기독교적으로 보자면 에덴 동산과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황금 종족이 사라지고 백은 종족이 나타났으며, 이 백은 종족도 어느 순간 사라지고 청동 종족이 나타났다. 백은 종족과 청동 종족 모두 올림포스 신들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특히 제우스의 주도 아래 창조되었다. 점점 인간들의 가치가 떨어지고 타락하는 느낌. 거기에 정점을 찍은게 바로 철의 종족이다.
* 철의 종족은 전쟁을 일삼아 서로 무기를 들고 상대를 죽이고 사람을 죽이고 그리고 법도 없고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속이고 또 다른 사람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 4개의 종족은 전부 금속으로 표현되었다.
* 그런데, 청동과 철 사이의 중간 공백에 들어갈 종족이 태어났는데, 그들이 바로 영웅 종족이다. 이 영웅 종족은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종족이다. 그러니까 부모 중에 하나가 신이고 하나는 인간인거다. 이런 점에서 영웅 종족은 반신반인이다. 황금, 백은, 청동, 철의 종족은 자기네들끼리 사랑을 나눠서 자식을 낳거나 최초의 인간은 제우스 혹은 올림포스 신이 만들어준다. 유독 이 영웅 종족만은 신이 인간과 사랑을 나누며 태어낳다.
- 강대진(72~78쪽): 여자가 만들어지는 과정
*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주었고, 속임수를 사용하여 쓸모없는 뼈를 좋은 기름에 싸서 제우스에게 바쳤다. 이에 제우스가 생각한 보복책이 여자를 만드는 것이었다(이전에는 남자들만 있었음). 제우스의 명에 따라 헤파이스토스가 여성을 만들고, 여러 신들이 이 여성에게 선물을 주므로 이름이 판도라(Pandora: pan은 모든, doron은 선물), 선물은 남자의 마음을 호리면서 교활한 짓을 꾸미는 성품(일종의 사랑스런 재앙). 또한 단지를 주는데 여기에는 온갖 질병, 불행, 고통이 가득했는데, 판도라가 이 단지를 열어서 인간은 괴로운 삶을 살게되었다는 것. 기이한 것은 이 판도라를 받아들인 것은 프로메테우스의 형제 에피메테우스(이름 뜻: 나중에 생각하는 자)이다. 형제가 불도 주고 불행도 준 셈.
- 트로이 전쟁
* 트로이 전쟁에 많은 영웅들이 참전하고, 전쟁 중 많은 영웅들이 죽었고, 트로이 전쟁 이후 영웅이 사라졌다. 영웅 종족은 청동 종족 시대에 잠깐 나타나서 철의 종족 시대까지 살다가 트로이 전쟁으로 멸종하였다.
* 영웅 종족은 한쪽이 신이고 한쪽이 인간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신에게서 받은 어떤 능력과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영웅 종족은 갖지 못한 신의 능력과 영원불멸에 대한 욕망을 품어 신의 영역에 끊임없이 도전하지만, 결국 인간의 한계를 갖기 때문에 그 한계에 부딪혀 몰락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
* 기독교적으로 보면 이런 영웅이 딱 한 명 있는데, 바로 예수이다. 왜냐하면 예수님도 인간 마리아와 성령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 그리스 로마인들은 예수라는 인물이 유대인의 영웅이라고 해석을 했을 것이다. 그리스 로마인들은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나면 영웅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 영웅다운 영웅
(1) 디오니소스
* 제우스와 인간 세멜레 사이에서 디오니소스가 태어났다. 세멜레는 최고의 신 제우스를 모시는 여사제로 알려졌는데, 제우스가 자신의 신전에서 본 세멜레가 너무 아름다워 인간의 모습을 하고 세멜레에게 접근해서 둘이 사랑을 나눠서 아들 디오니소스를 낳았다. 이를 질투한 헤라는 디오니소스를 계속 괴롭히고 광기를 불어넣었고, 디오니소스는 헤라의 핍박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견뎌냈으며, 태생의 한계를 넘어 신으로 거듭났다.
* 디오니소스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농사와 포도 재배하는 법, 술 제조법 등을 인간에게 전파하였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 디오니소스는 그런 점에서 충실한 영웅이었고, 그 영웅에서 신으로 거듭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 꽃, 예술, 의술, 예지력의 신 아폴론이 테살리아의 공주 코로니스와 사랑을 나눠서 아이를 갖게 되는데, 코로니스는
아폴론이 신인 것을 알고 나는 점점 늙고 그리고 언젠간 죽을텐데 아폴론은 영원한 젊음을 가진 신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 나를 미워하고, 나에게 권태감을 느끼고, 나를 버릴 것이다라고 생각해서 코로니스는 자신과 함께 늙어갈 다른 남자와 또 사랑을 나눈다. 아폴론이 이 말을 듣고 분노가 치솟아서 그 현장에 달려가 화살로 코로니스를 쏴 죽인다.
* 코로니스가 아폴론을 보고 '정말 미안해요, 아폴론님. 그러나 제가 이런 이유로 잘못을 저질렀는데요, 그러나 조금 기다렸다가 저를 죽이지 그러셨어요.' 코로니스는 아폴론의 아이를 잉태하고 있었다. 아폴론은 죽은 코로니스의 배속에서 아기를 발견하고 얼른 꺼내서 켄타우로스 족에게 맡겨서 키웠다. 바로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이며, 지팡이에 뱀이 감긴 엠블렘을 WHO가 사용한다.
* 아스클레피오스는 태생적으로는 영웅 종족의 인간이었지만, 아폴론으로부터 의술의 능력을 물려받았고, 켄타우로스 족의 의술, 궁술, 예술에 능한 케이론에게 의술을 배워 명의로 거듭나 아픈 사람을 고통에서 구해주고 심지어는 거의 죽은 사람까지 살려내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그러자 이 모습을 본 지하의 신 하레스가 제우스에게 불만을 표출하고 원망을 한다. '지금 세상에 아스클레피오스가 계속 사람을 살려내는 바람에 하데스로 내려온 인간이 없다. 사람이 죽어야 나의 왕국도 점점 번성할텐데 아스클레피오스가 그 길을 막고 있다' 이에 제우스는 자연의 이치를 어긋나게 했다는 이유로 아스클레피오스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면서 번개를 내려서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였다. 여기에 대해서 아폴론이 또 항의를 한다. '왜 제 자식을 죽입니까. 제 아들은 고통받는 사람을 살려내는 영웅적 존재입니다. 이 항의가 받아들여져서 제우스가 다시 아스클레피오스를 살려낸다.
* 그렇게 함으로써 아스클레피오스는 태생은 영웅에 불과했으나 제우스의 벼락에 죽은 후 다시 부활해서 신으로 거듭났다. 이런 점에서 아스클레피오스는 태생은 영웅 종족이었으나, 한계를 넘어 신으로 거듭난 존재이다.
* 이 이야기에도 많은 신학자들이 기독교의 예수님과 비교를 많이 한다. 예수님의 행적도 아주 보잘 것 없는 태생 속에서 태어나서 가장 가난하고 약하고 병든 사람들을 돌봐 주면서 치유를 한다. 그래서 죽은 사람도 살려내고 아픈 사람도 살려내고, 이것때문에 결국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한다. 그러나 거기서 죽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부활해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존재로 예수의 이해가 진행되는데, 아스클레피오스의 사례와 너무나 흡사하다. 실제로 그리스인들, 로마인들은 처음으로 기독교를 접하면서 예수의 생애를 들었을 때 예수라는 사람이 아스클레피오스 신인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많은 학자들은 기독교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렇게 비교하면서 유사점을 찾아내고 또 차이점이 무엇인지에 주목한다.
(3) 헤라클레스
* 제우스 신과 알크메네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알크메네는 40대 유부녀로, 암피트리온 장군의 아내였다. 제우스가 알크메네의 미모에 반하여 남편이 전쟁터에 나가자 제우스가 암피트리온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신해서 알크메네에게 접근한다. '전쟁터에 나가신 분이 왜 벌써 돌아오셨나요' 그러니까 암피트리온으로 변장한 제우스가 '당신이 보고 싶어 이렇게 왔어'하며 속여서 밤을 같이 세우고 낳은 아이가 헤라클레스이다.
* 헤라클레스는 사자 가죽을 머리에 쓰고 몽둥이를 들고 있다. 헤라클레스는 영웅 태생으로 태어난 그리스 로마 신화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탁월한 영웅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도덕적이고 훌륭한 인품을 가진 영웅은 아니었다. 굉장히 성격이 포악하고 난폭하고 그리고 행동도 거칠었다. 게다가 헤라클레스는 제우스가 바람을 펴서 낳은 자식이기 때문에 헤라가 가만 두질 않는다. 헤라가 불어넣은 광기로 헤라클레스는 아내와 자식을 전부 죽여버린다.
* 여기까지만 보면 헤라클레스는 도무지 영웅이라고 할 수 없는 존재이다. 신적인 힘을 타고 났는데 그 힘을 사람을 죽이는데 썼으니까. 이 사람이 영웅이 된건 그 이후인데, 이렇게 자기의 아내와 자식을 죽인 죄를 어떻게 하면 씻을 수 있는지를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 신전에서 신탁을 받았더니, 미케네와 티린스의 왕 에우리스테우스의 부하가 되어 12가지 과업을 수행하라는 것이다.
* 그중에는 머리를 자르면 다시 머리가 2배로 생기는 독사 히드라를 물리치는 용맹을 보여주었고, 살인 멧돼지, 식인 야생마, 사자 등 주로 괴물들을 퇴치하는 과업을 수행한다. 당시 자연에 있는 난폭한 야생동물로부터 인간들이 희생되는 것을 헤라클레스가 막아준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과업을 하나씩 하나씩 수행하면서 헤라클레스는 영웅으로 거듭난다.
*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헤라클레스는 새 아내의 오해로 온몸에 독이 퍼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태워 죽게되는데, 불길 속에서 모든 죄가 정화되면서 헤라클레스는 올림포스 신이 되었다.
(4) 테세우스
*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내는 바다의 요정 암피트리테이다. 포세이돈이 아이트라 여인 사이에 낳은 자식은 테세우스로 한 손에는 칼을 들고 한 손에는 황소 머리를 잡고 있다. 황소 머리를 한 괴물은 인간의 몸에 황소의 머리와 꼬리를 지닌 반인반우의 괴물 미노타우로스이다.
* 헤라클레스가 스파르타를 대표한 영웅이라고 한다면,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최고 영웅이다. 당시 그리스 세계를 양분했던 세력이 아테네와 스파르타였고, 기원전 431~404년에는 이 두 나라가 펠레폰네소스 전쟁까지 벌였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가 이렇게 생성되는 과정을 보면 아테네인들은 테세우스, 스파르타인들은 헤라클레스를 존중하는 얘기를 많이 만들어낸다. 테세우스는 크레타 섬에 사는 미노타우르스라는 괴물을 처치하고 아테네의 젊은 남녀를 구하는 영웅이었다.
* 미노타우로스를 언급했는데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제우스와 에우로페인데, 에우로페는 페니키아의 아름다운 공주였고, 그녀에 반한 제우스는 자신이 황소로 변해서 접근하여 그녀를 등에 태우고 바다로 뛰어들고 여러 곳을 헤매다가 크레타에 도착해서 낳은 자식이 바로 미노스이다. 보통 그리스의 첫 번째 문명을 크레타에서 시작된 것으로 얘기하는데 크레타의 왕이 바로 미노스이고, 그 이름을 따서 크레타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그리스 문명을 미노아 문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제우스가 황소로 변해서 에우로페를 태우고 돌아다닌 지역이 유럽이다. 에우로페를 현대식 영어로 읽으면 유럽이다.
(5) 아킬레우스
* 거의 마지막 시대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 아킬레우스이다. 어머니는 바다의 신 테티스, 아버지는 프티아의 왕 펠레우스이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의 최고 전사이다. 테티스가 아들을 낳은 다음에 아킬레우스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불멸의 몸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흐르는 스틱스 강에 아이를 담그는데, 물에 담그다 보니까 어딘가는 잡아야 되었다. 그래서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에만 강물이 닿지 않아 최대의 약점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누군가의 약점을 말할 때 아킬레우스 건이다라고 말한다.
*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의 최고 영웅이지만, 이 전쟁에서 아킬레우스는 죽는다. 그리고 많은 영웅들이 여기서 죽고 또 이 전쟁이 끝난 다음에 살아남은 영웅들도 하나씩 하나씩 죽으면서 영웅들이 사라진다.
* 트로이가 몰락하는 와중에 트로이를 빠져나온 사람은 아이네아스. 그는 트로이의 왕족 출신이었고 굉장히 용맹스럽고 지혜로운 전사이자 영웅이었다. 처음에는 트로이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하면서 칼을 들고 마지막 결전을 벌였다. 그렇지만 비너스 여신(아프로디테 여신)이 아이네아스에게 넌 여기서 이러지 말고 너의 가족을 챙기고 살아남은 트로이의 유민들을 데리고 새로운 트로이를 건설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래서 아버지를 어깨에 짊어지고, 아들을 데리고 아내를 이끌고 그리고 뒤에는 수많은 유민들을 이끌고 불타는 트로이를 탈출한다.
* 아이네아스는 흩어졌던 유민들을 이끌고 새로운 트로이를 건설하기까지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그렇게 멸망한 트로이를 빠져나온 아이네아스는 배를 타고 8년이 넘게 바다를 떠돌고 여기저기 헤매다가 마침내 이탈리아 중부에 도착한다. 아이네아스가 이탈리아 중부에 세운 나라는 나중에 로물루스가 세운 로마로 이어진다.
* 로물루스는 티베리스 강에 버러져 늑대 젖을 먹고 자란다. 이 로물루스가 위로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이네아스의 자손이다. 그러나 로물루스 자체는 바로 전쟁의 신 마르스와 여인 레아 실비아 사이에서 태어났다. 로물루스는 이렇게 태생적으로 보면 그 자체가 영웅인데, 레아 실비아의 조상으로 조상으로 올라가면 아이네아스의 혈통에 있다.
* 로물루스는 늑대의 젖을 먹고 자라 나중에 로마를 건설한다. 이 로마가 바로 아이네아스가 세우려고 했던 그 새로운 트로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졌을까?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가 세운 작은 도시 국가 로마가 이후 나라를 확장하고 넓혀가면서 마침내 강국 그리스와 일전을 벌인다. 로마가 작은 나라를 시작할 때 그리스는 알렉산더 대왕을 비롯해서 많은 탁월한 지도자들의 영도하에 어마어마한 제국을 건설하면서 지중해 최강국의 자리에 있었다. 바로 그 그리스를 로마가 제압하고서 로마제국을 건설한다.
* 그런데 이때 로마인들은 자신들의 신화가 너무 초라했다. 로물루스로부터 시작되는 신화만으로 로마의 건국 신화를 완성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그리스를 정복 후 그리스의 문명 수준에 열등감을 느낀 로마인들은 어떻게 하면 그리스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여러 시인들과 역사가들이 자료를 찾아서 만들어낸 이야기가 바로 아이네아스 이야기이다. 트로이는 바로 그리스인들과 맞서서 10년간 함락되지 않았던 강국이었고, 그리고 오디세우스의 목마 작전이라는 일종의 꼼수를 써야만 가능했던, 즉 정통적인 방식으로는 쉽게 함락시킬 수 없었던 트로이라는 그 강국의 아우라를 로마인들은 자신의 신화로 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로마를 건설한 영웅 로물루스의 이야기에 트로이 전사 아이네아스의 이야기를 연결시킨 것이다.
* 트로이 전쟁 이후에는 영웅들이 더 이상 태어나지 않았다고 전해지는데, 어떻게 보면 트로이 전쟁이 신화와 역사의 경계선 쯤 서있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전에 신화로 설명하던 사람들이 트로이 전쟁 이후에는 역사에 눈을 떴던 것이다. 그래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바람에 신화는 신화로서의 가치를 가지면서 더 이상 역사 속으로 스며들지 못했다.
- 알렉산드로스 대왕
* 하지만 이후 그리스와 로마의 위대한 정복자, 위대한 지도자들이 신화를 역사속으로 끌어들이면서 자신의 통치를 정당화하는데 이용했다. 그리스 쪽으로 말하자면 아킬레우스의 혈통이라고 전해지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나온다.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 제국이 그리스를 위협할 때 어떻게 하면 저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그리스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사람이었다. 이때 생각해낸게 내가 제 2의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다고 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을 한다. 실제로 알렉산드로스의 어머니가 올림피아스의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아킬레우스가 있다고 한다. 즉 아킬레우스의 자손이 바로 알렉산드로스였던 것.
* 알렉산드로스는 트로이 전쟁의 최고 전사 아킬레우스가 나의 조상이다, 이런 얘기를 퍼뜨리면서 지금도 얼마든지 페르시아 제국을 정복할 수 있다, 페르시아 제국 정복은 제 2의 트로이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제 2의 아킬레우스가 되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 이렇게 장담을 한다. 그리스인들은 알렉산드로스의 이야기를 믿고 그를 따라 페르시아 원정에 나섰다. 알렉산드로스는 BC 334~323년 10년 동안 동방원정을 통해 페르시아 제국을 정복하였다.
- 아우구스투스 황제
* 한편 로마 신화 쪽으로 가본다면, 아이네아스는 트로이의 마지막 보루였다. 불타는 트로이를 버리고 새로운 트로이를 건설하기 위해서 아버지와 아들을 데리고 그리고 유민을 거느리고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섰다. 아버지의 손에는 식량 저장고의 신 페나테스 신상을 들고 있다.
* 이게 어쩌면 로마의 이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에게 경건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한다는 이것을 로마의 이념으로 보았는데, 이 이념을 고스란히 가져다가 쓴 사람이 바로 고대 로마 제국의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이다. 실제로 아우구스투스는 로물루스로 시작되는 로마의 신화를 트로이 전쟁으로 연결시켜 로마의 역사를 화려하게 만들었다. 그 선상에서 로마는 결코 보잘것 없는 작은 나라가 아니라 그리스와 경쟁했던 최강국 트로이의 후예들이다,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아이네아스의 후손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하였고, 그 로물루스의 후손 중에 고대 로마제국의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있다.
* 아우구스투스는 자신이 로마제국을 만들고 로마의 황제가 되는 것을 자신의 조상 아이네아스에게 내려진 신의 사명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웠지만 로마가 혼란 속에 있는 것보다는 바로 저런 인물을 통해서 로마가 강국으로 커지는게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그 이야기를 자신들의 신화로 역시 받아들이게 된다.
*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트로이 전쟁을 자신의 권위에 접목시킨 두 역사적 인물, 알렉산드로스와 아우구스투스라는 인물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어떻게 보면 절정에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신화에서 역사로 이어지는 그 맥락 속에서 신화를 활용했던 사람이다.
모든 사람은 자기 삶의 이야기에서 주연을 맡은 영웅이다.
영웅은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특별한 존재인데,
그래서 신적인 능력을 가지고 신적인 영역에 도전하다가 인간의 한계에 부딪혀서 비극적으로 파멸하는 운명을 가졌다.
영웅은 신화 속에 있는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쩌면 신화속 영웅의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인간은 스스로 보기에 한계에 부딪혀 좌절하는 약한 존재라고 여기지만 인간은 한계를 느끼면서도 그 너머를 상상하고 열망하는 한 영웅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계를 직시하면서도 한계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갖고 있다는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소개된 모든 신화적인 인물, 영웅, 자신을 신격화시켰던 알렉산드로스나 아우구스투스는 여러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내 삶에서 나는 정말 주연이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나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내 삶 속에서는 하나의 조연이고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나의 삶의 이야기를 어떻게 끝까지 아름답게 만들어나갈지 고민하며 산다면 누구나 영웅적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내가 나의 삶에서 주연을 맡은 영웅이듯 내 곁에 있는 사람, 내 옆에 있는 친구, 그리고 내 이웃도 그 사람의 삶 속에서는 귀하고 소중하고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우리가 생각한다면 서로를 존중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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