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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이야기 2: 오비디우스 (2022.5.13)

클리오56 2022. 5. 13. 10:53

제 9부 헤라클레스 외

 

1. 아켈로오스와 헤라클레스

* 테세우스는 강신 아켈로오스 집에 머물면서 이마는 어쩌다 다쳤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싸움에 진 것을 몹시 부끄러워합니다만 싸운 상대가 온 세상이 다 아는 영웅 헤라클레스였다는 사실로 위안을 받는다고 답하였다.

* 오이네우스 왕의 딸 데이아네이라 공주를 아내로 맞기 위해 최종적으로 헤라클레스와 아켈로오스가 겨루게되었다. 처음엔 웅변으로 겨루었지만 말빨로는 도저히 아켈로오스를 당해낼 수 없었던 헤라클레스는 "나는 말은 잘 못하는 사람이지만 손 쓰는 데는 자신이 있는 사람이다! 만일에 나와의 싸움에서 네가 이기면 네 말이 맞는 거로 하자!"라고 말하고는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아켈로오스가 힘으로는 안되어 뱀으로 둔갑하지만, 헤라클레스는 뱀 따위는 이미 갓난아기였을때 목 졸라 죽인적이 있어서 무용지물. 황소로 둔갑했을 때는 헤라클레스가 그 뿔 하나를 부러뜨렸다. 이 뿔은 이후 코피아 여신의 축복을 받아 풍요의 뿔, 코르누코피아가 되었다.

 

2. 데이아네이라와 마인 네소스

* 헤라클레스의 아내 데이아네이라를 노리고 있었던 켄타우로스 네소스의 음모 때문에 아내의 손에 의해 히드라의 독에 중독되어 버린 것. 네소스는 데이아네이라를 납치하려다가 히드라의 독화살을 맞고 죽어가면서, 복수를 위해 데이라네이라에게 거짓 사과를 하며 사죄의 표시로 자신의 피를 받아뒀다가 남편의 사랑을 되찾고 싶으면 남편의 속옷에 바르라고 한다. 데이아네이라는 네소스의 피를 받아 보관해 두었다.

 

3. 헤라클레스의 최후

* 소문의 여신 파마(페메)는 헤라클레스가 이올레라는 여자를 사랑한다고 소문을 내고, 이는 아내 데이아네이라의 귀에도 들어간다. 남편의 사랑을 소생시킬 수 있다는 네소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휘드라의 독이 묻은 천 조각을 기워넣은 예복을 헤라클레스에게 입힌다. 독이 녹아 온몸 구석구석으로 녹아들면서 헤라클레스는 옷을 찢어내려하지만 살점만 떨어져 나오고 그의 뼈까지 독물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스스로 오이타 산의 나무를 잘라 화장단을 만들고, 자신의 활과 화살통을 준 필록테테스에게 불을 지르게하여 불길에 몸을 태웠다.

* 제우스는 말한다. 저 아이가 내게서 받은 것은 영생불사하는 것이니 저런 불길에 탈 리가 없소. 나는 이제 지상에서 한살이를 마친 저 아이를 이 천상으로 불러올리려 하오. ..... 티륀스의 영웅도 필멸의 육체를 벗고 불사의 몸으로 거듭났다.

 

4. 알크메네의 해산과 갈란티스

* 아들의 죽음으로 지친 알크메네는 이올레를 의지가지로 삼았는데, 이올레는 헤라클레스의 유언에 따라 아들 휠로스의 아내가 되었다. 알크메네는 이올레에게 헤라클레스가 태어날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해산의 여신 루키나(에일레이튀아)가 왔지만 헤라 여신의 심술로 출산을 훼방하였다. 이때 하녀 갈란티스가 팔장을 끼고 제단 옆에 앉은 루키나 여신에게 방금 옥동자를 분만했다고 이야기를 하자, 여신은 뜻밖의 소식에 기겁을 하고 팔짱을 풀었는데 이 때 해산을 하였다. 갈란티스가 웃자, 해산의 여신은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땅바닥에 내굴렸고, 족제비로 만들어버렸다. 족제비가 되었어도 전과 다름없이 자주 집을 드나든다고 했다. 알크메네는 충직한 하녀의 팔자가 불쌍했던지 한숨을 쉬었다. 

 

5. 드뤼오페와 로티스

* 알크메네가 하녀를 두고 상심하자 이올레는 제 계모의 외동딸이었던 드뤼오페(드리오페) 언니 이야기를 한다. 드뤼오페는 요정들에게 바칠 꽃다발을 만들기 위해 이올레와 함께 호숫가로 갔다. 보라색 물 로토스 꽃이 잔뜩 피어있어 드뤼오페는 아기에게 주려고 꽃을 몇 송이 꺽었다. 그런데 언니가 꽃을 꺽은 수련 대에서 피가 흐르는게 보였다. 나중에야 그 까닭을 알았습니다만, 그 나무는 파리아포스라는 자에게 쫓기다가 로토스 나무로 변한 요정 로티스였다. 드뤼오페는 이미 나무로 변했고 얼굴만 남은 상태에서 지은 죄도 없는데 이런 터무니없는 벌을 받는 신세를 한탄하고, 아기를 잘 돌봐달라는 말을 남겼다. 언니의 말이 끝나는 순간부터 언니의 입이 사라졌다. 

 

*<나무위키 참고: 프리아포스> 파리아포스(프리아포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술의 신 디오니소스 사이에서 태어난 신으로 다산과 번식을 상징하는 신 중 하나이다거대한 남근을 가지고 있고 몸은 옹이진 근육으로 똘돌 뭉쳐있는 건장한 남신이라고 한다. 오늘날이었다면 포르노 배우로 대성할 수 있었겠지만. 참고로 고대 그리스에선 성기가 큰 건 무식해보인다는 이유로 좋게 여겨지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의 벽화나 조각에서 물건이 작은건 이런 이유가 있다. 다른 이유로는 진지하게 육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만들었는데 그게 크면 다들 거기만 봐서 진지하게 볼 수가 없으니까.

 

크고 아름다운 물건을 가지고 있으나 추한 외모를 가진채 태어났던 프리아포스는 아기때 어머니인 아프로디테에 의해 숲에 버려졌는데 울고 있던 아기를 발견한 목동들이 그를 딱히 여겨 양자로 삼아 길렀고 그렇게 목동들의 보살핌속에 성장하고 나서 부터는 아버지인 디오니소스를 보좌하는 역을 맡았다. 어느 신화에 따르면 사실 프리아포스도 헤르마프로디토스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미소년이었으나, 헤라의 저주를 받아 추악한 외모와 거대한 남근을 가지게 되었다.

 

프리아포스에 관한 에피소드 중 유명한 것은 그가 로티스라는 요정을 강간하려다가 실패한 이야기이다. 큰 남근을 지닌 프리아포스는 어느날 자고 있는 아름다운 요정 로티스를 발견해 덮칠려고 했으나 당나귀의 울음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 큰 남근을 붙잡고 자신을 겁탈하려는 해괴한 모습의 프리아포스를 보고 놀라 달아났다. 프리아포스는 당나귀를 원망하면서 로티스를 쫒고 그녀는 달아나면서 신들에게 빌었는데 신은 로티스의 부탁을 듣고 그녀를 연꽃으로 만들어주었다. 그 뒤부터 프리아포스는 당나귀를 원망하고 제물로 당나귀의 고기를 받았다고 한다문제는 이 사단이 일어난 직후 드리오페란 여성에게도 이 여파가 미쳤다.

 

일설에 의하면 어느 날 프리아포스가 당나귀와 누구의 남근이 더 크고 아름다운지(...) 내기를 했는데, 길이를 재보니 당나귀의 남근이 자신의 것보다 더 크자 화가 난 프리아포스는 당나귀를 자신의 남근으로 내려 쳐 죽여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 광경을 본 디오니소스(아버지)가 당나귀를 불쌍히 여겨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엽기적인 이야기같긴 하지만 고대 문화와 신화 속에서 남녀의 성기를 풍요의 상징으로 삼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기 때문에 프리아포스의 거대한 남근 또한 이와 같은 맥락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그의 남근은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심볼 중 하나인 풍요의 뿔(cornucopia)로 여겨지며, 위의 조각상에서 남근 위치에 과일이 주렁주렁 열려있는 모습 또한 풍요의 뿔과 동일한 취급이기 때문이다.

다산과 번식의 신, 프리아포스 (파리아포스)

 

6. 되젊어진 이올라오스, 테바이 전쟁

* (나무위키) 이올라오스는 이피클레스와 그의 아내 아우토메두사의 아들. 이피클레스는 그리스 제일의 영웅 헤라클레스의 배다른 동생이므로, 이올라오스는 헤라클레스의 조카가 되며, 그의 전차 기수이기도 했다삼촌 헤라클레스를 아버지보다 더 존경해서 항상 그와 많은 모험을 했는데 헤라클레스의 12 과업 중 히드라를 처단하는 데 굉장한 도움을 주었다헤라클레스가 히드라의 머리를 베는 족족 벤 부위에서 두 개의 머리가 자라났고 오히려 싸움이 더 힘겨워지자 이올라오스는 불을 피워 헤라클레스가 머리를 벨 때마다 벤 부위를 지져 새 머리가 돋아나지 않게 태워 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불사의 머리를 헤라클레스가 바위로 깔아뭉갰다. 이외에도 많은 모험을 헤라클레스와 함께했고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과 아르고 호 원정에도 헤라클레스랑 같이 참가한 명실상부 그리스의 쟁쟁한 영웅 중 한 명이었다

 

* (나무위키) 헤라클레스가 12과업을 맡게 된 것은 헤라의 저주로 인해 첫 아내인 메가라와 그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을 죽였기 때문인데, 전승에 따라 메가라와 아이들을 모두 죽였다/메가라만 죽였다/아이들만 죽였다고 묘사가 갈린다. 이 중 아이들만 죽이고 메가라는 죽이지 않았다는 전승에서는 이후 헤라클레스가 메가라를 이올라오스와 결혼시켰다고 한다. 이 때 메가라는 33살이었고 이올라오스는 고작 16살이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헤라클레스를 따라다니며 온갖 하이 레벨 퀘스트를 진행한 것. 메가라는 이올라오스와의 사이에서 딸 레이페필레네를 낳았다.

 

* 이올레가 알크메네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 이때 불가사의한 일이 있어났다. 이들과 조금 떨어진 문 앞에 서 있던 이올라오스가 되젊어진 것이었다. 그의 모습은 어느새 청년 시절로 되돌아와 있었다. 헤라의 딸 헤베(청춘의 여신)가 지아비가 된 헤라클레스의 부탁을 받고 이올라오스를 되젊게 한 것이었다. 

 

* 여기서 테바이 전쟁이 언급된 것은 훗날 제우스가 칼리로에의 청을 들어 그녀의 두 아들을 순식간에 성년이 되게하여 페게오스의 아들들을 죽여 아버지 알크마이온의 죽음을 복수하고 하르모니아의 옷과 황금 목걸이를 되찾아 아폴론 신전에 봉헌하기 때문이다. 

 

7. 뷔블리스와 카우노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 밀레토스가 아시아 땅으로 건너가 밀레토스 도시를 세웠다. 여기에서 강신 마이안드로스의 딸 퀴아네와 만나 쌍둥이 남매를 낳으니 카우노스와 뷔블리스이다. 뷔블리스는 오빠인 카우노스를 사모하여 연서를 보내기도 하였지만, 그에게 거절당하고 괴로워하였다.

* 그냥 그대로 있으면 부끄러운 일을 당하리라 생각한 카우노스는 고향을 떠나 타향에다 새나라를 세웠다. 뷔블리스는 카우노스를 찾아 미친듯 세상을 두루 돌아다녔는데 어느 숲에 쓰러졌다. 뷔블리스가 하염없이 흘러내린 눔물이 샘이 되었으니, 뷔블리스 샘이다.

 

8. 남자가 된 여자, 이피스

* 크레타 출신으로 아버지는 릭도스, 어머니는 텔레투사이다. 릭도스는 임신한 텔레투사에게 딸이 태어나면 먹여 살릴 가정 형편이 안 되니 죽이겠다고 선언했는데, 텔레투사의 꿈에 여신 이오(=이시스)가 나타나 무슨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이고 잘 키우라고 했고, 텔레투사는 결국 딸을 낳았지만 출산을 도와준 산파와 함께 아들이라고 속여 이피스를 잘 키워내는데 성공한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이피스가 사실 여자란 걸 몰랐을 정도.

 

이피스가 청소년이 되자 릭그도스는 이안테라는 여자를 결혼 상대로 소개시켜 준다. 이전부터 같은 선생 아래에서 함께 공부하기도 해서 아는 사이였던 둘은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이안테는 당연히 이피스를 남자로 알고 있었기에 빨리 그와 결혼하길 희망한다. 이피스 또한 이안테를 사랑하지만 본인이 여자라는 사실 때문에 엄청난 고민에 빠진다. 텔레투사는 결혼식을 여러 핑계를 대며 계속 미루지만 결국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는 날이 온다. 결혼식 하루 전, 텔레투사와 이피스는 이오의 신전에 찾아가 간절히 기도를 드리는데, 직후 여신이 기도를 들어주어 이피스의 몸이 건장한 남자로 변하는 기적이 일어났고, 둘은 여신에게 감사하며 제물을 바친다. 그리고 이피스는 무사히 이안테와 결혼을 하게 되는 해피 엔딩.

 

 

제 10부

1.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

* (나무위키) 오르페우스(오르페오)는 특이하게 노래와 연주를 통한 음유시인으로서 활약한 영웅. 아르고 호 원정대의 일원이기도 하다태양신 아폴론과 뮤즈 중 하나인 칼리오페의 아들로 아폴론에게서 리라를 뜯는 법을 배워 리라의 달인이 되었는데, 연주를 하면 생명도 없는 목석이 춤을 추고 맹수나 난폭한 인간도 얌전해졌을 정도라고 한다가장 유명한 업적 중 하나는 아르고 호의 원정에서 세이렌들의 노래를 노래로 물리친 것이고, 자신의 음악으로 폭풍을 잠재우기도 했다. 실재로 아르고 호 원정에서 이 사람 없었으면 아르고 호의 나머지 인원들은 꼼짝없이 세이렌의 노래에 낚여 피해를 봤을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 오르페우스는 님프족인 에우리디케와 결혼했는데, 어느 날 에우리디케가 뱀에 물려 그만 죽고 말았다그는 에우리디케를 되찾으려고 명계로 찾아가 리라로 카론을 공짜로 노를 젓게 시키고 수문장인 케르베로스를 리라 연주로 순하게 만들고, 안으로 들어가 하데스를 만나 에우리디케를 풀어줄 것을 간청하며 하데스의 앞에서 리라를 연주하였다그 노래와 연주가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영원히 멈추지 않는 지옥의 모든 형벌이 그 노래를 들으려고 잠시 멈추었고 복수의 여신들도 눈에서 피가 아닌 눈물을 흘렸으며 하데스와 지옥의 여신 페르세포네마저도 감동을 받았다.

 

페르세포네의 간청에 하데스는 에우리디케를 풀어주는데,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바로 지상에 나갈 때까지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앞서서 한참을 나가다가 지상의 빛이 보이자 도착했다고 생각하여 에우리디케를 돌아보았고, 아직 덜 빠져나왔던 에우리디케는 그대로 명계에 다시 내려가 버렸다. 얄궂게도 이때 한쪽 발은 지상, 다른 한쪽 발은 명계에 있었다고 한다오르페우스는 한 번 더 명계로 내려가 뱃사공 카론에게 한 번 더 태워달라고 부탁했지만 뱃사공 카론은 그를 다시 배에 태워주지 않았으며, 케르베로스도 무섭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두 번 다시 에우리디케를 풀어주지 않았다.

 

* (변신 이야기) 오르페우스는 두번이나 아내를 잃은 경험과 다시는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여 은거했지만, 그의 주위에는 속을 태우는 여자가 많았고 오르페우스의 그런 태도에 앙심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여자보다는 나이 어린 소년이나 청년들에게 사랑을 기울이는 것을 좋아했다. 말하자면 이들이 어른이 되기까지의 인생의 봄과 갓 핀 인생의 꽃을 사랑한 것이다. 오르페우스는 트라키아 사람들에게 이런 풍습(남자들의의 동성애)을 맨 처음으로 전한 사람인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 퀴파리소스의 비극

* 카르타이아 벌판에 요정들의 사랑을 받던 튼튼하고 아름다운 수사슴 한 마리가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쉬고 있었다. 이 수사슴과 친하게 지내던 미소년 퀴파리소스가 그만 부지불식간에 그 날카로운 창으로 이 수사슴을 찌르고 말았다. 사랑하던 수사슴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을 본 이 소년은 자기도 따라 죽기로 마음먹고, 수사슴의 죽음을 영원히 슬퍼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삼나무(퀴프로스, 영어 사이프러스)로 변신되었다. 이폴론 신의 탄식: 네가 남을 위하여 슬퍼하고, 네가 고통스러워하는 이웃의 벗이 되고자하니 나 또한 너를 위하여 슬퍼하리라.

 

 

3. 미소년 가뉘메데스

* (변신 이야기) 제우스신이 가뉘메데스를 사랑하여 벼락을 나를 수 있는 새(독수리)의 모습을 빌어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이 트로이의 양치기 소년을 하늘로 채어올렸다. 헤라 여신이 보기에는 꼴사납겠지만 이 소년은 천궁에서 술늘 빚고 제우스 신께 술잔 드리는 일을 한다.

 

* (나무위키) 트로이의 미소년 왕자호메로스는 가뉘메데스(가니메데)를 모든 인간들 중 가장 아름다운 미인이라고 묘사했고 히기누스의 이야기에서도 최고의 미남 중 하나로 분류됐다가뉘메데스에게 반한 제우스가 독수리를 시켜, 혹은 본인이 독수리로 변신해서 납치한 뒤 올림푸스에서 술을 따르게 했다고 전해진다. 이 술 따르는 모습을 본딴 별자리가 물병자리. 여담이지만 제우스가 가니메데에게 반한 이유는 꿀벅지. 사냥 후 목 말라 물을 마시려고 연못의 물을 엎드려 마실 때 드러난 흰 허벅지에 반해버렸다고.

 

납치당한 것치고는 적응을 잘 했는지 제우스가 꽤 귀여워했다고 한다. 일단 제우스는 가뉘메데스에게 신들의 젊음과 영생을 유지할 수 있는 술과 음식을 관리하는 중요한 직업을 주고 가뉘메데스 또한 불로불사의 몸으로 만들어 신의 반열에 올려줬다. 그리고 또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면서 제우스에게 충성하였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술을 따를 때 헤라가 보는 앞에서 제우스가 입 댄 술잔에 입을 맞춘 후 따를 정도. 물론 제우스는 입 찢어져라 좋아했다고 한다.

 

또한 술을 따르는 일을 하다보니 헤라를 제외한 다른 신들은 원래 전임자였던 청춘의 여신 헤베의 빈자리를 헤베 못지 않게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가뉘메데스가 훌륭히 공백을 메꾸면서 술을 따라준다고 다들 좋게 평가했다. 이걸 헤라는 이를 갈면서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는데, 헤라는 가뉘메데스를 싫어했지만 다른 신들의 평가가 너무 좋고 제우스가 다른 애인들과는 달리 너무 잘 보호해서 해치지 못했다고 한다. 그 대신 트로이를 저주했다고. 거기다 한 술 더 떠 물병자리까지 되었다.

 

몇몇 학자는 제우스가 이상하리만치 가뉘메데스를 편애한 이유로 그를 정신적으로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성적인 관계는 갖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제우스의 성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가뉘메데스의 그림이 존재하는 걸로 봐서는 꼭 성적 관계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본래 올림포스에서 술을 따르는 것은 청춘의 여신이자 제우스와 헤라의 딸인 헤베의 임무였는데, 헤베가 헤라클레스에게 시집간 후 가뉘메데스가 납치되어 그 자리를 맡게 된 것이었다. 제우스는 아들을 데려간 값으로 그의 아버지 트로스에게 황금 포도나무와 불사의 신마를 주었다고 한다. 트로이의 왕 라오메돈이 이 말로 헤라클레스를 낚았다가 트로이는 개박살나고 프리아모스를 제외한 왕자 49명이 몰살당했다는 전승이 있다.

 

전통적으로 동성애의 신으로 여겨지기도 했는데 가뉘메데스의 라틴식 이름인 카타미투스(Catamitus)가 바텀 역할의 동성애 소년을 가리키는 캐터마이트(catamite)라는 단어의 어원이다. 다른 이들에게도 매력적이었던 것인지 종종 에로스의 연인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이 둘의 일화를 보면 에로스가 악의 없이 거짓말을 해서 가뉘메데스를 울렸다는 둥, 실제로는 같은 비슷한 정신연령대라 그런지 베프에 가까운 관계가 된 것으로 추측된다

 

4. 꽃이 된 휘아킨토스

* 미청년인 휘아킨토스를 아폴론이 사랑하여 데리고 다녔는데, 어느 날 원반던지기를 겨루는 중, 아폴로 신이 던진 원반이 땅에 채 떨어지기 전에 휘아킨토스가 그 원반을 주우러 달려나가다가 얼굴에 맞아 즉사하였다. 이에 깜짝 놀란 아폴론은 히아킨토스를 살리고자 온갖 수단을 썼지만 히아킨토스는 이미 숨진 상태였으며, 아폴론은 이에 매우 슬퍼했다. 그 뒤 그의 피가 떨어진 자리에서 보라색 꽃이 피어났고, 아폴로 신은 자신의 설움을 그 꽃잎 아이라는 문자를 새겼다. => 이 꽃이 백합과의 히아신스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붓꽃과의 아이리스라고 한다. 

* 둘 사이에 우정이라기 보다는 동성애가 드러나 있음. 트로이 전쟁에서 활약한 장군 아이아스가 죽을 때 떨어진 피에서 히아신스가 피어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휘아킨토스의 죽음, 장 블록의 그림

 

5. 꽃을 파는 프로포이티데스, 케라스타이

* 키프로스 섬 남쪽에 이마에 두 개의 뿔이 돋아서 이름이 케라스타이라는 괴물이 있었다. 그가 사는 집 문전에는 나그네의 수호신인 제우스의 제단이 있었는데, 어느 날 이 제단이 이 괴물이 죽인 나그네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다정다감한 아프로디테 여신은 이 말 같지도 않은 희생 제물에 격분한 나머지 이 땅을 떠나버리려 했다가, 이 사악한 것들의 모습을 난폭한 황소로 그 모습을 바꿔버렸다.

 

케라스타이가 이런 벌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염치없는 프로포이티데스 무리는 가량없이도 이 아프로디테 여신의 신성을 모독했다. 여신의 분노가 이들에게도 미쳤다. 여신은 이들로부터 프로포이티데스라는 이름을 빼앗아버리고 그 땅에서 쫓아내어 뭇 사내들에게 몸을 팔게 했다역사상 최초의 매춘부가 된 이들은 수치심까지 잃어 얼굴을 붉힐 줄도 몰랐다. 이들을 돌로 만들어버리기는, 따라서 간단했다.

 

6. 퓌그말리온의 사랑

* 키프로스 섬의 퓌그말리온은 사악한 삶을 사는 여자들을 본 후 독신으로 살지만, 자신의 상아 조각상이 너무 아름다워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상태인데, 베누스 여신(아프로디테)에게 '상아 처녀같은 여자를 아내가 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하자, 그 진심을 알아채곤 조각상을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그녀는 갈라테이아이고 결혼하고 아기 파포스를 두었다는 해피엔딩 스토리.

 

* 퓌그말리온 효과: 이는 무언가에 대한 사람의 믿음, 기대, 예측이 실제적으로 일어나는 경향을 의미한다. 즉 대상에게 관심을 주고 격려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

가슴 속 열망, 퓌그말리온: 에드워드 번존스, 버밍엄 시립미술관

7. 몰약이 된 뮈라

* 퓌그말리온과 상아 처녀 사이에 태어난 딸 파로스의 몸에서 키뉘라스라는 아들이 태어났다. 뮈라는 아버지 키뉘라스를 사랑하여, 속임수를 써서 아버지와 정을 통하고 천벌을 받아 뮈르, 즉 몰약나무로 전신했다. 뮈라의 푸념 '금수는 이런 자유를 허락받았는데, 인간의 눈으로 보면 이것이 어찌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있으며, 인간만은 이러저러한 것을 근심하여 갖가지 금제를 만들어놓고 자연이 허락한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것이 어찌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 뮈라는 온갖 구혼자를 물리폈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원망하며 죽기로 결심하고 올가미에 목을 넣었다. 유모가 구해주고 까닭을 물으니 결국 알아채었다. 길잃은 충정에 눈이 먼 유모는 아버지와 딸의 불륜을 만들게했다. 결국 정체가 탄로난 뮈라는 도망을 치고 아홉 달 방황 끝에 사바 땅(예멘)에 주저앉았다.

* 신에게 지은 죄를 고백하는 중, 뮈라는 몰약 나무로 변하였고, 흘렸던 눈물은 뮈르라 불리는 몰약이다.  

 

8. 아도니스의 탄생

* 뮈라가 몰약나무로 변했지만 불륜의 씨로 지은 자식은 나무 안에서 자라 진통이 시작되었고, 다행히 해산의 여신 루키나가 몸소 도와 사내아이 아도니스가 탄생하였는데 쿠피도 신과 아주 똑같았다. 준수한 청년으로 성장하여 사랑의 여신 베누스의 애인이 되었다. 여신의 아들 쿠피도의 화살촉이 잘못 여신의 가슴을 찔렀고, 그 순간 인간의 아름다움에 반해 버렸으니 아들 쿠피도와 꼭 닮은 아도니스를 사랑하게 되었다. 

 

베누스 여신은 아도니스에게 사냥할 때 쓰는 무기를 들려 항상 가까이 데리고 다녔다. 여신은 사냥하기 쉬운 토끼나 사슴만 사냥하였으며, 스스로 난폭한 짐승을 피하는 것은 물론 아도니스에게도 이런 짐승을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아도니스는 여신에게 사자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까닭을 물으니 이런 이야기를 했다.

 

9.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 아도니스의 변신

* 발도 빠르고 용모 역시 빼어난 아탈란테(칼뤼돈의 멧돼지 사냥에 나오는 여걸 아탈란테가 아님)는 결혼 문제를 두고 신탁을 받았는데, 결혼을 피할 팔자는 아니고, 결혼 한 뒤에는 산 채로 저 자신을 잃는다 하였다. 구혼자들을 물리치기 위하여 달리기에서 자신을 이기면 신부로 가되, 지면 목숨을 내놓으라 하였다. 많은 청년들이 목숨을 잃는 가운데, 증조부가 넵투누스 대양신이라는 히포메네스가 베누스 여신에게 기도하여 도와달라하였고 황금사과 세개를 받아 겨루기에 나섰고 결국 그 도움으로 아탈란테를 색시로 삼았다. 

 

히포메네스는 베누스 여신에게 제물을 바치기는 커녕 그 명예를 돌리는데도 인색하였다. 이에 여신은 이 둘에게 본때를 보여 인간들에게 교훈을 남기고자 하였다. 이 부부가 퀴벨레 여신의 신전을 지나갈때 부부의 마음에 성욕을 불러일으켜 신전에서 성관계를 맺도록 유도했다. 이로 인해 둘은 여신의 노여움을 사 사자로 변해, 영원히 여신의 전차를 끌고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 베누스 여신은 이런 사자의 이야기를 아도니스에게 들려주고는 당부를 하고 백조가 끄는 수레를 타고 하늘로 올랐다. 하지만 아도니스는 원래 용감한 청년이라 사냥개들이 짐승의 흔적을 쫒다가 멧돼지 한 마리를 튀겨내자 창을 던져 옆구리에다 꽂았다. 하지만 멧돼지는 오히려 아도니스를 공격하여 그 엄니로 사타구니를 찍어버렸다. 아도니스가 죽어가면서 지른 비명소리를 베누스 여신이 듣고 되돌아왔다. 여신이 아도니스의 피에 향기로운 넥타를 뿌리자 거품이 일었고 잠시 후 피빛 꽃이 피어났으니 아네모네(바람꽃이라는 뜻)이다. 이 꽃은 피기가 무섭게 곧 지고 말았는데, 워낙 대가 연약한데다 꽃잎이 얇은지라 산들바람만 불어도 그 대에서 꽃이 떨어졌다.

 

 

제 11부 미다스의 귀는 당나귀 귀 외

1. 오르페우스의 죽음

* 오르페우스가 노래를 부르자 산 속의 짐승, 심지어 숲과 바위들까지 노래에 감응했다. 이런 모습을 본 트라키아 여자들은 무기와 돌을 던졌으나 처음에는 수금 소리에 반하여 가인의 발치에 떨어졌지만, 광란의 고함소리로 인하여 수금 가락이 차단되면서 여자들이 던지는 돌과 연장들이 가인을 피로 물들였고 죽임을 당한다. 그의 사지는 갈가리 찢긴 채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의 머리와 수금은 강 위를 떠가면서 나직한 가락을 지어내었고 강둑은 눈물로 화답했다.

 

그의 머리와 수금은 레스보스 섬의 해변에 떠올랐고 뱀떼의 습격을 받았지만 포에부스 신이 나타나 뱀 무리를 석화시켜 버렸다. 오르페우스의 망령은 지하의 저승 땅으로 가서 에우뤼디케를 찾아 나란히 들판을 거닐었다.

 

박쿠스는 자기를 따르던 여자들이 오르페우스를 죽였다는 사실에 크게 화를 내었고, 당시 현장에 있던 모든 여자들을 참나무로 만들어 땅바닥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2. 미다스 왕의 봉변

* 박쿠스 신(디오니소스)은 트라키아 여자들을 나무로 만들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트라키아 땅을 떠나 아끼던 포도원이 있는 트몰로스 산으로 갔다. 그 인근의 팍톨로스 강은 사금과 금빛 모래로 유명한데 그 사연은 미다스 왕과 관련이 있다. 미다스 왕은 기원전 8세기경의 프뤼기아의 왕이며, 부유하였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으로 유명한 고르디우스 왕의 아들이다.

 

박쿠스 신의 스승인 주정뱅이 사튀로스 노인 실레노스가 실종되었는데, 인근 농부들이 그가 술에 취해 온 마을을 쓸고 다니자 미다스 왕에게 붙잡아간 것이다. 왕은 자신이 섬기던 신의 스승이자 비교의 교우인 실레노스를 알아보곤 열흘 동안 잔치를 베풀어주었고 열하루째 되는 날 실레노스를 뤼디아로 데려가 그 곳의 박쿠스 신도들에게 인도하였다. 박쿠스 신은 스승이 돌아온 것을 크게 반가워하며 미다스 왕에게 소원 하나를 들어주었으니 그는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꾸는 초월적인 능력을 얻었다

 

미다스 왕은 나무가지, 돌멩이, 곡식의 이삭, 왕궁 기둥 등 모든 것을 금으로 만들어버리는 순간을 꿈꾸면서 턱도 없이 좋아했다. 하지만 음식과 포도주 조차 입술 사이로 들어가다 말고 굳어져 금덩어리가 되고는 했으니, 오히려 황금 때문에 고통을 당하게 되었다. 미다스 왕은 박쿠스 신에게 용서를 빌고 이 재앙에서 구해달라고 기도하였으며, 박쿠스 신은 그 권능을 거두어주겠다면서 가까운 강의 발원지로 가서 머리와 몸을 담그고 죄를 정하게 씻어라고 하였다. 이를 따라하자 황금으로 변하게하는 권능이 미다스 왕의 손에서 강물로 옮아가 그 물빛을 바꾸어놓았다.  

 

3. 미다스 왕의 귀는 당나귀 귀

* 미다스 왕은 황금 사건이 있은 뒤부터 부귀를 마다하고 산이나 숲에 정을 붙였는데, 산속 동굴에 사는 반인반양의 목양신 판을 섬겼다. 판은 노래와 피리 솜씨를 뽐냈는데, 악신 아폴론의 음악에 견주며 거들먹거렸다. 트몰로스 산신이 심판을 보는 가운데 아폴론과 판이 음악 솜씨 대결을 벌였는데, 심판관과 요정 등 다른 이들은 모두 아폴론이 승리했다고 하는데 미다스만 판의 편을 들며 공정하지 못하다면서 심판의 판정에 항변했다. 그러자 아폴론이 미다스의 귀를 잡아늘이고 그 안에 털이 소복이 자라게 하여 당나귀 귀로 만들어버렸다. 미다스는 이를 감추려고 보라색 모자를 썼지만, 이발사에게만은 감출 수 없었으며, 이발사는 몰래 땅 구덩이에 대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질렀다. 그 구덩이에서 갈대가 자라면서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그 소리가 퍼졌다.

 

4. 라오메돈과 트로이아 축성

* 아폴론 신이 미다스를 벌한 뒤 창공을 비행한 후 트로이아 평원에 내려섰다. 이 도시의 왕 라오메돈이 새 도시를 세우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 축성이 아주 힘든 공사라는 것을 알았다. 아폴론 신은 포세이돈 신과 함께 인간의 모습으로 현신하고는, 상당한 사례를 약속받은 다음 군주를 위하여 성을 쌓아주었다. 축성이 끝났는데도 왕은 사례는 커녕 그런 약속을 부인하였다. 바다의 신은 온 세계의 물을 모조리 트로이아로 끌어들여 물에 잠기게 하였고, 결국 라오메돈 왕은 자기 딸 헤시오네를 괴물을 위한 제물로 내놓게되었다.

 

바닷가 바위에 묶인 이 딸을 구해준 것이 헤라클레스였다. 해라클레스 역시 딸을 구해주는 댓가로 약속한 망아지를 요구했지만 왕은 이번에도 거절하였다. 헤라클레스는 트로이아를 공격하여 성을 점거함으로써 그 대가를 치르게 하는 한편, 이 싸움에서 공이 많은 텔라몬에게 헤시오네를 아내로 맞게 하였다. 역시 이 싸움에서 공을 세운 펠레오스가 신의 딸 테티스 여신을 아내로 맞은 것은 유명하다. 즉 제우스 신의 손자는 여러 명이지만 여신을 아내로 맞은 사람은 펠레오스 한 사람뿐이다. 

 

5. 프로테오스의 예언, 펠레오스와 테티스

* 연로한 프로테오스(바다의 신 가운데 하나로 넵투누스의 종신)가 테티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물의 여신이여, 아이를 가지세요. 그 아이는 장차, 아버지의 명예를 저만치 앞지르는 영웅이 될게고, 아버지보다 더한 칭송을 받게될거요" 제우스 신도 이 소문을 알고 있어기에 테티스에게는 손을 대지 않았고, 대신 그의 손자 펠레오스가 이 여신의 짝이 되는 영광을 누리게했다.  

 

펠레오스는 테티스 여신이 자고 있는 동굴에 나타나 힘으로 도모하려고 했지만 여신은 새, 나무, 호랑이로 자유자재로 변신하여 빠져나갔다. 펠레오스는 바다의 신에게 기도를 하였고 프로테오스가 밧줄로 묶는 비책을 알려주었다. 펠레오스는 테티스가 침상에 누웠을 때 밧줄로 재빨리 묶어버리자 변신을 하여도 도망갈 수 없었고 결국 본 모습을 보이면서 신들의 도움이 있었음을 알았다.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니 저 위대한 아킬레오스이다. 

 

6. 케위크스에게 몸붙인 펠레오스, 다이달리온의 변신

* 펠레오스가 형제인 텔라몬의 꼬임에 넘어가 이복동생인 포코스를 죽이는 일에 연루되어 아버지의 집에서 쫒겨나 방랑을 하였고, 그를 받아준게 트라키스의 왕 케위크스였다. 하지만 당시 케위크스는 형 다이달리온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에 잠겨있었다.

 

다이달리온에게는 딸 키오네가 있었는데, 많은 청혼자들이 있었지만 이미 아폴론 신과 메르쿠리우스 신(헤르메스에 해당, 수성 머큐리)이 동시에 사랑을 하였다. 메르쿠리우스는 낮에 최면장으로 키오네를 잠 재우고는 사랑을 이루었고, 아폴론 신은 밤에 노파로 나타나 키오네를 껴안았다. 달이 차자 키오네는 쌍둥이를 낳았는데, 각각의 아들이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된 키오네는 자기가 디아나 여신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오만불손한 말을 하고 말았다. 여신은 몹시 화를 내면서 화살로 키오네의 혀를 뚫어 죽였고, 시신을 화장하는 중 형 다이달리온은 불길에 뛰어들지만 사람들 손에 붙잡혀나왔다. 하여 형은 절벽에서 뛰어 내리는 순간 이를 불쌍히 여긴 아폴론 신이 형을 매로 변신시켰다.

 

7. 돌이 된 이리

* 펠레오스가 케위크스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중 바다의 수호신 네레오스와 그 딸들(네레이데스)을 모신 제단 부근에서 거대한 괴물 이리가 나타나 펠레오스의 가축들을 갈기갈기 찢고 있었다. 케위크스의 아내 알퀴오네는 부하들을 보내되 왕이 직접 나서지는 말라고 눈물로 애원하였다. 펠레오스는 바다의 여신에게 그만 노여움을 거두어달라고 기도하였다. 바다의 여신 프사마테는 테티스가 남편의 허물을 용서해달라는 바람에 화를 가라앉혔다. 하지만 괴물은 피맛을 들여 그 성질을 눅이지 않았다. 보다 못한 테티스 여신이 이리를 대리석으로 화하게 했다. 

 

펠레오스는 그 땅을 떠나 오래 방황하다가 이윽고 마스네시아 땅에 이르렀다. 펠레오스의 살인죄를 닦아준 사람은 하이모니아 왕 아카스토스였다. 

 

8. 케위크스의 난파 / 9. 잠의 신과 꿈의 신

* (나무위키) 케위크스(케익스, Ceyx)는 테살리아의 왕으로 선정을 베풀었고,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딸인 알키오네(알퀴오네, Alcyone)와 결혼하여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하지만 테살리아에서 여러 가지 재앙들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케익스는 신들의 저주가 아닐지 생각하여 어떻게 해야 할 지 아폴론의 신탁을 받기 위해 클라로스로 뱃길을 떠나기로 한다. 그러나 이를 걱정한 알키오네는 제발 가지 말라고 간청하지만 케익스는 아내를 달래며 두 달 안에는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떠난다. 그러나 결국 가는 길에 폭풍에 휘말려 케익스 일행은 전멸하고 만다. 케익스는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시신이라도 아내 곁에 가게 해달라고 빌며 바다에 빠져 익사하고 말았다.

 

한편 이를 모르는 알키오네는 신들, 그 중에서도 가정과 부부의 사랑을 수호하는 헤라에게 매일같이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고 있었다. 가정의 수호자인 신의 여왕 헤라는 이 사연을 듣고 고민에 빠지는데 남편을 그리워하는 사연은 딱하지만 이미 죽은 사람을 자신이 돌려보낼 수도 없으니 안타까웠기 때문이고 권능을 쓴다 해도 명계신들이 가만히 둘 이유가 없다. 이에 고민하던 헤라는 자신의 전령 이리스를 시켜 잠의 신 솜누스(휴프노스)의 아들들 중 하나인 꿈의 신 모르페우스를 부른다. 모르페우스는 알키오네의 꿈 속에 남편으로 둔갑하여 자신은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에 절망한 알키오네는 뜬 눈으로 밤을 새다가 날이 밝자 남편의 시신이 떠내려오자 남편과 함께하기 위해 스스로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헤라와 신들은 이를 안타까워하여 뛰어내리는 알키오네를 물총새(물새)로 변신시켰다. 이 물총새가 남편의 시신에 입을 맞추자 케익스가 눈을 뜨더니 그 역시 물총새로 변하여 함께 지내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부부는 사이좋게 둥지를 꾸리고 새끼도 낳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겨울철에 알키오네(물총새)가 알을 품고 있을 때는 아버지 아이올로스가 손주들을 위해 바람을 억제해주기 때문에 선원들은 이 시기에는 무사히 항해를 할 수 있어, 풍랑을 짐작하는 이정표가 되었다고 한다.

 

11. 잠수조가 된 아이사코스

* 아이사코스는 헥토르의 배다른 동생이며, 조상은 가니메데스, 노왕 라오메돈, 그리고 왕좌에 있을 동안에 트로이가 망하는 꼴을 본 프리아모스에 이르는 왕가의 자손이다. 어느 날 아이사코스는 제 아버지의 강인 케브렌 강의 둑에서 긴 머리채를 어깨 위로 늘어뜨리고 볕에 말리고 있는 헤스페리아를 보았다. 헤스페리아는 아이사코스를 보고는 겁을 집어먹고 도망치다가 독사에 물려죽었다. 아이사코스는 뒤를 쫒은 자신의 잘못이고, 그 책임으로 자신도 죽어서 사죄하겠다며 아주 높은 절벽 위로 올라가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테티스 여신은 이 청년을 가엾게 보시고 손을 쓰셨는데, 이 청년이 바닷물에 떨어지는 순간 온몸에서 깃털이 돋게하여 바다에 떨어져도 죽지 않았고, 이를 오히려 짜증스럽게 여겨 새로 얻은 날개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가 두번째로 바다로 내리꽂았는데 이번에도 깃털 때문에 자살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 격분한 아이사코스는 있는 힘을 다해 물 속으로 헤엄쳐 들어갔고, 덕분에 그의 몸은 깊이깊이 가라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마음속에 깃들여 있는, 사랑하는 마음이 그 몸을 가벼워지게 하여 아이사코스는 목과 다리가 긴 새가 되어 물에 뛰어들기를 좋아해서 이름조차 바다새가 되었다. 

 

 

제 12부 트로이 전쟁 외

1. 이피게네이아

* 아트레우스의 아들인 아가멤논은 그리스군을 이끌고 트로이를 향해 진격 중 강풍을 만나 아울리스 항구에 머물면서 전열을 가다듬었다. 제우스 신께 제물 드릴 준비를 하는데, 제단 가까이의 느릅나무로 검은 뱀 한 마리가 기어 올라가더니 어미째 여덟 마리의 새 새끼를 잡아먹었다. 예언자 칼카스는 트로이는 패망하고 그리스는 전쟁에서 승리한다. 그러나 승리를 얻기 위해서 오래 싸워야한다고, 즉 9년을 말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강풍으로 원정대는 바다를 건널 수 없었다. 원정군은 해신 넵투누스가 트로이아 성벽을 쌓았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아오니아 해의 파도가 가라앉지 않는 것은 해신 넵투누스가 트로이아를 지키려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예언자는 처녀신 디아나 여신의 분노(아가멤논 왕이 디아나 여신의 성수 암사슴을 죽인 적이 있음)를 삭이려면 처녀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아가멤논은 자신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단 앞에 세우고 처녀의 정한 피를 제물로 드려 디아나 여신의 화를 풀고자했다.

 

여신은 이피게네이아를 구름으로 감싸 빼돌리고는 그 자리에다 암사슴 한 마리를 세워 놓았다.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되고, 여신의 용서를 받은 그리스군은 드디어 바람을 얻어 배을 띄우고 트로이로 출발했다. 한편 아가멤논의 부인은 딸을 제물로 바치려는 남편의 행동에 경악하여 트로이 10년 전쟁후 돌아왔을 때 남편을 죽인다.

 

2. 퀴크노스의 전신

* 이 세상의 한가운데, 즉 땅과 하늘과 바다의 한가운데에는 소문의 여신 파마가 살고 있으며, 세상의 일을 두루 알아내어 온 세상에 그 소문을 퍼뜨린다. 그리스 함대의 진격 소문을 트로이아에 퍼뜨렸으니, 그리스 함대가 수평선에 나타났을 때도 놀라지 않았다. 그리스군의 첫 전사자는 프로테실라오스인데 헥토르의 창을 맞고 죽었다.

 

넵투누스(포세이돈)의 아들 퀴크노스는 수천의 그리스 군사를 죽였고, 아킬레오스는 적진에서 퀴크노스를 만났다. 퀴크노스를 향해 창을 던졌지만 상처를 입히지 못한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는 바다의 님프이고, 퀴크노스의 아버지 포세이돈은 바다의 신으로 바다의 님프를 다스리기 때문. 하지만 아킬레오스는 계속 퀴크노스를 밀어붙였고, 결국 땅바닥에 쓰러뜨려 목을 졸라 숨을 끊게하기 직전 아킬레오스는 목을 조르다 말고 기겁을 하고 물러섰다. 퀴크노스는 어디로 가고 빈 갑옷만 남았는데, 포세이돈 바다신이 아들 퀴크노스를 깃털이 눈같이 흰 백조로 전신시킨 것이었다.

 

3. 카이네오스가 남자가 된 내력

* 카이네오스가 원래 태어나기는 여자로 태어났고 이름은 카이니스였다. 엘라토스의 딸이었던 카이니스는 테살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웠지만, 어느 누구와도 혼인하지 않으려 했다. 카이니스가 한때 혼자서 해변을 산보하다가 해신의 품에 안긴 적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포세이돈에게 소원을 얘기했다. "바다의 신께서는 저를 이렇듯이 사랑하여 주셨으나, 저에게는 이것이 이렇게 견디기 어려운 일일 수가 없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니, 여자만 아닐 수 있다면 저에게 더 바랄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바다의 신은 카이니스를 남자 카이네오스로 만들어준 것뿐만이 아니고 어떤 무기도 이 카이네오스에게는 상처를 입히지 못하게 만들어주었다. 카이네오스가 포세이돈으로부터 이런 은혜를 입었으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래서 그 땅을 떠나 남자들이나 하는 일을 하면서 테살리아 산야를 누볐다.

 

​4. 라피타이와 켄타우로스 족의 싸움

* (나무위키) 카이네오스는 그 후 라피타이족의 영웅이 되었으며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 등에 참석했다. 이웃인 테살리아 지방 라피타이족의 왕 페이리토스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신부를 납치하려하고 다른 여자들을 성추행하려는 켄타우로스들에 맞서 테세우스, 네스토르 등과 함께 싸웠으나 이 싸움에서 5명의 켄타우로스들을 죽이면서 사실상 원수지간이 되었다. 켄타우로스들이 아무리 공격해도 무적의 신체 덕분에 끄떡없이 계속 승승장구했지만 다른 영웅들과 떨어져 홀로 싸우다가 변을 당하고 말았다. 켄타우로스들이 육중한 전나무를 머리에 던져댔고, 전나무에 맞은 걸로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충격에 의해 땅속으로 박혀 숨을 쉴 수 없었다. 무기에 의한 공격에는 무적이었지만 질식에 대해선 방도가 없었고 결국 땅속에서 질식으로 인해 숨졌다. 이때 질식사한 게 아니라 계속해서 땅속으로 떨어져 타르타로스로 떨어졌다는 말도 있다. 저승으로 가게 되어 원래의 성별인 여성으로 돌아갔다는 전승도 있고 나무들 사이어서 날아올라 홍학으로 바뀌었다는 전승도 있다. 어찌 됐건 이로 인해 죽음을 맞았다는 내용은 모든 전승들이 동일하며 카이네우스의 죽음에 분노한 남은 영웅들은 켄타우로스들을 도륙하기 시작했으며 도망간 것보다 죽은 숫자가 더 많았다고 한다. => 변신 이야기에서는 처음 보는 새가 되어 날아오른 것을 보았다고 언급했다. 

 

5. 넬레오스의 아들 12형제

* 네스토르의 아버지 넬레우스는 헤라클레스의 손에 죽음을 당하였고, 네스트로만 빼고 열한 형제가 모두 헤라클레스 손에 죽음을 당했다. 다만, 네스트로의 형 페리클리메노스의 죽음은 다른 이들의 죽음과 다르다. 넬레우스 가문의 조상인 포세이돈 신은 이 페리클리메노스에게 특별한 권능을 부여하였는데, 원하면 무엇으로든 둔갑할 수도 있고 원래대로 돌아올 수도 있는 권능이다. 

 

페리클리메노스는 헤라클레스의 손에 잡히자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온갖 물상으로 다 둔갑해 보았지만 상대가 헤라클레스라서 별 효험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페리클리메노스는 신들의 왕이 총애하는 독수리로 둔갑하여, 독수리의 힘과 용기와 발톱으로 헤라클레스의 얼굴을 할퀴고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티린스의 영웅 헤라클레스는 버럭 화를 내면서 활시위에다 살을 메워 하늘로 쏘아 구름 위로 올라간 이 독수리의 날갯죽지를 맞혔고, 상처가 깊지는 않았지만 마침 살을 맞은 곳이 날개를 움직이는 힘줄이라 더 이상 날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이 화살이 먼저 땅에 닿고 페리클리메노스의 몸이 나중 닿았으니 몸무게 때문에 화살은 날개를 꿰뚫고는 가슴을 지나 목에 박혔고 페리클리메노스는 이로써 죽고 말았다. 

 

6. 아킬레오스의 죽음

* 포세이돈은 백조로 변신한 자기 아들 퀴크노스를 생각하며 속을 끓였다. 그는 퀴크노스의 죽음을 생각하면서 아킬레우스를 쳐서 아들의 죽음을 복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전쟁이 10년이나 계속되는데도 그럴 기회는 오지 않았다. 포세이돈은 장발을 한 조카 아폴론에게 이런 말을 했다포세이돈과 아폴론은 프리아모스의 아버지인 라오메돈을 위해 트로이성을 쌓아주었다"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일으킨 자 중의 하나, 우리가 쌓아올린 이 성채를 부숴뜨리려는 이 야만인인 아킬레우스가 아직도 살아 있네. 나는 이 자에게, 내 삼지창의 위력을 보여주고 싶네. 그러나 나는 신인지라 이 자와 몸과 몸으로 맞서 싸울 수가 없네. 그러니까 자네가 그 보이지 않는 화살로 이 자를 쏘아주게"

 

아폴론은 그러마고 했다. 아폴론은 트로이 전쟁터에서 하잘것없는 병사를 상대로 싸우는 파리스를 발견했다. 아폴론은 자신의 본모습을 보이고 파리스에게 아킬레우스를 공격하여 죽은 네 형들의 원수를 갚아라고 말했다. 파리스가 화살을 날리자 아폴론은 화살을 인도하여 아킬레우스에게 명중하게 했다. 수많은 트로이 영웅들을 이겨내었던 저 유명한 영웅 아킬레우스는 이렇게 해서, 그리스 땅에서 남의 아내를 꼬드겨온 비겁한 자의 손에 죽었다.

 

트로이 군 쪽에서 보면 공포의 대상이었고, 그리스 군에서 보면 거룩한 평화의 수호자였던 이 불굴의 전쟁영웅도 결국은 화장단 위에서 재가 되었다.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지어주었던 그 신이 이번에는 불꽃으로 그의 육신을 소진시킨 것이었다. 살아 있을 때는 범 같은 장수였던 아킬레우스도 재가 되었을 때는 항아리 하나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영광은 온 세상에 차고 넘쳤다. 아킬레우스라는 이름이 있을 곳으로 마땅한 곳은 넓디넓은 우주뿐이었다. 이 펠레우스의 아들은, 영원히 살 곳으로는 마땅하지 않다고 해서 타르타로스의 나라에도 내려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남긴 방패까지도 불화의 씨앗이 되었다. 남은 장수들은 그가 남긴 무기가 누구에게로 돌아가야 하느냐는 문제를 두고 다투었을 정도였다. 그의 유품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에도 아무나 끼여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킬레우스의 유품을 두고 소유권을 주장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와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디세우스뿐이었다. 어쩌면 불화의 불씨가 될지도 모르는 이 문제의 결정권을 쥔 탄탈로스의 자손 아가멤논은 그리스 장수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고 이 문제를 여러사람에게 심판하게 함으로써 자기 몫의 짐을 벗었다.

 

제우스에게 아킬레오스의 운명을 바꾸어 줄 것을 요구하는 데티스: 앵그르의 그림

제 13부

 

1. 아킬레오스의 유품

 

* (국제신문, 이국환 칼럼): 소포클레스의 비극 아이아스오이디푸스왕이나 안티고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존하는 그의 비극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덕분에 트로이 전쟁의 영웅으로 아킬레우스나 오디세우스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정작 아이아스만큼 많은 무공을 세운 영웅은 드물다. 트로이 최고의 전사 헥토르와의 맞대결에서 해 질 무렵까지 승부를 내지 못할 만큼 무공이 뛰어났고, 아킬레우스의 부재를 노려 급습한 트로이군을 끝까지 막아낸 장수가 아이아스였다. 오디세우스를 구출하고, 파리스의 화살에 맞아 전사한 아킬레우스의 시신을 목숨 걸고 적진에서 업어 온 자도 아이아스였다.

 

아이아스의 비극은 아킬레우스의 유품인 갑옷을 두고, 오디세우스와 경쟁을 벌이며 시작된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가 가장 용감한 전사에게 아들의 갑옷을 주겠다고 말했으니, 아이아스는 당연히 그 자격이 자신에게 있다 여겼다. 그런데 오디세우스도 자신이 자격이 있다며 나섰다.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결과에 책임지기 싫었기에 판단을 배심원들에게 맡겼다. 우직하고 용맹하나 눌변의 아이아스는 영리하고 능변인 오디세우스를 당해낼 수 없었다. 배심원들은 오디세우스의 손을 들어주었고,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오디세우스가 자신보다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아이아스는 격분했다.

 

아이아스에게 중요한 것은 아킬레우스의 갑옷이 아니라 자존심이었다. 그의 자존심은 그리스 연합군이란 공동체 구성원의 인정으로 유지될 수 있기에, 아이아스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수치심에 빠졌다. 결국, 아이아스는 광란의 살육을 벌였고 정신을 차리자 그 대상이 가축이었음을 알고 수치심을 견디지 못해 주위의 만류에도 자신의 칼로 자살했다. 적장을 향해야 할 아이아스의 검이 자신을 향하게 했던 이유, 그리하여 어떤 맹장도 쓰러뜨리지 못했던 아이아스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자신의 자존심이었다.

 

자존심 없는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비슷해 보이나 다르다. 자존심이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라면,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자존감의 상처가 우울증을 가져오고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존심은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진다. 자존심은 속성상 타인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남들보다 좋은 차, 비싼 집, 높은 연봉 등 자존심을 지키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며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보다 나은 자 앞에서는 자존심이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자존심은 자기를 굽히지 않는 마음이다. 아이아스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는 자체로 충분한 맹장이자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었다. 질투나 열등감이 힘이 될 때가 있고,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자존심을 지키려 발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자기 발전의 원동력이 될 때만이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우월감을 느끼려는 마음이 강할수록 자존감은 작아지고 자존심만 커진다. 내가 잘났다 생각하는 자존심과 나를 소중히 여기는 자존감, 아이아스가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이 있었다면 비극적인 죽음을 맞거나 호랑이로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평가하고 평가당할 것을 요구한다. 입시 취업 승진 등 생애 주기마다 관문을 만들고, 그것을 넘지 못한 이들이 열등감에 빠지게 한다. 어릴 때부터 늘 평가당하는 이들은 타인의 인정을 갈망하고, 자기 판단의 기준을 외부에 두며, 열등감과 우월감 수치와 교만 사이를 배회하게 된다. 칭찬에 우쭐하지 않고 비판에 흔들리지 않는, 그리하여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타인을 존중하는 자존감은 오랜 세월 노력하여 내 몸에 새기는 마음 습관이다. 내 안에 호랑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자존감을 찾아야 한다.

 

* (변신 이야기) 혼자서 헥토르를 대적했고, 불과 창칼과, 심지어는 제우스 대신과 맞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아이아스는 분노로 마음을 가누지 못했다. 슬픔과 분노가, 어느 누구도 정복하지 못하던 아이아스를 정복한 것이었다. 그는 칼을 뽑아들고 이렇게 외쳤다"누가 뭐라고 하든, 이 칼만은 내 것이다. 아니다, 오디세우스는 이 칼까지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 필요한 것은 이것뿐이다.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이것뿐이다. 트로이 군의 피를 부르던 이 칼이, 이제 아이아스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정복할 수 없는 이 칼의 주인, 아이아스의 피를 부를 것이다"

 

아이아스는 이렇게 말하고는 급소인 가슴에다 칼끝을 대고 깊이 찔러 넣었다. 그의 팔은, 찔러 넣은 칼을 다시 뽑아내지 못했다. 칼을 뽑아낸 것은 용솟음치는 핏줄기였다. 피에 젖은 대지는, 히아킨토스의 피에 젖은 대지에서 피었던 것과 목같은 보랏빛 꽃을 피워올렸다. 꽃잎 한가운데엔, 미소년 히아킨토스의 죽음과 아이아스의 죽음을 동시에 상기시키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 문자는, 히아킨토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탄식인 동시에 이 영웅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두 문자이기도 했다.

 

대장장이 신 불카누스가 퀴클롭스 3형제의 도움을 받아 아킬레오스의 방패를 만들고 있다. 오디세우스와 아이아스가 다투는 것은 바로 이때 만들어진 아킬레오스의 방패 및 유품 때문이다.

 

2. 트로이아 왕비 헤쿠바의 최후

* 트로이 성은 함락되었고 프리아모스 왕은 죽음을 당했다. 프리아모스 왕의 아내 헤카베는, 모든 것을 잃고 나서 결국은 인간의 형상까지도 잃었다. 헬레스폰토스가 좁으장하게 오므라지는 해협의 양안을, 그 짖는 소리로 낭자하게 한 것이다. 그 내력은 이러하다.

 

일리움이 불바다가 되어 있을 동안 제우스 신전의 제단은 연로한 프리아모스 왕의 피로 젖었고, 포에부스 아폴론의 연인인 카산드라는 머리채를 잡힌 채 끌려 나왔다. 트로이 여자들은 불타는 신전에 모여, 예부터 섬기던 신상을 부여안고 기도를 드렸으나 승리자인 그리스 군은 소중한 전리품인 이들을 사정없이 끌어내었다헥토르의 어린 아들인 아스티아낙스는 어머니와 함께 올라가, 조국을 위해 싸우는 아버지의 모습을 내려다보던 그 탑 루트에서 등을 떠밀리는 바람에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여자들은 조국의 흙에 입 맞추며 눈물을 뿌렸다. 그러고는 불타는 성채를 돌아다보며 배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엎어지고 자빠지면서 배에 오른 것은 트로이의 왕비 헤카베였다. 헤카베는 아들들의 무덤에 있다가 오디세우스가 억지로 끌고 왔던 것이었다. 그러나 헤카베는 어느새 아들 헥토르의 뼈를 수습하여 품속에 간직하고 있었다그리고 프리아모스 왕의 딸인 폴릭세네는 아킬레우스 제단의 제물로 바쳐졌다.

 

헤카베는 바닷가로 밀려와 있는 아들 폴리도로스의 시체와 폴리도로스를 난자한 트라키아 왕의 칼자국을 보았다.  헤카베도 분노와 슬픔에 사로잡힌 채, 나이도 자기가 처한 형편도 잊고, 배은망덕하게도 자기 자식을 죽인 트라키아 왕 폴리메스토르의 궁전을 향하여 걸음을 옮겨놓았다. 궁전에 이른 헤카베는, 자기 아들에게 줄 황금이 남아 있다면서 폴리메스토르 왕의 알현을 청원했다. 헤카베는 왕에게 매달려 손가락을 왕의 두 눈에다 찔러 넣고는 눈알 두 개를 한꺼번에 뽑아버렸다. 헤카베가 이럴 수 있었던 것은 분노가 헤카베에게 기이한 힘을 샘솟게 했기 때문이었다.

 

왕이 이 지경이 되자 트라키아 백성들은 떼를 지어 트로이 여자 헤카베를 향하여 창과 돌을 던졌다. 헤카베는 날아오는 창과 돌을 손으로 막으면서 트라키아 백성들에게 사정을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헤카베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말이 아니라 개 짖는 소리였다. 개가 된 헤카베는 과거의 고통을 잊지 못했던지 트라키아 땅을 방황하며 짖었다.

 

3. 멤논의 주검에서 날아오른 새들

* 에오스(아우로라, 새벽의 여신)는 아들 멤논(부친은 트로이의 왕자 티토노스. 티토노스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의 사랑을 받아 불사의 몸을 받았지만 하염없이 늙어가기만 하다가 매미로 변했다고 전해진다)이 프리기아 벌판에서 아킬레우스의 창을 맞고 쓰러지는 것을 본 순간 아침은 창백해졌고 날빛은 구름 뒤로 모습을 감추었다. 멤논의 시신이 화장단 위로 오르자 에오스 여신은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고개를 돌렸다. 에오스 여신은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채로 제우스 대신에게로 달려가 그의 발치로 몸을 던지고는 눈물로 애원했다

 

 

이윽고 멤논의 시신을 태우던 화장단이 불길 한가운데로 내려앉았고, 내려앉은 화장단에서 솟은 검은 재는 하늘로 날아올라가 덩어리로 뭉치면서 새들이 되었으며, 이들은 이 영웅에게 제물이라도 드리는 듯이 화장터 상공에서 싸우다 떨어져 멤논의 시신이 탄재에 저희 몸을 파묻었다. 멤논의 시신을 태운 재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사람들은 이 새를 멤노니데스(멤논의 딸들)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들이, 개가 되어 온 세상을 떠도는 헤카베의 신세를 슬퍼하고 있을 때도 에오스는 자기 몫의 슬픔에 잠겨 있었다. 이 에오스는 지금도 온 세상에다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눈물(새벽 이슬)을 뿌리고 있다.

 

 

4. 아니오스의 식객이 된 아이네이아스

* 트로이 성이 잿더미가 되었다고는 하나 트로이 백성의 희망마저 잿더미가 된 것은 아니었다. 아프로디테 여신의 아들인 아이네이아스는 한쪽 어깨에는 트로이의 수호 성상, 한쪽 어깨에는 성상만큼이나 소중한, 불구자 아버지를 메고 길을 나섰다. 효성이 지극한 아이네이아스는 그 많은 금은보화도 마다하고 이 아버지와 아들 아스카니오스만을 대동하고 유민들과 함께 아폴론의 도시인 델로스에 이를 수 있었다. 당시 델로스 왕은, 왕과 아폴론 신전 사제를 겸하는 아니오스였다. 아니오스는 아이네이아스 일행을 궁전이자 신전인 자기 집으로 맞아 환대하고는 그 도시, 유명한 신전, 그리고 레토 여신이 아폴론 신과 아르테미스 여신을 낳을 때 붙잡았다는 저 유명한 두 그루의 나무도 보여주었다

 

안킨세스가 예전에 만났을 땐 아니오스가 다섯 남매의 아비였지만, 지금은 무자식 신세가 되었다. 아들이 아비를 대신해서 안드로스라는 제 이름이 붙은 도시 안드로스를 다스리고 있으니 없는 것과 별로 다르지 못합니다. 디오니소스 신께서는 제 딸들에게 엄청난 은혜를 내리셨는데, 이 아이들이 만지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옥수수, 포도주, 올리브 기름이 되게 하는 능력이었습니다. 아가멤논이 이 소문을 듣고 제 딸들을 이 아비의 품에서 빼앗아갔으니, 이를 이용해서 그리스 함대에 탄 군사들 먹일 양식을 마련하라고 했답니다. 제 딸들은 함대에서 도망쳐 제각기 숨기 쉬운 곳에 숨었더랍니다. 아가멤논은 이 안드로스에 군대를 보내어 위협했습니다. 제 아들인 안드로스 왕은 나라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을 두려워하여 누이를 이들에게 내주었더랍니다사로잡힌 딸들은 저희들의 수호신이신 디오니소스께 빌었더랍니다. 제 딸들은,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나오면서 눈같이 흰 비둘기로 둔갑했다고 합니다.

 

안키세스 일행은 다음날 신탁전으로 가서 아폴론의 신탁을 받아보았다. 신탁은 이들에게, 먼 조상들의 고향인 옛 모국의 해변을 찾아가라는 뜻을 전했다아니오스 왕은 이별할 때가 되자 안키세스에게는 왕홀을, 안키세스의 손자에게는 겉옷과 화살통을, 아이네이아스에게는 술잔을 하나 선물로 주었다

 

이 술잔은 테베에 살던 아니오스 왕의 친구 테르세스가 선물로 보낸 것이었지만, 시를 만든 사람은 휠레의 알콘이라는 사람이었다. 알콘의 술잔에는 한 도시에 관한 긴긴 이야기가 부조로 새겨져 있었다. 이 도시에는 성문이 일곱 개나 있었다. 따라서 도시 이름은 없는데도 불구하고 누가 보든 어느 도시인지 알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성문 앞으로 보이는 것은 장례식 광경이었다. 무덤이, 불붙은 화장단이, 가슴을 드러낸 채 머리를 산발하고 애곡하는 여자들이 보였다. 샘물이라는 샘물은 모조리 말라버렸다고 탄식하는 물의 요정들도 보였다. 잎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나무도 보였고, 풀을 찾으러 바위산을 헤메는 양떼도 보였다.

 

조각가가 테베 성 한가운데다 새겨놓은 것은, 오리온의 두 딸이었다. 오리온의 두 딸은 베틀의 북을 뽑아들고 그 뾰족한 모서리로 저희 몸을 난자하고 있었다. 이들은 백성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것이었다. 테베 백성들은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여 성읍 한복판에 차린 화장단에다 올리고 화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트로이 유민들도 주인인 아니오스 왕에게 이에 못지 않은 물건을 답례품으로 주었다. 트로이 인들이 아니오스 왕에게 준 것은 사제가 요긴하게 쓸 수 있는 향합과, 제물을 담을 수 있는 접시와 금과 진주로 치장한 왕관이었다.

 

 

5. 스퀼라

* 트로이인들은 크레타, 아오소니아, 둘리키움 항구와, 이타카, 사모스 섬, 네리토스 왕국을 차례로 지났다. 다시 시칠리아를 바라고 돛을 올렸다이 섬에는 세 개의 곶이 바다에 돌출해 있었다. 트로이 유민들이 배를 댄 것은 페롤로스 곶이었다. 유민들은 조수의 힘을 빌리고 노를 저어 해질녘에는 배를 장클레 해변에다 댈 수 있었다. 좌우로는 각각 뱃사람들을 위협하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가 보였다. 카리브디스는 소용돌이로 배를 감아들여 바다 밑까지 끌고 들어갔다가는 다시 토해내는 무서운 괴물이고, 스킬라는 허리에 개 대가리가 주렁주렁 달린 괴물이다.

 

이 스킬라는, 그런데도 얼굴만은 처녀의 얼굴을 하고 있다. 허다한 시인들이 노래하고 있듯이, 이 스킬라도 한때는 아름다운 처녀였다. 수많은 구혼자들이 혼인을 졸랐지만 이 스킬라는 이들을 마다하고 바다의 요정들에게 달려가, 구혼자들이 혼인을 조른다는 자랑을 늘어놓는 것으로 소일했다.

 

어느 날 스킬라가 빗을 수 있도록 머리카락을 맡기고 있던 바다의 요정 갈라테이아가, 구혼자들을 따돌리고 왔다는 스킬라의 말에 한숨을 쉬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스킬라, 그래도 네 손을 잡으려던 구혼자들은 짐승같이 무지막지한 자가 아니니 얼마나 좋으냐? 네가 싫으면 싫다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바다의 신인 네레우스와 바다의 요정인 도리스의 딸인 나는 자매간이 그렇게 많은데도 구혼자를 뿌리칠 수가 없었다. 구혼자가 저 키클롭스였으니…… 이 키클롭스 때문에 내게 남은 것은 한과 슬픔뿐이구나"

 

 

6. 갈라테이아와 아키스의 슬픈 사랑

* (나무위키) 갈라테이아는 '젖빛 여인이라는 뜻으로 바다의 신 네레우스와 네레이스의 하나인 도리스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10년이나 걸리도록 본의 아니게 발단을 제공한 인물이다. 퀴클롭스이자 포세이돈의 아들인 폴리페무스가 그녀를 짝사랑해서 열심히 쫓아다녔지만 그녀는 그를 무시하고 아키스(Acis)라는 잘생긴 청년과 사랑에 빠졌다.

 

이에 화가 난 폴리페모스는 그들을 향해서 바위를 뽑아 던져버렸는데 그녀는 재빨리 바닷속으로 피해 살았지만 아키스는 바위에 깔려 죽고 말았다. 솔로부대 앞에서 염장질하면 훅 가는 거다. 이후 갈라테이아가 어찌 되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는 갈라테이아가 친구 스킬라(키르케의 저주로 괴물이 되기 이전)에게 이때를 설명해주면서 아키스가 강의 신이 되었다고 말해준다. 다만 이 일로 인해 둘 사이는 깨져 버린 듯...

 

폴리페모스는 이 일로 특히 예민해져 사나워졌으며 후에 오디세우스 일행이 그의 동굴에 찾아왔을 때 난폭하게 굴었다가 깝치다가 오디세우스의 잔꾀에 의해 눈이 멀게 된다. 분노한 폴리페모스는 아버지 포세이돈에게 오디세우스에게 복수해달라고 부탁했고 그래서 오디세우스의 고생길이 시작된 것이다.

 

7. 글라우코스

* 스킬라가 웅덩이에 옷을 벗고 물 속으로 들어 갔을 때,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글라우코스가 바다 저쪽에서 나타나 이 처녀의 모습을 보고는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일념에서 다가온 것이었다. 처녀 스킬라는 도망쳤고, 해변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산꼭대기로 올라갔다스킬라의 눈에 글라우코스의 모습은 기이했다. 어깨를 지나 등까지 덮고 있는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은 초록색이었고, 물고기 하반신이었다

 

"처녀여, 나는 괴물도 아니고 바다에 사는 맹수도 아니다. 나는 이래봬도 어엿한 바다의 신이다. 인간이었을 적에, 나는 낚싯대로도 고기를 잡았고 그물로도 고기를 건졌다. 내가 풀밭에다 놓자마자 고기는 몸을 뒤척이면서, 물 속을 헤엄치듯이 풀밭 위를 기어가기 시작했고 한 마리 남김없이 이 새 주인을 버리고 저희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다

 

'신들이 부리는 조화일까, 아니면 풀밭에서 자라는 풀에 신기한 효능이 있어서 물고기를 되살리는 것일까?'하고. 나는, 어쩌면 풀에 신비한 효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풀잎을 하나 뜯어 씹어보았다. 풀에서 나온 즙이 혀끝에 닿자마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가슴이 꿍쾅거리면서 물이 그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견딜 수가 없어서'땅이여, 안녕, 내가 영원히 다시 밟지 못할 땅이여, 안녕'

 

이렇게 부르짖고는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바다의 신들은 나를 영접하면서 동아리가 된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수많은 바다의 신들은 저 오케아노스 신과 테튀스 여신에게, 어떻게 하면 내가 인간 세상에서 지은 죄를 닦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 두 분 신들께서는 내 죄를 닦아주셨다. 정죄의 주문을 아홉 번 외게 하셨고, 백 개의 강에 몸을 닦으라고 하셨다. 나는, 강을 찾아다녀야 할 줄 알았는데 사방에서 물이 내 머리 위로 쏟아졌다. 그 뒤로 나는 별별 희한한 일을 다 겪었으나, 그대에게 들려줄 마음만 있을 뿐 기억할 수가 없구나.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나는 내가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전파는 전혀 다른 글라우코스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때 처음으로, 푸른 색깔로 변한 내 수염, 숱이 많은 이 머리카락, 엄청나게 넓어진 어깨, 검푸른 이 팔,지느러미와 흡사하게 변한 내 다리를 보았다. 내 비록 바다 신들의 동아리가 되었고, 내 모습이 이렇게 변했다만 그대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면 무엇하랴. 원컨대 그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글라우코스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몇 마디를 덧붙이려 했다. 그러나 스킬라는 이미 달아나고 있었다. 달아나는 스킬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심한 배신감을 느낀 글라우코스는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 태양신의 딸인 키르케의 아름다운 집을 향해 헤엄쳐갔다.

 

 

제 14부 로물루스와 레무스 외

1. 스퀼라와 마녀 키르케

* (나무위키) 키르케는 마술로 사람을 동물로 만들어버리는 짓을 아주 자주 했다. 특히 스킬라를 괴물로 만든 것 때문에 오디세이아 기준으로 진짜 여러 사람들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오디세우스도 개고생을 해야했다.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지만 유독 남자복이 없는 듯. 바다의 신 글라우코스가 짝사랑하던 님프 '스킬라'의 마음을 얻게 해주는 묘약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키르케에게 했는데, 그녀가 오히려 글라우코스를 사랑하게 되어버렸고 질투심에 휩싸여 아름다웠던 스킬라를 머리 여섯달린 바다괴물로 만들어버렸다. 또 한 번은 약초를 뜯다가 젊은 미남인 라티움의 왕 피쿠스가 사냥을 하는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한 적도 있는데, 그녀는 서둘러 마술로 가짜 멧돼지를 만들어 피쿠스를 유인한 다음 숲속 깊은 곳에서 그에게 고백을 했지만, 자신의 요정 아내 카넨스가 더 곱다는 피쿠스의 어그로 발언에 꼭지가 돌아버린 나머지 그대로 그를 딱따구리로 변신시켜 버린 적도 있었다. 홍은영 작가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위와 같은 과거 때문에 키르케가 상당히 외로웠고, 그 때문에 오디세우스를 사랑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묘사한다.

 

* 스킬라는 다리가 없어지고 허리 아래에 6개의 개 머리와 12개의 다리가 달린 흉한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다.

 

2. 원숭이가 된 케르코페스

* 트로이 유민과 함께 아이네이아스는 아프리카에 상륙하여 카르타고가 건설된 것을 보고, 디도의 환대를 받고, 그녀의 신상을 알게 된 뒤부터 디도를 열렬하게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네이아스는 그곳에 있는 동안 함대를 재건하고 그의 부하들에게 충분한 휴식기간을 주었다. 그러나 아이네이아스가 카르타고에 머물면서 디도와 결혼할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 때,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보내, 운명이 시키는 바에 따라 이탈리아에 가라고 충고하게 했다. 그 무렵에 이미 아이네이아스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던 디도는 그를 자기 남편, 적어도 약혼자라 생각하고 있었다. 디도는 아이네이아스가 떠날 의사가 있음을 듣고 놀란 나머지 그를 심히 추궁했으나 그의 마음은 이미 굳어져 있었다. 아이네이아스는 그녀의 결사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함대를 출발시켰다. 디도는 그의 추억이 될 만한 것을 태우기 위해 화장터를 쌓게 했다. 그리고는 아이네이아스가 준 칼로 자기 몸을 찌르고 불속에 뛰어들었다

 

한동안 여기에 머문 아이네이아스는 헤라 여신의 심부름꾼인 무지개 여신 이리스가 지른 불에 타다 남은 배만을 몰고 다시 바다로 나섰다. 아이네이아스는 히포타데스가 유황 연기에 오른 땅에다 세웠다는 나라를 지나고, 세이렌의 섬을 지났다. 일행이 유능한 키잡이를 잃은 것은 이 근처에서였다. 아이네이아스 일행은 키잡이도 없이 이나리메, 프로키테, 그리고 주인의 정체를 짐작케 하는 볼모의 언덕으로 이루어진 섬 피테쿠사이를 지났다.

 

이 섬 주인인 케르코페스는, 원래는 사람이었으나 속임수에 능하고 거짓 맹세를 잘 하는 아주 고약한 사람들이어서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가 이들을 모양은 사람과 비슷하되 사실은 사람이 아닌 짐승으로 변신시켜 이 섬으로 보내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키가 작고, 코는 들창코였으며, 얼굴에는 쪼글쪼글 주름이 져 있는데다 온몸은 갈색 털에 덮여 있다. 이렇게 변한 뒤로는, 거짓 맹세를 하던 그 혀는 쓸 수가 없었다. 그저 무슨 소린지 알아먹을 수 없는 소리로 깩깩거릴 수 있을 뿐이었다.

 

* (참고) 케르코페스는 티탄 신 오케아노스와 테이아의 자식이었지만 제우스가 아버지 크로노스를 상대로 티탄 전쟁을 벌였을 때 제우스를 도왔다. 하지만 이들 형제가 끊임없이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면서 못된 짓을 그치지 않자 보다 못한 제우스는 그들을 원숭이로 만들어 나폴리 앞바다의 프로스키다 섬과 이스키아 섬에 데려다 놓았다. 그 후로 그들의 자손들은 계속 그곳에서 살았고, 고대 그리스인들은 두 섬을 ‘피테쿠사’라고 불렀다. 피테쿠사는 ‘원숭이의 섬’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케르코페스 형제는 원숭이로 변하기 전부터 이미 원숭이와 비슷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케르코페스는 헤라클레스의 갑옷을 훔치려다가 크게 혼난 적이 있었다. 케르코페스는 꿈속에도 자주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히곤 했는데, 그럴 때는 헤라클레스를 큰 소리로 부르면 악몽이 사라진다고 한다.

 

3. 쿠마에의 시뷜레

* (네이버 지식백과, 그리스로마신화 인물백과) 아폴론은 시빌레를 몹시 사랑하여 그녀에게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주겠다고 했다. 이에 시빌레는 손에 모래를 한 움큼 쥐면서 모래알의 수만큼 장수하게 해 달라고 말했고, 아폴론은 그 소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빌레는 아폴론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화가 난 아폴론은 그녀가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동안 계속 늙어 가게 내버려 두었다. 그녀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해서 쭈그러들었고, 결국 매미와 비슷해진 모습으로 쿠마이의 아폴론 신전에 매달린 새장 안에 있었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다가가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죽고 싶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이네이아스와 시빌레: 시빌레는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이탈리아로 가던 아이네이아스가 저승을 여행할 때 하데스의 나라에 들어가는 방법을 일러 주었다. 이때 그녀는 이미 700살이 넘은 나이였다. 저승에서 다시 돌아온 아이네이아스는 그녀에게 신전을 지어 주고 제물도 바치겠다고 말했지만, 시빌레는 자신이 인간에 불과하다며 이를 거절했다. 그녀는 자신이 손에 쥐었던 모래알의 수가 1,000개였으므로 앞으로 300년을 더 살고 나면 마침내 죽을 것이라고 했다.

 

시빌레의 예언서: 시빌레는 왕정시대 로마의 마지막 왕인 타르퀴니우스 수페르부스(재위 BC. 534~BC. 510)에게 9권의 예언서를 가지고 와서 팔겠다고 했다. 하지만 값이 너무 비싸서 거절하자 그녀는 그중 3권을 불에 태운 다음 다시 같은 값으로 나머지를 팔겠다고 했다. 이번에도 왕이 거절했더니 그녀는 다시 3권을 더 태우고 역시 같은 값으로 남은 3권을 사라고 말했다이상하게 여긴 왕이 신관들을 불러 물어보았더니, 신관들은 개탄하면서 나머지 책을 사라고 왕에게 권했다왕은 결국 남은 3권을 사서 카피톨리움의 유피테르(제우스) 신전에 보관하였다. 이 예언서들은 아우구스투스 황제 치세 때까지도 로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나라에 중대사가 발생하거나 초자연적인 일들이 일어나면 로마 인들은 시빌레의 예언서를 해석하여 신의 뜻을 물었다. 이 예언서는 기원전 83년에 신전에 발생한 화재로 소실되었다. 그러자 로마 인들은 각지에서 비슷한 종류의 예언서들을 구해서 새로운 책으로 편집한 다음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인 서기 12년에 팔라티누스 언덕의 아폴로 신전에 보관하였다.

 

이후 시빌레의 예언서를 흉내한 위서들이 시빌라의 탁선이란 제목으로 만들어져 이집트의 디아스포라 유대인들과 초기 기독교도들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주로 종말론과 유일 신앙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긴 이 책들은 비밀스런 예언서의 형태로 중세시대에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쿠마에의 무녀 시빌레: 미켈란젤로의 그림

4. 아이네이아스, 아카이메니데스를 구하다

* (네이버 지식백과, 그리스로마신화 인물백과) 아카이메니데스는 오디세우스의 선원으로 괴물 폴리페모스가 사는 섬에 갇혔으나 아이네이아스에 의해 구출되었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귀국길에 오른 오디세우스 일행은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들이 사는 섬에 잠시 정박해야만 했다. 그러다 그들은 키클롭스들의 대장으로 성격이 잔혹한 폴리페모스에게 잡혀 동굴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폴리페모스는 매일 오디세우스 일행을 한 명씩 잡아먹었다. 참다못한 오디세우스는 꾀를 내어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하고 동료들과 함께 도망쳤다. 그러나 탈출하는 과정에서 아카이메니데스만 홀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섬에 남게 되었다.

 

그는 떠나가는 오디세우스와 동료들을 향해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폴리페모스가 그 소리를 듣고 달려들까 두려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동료들이 떠난 뒤 아카이메니데스는 오랜 시간 섬에서 열매 등을 따먹으며 폴리페모스와 다른 키클롭스들을 피해 숨어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안가를 배회하던 아카이메니데스는 아이네이아스가 이끄는 트로이 일행의 배가 섬 근처를 지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있는 힘껏 달려가 배를 향해 간절하게 손짓하며 구조를 요청하였다. 아이네이아스는 부하들로부터 아카이메니데스가 트로이를 공격한 그리스인이라는 것을 전해들었으나 측은한 마음에 배에 타는 것을 허락하였다. 아카이메니데스는 자신을 구해준 트로이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으며 훗날 마주친 그리스 동료에게도 아이네이아스로부터 입은 은혜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하였다고 한다.

 

* (변신 이야기) 아이네이아스가 시빌레의 인도로 저승을 다녀온 후 제물을 준비하여 시빌레의 은공에 감사하는 의식을 베풀고는 카이에타해변으로 나섰다. 아이네이아스는 이곳에 사는 그리스 사람을 만났는데, 트로이 전쟁터에서는 서로 창을 겨누면서 싸웠던 네리토스사람 마카레우스가 그 사람이었다. 마카레우스는 오랫동안 오디세우스를 따라 항해를 계속하다가 그곳에 낙오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 마카레우스가 트로이아 사람들과 함께 있는 아카이메니데스를 보고 놀란 것이다. 

 

5. 풍신 아이올로스의 선물, 오디세우스와 키르케

- 마카레우스의 이야기가 계속

(1) 타인과 교류하지 않는 바람의 왕, 아이올로스

* 자기들 끼리 결혼하며 폐쇄적인 왕국. 떠날 때 바람자루를 받음

* 동료 부하들이 자루에 금은보화가 있나 열어보았다가 결국 나쁜 바람을 만나 바람의 왕국으로 다시 돌아왔으나, 신들의 노여움을 받았다며 도와주지 않음.

 

(2) 식인거인의 습격

* 다음 도착지는 옛날 라무스가 세웠다는 라이스트리곤의 나라. 동료 둘과 함께 상륙했지만 한명은 잡아먹힘.

* 언덕 위에서 던진 바위에 맞아 여러 척의 배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고, 오디세우스가 탄 배 한 척만 도망

 

(3) 마녀 키르케와의 만남

* 숲의 요정들을 만나 음식을 도움 받음. 하지만 나쁜 약이 들어있어 모두 돼지로 변한다.

* 낯선 땅에서 낯선 여자와 접촉하는 것은 위험.

* 키르케는 자기 애인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는데, 오디세우스는 자기가 옷을 다 벗을 때 자기를 무력화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1년간 함께 한다.

 

6. 피쿠스와 카넨스

*(나무위키) 피쿠스는 사티로스 또는 판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일단 신과 인간의 혼혈이다크로노스의 아들이며, 야누스와 베닐리아의 딸인 님프 카넨스와 사랑에 빠져 파우누스를 낳았다. 은근히 잘생긴 모양인지 키르케의 사랑을 받았지만 마녀 키르케의 사랑을 거절하여 딱따구리로 변신하였다. 카넨스는 피쿠스를 찾아 헤매다 목소리만 남아 메아리(에코)가 되었다고 전한다

 

다른 전설에서는 정원의 신이라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었으며, 아레스의 신성한 새 딱따구리로 둔갑하길 즐겼다. 로마신화에서 또 갓 태어난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가 강물에 버려졌을 때 이리와 딱따구리가 그들을 구하였는데, 이 딱따구리가 피쿠스라고 한다.

 

 

* (변신 이야기) 마카레우스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옛날에 사투르누스의 아들인 피쿠스가 이 아우소니아 땅을 다스릴 때가 있었습니다. 이 피쿠스에게는 취미가 하나 있었어요. 말을 기르는 것이었죠. 특히 군마를 조련하는 데는 상당한 재간도 있었나봐요이 피쿠스가 어찌나 미남이었던지, 당시 라티움 산의 요정, 샘의 요정, 물의 요정 할것없이 모두 이 피쿠스를 쫓아다녔대요. 하지만, 피쿠스가 사랑한 이 요정은, 어머니 베닐리아와 아버지 야누스의 딸로 팔란티움 언덕에서 태어났대요. 이 요정 처녀는 혼기가 되자 수많은 구혼자들을 다 마다하고 라우렌툼 사람 피쿠스의 신부가 되었답니다. 이 요정은 예쁘기도 했지만, 노래를 어찌나 잘 부르는지 이름마저 '카넨스' 였다지요

 

어느 날 키르케 여신은 나무 그늘에 앉아 있다가 사냥 나온 피쿠스를 보고는 반했다. 키르케 여신은 멧돼지의 환영을 만들어 피쿠스가 따라가도록 만들었고 자신을 사랑하도록 기도했지만, 피쿠스 왕은 키르케 여신의 애원을 일언지하에 거절했어요. 그러자 키르케는 사랑의 상처를 입은 여자의 원한이 얼마나 깊고 무서운가를 알게 될거다고 다짐하며 피쿠스를 딱따구리로 변모시켰다.

 

새색시였던 요정 카넨스는 산과 골짜기를 누비며 피쿠스를 찾하헤맸고, 강둑에 앉아 울면서 신세 타령을 했는데, 슬픔으로 결국 이 카넨스의 골수부터 녹아 사라져버렸다. 

 

 

7. 새가 된 디오메데스의 부하들

* (나무위키) 디오메데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인간 영웅. 티데우스와 아르고스의 공주 데이필레의 아들이다.

트로이 전쟁에서 활약한 영웅으로 아이아스, 아킬레우스와 함께 그리스군 최강의 무인으로 손꼽혔으며 일리아스에서는 아킬레우스의 부재시 그에 필적하는 활약을 한다. 오히려 아킬레우스의 부재가 길었다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트로이 전쟁 전반기 무쌍을 찍었다 봐도 된다. 아테나의 버프를 받아 아이네이아스를 발라버리고 그걸 지키려는 어머니이자 여신 아프로디테의 손을 찌르기도 하고, 군신 아레스의 아랫배를 찔러 비명을 지르고 달아나게 한 것도 이 남자. 이때 디오메데스의 활약이 얼마나 엄청났는지 헥토르는 성으로 퇴각, 아테네에게 버프를 거두어 달라는 기도를 하도록 어머니에게 부탁한다. 이 와중에 트로이 측의 장수 글라우코스와 만나는데, 우연한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서로 인사를 교환하게 되는데, 그러다 그들이 조상 대대로 친했던 것을 알고 우리가 지금 싸우지만 사실 이것만 아니면 목숨도 교환할 수 있는 가족과 같다며 서로 무기를 교환하고 헤어졌다.

 

일리아스에서 계속 등장하며 주로 오디세우스와 팀을 이루어 활약했다. 트로이 진영으로 정찰을 가던 도중 트로이 측의 스파이인 돌론을 잡아 죽이고 성공적으로 잠입, 트로이 동맹군 지휘자의 한 명인 레소스를 살해한 후 말들을 훔쳐 성공적으로 귀환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단테의 신곡에서도 나란히 지옥에서 불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디오메데스의 단짝이라 할 만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고.

 

가장 숱한 활약과 공훈을 쌓은 디오메데스는 고향으로 무사히 귀국하지만 귀국했을 무렵, 고향의 애인에게 배신당해 다른 장군들(메넬라오스, 오디세우스, 아가멤논 등)처럼 그 역시 불행을 피할 수 없었다.

 

일리아스에서 아테나의 명령에 따라 아프로디테의 손등에 상처를 입힌 이래 그에게 줄곧 앙갚음하려 했던 아프로디테가 에로스로 하여금 그의 왕비 아이기알레이아가 코메테스라는 청년에게 반해버리도록 해서 남편을 배신하게 했다. 아이기알레이아가 보낸 자객에 의해 살해당할 뻔했으나 자객을 거뜬히 제압하고 나중에 그 자객으로부터 왕비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자마자 고향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게 위험하다고 판단, 즉시 나라를 떠난다. 아프로디테는 이후 디오메데스를 건드리지 않았는데, 아테나가 자신이 비호하는 자니 건드리지 말라고 하자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고국을 떠난 이후 남이탈리아로 가서 자신의 나라를 세웠다고 하니, 안습하기는 해도 결과적으로는 좋게 끝났다.

 

아이네이스에서는 아이네이아스가 로마에 가서 나라를 세우게 되므로 아예 등장도 없으면 뭔가 독자가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탓인지 등장하게 된다. 당신의 원수 아이네이아스를 무찌르기 위해 함께 싸우자는 동맹 요청에 대해, 나는 10년 동안 전쟁을 해서 전쟁에 질릴 대로 질렸고 같이 싸운 동료들도 그 말로가 결코 좋지 않았다, 나는 아이네이아스와도 싸워 봤는데 정말 대단히 강한 영웅이라 이번에는 내가 당할 수도 있고 인간성도 뛰어나다, 나는 그와 싸우기 싫고 친구가 되고 싶다, 당신들도 그냥 화해해라 나는 싸우지 않겠다는 대답과 함께 동맹을 거절한다.

 

* (변신 이야기) 아이네이아스는 유모 카이에타를 화장 지낸후 다시 항해를 계속하여 라티움의 라티누스 왕에게 쳐들어가 왕녀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승리를 위해 양군은 장기간에 걸쳐 필사적인 공방을 계속하며 주위의 종족들을 서로 자기편에 끌어 넣으려 했다.

 

루툴리 족의 장수 베눌루스는, 그리스에서 망명한 장수 디오메데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그는 베눌루스를 도울 형편이 아니었다. 당시의 디오메데스는 이아피기아 사람 다우누스의 도움으로 건설한 도시를 다스리고 있었다. 다우누스가 이 디오메데스를 사위로 삼으면서 삶터를 나누어준 것이었다. 그로서는 장인의 군대를 남의 집안 싸움에 파견할 생각이 없었다. 장인의 군대를 제외하면 그에게는 사실 군대다운 군대가 없었다. 디오메데스는 원군 파견을 거절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트로이 성이 그리스 군이 지른 불에 잿더미가 되었을 때, 아이아스는 처녀신 미네르바의 성상을 욕보였고, 여신의 진노가 그리스 군에게 미쳤을 수밖에요. 우리 그리스 군은 귀향길에 바다에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바다에서 무서운 폭풍을 만났던 것이지요. 우리는 끓어오르는 듯한 바다와, 무시무시한 벼락과 어둠과 폭우와 싸워야 했습니다. 그러나 의로운 전쟁의 여신이신 미네르바께서는 나를 불쌍하게 보시고는 진노를 거두시고 우리를 구해주셨지만, 우리는 고향 아르고스에 닿을 수 없었습니다. 베누스 여신께서, 내가 당신께 부상을 입혀드린 것을 잊지 않으시고 다시 나를 벌하신 것입니다.

 

나는 바다에서는 폭풍 때문에 모진 고생을 했고, 땅에서는 밑도 끝도 없는 전투로 죽을 고생을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전쟁터에서 죽은 부하들, 바다에서 죽은 부하들을 부러워했을까요. 내 부하들은 바다에서 혼이 나고 전투에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는지라, 나에게 어디라도 좋으니 눌러앉자고 하더이다. 그러나 성미가 불 같은 아크몬은 의기소침해 있는 내 부하들을 꾸짖었습니다"우리가 이 역경을 밟을 수 있을 때, 우리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베누스 여신이 내 말을 듣고 있다고 하더라도 할말은 하겠다. 베누스 여신이 디오메데스의 부하들을 증오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이 그렇지만, 나는 할말을 하겠다. 우리는 여신의 증오를 비웃어주자. 우리는 여신의 증오를 비웃어줄 만큼 강해져야 하는 것이다."

 

이런 도전적인 말을 끝으로 아크몬의 목소리와 목은 가늘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머리카락은 깃털로 변하고 잇었고, 가슴과 가늘어진 목과 등도 깃털로 덮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를 바라보던 나의 다른 부하들도 그렇게 변신하고 있었습니다. 새가 된 내 부하들은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하늘로 날아오른 내 부하들은 날갯짓하면서 우리 배 위를 한동안 날았습니다. 이들은, 백조와 그 모양이 비슷했습니다만 백조는 아니었습니다.

디오메데스의 말이 끝났다. 베눌루스는 이름이 칼뤼돈에서 유래한 이 왕국을 떠나 페우케티아 해안과 메사피아 들판을 지나 제 나라로 돌아갔다. 메사피아 들판에서 베눌루스는 고목과 키가 큰 갈대에 묻힌 동굴 하나를 보았다. 당시 이 동굴에는 반인반양의 목양신 판이 살고 있었으나 원래는 요정 무리가 살던 곳이었다. 이 동굴에서 요정들이 떠난 내력은 이러하다. 옛날에 아풀리아의 목동 하나가 이 동굴을 엿보아 요정들을 크게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요정들은 목동의 모습에 놀라 황급히 그곳에서 도망쳤다. 한동안 도망치던 요정들은 목동을 보고 놀라 도망쳐 온 것을 후회하고는, 무리지어 춤추고 노래하면서 동굴로 돌아갔다. 목동은, 요정들을 흉내내어 춤을 추고 음란한 노래를 부르면서 이 요정들을 놀려대었다. 요정들로서는 이 목동의 야비한 수작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목동은 오래 행패를 부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목이 뻣뻣하게 굳으면서 감람나무 껍질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목동은 그 자리에서 야생 감람나무가 되었다. 이 야생 감람나무 열매를 맛보면 누구든 그 목동이 얼마나 야비한 인간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욕지거리를 한 야비한 혀가 녹아 이 열매의 맛이 되었다는 것이다.

 

8. 아이네이아스의 배, 아르데아

 

* 이렇게 해서 디오메데스를 찾아왔던 사신은 원군을 찾지 못한 채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루툴리족은 원군 없이도 전투를 계속했다. 양군의 희생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갔다.

 

육전에서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안 루툴리 족의 왕 투르누스는 아이네이아스 일행의 함대에다 불을 질렀다. 신들의 어머니인 거룩한 키벨레 여신은 그 배를 지은 나무가 자기의 성산인 이다 산에서 자란 소나무라는 것을 알고는 격노했고,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함대의 나무들이 말랑말랑해지면서 바다의 요정으로 변신하였다. 베누스 여신은 전세를 역전시키고 아들에게 승리를 안겨 주었다. 투르누스는 패자가 되었다.

 

투르누스 생전에는 그 막강한 힘과 부를 자랑하던 도시 아르데아도 무너졌다. 성채는 이방인들의 손에 무너져내렸고 성읍은 불바다가 되었다. 그 불바다에서, 그때까지는 어느 누구도 본 적이 없는 한 무리의 새들이 날개에 묻은 재를 털며 날아올랐다. 슬피 우는 새들의 모습에서 패망하는 도시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이 새들의 이름과 이때 패망한 도시의 이름이 같은 것도 그 때문이다. 아르데아는 이로써 날개를 치며 제 운명을 슬픈 울음으로 우는 새(해오라기)가 된 것이었다.

 

9. 신이 된 아이네이아스

* 하늘의 신들 중에는 트로이의 유민인 이 아이네이아스를 좋아하지 않는 신들도 있었으나, 그의 불굴의 용기만은 칭찬하지 않는 신이 없었다. 심지어는 유노 여신까지도 해묵은 감정을 눅이고 아이네이아스를 찬양했을 정도였다. 착실하게 힘을 기르는 아들 이올루스(아스카니오스의 별명)에게 후사를 맡긴 아이네이아스에게도 이승을 이별할 날이 왔다. 신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베누스 여신은 아버지 유피테르의 목을 껴안고 아들 아이네이아스에게 신성을 허락하여 주기를 애원했다. 다른 신들, 그리고 유노 여신도 동의하고 신들의 지배자인 유피테르 대신이 허락하였다. 베누스 여신은 아들의 몸을 정죄하고, 신들이 쓰는 향수를 뿌린 뒤 그의 입술에다 달디단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발라주었다. 아이네이아스는 이리하여 신이 되었다. 퀴리누스의 백성들은 신전을 세우고 제단을 꾸민 다음 "인디게스"라는 이름으로 부르면서 이 신을 섬겼다.

 

(참고) 아프로디테(베누스)는 일반적으로 바다의 거품으로부터 태어난 것으로 되어 있지만,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이 글에서 제우스와 디오네의 딸로 등장한다

 

 

10. 포모나와 베르툼누스, 아낙사레테의 전신

* 아이네이아스의 아들 아스카니우스가 지배를 하고 다시 실비우스, 라티누스 이렇게 계속 대를 이어 왕위가 넘어갔고 프로카 왕이 다스리던 시절에 포모나는 이 땅에서 살던 숲의 요정으로 과수원을 잘 가꾸었다. 하지만 포모나에게는 베누스가 장려하는 사랑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이 포모나의 주위에는 치근거리는 자들이 많았다. 특히 베르툼누스는 이들 이상으로 포모나를 사랑했다뿐이지 짝사랑이기는 이들과 마찬가지였다. 베르툼누스는 자주 변장한 모습으로 포모나 앞에 나타났고, 특히 노파로 변하여 베르툼누스를 반려로 고르도록 설득한다.

 

그래서 노파는 옛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옛날 아피스라는 청년이, 명문 테우케스의 자손인 공주 아낙사레테를 보는 순간 그만 뼈속까지 태워버릴 듯한 사랑의 불길로 타올랐던 것이지요. 아피스는 이 처녀가 사는 궁전으로 찾아가 구애하였지만 아낙사레테는 쌀쌀맞게 구는데 그치지 않고 이 청년을 멸시하고 놀리기까지 하는가 하면 청년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을까지 해서, 청년의 가슴에 남아 있단 사랑에 대한 가냘픈 희망까지 송두리째 빼앗아 버렸어요. 낙심한 이피스는 올가미에 머리를 집어넣고도 눈으로는 여전히 아낙사레테의 방 쪽을 올려다 보았지요. 하지만 청년을 그 올가미에서 대롱대롱 매달린 채 곧 숨을 거두었어요. 이 청년의 장례 행렬에서 과부 어머니의 곡소리가 이 처녀의 귀에도 들어갔을 테죠. 이 처녀가 관속에 누운 이피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처녀는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대요. 공주의 모양이 석상으로 변하였다.

 

노파로 변장한 베르툼누스 신은 이렇게 포모나를 꾀었으나 보람이 없었다. 그는 그제야 변장을 풀고 젊고 잘생긴 본 모습을 드러내었다. 세월의 흔적인 주름살을 벗고 베르툼누스 신은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포모나 앞에 나타난 것이다. 베르툼누스 신의 잘생긴 모습을 보는 순간, 포모나의 마음도 베르툼누스의 마음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11. 로물루스와 헤르실리아

* 프로카 다음으로 아우소니아 왕국을 다스린 사람은 간악한 아물루스였다. 이 아물루스가 무력으로 왕권을 장악한 것이다. 그러나 누미토르의 외손자들은 외조부가 잃었던 왕권을 찾아 되돌려주었다. 그리고 파릴리라에 이들은 로마라는 도시를 건설하였다.

 

사비니왕국의 왕 타티우스와 장로들은 이 새도시로 쳐들어 왔다. 이들을 위하여 성채로 들어오는 길을 열어주었던 타르페이아는 적의 방패에 눌려 죽음으로써 죄값을 했다.

 

이들 다음으로 로마를 공격해온 것은 쿠레스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발소리를 죽인 늑대들처럼 조용히, 잠들어 있는 로마 성채 수비대를 공격하고는, 일리아의 아들 로물루스가 굳게 잠가놓은 성문을 향해 진격해 왔다. 로물루스가 굳게 잠갔지만 유노 여신은 성문 중 하나를 이들에게 열어주기로 작정했다. 유노 여신은 성문의 빗장중 하나를 소리없이 벗겼다. 빗장이 벗겨지고 있다는 것을 안것은 베누스 여신뿐이었다, 그러나 베누스는 손을 쓸 수 없었다. 신들의 세계에서는 한 신이 한 일을 다른 신이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야누스 신전에 가까이에 샘에서 솟아오른 물로 사시사철 바닥이 눅눅한 곳이 있었다. 이곳에는 아우소니아 물의 요정들이 살고 있었다. 베누스 여신은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물의 요정들은 이 여신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들에게, 여신의 요청은 늘 정당했기 때문이다. 요정들은 저희들 샘에 물을 대주는 강이라는 강, 시내라는 시내는 모조리 불러들였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야누스 신전에 이르는 길은 출입이 자유로왔다. 물이 길을 막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요정들은 저희 샘에서 솟아오르는 물에다 노란 유황을 쏟아넣고, 지하의 수맥에는 검은 연기를 뿜는 역청을 넣고 불을 붙였다. 유황과 역청이 뿜어내는 열기는 샘의 바닥까지 전해졌다. 그 결과,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알프스의 물과 차가움을 겨루던 그 샘의 물이 끊는 물같이 뜨거워졌다. 그 열기로 성문 양쪽에 있던 기둥에서는 연기가 났고, 따라서 사비니인들이 이 뜨거운 새 물길에 막혀 성인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사비니인들은 결국 마르스(로물루스는 마르스의 아들)의 군대에 참살을 당했다.

 

로물루스가 이들을 공격했다. 로마의 땅은 사비나인들과 로마 시민들의 피로 물들었다. 무서운 칼날 아래 목숨을 잃은 장인들과 사위들의 피는 새로 생긴 물길로 흘러들었다. 그러나 이 전투를 마무리지은 것은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아니라 평화였다. 이 전투는 로마가 타티우스에게 로마 왕권의 일부를 양여한다는 조건으로 끝났다. 타티우스가 죽고 연로한 로물루스가 로마인과 사비니인을 한 법으로 다스리고 있을 즈음이었다. 마르스 신은 투구를 벗고 신들의 아버지에게 인간들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이런 말을 했다.

 

"아버지신 대신이시여, 이제 때가 왔습니다. 로마는 반석 위에 섰고, 나라는 한 인간의 손으로 죄지우지할 수가 없을 만큼 튼튼해졌습니다. 아버지께서 저와 제 아들에게 상을 내리시기로 약속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손주 되는 제 아들은 그런 상을 받을 만한 제목이 되었습니다, 로몰루스를 땅에서 거두시어 이 천성으로 불러주소서, 저는 아버지의 은혜로우신 말씀을 듣고 마음에다 새겨두었습니다. 제가 어찌잊을 수 있겠습니다까? 신들이 열석한 자리에서 어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장차 천상으로 올라와 신위를 차지할 자가 네 핏줄에서 태어났구나' 이제 때가 이르렀으니 그때 하신 약속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전지 전능한 유피테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늘을 검은 장막으로 가리고, 천둥과 번개를 하계로 퍼부었다. 마르스는 그 틈을 이용하여 로물루스를 하늘로 데리고 올라오라는 유피테르의 뜻을 짐작했다. 마르스는 창을 장대삼아 짚고는. 발굽에 피가 묻은 말들이 끄는 수레에 뛰어올랐다. 그는 말의 잔등을 채찍으로 때리고 전속력으로 수레를 팔란티움 언덕의 정상으로 몰았다. 일리아의 아들 로물루스는 바로 그 팔란티움 언덕 정상의 숲 속에서 백성들을 모아 놓고 인간 세상의 법을 집행하고 있었다. 마르스는 그 현장으로 치고 들어 갔다. 로물루스 왕의 육신은 투석기가 쏜 납탄이 하늘에서 녹듯이 그렇게 녹아 대기 속으로 비산했다, 하늘에서 그는 신들의 보좌에 어울리는 새몸을 얻었다 신들의 옷으로 차림한 퀴리누스 신상과 그 모습이 똑같은 새몸을 얻은 것이었다. 로물루스의 아내 헤르실리아는 지아비를 잃고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이때 천궁의 왕비인 유노 여신이 무지개 여신 이리스에게 활꼴로 휘어진 길은 따라 내려가, 과부가 된 헤르실리아에게 이런 말을 전하게 했다.

 

"왕비여, 라티니 족과 사비니 족을 통틀어 으뜸가는 영광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왕비여. 과거에는 위대한 영웅의 아내였지만 이제는 퀴리누스 신의 아내가 되었구나. 지아비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말리고 싶거든 나를 따라가자. 퀴리누스 언덕을 올라, 숲 속에 있는 로물루스 신전으로 들어가자."

 

이리스는 활꼴로 굽어진 색색의 무지개 길을 따라 내려가 헤르실리아에게, 여신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헤르실리아는 고개를 숙인 채 이리스 여신에게 대답했다"여신이시여, 저는 여신이 어떤 여신이신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여신이 분명하시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저를 데려가소서. 데려가시어 제 지아비를 만나게 해 주소서. 운명이 저에게 지아비를 한 번이라도 만나게 해주신다면, 저는 하늘에 오르는 것이 아닌지요?"

 

왕비는 일각의 지체도 없이 타우마스의 딸인 처녀신을 따라 로물루스 언덕으로 올라갔다. 왕비가 여기에 이르자 하늘에서 별이 하나 떨어지면서 왕비의 머리에다 불을 질렀다. 왕비는 머리에 불이 붙은 채 별과 함께 하늘로 올라갔다. 로마의 건설자 로물루스는 왕비에게는 너무나 낯익은 포옹으로 아내를 맞았다. 그 순간 왕비의 모습이 달라졌다. 이름도 달라졌다. 로물루스는 왕비 헤르실리아를 '호라'라고 불렀다. 헤르실리아는 퀴리누스 신의 아내인 호라 여신이 된 것이었다.

 

 

제 15부

1. 뮈스켈로스, 크로톤

* 당대의 예언자 파마 여신은 로물루스 사후 왕위 계승자로 누마를 지목했다. 박식한 누마는 사비니 족의 문화,  해박한 지식, 심원한 우주의 본질을 이해했는데, 일찍이 고향 쿠레스를 떠나 옛날 헤라클레스를 환대한 적이 있는 도시 크로톤에 이르렀다. 여기에서 누마는 사람들에게, 이탈리아 땅에다 그리스 도시를 최초로 건설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지방의 노인하나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유피테르의 아들 헤라클레스가 히베리아에서 소떼를 몰고 바다를 건너왔을 때의 일입니다. 오랜 항해 끝에 라키니움의 해변에 이른 헤라클레스는 소떼는 해변에 풀어 풀을 뜯게 하고 자신은 크로톤의 집에서 환대를 받았답니다. 환대를 받고 떠나면서 헤라클레스는, 이런 말을 했답니다'우리의 손자대에 이르면, 이곳은 도시가 될 것이다.'

 

헤라클레스의 이 예언은 이루어졌습니다. 이 예언을 성취시킨 사람은 미스켈로스라는 사람인데, 아르고스 사람인 알레몬의 아들입니다. 미스켈로스가 어느 날 잠을 자는데, 늘 몽둥이를 둘러 메고 다니는 영웅 헤라클레스가 꿈에 나타나 그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어나거라. 일어나서 네 아버지 나라를 떠나 머나먼 아이사르강의 자갈이 많은 지류를 찾아가거라.'

 

미스켈로스가 망설였는데 이유가 있습니다. 영웅신 헤라클레스는 그땅을 떠나라고 했습니다만, 그 나라 법은 떠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 나라 법에 따르면, 누구든 나라를 떠나다 붙잡히는 사람은 사형에 처하기로 되어 있었답니다. 미스켈로스는 두려워하면서도 조상 전래의 성물을 꾸려 그 나라를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미스켈로스는, 떠나기도 전에 붙잡혔습니다. 미스켈로스를 기소한 법관들이 미스켈로스의 죄명을 말했습니다. 증인들의 진술이야 있건 없건 유죄 판결을 받는 것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당시의 관습에 따르면, 죄수를 유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검은 돌, 무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흰 돌을 항아리에 던져넣어 유죄, 무죄 여부를 평결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무정하게도 항아리 속으로 검은 돌만 던져넣었습니다. 그러나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분명히 검은 돌만 항아리로들어갔는데, 재판관이 항아리의 돌을 쏟았을 때에는 검은 돌이 모조리 흰 돌로 변해 있었던 것입니다. 헤라클레스가 손을 써준 덕분에 미스켈로스는 무죄 평결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미스켈로스는 암피트리온의 아들에게 제사를 올리고는 바다로 배를 내어 이오니아 바다를 건넜고 여러 도시와 해안을 지나 마침내 목적지인 아이사르 강 어귀에 이르렀습니다. 크로톤의 무덤은 이 아이사르 강 어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요. 미스켈로스는 헤라클레스의 말에 따라 도시를 세우고는, 그 아래 묻힌 사람의 이름을 따서 그 도시를 <크로톤>이라고 명명했습니다."

 

2. 퓌타고라스의 가르침

* ​당시 이 도시에는 사모스 사람(피타고라스)이 하나 있었다. 그는, 사모스에서 태어났으나 전제정치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이 섬을 떠나 망명자의 삶을 시작한 사람이었다. 그는 심오한 사상으로, 인간 세계에서는 아득히 먼 신들에게 다가갔으며, 자연이 인간에게는 베풀지 않았던 그 나름의 독특한 심안으로 사물을 볼 수 있었다. 희대의 천재성과, 지칠 줄 모르는 탐구의 열정으로 사물의 본질과 원리를 인식한 그는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쳤다...... 처음으로 육식을 금해야 한다고 가르친 사람도 그였.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인간의 이런 죄를 저지르는 데 만족하지 않고 이번에는 신들을 이 사악한 저희의 수호자로 상정하고, 이런 짐승을 죽여 바치면 하늘의 신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릅니다. 이런 희생제물의 고기를 먹는 풍습은 대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이지요? 사람들은, 제물을 죽여놓고는 우르르 모여들어 이 고기를 먹습니다. 그대들이여, 바라노니 내 말을 귀담아들으십시오. 이러면 안 됩니다. 그렇게 도살한 황소의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곧 그대들의 밭을 가느라고 수고한 경작자의 고기를 먹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나는 내 전생을 기억합니다. 트로이 전쟁 당시 나는 판토오스의 아들 에우포르보스였습니다. 아트레우스의 둘째아들 메넬라오스의 창을 가슴에 맞고 죽었지요. 근자에 나는 이바스의 도시 아그로스의 유노 신전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내가 왼손에 들고 다니던 방패는 거기에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이 방패를 알아볼 수 있었지요. 모든 것은 변할 뿐입니다.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영혼은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알맞은 형상이 있으면 거기에 깃들입니다. 짐승의 육체에 깃들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돌고 돌뿐, 사라지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영혼은 어디에 가는 처음의 영혼 그대롭니다. 다만 다른 형상 안에 자리를 잡았을 뿐입니다. 그대들에게 경고합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것을 음식으로 삼음으로써, 인간이라는 고귀한 지위를 더럽히지 마십시오. 잔인무도한 살륙으로, 인간의 혼과 똑같은 혼을 그 거처에서 쫓아내는 짓을 삼가십시오. 피로써 피를 살찌우면 안 됩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드러난 것은 단지 찰나적인 형상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입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항상 흐릅니다. 강처럼 흐릅니다. 

 

우리가 <원소>라고 부르는 것도 불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속하는 우주는, 형상의 질료가 되는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의 두 가지, 즉 흙과 물은 무거워서 가라앉습니다. 반면에 나머지 두 가지, 즉 공기와 공기보다 가벼운 불에는 무게가 없어서, 가두는 것이 없으면 위로 솟아오릅니다. 이 네 원소에서 비롯되고 필경은 이 네 원소로 복귀합니다. 흙은 마멸의 과정을 거쳐 물에 분해되고, 물은 증발하면 공기와 바람이 되며, 밀도가 희박해지면 공기 역시 무게를 잃고 상승하여 불에 합류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역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네 원소는 같은 순서를 역으로 밟아 원상으로 되돌아오기도 합니다. 농도가 짙어진 불은 응고하여 공기가 되고, 공기는 물이 되며 물은 압력을 받으면 흙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처음의 모양대로 영원히 있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무궁무진한 자연의 조화는 끊임없이 이 물건으로 제 물건을 지어냅니다. 이 우주에 소멸되는 것은 없습니다. 변할 뿐입니다. 새로운 형상을 취할 뿐입니다. <태어남>이라는 말은, 하나의 물상이 원래의 형상을 버리고 새 형상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죽음>이라는 말은, 그 형상대로 있기를 그만둔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변하여 저것이 되고 저것이 변하여 이것이 될지언정 그 합은 변하지 않습니다.

 

형상을 바꾸어 다른 것으로 변하는 동물과 식물의 이름을 다 주워 섬기려면, 포에부스가 헐떡거리는 천마 무리와 함께 바다로 들어가 날이 저물 때까지 주워섬겨도 시간이 모자랄 것입니다. 그대들이 잘 알다시피, 나라라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나라 가운데엔 세월이 흐를수록 강대해져 가는 나라도 있고, 쇠퇴의 길을 걷는 나라도 있습니다. 트로이는 그 많은 인명을 잃으면서도 그 전쟁의 돌개바람을 10년간이나 버틸 수 있을 만큼 국력도 있고 인구도 많은 나라 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트로이가 있던 자리에는 폐허뿐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트로이 유민들이 일으킨 로마가 융성하여 아펜니노스 산에서 발원한 튀브리스 강 언덕에다 대규모 공사를 시작, 세계 지배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습니다. 이 도시 역시 국력이 신장되면서 변모를 거듭, 언젠가는 이 넓은 세계의 수도가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나라의 이러한 운명이 이미 오래 전에 신들의 뜻을 통하여 드라나 있었다는 말들을 합니다. 내가 기억하기로도 트로이가 멸망하기에 앞서 프리아모스의 아들 헬레노스는 눈물을 흘리며 아이네이아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여신의 아들이시여, 제 예언을 귀담아 들어주십시오. 그대가 살아 있는 한 트로이가 완전히 멸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대는 이 땅을 떠나게 됩니다. 불과 칼이 그대에게 길을 내줄 것입니다. 그대는 트로이 부활의 상징과 더불어 먼 길을 여행하여 마침내 그대의 고향이나 그대가 지키던 트로이보다 그대를 더 따뜻하게 맞아들이는 이국에 이를 것입니다. 지금 내 눈에 그 이국의 땅이 보이는 듯합니다. 과거에 보았던 어떤 땅보다 넓은 땅, 지금 우리가 아는 어떤 땅보다 넓은 땅, 앞으로 우리가 알 게 될 어떤 땅보다 더 넓은 땅이 내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다른 지도자들도 그 땅을 차지하려고 나설 것입니다만, 이 땅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율루스(아이네이아스의 아들 아스카니오스의 별명)의 핏줄에서 태어나는 지도자뿐입니다. 그만이 이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나타나면 땅도 그를 찬양할 것이고 하늘도 그를 찬양할 것입니다. 따라서 그는 이 세상을 떠나 하늘에서 영생할 것입니다."

 

, 본론으로 되돌아갑시다. 하늘과, 하늘 아래 있는 만물은 다 끊임없이 변합니다. 땅과, 땅 위에 있는 만물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피조물의 하나인 우리 인간도 변합니다. 우리라는 존재는 육체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날개 달린 영혼도 여기에 깃들여 있기 때문입니다. 날개 달린 우리의 영혼은 들짐승의 가슴을 찾아들어갈 수도 있고, 가축의 가슴을 찾아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짐승들을 함부로 죽이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짐승의 몸에 어쩌면 우리 부모형제나, 우리 친척, 우리와 같은 인간의 영혼이 깃들여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이 예사롭지 않은 지위를 불명예스럽게 하거나 티에스테스식 식사로 우리의 배를 채우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맙시다.

 

소에게는 쟁기나 끌게 하십시오, 그러다 나이를 먹어 죽게 되면 그 죽음을 슬퍼해 주십시오. 양으로부터는, 우리를 북풍에서 지켜줄 양털이나 얻어냅시다. 염소로부터는 젖을 얻는 것으로 만족하십시오. 짐승을 속이는 함정이나 올가미나 그물 같은 것은 이제부터라도 쓰지 마십시오. 깃털을 꽂아 만든 가짜 새로 새들을 속이지 말고, 소리로 유인하여 사슴을 죽이지 말며, 꼬부라진 낚시 바늘을 미끼로 감취 물고기를 속이지 마십시오. 해로운 짐승은 죽이되 죽이는 것으로 만족하십시오. 그 고기가 우리 입으로 들어가게 하지는 마십시오. 거친 음식으로 만족하십시오. 그는 이렇게 가르쳤으나 사람들은 그의 귀한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

라파엘의 아테네 학당 중 피타고라스의 모습

3. 에게리아의 전신, 히폴뤼토스의 소생

* 전설에 따르면 누마 왕은 이 사람의 가르침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와 백성들의 천거를 받아들여 라티움의 통치자가 되었다. 통치자가 된 누마는, 요정이었던 아내(에게리아)와 카메나이의 도움을 받아 종교적인 제사를 가르치고, 그 전까지만 해도 전쟁밖에 모르던 국민들에게 평화를 가르쳤다. 그러던 중 나이가 들어 이 세상을 떠나게 되자 라티움의 온 백성은 귀천을 불문하고 그의 죽음을 슬펴했다.

 

그러나 가장 슬퍼한 것은 역시 그의 아내였다. 그의 아내는 라티움을 떠나 아리키아에 있는 한 계곡을 은둔처로 삼고 파묻힘으로써 세상과는 인연을 끊었다. 이 누마 왕의 아내 에게리아의 울음소리는 디아나 여신의 신전에까지 들려 이 계곡의 숲과 샘의 요정들이 왕비를 위로했다. 그러나, 그러는데도 보람이 없자 테세우스의 아들이 달려와 이렇게 슬퍼하는 에게리아에게 히폴리토스 이야기를 하며 위로하였다.

 

 그러나 타인의 슬픔이나 고통은 에게리아의 슬픔이나 고통을 줄여줄 수 없었다. 에게리아는 산기슭에 앞드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포에부스의 누이인 디아나 여신은 애통해하는 과부를 불쌍하게 여기고 이 에게리아의 몸을 샘으로 만들었다. 에게리아의 몸은, 늘 맑은 물이 고이는 샘이 된 것이었다.

 

* (나무위키: 히폴리토스 이야기) 

히폴리토스는 테세우스가 첫 아내 히폴리테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혹은 안티오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당대의 현자였던 피테우스 밑에서 수학했던 수재였고 부친을 닮아서 외모 역시도 뛰어났다.

 

히폴리토스는 사냥을 좋아했고 달과 사냥의 여신이자 처녀신인 아르테미스를 숭배했는데, 그래서인지 그 역시도 순결을 지키면서 평생 독신으로 살아가리라고 맹세한다. 그 때문에 순결한 사냥과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좋아했으나 사랑의 신인 아프로디테는 매우 싫어했는데, 이 때문에 아프로디테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아프로디테는 에로스를 불러 히폴리토스의 계모 파이드라에게 금화살을 쏘게 했고, 금화살을 맞은 파이드라는 화살을 맞은 후 처음 본 남자인 히폴리토스에게 반해 열렬히 구애한다. 하지만 계모의 사랑을 받아줄 히폴리토스가 아니었고 거절당한 파이드라는 이에 앙심을 품고 의붓아들을 무고하는 유서를 남긴 채 자살했다.

 

의붓아들에게 치욕을 당했다는 아내의 유서(거짓말이었지만)를 본 테세우스는 격분했고, 히폴리토스를 미친듯이 추궁하는 건 물론, 히폴리토스가 해명할 새도 없이 그를 추방한 것도 모자라 무려 3대신 중 한명인 포세이돈에게 아들을 죽여달라고 빌었다. 테세우스의 기도를 들은 포세이돈은 파도로 큰 괴물 소를 만들어 마차를 몰고 있던 히폴리토스에게 보냈고, 놀란 말들이 달아나버려 마차를 바위에 부딪히게 해 히폴리토스는 즉사했다. 그의 사후에 히폴리토스가 억울한 죽음을 당했음을 알고 있는 아르테미스가 테세우스에게 그의 결백을 밝혀주는데, 이본에 따라 아스클레피오스가 살려줬다기도 하고, 그대로 다시 숨졌다고도 한다.

 

되살아났단 전승에서는 이후 아르테미스가 비르비우스(Virbius)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고 그를 라티움 지방의 도시 아리시아 근처의 신성한 숲에 보내어 살게 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엄청 불쌍한 청년. 일국의 왕자가 계모의 무고와 아버지의 오해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었다. 이후 진실을 알게 된 테세우스는 사람들의 신망을 잃으면서 왕위에서 쫓겨났고 방황하다가 홀로 외롭게 살면서 여생을 보냈다.

 

4. 흙에서 태어난 타게스, 나무로 변신한 로물루스의 창, 키포스의 뿔

* 티레니아의 농부는 밭을 쟁기질하다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흙덩어리가 저절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기겁을 했을 수 밖에..... 잠시 후 이 흙덩어리는 제 모양을 잃고 사람이 되어 갓 생긴 입으로 미래의 일을 예언했다. 이 지방 사람들은 이 예언자를 타게스라고 불렀다. 전해지기로는, 티레니아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점술을 가르킨 사람이 바로 이 타게스였다고 한다.

 

로물루스도 비슷한 일로 기겁을 한 일이 있다. 그는, 팔라티움 언덕에 꼿꼿이 선 자기 창에서 잎이 돋아나는 것을 보았다. 창이 꼿꼿이 선 것은 그가 창날을 땅에 박았기 때문이 아니라, 창자루에 뿌리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이미 창이 아니라 한 그루의 나무였다. 이 나무는 기겁을 하고 서 있는 로물루스의 머리위로 그늘을 드리웠다.

 

키포스 장군도 강가에서 강물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보다가 기겁을 했다. 자기의 머리 양쪽에 뿔이 돋아 있는 것을 본 것이었다. 적을 물리치고 개선하던 그는 승리의 기쁨을 뒷전으로 밀어놓고 하늘을 우러러 외쳤다. 기도와 제물을 드린 후 점을 쳤는데 키포스의 뿔을 보며 라티움 성으로 입성하면 왕이 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는 왕이 되느니 차라리 방랑으로 여생을 보내겠다고 하였다. 

 

장로들은, 키포스를 성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 하는 대신, 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 빛나는 영광에 대한 답례로, 황소 여러 마리를 맨 쟁기를 주었다. 해뜨고 나서부터 해질 때까지 이 쟁기로 둥그렇게 땅을 긁게 하고는 그 안의 땅은 모조리 그에게 주기로 한 것이었다영광의 보답이 이로써 만족스럽지 않다고 여겼던지 백성들은 이를 오래오래 기리기 위해 청동으로 된 성문 기둥에다 이 영웅의 불가사의한 뿔을 상징하는 뿔 문양을 새겨넣었다.

 

 

5. 역질로부터 로마를 구한 아스클레피오스

* 옛날 무서운 전염병이 라티움 땅을 휩쓴적이 있다. 라티움 사람들은 이 역질로 피를 말리다가 맥없이 쓰러져갔다. 아폴로 신에게 기도를 드렸다. 아폴로 신께서 늘 들고 다니시던 활이 부르르 떨리면서 신전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로 거룩한 삼각대는 이렇게 말했다"로마 인들아, 가까이서 구할 수 있는 것을 너희들은 멀리 있는 나에게까지 와서 구하는구나. 너희 기도를 들어 너희를 환난에서 구할 자는 나 아폴로가 아니라 아폴로의 아들이다. 내가 너희를 축복할 터이니 내 아들의 이름을 부르거라."

 

그리스 장로들은 그 신을 파견하면 그리스의 안전은 누가 보장하느냐고 논쟁이 벌어졌으며, 그리스에는 허깨비를 하나 만들어 세워놓고, 의신은 뱀으로 둔갑하여 이탈리아로 떠나 안티움을 거쳐 전세계의 수도 로마에 입성했다. 의술의 신은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목을 돛대에 올려 놓고는, 자신이 집으로 삼을만한 곳을 찾느라고 좌우를 둘러보았다. 티브리스 강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곳에, 강이 두 개의 긴 팔로 조심스럽게 안고 있는 듯한 땅이 있다. 사람들은 이 땅을 <>이라고 했다. 포에부스의 피를 받은 이 신사는 배에서 내려 이 섬으로 들러갔다. 신이 뱀의 모습을 버리고 신의 모습을 드러내자 로마의 전염병은 그것으로 끝났다. 이 신이 로마를 구한 것이다.

 

의신 아스클레피오스

 

6. 카에사르의 승천

* 아스클레피오스 신은 이방에서 오시어 우리 신전에 드신, 말하자면 이국의 신이다. 그러나 카이사르는 당신의 나라에서 신이 되신 분이시다. 마르스 신의 직분인 전쟁은 물론이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정치에도 능하신 이분께서 새로은 별, 즉 새로운 혜성이 되신 것은, 이분께서 수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끄셨고, 평화시에는 많은 업적을 쌓으셨으며 엄청난 명성을 얻으셨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훌륭한 아드님(아우구스투스, 실제로는 조카)을 두셨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옳다. 카이사르의 공적 가운데 이분을 아드님으로 삼으신 것 이상으로 빛나는 공적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네이아스의 어머니이신 베누스 여신은, 로마의 대제관에 대한 암살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안 순간, 기겁한 나머지 낯빛을 잃고는 신들을 만날 때마다 불만을 토로했다. 신들도 연세 많은 세 자매 여신의 뜻을 거스를수는 없었다. 세 자매 여신들은 뜻을 굽히지 않는 대신 다른 신들이 징조를 미리 보여 이 슬픈 일이 일어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은 말리지 않았다.

 

베누스여, 네가 관심하는 카이사르는 운명의 서에 기록된 삶을 다 살았다. 이 땅에서 살게 되어 있는 횟수를 다 채웠다는 말이다. 카이사르는 이제 죽어야 한다. 그러나 그냥 죽는 것이 아니다. 죽어서는 신이 되어 하늘에 오르게 되어 있고, 인간은 신이 된 카이사르를 위해 신전을 세우게 되어 있다. 카이사르의 아들은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고,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다하게 되며 아버지를 살해한 자들과 복수전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때가 되면 우리를 제 편으로 끌어 넣어 싸우게 된다. 뿐이냐, 이 아우구스투스는 위대한 로마의 지도자가 되고, 이 세상의 땅이라는 땅은 다 아우구스투스의 땅이 되고, 바다라는 바다는 다 아우구스투스의 바다가 될 터인데.

 

이 땅을 평정하면 아우구스투스는 백성들에게 눈을 돌리고 더없이 공정한 입법자가 되어 법률을 제정할 것이다. 그는 스스로 본을 보여 백성들을 가르치고, 미구에 올 자손들의 시대를 내다보고 정숙한 아내가 낳은 아들에게 자기 이름과 자기가 가지고 있던 막중한 책임을 물려줄 것이다. 이윽고 필로스의 네스토르에 못지 않게 오래 살다가 때가 되면 우리가 사는 이 천상으로 올라와, 이때 이미 별이 되어 있을 터인 저희 아버지와 비슷한 별이 될 게다.

 

신이 된 율리우스는 아들을 내려다보다가, 아들이 하는 일이 자기를 앞서고 아들의 영광이 자기 영광 이상으로 빛나는 것을 보고는 흡족해했다. 아우구스투스는 백성들이, 자기의 이름을 아버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이름 앞에 세우는 것을 금했다. 그러나 온갖 자유를 누리며 살던 백성들인지라 이 점에 관한 한 그의 뜻을 따라주지 않고 그의 이름을 카이사르의 이름 이상의 위대한 이름으로 기억했다. 아가멤논이 그 아버지 아트레우스보다, 테세우스가 그 아버지 아이게우스보다, 아킬레우스가 그 아버지 펠레우스보다 더 유명하게 된 것과 비슷하다. 말하자면 그 밖에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에 견주어질 만한 예를 찾는다면 유피테르 대신과 그 아버지 사투르누스의 경우가 될 터였다.

 

유피테르 대신은 천궁과, 우주의 삼계를 다스리시고 아우구스투스께서는 이 땅을 다스리신다. 이 두 분은 모두, 그 다스리시는 세계의 아버지시자 지배자시다. 아이네이아스를 도우시어, 불과 칼을 헤치고 길을 내어주신 신들이시여, 인디게테세(고향의 신들)시여, 로마를 세우신 퀴리누스시자 불굴의 영웅이신 로물루스의 아버지이신 마르스 신이시여, 카이사르의 가문에서도 으뜸가는 신이신 베스타 여신이시여, 베스타 여신과 나란히 카이사르 가문의 가신이 되신 포에부스 신이시여, 타르페이아 성채에 거하시는 유피테르 대신이시여, 시인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신들이시여. 신들께 기도를 드리오니, 아우구스투스 폐하께서, 당신께서 다스리시던 이 땅을 떠나 하늘에 오르시고, 그 높은 곳에서 인자하시게도 저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이루어지게 하시는 날이 더디오게 하소서, 다음 세기에나 오게 하소서.

 

7. 결사

* 이제 내일은 끝났다.

유피테르 대신의 분노도, 불길도, 칼도, 탐욕스러운 세월도 소멸시킬 수 없는 나의 일은 이제 끝났다.

내 육체밖에는 앗아가지 못할 운명의 날은 언제든 나를 찾아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 이승의 삶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나 육체보다 귀한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가 정복하는 땅이면 그 땅이 어느 땅이건, 백성들은 내 시를 읽을 것이다.

시인의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불사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