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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 신들의 이야기: 강연 김헌 (2022.5.7)

클리오56 2022. 5. 8. 01:59

1. 강연: 서양 고전학자 김헌 (서울대 인문학 연구원 부교수)

- 최강 1교시, 캐내네 스피치, 2020.10.28

- 대표저서: '그리스 문학의 신화적 상상력', '인문학의 뿌리를 읽다'

* 독서: 그리스 로마 신화; 강대진 지음

 

2. 신들의 이야기

- 의의: 그리스·로마 신화 속 지배자들은 어떻게 자신의 권위를 지켰을까?
올림포스 12신의 탄생과정을 통해 인류역사의 원형을 추적
카오스(Chaos) -> 코스코스(Cosmos)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

- 카오스: 일반적인 뜻은 혼돈, 혼란. 원래의 뜻은 공허(空虛)

=> 그리스·로마 신화 속의 신들의 역사: 텅 빈 공간(카오스)에서 우주의 질서(코스모스)가 자리 잡아가는 과정

* 이 빈터에 무엇이 하나하나 이렇게 자리를 잡을 때 가지런히 질서 있게 자리 잡아 가면 좋을텐데 그렇지 못하고 혼란스럽고 혼돈스러운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오스가 혼란, 혼돈 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되었다.

* 강대진 교수: 희랍어로 chaos는 하품하다(chasko)연관된 말로 '큰 틈'을 의미(영어의 틈 chasm이라는 단어가 나옴)

 

 

- 최초의 신: 천지창조를 위한 기본적인 조건들

* 카오스: 고대 그리스·로마인들은 만물의 존재 조건으로 공간의 개념을 생각. 공간을 의미하는 신, 우주만물이 만들어지려면 가장 먼저 공간이 필요

* 대지의 여신 가이아(땅, Gaia): 카오스를 가장 먼저 차지하고 태어난 게 대지의 여신 가이아, 물체의 생성과 변화의 바탕이 되는 질료가 필요

* 지하의 신 타르타로스(지하): 가이아 여신 밑에 지하의 신 타르타로스가 생겼다. 마치 양과 음의 관계처럼 지상과 지하가 생겨났다 (강대진: 땅속 깊은 곳의 심연)

* 에로스(Eros): 사랑. 공간과 질료만으로는 만물이 생성될 수 없고, 공간과 질료를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인 에너지가 필요. 이 에너지를 그리스인들은 에로스라고 불렀다. 로마인들은 에로스를 아모르(Amor)라고 표현. (에로티시즘: 남녀간의 사랑이나 관능적 사랑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경향)

최초의 신: 카오스, 에로스, 가이아, 타르타로스
=> 앞으로 생겨날 천지창조를 위한 기본적인 조건(공간, 질료, 에너지)들이 구비

 

- 대지의 여신 가이아: 최초의 지배자, 공간 카오스에서 넓은 영역을 차지

* 단성 생식으로 자식을 낳은 카오스와 가이아, 단 에레보스와 닉스는 제외

* 카오스(공간)는 처녀생식, 즉 혼자서 암흑의 신 에레보스(Erebus)와 밤의 신 닉스(Nyx) 남매를 낳았고, 

* 암흑의 신 에레보스(Erebus)와 밤의 신 닉스(Nyx) 남매 사이에 에로스가 개입해 천상의 빛과 대지를 상징하는 아이테르(창공, Aether)과 낮의 신 헤메라(Hemera)를 낳았다. (* 강대진: 닉스도 혼자서 많은 존재를 낳는데, 헤스페리데스, 운명의 여신들, 특히 에리스(Eris, 불화)는 아킬레우스 부모의 결혼식장에 나타나 황금사과를 던져 트로이 전쟁의 불씨를 생성)  

* 가이아(땅)도 처음에는 혼자서 자식들을 낳았는데, 먼저 하늘의 신 우라노스(Uranos)를 낳았고, 대지 주변으로 바다의 신 폰토스(Pontus)를 낳고, 그리고 대지 위로는 산의 신 우로스(Ouros)을 낳는다.  

=> 강대진: 폰토스의 아들 네레우스(어머니는 가이아로 추정, 바다의 노인으로 바다의 요정 50명을 낳음, 이중 테티스는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암피트리테는 포세이돈의 아내가 됨) 

 

- 우라노스: 두번째 지배자, 어머니 가이아와 부부관계를 맺은 후 많은 자식을 낳아 세상을 지배

* 가이아(땅) 위에 자리잡은 아들 우라노스(하늘)는 가이아의 권력을 폭력적으로 빼앗아 두번째 권력자가 된다.

* 이후 우라노스는 가이아와 모자관계에서 부부관계로 바뀌어 12명의 자식, 거대하고 강력한 티탄 12신을 낳는다.

** 강대진: 티탄 12신 => 크로노스(제우스의 아버지), 오케아노스(세계를 두루 도는 강), 히페리온(태양 신의 아버지), 이아페토스(제우스의 적수), 레아(제우스의 어머니), 테티스(원초적 바다), 테미스/므네모시네(제우스의 부인들)

** 강대진: 티탄의 자손들 => 오케아노스/테티스: 수많은 강과 요정, 히페리온: 해(헬리오스), 달(셀레네), 새벽(에오스), 이아페토스: 주로 제우스의 원수가 되는 존재들, 아틀라스, 프로메테우스, 에피메테우스(판도라를 받아들여 인간에게 재앙), 메노이티오스(방종하고 지나치게 용맹) 

 

* 추가로 외눈박이 거신 3형제 키클로페스(Cyclopes)와 100개의 팔과 50개의 머리를 지닌 백손 거신 3형제 헤가톤케이르(Hekatoncheir)를 낳음. 

* 자식들이 많이 태어나자 우라노스는 힘을 받았지만, 동시에 자식들이 점점 두려워졌다. 자식들이 자신의 권력을 빼앗을까봐 걱정됐던 것 => 우라노스는 자식들을 땅 속에 가두고 통제. 땅속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배 속 => 가이아는 너무 고통스러웠고 자식들은 너무 답답했는데, 가이아 자신이 배 아파서 낳은 자식들을 다시 배 속에 집어넣었기 때문. 

* 가이아는 자식들을 모아놓고 말한다. '우리가 우라노스를 몰아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 너희 중에 누가 나선다면 내가 힘을 실어주겠다.' 

* 하지만 아버지 우라노스가 무서워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중, 티탄 12신중 막내 크로노스(Cronus)가 나선다. 가이아는 크로노스에게 불멸의 금속인 아다만트(Adamant)로 만든 낫을 주며 말한다. '크로노스 잘 들어라. 너희 아버지는 하늘에 있다가 밤마다 나에게 내려온다. 그러니 잘 숨어있다가 한번에 우라노스를 없애버려라.'

* 밤이 되자 우라노스는 가이아 위로 내려오고 숨어있던 크로노스가 우라노스를 공격한다. 크로노스의 반란이 시작되었다. 아다만트로 만든 낫으로 아버지 우라노스를 거세하였다. 거세당한 우라노스는 힘을 잃고 타르타로스(지하)로 도망

* 우라노스는 코로노스와 자식들이 너무 괘씸해 저주를 퍼부었다. '크로노스, 네가 나를 몰아내 권력을 잡았듯이 너도 너의 자식들에게 권력을 빼앗길 것이다. 감히 나에게 손을 뻗다니 너희들의 이름은 이제부터 티탄이다.' 

<참고> 그리스어 티타이노(Titaino)라는 동사는 손을 뻗다는 의미. 크로노스가 아버지를 향해 반란의 손을 뻗었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티탄(Titan)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 

 

- 크로노스: 세번째 지배자, 아버지 우라노스를 몰아내고 권력을 잡게 돼

* 우라노스는 지하로 도망갔지만, 잘린 남근에서 혈액과 정액이 쏟아져 나와 땅(가이아)에 닿자 복수의 여신(Erinus)들, 거신족(Gigas)들, 물푸레나무(Melia) 요정들 낳는다.   

** 복수 및 저주의 여신 세 자매 에리니에스(Erinus): 티시포네, 알렉토, 메가이라

**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뱀의 형상을 지닌 거신족 기간테스(Gigantes)

** 죽음을 상징하는 물푸레나무의 요정들 멜리아데스(Meliades)

* 우라노스의 잘린 남근이 바다에 떨어지자 거품이 끓어오르더니 아름다운 여신이 태어났다.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Aprhrodite)이다. 이름 자체가 거품에서 태어난 여신이라는 의미이다. 로마에서 사용되는 라틴어로는 베누스(Venus)이고 영어식으로는 비너스(Venus)이다. 우라노스의 무시무시한 고통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신이 태어난다는 것, 이 또한 역설적이다. 

=> (강대진) 아프로디테가 태어나니 이제 에로스의 지위가 문제된다. 둘의 역할이 겹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헤시오도스는 아프로디테가 태어날 때 에로스가 그 자리에 있었으며, 이후에 그녀가 신들에게로 갈 때 동행한 것으로 꾸몄다. 보통 에로스는 날개 달린 어린이를 떠올리지만, 그런 모습은 헬레니즘 시대 이후, 특히 로마시대에 이르러서다. 고전기에는 에로스가 성인 남자로 그려진 것도 있다.  

* 크로노스는 자신의 누이 중에 레아를 골라서 자신의 아내로 삼고 자식을 낳는다.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이렇게 세자매를 낳고, 하데스와 포세이돈을 낳았다. 그런데 크로노스는 자식을 낳을 때마다 조금씩 걱정에 휩싸인다. 왜냐하면 아버지 우라노스를 거세하고 권력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로노스는 자식이 태어날 때마다 자식을 집어삼켜 자신의 뱃속에 가둬놓고 아무것도 못하게 통제하였다.

* 우라노스와 크로노스는 자기의 자식들을 어머니의 뱃속에 그리고 자신의 뱃속에 가두고 통제했던 행위에서 중요한 신화적 상징을 엿볼 수 있다. 기성세대는 후세대를 자신의 틀 속에 가두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도 자식을 낳게 되면 그 아이들에게 우리들의 가치관을 전해주면서 그대로 올바르게 잘 살아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자식들은 그 뜻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자기 멋대로 가보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것을 그리스 신화에서는 자식을 낳은 아버지가 자식을 삼키거나 또는 자식을 어머니의 틀 속에 가둔다는 것으로 해석을 한다.

* 이 모습을 본 레아는 자기가 낳은 자식들을 남편이라는 크로노스가 하나씩 집어삼키자 화가 났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제우스가 태어났을 때는 막내아들만은 반드시 살리고자 다짐하고, 제우스 대신 돌덩이를 강보에 싸서 크로노스에게 전해준다. 이것이 이번에 낳은 6번째 아이다라고 전해준거다. 크로노스는 확인하지 않고 레아가 건넨 돌덩이를 황급히 집어삼킨다. 그사이 레아는 이 아이를 빼돌렸는데, 크레타 섬에 있는 한 동굴에 숨겨놓았다.

이렇게 빼돌려 진 제우스는 아말테이아(Amaltheia)라는 염소의 젖을 먹으면서 요정들과 쿠레테스(Kuretes) 신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성장한다. 성장한 제우스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도 알게된다. '내가 크로노스의 아들이었고 잡아먹힐 뻔했다가 어머니 덕분에 이렇게 빼돌려져서 살아있는 거구나. 내가 아버지에게 삼켜진 형제자매들을 구하고 아버지의 폭정으로 부터 이 세계를 구해야겠다' 이렇게 결심을 한다.

*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게 조언을 구하고 바다의 여신 메티스의 도움을 받아서 크로노스를 제거할 수 있는 약을 만든다.  그리고 크로노스를 찾아가서 그 약을 먹이게된다. 이 약을 먹으면 먹었던 것을 모두 토해내는 효능이 있었다. 크로노스는 제우스가 제공한 음료수에 탄 그 약을 먹고 토하기 시작하는데, 제우스 대신 삼킨 돌덩이가 가장 먼저 나왔다. 그리고 태어난 것과 역순으로, 삼켜진 순서의 역순으로 자식들이 밖으로 튀어져 나왔다. 포세이돈, 하데스, 헤라, 데메테르, 헤스티아 순서로 크로노스의 입에서 토해져 나왔다.

* 제우스는 이렇게 자신의 형제 자매 다섯과 함께 아버지 크로노스와 싸웠다. 올림포스 산에 제우스와 형제자매는 거점 을 두고, 크로노스는 그 남쪽에 있는 오르티스 산에 거점을 두고 전쟁을 벌였다. 이 전쟁은 10년간 지속되는데 이 전쟁을 티타노마키아(Titanomachia)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크로노스와 그 형제들을 티탄 신족이라고 했는데, 이 티탄 신족과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포스 신들 간의 전쟁이란 의미에서 티타노마키아라고 부른다. 마키아는 전쟁이란 뜻이다.

* 처음에는 올림포스 신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티탄 신족은 덩치도 컸고 숫자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열세에 몰리자 제우스는 고민에 빠집니다. 어떻게 하면 크로노스를 이길 수 있을까. 그래서 가이아 여신을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가이아 여신의 조안: '제우스, 네가 크로노스를 몰아낼 수 잇는 적격자인데, 네가 힘을 얻으려면 티탄 신족에게 소외된 다른 삼촌 들을 찾아가거라.' 바로 키클로페스(외눈박이 거신)과 헤카톤케이르(백손 거신)이다. 그들은 티탄 신족의 형제들이었지만 티탄 신족들의 미움을 받아 타르타로스(지하)에 갇혀 있었다.

* 제우스는 이들을 찾아가 삼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삼촌, 저 좀 도와주세요. 티탄 신족의 폭정을 보셨잖아요. 삼촌들이 도와 주시면 제가 티탄 신족을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러자 백손 거신 3명과 외눈박이 거신 3명이 제우스의 뜻에 따라 전쟁에 참여한다. 이들이 가세하자 제우스와 올림포스 신들은 힘을 얻고 반격을 할 수 있었고 마침내 승리를 거두었다.

* 기록에 따르자면 외눈박이 거신들은 제우스에게 번개와 천둥과 벼락을 무기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백손 거신들은 말 그대로 팔이 100개, 머리가 50개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몸짓을 가진 백손 거신 3명이 바위를 던지게 되면 총 300개의 바위가 한꺼번에 던져진다. 이 때문에 티탄 족들이 물러났고, 제우스가 던진 벼락에 완전히 초전박살이었다. 

 

- 제우스: 네번째 지배자 

* 이로써 제우스가 승리를 거둔다. 가이아, 우라노스, 크로노스에 이어 네번째 권력자가 되었다. 제우스는 자신의 승리를 기뻐하면서 자기 대신 삼켜 졌던 그 돌덩이를 이 세상의 중심에 놓으며 옴파로스(Omphalos)라 이름 붙였다. 옴파로스는 배꼽이란 뜻인데, 옴파로스가 있는 곳이 세상의 중앙이라고 전해진다. 제우스가 크로노스와 티탄 신족을 물리치고 세상을 지배하게 됐다는 그 신화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 옴파로스는 지금은 델피에 가면 직접 볼 수 있다. 델피는 아폴론 신전이 있던 곳인데, 아폴론은 태양, 음악, 시, 예언, 의술, 궁술을 관장한다. 아폴론은 피톤(Python, 가이아의 아들, 거대한 구렁이)을 물리치고 이 장소를 기념하기 위해서 아폴론 신전을 세웠다.

 

* 제우스는 승리를 거두고 공이 있는 자는 상을 주고, 죄를 범한 자는 벌을 주는 신상필벌을 감행한다. 자신과 맞서 싸웠던 삼촌들을 그리고 다른 신들을 벌한다. 대표적인 신이 바로 아틀라스 신이다. 1세대 티탄 신족의 후손인 아틀라스는 크로노스가 이길 것 같아서 티탄 신족의 편을 들었는데, 이를 괘씸하게 여긴 제우스는 아틀라스에게 하늘(둥근 모습으로 형상화된 하늘, 지구가 아님)을 짊어지게 하는 벌을 내렸다. 그래서 아틀라스는 자신의 거대한 체구와 힘을 이용해서 두 발은 땅에 대고 두 손으로 천구를 떠받치고 있는 그런 벌을 받았다.

* 또 하나 중요하게 볼게 있는데 아틀라스의 동생, 프로메테우스(Prometheus)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사실 제우스 편이었다. 프로메테우스라는 말 자체가 pro가 앞이란 뜻이고 metheus가 생각한다는 뜻이어서 먼저 생각하는 자라는 뜻이다.  이렇게 예지력을 가지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던 신이다. 프로메테우스는 크로노스와 제우스가 싸운다면 제우스가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제우스 편을 들었다. 제우스가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일종의 작전 참모 역할을 했으니, 개국 공심과도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카우카소스 산 절벽에 결박해버린다. 인간에게 금지된 불을 가져다 준 죄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벌을 준건데, 이게 이해가 안된다. 아마도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자신을 도와주긴 했지만, 특출난 지혜를 가진 프로메테우스가 자신의 강력한 경쟁자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토사구팽!

 

- 올림포스 12신 체제

* 제우스는 자신을 도와주었던 형제자매들과 함께 세상을 다스리기로 결심하고, 자기를 도와주지 않았던 신들은 벌을 주고,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경쟁자들은 퇴출시킨다. 그리고 자기 자식들 중에 똑똑한 아이들을 골라서 전체 12명을 구성하면서 올림포스 12신 체제를 구축한다.

 

* 제우스는 올림포스 12신으로 자신의 친정 체제를 구축했는데,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제우스 이전에 권력을 잡았던 가이아, 우라노스와 크로노스는 독재정치로 세상을 지배했다. 다른 모든 신들을 자신의 경쟁자로 여기거나 자신의 탄압의 대상으로 보았다. 하지만 제우스는 독재권을 행사하지 않고, 자신의 권력을 자기의 형제자매와 자식들에게 나눠주면서 각자의 전문능력을 활용해 세상을 안전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정치를 펼쳤다. 특권이 인정된 소수의 귀족이 지배하는 정체인 귀족정이다. 

 

* 신들의 회의 장면을 보면 여러 신들이 있는데 오른쪽에 제우스와 제우스의 부인인 헤라, 아테나, 포세이돈이 있는데 여기가 아마 상석이다. 그리고 그 옆에 하데스가 있는데 하데스는 사실 저승의 신이기 때문에 올림포스 12신에는 끼지 않는다. 반면 포세이돈은 바다의 신이긴 하지만 올림포스 산에 자주 올라오기 때문에 올림포스 12신에 속한다. 그리고 아까 보았던 부조에서는 헤스티아 여신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빠져있고, 대신 디오니소스 신이 들어갔다. 이처럼 올림포스 12신은 시대와 장소 그리고 기록에 따라서 차이들이 있다.

 

* 이와 같이 신들 사이의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신들의 회의가 열리고 이것을 제우스가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서로 회의를 통해서 논의하면서 결정을 내렸다. 그 이전의 독재적인 체제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 민주화되고 또 협의체를 만들어 낸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 독재 정치에서 벗어나 권력이 고르게 분산된 귀족정으로 변화하였다. 어쩌면 이게 제우스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 제우스에게는 6명의 형제자매가 있는데, 이들 모두가 올림포스 12신 체제에 들어가는 건 아니다. 이중에서 하데스 신은 지하로 내려가면서 올림포스 신에서 빠진다. 헤스티아 여신은 처음에는 12 신에 속해 있었으나 나중에 땅으로 내려가 사람들이 사는 가정을 돌보며 그들의 불과 화로를 지켜 주겠다면서 12 신에서 빠진다. 이렇게 해서 올림포스 12신에는 제우스의 형제자매로는 네 명만 남는다. 제우스와 포세이돈, 헤라, 데메테르이다. 헤라는 제우스의 부인이 되고 둘 사이에서 여러 신들이 또 태어나며, 그중 유명한 신이 전쟁의 신 아레스(Ares)와 불을 다스리는 신 헤파이스토스(Hephaistus) 인데 그들을 포함해서 제우스는 올림포스 12 신 체제를 완성하였다.

 

* 제우스가 세상을 혼자서 독단적으로 지배하지 않고, 자녀들에게 역할을 맡기면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였다. 이렇게 해서 제우스는 자신의 형제자매의 3명과 자기를 포함해서 4명 그리고 자녀들 8명하여 올림포스 12신 체제를 구성한다.  그리스 로마인들은 바로 이 12신들을 아주 지극히 모시고 경배하고 제사를 지냈다. 그림은 아테네의 전경을 보여주는데  오른쪽 끝의 높은 언덕이 아크로폴리스, 중앙의 큰 광장이 아고라이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며, 올림포스 12 신의 제단을 마련했다. 그래서 전쟁이 났을 때는 아레스 신에게, 농사를 지으려고 할 때는 풍요의 신 디오니소스 신과 곡물,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 신에게, 이렇게 필요할 때마다 12 신들의 직능에 제사를 지내고 기원하고 숭배했다.

* 강대진: 헤스티아는 12신 중 하나이지만 신화적으로는 거의 없는듯 여겨지는 존재. 하지만 로마에서 높이 섬겨졌다. 옛사람들의 주거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화로가 형상화된 신이다. 국가가 가정이 확장된 것이라고 보면 헤스티아 신전은 나라의 중심이다. 로마가 베스타 여신을 높이 섬기는 이유. 올림포스 12신에서 헤스티아를 빼고 디오니소스를 넣기도 한다. 

 

* 아테네에서만 그런게 아니고 로마에서도 공공광장 포룸(Forum)에 12 신을 기리는 주랑을 세웠다. 고대 로마의 카피톨리노 언덕 바로 아래 포룸이 끝나는 곳에 12개의 주랑이 세워져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그리스에서는 아고라,  로마에서는 포룸이라고 하는데, 이 포룸에 사람들이 가장 보기 좋은 곳에 그리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12 신을 기리는 주랑을 세웠다.

 

* 그리스 신화 제우스와 로마 신화 유피테르(Jupiter)로 이야기될 수 있는 이 올림포스 12신 체제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어떤 정치적인 이상을 보여 주기도 한다. 독재정치에서 벗어나 권력을 분산시킨 귀족정으로의 정치제도적 발전을 본다.  물론 아테네가 민주주의의 발생지이고, 로마가 복수의 주권자가 통치하는 공화정의 발생지로서 현재 우리는 민주정과 공화정을 이상적인 정치체제라고 대부분 생각하지만, 당시의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은 귀족정을 이상적인 형태로 보았다고 한다. 민주정과 공화정은 어리석은 민중들이 잘못 판단할 수도 있지 않느냐라는 우려를 했던 사람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올림포스 12신의 지배체제는 그리스 로마인들의 정치적인 이상이 투영된 것이다.

 

- 가이아와 티폰의 도전

* 이렇게 올림포스 12신 체제가 안정적으로 그리고 귀족적인 형태로 세상을 골고루 지배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서 영원히 갈 것 같았는데 이들에게 도전이 있었다. 도전을 부추긴 것은 또 가이아였다. 가이아 여신은 최초의 신이면서도 우라노스에게 권력을 뺏겼을 때는 크로노스를 부추기고, 크로노스가 문제가 될 때는 제우스를 부추겨서 크로노스를 몰아내면서 신들의 권력 투쟁의 중심에 있었다.

 

* 이번에도 제우스가 권력을 잡자 가이아는 제우스가 자기 마음대로 안 되니까 또 한번 개입한다. 우라노스가 거세되었을 때 튀겨져 나왔던 피와 정액이 대지에 떨어지며 태어났던 거신족들이 있었다. 가이아는 바로 이 거신족들을 부추겨서 올림포스 12신을 공격하였다. 거신족과 올림포스 12신 사이에 큰 전쟁이 일어나게 되는데 1차 대전 티타노마키아에 이어 일어난 신들의 제 2차 대전이며, 기간토마키아(Giganthomachia)로 부른다.  기간토는 거신, 마키아는 전쟁의 뜻이다.

 

* 이 기간토마키아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은 바로 올림포스 12신이었다. 거신족의 특징 중에 하나가 몸집은 커다랗고 뱀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자신의 고향에서 싸울 때에는 죽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었다. 그래서 제우스가 이들을 처치하고 쓰러뜨려도 또 일어나고 또 일어났다. 그리고 이 전쟁에서 이길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신탁을 한번 알아봤더니 거신족을 이기려면 인간의 도움을 받아야 된다, 인간의 도움없이는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신탁을 받았다. 그러자 제우스와 올림포스 신들은 인간들 중에 하나를 고르게 되는데 그렇게 선택된게 바로 헤라클레스이다.

 

* 제우스의 아들이자 최고의 영웅 헤라클레스는 신들과 함께 기간토마키아에 참전한다. 그래서 거신족들을 고향이 아닌 곳으로 유도하여 공격하는데, 화살을 쏘아서 죽이기도 하고 그리고 어떤 거신족에 대해서는 제우스가 부인 헤라를 이용해서 상대를 유혹하고, 유인하여 함정에 빠뜨린 다음에 제우스가 번개를 던지고 헤라클레스는 화살을 쏘아 무찔렀다.

 

* 이렇게 해서 기간토마키아의 위기를 올림포스 12신이 잘 넘기고, 전세가 올림포스 신들 쪽으로 기울자 가이아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바로 가이아가 직접 자기 밑에 있는 지하의 신 타르타로스와 사랑을 나눠서 자식을 낳는다. 이 자식은 무서운 힘을 가진 거대한 괴물인데 그 이름은 티폰(Typhon)이다. 티폰의 어깨와 팔에는 눈에서 불을 뿜어내는 100마리의 뱀들이 솟아나 있고, 눈과 입에서는 불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다리에는 수많은 뱀들이 똬리를 틀어 공격 상대를 휘감기도 했다. 그리고 덩치가 얼마나 컸는지 벌떡 일어서면 머리가 하늘에 닿을 정도였다. 양팔을 벌리면 동쪽과 서쪽 끝에 닿을 만큼 거대했다. 티폰이 등장하자 올림포스 12신들이 겁을 먹고 이집트로 도망을 갔다. 그래서 전설에 의하면 고대 이집트 신화 속에 동물을 상징하는 신들이 많은 이유가 이때 올림포스 신들이 티폰이 무서워 도망가면서 동물로 변했기 때문이다.

 

* 이런 상황 속에서 제우스만은 최고 권력자의 권위를 잃지 않고 티폰과 싸운다. 티폰과 싸우면서 너무 자신만만했던지  소위 복싱의 인파이트 형식으로 달라붙어서 티폰과 맞대결을 벌렸는데 그러다가 결국 티폰에게 잡히고 사지의 힘줄이 다 끊어졌다. 티폰은 제우스를 한 손에 잡고 팔과 다리의 힘줄을 다 잘라서 뽑아내어 곰 가죽에 싸서 동굴에 숨겨두었다. 이렇게 너덜너덜 무기력해진 제우스가 쓰러지자 이제 이 무시무시한 티폰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 같았다.

 

* 그런데 헤르메스가 몰래 제우스의 힘줄을 빼돌려 제우스에게 다시 붙여준다. 기운을 회복한 제우스가 다시 티폰에게 도전을 했고 이번에는 아웃복서의 형식으로 티폰과 대결을 벌였다. 그래서 날개 달린 말들이 끄는 수레를 타고 공격하며 번개를 던지고, 치고 빠지고 하면서 티폰을 쓰러뜨렸다. 그리고 다시는 티폰이 일어설 수 없도록 이탈리아 반도 끝부분에 있는 시칠리아 섬의 에트나 산을 뜯어내 티폰 위에다가 던졌다. 마침내 티폰은 에트나 산 아래에 갇혔는데, 에트나 산은  현재 유럽 최대의 활화산으로 용암을 뿜어내고 있다.

 

* 제우스가 티폰 마저 물리치고 나서는 제우스는 영원한 권력을 얻게 되었고, 마침내 우주가 제우스의 영도 하에 안정적인 질서를 잡았다. 이 모습은 결국 그리스 로마 신화의 긴 줄거리 즉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라는 이 이야기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리스 로마인들은 혼란스러운 사회가 안정되길 기원하는 마음을 신화 속 이야기에 담았다. 그리고 인간 사회의 이상향 또한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 그려냈던 것이다

 

주어진 틀을 깨지 않으면 자신의 시대를 만들 수 없다

* 핵심적인 메시지는 그리스 말로 '파트로크토니아', 우리나라 말로 번역을 하면 '친부살해'이다. 친부살해는 기성세대가 쌓아 놓은 틀을 새로운 세대가 깨는 것을 의미한다.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만든 틀 안에서 젊은 세대가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는 그럴 수밖에 없다. 너희들은 그 점을 이해해라. 하지만 기성세대의 틀 안에 갇히게 되면 새로운 시대는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틀을 가지고 버틸테니 너희들은 힘을 길러 덤벼봐라. 그렇게 덤비고 그 틀을 깰 때 너희들은 너희들의 시대를 만들 수 있다.' 이런 메시지를 제시한 것이다.

 

* 참 놀랍지 않습니까? 그리스 로마인들은 바로 이러한 세대간 갈등이 역사의 본질이라고 생각했으며, 이런 식으로 아이들을 교육시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이런 교육을 한다. '엄마 아빠 말씀 잘 들어야 성공한다, 학교 갈때도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너는 성공할 수 있다.' 이렇게 고분고분하고 순종적이고 복종적인 것을 미덕으로 가르칩니다. 그런데 그리스 로마인들은 우리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아버지를 죽여라. 기성세대의 틀을 깨라. 그리고 너의 시대를 만들어라. 이런 메시지를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