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독서, 영상

데미안: 헤르만 헤세 (2022.4.13)

클리오56 2022. 4. 13. 19:47

 

내용과 소감

 

1. 역자(전영애)의 작품 소개 (1997.6)

- 데미안은 1차 세계대전중인 1916년 씌어졌고 종전 직후 1919년에 출판. 작품성만으로 평가 받고 싶어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발표. 

 

- 자아의 삶을 추구하는 한 젊음의 통과의례 기록: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 철학적 성찰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 => 누구나 나름으로 목표를 향하여 노력하는 소중한 존재 => 단 한번뿐인 인간의 목숨이 총알 하나로 무더기로 소멸되는 전쟁의 충격 속에서 쓴 것이라 더욱 절실함이 배어 있다. 

 

- <나를 찾아가는 길>의 인식의 첫 단계는 기존 규범으로 부터의 떠남 

* 싱클레어는 낡은 규범(아버지 집, 종교, 도덕)의 속박에 괴로워하면서도 그것들을 점검. 진정한 인간이 되는 길에서 투쟁하여 벗어나야 할 것들 => 데미안의 등장과 도움: 저지러지도 않은 떠벌린 도둑질에서 비롯된 크로머의 시달림에서 벗어남, 독심술과 혜안의 신비로운 힘, 사춘기 문제 극복, 카인과 아벨 이야기의 새롭고 다른 이해, 운명으로 부터 도망치지 않고 운명을 받아들이도록 가르쳐 줌.

* 낯선 도시에서의 홀로 지내던 학창시절, 정신적인 지주에 대한 동경이 극도로 고조, 이 때 발견된 쪽지 하나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 싱클레어는 압락사스를 찾아간다.

*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가 신성과 마성, 남성과 여성, 인성과 수성, 선과 악을 다 갖추고 있는 신비로운 신에 대하여 이야기.

* 싱클레어가 그려내는 꿈의 영상, 문장에 그려진 그림, 먼 연인 베아트리체, 구름의 모습이 압락사스의 모습을 가진다.

* 마침내 그는 데미안과 그 어머니 에바 부인 속에서 그 모습을 보았다고 생각

 

- 싱클레어는 목표에 도달한다. 그러면서도 또 도달하지 못한다

* 어머니이자 애인인 영원의 여성, 에바 부인(영어로 Eve)은 끌면서도 물리친다. 싱클레어의 눈에 그녀는 이따금씩 더 깊이 자기 자신 속에 이르려는 <자신의 내면의 상징>처럼 비친다. 점차 에바 부인 가운데서 현실과 상징이 결합된다.

* 끝은 불협화음적이다. 전쟁이 터진다. 뜨겁게 갈구하는 에바 부인이 아니라 뜨거운 총상이 싱클레어를 맞추어 그는 치명적 부상을 당한다. 그러나 전쟁은 또한 새로운 창조의 위업을 완수한다. 데미안의 입맞춤은 에바 부인의 입맞춤이기도 하다. 그리고 구도자들, 개혁자들의 동맹에 속하는 모든 사람들의 입맞춤이다.

 

- 데미안이 사라진 후 싱클레어는 말한다

* <완전히 내 자신 속으로 내려가면 (.....) 거기서 나는 검은 거울 위로 몸을 숙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와, 내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인 그와.> => 데미안과 내가 거의 하나로 합치된 마지막 문장에서 사라진 데미안은 독일어 단어 데몬을 연상시킨다. 데몬은 악령으로 번역될 수도 있지만, 또한 선이든 악이든 한 인간 속에 내재하는 초인적인 힘을 가리킨다. 그러한 데미안이 마지막에 그<Er>라고 대문자로 표기됨으로써 신처럼 드높여져 있다. 한 젊음이 몹시도 고통스럽게 찾아낸 자아의 소중함이 간접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 또한 싱클레어라는 이름 역시 흔치 않은 독일 이름으로, 후반생을 광기에 사로잡혀 보냈던 천재시인 횔덜린의 친구 이름이다. 불행했던 시인이 마음을 의지했던 사람의 이름을 주인공이자 작가의 이름으로 빌려씀으로써,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스스로를 불행한 천재시인의 자리에 세워볼 수도 있다. 

 

- 머리말을 제외한 전체 8장은 유년으로부터 자아에 이르는 과정을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은 성장의 경험들을 통하여 성찰해 나간다.

 

- 1장 두 세계 

* 나쁜 친구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흔한 경험을 통하여 유년의 행복에 그어지는 첫 균열의 경험을 다룬다. 아버지 집이라는 밝은 세계 한 가운데서 다른 어두운 세계, 집안의 정돈된 평화 가운데서 경험하는 최초의 어두운 세계의 고통스러운 체험으로부터 인식은 시작된다. 

 

- 2장 카인

* 크로머로부터 싱클레어를 구출해 준 뛰어난 소년 데미안이 열어주는 또 다른 시각을 다룬다. 낙인 찍힌 악인, 카인을 남달리 뛰어난 사람으로 보는 데미안의 해석은 주입된 모든 규범에 대한 다른 시각을 열어준다. 

* 다시 아벨이 되어 예전의 낙원같은 유년의 세계에 안주하고 싶은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기피한다. 크로머라는 작은 악으로부터 싱클레어를 구해주기는 했지만, 데미안은 그에게는 알고 싶지 않은 갈등 상황, <또 하나의 악하고 나쁜 세계와 나를 묶어주는 유혹자>인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로 인도하는 어려운 길을 가고 싶지 않은 갈등이 부각된다.

 

- 3장 예수 옆에 매달린 도둑

* 데미안은 또 하나의 기존 규범의 단순 수용의 수정을 종용한다. <천천히 눈뜨는 성에 대한 감정이 하나의 적이자 파괴자로, 금기로, 유혹과 죄악으로 들이닥친> 시절, 허용된 밝은 세계로 나올 수 없는 원시적 충동이 이제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해야만 했던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통하여 또 한 차원의 의식 지평의 확대를 경험한다. 

* 한때  크로머였던 것이 이제는 <내 자신 속에 박혀 있음>을 느끼면서 오랫동안 멀리 있던 데미안이 다시 서서히 다가섰고 다시 힘과 영향력을 발휘한다. 데미안은 독심술과 주의력 집중의 비결을 알려주며, 또 하나의 종교화,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 곁에 매달렸던 도둑들을 예로 싱클레어의 의식 지평을 넓혀준다. 마지막 순간에 회개한 도둑보다 그 자신의 길을 끝까지 간 도둑 쪽이 <강한 개성을 가진> 도둑이고 뛰어난 카인의 후예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 그러면서 기독교의 일면적 교리에 대한 대안이 되는 포괄적인 신앙에 대한 의식을 심어준다. 싱클레어는 각성을 통하여 기쁨을 잃는다. 부모님의 그늘에서 행복하려 했던 마지막 시도가 실패하고 견진성사 이후, 데미안 마저 떠나고 싱클레어는 공허와 고립감, 쓸쓸함 속에서 홀로 침잠하여 기다린다.

 

- 4장 베아트리체

* 비애와 절망에 좀먹히고, 작은 타락을 경험하는 도시 생활을 그린다. 학교에서 쫒겨나는 일만 남았는데, 그걸 기다리는 나날 속에서 유년과는 최종적 결별이 이루어진다. 어느 날 우연히 본 소녀 베아트리체가 아름다움과 정신성, 정결함에의 동경을 일깨우는 이상상으로 자리 잡는다. 그 이후 싱클레어가 그려내는 영상은, <절반은 남자고 절반은 여자, 나이가 없고, 의지가 굳세면서도 몽상적이며, 굳어 있으면서도 남 모르게 생명력있어> 보이는 얼굴, <데미안의 얼굴 (....) 나의 삶을 결정한 것, 나의 내면, 나의 운명 혹은 내 속에 내재하는 수호신, 친구의 모습, 애인의 모습, 운명의 모습>으로 확대된다.

* 데미안이 그렸던 자기 집 현관문 위의 마모된 문장에 그려진 새의 모습과 결합된다. <몸 절반은 어두운 지구 땅덩이 속에 박혀 있는데, 커다란 알에서부터인 듯 땅덩이에서 나오려고 푸른 하늘 바탕 위애서 애쓰고 있>는 날카롭고 대담한 매의 머리를 가진 노란빛 맹금의 모습과 결합된다. 껍질을 깨고 나오려는 한 시절의 방황과 고투가 하나의 상징에 농축되어 있다.

 

- 5장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 이 새의 그림을 데미안에게 보내고 뜻밖의 답장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우연히 역사시간에 이 이름을 듣게되어 그것이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시키는 상징적 과제를 지닌 어떤 신성>이라는 것 정도만 알게된 싱클레어는 압락사스라는 낯선 신을 찾아 헛되이 도서관을 뒤지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 그 꿈의 영상에 집착한다.

* 그러다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와 만나게 되고, 자신의 어두운 영혼에 대한 절실한 귀기울임과 배화를 경험한다. 또 하나의 스승을 만난 것이다. <모두가, 가장 진부한 대화도, 나직하고 꾸준한 망치질로 내 마음속의 한 점을 계속 두드렸다. 모든 대화가 나의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 모든 대화가 내 허물을 벗는 일에, 알 껍데기를 부수는 일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 6장 야곱의 싸움

* 나에게 축복을 내리지 않으면 보내지 않겠다며 천사와 씨름한 야곱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수백가지 일에서 조숙하고, 다른 수백가지 일에서 몹시 뒤처지고 무력한 열여덟 살의 평범치 않은> 젊은이에게 피스토리우스는 말한다. <다시 한번 무엇인가 정말 근사한 생각 혹은 죄 많은 생각이 떠오르거든, 싱클레어, 누군가를 죽이거나 그 어떤 어마어마한 불결한 짓을 저지르고 싶거든, 한 순간 생각하게. 그렇게 자네 속에서 상상의 날개를 펴는 것은 압락사스라는 것을! 자네가 죽이고 싶어하는 인간은 결코 아무아무개 씨가 아닐세. 그 사람은 분명 하나의 위장에 불과할 뿐이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 싱클레어는 결판이 나도록 싸워야 하는 정신/신 앞에 선 듯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런 친구이자 스승과도 파국이 와 결별이 이루어지고, 한때 자신이 데미안을 따랐듯 자기 자신을 따르는 친구와의 만남도 거치며 싱클레어는 더 나아간다. 자신의 내면에서는 인도자의 모습을 본다. 다시 데미안이 보인다. <데미안을 닮았으며 그 눈에 내 운명이 적혀 있었다>

 

- 7장 에바 부인

* 만남과 공동체에 대한 성찰이다. 싱클레어는 마침내 자신이 그린 꿈의 영상의 현실의 모습을 찾아낸다.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이다. 데미안을 다시 만난다. 에바 부인 주변의 <자신의 길을 가는> 뛰어난 사람들도 만난다. 그러나 이 행복에는 그늘이 드리워진다. 허약한 사람들은 어디서나 <두려움에서, 무서움에서, 당황에서 만든 공동체>를 만드는데 그런 공동체는 패거리짓기일 뿐이며, 내부가 상해 있고, 곧 무너질 것 같기 때문이다. 데미안은 사람들은 서로서로에게로 도피하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싱클레어는 지금의 공동체들이 와해되고 나면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말의 예감 속에서 싱클레어는 푸른 혼돈을 떨치고 큰 날개짓으로 짙게 구름 낀 하늘 속으로 사라지는 새의 영상을 본다. 낡은 한 세계의 와해를 피부로 느낀다.

* 이 대목에서 보이는 희망인 뛰어난 개인들과 절망인 사회의 간극은,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많은 사람들의 무리짓기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또한 이 작품이 씌어진 시기의 전쟁에 임박한 혼돈기 사회에서 속출한 단체들, 이합집산하는 동맹들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을 수 있다. 실제로 헤세는 전쟁이 터지자 곧 자원했으며 부적격 판정으로 실전에는 참전하지 못했지만, 스위스에서 전쟁포로들과 억류자들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노력했다. 온갖 신문 잡지에의 기고, 호소문의 작성은 물론, 스스로 출판사를 만들어 억류자들을 위한 잡지를 스물두권이나 냈다. 이 활동을 위하여 팔려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 8장 종말의 시작

* 싱클레어는 마음속으로 에바 부인을 부른다. 에바 부인은 말했던 것이다. <언젠가 내가 아니라 당신의 사랑이 나를 끌면, 그러면 내가 갈 겁니다. 나는 선물을 주지는 않겠어요. 쟁취되겠습니다.> 그러나 에바 부인 대신 데미안이 달려와 싱클레어에게 전쟁이 터진 것을 알려준다. 사태는 급격히 진전되어 데미안이 전장으로 나가고, 싱클레어 역시 전장으로 나간다. 

* 겨울 전장에서 부상당한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다시한번 만난다. 그의 키스와 그를 통한 에바 부인의 키스를 받지만, 다음날 아침 깨어 옆을 보니 이미 데미안은 거기 없다. 그러나 <내 친구이자 인도자인 그와> 닮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제 <자신 속에 있는 뛰어난 존재>와 하나가 된 것이다.  

* 헤세는 구도자 싱클레어의 모습을 마지막에서는 2차 세계대전과 연결시키기도 했지만, 그 대부분의 과정은 낭만주의 및 고대 신화세계와 결합시켰다. 이 결합은 시대 착오적이며 실패라고도 평가된다. 명료하지 못한 언어와 지나친 상징성이 비판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독일어권의 작품들 중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작가 자신의 성가도 아직도 독일보다 독일 국외에서 오히려 더 높다. 헤세의 대 주제 <자신에 이르는 길>은 그만큼 범세계적인 관심사인 것 같다.

 

 

2. 등장인물: 싱클레어, 막스 데미안, 프란츠 크로머, 피스토리우스, 에바 부인

 

 

3. 문장들

- 26쪽: 그것은 아버지의 신성함에 그어진 첫 칼자국이었다. 내 유년 생활을 떠받치고 있는, 그리고 누구든 자신이 되기 전에 깨뜨려야 하는 큰 기둥에 그어진 첫 칼자국이었다. 우리들 운명의 내면적이고 본질적인 선은 아무도 보지 못한 이런 체험들로 이루어진다. 그것들은 치료되고 잊혀지지만 가장 비밀스러운 방안에서 살아 있으며 계속 피흘린다. 

 

- 44쪽: 이런 생각을 나는 끝없이 했다. 돌 하나가 우물 안에 던져졌고, 그 우물은 나의 젊은 영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긴, 몹시 긴 시간 동안 카인, 쳐죽임, 표적은 바로 인식, 회의, 비판에 이르려는 나의 시도들의 출발점이었다.  

 

- 59쪽: 감사한다는 것은 결코 내가 믿는 미덕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을 어린아이에게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일로 보였다. 그래서 내가 막스 데미안에게 전혀 감사해하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도 별로 놀랍지 않다. 데미안이 나를 크로머의 손아귀에서 구해 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평생 병들고 상했을지도 모른다고 지금도 나는 확신한다. 

 

- 61쪽: 집으로 돌아와 관대하게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그러나 데미안은 결코 이 세계에 속하지 않았다. 이 세계에 맞질 않았다. 그도, 크로머와는 다르지만, 바로 또 하나의 유혹자였다. 지금, 바로 나 자신이 다시 하나의 아벨이 되고 난 지금, 아벨을 포기하고 카인을 찬양하는 일을 도울 수도 없었고 또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 83쪽: 사람들이 신을 모든 생명의 아버지라고 기리면서도, 생명이 거기에 근거하는 성생활은 간단히 묵살하고 어쩌면 악마의 일이며 죄악이라고 선언하는 거야! ..... 우리는 신에 대한 예배와 더불어 악마 예배도 가져야 해. 그게 올바른 일인 것 같아. 혹은 예배를 하나 더 만들어내야 할 것 같아. 악마도 그 안에 포함하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세상 일들이 일어날 때 그 앞에서는 눈을 감지 않아도 되는 신을 위해서 말이야. 

 

- 84쪽: 나의 문제(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에 관한 생각)가 모든 인간의 문제, 모든 삶과 생각의 문제라는 통찰이 갑자기 신성한 그림자처럼 나를 뒤덮었다. 그리고 가장 나다운 개인적인 삶과 생각이 얼마나 깊이 거대한 사유의 영원한 흐름에 관여되어 있는가를 보고 갑자기 느끼게 되자 두려움과 경외심이 나를 압도했다. 그 통찰은 즐겁지 않았다. 확인해 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었는데도 왠지 즐겁질 않았다. 그 통찰은 가혹했다. 맛이 떫었다. 그 안에는 일말의 책임의식이, 이제는 어린애일 수 없다는, 홀로 서 있다는 울림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 85쪽: 넌 지금 일 년 전쯤부터, 네 속에서 다른 모든 충동보다 강한 하나의 충동을 느끼고 있을거야. 그런데 그건 금지된 것으로 간주되지. 그리스인들 그리고 다른 많은 민족들은 반대로 이 충동을 신성한 것으로 여기고 큰 축제를 벌이며 그것을 기렸어. 금지되었다는 것은 그러니까 영원한 것이 아니야, 바뀔 수 있는 거야.    

 

- 112쪽: 그런데 차츰차츰 이것은 베아트리체도 데미안도 아니며 나라는 느낌이 왔다. 그 그림은 나를 닮지 않았으며 그럴 리도 없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삶을 결정한 것이었다. 그것은 나의 내면, 나의 운명 혹은 내 속에 내재하는 수호신이었다. 만약 내가 언젠가 다시 한 친구를 찾아낸다면, 내 친구의 모습이 저러리라. 언제 하나를 얻게 된다면 내 애인의 모습이 저러리라. 나의 삶이 저럴 것이며 나의 죽음이 저럴 것이다. 이것은 내 운명의 울림이자 리듬이었다.

 

- 123쪽: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시키는 상징적 과제를 지닌 어떤 신성

* 압락사스: 고대(AD 2세기) 그리스의 비술에 등장하는 주문. 단어 자체의 의미는 없다. 일곱 글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비학으로 글자를 모두 합산하면 365가 되기 때문에 영험한 힘이 있는 주문으로 신봉되었다. 각각의 글자는 일, 월, 수, 금, 화, 목, 토(즉 태양과 달 및 당시 알려진 다섯 행성들)를 상징한다고 믿어졌다. (출처: 나무위키)

 

- 128쪽: 사랑은 이제 더 이상, 처음에 겁을 먹고 느꼈던 것처럼 동물적인 어두운 충동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또한 더 이상 내가 베아트리체의 영상에다 바친 것 같은 경건하게 정신화된 숭배 감정도 아니었다. 사랑은 그 둘 다였다. 둘 다이며 또 훨씬 그 이상이었다. 사랑은 천사상이며 사탄이고, 남자와 여자가 하나였고, 인간과 동물, 지고의 선이자 극단적 악이었다. 이 양극단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운명으로 정해져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운명을 동경했고, 운명을 두려워했지만, 운명은 늘 거기 있었다. 늘 내 위에 있었다.   

 

- 143쪽: 모두가, 가장 진부한 대화도, 나직하고 꾸준한 망치질로 내 마음속의 한 점을 계속 두드렸다. 모든 대화가 나의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 모든 대화가 내 허물을 벗는 일에, 알 껍데기를 부수는 일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 151쪽: 다시 한번 무엇인가 정말 근사한 생각 혹은 죄 많은 생각이 떠오르거든, 싱클레어, 누군가를 죽이거나 그 어떤 어마어마한 불결한 짓을 저지르고 싶거든, 한 순간 생각하게. 그렇게 자네 속에서 상상의 날개를 펴는 것은 압락사스라는 것을! 자네가 죽이고 싶어하는 인간은 결코 아무아무개 씨가 아닐세. 그 사람은 분명 하나의 위장에 불과할 뿐이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 200쪽: 사랑은 간청해서는 안되요. 그녀가 말했다. 강요해서도 안됩니다. 사랑은, 그 자체 안에서 확신에 이르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사랑은 더 이상 끌림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끕니다. 싱클레어, 당신의 사랑은 나에게 끌리고 있어요. 언젠가 내가 아니라 당신의 사랑이 나를 끌면, 그러면 내가 갈 겁니다. 나는 선물을 주지는 않겠어요. 쟁취되겠습니다. 

 

- 208쪽: 처음에는 아주 약하고 멀리 떨어진 예감이었어. 그러나 점점 더 분명하고 강해졌어. 아직 내가 아는 건, 나 자신에게도 함께 관련된 무엇인가 큰 것, 무서운 것이 저벅저벅 다가오고 있다는 것뿐이야. 싱클레어, 우리는, 우리가 이따금씩 이야기했던 것을 겪게 될 거야. 세계가 새로워지려 하고 있어. 죽음의 냄새가 나. 그 어떤 새로운 것도 죽음 없이 오진 않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충격적이야.

 

- 222쪽: 그때부터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아팠다. 그러나 이따금 열쇠를 찾아내어 완전히 내 자신 속으로 내려가면, 거기 어두운 거울 속에서 운명의 영상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거기서 나는 검은 거울 위로 몸을 숙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그와 나는 완전히 닮아 있었다. 그와, 내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인 와.  

 

 

4. 유튜브 문학줍줍 책요약 리뷰 (2018.4.20)

- 헤르만 헤세 (1877~1962): 데미안은 우리나라의 10대 20대가 가장 사랑하는 세계 문학 작품. 제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에 집필, 1919년 가명 에밀 싱클레어로 출판. 자기 명성을 배제하고 오로지 작품성만으로 평가 받고 싶었기 때문에 본명을 감춘 것인데, 데미안에 드러난 문체가 너무나 헤르만 헤세 스타일이라 그의 작품이라는 것이 알려짐. 이 작품은 인간이 자기 내면의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10대 20대가 이 작품을 좋아한 것 같다.

 

- 등장인물: 싱클레어(주인공), 막스 데미안 (싱클레어의 멘토), 에바 부인(데미안의 어머니, 싱클레어의 동경의 대상), 프란츠 크로머 (악연), 피스토리우스 (대학시절 싱클레어의 길잡이)

 

- 줄거리

* 이 소설은 주인공 싱클레어가 10살 무렵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싱클레어는 한 소도시에서 비교적 여유 있는 가정에서 태어나 유복한 가정의 자제들이 다닐 수 있는 라틴어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요, 그는 공립학교를 다니는 프란츠 크로머를 비롯 다소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리게 됩니다. 싱클레어는 그 아이들에게 세보이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과수원에서 사과를 훔쳤다고 허풍을 떤다. 크로머는 그것을 악용 이 사실을 알리겠다며 싱클레어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기 시작합니다. 그의 괴롭힘은 도를 넘어서 싱클레어의 누나를 데리고 오라는 지경까지 이른다. 싱클레어는 자신이 가정이라는 밝은 세계를 떠나 크로머로 상징되는 어두운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을 후회하며 괴로워합니다.
 
* 그래도 어느 날 싱클레어 학교에 데미안이란 학생이 전학을 옵니다. 그는 싱클레어보다 나이가 몇 살 더 많은 한 학년 위 상급생입니다. 또래와는 달리 어른스러운 행동을 보이는 데미안은 학교에서도 눈에 띄는 학생이다. 데미안은 어느 날 싱클레어에게 접근해 오고, 그의 은밀한 도움으로 크로머는 더 이상 싱클레어를 괴롭히지도 접근하지도 못하게 됩니다.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점점 더 가까워지는데, 그는 싱클레어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다른 관점을 제시하기 시작합니다.
이 존재를 소개하면서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세상에는 두 가지 속성이 모두 있음을 인정하도록 만들죠.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스스로에게 두가지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음을 직면하라고 도전하는 겁니다. 자기 자신을 직면하는 것이야말로 내면의 성장을 이루는 시작점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 성장, 그 가혹한 외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