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독서, 영상

파우스트: 괴테 (2022.4.3)

클리오56 2022. 4. 3. 20:25

 
 
1. 역자 정서웅의 작품해설: 인간 존재의 문제를 전형적으로 다룬 작품
 
- 파우스트 집필기간 60년 => 작가 괴테의 삶과 세계관, 즉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기의 자유분방한 천재성, 그리스적 조화미를 추구한 고전주의 정신, 80년 생애의 온갖 체험과 예지가 담겨있음
*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 1770년~1790년 독일의 문학운동. 지나치게 객관적 이성을 강조했던 당시 계몽주의 경향의 사회 풍조를 비판하면서, 자유로운 감정의 발산을 긍정하고 사회적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 천재적 개성을 찬미하였다. 괴테와 실러를 비롯한 시민 계급 출신의 젊은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의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폭풍(광란)과 충동'을 뜻한다. 이것의 한문 번역어가 疾風怒濤(질풍노도)이다. 한자단어의 직접적인 뜻은 '빠른 바람과 화난 물결'이며, 독일어 Sturm의 뜻인 '폭풍'을 묘사해서 번역한 것이다.
 
- 희곡의 중요한 의도: 강렬한 인식에의 욕구를 지니고 용기있게 자아를 성취해 나가는 르네상스적 인간상을 그림. 파우스트는 근대 정신에 입각해 지식과 삶의 관계를 구명하려 노력하는 인간상을 대변
 
- 전설상의 파우스트: 16세기에 살았다는 떠돌이 학자로 마술과 점성술의 솜씨로 생활. 신학과 의학에도 상당한 지식. 규범을 벗어난 행동과 과장된 일화들로 전설적 인물이 됨. 악마와의 계약이라는 중세적 모티프로 엮어진 이야기가 인기.    * 1587년판에서는 파우스트가 <원소를 획득하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팔고, 독수리 날개를 달려고 애쓰며, 모든 근원을 하늘과 땅에서 찾으려 한다. 그를 움직이는 것은 향락적인 삶이 아니라 인식에 대한 갈망이다. => 작가는 주인공의 파멸로 이야기를 맺음으로써 신을 잃은 인간의 말로를 경계하려 했다. 당시의 도그마적 종교관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그것은 자연스런 귀결
 
- 주인공 파우스트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통해 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자이다. 그는 <세계를 한가운데서 통괄하는 힘>을 알고자 했고, 그것을 위해 자연과 인간의 삶을 두루 섭렵한 행동인이었다. 괴테는 이러한 새인간상을 그려내기 위해 중세의 설화와 민중본은 물론, 유랑극과 인형극의 소재들을 소중하게 이용하였다. 그 속에 담겨있는 시대정신과 민중의 정서까지 애정어린 손길로 재창조해 내었다. 
 
- 학문에 대한 회의, 사랑의 축복과 죄악은 젊은 시절의 테마였다. 장년기에는 헬레나 상의 고전적 아름다움과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이 그를 사로잡았고, 노년의 괴테를 열광케 한 것은 행위자로서의 파우스트와 그의 인류애, 거기에 창조적, 원형적인 것의 비밀,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의 상징성이었다. 이러한 소재는 시인 자신의 삶과도 각별한 연관성이 있는 것이었고, 그것이 그로 하여금 평생을 이 작품에 매달리게 했으며, 삶의 모든 단계로부터 그 열정과 지혜와 비밀을 그 속에 충분히 불어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 발푸르기스의 밤: 헥센나흐트(Hexennacht)라고도 칭한다. 독일 및 북유럽 등지에서 전해내려오는, 4월 30일 밤에서 5월 1일에 걸친 봄의 민속축제. 쉽게 말하면 독일판 할로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두 잔칫날의 시간차는 딱 6개월이다. 현대에는 노동절과 맞물려, 독일, 체코 지방 및 북유럽 등지에선 겸사겸사 마녀를 태우는 의미로 장작불을 활활 태우고 그 주변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축제를 벌이기도 한다.
 
- 1부 줄거리
* 파우스트의 앞부분에 나오는 헌사와 무대에서의 서연은 드라마의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그러나 천상의 서곡과 본문의 연계성은 아주 깊다. 주님과 메피스토펠레스 사이의 내기는 앞으로 전개될 모든 사건의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회의에 빠진 인간 파우스트를 유혹할 수 있다는 메피스토펠레스의 장담에 주님은 매우 암시적인 답변으로 응수한다. 
" 착한 인간은 비록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알고 있다"
 
* 주인공 파우스트는 악마가 신의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선택한 견본인물이다. 마침 파우스트는 학문의 힘으로는 우주의 본질을 구명할 수 없다는 한계성을 절감한다. 그는 마술의 힘으로 지령을 불러내지만, 그에게서도 명쾌한 답을 얻어낼 수가 없다. 절망에 빠진 파우스트가 자살을 기도하는 순간, 부활절의 종소리와 천사들의 합창이 울려와 세속적 삶에 대한 그리움을 부추긴다. 마을의 선남선녀와 어울리면서 그는 풍성하고 의미 있는 삶을 갈망하게 된다. 때맞춰 나타난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와 계약을 맺고, 쾌락적 삶을 선사하는 대신 영혼을 넘겨받기로 약속한다. 
 
* 마녀의 부엌에서 영약을 마시고 파우스트는 20대의 청년이 되었고, 순진무구한 처녀 그레트헨을 첫 쾌락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소녀의 고귀한 사랑은 방탕한 파우스트의 마음까지 정화시킨다. 이를 못마땅히 여긴 메피스토펠레스의 농간으로 그레트헨은 어머니를, 파우스트는 그녀의 오빠를 죽이게 된다. 죄책감에 빠진 파우스트를 메피스토펠레스는 발푸르기스의 밤의 환락경으로 이끈다. 이것이 파우스트를 잠시 도덕적으로 마비에 빠지게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그레트헨에 대한 사랑을 말살하지는 못한다.
 
* 그레트헨을 구하러 감옥으로 갔을 때, 미쳐버린 상태에서도 그녀는 파우스트를 용서한다. 탈출을 권하는 애인에게 그녀는 자신의 죗값을 받겠노라 단언한다. 그녀를 두고 나오며 메피스토펠레스는 말한다. 그녀는 심판받았노라! 그러나 천상에서 들려오는 말은 다르다. 그녀는 구원받았노라! 이로써 주관성이 강하고 슈투름 운트 드랑의 정열이 넘치는 제1부가 끝나는 것이다.  
 
- 2부 줄거리
* 주관과 열정이 절제되고, 대신 해박한 지식과 원숙한 표현력으로 보다 넓은 세계 묘사. 괴테시대의 문화와 사회상 재현
* 서두에서 파우스트는 자연의 치유력에 의해 정신적 회복, 삶의 최고의 형태 추구에 전념 다짐. 궁성에서 파탄지경의 황제를 구해 내지만, 헬레나를 불러내라는 청까지 경솔하게 승낙. 헬레나의 환영을 찾기 위해 메피스토펠레스가 일러준대로 시공을 초월한 어머니들의 나라로 들어간다. 환영의 궁성에 도착해 헬레나에게 손을 뻗는 순간 그녀는 사라지고 파우스트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 2막: 메피스토펠레스는 의식을 잃은 파우스트를 그의 옛 서재로 데려간다. 그곳에선 조수였던 바그너가 인조인간 호문쿨루스를 만들어낸다. 뛰어난 인지능력을 갖춘 이 피조물은 헬레나에 대한 파우스트의 동경을 감지하고 그를 옛 그리스 세계인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으로 안내한다. 파우스트가 헬레나를 찾는 동안 원소의 추출물에 불과한 호문쿨루스는 현실적 존재가 되려다가 불꽃이 되어 소멸한다.
 
* 3막: 헬레나는 메피스토펠레스의 계략대로 이웃 성의 맹주인 파우스트와 결합하게 되고, 둘 사이에 아들 오이포리온이 태어난다. 오이포리온은 날기를 감행하지만, 이카루스처럼 추락해 부모의 발치에서 죽는다. 환영의 여인 헬레나도 사라지고, 그녀의 옷과 베일만이 파우스트의 팔 안에 남아 있다. 
 
* 4막: 자연아로 돌아온 파우스트에게 메피스토펠레스는 다시 한번 욕망과 정열의 즐거움을 마련해 주려한다. 그러나 파우스트는 그의 제안을 단호히 물리친다. 선행의 가치를 깨달은 그는 황제로부터 받은 해안지대를 비옥한 땅으로 만들도록 독려한다. 이것은 창조적 욕구의 구현이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결의이다. 
 
* 5막: 백살에 이른 파우스트는 개간의 삽질 소리가 요란한 해안지대를 조망한다. 행동하는 자 파우스트는 이제 마적인 것과의 결탁이 무의미함을 인식한다. 근심의 영이 그의 눈을 멀게 하지만, 마음의 눈은 그가 성취한 자유의 땅, 복락의 사회를 바라본다. 그리하여 그는 순간을 향해 주저없이 외친다. 오, 머물러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 이 마지막 말과 함께 파우스트는 쓰러진다. 이 순간을 기다려온 메피스토펠레스는 부하 도깨비들과 함께 파우스트의 영혼을 빼앗아 가려 한다. 그러나 그 시도는 실패한다. 속죄의 여인, 즉 그레트헨의 사랑이 하늘의 은총을 받아 파우스트의 영혼을 구해낸다. 천사들에 둘러싸여 영혼이 승천하는 가운데 신비의 합창이 쟁쟁하게 울려퍼진다. 미칠수 없는 것, 여기에서 이루어지고, 형언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성취되었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리도다.
 
- 의의
* 파우스트 희곡은 신과 악마 사이의 쟁점이 한 인간을 통해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보여준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헤매인다라는 주님의 확신이 바로 이 희곡의 기본 주제요, 의도된 각본이다. 이 예정된 진실을 증명해 보이기 위한 존재가 파우스트인데, 그는 예외적 인간으로 설정된다. 요컨대 그는 끊임없이 노력함으로써 자아의 한계를 넘어서고, 나아가 신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사람이다. 
 
* 학문으로도, 정령의 도움으로도 이것을 성취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 그의 절망은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결국 악마의 사술을 빌려서라도 초월성을 쟁취하려는 것이 파우스트의 욕망이다. 그의 운명은 예정된 것이다. 세계의 삶 속을 통과해 가면서 온갖 쾌락과 동시에 그에 따른 고통까지를 체험한다. 고귀한 사라은 악마의 농간으로 엄청난 죄악의 결과를 낳는다. 고전적 아름다움(헬레나)을 획득한 듯하지만, 이것도 일장춘몽으로 끝난다. 통치자의 권력을 얻었지만, 이것 역시 악마의 도움에 의한 것이기에 의미가 없는 것이다. 
 
* 결국 인간 파우스트의 승리는 타인에 대한 헌신적 사랑에서 기인한다. 버려진 땅을 일구어 만인을 위한 복지낙원을 만들려고 했을 때, 그의 의지는 악마와의 계약을 초월하는 것이다. => 그렇다! 이 뜻을 위해 나는 모든 걸 바치겠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 그러나 이러한 굳은 결의만으로 그의 영혼이 구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저지른 죄과에 대한 용서를 빌고 구원을 간구한 것은 사랑의 힘이다. 그것이 신의 은총을 빌려 이 언제나 노려하며 스스로 애쓰는 자를 악으로부터 구원한 것이다. 초월적 의지와 절망 사이, 삶에 대한 회의와 범신적인 신앙심 사이를 오가며, 신의 창조물은 세계 안에서 빛과 어둠의 양극성을 모두 체험하고, 결국은 선을 지향하는 그의 의지로 보다 높은 영역으로의 상승을 이루어낸 것이다. 
 
* 1부는 학자 비극과 그레트헨 비극, 2부는 헬레나 비극과 통치자 비극이라고 부른다. 이 다채로운 테마를 괴테는 다양한 어법과 다양한 운을 모두 구사하여 한 편의 웅장한 교향악으로 만들어놓았다. 물론 60년의 길고도 불규칙적인 집필 과정으로 인해 내용상 빈틈없는 통일성을 기하지는 못했다. => 악마가 내기에서 졌다는 것,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이 힘든 과오의 길로부터 보다 나은 것을 지향함으로써 구원 받았다는 사실이 기본 이념    
 
 
2. 등장인물
- 주님, 메피스토펠레스(악마), 파우스트, 지령, 바그너(조수), 마르가레테 그레트헨, 헬레나 
 
 
3. 문장들 (1부)
- 23쪽: (주님) 그(파우스트)가 지금은 비록 혼미한 가운데 날 섬기고 있지만, 내 멀지 않아 그를 밝은 곳으로 인도할 것이니라. 정원사도 나무가 푸르러지면,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릴 것임을 알게되는 법.
(메피스토펠레스) 내기를 할까요? 당신은 결국 그 자를 잃고 말 겁니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녀석을 슬쩍 나의 길로 끌어내리리이다.
(주님) 그가 지상에 살고 있는 동안에는 네가 무슨 유혹을 하든 말리지 않겠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 24쪽: (주님) 그러면 좋다. 네 재량에 맡기겠다. 그의 영혼을 그 근원으로부터 끌어내어, 만일 그것을 붙잡을 수 있다면, 어디 너의 길로 유헉하여 이끌어보려무나. 하지만 언젠가는 부끄러운 얼굴로 나타나 이렇게 고백하게 되리라. 착한 인간은 비록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알고 있더군요, 라고.

 

- 42쪽: (지령) 너와 닮은 것은, 네가 생각하는 정령일 뿐 내가 아니로다! (사라진다)
(파우스트) (털썩 주저앉으면서) 그대와 닮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대체 누구와? 신을 닮은 내가 아니었더냐! 그런데 그대마저 닮지 않았다니!
 
- 43쪽: (파우스트 -> 바그너) 성실한 태도로 성공의 길을 찾게나! 소리만 요란한 바보는 되지 말아야지. 이성과 올바른 마음만 가진다면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연설은 저절로 되는 법이라네. 
 
- 48쪽: (파우스트) 나는 신들을 닮지 않았다! 그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나는 흙더미를 파헤치는 벌레와 닮았다. 나그네의 발길에 밟혀 파묻혀버릴지도 모른다. 
 
- 53쪽: (파우스트) (천사들의 합창) 기쁜 소리 들려오는 저 영역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귀에 익은 저 음조 나를 다시 삶 속으로 되불러주는구나...... 눈물이 솟구치는구나, 이 땅이 날 다시 받아들이는구나!
 
- 61쪽: (파우스트) 어느새 마을로부터 왁자지껄하는 소리 들려오는가. 여기야말로 민중의 참된 천국이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기쁜 환호성을 지르는군. 여기에선 나도 인간이다. 여기에선 나도 인간이 되리라!
 
- 69쪽: (파우스트) 내 가슴 속엔 아아! 두 개의 영혼이 깃들여서 하나가 다른 하나와 떨러지려고 하네. 하나는 음탕한 애욕에 빠져 현세에 매달려 관능적 쾌락을 추구하고, 다른 하나는 과감히 세속의 티끌을 떠나 숭고한 선인들의 영역에 오르려고 하네.  
 
- 94쪽: (메피스토펠레스) 이 세상에선 내가 하인 노릇을 하며 당신의 지시에 따라 쉬지 않고 일하겠습니다. 그 대신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날 땐, 당신이 내게 같은 일을 해주셔야 합니다. 
(파우스트) 저 세상 따위는 개의치 않네. 자네가 우선 이 세상을 박살내 버린다면, 다음에 어떤 세상이 생겨나든 무슨 상관이겠나. 이 땅에서만 나의 기쁨이 샘솟고, 이 태양만이 내 고뇌를 비춰줄 뿐이네. 
 
- 95쪽: (파우스트) 나, 한가로이 침상에나 누워 뒹군다면 당장 파멸해도 좋으리라! 자네의 감언이설에 속아 자기도취에 빠지거나 관능의 쾌락에 농락당한다면, 그것은 내게 최후의 날이 될 것이다! 자, 내기를 하자!
(메피스토펠레스) 좋습니다.
(파우스트) 이건 엄숙한 약속이다. 내가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라고 말한다면 그 땐 자네가 날 결박해도 좋아, 난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다."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모리츠 레츠시 작, 서재에서의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 141쪽: (메피스토펠레스) (나지막하게) 이제 약기운이 온몸에 돌게 되면, 여자가 모두 헬레나로 보일걸. 
 
- 173쪽: (마르가레테) (조금 소리를 높혀) 날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파우스트) 정말 귀여운 모습이로다!
(마르가레테) (계속해서) 날 사랑한다~ 않는다. ~ 사랑한다 ~ 않는다 ~ (마지막 꽃잎을 뜯으며 기쁨에 넘쳐) 그이는 날 사랑하신다!
(파우스트) 그렇소, 나의 사랑! 이 꽃점을 신탁의 말씀으로 삼읍시다. 당신을 사랑하고말고! 알겠소?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그녀의 두손을 잡는다)
 
파우스트와 마르가레테
 
- 245쪽: (마르가레테) 전 어머니를 죽였고, 우리 아기를 물속에 빠뜨렸어요. 그 애는 당신과 제게 내린 선물이 아니었던가요? 당신에게도 말예요. 정말 당신인가요? 전 믿을 수가 없어요.
 
- 250쪽: (마르가레테)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아버지시여! 절 구원하소서! 천사들이여! 그대들 성스런 무리여. 절 에워싸고 지켜주소서! 하인리히! 전 당신이 무서워요.
5. 국회방송 TV 도서관에 가다, 파우스트 (2018. 1.23)
- 서두
* 철학, 법학, 의학은 물론 심지어 신학까지 온갖 노력을 다해 철저히 공부해온 백발의 노인, 파우스트! 그는 학문에 회의를 느끼고 목숨을 끊으려 하는데, "지금 여기 서 있는 나는 가련한 바보, 전보다 똑똑해진 것은 하나도 없구나!" "개라도 더 이상 이 꼴로 살기는 원치 않으리라" 
* 때맞춰 나타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에게 쾌락적 삶을 선사하는 대신, 영혼을 넘겨받는 거래를 제안한다. 파우스트 "이것은 엄숙한 약속이다! 내가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말한다면 그땐 자네가 날 결박해도 좋아, 나는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다." 
* 독일 사람들이 성서 다음으로 꼽는 필독서가 파우스트. 문학작품이 많은 사람한테 사랑을 받을 땐 패턴이 있다. =>
첫째, 특수한 개인의 이야기를 하지만 많은 사람들한테 해당된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까 특수성과 보편성이 같이 작동한다. 두번째는 옛날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우리시대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옛날 이야기를 역사성이라고 한다면 우리 시대의 이야기는 현재성이라 할 수 있다. 역사성과 현재성, 특수성과 보편성이 동시에 구사되면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을 확률이 크다. 파우스트라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그런 요구에 가장 부합된 게 아닌가. 야심 많은 사람이 읽어도 내 얘기라 할 수 있고, 보통 사람이 읽어도 자기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 파우스트가 총 2권으로 되어 있는데, 10대, 20대, 30대, 40대가 되어 읽어도 여전히 어렵다. 메피스토펠레스와 파우스트의 계약, 선과 악의 문제, 악마의 존재를 통해서 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파우스트 2부에서는 극의 중심을 이루는 헬레나 비극, 그러니까 파우스트가 헬레나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사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노년을 어떻게 살것인지, 왜 그런 순간에 그런 말을 했는지 조금씩 알 것 같다.
 
* 괴테(1749~1832)는 다방면에 걸쳐서 두각을 나타내는 만능천재(Universalgenie, universal genius), 르네상스 시대의 다빈치 같은 사람, 당시 다빈치는 천재 화가이자 과학자, 발명가. 괴테는 넉넉한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문학과 예술을 가까이 접했고 8세에 시를 짓고 13세에 첫 시집을 낼 정도로 문학 신동. 법학을 전공해 20대 초반에 변호사로 개업했으나 여러 문인과 교제하고 광범위한 독서에 몰두하며 시와 희곡을 습작. 굉장히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고 만능천재의 전통이 19세기까지는 이어지지만 20세기에 오면 전체적으로 망라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괴테는 만능천재 계보의 마지막 시대에 있었다.
 
* 1권하고 2권 완결까지 6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괴테가 83세로 생을 마감헸는데, 그때 당시의 평균수명 생각하면 2인분 인생을 살았다.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도 83세에 마감했는데, 이런 사람이 무서운게 쉬질 않았다는 것. 연보를 작성하면 거의 두 세 사람의 분량이다. 파우스트 1부(1808)는 괴테가 23세 때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그레트헨의 비극이다. 괴테가 살면서 중단했다가 다시 쓰기를 반복, 1825년 2부(1831)를 집필 시작, 결국 사망 1년전에 완성했다. 1부와 2부가 차이가 너무 긴데, 첫째 너무 오래 살았으니까, 사실 공백기가 솔직히 제가 소설가 입장에서 보면 결함이다. 작품의 일관성이 없다는 점에서.. 1776년, 27세에 바이마르 공국에서 재상을 맡아 10년 정도 정치 행정 관료 활동을 했다. 그리고 이탈리아 기행을 30년정도 갔다 오고, 삶의 꺾어지는 지점이 많고, 57세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하면서, 인생의 역정이 고스란히 작품에 반영되어 작품의 문체에 그대로 다 나타나는 것 같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제가 볼때는 공부한 것을 복습한다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 1부와 2부가 통일성이 없는 건 사실이다. 1부하고 2부가 많이 다르니까. 이게 의도적인 것이냐 아니면 결과적 결함이 냐 이런건데 둘 다 될 수 있다고 본다. 첫째, 괴테 본인이 통일성이 없는 것을 인식, 특히 2부 같은 경우는 굉장히 통일성이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막 고치다가 어느날 그만할래 이러면서, 나머지 빈틈은 독자들이 알아서 읽으세요... 이렇게 빈틈들을 남겨놓는 것이 근대 문학에서 현대문학으로 가는 과도기의 특징이다. 작가가 모든 것을 다 책임지는 시대에서 많은 것들을 독자한테 넘겨 독자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는 것, 이렇게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작품을 쓸 시간 자체가 없었다, 이렇게 말할 소지도 있다.
 
* 파우스트는 16세기에 실존했던 연금술사이고, 이름은 요한 세오르크 파우스트. 16 세기가 굉장히 흥미로운 시대인데,  르네상스 시대 혹은 망해가는 중세, 근대의 태동기로 세상이 굉장히 용트림 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러한 극심한 변화를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이러다 세상이 망하지'라고 할 수 있고, 신대륙 발견과 발명 등 온갖 것들이 막 시작됐던 시기, 이런 식의 흐름들을 아주 톡특한 게 반영한 인물이다. 연금술사는 굉장히 많은데 파우스트는 자기 자신을 과대포장해서 사람들한테 알리고, 어필하고, 대학 강단에서 가르치며 스승의 지위를 누렸다. 연금술사이니까 자신은 금을 만들 줄 안다며 영주들의 관심을 받고, 또 교회가 망해가는 시대니깐 교회 갈 필요 없고 자신이 예수님이 할 수 있는건 다 할 수 있다, 이런식으로 끊임없이 도발적인 행적으로 일반 대중한테는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 관심이 가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사기 같은 인물이었다. 그러다가 계속된 허세로 사기가 들통났고, 그러면서 쫓겨나기도 하고 결국 비참하게 죽었다. 문제는 이 사람이 죽고 나니까, 세상 사람들의 어떤 불안과 호기심들이 파우스트에게 집중되면서 다양한 전설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1450년경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관심을 끌던 시대라 인쇄물이란 새로운 매체와 파우스트라는 흥미로운 소재, 전설이 합쳐지면서 속되게 표현하면 대박 소설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계속 영향을 미쳐서 연극, 소설 등으로 계속 전해져 왔다. 이제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그 완결판이 나왔다. 
 
* 주인공 파우스트에 대해 이야기하자. 김연경 작가의 2016년 출간 소설 '파우스트박사의 오류'가 있다. 토마스 만도 파우스트 박사를 썼는데, 이게 고유명사인데 이제 보통명사가 되버렸다. 햄릿하면 복수와 갈등, 돈키호테하면 무모한 도전 처럼 파우스트하면 우리가 제일 먼저 생각을 하는 것은 지식에 대한 환멸인데, 자살을 결심하고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만난다. 파우스트는 번역 작업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씌여 있기를 <태초에 말씀이 있었노라> 이 대목에서 벌써 막히는구나" 이를 어떻게 독일어로 번역할까, 그걸 굉장히 고민한다. 말씀은 진리, 이성 이런건데, 파우스트는 진리에 대해서 환멸을 가졌고, 파우스트 스스로 자기 가슴에 두 개의 영혼이 들어있다고 말하는데 하나는 격렬한 애욕을 도구로 하여 현세에 매달려 있고, 또 하나는 억지로 속세를 피하여 높은 영들의 세계로 오르려 한다. 이런 모순, 우리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건데, 이게 그 파우스트의 특수성이면서 인간 보편의 본성에 해당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괴테의 페르소나(persona, 분신)로 파우스트는 사랑, 여행, 정치를 하면서 쉬지를 않고 끊임없이 방황하며 갈망한다.
 
*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게 메페스토펠레스인데, 줄여서 메피스토라고 하며 악마인데 기독교적인 악마이다. 기독교가 절대적 진리로 쭉 간직해오다가 근대에 들어오면서 회의가 심해지는데, 이 기독교에 대한 회의의 정도가 악마에 대한 두려움에 맞물려 나타난다. 악마가 두렵고 인간 외적인 존재고 이럴 때는 기독교가 아주 잘 나갈 때이고, 악마가 겁도 안나고 인간적인 것 같다고 느낄 때가 되면 기독교의 고고한 권위가 많이 위험해지는 시점이다. 괴테가 집필할 때도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다 기독교도 였는데, 적어도 그 마음속은 몰라도 겉으로는 열심히 교회 다니고 신앙을 믿었던 시대이다. 파우스트의 악마 메피스토는 전형적인 기독교 악마가 아닌것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면서, 기독교가 대세였던 시대에 이러한 악마가 나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시대의 흐름들을 많이 캐치한 것이다.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인 작품이라고 보는 견해도 다수있다.
 
* 구약성성의 욥기 제1장 내용을 모티프로 쓰여진 천상의 서곡은 악마 메피스토가 하나님을 만나러 가는 장면인데, 하나님이 파우스트는 나의 종이라고 말한다. 악이 선의 일부라는 기독교 문학의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악이 육화된 악마이니까, 당시 사람들이 악에 대해 갖고 있었던 온갖 표상들을 악마 메피스토를 통해서 표현을 하는건데, 메티스토가 너무 웃기는 것이 멍청하기도 하면서 변신의 귀재이다. 변신을 자꾸하면 품위가 없어진다. 성별 구분도 없고, 계속 패배한다. 어쨌든 큰 맥락에서는 기독교 문학의 전통에 있는 것 같고, 악마 메피스토의 존재 파급력이 큽니다. 왜냐하면 작품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현실에서도 기본적으로 악, 악인, 악행 이런 것들이 뭔가 큰 뜻, 선한 뜻에 종속되어 있다면 우리의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메티스토가 파우스트 앞에 처음 나타났을 때 넌 누구냐 했을 때 대답하는 그 유명한 대사 있잖아요, '나는 항상 악을 원하면서도 항상 선을 창조해내는 힘의 일부다'라고 하는 그 부분, 결과적으로 악이라는 것도 선 속에 들어가 있다라는 그것이 제일 핵심적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파우스트와 메피스토 둘이 항상 싫어하면서도 같이 다닐 수 밖에 없는 관계이다. 이번에 읽었을 때는 메피스토가 파우스트의 분신이 아닐까?하는 그런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를 조심스럽게 한번 생각해 봤는데, 그러기에는 또 괴테는 기본적으로 엄정한 작가이니까 그래도 선을 그어 놓은 것 같기는 하더라구요. 그렇게 파우스트의 분신으로 보는게 맞는 것 같다. 좋은 예는 아니지만 인간은 자꾸 이렇게 나약해지고 나태해지기 때문에 자극제로서 신의 허락을 받고 악역을 하고 규율반장 노릇을 하는 악마의 이미지가 있다. 괴테가 선택한 악마의 이미지, 자극제로서의 악마, 그래서 덜 무서워진다. 악마 이미지 변천사를 보면 사람들이 어떤 쪽에 관심을 갖게되냐면, 사실 중요한 건 외부의 악마가 아니라 내 안의 악마이다. 내 마음에 있는 나쁜 생각이 문제이다. 내 욕망이 문제이다. 우리 안의 욕망이라는 악마가 모티브가 되고, 이런 식의 시대 분위기가 파우스트에 담겨있기 때문에 김연경 작가의 추측이 굉장히 정확하게 보신거다.
 
* 지금까지 쌓아놓은 자신의 학문이 허무하다고 느낀 파우스트, 어느날 그 앞에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나타나는데...
파우스트 "이 비좁은 지상의 삶에서 나는 여전히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저 놀기만 하기엔 너무 늙었고 소망 없이 살기엔 너무 너무 젊었다. 세상이 내게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인가? 그리하여 내겐 존재하는 것이 짐이 되고, 죽음이 바람직할 뿐, 인생이 역겹구나."
메피스토펠레스 "당신의 번뇌를 내보이는 짓일랑 그만 두십시오. 당신이 나와 함께 어울려 이 세상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이라면 나는 기꺼이 순종하면서 당장이라도 당신의 것이 되겠습니다."
파우스트 "그 대가로 나는 네게 무엇을 해줘야 되지?"
메피스토펠레스 "이 세상에선 내가 하인 노릇을 하며 당신의 지시에 따라 쉬지 않고 일하겠습니다. 그 대신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날 땐 당신이 내게 같은 일을 해 주셔야 합니다."
파우스트 "나, 한가로이 침상에나 누워 딩군다면 당장 파멸해도 좋으리라! 자제의 감언이설에 속아 자아도취에 빠지거나 관능의 쾌락에 농락당한다면 그것은 내게 최후의 날이 될 것이다. 자 내기를 하자!"
메피스토펠레스 "좋습니다."
파우스트 "이건 엄숙한 약속이다. 내가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라고 말한다면 그 땐 자네가 날 결박해도 좋아, 난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다."
이때,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