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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담의 심층: 가와이 하야오 (2022.1.31)

클리오56 2022. 1. 31. 09:06

내용 및 소감

- 일당백 유튜브 시즌 3 EP 9 (2021.5.15)
* 일본 가와이 하야오: 일본의 지성, 문화청 장관 8년, 융 심리학자
* 자아의 확립(자립)을 위해서는 모성과의 단절이 첫번째 과정. 영화를 보지만 실제 필름이 영사기 안에 있듯이 자신의 내부를 다스리는 게 중요.      
* 트루데 부인: 보호를 받아야 할 대상(어린이, 소녀)의 단계를 넘어선 호기심은 파멸을 초래. 하지만 인간은 자립을 지향. 인간은 해체와 죽음을 가고 있지만, 중도에 자립이라는 성장의 단계가 있다.  

* 엄마의 논리는 모두를 품는 것, 반면 아버지의 논리는 장자 상속(가부장제의 농경사회에서 생존 전략, 한 명에 몰빵). 기독교는 원래 아버지의 성격이지만, 너무 한편으로 기울어지니 성모 마리아로 완화시켜줌.

* 게으른 세아들: 가장 게으른 아들이 왕이 된다~ 중세 농민의 유토피아는 코케인, 삶이 각박할 때 게으른게 그리워진다. 3은 완성을 의미, 새로운 변화로 나아가는 숫자. 융은 여기서 더 나아가 4를 완성으로 생각. 즉, 3이 왕이 되고 왕비를 맞아들이면 완성. 게으름을 찾는 것은 변화를 기대하는 것, 셋째 아들은 목숨을 걸고라도 하겠다니 선택된다. 

* 코케인: 중세 이후의 백성들에게 '낙원'은 마치 그림의 떡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던 모양이다.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며 살았던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낙원'을 꿈꾸었다. 프랑스에서 그것을 '포식의 나라(Pays de cocagne)'라고 불렀으며 영국에서는 '코케인(Cockaigne)'이라고 불렀다. 그곳은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르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그곳에서는 맛있는 요리들이 마치 꽃이 피는 것처럼 자연히 생긴다고 했다.

* 헨젤과 그레텔: 그레텔이 더 많은 변화를 보여주는데 이는 자립의 과정. 자연은 우리를 낳은 엄마와 같은 존재이지만, 이겨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새는 무의식에 들락날락하는 것을 상징. 과자집은 과보호를 상징하며 아이를 가두어두는 새장이나 마찬가지. 

* 들장이 공주: 정신과 물질의 완성은 입을 통해서, 하여 키스를 한다. 때를 참고 기다리면 만개하는 시기가 온다.

* 민담에서 어떤 경우는 성공하고, 어떤 경우는 실패한다. 즉, 보편적 규칙은 없다. 또한 양자택일도 없다. 자기만의 고민이 있는 주체의 영역을 인정. 제3의 길, 개성화를 인정. 과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과제가 발생. 무의식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이를 잘 캐치하도록. => 이부영 교수의 '분석심리학 이야기' 추천

제1장 민담과 마음의 구조
- 메르헨(märchen): 동화 또는 옛날 이야기, 기원전 3천년경에 바빌로니아, 이집트에 있었음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식세계에서 무의식세계로 돌아가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를 바람직하게 정립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한낮의 뙤약볕에 노출된 지렁이처럼 말라 죽고 말 것이다. 이에 무의식 세계로 내려가기 위한 수단으로서 민담에 의지하려고 한다.                                                                                                                         - 스위스 분석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 인간의 무의식은 개인적 무의식과 보편적 무의식으로 나누어 생각. 무의식의 심층은 인류에게 공통되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모든 인류는 공통적으로 무의식 속에 이러한 초능력을 갖춘 아이의 표상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거기에 하나의 원형적인 존재를 가정한 것이다. => 어느 개인이 어떤 원형적인 체험을 했을 때, 그 경험을 가능한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가 민담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것이 원형적이라 함은, 인간 마음의 보편성으로 이어지는 것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져 시대를 초월하여 계속 존재한다는 의미다. => 원형적 표상이라해도 시대와 문화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저마다의 특징이 있다. 즉, 초능력을 가진 아이라는 원형은 동일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시대와 문화의 영향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 민담에 견주면, 전설은 특정한 인물이나 장소와 결합하여 원형적인 체험을 이야기 한다. 신화의 경우 소재가 원형적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지만 한 민족, 한 국가의 정체성 확립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더 의식적이고 문화적으로 다듬어져 있다.                                                                                                                                            --- 융은 민담을 인간의 내적 성숙 과정에서 어떤 한 단계를 그려낸 것으로 보려는 것이다.
제2장 그레이트 마더 ◆ 「트루데 부인」
- 민담은 무섭다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첫번째로 트루데 부인 이야기를 전개. 현대인은 합리성과 도덕성 따위로 지나치게 자신을 방어하는 탓에 두려움에 떠는 일이 거의 없다.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모르는 것이나 무서운 것은 적절하게 바꿔 말함으로써 스스로를 방어한다. 죽음에 대한 현대인의 자세는 이러한 태도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가능한 한 죽음을 잊으려고 한다. 의학이라는 훌륭한 수단으로 병을 몰아냈으니 최대한 장수할 수 있다고 믿는다. [……] 그럼에도 죽음은 엄연히 존재한다. 트루데 부인 이야기는 죽음을 잊으려는 이들에게 새삼스레 인생의 전율을 체험하게 한다.                                                                                                                                    - - 모성은 밑바탕에 죽음과 삶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즉, 낳고 키우는 긍정적인 측면과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아이를 끌어안는 힘이 지나치게 강한 나머지 아이의 자립을 방해하여 결국은 아이를 정신적인 죽음으로 내모는 상태가 되어야만 드러난다.                                                                                    - 어머니의 원형, 즉 인류 보편적 이미지의 원천으로서 태모라고도 부른다. 태모, 즉 그레이트 마더는 인간의 의식을 아득히 뛰어넘은 심층에 존재한다. .... 그레이트 마더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상으로 관음상, 성모 마리아가 있다. 

제3장 어머니로부터의 독립 ◆ 「헨젤과 그레텔」
- 모든 모성이 부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까닭에 부정적인 측면은 죄다 계모에게 떠넘겨진다. 이로 인해 계모라는 이미지는 실제 보다 훨씬 더 나빠지고 말았다. 헨젤과 그레텔의 어머니도 무의식계의 차원에서는 오히려 친어머니인 편이 온당하지만 의식적 차원에서는 계모인 편이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이다.        -
-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 집은 마음씨 고약한 마녀가 아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다. 여기에서, 처음에 가족이 함께 살던 집에 닥친 기근 상태와 마녀가 사는 집의 풍요로운 먹을거리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마녀가 준비한 달콤하고 풍성한 과자는 어머니의 과보호를 연상시킨다. 과보호는 아이들의 자립을 방해한다. 헨젤과 그레텔은 단기간에 극단적인 거부(숲에 버려지는)와 과보호를 체험한다. 이러한 거부와 과보호는 결과적으로 같은 것이다.                - 태어난 아이는 어머니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게 되는데, 자라는 동안 어머니와 접촉함으로써 어머니의 원형을 체험하게 된다. 그 원형은 아이의 모든 것을 품어주고, 아이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어머니상이다. 그러나 아이는 성장함에 따라 어머니라는 존재의 부정적인 측면, 즉 자립을 방해하는 힘을 인식하고 어머니와 분리되어야 한다. 이 때 성장의 한 단계로서 어머니 죽이기라는 주제가 발생한다. 이 과정이 바로 헨젤과 그레텔이 마녀를 해치우는 부분으로, 물론 이는 아이 마음의 내계에서 행해지는 것이지 실제 어머니에게 행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내계의 드라마는 피비린내가 난다. 

제4장 게으름과 창조 ◆ 「게으른 세 아들」
- 프로이드는 '꿈의 해석'에서 꿈은 개인의 무의식 속에 있는 소망을 충족시켜주는 의미가 있다고 주장. => 민담이 민중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생겨났다고 보면, 민담에 민중의 소망 충족 => 오로지 근면을 덕으로 삼고 일해야했던 시대의 사람들은 무의식 속에 게으름에 대한 강한 소망을 품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 이런 관점에서 게으름 민담이 탄생     -
- 「게으른 세 아들」의 도입부에는 임금님과 세 아들이 등장한다. 왕비는 등장하지 않는다. 즉, 남성들만의 세계이며 여성은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서로 대립되는 수많은 원리가 작용하는데 남성 원리와 여성 원리도 그중 하나다. [……] 그럼 이 이야기에서 왕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남성 원리에 의해서만 유지되던 왕국의 규범성에 위기가 닥쳤음을 의미한다. 요컨대, 이제까지 왕국을 유지해왔던 최고의 원리가 무너지고 새로운 것이 도입되어야만 진정한 갱신이 일어난다는 것은 분명하다. => 변혁을 위해서는 여성 원리가 필요하며, 이를 가장 잘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는 자는 최고의 게으름뱅이다. 게으름을 위해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사람만이 왕위를 계승할 자격이 있다.      --- 3의 상징적 의미에 관해서는 정반합 도식에 근거한 대립물의 통합, 그리고 기독교의 삼위일체 상징과 결부시켜 정신적 통일을 나타내는 것으로 강조되었다 => 융: 오히려 숫자 4가 완전한 통일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으며, 3은 4에 도달하기 전의 역동적인 상태를 반영한다고 주장. 세 아들의 3은 다음의 왕위 - 따라서 누군가 여성을 찾아 왕비로 삼는 것 - 를 물려받기 이전 단계를 설명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 게으름뱅이가 등장하는 민담은 단순히 민중의 소망 충족을 반영하는 것도 있지만, 인간의 의식적인 노력 평가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무위사상을 이야기하는 깊이를 지니고, 의식과 무의식이 만나 새로운 창조를 이루고자 하는 자기실현에 대한 고도의 준비상태를 그리는 것도 있다고 하겠다.  

제5장 그림자의 자각 ◆ 「두 형제」
- 융의 상보성 원리: 인간의 마음 속에는 상반되는 사람들끼리 서로 보완해주며 하나의 전체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 우선, 두 사람 사이에서 보다 한 사람의 마음 속에서 먼저 작용. 의식적 태도가 단면적일 때, 무의식 속에는 그것을 보완하려는 경향이 형성. 가령, 평소에는 소심하여 자기주장을 못 펴던 사람이 술에 취하면 돌변해 의외로 강력하게 주장. 이런 경향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이중인격 현상. 이중인격이란 한 개인에게 서로 다른 두 인격이 번갈아 나타나는 것으로 둘 사이에는 의식의 연속성이 없다, ... 인간의 마음은 이중인격이라는 이상한 현상까지 드러내면서 전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 융은 꿈을 분석한 결과, 수많은 사람의 꿈 속에 자신이 부정하거나 거부하고 싶어하는 인물이 자주 등장. 이를 그림자라고 일컫으며, 모든 사람은 그 자신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고, 그림자는 곧 자신의 또 다른 어두운 반쪽이다.... 그림자를 꼭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내향적인 사람에게 외향적인 삶은 그 사람의 그림자가 된다. 그러나 외향적인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외향적인 측면도 더불어 갖기 위해 노력하는 쪽이 인간적으로 더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 이 이야기에서는 숫자 ‘2’가 무척이나 강조된다. 제목에서도 이미 드러나고, 동물들도 두 마리씩 등장한다. 융은 2의 상징성에 관해 중세 철학자의 생각을 접목시켜 인간의 최초의 수는 1이 아니라 오히려 2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즉, 1이 1인 한 우리는 ‘숫자’로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최초의 전체적인 것에서 분할이 생겨 거기에 대립 혹은 병치되는 ‘2’의 의식이 발생해야만 ‘1’의 개념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2는 분할과 대립을 가정하기 때문에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러한 의미에서 2는 그림자의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숫자다. 정립과 반정립, 이 역동성에서 새로운 것이 창조된다. 
- 프로이드의 거세불안: 사내아이는 성장하면서 어머니에게 애정을 품고 아버지에게는 적대감정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는 권력을 가진 무서운 존재이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그때 남자아이는 여자에게 남근이 없는 것을 알고 자신도 아버지에게 거세당하는 벌을 받아 여자처럼 될까 봐 불안해진다. 이것이 거세불안이며, 목베는 것은 거세의 상징적 표현이다.... 목이 두 반씩이나 잘리고, 후에 동생이 형의 목을 베는 일은 자기거세 현상.              

제6장 사춘기 ◆ 「들장미 공주」
- 동화에서 숫자 13은 시사적이다. 숫자 12는 천체 12궁 따위로 표현되듯이 완전수로서의 의미가 크다. 12로서 완전한 것, 거기에 이질적인 1이 더해짐으로서 진정한 완성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 열둘의 선의에 하나의 악이 더해짐으로써 하나의 완성된 상이 만들어진다..... 악은 이야기의 원동력이 된다. 
- 하나의 존재가 악에 의해 완결된다는 이 민담의 배경이 되고 있는 기독교 사상과 결부시켜 설명. 기독교는 부성원리를 강조하는 종교이고, 신과의 계약을 지키는 것과 지키지 않는 것을 구분하여 전자에는 구원을 약속하지만, 후자는 이교도로서 배척한다. * 모성적인 종교는 태모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고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고 구원하고자 하는 종교다.       
제7장 트릭스터의 활약 ◆ 「충신 요하네스」
- 죽어가는 왕이 아들에게 기대하는 바에는 딜레마가 있다. 그는 의식적으로는 자신이 만든거나 다름없는 규범과 통합성으로 자신의 왕국이 변함없는 형태로 영속되기를 바란다. 반대로 무의식적으로는, 아들이 자신의 은밀한 유도에 넘어가 금기를 깨고 자신이 하지 못했던 일, 즉 황금궁전의 공주를 자신의 나라로 데려오는 것을 해내기를 기대한다. 
- 융은 남성의 꿈속에 등장하는 여성상의 깊은 의의를 탐구한 결과, 그것을 마음 혹은 영혼의 상으로 보고, 그 상의 원형을 가정하여 아니마라고 불렀다. 아니마는 무의식 깊은 곳에 있는 원형으로서 우리는 그 존재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원형이 어떤 문화나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개인의 의식 속에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될 때, 우리는 그것이 아니마상이라고 알 수 잇을 뿐이다. => 왕의 영혼을 사로잡은 황금 궁전 공주의 초상화도 아니마상 중 하나이다.                               - 트릭스터는 낮은 차원에서는 단순한 장난꾸러기 파괴자이지만, 그의 고차원적인 활약은 새로운 질서나 건설을 초래하는 영웅적인 행위가 된다. => 사람을 속이는 것, 하물며 영주를 속이는 것은 악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이 결과적으로 길이 건설되는 선으로 변화되는 점이 트릭스터 활약의 특징적인 장점이다.
제8장 아버지와 아들 ◆ 「황금새」
- 왕은 사과를 도둑맞은 사실을 알고 아들들에게 사과를 지키도록 명령한다. 하지만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주인공인 셋째 왕자가 등장하는데, 아버지는 이 아들을 그다지 신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의 이본 「하얀 비둘기」에서는 지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막내아들을 ‘멍청이’라 부른다. 가장 열등한 존재가 최고의 존재로 이어진다는 역설은 민담이 즐겨 쓰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 체제의 눈으로 보는 한, 체제를 개혁할 수 있는 존재는 어리석어 보일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또한 개인적 차원에서는 자신 없고 열등한 기능이 인격을 바꿔나가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 원시부족은 어린아이가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통과의례로서 시련이 필요하다고 생각.... 민담이 자기실현 과정을 반영하는 만큼 다양한 통과의례 단계와 그에 따르는 시련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 많다. 그리고 아니마를 찾아 자기실현의 길을 걸을 때는 아니마상으로서의 소녀의 아버지가 종종 시련을 부과하는 아버지의 현현으로 인식된다. 소녀의 아버지는 구혼자에게 과제를 부과하고 그것을 완수했을 때 딸을 주겠다는 식으로 젊은이에게 일을 강요한다. 그것은 때로 젊은이을 죽음으로까지 내몰게 되는데, 거기서 아버지라는 존재의 무서움이 드러난다. 
- 융은 자아와 자기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강조. 마음의 중심이 지나체게 자아에 치우치면 근본없는 천박한 합리주의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자아의 존재를 망각하면 지나치게 비일상성이 강한 탓에 현실과 유리된 존재가 된다. 자아와 자기 상이에 바람직한 상호 관계가 확립될 때 비로소 자기실현 과정을 수행해나갈 수 있게 된다. => 주인공은 처음에는 과감하게 여우의 충고를 따르지만 이후로는 종종 자신의 인간적인 감정과 판단에 따라 여우의 말을 거스른다.    

제9장 남성 마음속의 여성 ◆ 「수수께끼」
- 융: 아니마는 남성의 마음 속에 있는 모든 여성적 심리 경향이 인격화된 것으로, 막연한 느낌이나 분위기, 예견적인 직감, 비합리적인 것에 대한 감수성, 사람을 사랑하는 능력, 자연물을 향한 감정, 무의식과의 관계 등이다. 이처럼 무의식 내에서 중요한 여성상이 민담과 신화에서도 큰 역할을 맡는 것은 당연하다. 
제10장 여성 마음속의 남성 ◆ 「지빠귀 부리 왕」
- 아니마가 남성의 마음 속에 있는 여성상의 원형이듯, 아니무스는 여성의 마음 속에 있는 남성상의 원형이다. 여성이 이른바 여성스러운 특성을 익혀가는 반면, 그 무의식 속에서는 아니무스가 점점 힘을 키우며 때로 여성의 자아에 영향을 끼친다. 아니무스의 힘이 강해지면, 여성은 별안간 의견을 내세우기 시작한다.  ".....해야 해" "....하지 않으면 안돼"라고. 그것은 일반론으로는 바람직하지만 실제로는 개개의 현상에 걸맞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한 경우에 여성에게 항변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니무스는 단절하는 힘이 강하다. 공주가 구혼자들에게 내뱉는 말은 분명 사실이고, 그러므로 구혼자를 퇴짜 놓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그녀는 사람들로부터 분리되는 고독을 맛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체험은 여성의 자아형성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일이다. 이러한 아니무스는 자신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언제까지나 품으려 하는 모성과 적대적인 관계다. 
- 공주의 잠시 동안의 행복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무스라면, 공주를 달래고 야단치며 다음 일을 찾게 하는 것도 아니무스다. 그리고 우리는 이 둘이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몇 번이나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좌절하지 않았던 공주는 새로운 다음 일을 향해 간다. 공주님에서 끝내 부엌데기로까지 추락하는 것이다. [……] 불도 못 피우던 결혼할 당시와 견주면 그녀는 무척이나 강해졌다. 공주 신분으로 살던 생활에 비하면 남이 먹다 남긴 것을 얻어먹는 처지이니 밑바닥까지 추락했다고 할 수도 있으나, 생각해보면 남이 베풀어주는 것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게 구도자의 특권이기도 하다. 공주의 외적인 추락에 반비례하여 내적인 구도 과정은 정상에 다다르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제11장 자기실현 과정 ◆ 「세 개의 깃털」
- 첫번째 과제는 양탄자인데, 유목민인 아라비아인이 양탄자를 중요시한 것은 그것이 대지의 연속성을 나타내기 때문.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데 야영 텐트를 칠 때 거기에 양탄자를 깔아 그곳이 그들의 땅임을 확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지와의 결합은 모성과의 결합과 상통한다. 지상의 왕국이 남성만으로 구성될 때, 왕이 모성의 상징인 양탄자를 원하는 것은 온당하다. 두번째 과제는 반지인데, 그 둥근 성질로 인해 자기의 상징일 수 있으며 동시에 결합과 구속을 의미한다. 결혼이라는 것 자체가 대립물의 합일이며 하나의 완겨뢴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세번째 과제는 가장 아름다운 신부인데, 멍청이는 커다란 두꺼비의 명령으로 작은 두꺼비를 집어 쥐가 끄는 수레에 태워주는데, 순식간에 육두마차에 탄 아름다운 공주로 변신하고 그는 기쁨에 차서 지상세계로 돌아온다. 
- 쥐는 밤이 되면 나타나 몰래 숨어서 소리를 내거나 무엇인가를 갉아 먹으며 우리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콤플렉스의 작용을 표현하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동물이다. 무의식의 움직임이 종종 성적인 색채를 띤다는 점에서, 쥐의 움직임은 성적 공상의 작용으로 볼 수도 있다. [……] 멍청이는 커다란 두꺼비의 명령으로 작은 두꺼비를 집어 쥐가 끄는 수레에 태워주는데, 이는 아름다운 아니마상이 본디 어머니상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 양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과정에서 타인이 흉내낼 수 없는 자기만의 개성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선택은 기존의 어떤 가치판단에만 따르면 된다. 그러나 제3의 길은 개인의 개성을 요하는, 기존의 것에 의지하지 않는 창조적 행위다. 이런 의미에서 융은 자기실현의 길을 개성화과정으로 파악했다..... 모든 민담에는 결말이 있고 종종 주인공의 소망이 상취되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자기실현의 한 장면으로서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하나의 단계를 성취하면 또 다음 단계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옮긴이 후기>
- 민담은 인간의 복잡한 마음속 세계를 압축하여 드러낼 뿐만 아니라, 마음이 나아가야 할 길까지 보여주는 지도와도 같다. 융 심리학에 근거한 민담분석은 저 유명한 그림 동화에서 의식과 무의식의 상호작용 속에 탄생하는 개인을 발견한다. 분석심리학의 관점에서 민담의 주인공은 곧 인간의 자아, 혹은 개인화를 거쳐 새로운 자아로 확립될 가능성 그 자체다.  - 저자에게 그림 동화는 무의식 속의 무수한 원형들 - 삶과 죽음, 모성과 부성, 아니마와 아니무스, 그림자 등 - 이 말과 말 사이에 박혀 영롱하게 빛나는 노천광이다. 이러한 일련의 분석을 통해 민담의 심층은 민담의 내용과 현대인의 심성을 이어주는 의외의, 하지만 생각보다 강력한 연결고리를 재발견한다. 

출판사 서평

부모로부터의 독립, 남녀의 결합, 과제와 시련, 선택……
민담은 현대인의 마음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민담은 역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권선징악적인 교훈을 기대한 사람은 종종 당혹감을 느끼곤 한다. ‘게으름’도 그중 하나다. 「실 잣는 세 여인」의 주인공인 게으름뱅이 여자아이는 실잣기를 지독히 싫어하지만, 바로 그 게으름 덕분에 왕자와 결혼하게 된다. 「게으른 세 아들」의 임금은 가장 게으른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선언한다. 이에 관해서 저자는 오로지 근면을 덕으로 삼고 일해야 했던 시대의 사람들은 무의식 속에 게으름에 대한 강한 소망을 품었을 것이고, 그러한 저마다의 소망이 이야기 속에 담겨 그 해학에 위로를 받았으리라고 추측한다. 나아가 심리적 차원에서 본다면 게으름뱅이가 등장하는 민담은 효율 증대에 중점을 두어온 서양의 공적인 사고에 대한 안티테제이며, ‘게으름’이란 일종의 ‘퇴행’으로 의식과 무의식이 만나 새로운 창조를 이루기 위한 고도의 준비 상태라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민담에서는 같은 행위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어느 주인공은 위험에 도전하여 성공하고, 어떤 사람은 위험을 피해서 목숨을 부지한다. 혹은 불행해 보이는 사건이 나중에는 도리어 행복의 씨앗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일반화가 불가능한 것은 바로 인간 삶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처럼 민담은 인간의 복잡한 마음속 세계를 압축해 드러낼 뿐 아니라, 마음이 나아가야 할 길까지 보여주는 지도와도 같다. 들장미 공주는 왜 100년의 잠을 자야 했을까? 사자는 왜 한번 베어진 주인의 머리를 또다시 베었을까? 헨젤과 그레텔을 숲에 버린 어머니가 친어머니에서 계모로 설정이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민담은 어떠한 물음에 대해서도 대답을 마련해두고 있다.” 다양한 민담과 분석심리학을 활용하여 저자는 이처럼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하나씩 대답을 해나가며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그림 동화를 통해 찾아가는 무의식의 원형
자기실현과 개성화를 향해 가는 매혹적 인문학

저자는 심리치료를 해오면서 만난 내담자들과의 경험을 통해 민담 속 주인공과 내담자들이 별반 다를 바 없음을 깨닫는다. 예컨대 「황금새」 이야기에서 매일 밤 황금 사과를 하나씩 도둑맞는 장면은 일종의 노이로제 상태를 보여준다고 분석하면서, 황금새가 사과를 훔쳐가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단념한다면 증상은 더 심해지지 않을 테지만 그 경우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노이로제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여우의 조언대로 황금새를 가져오는 게 상책이다. 물론 거기에는 위험도 따르지만, 노이로제를 극복함으로써 얻는 보물의 가치는 고난의 시간에 비례하여 높아질 것이다. 이는 자기실현 과정과 그에 따르는 고통의 관계라고도 볼 수 있으며, 인간의 삶은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크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요점이다. 인간의 삶은 분명 선택으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인간의 삶을 반영하는 민담에 선택의 테마가 자주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국면들, 생로병사의 과정과 그에 동반하는 여러 과제와 고민 들에 관해 실마리를 던져준다.
저자는 융의 도식을 토대로 민담 분석을 하면서, 서양과 동양의 민담에는 어떤 특징이 있으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여러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저자는 읽는 이가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도록 끊임없이 자극함으로써 우리 의식 아래의 깊은 내면을 탐색하도록 이끈다. 나는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어떤 욕구 혹은 고민을 안고 있는지에 따라 민담은 다양한 얼굴로 다가올 것이다. 저자와 함께 자신의 개성을 찾아 민담의 심층 속으로 들어가 보자. 

교보문고 책소개

“현대의 심리상담실에는 백설공주나 헨젤과 그레텔,
나아가 사람을 잡아먹는 마녀까지 등장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담, 무의식 세계를 읽는 지도이자 우리 인생의 처방전!
심리학의 눈으로 우리 마음속 깊은 곳을 탐구하다

일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학자, 일본에 최초로 융 심리학을 소개하고 발전시킨 임상심리학자, 문화청장관 등을 역임하고 문학, 철학, 예술, 교육 등 다방면에 걸친 활동으로 일본 지성계에 커다란 영향을 준 가와이 하야오(1928~2007).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민담의 심층』은 ‘인간 무의식의 심층에는 인류 공통의 보편성이 있다’는 융 심리학을 바탕으로, 민담 분석을 통해 현대인의 마음 세계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책이다. 1977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생의 처방전’이라는 애정 어린 별명까지 얻으며 일본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 책에서 가와이 하야오는 현대인의 복잡한 마음을 명쾌하게 풀어내며, ‘인간 삶의 진실’에 한층 더 다가간다.
이 책은 「트루데 부인」 「헨젤과 그레텔」 「두 형제」 등 대표적인 그림 동화 10편을 심리적 차원에서 분석하는데, 그 순서는 태어나 성장하고 자기실현을 이루어가는 인간 삶의 과정과 좋은 대구를 이룬다. 특히 카를 구스타프 융의 이론(자기, 모성과 부성, 아니마와 아니무스, 그림자, 페르소나 등)에 기초하여 그림 동화 속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 무대 설정, 도구와 숫자 등에 이르기까지, 그림 동화 속 거의 모든 모티프와 상징을 흥미롭게 해석해낸다. 그 밖에도 「개구리 왕자」 「노간주나무」 「게으른 하인츠」와 같은 다양한 그림 동화와 「안주와 즈시오」 「삼 년 잠보」 같은 일본의 민담, 이집트와 그리스 신화까지 수십 편의 민담을 예시로 활용하며 읽는 맛을 더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목적은 개개인의 내적 체험에 비추어 민담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저자는 민담의 내용과 현대인의 심성을 이어주는 의외의, 하지만 생각보다 강력한 연결고리를 재발견한다.

저자 : 가와이 하야오

 
일본에 융 심리학을 최초로 소개한 임상심리학자로 융 심리학의 일인자로 손꼽힌다. 1928년 효고 현에서 태어나 교토 대학 이학부 수학과를 졸업하고, 전공을 바꾸어 임상심리학 연구를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에서 유학한 뒤 1962년 취리히 ‘융 연구소’에 들어가 융 학파 정신분석가 자격을 얻었다. 교토 대학 명예교수,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명예교수, 일본 문화청 장관 등을 역임했다.
독자적인 관점으로 일본의 문화와 사회, 일본인의 정신 구조를 꾸준히 연구했다. 특히 문화 전반에 걸친 탐구심을 바탕으로 전문 분야인 임상심리학뿐 아니라 아동문학, 그림책, 신화, 옛이야기, 나아가 음악과 악극까지 지평을 넓혀 수많은 저술과 강연을 하는 등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지은 책으로 『그림책의 힘』 『어린이 책을 읽는다』 『읽기의 힘, 듣기의 힘』(공저), 『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 『콤플렉스』 『인간의 영혼은 고양이를 닮았다』 『카를 융, 인간의 이해』 『일본인의 심성과 일본 문화』 등 다수가 있다.
 

역자 : 고향옥

동덕여자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일본문학을 공부하고, 일본 나고야 대학에서 일본어와 일본문학을 공부했다. 『러브레터야, 부탁해』로 2016년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 어너 리스트Honor List 번역 부문에 선정되었다.
옮긴 책으로 『그림책의 심리학』(공역), 『마음은 언제나 네 편이야』 『우주를 뿌리는 소녀』 『컬러풀』 『레츠와 고양이』 『있으려나 서점』 등 다수가 있다.
 

목차

제1장 민담과 마음의 구조
1. 들어가며 2. 의식과 무의식 3. 민담의 발생 4. 민담 연구

제2장 그레이트 마더 ◆ 「트루데 부인」
1. 전율의 체험 2. 어머니 3. 소녀의 호기심 4. just so! 5. 보아서는 안 되는 진실 6. 불

제3장 어머니로부터의 독립 ◆ 「헨젤과 그레텔」
1. 두 명의 주인공 2.부모와 자식 3. 새 4. 과자로 만든 집 5. 눈이 멀다 6. 어머니상의 변천

제4장 게으름과 창조 ◆ 「게으른 세 아들」
1. 게으름뱅이 2. 소망 충족 3. 무용지용無用之用 4. 창조적 퇴행 5. 게으름의 양면성

제5장 그림자의 자각 ◆ 「두 형제」
1. 두 사람 2. 그림자 3. 되풀이 4. 목 베기 5. 또 하나의 나

제6장 사춘기 ◆ 「들장미 공주」
1. 이야기의 변천 2. 개구리 3.악惡 4. 운명 5. 잠 6. 때

제7장 트릭스터의 활약 ◆ 「충신 요하네스」
1. 왕의 죽음과 충신의 역할 2. 초상화 아내 3. 트릭스터 4. 귀환 5. 석화石化와 속죄

제8장 아버지와 아들 ◆ 「황금새」
1. 아버지라는 존재 2. 동물의 조력 3. 선택 4. 일 5. 자아와 자기

제9장 남성 마음속의 여성 ◆ 「수수께끼」
1. 수수께끼 2. 아니마 3. 수수께끼 내기, 수수께끼 풀기 4. 남성과 여성

제10장 여성 마음속의 남성 ◆ 「지빠귀 부리 왕」
1. 아버지와 딸 2. 아니무스 3. 아니무스와 떠나는 여행 4. 오딘 5. 재혼 의식

제11장 자기실현 과정 ◆ 「세 개의 깃털」
1. 깃털의 안내 2. 지하 세계 3. 세 가지 과제 4. 제3의 길 5. 개성화 과정

후기
미주
부록 그림 동화
트루데 부인 | 헨젤과 그레텔 | 게으른 세 아들 | 두 형제 | 들장미 공주 | 충신 요하네스 | 황금새 | 수수께끼 | 지빠귀 부리 왕 | 세 개의 깃털
옮긴이 후기

책 속으로

우리는 그의 증상에 대해 ‘적면공포증’이라고 이름 붙인다. 그러나 과연 그 청년은 그 이름을 들은 타인이 자신이 겪는 일을 ‘알아준다’고 생각할까. ‘안다’는 것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적면공포증이라고 이름 붙이는 행위는, 이 사람이 하나의 신경증을 가지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아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겪은 고통까지 알 수는 없다. 공감이 바탕이 된 앎을 위해서는 이름만 알아서는 안 된다. (제1장 「민담과 마음의 구조」, 17쪽)

현대인은 합리성과 도덕성 따위로 지나치게 자신을 방어하는 탓에 두려움에 떠는 일이 거의 없다.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모르는 것이나 무서운 것은 적절하게 바꿔 말함으로써 스스로를 방어한다. 죽음에 대한 현대인의 자세는 이러한 태도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가능한 한 죽음을 잊으려고 한다. 의학이라는 훌륭한 수단으로 병을 몰아냈으니 최대한 장수할 수 있다고 믿는다. [……] 그럼에도 죽음은 엄연히 존재한다. 트루데 부인 이야기는 죽음을 잊으려는 이들에게 새삼스레 인생의 전율을 체험하게 한다. (제2장 「그레이트 마더」, 35쪽)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 집은 마음씨 고약한 마녀가 아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다. 여기에서, 처음에 가족이 함께 살던 집에 닥친 기근 상태와 마녀가 사는 집의 풍요로운 먹을거리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마녀가 준비한 달콤하고 풍성한 과자는 어머니의 과보호를 연상시킨다. 과보호는 아이들의 자립을 방해한다. 헨젤과 그레텔은 단기간에 극단적인 거부(숲에 버려지는)와 과보호를 체험한다. 이러한 거부와 과보호는 결과적으로 같은 것이다. (제3장 「어머니로부터의 독립」, 68쪽)

「게으른 세 아들」의 도입부에는 임금님과 세 아들이 등장한다. 왕비는 등장하지 않는다. 즉, 남성들만의 세계이며 여성은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서로 대립되는 수많은 원리가 작용하는데 남성 원리와 여성 원리도 그중 하나다. [……] 그럼 이 이야기에서 왕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남성 원리에 의해서만 유지되던 왕국의 규범성에 위기가 닥쳤음을 의미한다. 요컨대, 이제까지 왕국을 유지해왔던 최고의 원리가 무너지고 새로운 것이 도입되어야만 진정한 갱신이 일어난다는 것은 분명하다. (제4장 「게으름과 창조」, 92~93쪽)

이 이야기에서는 숫자 ‘2’가 무척이나 강조된다. 제목에서도 이미 드러나고, 동물들도 두 마리씩 등장한다. 융은 2의 상징성에 관해 중세 철학자의 생각을 접목시켜 인간의 최초의 수는 1이 아니라 오히려 2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즉, 1이 1인 한 우리는 ‘숫자’로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최초의 전체적인 것에서 분할이 생겨 거기에 대립 혹은 병치되는 ‘2’의 의식이 발생해야만 ‘1’의 개념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2는 분할과 대립을 가정하기 때문에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러한 의미에서 2는 그림자의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숫자다. 정립과 반정립, 이 역동성에서 새로운 것이 창조된다. (제5장 「그림자의 자각」, 113~14쪽)

왕은 사과를 도둑맞은 사실을 알고 아들들에게 사과를 지키도록 명령한다. 하지만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주인공인 셋째 왕자가 등장하는데, 아버지는 이 아들을 그다지 신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의 이본 「하얀 비둘기」에서는 지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막내아들을 ‘멍청이’라 부른다. 가장 열등한 존재가 최고의 존재로 이어진다는 역설은 민담이 즐겨 쓰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 체제의 눈으로 보는 한, 체제를 개혁할 수 있는 존재는 어리석어 보일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또한 개인적 차원에서는 자신 없고 열등한 기능이 인격을 바꿔나가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제8장 「아버지와 아들」, 179쪽)

공주의 잠시 동안의 행복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무스라면, 공주를 달래고 야단치며 다음 일을 찾게 하는 것도 아니무스다. 그리고 우리는 이 둘이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몇 번이나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좌절하지 않았던 공주는 새로운 다음 일을 향해 간다. 공주님에서 끝내 부엌데기로까지 추락하는 것이다. [……] 불도 못 피우던 결혼할 당시와 견주면 그녀는 무척이나 강해졌다. 공주 신분으로 살던 생활에 비하면 남이 먹다 남긴 것을 얻어먹는 처지이니 밑바닥까지 추락했다고 할 수도 있으나, 생각해보면 남이 베풀어주는 것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게 구도자의 특권이기도 하다. 공주의 외적인 추락에 반비례하여 내적인 구도 과정은 정상에 다다르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제10장 「여성 마음속의 남성」, 234쪽)

쥐는 밤이 되면 나타나 몰래 숨어서 소리를 내거나 무엇인가를 갉아 먹으며 우리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콤플렉스의 작용을 표현하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동물이다. 무의식의 움직임이 종종 성적인 색채를 띤다는 점에서, 쥐의 움직임은 성적 공상의 작용으로 볼 수도 있다. [……] 멍청이는 커다란 두꺼비의 명령으로 작은 두꺼비를 집어 쥐가 끄는 수레에 태워주는데, 이는 아름다운 아니마상이 본디 어머니상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제11장 「자기실현 과정」, 256쪽) 닫기

출판사 서평

부모로부터의 독립, 남녀의 결합, 과제와 시련, 선택……
민담은 현대인의 마음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민담은 역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권선징악적인 교훈을 기대한 사람은 종종 당혹감을 느끼곤 한다. ‘게으름’도 그중 하나다. 「실 잣는 세 여인」의 주인공인 게으름뱅이 여자아이는 실잣기를 지독히 싫어하지만, 바로 그 게으름 덕분에 왕자와 결혼하게 된다. 「게으른 세 아들」의 임금은 가장 게으른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선언한다. 이에 관해서 저자는 오로지 근면을 덕으로 삼고 일해야 했던 시대의 사람들은 무의식 속에 게으름에 대한 강한 소망을 품었을 것이고, 그러한 저마다의 소망이 이야기 속에 담겨 그 해학에 위로를 받았으리라고 추측한다. 나아가 심리적 차원에서 본다면 게으름뱅이가 등장하는 민담은 효율 증대에 중점을 두어온 서양의 공적인 사고에 대한 안티테제이며, ‘게으름’이란 일종의 ‘퇴행’으로 의식과 무의식이 만나 새로운 창조를 이루기 위한 고도의 준비 상태라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민담에서는 같은 행위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어느 주인공은 위험에 도전하여 성공하고, 어떤 사람은 위험을 피해서 목숨을 부지한다. 혹은 불행해 보이는 사건이 나중에는 도리어 행복의 씨앗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일반화가 불가능한 것은 바로 인간 삶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처럼 민담은 인간의 복잡한 마음속 세계를 압축해 드러낼 뿐 아니라, 마음이 나아가야 할 길까지 보여주는 지도와도 같다. 들장미 공주는 왜 100년의 잠을 자야 했을까? 사자는 왜 한번 베어진 주인의 머리를 또다시 베었을까? 헨젤과 그레텔을 숲에 버린 어머니가 친어머니에서 계모로 설정이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민담은 어떠한 물음에 대해서도 대답을 마련해두고 있다.” 다양한 민담과 분석심리학을 활용하여 저자는 이처럼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하나씩 대답을 해나가며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그림 동화를 통해 찾아가는 무의식의 원형
자기실현과 개성화를 향해 가는 매혹적 인문학

저자는 심리치료를 해오면서 만난 내담자들과의 경험을 통해 민담 속 주인공과 내담자들이 별반 다를 바 없음을 깨닫는다. 예컨대 「황금새」 이야기에서 매일 밤 황금 사과를 하나씩 도둑맞는 장면은 일종의 노이로제 상태를 보여준다고 분석하면서, 황금새가 사과를 훔쳐가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단념한다면 증상은 더 심해지지 않을 테지만 그 경우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노이로제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여우의 조언대로 황금새를 가져오는 게 상책이다. 물론 거기에는 위험도 따르지만, 노이로제를 극복함으로써 얻는 보물의 가치는 고난의 시간에 비례하여 높아질 것이다. 이는 자기실현 과정과 그에 따르는 고통의 관계라고도 볼 수 있으며, 인간의 삶은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크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요점이다. 인간의 삶은 분명 선택으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인간의 삶을 반영하는 민담에 선택의 테마가 자주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국면들, 생로병사의 과정과 그에 동반하는 여러 과제와 고민 들에 관해 실마리를 던져준다.
저자는 융의 도식을 토대로 민담 분석을 하면서, 서양과 동양의 민담에는 어떤 특징이 있으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여러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저자는 읽는 이가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도록 끊임없이 자극함으로써 우리 의식 아래의 깊은 내면을 탐색하도록 이끈다. 나는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어떤 욕구 혹은 고민을 안고 있는지에 따라 민담은 다양한 얼굴로 다가올 것이다. 저자와 함께 자신의 개성을 찾아 민담의 심층 속으로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