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네팔 트레킹

마나슬루 서킷 및 춤 밸리 트레킹 요약

클리오56 2019. 5. 16. 13:20

 

 

안식년을 맞은 부산의 친구가 네팔 트레킹을 가자며 제안한게 작년 연말이었다. 필자가 재작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다녀온줄 알기에 제안을 하였고 트레킹 코스는 미정인 상태였다. 4월이 다가오면서 확정된 팀 구성은 김해 소재 산악회의 여성 4명과 필자의 지인들 등 모두 8명이며, 그 일행중 고산 등반 경험을 가진 여성이 이번 팀의 대장인데 친구의 대학원 제자이다. 트레킹은 마나슬루를 한바퀴 도는 서킷에 추가하여 춤 밸리를 다녀오는 것으로 총 도보 거리는 202km, 15일간의 일정이다.

 

사실 트레킹 대상지가 마나슬루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하필이면 아직 트레일이 정비되지 않았으며 등반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아마추어가 감당할 수 있는 가장 힘든 코스로 가야하나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미 되돌려버리기엔 너무 깊이 개입되었고, 지금와서 친구의 기대를 저버릴 수도 없고하니 준비나 잘해가자며 마음을 다잡아갔다. 트레킹의 최고해발 지점은 라르케 고개이며 해발 5,160m, 아마도 4월말에도 눈이 있으며 영하 5~10도, 물론 체감온도는 그 보다 낮을 것이란 가정하에 준비물을 챙겼는데, 마침 침낭은 대장에게서 빌릴 수 있었다. 변변한 고어텍스 자켓 및 방한복이 없어 하나 구입하려고 여러 아웃도어점을 수소문했지만 시기적으로 이미 늦었고, 인천 송도의 데카트론에서 고어텍스와 생활방수의 중간 정도되는 자켓 하나를 구입하였다.

 

경비를 절약하기 위하여 필자와 친구 둘은 에어차이나 환승비행기를 택하였는데 대한항공의 절반 정도가격이고 마침 중국 사천성의 청두에서 하루씩을 머물기에 무후사를 관람하는 기회도 가졌다. 더구나 청두에서 머무는 호텔 비용과 공항에서 호텔간의 왕복차량은 항공사에서 무료제공한다.

 

4월12일 카트만두에 도착하여 오후에는 세계문화유산인 드르바르 광장을 답사하며 네팔의 힌두문화를 살펴보았고, 저녁에 트레킹 대원 8명이 모두 모여 가이드와 인사를 나누었다. 템바라는 가이드는 셰르파 족이었으며 한국에서 가끔 일하기도 하여 우리말을 잘 구사하는 편이었다.

 

4월13일 아침 7시 중형버스로 카트만두를 출발하여고르카 지방의 소티콜라에 도착하니 오후 4시, 거리상으로는 139km에 지나지 않지만 도로 사정이 열악하니 9시간 넘게 소요되었다. 여기서 동행자 모두가 함께 모였으니 트레커는 8명이지만, 이를 도와 줄 가이드 1명, 보조 가이드 1명, 쿡 1명 및 보조 3명, 그리고 짐을 운반할 포터 대신에 노새가 10마리 동원되니 그중 2마리는 자기들 먹이를 지고가며 1마리는 예비, 그리고 이를 다루는 주인 1명, 합하여 모두 15명에 노새 10마리, 완전 원정대 모습이다.

 

4월14일 아침, 통상 소티콜라가 트레킹의 출발지가 되지만, 우리는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여 하루의 여유분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여기서 짚차를 타고 마차콜라(해발 869m)로 이동하여 도반(1,070m)까지 도보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이날 이동한 거리는 9.7km에 불과했지만 협곡 사이의 트레일은 거칠고 위험한 구간도 있어 무조건 천천히 걷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에 소요된 시간은 6시간반. 저녁 식사로는 동행한 현지 쿡이 요리한 염소고기 감자탕이니,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때는 롯지에서 매식하였던 네팔식 달밧이 주였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화려한 성찬이다.

 

4월15일 트레킹 2일차, 해발 1,570m의 필림까지 14.6km로 10시간 반이 소요되었다. 강 건너편 산허리를 암석 폭파하며 도로를 개설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데 티벳과 연결하는 도로라고 하니, 향후 중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을 곳이 없는 듯하다. 거대한 협곡 사이에서 요동을 치는 부디 간다키 강이 한 순간 잔잔해질 정도로 넓은 강폭이 펼쳐졌고 네팔의 전통주 락시를 제조하는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없어 모두 한잔씩 맛보았다. 절벽을 깍아 만든 잔도, 폭포가 양갈래로 쏟아지는 큰 바위 앞의 현수교를 지나고나니 다시 협곡이 전개되었다. 살레리 마을에서는 어머니가 아들을 안고나와 크게 다친 아이의 손바닥을 보여주며 치료를 원하니, 전문가는 아니지만 챙겨온 상비약으로 소독도 하고 붕대도 감는 간단한 치료를 한 후 연고를 하나 남겨주었다. 저녁엔 닭백숙 먹었고 뜨거운 물에 샤워까지. 하지만 이후 트레킹 14일째에 샤워하게 되니 무려 12일간을 티슈로 몸만 닦는 원시생활을 계속 할 줄이야. 수염을 깍거나 찬물 샤워는 고소 적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하여 트레킹중에는 크게 금기시되었다.   

 

4월16일 트레킹 3일차, 해발 2,380m의 춤링까지 16km, 10시간 반 소요. 감풀 갈림길에서 마나슬루 트레일을 떠나 우측으로 춤 밸리 트레일로 들어섰으며 네팔의 국화 랄리구라스가 붉게 물든 멋진 숲이 전개되었다. 짐을 잔뜩 지고가는 노새들에게 길을 양보하느라 물러서다가 시누스라는 잡초에 찔렸는데 한동안 따끔거렸다. 도중에 큰 돌멩이 하나가 굴러 떨어지기에 모두들 피하라고 소리쳤고 다행히 사고는 없었는데, 그 위를 지나는 염소가 건드렸다는데 위험한 순간이었다. 저녁이후 비가 제법 쏟아졌는데 오히려 트레킹 중에는 비가 안내리겠지하며 위안하기도.

 

4월17일 트레킹 4일차, 아침에 일어나니 비는 그쳤고 맑은데 아마도 고산에는 눈이 내린듯 7천미터급 설산들이 선명히 조망되니 앞은 가네시 히말, 뒤는 쉬링기 히말이라고 한다. 해발 3,031m 체쿰파까지 12.1km, 8시간 소요. 마을 입구에 스투파와 초르텐을 자주 보면서 티벳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온다. 고도가 3,000m를 넘기면서 고소증세를 겪는 일행이 나타나 배낭을 가이드가 대신 짊어지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삼성 헬스앱으로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니 82로 수치가 급격히 낮아졌다. 출발할 때는 99였는데.

 

4월18일 트레킹 5일차, 춤 밸리 트레일의 마지막 지점인 해발 3,700m 무 곰파 사원까지 14.1km, 8시간 소요. 설산과 초원으로 캐나다 록키 트레킹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이곳엔 마을과 인간의 삶이 녹아 있으니 더욱 감동적이다. 야영장에서 볶음밥으로 식사를 하고 짧은 낮잠도 즐기고. 무곰파 도착 후 1시간 가량 우박이 쏟아지며 오후에는 돌변하는 산악 날씨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무곰파 사원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4월19일 트레킹 6일차, 새벽에 잠이 깨어 밤하늘의 별을 보았고 스마트폰으로 겨냥하니 제법 별 사진까지 찍힌다. 산소포화도 측정하니 다소 회복된 85. 아침에 멀리 멋진 산이 조망되니 가네시 히말 1봉이며, 가네시는 힌두교의 유명한 재물신으로 코끼리 얼굴을 하고 있는데, 산의 형상이 바로 그런 모습이라 산명이 가네시 히말이다. 춤 밸리 트레킹을 마쳤으니 다시 되돌아가는데 내리막길이라 해발 2,395m 레인잼까지 21.2km, 9시간 소요. 일행 중 불교신자가 많아 비구니 사원에 들렀고 티벳 사원을 이해하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한 일행은 고소 증세로 말을 빌러 타야했다. 레인잼에서 숙박했는데 이곳의 네팔 민속주 창이 맛있었기 때문, 우리의 막걸리와 같은 타입. 하지만 변변한 숙소가 없기에 8명 일행이 모두 한 방에서 자게되었다.

 

4월20일 트레킹 7일차, 해발 1,548m 냑페디까지 17.1km, 10시간 소요.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고도를 낮춰가며 내리막길을 걸었고 무릎 통증에 대비하여 보호대를 착용하였다. 낙석과 추락 위험이 있는 구간을 무사히 통과하였지만 너들지대에서 스틱 끝이 바위에 끼어지며 부러져 스틱 하나만 사용하게되었다. 춤 밸리 트레킹을 마치고 다시 마나슬루 트레일에 들어섰다. 

 

4월21일 트레킹 8일차, 해발 2,122m 갭까지 17.2km, 10시간반 소요. 오전에 날씨가 맑고 좋으나 오후엔 흐려지고 바람이 강해지는 등 날씨의 변화가 무쌍했다. 고도를 계속 올려가며 여러 차례 낙석지대를 무사히 통과하였다. 갭 숙소에서 시링기 히말을 조망하였다.

 

4월22일 트레킹 9일차, 해발 3,180m 로까지 15.6km, 9시간반 소요. 마치 우리의 가을 낙엽 깔린 등로의 숲길을 걷기도 하며 등로의 폭도 넓고 안전하였다. 망자의 삼우제 지내는 모습을 보았고, 2015년 대지진때의 피해 복구가 아직도 진행중이기도. 고도가 다시 3,000m를 넘어서면서 오늘부터 아침 저녁으로 이뇨제 반알씩 먹으며 고소 대비적응하라는 대장의 지시가 있었다. 마을 가게에서 스틱 하나를 구입하여 부러진 스틱을 대신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4월23일 트레킹 10일차, 해발 3,520m 사마가온까지 8.1km, 6시간 소요. 새벽 5시반, 날씨가 맑았고 처음으로 마나슬루 정상 봉우리를 볼 수 있기에 인근의 수도원으로 급히 올라가 황금빛 설산을 보는 행운을 가졌다. 넓은 초지를 걷기도 했는데 마니월, 초르텐이 가득한 티벳 풍경이 인상적이고, 야크와 독수리 무리도 함께 한다. 사마가온의 숙소 바로 옆에 유치원이 개설되었는데 그 축하 행사에 참석하러 곧 대통령이 방문한다하여 치장이 요란하다.

 

4월24일 트레킹 11일차, 해발 3,875m 삼도까지 12.8km, 9시간 소요. 이곳 역시 마나슬루 일출 조망이 훌륭하여 일행을 깨워가며 함께 즐겼다. 삼도로 가기 전 좌측 갈림길로 마나슬루 베이스 캠프로 향하는데 일기가 좋지 않아 해발 3,950m에 위치한 가장 낮은 캠프에만 들렀고, 마나슬루에서 희생된 한국인 원정대를 잠시 추모하였다. 비취빛 비렌드라 호숫가로 하산하여 휴식을 취했다. 삼도 마을을 산책하였고 저녁식사로 김치찌개가 나와 락시와 럼주를 조금씩 마시기도. 이번 트레킹의 최고 해발인 5,160m의 라르케 고개에 많은 눈이 쌓여 노새와 말들이 고개를 넘어가지 못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따라 노새들을 되돌려보내야 하는데 우리의 짐을 일부 실어보내게 되고 보조 가이드가 카트만두로 이 짐을 옮기는 책임을 맡게되었다. 쿡은 보조 가이드로, 쿡 보조 3명은 포터로 전환하여 짐을 운반하게 된다. 앞으로는 매식을 하게되므로 식량과 취사도구 일체를 현지에서 처분하였다. 고소가 심한 대원은 말을 타고 고개를 넘어갈 계획이었는데 역시 취소되고 무조건 걸어서 넘어야 한다.

 

4월25일 트레킹 12일차, 간밤에 기온의 차가움을 느껴 처음으로 내의를 착용하였다. 해발 4,460m의 라르케 페디까지 6.1km, 4시간 소요. 아침에 노새와 보조가이드는 우리가 처음 출발하였던 마차콜라로 모두 떠났고 압도적 산세를 마주 대하며 트레킹을 전개하는데 처음으로 해발 4,000미터를 넘어섰다. 바자르의 넓은 지역은 1주일에 한번씩 장이 개설된다하며, 그 흔적이라도 되는 듯 노상에서 기념품을 팔고있었다. 소수력 발전소를 보게되는데 이런 오지에 아주 적합한 형태의 전기공급 방식이겠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마못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숙박할 돌 롯지는 방풍 시설은 좋아 추위를 많이 막아주었다. 고소 적응 차원에서 뒷산으로 고도 100m를 올리며 40분 정도 산책삼아 다녀왔다. 

 

4월26일 트레킹 13일차, 드디어 결전의 이날, 해발 5,160m의 라르케 고개 정상을 넘어 해발 3,590m 빔탕까지 14.9km, 13시간 소요되었다. 새벽 2시 일어나 배낭을 챙기고, 3시 떡국으로 아침을 들은 후 모두 헤드랜턴을 켜고, 대장의 복장 체크를 받은 후  3시35분 출발하였다. 12시 넘은 오후에는 날씨가 급변하는 산악날씨의 특성과 먼거리임을 감안하여 새벽 일찍 출발하는 것이다. 우리가 제일 먼저 출발하였지만 천천히 걷느라 다른 팀들이 모두 우리를 추월하였다. 별과 달이 비춰주는 히말라야 마나슬루 기슭을 걸으니 우리는 마치 수도자가 된 양 마음이 고양되고 괜히 엄숙하고 숭고해진다. 이 나이에 그런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는게 어디인가. 쉘터에서 주먹밥과 야크치즈로 요기를 하였고, 곧 당도할 듯하면서도 멀어지는 라르케 고개 정상이다. 그래도 한걸음 한걸음으로 다가서니 대원 8명 전원이 정상에 서는 기쁨을 함께 하였다. 한 동안 멍 때리듯 앉아있기도 했지만 이젠 하산길, 사실 이 하산길이 장난아니게 길고도 험한 급경사이다. 급경사 너덜 지대는 물론 눈밭 지대, 미끄러운 지그재그 내리막. 한 대원은 급경사에서 넘어져 2m쯤 아래로 미끌어지는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뭔가 걸리면서 멈췄고 다시 올라올 수 있었는데 바로 뒤에 있으면서도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는 순간이었으니, 결국 스스로의 책임과 위험감수 및 극복 뿐이다. 목적지 2시간 정도를 남겨두고 간이 롯지에 당도하여 떡라면을 한사발씩 하였고 이젠 평화롭게 락시도 한잔 하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였다. 고도를 700미터 올린 후 다시 1,570미터를 내려온 이날은 가장 감격스러우면서도 힘든 하루임에 분명하였다. 저녁 식사 시간 모두들 돌아가며 소감 한마디씩 하였고 취할 정도로 자축하였으니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기에.  

 

4월27일 트레킹 14일차, 해발 2,671m 서키콜라까지 10.3km, 7시간 소요. 아열대의 따뜻한 날씨가 감싸는 환상적인 숲길을 걸었고 랄리구라스가 만발하였다. 빙하물 흐르는 개천, 염소와 야크 무리가 줄을 이으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하지만 한 대원은 어제 장시간의 설산 트레킹에서 선글래스를 쓰지않아 설맹 현상이 생겨났고 위를 쳐다보지 못한 채 아래만 쳐다보며 가이드와 줄을 연결하여 길잡이가 필요한 지경이었다.

 

4월28일 트레킹 15일차, 해발 1,897m 톤체까지 12.3km, 4시간반 소요. 한번의 오르막 이후엔 계속 내리막으로 이 트레킹의 종착지까지 진행하였다. 도중에 안나푸르나 보호구역으로 진입하였으니 다음 기회로 염두에 두고있는 안나푸르나 서킷의 출발지이기도 한다. 점심 식사를 하는 롯지에서 다시 한번 자축하였으니 이번 202km의 마나슬루 및 춤 밸리 트레킹을 마치기도 하였지만, 대원 8명중 5명은 카트만두로 돌아가 곧 귀국하고, 나와 두 친구는 포카라로 가서 룸비니, 치트완 등을 1주일 정도 더 둘러본 후에 귀국하기 때문이다.

 

이번 네팔 트레킹 및 여행은 총 29일이 소요되었는데, 순수 트레킹 15일, 환승 비행기 이동 4일, 트레킹로 접근위한 차량이동 1일, 순수 관광 9일로 생애 최장의 여행이었다. 

 

네팔 히말라야는 이번 트레킹에서도 입증되었지만 아열대 숲, 초원, 산, 눈, 빙하가 고도의 차이에 따라 상존하므로 다양한 풍광을 경험할 수 있으며 마을과 인간의 삶이 녹아있는 인류의 유산이다.

 

특히, 네팔 트레킹은 다른 나라의 장거리 트레킹에 비하여 포터 제도가 있기에 힘과 기술이 덜 필요하고 경비도 비교적 합리적이라 많은 분들께 권하고 싶다. 이번 트레킹의 장도를 축하하고 격려해준 친구들에게 감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