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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파사 카페:저자 나라얀 와글레 (2019.4.5)

클리오56 2019. 3. 29. 23:12

 

 

읽은 소감 및 내용

우리나라에 최초 번역된 네팔 현대소설, 흔하지 않은 이 소설을 호계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었다. 왕정과 공산반군과의 오랜 내전에 시달렸던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데 마치 해방 이후, 그리고 한국 전쟁 당시의 좌우 대립과 흡사한 상황, 그 와중에 일반 국민들이 겪는 고통이 그대로 재현된 듯. 특히 예술을 지향하는 주인공과의 마찰, 결국 공산반군들에게 붙잡혀가고. 주인공이 사랑하지만 제대로 고백조차 못하였던 여인 팔파사는 공산반군의 버스 폭탄테러에 희생당하고. 

 

 

교보문고 책소개

비극적인 내전 속에서 피어난 사랑과 희망!

전쟁에 휘말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팔파사 카페』. 한국 최초로 소개되는 네팔 소설로, 작가 나라얀 와글레는 이 데뷔작 하나로 네팔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로 떠올랐다. 10년에 걸친 네팔 마오이스트 반군과 정부군의 내전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내전의 비극이 펼쳐진다. 정치적 요구와 상관없이 영혼이 보고 느끼고 닿는 대로 삶의 풍경을 그리는 화가 드리샤.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의 좋은 환경을 뒤로한 채 다시 네팔로 돌아온 다큐멘터리 감독 지망생 팔파사. 두 사람의 이야기와 함께, 전쟁의 아픔으로 얼룩진 네팔인들의 슬픈 삶과 그럼에도 버릴 수 없는 희망을 그려내고 있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일간지의 취재기자였던 작가는 네팔 내전이 종결될 즈음인 2005년에 이 소설을 펴냈다. 극심했던 내전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정치 대신 전쟁에 휘말린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또한 비극적인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 사랑과 희망을 보여준다. 전쟁에 대한 이야기이자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이 소설은 비극적인 사건을 아름다운 묘사와 스토리텔링으로 승화시켜 그려냈다.

저자소개

저자 : 나라얀 와글레

네팔 서부의 히말라야 구릉지대 타나후에서 태어났다. 1991년까지 카트만두에서 대학을 다녔으며 그 이듬해부터 언론인으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네팔에서 가장 발행 부수가 많은 일간지 칸티푸르의 기자로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한 칼럼 ‘커피 한 잔의 허튼소리’를 연재해 주목을 받았고, 카트만두 북부의 랑탕 고지대 마을에서 들었던 노래를 소재로 한 영화 ‘노래를 찾아서’에 출연하기도 했다. 2005년 히말라야 구릉지대와 네팔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슬프고 아름다운 장편소설 <팔파사 카페>를 발표해 일약 네팔의 가장 유명한 작가로 떠오르게 된다. 같은 해 이 작품으로 네팔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마단 푸라스카르상을 수상했다. 2010년 두 번째 소설 <마유르 타임스>를 발표했다.

역자 : 이루미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해 왔으며, 2000년부터 지금까지 여섯 차례 네팔을 여행했다.

목차

팔파사 카페

옮긴이의 글

책 속으로

기왕 시작한 여행이니만큼 끝까지 해 보자고 마음을 다독였다. 문득 소 발굽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우유를 마시며 자랐다. 그 우유가 내 발이 비틀거리며 걷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길은 짐꾼들이 칠판을 우리 학교까지 운반하던 길이었다. 똑같은 길이 나를 학교로 데려다 주었고, 학교에서 나는 지식의 창을 들여다보며 문자의 마법을 배웠으며 색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이 길을 걸으며 꿈꾸는 법을 배웠다. 내 꿈은 이 고독과 이 숲과 이 꽃들, 하늘의 형태를 빚어내는 이 구릉들, 그리고 구릉들이 빚어낸 이 길에서 나왔다. 그토록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는 돌아왔다. (162∼163쪽)

우리 마을은 미래를 찾고 있었다. 마을은 번영할 만한 가치가 있었고 나는 마을이 번영하도록 도울 수 있었다. 이 마을에 새로운 생명을 주고 싶었다. 겨자 밭은 내게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이 마을의 흙과 바람과 물과 삶과 문화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들을 선물받았다. 줄지어 늘어선 싸그는 직선을 가르쳐 주었고 구릉들은 연필 획을 위로 긋는 법을 가르쳐 주었으며 개울들은 다시 내리긋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사람들이 등에 메고 있는 도코의 가죽 끈과 농부들이 머리에 쓰고 있는 테 넓은 모자와 손에 든 낫은 곡선과 원을 가르쳐 주었다. 구릉들의 높이와 골짜기의 깊이는 내게 삶의 본질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내 그림이 그 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188∼189쪽)

이곳에 있는 어느 누구도 내가 아무 편이 아니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나는 내 고향에서 이방인이 되었다. 내가 누구였지? 내 정체성은 내 직업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누가 내 직업을 존중해 주겠는가? 내 그림들이 이 구릉에서 무슨 소용이 있나? 누구도 내 작품을 알지 못했다. 화가로서의 내 정체성은 누구의 신뢰도 얻지 못했다. (232∼233쪽)

나는 버스에서 내렸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그녀는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었다. 내가 살아남은 이유와 그녀가 죽어야만 했던 이유, 그것은 부조리했다. 그 이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살아남은 것이 용감한 행동을 했기 때문도 아니었고 그녀가 죽은 것이 약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어떤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이것은 범죄였다. 비겁한 일이었다. 모든 논리와 모든 상식이 사라져 버렸다. 왜 나는 살아남고 그녀는 죽었나? (287쪽)

여전한 내 고통에도 불구하고 팔파사 연작의 궁극적 메시지는 희망이었다. 곳곳에서 주홍빛은 피처럼 보였고 피는 주홍빛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그 두 가지는 완전한 대립을 표현하고 있었다. 주홍빛은 희망을 의미했고 반면에 피는 실패와 좌절을 의미했다. 내 그림의 메시지는 내가 주홍빛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전쟁 도발자들은 피로 물든 캔버스가 이 나라에 펼쳐진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그들은 궁극적인 승리가 자기들에게 있음을 확인하며 무기가 점점 더 산더미처럼 쌓이기를 원했다. 나는 그들의 비겁함에 색을 입히려고 했다. (331쪽) 닫기

출판사 서평

히말라야 기슭을 붉게 물들인 마오이스트 반군과 정부군의 10년 내전,
절망에조차 지친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 피어난 사랑의 비극과 희망


정치적 요구와 상관없이 영혼이 보고 느끼고 가닿는 대로 삶의 풍경을 그리는 화가 드리샤. 꿈을 이루고자 미국의 좋은 환경을 뒤로한 채 다시 네팔로 돌아온 다큐멘터리 감독 지망생 팔파사. <팔파사 카페>는 이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전쟁의 아픔으로 얼룩진 네팔 인들의 삶과 그럼에도 버릴 수 없는 희망을 담고 있는 감동적인 장편소설이다. 작품은 10년에 걸쳐 이루어진 네팔 마오이스트 반군과 정부군의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국 최초로 소개되는 네팔 소설이자 현재 네팔에서 5만 부 이상이 팔린 이 책은 2005년 나오자마자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같은 해에 수많은 찬사를 받으며 네팔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마단 푸라스카르상을 수상했다. 또한 이 작품은 최근 네팔의 현대문학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책으로, 나라얀 와글레는 이를 통해 일약 네팔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로 우뚝 서게 되었다.
네팔에서 살아온 드리샤는 인도 여행 중에 재미 네팔 인 1세대 팔파사를 만난다. 그와 그녀는 서로 자라난 배경이 달랐기에 사사건건 충돌하지만, 우연에 우연이 겹쳐진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사랑을 키워 간다.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내전에도 불구하고 화가로서의 성공에만 매달릴 뿐 상황을 막연하게만 느끼고 있던 드리샤는 어느 날 ‘궁정만찬사건’의 참극을 계기로 현실로 강하게 내밀린다. 어리둥절해 있던 그에게 때마침 마오이스트 반군의 지도자가 된 대학 친구 싯다르타가 찾아오고, 두 사람은 혁명의 목표가 수단을 정당화하는지에 대해 논쟁한다. 파괴 없는 창조를 바라는 드리샤와 병든 나라를 치유하려면 근본 구조가 바뀌어야 하기에 파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싯다르타.
“오직 미래만이, 네가 좋은 시민이 되었는가를 판단할 수 있어. 내 말은, 네가 평범한 네팔 사람들을 상처 입히는 칼이 되었다는 거야. 넌 고통의 씨앗을 뿌리고 있을 뿐이야.”라고 항변하는 드리샤에게 싯다르타는 예술가의 사회 참여를 말하며 환상에 심취해 빚어낸 것에 지나지 않는 드리샤의 그림이 무의미하다고 반박한다.
현실을 제대로 보여 주겠다며 네팔 구석구석을 돌아보기를 종용하는 싯다르타의 요구에 따라 드리샤는 자신의 갤러리가 있던 카트만두를 떠나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는 어린 시절에 보았던 평화로운 히말라야 구릉의 아름다운 풍경을 똑같이 보게 되지만,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의 슬픈 상황 또한 적나라하게 목격한다. 때로는 마오이스트들의 위협에 때로는 경찰들의 위협에 두려워하며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민중들의 삶, 아무 이유도 없이 죽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 정치적 갈등이 빚어낸 삶의 비극들을 이 책은 격렬하면서도 차분하고 감동적인 언어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비극적 삶 속에서도 인간의 어리석음과 전쟁의 무의미함을 절실히 경험한 드리샤가 꿈꾸는, 예술가들과 여행자들을 위한 공간,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에게 헌정하는 공간인 ‘팔파사 카페’를 작가는 그려 보이고 있다.
< 팔파사 카페>는 일간지 칸티푸르의 취재기자였던 나라얀 와글레가 10년간의 네팔 내전이 종결될 즈음인 2005년에 내놓은 책이다. 이 소설은 극심했던 내전의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정치를 다루는 책이 아니다. 주인공 드리샤는, 그리고 이 책의 작가 나라얀 와글레는 우파도 좌파도 아닌, 정부군도 반군도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한다. 그것은 사회 내부의 갈등과 상관없이 우리 인간이 보듬어 안아야 할 삶들, 그리고 비극적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 사랑과 희망을 그려 보이려는 의미 있는 시도이다.

한국 최초로 소개되는 네팔 소설
이 작품 하나로 네팔 현대문학의 별로 떠오른 나라얀 와글레의 감동 화제작


1991년부터 언론인으로서 일해 온 나라얀은 수도 카트만두에서 정치권력의 싸움을 보도하는 일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오히려 나라의 구석구석을 걸어다니며 방치되고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한 이야기를 멀리 떨어져 있는 카트만두의 관심사로 끌어오는 데 주력했다. 10년의 내전을 거치며 네팔의 거의 모든 사회조직은 와해되었고 언론은 그것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보도해 왔다. 그는 단지 신문기사만으로는 네팔의 현실에 직면하고 국가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프롤로그에서 저자이자 등장인물인 나라얀 와글레는 우리에게 그가 왜 이 책을 썼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준다. 나라얀은 다른 기자로부터 구릉에서 일어난 총격전에 관한 기사를 받아 적는다. 그러고는 생각한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뉴스였다. 우리는 매일 이것과 비슷한 뉴스들을 발표했다. 오늘 신문에도 이미 거의 똑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음에 틀림없었다. 내일 신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 나라의 신문들은 단지 사망자 수를 발표하기 위해 존재하는 건가?’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모든 나라들에서 현실은 종종 픽션보다 극적이다. 우리는 지뢰로 죽은 아이들, 납치된 학생들, 치안 부대에 의해 실종된 젊은 여성들에 대한 각각의 이야기에 대해 비통한 가족의 비극이라고 느끼지만, 그 죽음들이 보고되는 방식은 대개 통계적이며 그 경우, 우리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개인적인 상실과 고통을 거의 보지도 듣지도 공유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팔파사 카페> 속 등장인물들은 우리가 지금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에 사건들은 사실에 기반을 둔 신문 기사보다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그것이 픽션의 힘이다.
이 작품에서 드리샤는 독자인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 발짝 멀리 떨어져 있다가 현실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그는 구릉을 여행하며 그의 정신 또한 한 단계 더 성숙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찾고 있는가?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사회의 비극 앞에 제기된 이 같은 근원적인 물음은 우리로 하여금 문학의 기본적인 기능을 향유할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