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과 정맥/백두대간 (완료)

백두대간 51 구간: 마등령 - 황철봉 - 미시령(2008.05.31)

클리오56 2008. 5. 3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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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자: 2008.05.31

** 산행지: 백두대간 51 구간: 마등령 - 황철봉 - 미시령(역순)

** 산행로: 미시령(767M) - 울산바위삼거리 - 1,319봉 - 황철봉(1,381M) - 저항령 - 1,249.5봉 - 1,326.8봉 - 마등령 - 오세암 - 백담사 

** 산행거리: 15.9Km (마루금 8.5Km + 연장 7.4Km)

** 산행시간: 총450분 (산행 430분 + 중식 및 휴식 20분)

** 모모산악회(김 선배)

 

22:50 잠실출발 (미시령 도착 02:30)

02:35 산행들머리 미시령 출발

04:03 1319봉 (삼각점)

04:44 황철봉 (휴식 5분)

05:38 1250봉

06:26 삼각점 (414)

06:42 조식(10분)

07:30 마등령 정상 (휴식 5분)

08:16 오세암

09:03 갈림길(오세암/봉정암/백담사)

10:05 산행날머리 백담사 (휴식 15분)

10:30 용대리

14:00 용대리 출발 (17:30 잠실 도착)

 

  

늦은 밤 잠실을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는 정원 40명을 다 채우고도 25인승 소형버스가 한대 더 추가된다. 황철봉은 통제구간이라 그 만큼 산행 기회가 적기 때문에 대간꾼들이 많이 몰렸다. 산정의 9차대 대원들도 다수 참석하여 나를 포함 모두 6명의 동지가 함께 산행을 한다. 대간날은 항상 기대와 함께 긴장이 되고, 특히 위험이나 험로구간이 포함되면 긴장의 도가 높아진다. 오늘의 황철봉 구간도 만만치않다고...  

 

미시령 도착하자 곧장 우측 기슭으로 올라 펜스의 틈을 찾아 산행에 돌입하니 시간은 02:35이다. 어둠이라 처음엔 몰랐지만 그 펜스 개구멍의 좌측이 바로 낭떠러지임을 알고나선 펜스를 손으로 꽉잡고 안전에 대비한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설악산의 최저기온이 6도정도이니 이 야밤 기온은 차지만 산행하면 곧 더워질것이라 자켓은 입지 않았다. 숲 우거진 등로에서 잡목을 헤치며 힘들여 오르는데 나무가지에 자주 부딪치고 급기야 이마 좌우를 크게 한번씩 나무기둥에 박았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적으로 목이 얼얼할 정도였다. 좌측 발목의 접침에 신경이 쓰여 발 아래 등로에 특히 유의하다보니 오히려 이마를 박히는 일이 잦다.

 

산행 한시간쯤 지난 무렵에 너덜이 시작되는 것으로보아 울산바위 갈림길은 조금전에 지나친 모양이다. 황철봉 너덜의 악명을 들어보았지만, 막상 접한 너덜은 상상을 초월한다. 합천 해인사의 가야산에도 유명한 너덜지대가 있지만, 황철봉 너덜은 차원이 다르다. 누군가는 지척의 공룡능선에 살던 공룡의 토사물이라고 우스개하지만, 거대한 바위가 산을 온통 뒤덮고있는데 두발만으로는 도저히 걸어지날 수가 없다. 두 다리는 물론이요 두 팔을 함께 온 사지를 사용하여 최대한 몸을 낮추어 산을 기어오르니 그야말로 오체투지의 자세이다. 20여분 이상 긴장속에서 혹독한 유격훈련을 거쳐오르니 설악 22로 명명된 삼각점이 있으니, 바로 황철북봉이라고도 불리우는 1319봉이다. 다행히 그 넓은 너덜지대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형광막대기가 일정간격으로 세워져있어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엔 바위 위에 작은 돌맹이 두세개를 올리거나 빨간 페인트로 길 표시했다고한다. 참고로 너덜에 관한 월간산의 기사 일부이다. (월간산 446호, 2006.12)  "지리학에서는 너덜을 암괴원(岩塊原)이라 하고, 영어로는 block field라 일컫는 모양이다. 동글동글하거나 제멋대로 부서진 돌밭이 아니라 제법 크고 모난 돌덩이가 어느 정도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곳을 말한다고 보면 되겠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너덜과 지리학에서 말하는 너덜 즉 암괴원은 엄밀한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어쨌든 황철봉 일대의 너덜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으로 45억 년 지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보여준다."

 

황철북봉 너덜지대

 

쉴틈도 없이 산행은 이어지고 이젠 완만하게 오르니 한차례 폭풍뒤의 고요함이다. 이윽고 정상부가 바위로 가득한 황철봉에 도달하니 아스라한 조망이 펼쳐지는데, 발아래 저 멀리 운해가 자욱하다. 거대한 대청을 중심으로 서북능선과 공룡능선도 아득하게 새벽의 자태를 보여준다. 그 흔한 정상석은 없고 자그마한 석조기둥에 "천연보호구역"이 새겨져있고 누군가 매직으로 황철봉을 적어두고 있다. 9차대 동지들과 단체 사진을 남기면서 잠시 머물렀다. 정상을 내려와 남향으로 전진하면 다시 거대한 너덜이 재개된다. 너덜지대를 내리막길로 통과하는 것은 더 위험하므로 최고조의 긴장을 유지한다.

 

거대한 바위덩어리를 바라보면서 문득 시지프스의 신화가 생각난다. 신의 형벌을 받아 바위를 굴러 산 정상으로 올리지만 다시 굴러 떨어지고, 이를 반복하는 시지프스. 신의 형벌에 대한 반항으로 보였고, 이 점이 바로 인간의 모습이기도하였다. 너덜을 기어오르는 대원들 모두 역시 시지프스의 거인이 아닐까? 극도의 고통을 자초하면서 이를 이겨내는 환희를 찾아간다는 점에선 동일체가 아닐까?   

 

황철봉 정상

 

다시 오르막을 오르면서 너덜길이 이어지고 여명을 받아서인지 붉은 빛을 발하는데 그래서 황철봉으로 불리우는지 모르겠다. 어느 대원이 세찬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버려 찾으러갔지만 헛수고인가. 이런 너덜에서 감히 찾겠다니... 정상은 또한 거대한 바위덩어리이니 아마도 황철남봉이 아닌지 모르겠다. 다시 봉우리를 내려서면서 기암과 암봉, 그리고 너덜이 계속되는데 설악 414란 삼각점을 지나 아침을 들게된다. 하지만 아직 이 삼각점이 어느 봉우리인질 확인이 되지 않았다. 산행하느라 이동중에는 몰랐는데 식사를 들려고 앉아있으니 몸이 무척이나 추워진다. 6명이 내놓는 각종 과일과 식사를 골고루 맛보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지만, 추워서 오래 머물수가 없어 10분만에 다시 산행을 재개한다.   

 

너덜지대 

 

거대한 너덜지대를 통과한 뒤라 이젠 웬만한 바윗길이나 너덜을 보아도 평이한 등로로 여겨진다. 다만, 발목이 접쳐질뻔한 아찔한 순간을 두번이나 겪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수가 없다. 또한 고목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바윗길에 안면을 찍을뻔한 위급의 순간에 오른손으로 나무를 꽉잡아 가까스로 모면하기도 하였다. 항상 안전에 유의해야지 하면서도 이런 순간이 적지않게 다가오니 더욱 주의해야지 다짐한다.

 

1250봉과 주변 기암

 

1327봉을 앞두고 오르면서 또 한차례 마지막 너덜이 진행된다. 다만, 그 너덜의 크기는 상당히 작아져 큰 덩어리의 너덜 부스러기를 쌓아둔듯 하다. 좌측으로 뒤돌아보면 울산바위의 거대한 암릉이 펼쳐진다. 작은 돌의 너덜지대라 지그재그로 등로는 뚜렷이 이어진다. 1327봉 정상에서 뒤돌아보면 너덜을 너머 지나온 능선이 보여지고 암릉 역시 만만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압권은 전방이니 대청봉의 서북능선과 1275봉의 공룡능선이 지척에 펼쳐진다. 특히 공룡의 등뼈 1275봉과 설악산 최고봉 대청이 일직선상에 나란하니 모두들 탄성을 지른다.

 

1327봉 너덜지대

 

서북능선과 공룡능선

 

마등령 정상 도착하니 07:30, 이제 대간 마루금은 끝났다. 미시령에서 거의 5시간이 소요되었다. 지난 밤 소청에서 일박후 공룡에 나서는 제매에게 전화를 거니 불통이다. 5분 정도 휴식후 이젠 하산길이라 백담사까진 7.4Km, 상당히 긴 연장거리이다. 신흥사로도 갈 수 있지만, 백담사는 초행이라 이 길을 택하였다. 내리막길이라 무릅보호대를 착용하였다. 우선 오세암까지가 1.4Km인데 온통 돌계단길이라 불편하다. 내리막길에 약한지라 선두와 차이가 나지만, 내 페이스를 유지하려한다. 원래는 작은 암자인 오세암도 증축이 많이 진행되어 어느 사찰못지 않게 규모를 자랑한다.

 

하산도중 올라오는 산객들을 많이 만나고, 특히 2명의 젊은 외국인을 만났는데 좁은 등로에서 미리 멈추어 마주오는 산객을 배려하는 마음이 예사롭지 않다. 오세암/봉정암/백담사 갈림길을 지나고 곧 영시암에 도착한다. 이제 좌측으로 백담사 맑은 물길인 수렴동계곡과 나란히 길을 하는데, 백담사를 찾는 숱한 불교신자와 등산객으로 좁은 등로가 정체를 이루기까지 한다. 영시암에서부터도 1 시간정도 걸어 종착지 백담사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다른 동지들은 마을버스로 먼저 용대리로 향하고, 김선배와 함께 백담사를 관람하였다. 용대리에선 어느 음식점에서 머리를 감은 후 감자전, 도토리묵, 황태찜에 동동주를 상당히 들며 자축. 이후 산악회 지정 식당에서 식사까지 마무리. 모든 산객들이 하산한 2시에 현지를 떠나 잠실 도착후 가락시장에서 다시 하산주 길게 들고 귀가. 산행 빨리 마치고 귀경 빠르다고 귀가시간이 빨라지지는 않음을 다시 실감.........

 

백담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