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과 정맥/백두대간 (완료)

백두대간 42 구간: 댓재 - 두타산 - 청옥산 - 백봉령(2008.05.25)

클리오56 2008. 5. 25.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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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자: 2008.05.25

** 산행지: 백두대간 42 구간: 댓재 - 두타산 - 청옥산 - 백복령 (역순)

** 산행로: 백복령(810M) - 1022봉 - 원방재(730M) - 상월산(980M) - 이기령(800M) - 갈미봉(1,260M) - 고적대(1,353.9M) - 연칠성령(1,180M) - 청옥산(1,403M) - 박달령(1,100M) - 두타산(1,352.7M) - 목통령(980M) - 햇대등 - 댓재(810M) 

** 산행거리: 29.1Km (마루금 29.1Km + 연장 0 Km)

** 산행시간: 총706분 (산행 597분 + 중식 및 휴식 109분)

** 호산자율산악회(김 선배)

 

21:00 금정역출발 (백복령 도착 01:25)

01:40 산행들머리 백복령 출발

02:41 987봉 (삼각점 구정 467, 백복령 3.5Km/원방재 3.59Km)

03:12 1022봉 (헬기장, 백복령 5.0Km) (휴식 5분)

03:42 전망대

03:59 원방재

04:40 상월산

04:57 970.3봉 (가짜 상월산/헬기장)

05:12 이기령 (휴식 5분)

06:15 조식 (식사 25분)

07:05 갈미봉

07:40 사원터 갈림길

08:08 고적대 (휴식 13분)

08:45 연칠성령(돌탑/ 휴식 7분)

09:21 청옥산 (휴식 14분)

09:57 문바위

10:02 박달재

10:48 두타산 (휴식 22분)

11:49 통골재 (두타산 2.2Km/햇대등 3.6Km)

12:16 삼각점 (1028봉)

12:30 휴식 (10분)

13:06 햇대등 (휴식 8분)

13:26 산행날머리 댓재

16:50 댓재 출발 (~ 금정역 도착 21:40)

 

 

 

오늘 산행의 댓재-백복령구간은 대간 52개 구간중 중 가장 긴 구간이다. 따라서 당일치기를 선호하는 최근의 추세에 맞추어 산정산악회에서는 3번에 나누어 추진하였고, 결국에는 2번에 걸쳐 무박 1회, 당일 1회로 집행하였다. 하지만 기억 남을 대간종주를 위해 이 구간만은 한번에 돌파해보겠다는 일종의 오기를 가졌기에 산정산악회에 동참하지 않았고, 때마침 이번에 호산자율산악회의 무박산행에 따라나섰다. 주저하는 김선배에게도 여러 차례 권유끝에 함께 산행에 나섰다.

 

장거리 종주산행의 가장 큰 문제는 식수확보인데, 호산자율에 문의한 바 석회암지대의 식수라 배탈이 나는 등 좋지 않기때문에 현지확보하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3-4리터 전량 준비하라는 당부이다.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읽어보면 3군데 정도에서 식수가 확보가능하고, 지난 주 종주자의 산행기를 보면 청옥산에서 수량이 너무 작았다는 언급도 있었다. 하여튼, 통상의 750ml 2통에 포카리스웨트 1.8리터 큰병, 그리고 선키스트와 두유 비닐팩 4개를 더했으니 배낭은 온통 음료수로 가득하다. 중량을 줄이기 위해 일체의 다른 소용품들을 극소수 제외하곤 모두 제외시켰다. 하여 배낭 무게가 9Kg 정도되었지 않았을까?

 

금정역에서 김선배를 만나고, 또한 배창랑 회장께서도 동참하셨다. 금정역을 9시 출발하여 수원을 거쳐 현지 도착이 01:25. 도중에 간식으로 배부하는 백설기떡과 두유를 들었다. 산행은 01:40에 시작했으니 무박산행으로도 아주 이른 출발이다. 더운 날의 긴 산행엔 차라리 이런 이른 출발이 좋을 듯하다.

 

01:40 단단한 각오로 산행을 나선다. 최선두는 9시간, 중간은 12시간, 후미는 13시간을 기대한다며, 탈출로는 마땅치 않다는 산행대장의 설명. 내심 12시간을 기대해보지만 과욕은 금물. 지난 주엔 무척 추웠다는데, 출발지의 날씨는 한밤임에도 불구하고 포근하다. 스틱 하나는 A/S 중이라 아쉽지만 하나만으로 대응. 이리저리 준비하다보니 후미에 포함되었고 헤드랜턴의 행렬을 바라본다. 들머리에서 갈미산까지 고도를 올려가는데 중간에 15-17개의 봉우리를 넘나들므로 초반에 절대 제 페이스를 지켜야한다는 당부를 기억한다. 제 페이스가 뭘까? 과욕은 부리지않고 조금 늦다 싶은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기로하고, 앞사람을 추월하지 않았다. 한밤이라 앞사람의 랜턴만 쳐다보고 뒤를 이어갈 뿐. 1시간정도 경과하였을 때 한 봉우리에 올랐고, 삼각점 표시가 있다. 백복령에서 3.5Km 지점인데 987봉이니, 야간 1시간만에 상당히 진행된 셈이다. 다시 30여분 진행하니 헬기장이고 백복령 5Km지점인데 1022봉이다. 여러 대원이 휴식중이라 함께 있다가 김선배와 먼저 출발하였다. 여기서 좌측으로 상당히 꺽여 등로가 이어지는데, 일부 대원은 알바를 겪었다는 후문이다. 이후 03:59에 원방재 도착하였는데, 중간에 전망바위대를 지나지만 야밤이라 조망은 불가하다. 노송지대가 멋지게 펼쳐진다는데 이 역시 야밤이라 확인하지 못했다. 백복령에서 원방재까지 2시간 40분 소요되었다는 선답자의 기록에 비하여 20분이나 단축되었으니 아무 생각이나 조망없이 그저 걷기만 한 결과인가. 어쨌든 출발이 순조롭다.

 

다음 중간 목적지는 이기령인데 지도상으론 짧은 구간이지만 1시간 50분이 목표이다. 상월산에 근접하면서 전망바위대에서 낮게 깔린 구름을 쳐다볼 수 있으나, 사진을 찍더라도 빛이 없으니 온통 까만 세상뿐이다. 상월산엔 다른 표시는 없으나 고사목과 벤치가 있어 정상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에 만나는 헬기장 봉우리에 삼각점이 있고 상월산이란 이정목이 세워져있으나 잘못된 것이고 실제로는 970봉우리라고 한다. 점점 날이 밝아지며 이기령 도착이 5:12. 원방재에서 1시간 10여분 소요되었으니 목표를 30분이나 단축하였다. 바로 옆 임도가 지나고 150M 지점에 우물이 있다는 안내표시가 있다. 

 

상월산 정상 고사목

 

출발지 백복령의 고도가 810M,  중간의 원방재가 730M, 그리고 여기 이기령이 800M이니 그렇게 오르내렸지만 도로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하지만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오르막이니, 이기령에서 갈미산까지 향후 약 4.5Km 거리동안 고도를 약460M 올려야한다. 목표시간은 1시간 50분. 급격한 오름은 아니지만 계속 오른다는 자체도 쉽지가 않다. 06:15분 중간대원들에 합류하여 아침식사를 들게 된다. 별도의 식사는 없고 떡 한조각이다. 무게 줄인다고 두개 아닌 하나만 준비했었다. 이미 백설기를 들었기 때문에 시장기를 느끼진 못했고, 빵이나 밥을 들라는 제의도 있었지만 이미 양적으로는 충분하여 정중히 사양하였다. 25분간 긴 휴식을 가진 후 먼저 일어나 출발하였다. 심하지 않은 너덜지대, 그리고 돌계단이나 나무계단도 통과하였다. 다른 분의 산행기에 나오는 갈미봉 오르기 전에 나무계단 옆 샘터를 확인하려하였으나 어딘지를 모르겠다. 갈미봉은 순수 우리말로 봉우리가 두개로 갈라진 산이란다. 갈미봉 정상에는 대구 K2 산악회에서 표시판을 나무에 걸어두었다. 이기령에서 갈미봉까지는 식사시간을 포함하여도 목표시간 1시간 50분을 지켰으니, 오늘 산행 속도가 대단하다.

 

다음 목표지는 고적대인데, 목표시간은 1시간이다. 대장은 들머리에서 갈미봉까지의 초반이 중요하다하였지만, 실제 산행은 지금부터가 힘이든다. 사원터로 내려가는 길에 전망터를 지나는데 커다란 암벽이며 노송, 깊은 계곡이 아찔할 정도이니, 이른바 두타산의 무릉계의 한부분이다. 그리고 두타와 청옥이 함께 등장하니 이제 산행의 절정으로 향함을 짐작한다.

 

고적대 오르면서 전망터에서

 

가끔 진행방향으로 멀리 고적대가 보이는데, 봉우리라기 보다는 고원형태로 길게 펼쳐보이니 그런 명칭이 부여된게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 정작 고적대에 도착하면 정상부는 아주 좁아 머물기가 불편하다. 여러 대원들이 쉬기도하고 조망을 즐기기도하여 번잡하다. 한 대원이 정상석 곁에 계속 붙어있어 여러 사람이 사진찍기에 불편해하고 있다. 좀 눈치를 채야하는데... 안내판의 설명에 따르면 두타, 청옥과 더불어 해동삼봉이라 불리우고, 신선이 산다는 무릉계곡의 시발점으로 높고 험한 명산이다. 안경환의 2백대명산에 이 3산이 모두 포함됨이 이를 증명한다. 실제 고적대의 참모습은 기암절벽이 대를 이루는 모습인데 이는 남쪽에서 바라보는 모습이라 북에서 내려올 땐 그저 평범하게 보인다. 

 

고적대에서 바라보이는 청옥산과 두타산의 능선은 그저 부드럽게 연이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겉보기와는 달리 초반부터 험로를 이어가니 이제사 두타청옥의 참모습인지 모르겠다. 반대방향에서 올라오는 산꾼들의 행렬이 이어지며 지체를 겪기도 한다. 단아한 바위와 노송이 절경을 이룬다는 망군대는 어디인지 모르게 지나쳤고, 돌탑이 있는 고개인 연칠성령에 도달하였는데 고개 아래 무릉계의 칠성폭포와 연관되어 이름 지어진듯한데, 이 고개가 하도 험하여 난출령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갈미봉에서 고적대로 이어지는 암벽 능선을 이 고개에서 조망할 수 있었다.

 

청옥산 능선 (고적대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다시 능선은 오르막으로 바뀌고 청옥산에 근접하면서 더욱 가팔라진다. 09:21 드디어 오늘 대간의 최고봉인 청옥산에 올랐으니, 들머리에서 7시간 40분이 소요되었다. 아미산님의 자료에 따르면 청옥산은 임진왜란때 당시 유생들이 의병들의 정신은 죽지 않는다는 뜻에서 청옥산이라 했다고도 하며, 혹은 이 산에서 청옥이 생산되었기 때문이라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대원들이 합류하기를 기다렸다. 아직도 먼거리지만 이제부터 내리막이라는 안도의 마음도 가져본다.

 

청옥산에서부터 두타산은 1시간 조금 넘는 거리이다. 도중에 문바위재와 박달령을 거쳐가는데, 육산의 등로가 아니라 돌길을 지나기도 한다. 역시 두타산을 앞두고 큰 오름새를 타야한다. 헉헉거리며 오르니 정상은 넓고 햇볕이 뜨겁게 내리쬔다. 그늘을 찾아 잠시 쉬면서 사방을 둘러본다. 특이하게도 바로 20M 거리에 두타샘물이 있으며, 수량도 풍부하여 큰 페트병에 가득 가져오는 분을 보았다. 아직도 식수는 충분하여 보급받을 생각을 갖지는 않았다. 헬기장도 있고 무덤도 자리를 차지한다. 김선배와 함께 정상석에서 포즈를 취하였는데, 가장 난코스를 함께 돌파하는 동지애가 발로했기 때문이리라. 두타란 산이름에 대한 월간산(2006.5월 439호)의 코멘트를 옮겨본다.

 

 "두타라는 산이름은 그 이름마저 은사의 자취를 풍긴다. 원래 두타란 Dhuta라는 범어를 번역한 말로서, 번뇌의 티끌을 털어 없애고, 의·식·주에 탐착하지 않으며, 청정하게 불도를 수행하는 것, 혹은 두타행을 실천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타에는 총 열두 가지의 먹고, 입고, 거주하는 행법이 있어서 12두타 혹은 12두타행이라고 한다.

 

먼저 주거에 있어서 인가를 멀리 떠나 산·숲·광야의 한적한 곳에 있거나, 무덤 곁에 머물면서 무상관(無常觀)을 하며, 나무 밑에 머물고, 한 데에 앉을 뿐만 아니라, 앉기만 하고 눕지 않는다. 먹는 것에 있어서는 늘 밥을 빌어서 먹고, 빈부를 가리지 않고 차례대로 걸식하며, 한 자리에서 먹고 거듭 먹지 않는다. 그리고 발우 안에 든 것만으로 만족하며, 정오가 지나면 과실즙, 꿀 따위도 마시지 않는다. 입는 것에도, 옷은 헌옷을 빨아 기워 입고. 겹옷·상의·내의 밖에는 쌓아 두지 않는다. 요즘처럼 식도락으로 혀를 자극하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고, 값비싼 명품 의류를 자랑하고, 호화주택에 집착하는 눈먼 세태와는 달리, 열두 가지의 두타행은 인간세상에서 추구하는 의식주의 번거로움과 욕망을 최소화하고, 생명의 본원을 성찰하는 데 온 힘을 집중하려는 불교적인 실천행법인 것이다."

 

두타산 정상석에서


이처럼 깊은 뜻을 담은 두타산인데, 나의 산행이 조금이나마 이런 뜻에 충실한지, 그런 자세를 견지하는지 헤아려본다. 다시 대원들이 도착하고 좀 더 쉬다가 먼저 일어나 산행을 재개하였다. 무릉계곡 하산길엔 시그날이 가득하였으나, 대간 등로엔 배회장이 남긴 시그날 하나가 유일하다. 개념도에서 우측으로 크게 꺽어지는 등로를 확인할 수 있고, 정상의 이정표 표시도 있지만 시그날을 무심히 따르면 계곡으로 내려가기 십상인 상황이었으니, 재차 확인한게 천만 다행이었다. 이런 장거리 산행에서 약간의 알바만으로도 치명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쪽으로 통골재를 향하여 내려간다. 중도에 1243봉 갈림길을 만나는데 두군데 모두 시그날이 달려있어 혼란스럽지만, 어느 길을 가더라도 다시 만난다는 선답자의 산행후기를 읽어본터라 주저가 없으니, 바로 예습한 효과가 아니겠는가.

 

두타산에서 조망하는 청옥산과 고적대 능선

 

통골재에 당도하면 두타산 2.2Km, 햇댓등 3.6Km의 이정표가 있다. 여기부터 500M 간격으로 이정표가 나오지만 부실하여 거리숫자가 많이 지워져있다. 통골재에서 벌써 산행시간이 10시간을 10분 지난 시점이라 상당히 피로해지는 순간인데, 별 뚜렷한 볼거리도 없이 지리하게 능선이 이어지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마지막 순간 한차례 심하게 오르면서 고목과 노송을 만나고 뒤를 돌아보면 두타-청옥의 명산이 코앞이지만, 정작 햇댓등 정상에 오르면 소나무 숲이라 시야는 막혀 있다. 정상에서 산행대장과 악수를 하며 완주를 자축하고, 그리곤 퍼지고 앉아 마지막 숨을 고른다. 이제 그 많던 식수도 고갈이 났다. 10여분 내리막길을 달려가니 자동차 소리가 나는 댓재이고 한 켠에 산신각이 위치하고 있으니, 최고난이도의 두타-청옥 구간을 완주하게 되었다. 총 11시간 46분이 소요되었으니, 산악회가 제시하였던 중간그룹 12시간 정도에 완주한 셈이다. 가장 빠른 분이 8시간대, 배회장이 9시간대, 최후미는 14시간대에 완주하였다.

 

후미를 기다리면서 마을 앞 개울에서 알탕도 하고 삼척 하장면의 제1회 두타산 산나물 축제를 구경하였다. 서울의 산악회에 홍보하여 두타산 산행과 연계시키면 성공적인 축제가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나도 산나물을 2만원어치 구입하였고, 대부분의 대원들이 구입에 참여하였고, 식대와 주류 등을 포함하면 총 지출이 적지 않을듯 하다. 16:50에 현지 출발하여 금정역에 도착하기까지 귀경시간만 거의 5시간이 소요되었다. 

 

삼척 하장면 두타산 나물축제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