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과 정맥/백두대간 (완료)

백두대간 2구간: 성삼재 - 세석평전 (2007.05.25)

클리오56 2007. 5. 27. 07:15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보기


 

 

** 산행일자: 2007.05.25

** 산행지: 백두대간 2구간: 성삼재 - 토끼봉 - 세석평전

** 산행로: 성삼재 - 노고단대피소 - 임걸령 - 노루목 - 삼도봉 - 화개재 - 토끼봉(1,534M) - 연하천대피소 - 형제봉(1,433M) - 벽소령대피소 - 선비샘 - 세석평전

** 산행거리: 약 23.27Km 

** 산행시간: 총 651분 (산행 513분 + 식사 및 휴식 138분)

** 준이와 함께

 

23:18 수원역 출발 (03:10 구례구역 도착)

03:20 구레구역 택시 출발 (03:55 성삼재 도착)

04:21 산행들머리 성삼재 출발

04:55 노고단 대피소 (~ 05:32 휴식 37분)

06:45 임걸령 샘터

07:14 노루목 (~ 07:25 휴식 11분)

07:42 삼도봉

08:06 화개재

08:39 토끼봉

09:40 연하천대피소 (~10:30 휴식 50분)

11:15 형제봉

11:58 벽소령대피소 (~12:38 휴식 40분)

13;22 선비샘

15:12 세석대피소 (1박)

 

백두대간 52구간중 3~6의 4구간을 마쳤다. 하지만 대간 출발점인 지리산 종주의 1,2구간은 5회차와 6회차에서 진행된다. 그동안 지리산이 산불방지로 출입이 통제되었기 때문도 있지만, 무박 종주라 힘들기 때문에 조금은 쉬운 코스에서 단련을 하는 의도도 있었을게다. 다음 주는 제주도에서 합숙세미나가 열리기 때문에 대간 불참이 불가피하므로, 이번 주말에 아예 1구간과 2구간을 합하여 지리산 종주를 작정하였다. 작년 5월에 이어 두번째 종주이다. 하지만, 이번엔 큰 아이와 함께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준이는 지난 2주간 뜸 들이더니만 바로 전날에야 동행에 오케이하였다. 산행을 많이 하지 않는 상태에서 40여Km에 달하는 지리산 종주는 힘들고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데 함께 나서는게 무척 기특하다. 

 

경영자과정의 자치회 출범을 위한 저녁 모임에 참석후 귀가하여 곧장 수원으로 갈 채비를 차렸다. 아내가 버스 정류장까지 배웅나와 일종의 출정기념 화이팅 사진을 남겼다. 밤11시 18분에 수원역을 출발하여 새벽 3시 20분 구례구역에 도착하였다. 기차내에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그래도 견딜만 하다. 1인당 1만원이면 택시 합승하여 성삼재까지 바로 갈 수가 있어 이용하였다. 젊은 기사는 입담도 있지만, 계속 내리는 비에 안개가 자욱하여 구불한 길을 속도를 내며 가기는 용이치 않다. 역이름이 왜 구례구역이냐고 물었더니만, 역이 예전에는 구례군에 속했지만 행정구역 변경으로 지금은 순천에 속한다고 한다. 그래서 입구란 뜻으로 구를 붙여 구례구라고 역명이 개칭되었다고 한다. 성삼재길이 그렇게 구불하더니만, 안타깝게도 바로 이날 저녁에 여중생 5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 30여명이 생기는 대형사고가 발생하였다.  

 

성삼재 도착하여도 비는 계속 내렸다. 화장실에는 우중산행에 대비한 산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비교적 간단히 우의를 걸친 후 지리산 종주이자 대간 2구간 산행을 시작하였다. 출발 시간은 4시 21분. 비는 내리고 날은 어둡고 오로지 헤드랜턴과 다른 산행객들의 불빛에 의지하여 폭 넓은 등로를 천천히 오른다. 어둠인지라 어디가 종석대이며 코재인지도 모르고 지나쳤다. 5시5분전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하니 날은 조금 밝아졌고, 취사장에서 자리를 잡은 후 주먹밥으로 간단히 아침을 들었다. 준이는 처음엔 주먹밥을 거부하고 소시지로 끼니를 때우려했지만, 결국엔 주먹밥을 반쯤은 들었다. 5시반이 조금 지나서 다시 산행을 재개한다. 천왕봉까진 25.9Km. 노고단 고개엔 안개가 자욱하여 돌탑만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맑은 날 보인다는 천왕봉은 물론 가까운 반야봉도 조망이 불가능하다. 다행히 비는 거의 그쳐 종주의 가장 큰 장애는 의외로 빨리 해결되었고 이번 산행이 잘 진행되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멧돼지가 자주 출몰했다는 돼지령을 지나고 물맛 좋은 임걸령 샘터에 당도한다. 노고단에서 3.2Km, 90분 소요되는 거리를 70여분만에 도달했으니 출발이 순조롭다.

 

안양을 떠나면서: 지리산 종주 화이팅! 

 

입안 가득히 시원한 샘물맛을 본 후 노루목으로 향한다. 반야봉에 갈지 여부로 잠시 생각하였으나, 준이가 초행이고 일기도 불순하니 아쉽지만 지나치기로 하였다. 노루목에서 사방을 조망하며 10여분 휴식을 취하는 중 날이 많이도 개였다. 구름이 지나가고 다가오는 모습이 연출되니 바로 운해가 아니던가. 그래도 곡선의 미학이란 반야는 드러나지 않는다. 다음 코스는 삼도봉. 남쪽 능선인 불무장등의 마루금이 멋지다. 짝퉁 삼도봉에서 자그마한 구리판을 배경으로 사진도 남긴다. 오리지날은 민주지산 삼도봉이다. 조선시대 충청, 경상, 호남이 경계를 이루던 삼도봉이 진정한 오리지날로 생각된다. 삼도봉에서 15분 정도면 넓직한 화개재이다. 여기가 고개이니 다음 코스는 당연히 오르막이고, 토끼봉 가는 길이 힘들다는 선답자들의 조언에 유의하면서 보행 속도를 조금 낮춘다. 작년 울산 사무소 전사들과의 첫 종주가 새롭게 기억되고, 그런 종주경험이 있었기에 담담히 진행할 수 있다. 다음 쉼터는 연하천 대피소로 생각하고 토끼봉에서 1시간 정도 더 진행하기로 한다.         

 

노루목 

 

연하천 도착이 9시40분이지만 벌써 시장기를 느껴 여기서 간단히 요기를 해야겠다. 준이가 좋아하는 백도 통조림으로 복숭아 건더기와  진한 액체를 맛본다. 준이는 주먹밥은 별로이더만 소시지와 통조림엔 화색이 돈다. 연하천 물맛도 느끼고 한참을 휴식후 다시 행군에 나선다. 오늘 여정 23.1Km중 나머지 구간은 9.9Km. 하지만 중간에 또 한번의 산장, 벽소령대피소가 있어 물공급도 원활하고 휴식도 가능하다. 시커먼 돌기둥과 기암으로 구성된 형제봉 일대를 통과하고 다시 내리막으로 벽소령에 도달한다. 이곳의 해발은 1,340M로 다시 낮아졌다.      

 

형제봉 부근 암벽 

 

다시 40여분의 휴식을 취한다. 준이도 상당히 어려워하지만 지금까지 잘 견뎌내었다. 날씨가 무덥진 않아 산행엔 최적이다. 덕평봉이 1,522M이니 한바탕 가파르게 오르곤 선비샘이다. 양반의 혹사에 죽어서나마 대접받고 싶었던 상민의 아픔이 남겨진 샘터이다. 샘터 위 양지바른 풀밭, 예전에 바로 그 상민의 무덤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지만, 오늘은 가족단위로 많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우린 물맛만 보곤 그대로 전진한다. 세석까진 칠선봉과 영신봉을 거쳐가는 제법 긴 코스이고 막바지라 지리하다. 하지만 지리산의 특유한 시커먼 큰 바위들과 고사목을 만나면서 지리산의 본 모습에 몰입되기 시작한다. 칠선봉 도달전에 바위 전망대에서 천왕봉이 뚜렷이 드러난다. 좌로 능선이 어지며 중봉이 나란하다. 앞으로는 제석봉과 장터목이 턱을 이룬다. 우측 방향으로는 영신봉과 촛대봉이 나타나고 그 사이에 세석평전이 자리한다.

 

천왕봉이 뚜렷한 바위전망대에서

 

영신봉에 이르면 고도는 1,652M로 높아진다. 드디어 촛대봉이 보이면서 아래로 세석평전이 펼쳐진다. 노고단 산장 울타리에 걸터 앉으면서 오늘의 대간 2구간은 막을 내리니 시간은 15:12. 성삼재 출발 04:21부터 10시간 51분이 소요되었다. 준비해간 플라스틱 소주 한병으로 준이와 건배를 나눈다. 제법 꿀꺽 들이키는 것을 보니 갈증도 심했고 뭔가 울컥하는가 보다. 서울의 어느 구청 사회단체 팀에서 온 30대 후반 젊은 분들과 고량주를 들이키며 얘기를 나누었다. 아들과 함께하는 산행을 보니 보기가 좋단다. 하긴 당연히 그렇지만... 그간 서로 몰이해로 속을 썩인 것을 생각하면 산행, 그것도 지리종주를 함께 한다는 것은 대단한 발전이다. 준이가 출발 전날에야 가겠다고 의사를 표명한게 못마땅했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나를 닮은 모습이다. 나도 어느 모임에 참가가 확실하지 않으면 참가를 미리 확정적으로는 컨펌하지 않지 않는가. 이는 나중 약속의 번복으로 생기는 신뢰감 상실을 방지하는 것도 있지만, 확실할 때까지 유보하는 일종의 결벽도 작용하는 것 같다. 행사 주최자의 입장에서 보면 미리 윤곽을 잡아야 준비가 제대로 진행됨을 헤아릴 필요가 있지만. 이런 면에서 준이의 그런 모습은 장점도 되지만, 좀 더 사회경험을 쌓으면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폭도 길러야지. 사람이 신중하다는 것은 그가 지성인이라는 이론이 기억난다. 희곡 햄릿에서 햄릿이 부친을 삼촌이 살해했다는 유령의 말을 곧장 믿지는 않는다. 유령이란 존재를 지성인이라면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에겐 확인과정이 필요하였다. 그런 모습을 우유부단이라 칭함은 적절하지 못하며, 따라서 햄릿을 그런 전형적인 우유부단형으로 단정함은 잘못이다. 준이의 꿈뜬 행동을 사려가 깊기 때문에 생기는 부산물로 이해하면 상호 신뢰가 깊어질 것 같다. 힘든 모양이다. 6시 대피소의 자리배정과 모포를 받아오자 준이는 바로 잠에 빠져든다. 이런 저런 소란스러움에 난 잠이 오질 않는다. 잠시 나와 내일 아침 식사로 햇반 2개를 데워놓고, 백도 통조림을 구입해 두었다. 밤하늘엔 무수한 별들이 빛난다. 이상하지만 하늘에 별이 있음을 오랜만에 느껴본다.                    

 

세석대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