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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자: 2007.05.26
** 산행지: 백두대간 1구간: 세석평전 - 천왕봉 - (유평리)
** 산행로: 세석평전 - 촛대봉 - 연하봉 - 장터목대피소 - 제석봉 - 통천문 - 천왕봉(1915M) - 중봉(1,875M) - 써래봉(1,642M) - 치밭목산장 - 무지개폭포 - 유평리
** 산행거리: 약 16.06Km (마루금 4.86Km + 연장 11.2Km)
** 산행시간: 총559분 (산행 394분 + 식사 및 휴식 165분)
** 산정산악회(김, 조, 준이)
04:47 세석평전 출발
05:08 촛대봉 (~05:29 휴식 21분)
06;10 연하봉
06:27 장터목대피소 (~07:04 휴식 37분)
07:20 제석봉
07:40 통천문
07:57 천왕봉 (~08:06 휴식 9분)
08:37 중봉 (써래봉 가는 도중 15분 휴식: 09:05~09:20)
09:39 써래봉
10:20 치밭목산장 (~11:02 휴식 42분)
11:28 무지개폭포 (~12:09 휴식 41분)
14:06 유평리 도착
17:00 대원사 주차장 출발 (평촌 도착 21:30)
대피소는 너무 행정적인 용어이고, 산장이란 단어는 매혹적이며 집을 떠난 나그네에게 휴식을 제공한다. 종주란 정해진 루트를 산행하여 나그네의 방랑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살다보면 홀로 그런 여행정도의 기회를 갖기도 쉽지않다. 내무반 형식의 바닥에 준이와 난 나란히 누워있다. 그리고 옆 바닥엔 가족인데, 아저씨 옆에 초등학교 아이들 두명이다. 아이들 속삭이는 소리는 그래도 견딜만하지만, 아저씨의 코고는 소리는 심히 괴롭다. 코고는 사람들은 모두들 한 자리에 모아 별도로 방을 마련하는 대안이 필요하지 않나하고 투덜거렸더니만, 준이는 내 코고는 소리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고 한다. 피곤하면 코고는 내 허물은 모르고 남 탓만 했으니....
천왕봉 일출을 볼 산꾼들은 2시가 되기도 전에 벌써 소란을 피운다. 바깥에 한번 나갔더니 새벽은 겨울인양 싸늘하다. 4시 넘어서자 배낭을 집어들고 나왔다. 준이도 곧 뒤따라 나오고.... 취사장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바닥에서 자고있다. 어제 구입한 햇반은 그래도 말랑하여 먹기가 편하다. 깻잎을 올려 한 입에 가득 먹어본다. 준이도 처음엔 소시지를 반참삼아 먹더니만 심심한지 깻잎을 올려본다. 복숭아 통조림을 디저트 아닌 국물삼아 들어본다. 먼동이 트는지 조금은 밝아졌다. 5시20분경에 촛대봉 일출을 볼수 있다는 안내가 있었던지라, 5시 전에 대피소를 출발하였다. 작년 5월중순엔 철쭉이 핀 모습을 제법 볼수 있었지만, 이번엔 그러하지 못하다. 촛대봉엔 20여명이 모여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앞은 천왕봉이요 뒤로는 반야봉이 여명에 가는 선을 드러낸다. 바람이 강해 바위뒤로 몸을 피하였다. 낮게 깔린 짙은 구름의 방해를 받긴하였지만, 태양은 모습을 드러내고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천왕봉의 오른편 허리정도에서 구름위로 솟아 오른다. 일출의 모습에 준이를 담기위해 디카를 이리저리 눌러본다. 첩첩의 산을 넘어 피어나는 태양은 무엇이 다른지 그래도 숙연해진다.
태양의 기운으로 충만해진 육신과 정신을 이끌고 다시 여정에 나선다. 연하봉 거쳐 장터목대피소까진 거의 1시간 거리이다. 장터목에서 김,주 선배를 기다리며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진 못하였다. 그래도 문자는 남겨진다. 7시경 산정산악회 시그날을 단 분을 만나니 선두 2명 정도는 이미 지나갔을거라고 한다. 준이가 무릎 통증을 호소하므로 아무래도 김,조 선배와 함께 산행하기엔 무리일 것 같아, 우리가 먼저 출발하기로 하였다. 준이가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천천히 진행한다. 고사목이 펼쳐진 가슴 아픈 제석봉을 통과하고 우린 하늘로 다가간다.
제석봉 고사목 지대
이젠 1800M 해발 지대이다. 하늘과 통하는 문, 통천문을 들어서니 천왕봉이 바싹 다가온다. 암릉과 암석 지대를 통과하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천왕봉이 펼쳐진다. 강한 바람과 차가운 기운으로 특별한 지대임을 표상한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한가? 강건웅혼한 정상석과 글귀를 보다듬는다. 여기까지가 백두대간이다. 아니 시작점이다. 하산주 하면서 후미 편대장에게서 들은 얘기이지만, 다른 정맥들이 모두 바다로 그 맥이 침잠하니, 천왕봉에서 대간이 끝이 나는게 아니라 남해로 연결되는 것으로 등산협회에서 거의 정리되었다고 한다. 끝없이 이어진 저 능선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는게 장하고 감격스럽다. 준이의 손을 맞잡고 정상석을 안으며 그렇게 우린 서로에 다가갔다.
천왕봉
하산길은 꽤 긴 11.2Km이고 예상 소요시간만도 5시간이다. 중봉, 써래봉을 거쳐 유평리로 이어진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하산길 능선이 끝이 보이질 않을 정도이다. 하산시 뛰거나 미끌어지거나 하여 다치지 않도록 주의를 상기시켰다. 중간에 치밭목산장에서 물공급이 가능하다는게 또한 지리산 종주의 장점의 하나이다. 높은 해발에서 부터 고도를 낮추느라 오르내림이 수없이 반복될 것이다. 중봉을 가며 자주 뒤돌아보게 된다. 해마다 찾겠노라고 다짐은 하지만 언제 다시 대할지 모를 천왕봉이기 때문이다. 중봉 가는 안부에서 산정의 두분을 만났다. 하산후 식사 장소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잠시 함께 쉬다가 우린 먼저 나섰다. 증봉 역시 해발이 1,875M나 되므로 막힘없이 조망된다. 하봉 방향의 등로는 막혀있고 써래봉으로 나아갔다. 깊은 산 아래로 치밭목산장으로 추정되는 건물이 드러나 보인다. 써래봉을 거쳐 크게 휘어져 내려간다. 끝없이 푸름만 연속될 뿐이니 하산 코스가 길 것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철계단이 몇번 반복되고 준이는 매우 어려워한다. 짧은 휴식을 수시로 취하며 산행은 계속된다. 치밭목 산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듯하며 다른 대피소와는 달리 컵라면이 가능하였다. 비록 비싸긴하지만. 준이는 컵라면과 백도 복숭아로 원기회복~~ 별도로 식수도 공급받고. 떠나려는 순간 김, 조 두 선배가 당도하여 동행하게 된다. 계속 속도를 내며 왔기에 후미가 아닌 중간 정도는 될 것이라고 하였다. 3시반까지 유평리 당도하는 일정이므로 현재 11시라 시간적으로도 그렇게 판단되었다. 30여분안에 무지개 폭포에 당도하였고, 넉넉한 시간을 감안하여 점심을 들며 폭포수 물에 발을 담그기로 하였다. 지난 며칠간 비로 인하여 폭포의 수량은 적지 않았고 3단의 폭넓은 폭포의 모습을 즐길 수 있었다. 두분의 밥과 반찬으로 모자랐던 입맛도 되찾은 듯 맛있게 들었다.
무지개 폭포
찬물로 발마사지를 한듯하니 걷기가 한결 나아졌다. 이제사 알았지만, 등산양말을 신지않고 있다. 일반양말 뿐이다. 모임에 참석후 급히 오느라 등산양말을 겹으로 신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준이에게도 스틱하나 건네주고 속도를 붙여 나아갔다. 폭포에서 부터 유평리까진 거의 두시간이나 걸렸는데, 너무나 길게 오르내림이 반복되어 지쳐간다. 다만 계곡 물소리만이 정적을 깨어주고, 물소리가 커짐에 따라 날머리가 가까워짐을 짐작한다. 끝날듯하면서도 계속이어지던 등로도 민가를 만나면서 종료된다. 준이와 힘찬 악수를 나누며 지리산 종주의 기쁨과 감격을 나누었다. 여기서 다시 계곡에 발 담그며 맛사지하고 옷도 갈아입었다.
하산길 능선
유평리 천왕봉식당에서 하산주를 들었다. 식사는 이미 무지개 폭포에서 조금 들었던지라 막걸리와 도토리묵, 파전을 주문하였다. 준이는 비빔밥을 별도로 들었고, 막걸리도 두잔이나 하였다. 이틀간의 종주산행후라 갈증도 나고 술이 잘 받을 수 밖에 없다. 편대장이 옆에서 식사를 하였는데. 두분이 아직 연락이 되질 않고 다들 도착하였다고 한다. 헉~~ 우린 중간 정도는 될줄 알았는데, 그래서 너긋하게 폭포에서 그리고 하산하여서 유평리 계곡에서 발 담그며 두차례나 푹 쉬었는데. 연락안되던 두분도 이미 식당에 도착하여 샤워중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충분하여 천천히 나섰다. 대원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다들 휴식중이었다. 나이드신 몇분이 한잔중이었는데 합석하라고 자리를 내어주신다. 한분은 71세라니 믿기질 않았고, 또 한분은 나와 띠동갑이시니 12살 연장자이시고, 다른 한분은 가장 단단해 보이시는데 60세가 조금 넘으신 것 같다. 이 분은 외국의 여러 산들, 킬리만자로와 맥킨리까지 다녀오신 경험이 풍부한 분이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킬 정도로 탁월한 건강을 유지한다니.... 나머지 한분은 GPS를 갖고 계시는데 산행 궤적도 나오며, 대간과 정맥길도 표시되어 나온다고 한다. 역시 80만원대 가격이고. 도처에 대단한 분들이 계신다. 지리산 종주론 내세울 자리가 아니다. 귀경 차중에서 푹 잠을 청하며 그동안의 노곤함을 씻어본다. 지리산을 찾으면 현자가 된다는데 조금은 나아진 모습일까? 산을 오르는 고통, 그 뒤의 희열을 움켜쥐었는가? 홀로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분들에게야 전혀 미치지 못하지만 한 구간씩 전진하면서 마음도 몸도 모두 강하게 단련시켜지길 바란다.
날머리 유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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