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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로: 케이블카 종점 - 남문 - 동문 - 북문 - 고당봉 - 범어사
** 종설이와 함께
오늘은 초등학교 친구와 금정산을 오르기로 하였다. 7시 50분에 집을 나와 울산대 앞에서 부산 노포동행 시내버스를 탔다. 생각보단 빨리 노포동에 도착하기에, 친구더러 서둘러 나오라고 하곤, 약속장소인 온천장 지하철역으로 갔다. 맨 몸으로 오라했건만, 차를 가져와 금강공원 앞에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웬걸, 케이블카 타잔다. 무슨 소리냐고. 내 산행 역사에 일대 오점을 남기지 말라했다. 산행은 그렇게 어렵게 하는게 아니란다. 쉬엄쉬엄 산행을 즐기란다. 지리산을 무박에 종주하는 그런 빨치산 산행은 피해야한단다. 하긴, 금강공원 안에서 벌써 숨을 헉헉대니 오늘 산행 괴롭겠구나 생각이 스친다. 1인당 3천원에 상행 케이블카를 타니 얼굴이 화끈 부끄럽다. 하지만, 우리보다 젊은이들도 태반이다. 멀쩡한 등산복 차림임에도.
* 그래, 케이블카도 추억이다. 한 방씩 찍자....
케이블카종점-남문 (10:20-10:50)
심상치 않을 오늘 산행을 시작하면서 산행길에 차들이 지나다닌다니 유쾌하진 않다. 바로 동문으로 향하기보단 돌아가지만 남문을 들르기로 하였다. 남문은 3칸의 성문이다. 건축사인 친구의 시각에선 뛰어난 작품이라지만, 처마끝 선의 처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 시멘트 바른 것처럼 느껴지고, 직선으로 처리된 점이 불만이다. 고건축을 짓는 목수는 시인의 눈과 노동자의 근육이 필요하단다. 지금이야 설계와 건축이 구분되어 전문가가 있지만, 옛날에는 목수가 설계와 건축을 겸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문, 동문, 북문에 현판이 없다. 아직 멋진 글솜씨 지닌 주인을 못만난 것인가?
남문-동문 (10:50-12:03)
조금 걷더니 칼국수 먹고 가잔다. 친구는 건축사이지만 또한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극장은 심야영화를 상영하므로 2-3시가 되어야 잠든다한다. 난 아침을 먹었지만, 친구는 그러하지 못했다. 칼국수 식당엔 지난 해 크리스마스 잔해인지 장식과 난로가 보인다. 이런 곳에서 크리스마스 보내도 운치있을 듯... 차들이 동문까지 들락날락하니....
동문-북문 (12:03-15:15)
동문에서 북문까지는 4Km. 산성을 따라 가파르지 않는 오르막길들이다. 길은 폭이 넓다. 오른편으론 단풍과 암석들이 장관을 이루고 동래 시가지가, 왼편으론 낙동강과 구포가 펼쳐진다. 시야가 터져있으니 마음까지 터인다. 오른편 암석들이 나비바위, 부채바위, 무명바위라고 한다.
친구는 풍수 이야기를 들려준다. 풍수는 원래 장풍득수의 준말로서 바람을 막고 물을 얻는다란 뜻이다. 여기서 바라보는 위치가 그러하단다. 좌청룡 우백호로서 양 옆으로 금정산이 펼쳐있고, 저 멀리 낙동강 건너 산이 보이니 남주작 북현무이다. 다만, 북현무가 좀 멀리 떨어져 아쉽다고 한다.
* 건전지가 부족하여 사진은 여기서 끝...예비 건전지로 바꾸었건만 이렇게 빨리 없어지다니....
도중에 동동주와 도토리묵을 들었다. 양지바른 곳에서 한잔 걸치니 산행은 좀 더 지체된다. 쉬엄쉬엄 산행 예찬론을 들으며 한걸음 한걸음 옮긴다. 속도를 내는 것은 빨치산 산행이란다. 도중에 반갑게도 석빙고를 팔고 있다. 예전 부산 광복동 가면 그 석빙고 빙과 사먹던 일이 기억난다. 지금도 그 위치에 석빙고가 있는지 궁금하다. 유사 석빙고지만 예전 맛을 음미한다. 북문에 도달하니 호박엿도 팔고 제법 장터처럼 인파가 붐빈다. 북문은 동문과 달리 단칸으로 자그마하다.
북문-고당봉 (15:15-16:10)
범어사로 바로 하산하자는 친구를 정상이 바로 보이는데 너무 아쉽다며 설득해서 고당봉으로 향했다. 도중에 금샘으로 향하는 우측길이 보인다. 500미터 정도의 거리이다. 친구는 곧장 올라가고 난 금샘에 들렀다 오기로 했다. 빨리 다녀오기 위해 뛰다가 쌓여있는 낙엽에 미끌어지는 쪽 팔린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동국여지승람'의 '동래현 산천조'에 다음과 같은 금샘에 대한 유래가 있다. “금정산은 동래현 북쪽 20리에 있는데 산정에 돌이 있어 높이가 3장(丈) 가량이다 그 위에 샘이 있는데 둘레가 10여척이고 깊이가 7촌(寸) 가량으로 물이 늘 차있어 가뭄에도 마르지 않으며 색이 황금과 같다. 금어(金魚)가 5색 구름을 타고 하늘로부터 내려와 그 샘에서 놀았으므로 산 이름을 금정산이라 하고, 그 산 아래 절을 지어 범어사(梵魚寺)라 이름했다' 한다.”
화려한 설명과 달리 금샘은 큰 바위위에 커다란 대야 크기의 움푹 파인 틈새였고, 아쉽게도 물이 차있지 않았다. 인근 바위의 재떨이 크기의 자그마한 틈새엔 물이 차있는데도.
돌아와 고당봉을 향하니 친구는 아직 멀리 가지 못했다. 친구 말대로 쉬엄쉬엄 오르기로 작정하고 서둘지 않았다. 큰 바위들을 한 걸음 한걸음 오르니 이윽고 정상 고당봉이다. 시야가 확트이며 저 멀리 낙동강 줄기 따라 밀양, 삼량진이 아닌가 생각한다. 산과 산 사이의 좁은 계곡에 펼쳐진 시가의 모습을 보면 산이 얼마나 넉넉하고 큰지 자연의 위대함이 다가온다. 지표석을 보니 고당봉(姑堂峰) 801.5미터이다. 시어머니 집이란 뜻인가. 그렇다면 여기 산신령은 여신?
고당봉-범어사 (16:20-18:10)
고당봉에서 10분간 휴식을 취하며 정상의 기쁨을 만끽하곤 이젠 하산길을 서두른다. 친구는 이제 힘이 솟는지 곧장 범어사로 가지 않고 철탑 방향으로 조금 가서 돌아서 가잔다. 곧장 가는 길보단 훨씬 운치가 있어 보인다. 중년의 남녀와 마주쳤는데, 미륵암의 위치를 물어본다, 등산복 차림도 아니고, 이제 1시간 후면 날이 저무는데 빨리 서두르시라고 당부했다.
잣나무 숲이 나타나는데, 30여년전 일대에 화재가 난 후 조림한 것이다. 스님처럼 머리를 미신 건장한 분이 끝에 톱날을 단 긴 막대를 들고 나타났는데, 마치 관운장의 청룡은월도를 연상시킨다. 잣나무의 잔가지를 치는데 사용한단다. 30년 수령에 비해서는 높지 않은 잣나무인데, 이제부터 빠른 속도로 자랄 것이라며, 나무 사이가 좁아 문제란다.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선 나무 간격이 넓어야하지만, 구청에서 허가가 나지 않는단다. 그리고 잣을 따기 위해 산행객들이 무리하게 나무를 건드리고, 그러면 5년은 지나야 다시 잣이 열린다니 나무 키우는 것도 자식 농사 이상의 애로가 많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범어사 경내로 진입하니 청련암이 보인다. 친구의 설명에 따르면 이 청련암에는 70대의 양익 노스님이 계시는데 무술의 제일인자이시고, 특히 표창에 뛰어나시단다. 양익스님의 수제자가 원욱스님이신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그 설명이 이러하다. “원욱 스님이 사용하시는 무예가 선관무’(禪觀武·金剛乘禪觀武)다. 신라 원광법사가 천축에서 배워온 밀교 수행법에다 당대 전통무술이 결합돼 만들어진 무술. 참선과 단전호흡법 같은 정공법(靜功法)에다 발차기와 손기술 등 무술 공방(攻防)을 의미하는 동공법(動功法)이 어우러진다. 부산 범어사 양익 스님이 일제 강점기 그 맥이 끊긴 것을 노승들에게 한두 가지씩 비법을 얻어 배우는 등의 방법으로 지난 60년대에 복원해 냈다.” 범어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무술은 불무도로서 이론 수행이 아닌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실천수행이다. 청련암은 중국 소림사처럼 승려들이 불무를 통해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 수도하는 성지이며, 불교 무술의 총본산이다”.
범어사가 호국불교로 불리워지는 것은 부산이 지리적으로 일본에 가깝고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여 금정산성이 만들어지고 인근 사찰인 범어사 스님들이 무술을 익혀 왜구에 대항하는데서 비롯되지 않았나 추측도 해본다. 속인의 그런 말이 있단다. “범어사에서 주먹 자랑 말고, 통도사에서 돈 자랑 말고, 해인사에서 글 자랑 말라”
때를 잘 맞춘 탓인지 마침 6시에 가까워 법고의 울림을 들을 기회가 생겼다. 스님 세분이 鐘樓에 단정히 앉아계시고, 이윽고 6시 정각에 두 팔 벌린 것 보다 더 큰 북을 두드리신다. 세분 스님이 번갈아 북을 울리고 처음 스님이 다시 마무리 하신다. 이어 두 스님이 목어와 운판을 차례로 울린다. 이러한 예식이 모두 8분여에 걸쳐 진행된 후, 근처에서 다시 범종이 울린다. 이 네 가지 악기, 법고, 목어, 운판, 범종이 법어사의 사물이란다.
산행에선 허걱거린 친구였지만, 산행도중 성문, 성곽, 풍수, 범어사에 얽힌 해박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으니 묘미가 담긴 산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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