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용 및 소감
판화와 산문이 잘 어울린다. 압축된 판화를 산문으로 풀어내어 이해를 도운다. 박웅현의 저서 '책은 도끼다'에서 소개받아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한다. 한달음에 목표에 이르려는 바쁜 마음에 욕심의 폐허가 자리한다고 했다. 욕망이 세상을 바삐 살게 만들었다는 것, 이제라도 슬로우 슬로우를 챙겨야겠다.

소란스러운 소리는 늘 위로 솟구치지만,
조용하고 다정한 소리는 낮은 데를 찾아서
걸어내려옵니다.
퇴락한 절에서 돌아내려오는데,
문득 등뒤에서 가벼운 풍경 소리 들립니다.
잊고 있던 그 소리에 얼른 인사드렸습니다.
저는 그 소리 사는 것도 모르고
빈집이라 했습니다.
그 집에 주인 없지 않았습니다.

부도라고 하나요?
살아서도 헛된 몸이었는데,
그 찌꺼기를 다시 그릇에 모셔놓은 꼴입니다.
그 앞에 서면 엄숙해지는 것이 어염 사람의 상정이긴 하지만
왠지 마뜩찮기도 합니다.
그 위에, 모처럼 눈이 내렸습니다.
굳은 돌덩이도 풍우에 상하다 끝내는 스러지겠지요.
흰 눈이 오늘 그 이야기합니다.
가슴이 서늘해집니다.
산중 적적한 자리에서
거기 묻힌 노장들 오늘 뭐라고 잔소리하시는지?
아는 이는 알지만 모르는 이는 내내 모르고 삽니다.
이끼 낀 부도비들,
겨울에는 검고 여름에는 푸르더니
오늘은 흰 눈이불 소식이라 밝고 좋은 소식입니다.
복받은 풍광입니다.

구름 흘러가는 하늘만 종일 바라보던 기억이 납니다.
오고 가는 생각이 많다가 시간이 가면서 차츰
그 생각들 사라지는 것이 신기하였습니다.
마음이 지친 탓일 수도 있겠으나
그 무상한 변화도 한없이 마음을 미혹하는 것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살아온 날을 돌이켜보면 폐허라고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한달음에 목표에 이르려는
욕심이 만든 폐허가 적나라합니다.
헤어나기 어려운 자리입니다.
욕망이, 세상을 바삐 살게 합니다.
잘 다듬어진 직선도로를 고속주행하는 것이
사람들이 선호하는 교통수단입니다.
사람의 마음 씀씀이가 잘 드러납니다.

말없는 자리
빈자리.
넉넉하여 세상도 다 담겠습니다.
교보문고 책 소개
저자(글) 이철수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때는 독서에 심취한 문학소년이었으며 군 제대 후 화가의 길을 선택하고 홀로 그림을 공부하였다. 1981년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전국 곳곳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1989년에는 독일과 스위스의 주요 도시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이후 시애틀을 비롯한 해외 주요 도시에서 전시를 열고, 2011년 데뷔 30주년 판화전을 했다.
탁월한 민중판화가로 평가받았던 이철수는 이후 사람살이 속에 깃든 선禪과 영성에 관심을 쏟아 심오한 영적 세계와 예술혼이 하나로 어우러진 절묘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당대의 화두를 손에서 놓지 않는 그는 평화와 환경 의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농사와 판화 작업을 하고 지낸다. 데뷔 40주년을 맞아 선불교 공안집 『무문관』을 주제로 한 연작판화 작업을 완수했다.
목차
- - 물흐르고 꽃피는 자리
- 언제나 하나인 물방울로 물결치고
- 물흐르고 꽃피는 자리
- 물흐르고 꽃피는 곳 - 거기 사람들
- 수류 화개에 물없이 꽃이 피다
- 소리하나, 아래로 아래로 내리는 아름다움
- 창밖에 꽃피는 봄날...
- 눈내린날 부신눈으로 탑을 봅니다...
- 높은데서 내려와 더 갈데 없으면 쌓이는 것 눈입니다.
- 눈은 어디서 오나? - 하늘, 공
- 우리들 세상만 맑으면 저도 맑은 것 흰눈세상
- 눈, 우리들 마음만 맑으면 저도 맑은것,고요한 것
- 창 밖에는
- 해돋는 곳 하늘뿐일까 마음. 해바라기
- 구름있어서 하늘 어느날. - 쾌청한 빈하늘소식
- 날 일.천 달 월.지
- 북두칠성으로 북극성을 앞니다...
- 해가린 구름보고 압니다...
- 하늘에 깃드는 모든 것
- 산.제일 높은 꼭데기 소나무 푸르러도 - 하늘아래
- 내릴 때는 비 - 비의 마음...
- 그하루 천둥번개 새하늘 밝은 새날
- 비바람 사나운 것도 비구름 뜻은 아닙니다...
- 떠있는 구름에 뿌리내리는 열매...
- 가을하늘에 바람에 휩쓸리는 단풍한잎...
- 눈덮인 산꼭대기하늘 깃드는 건 마음뿐,..
- 텅 비어있으면, 남에게 아름답고 내게 고요합니다
- 사납지 않고 고요한 한 사람...
- 둘이서, 함께 서 있는 그자리...
- 셋, 다정합니다
- 넷이서 하나가 되려면...
- 다섯, 숲이되고 나면...
- 그자리 - 더불어 숲
- 둘. 그러나 우리, 다르지 않은 하나
- 더불어 텅비어 있는 우리들의 숲
- 몸받아 세상에 오니 날마다 새롭게 좋은날
- 세상 바르게 보는 눈동자 하나...
- 그도 영원하지는 않으면서 우리들에게는...
- 연꽃 흐드러진 산 만화경, 덧없음
- 우리들 한끈의 인연으로 귀하고 아름다와집니다...
- 보화의 요령소리 몸 그대로 하늘 허공...
- 유전하는것 두려움없이 만나고 버리는 일...
- 하늘로 가는 가벼워진 끈 하나...
- 탑. 늘 그 앞까지만 가게 되는 자리...
- 서로 다투지 않는 만, 공
- 갇혀서 사는 모든 것들...
- 인생은, 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것 그래도
- 달그림자 따라 저승가는 길 꽃상여.하얀길
- 그윽한 곳. 안팍없는 거기 당신 자리
- 밥한그릇의 행복, 물한그릇의 기쁨.
- 집.다정한곳 집.고요한데
- 집.우리가 함게 있어 아름다운 곳 - 잠시 잠드는 곳
- 한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쏘이라.
- 붕어빵 먹으면서...
- 붕어빵 먹으면서...
- 정결한 물 한그릇 하늘이 내듯...
- 한장씩 넘기는 그걸음으로 삶은, 읽어가는 길
- 한장씩 넘기는 그걸음으로 삶은, 채워가는 책꽂이
- 불꽃하나 허공 밝히지만, 우리들의 삶...
- 낡고 오랜 옷가지 꿰매 입는 것.기품
- 누더기 옷한벌 평생 걸치고 나서 두고 떠날 수 있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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