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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마치다 소노코 (2025.1.31)

클리오56 2025. 1. 31. 18:33

내용 및 소감

예전에 '불편한 편의점'을 재미있게 읽은 터라 편의점이란 단어가 들어간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도 흥미롭게 보여 골라잡았다. 전철역사에 위치한 스마트도서관에서 대출하였다. 대출기간이 1주일로 한정되기에 가벼운 소설이나 에세이를 주로 고르는 편이다. 3편까지 간행되었는데 2편만 남아있었다. 물론 이야기 전개가 연결은 되겠지만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된다. 

 

우선 이 책을 읽으면서 모지항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기회가 되면 그곳으로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다. 모지항은 큐슈섬의 북단에 위치한 키타큐슈에 가깝고 혼슈섬의 시모노세키와 마주하므로 한국에서 가까운 위치라하겠다. 

 

3가지 에피소드가 소개되는데 사랑과 배려가 주제라 할 수 있겠다. 텐더니스 편의점과 그 점장을 중심으로 여고생, 남자대학생 그리고 할머니까지 다양하게 등장인물들이 소개되고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 기저에는 사랑과 배려가 깔려있어 잔잔하게 그리고 해피엔딩이다. 하여 등장인물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들이 많아 한없이 흐뭇해지기도 한다. 하여 책읽는 재미가 너무나도 솔솔하다~~ 

 

 

프롤로그

- "모지항에 가고 싶어....."

사랑해 마지 않는 내 자동차, 피피엔느호를 산 후 드라이브 삼아 처음 모지항에 갔던 것이 석달 전쯤이다. 이제껏 전혀 관심 없던 동네였는데 그곳에 머무른 몇 시간 동안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마을 곳곳에 자리한 사랑스러운 레트로풍 건물. 어딘가 이국적인 거리 풍경과 활기 넘치는 사람들. 맛있는 음식.

 

- 아, 역시 이건 사랑이야.
확신하고 말았다. 나는, 그를 사랑한다. 석 달 전, 그 찰나의 만남으로 사랑에 빠진 것이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와카, 얼른 음료수 사서 가자.”
마키오의 목소리를 들으며 계산대를 향해 달렸다. 그는 무서운 기세로 뛰어오는 내 모습에 잠시 놀라는 것 같았지만, 이내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아아, 그러지 마. 그렇게 웃지 말란 말이야. 그 웃음 하나에 난 당신이 우리의 운명을 인정했다는 착각에 빠져 버린다고  

 

모지항 인근 지도 



1. 할머니와 사랑에 대한 고찰을

* 고릿적: 고리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여기에 사이시옷이 들어간 형태다. 여기서 어릴 적’, ‘옛날 옛적’, ‘소싯적처럼 를 뜻한다. ‘고릿적옛날의 때를 지시하니 고리옛날이다. 그러나 본래는 막연한 옛날이 아니라 고려를 뜻했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고려시대를 이야기할 때 쓰던 고렷적고릿적으로 변형된 것이다.

 

- "십대의 사랑은 땅 위로 올라온 매미 같은 겁니다. 태어났나 싶으면 시끄럽게 울다 금세 끝나버리고 말죠!"

 

- '블루윙 모지'라는 이름을 가진 일본 최대의 도개교였다. 하루에 몇번인가 다리가 올라가고 그 사이로 배가 지나다닌다. 열렸던 다리가 다시 연결되자마자 처음으로 그곳을 건너는 커플은 평생 동안 사랑을 이룬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연인들의 성지로 불린다. 아, 그래. 다이스케와 사귄 지 얼마 안 됐을 때 다이스케가 다리를 건너보자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다리가 연결되자마자 뛰어가자는 제안을 부끄러워 거절했다. 그때 다이스케의 말을 들었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 텐더니스 모지항 고가네무라점: 텐더니스 인기 디저트 => 카페오레 에클레어, 커피 젤리 파르페  

* 파르페:

 

어원은 철자가 같은 프랑스어 단어로, '완전한/완벽한'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 '완벽한 디저트'라는 의미. 원래 파르페는 현재와는 달리 달걀 노른자와 설탕 시럽을 거품이 일게 한 후, 거기에 생크림을 넣은 다음 틀에 넣어서 굳힌 일종의 아이스크림이었다. 이를 '파르페 글라스(Parfait glâce)'라고도 했다고 한다.

 

현지 언어로 발음하면 '파흐뻬', 순수 영어식으로 발음하면 '파르페잇' 또는 '-r페이트'이긴 하지만, 원래 프랑스어 발음을 존중하는 편으로 영어 발음도 '파르페이'(/pɑːrˈfeɪ/ par-FAY)라고 한다.

 

보통 가게에 가면 밑에 아이스크림을 깔고 위에 색색의 과일이나 시럽, 과자 등으로 장식하는 것이 좀 심플한 형태의 파르페를 내놓는 곳이 많지만 밑에 선데처럼 음료를 깔고 아이스크림으로 층을 만든 사이사이에 과일이나 시리얼, 시럽을 넣어 장식하고 위에도 색색의 과일과 시럽, 과자로 치장해서 보기만 해도 화려한 파르페를 내는 가게도 있다. 다만 후자의 경우, 가격이 많이 올라가며 저런 식으로 층을 쌓는 데에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파르페를 구성하는 재료가 재료인 만큼 맛은 굉장히 달달하다. 때문에 남녀를 불문하고 달콤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바리스타나 카페 아르바이트 등 카페 직종에 종사하는 직원들에게 파르페는 성가심의 상징이다. 네이버 웹툰 선천적 얼간이들의 등장인물 삐에르[1] , "커피 먹는 놈은 나쁜 놈, 파르페 먹는 놈은 죽일 놈"이라고... 파르페는 커피와 달리 만드는 과정도 매우 복잡한 데다가[2] 시간도 오래 걸려서 자기 거 기다리는 사람들 속은 터지고, 빡쳐서 나가는 손님들 때문에 매상은 안 오르고, 여러 모로 짜증나는 메뉴. 이런 특징 탓에 어느 카페에서 한창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 파르페 주문이 들어오자 주방 쪽에서 "아니 왜 하필 이 시간대에 파르페를 시키는 거야!"라는 절규가 터져 나오더라는 이야기도 있다.

 

1993년에 빙그레에서 파르페라는 아이스크림을 내놓은 적이 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젤리와 초콜릿 시럽, 콘프레이크가 올려진 아이스크림이었는데 그 당시 판매 가격은 500원이었다. 일반 아이스크림이 100-200원이였고, 월드콘이 300원 하던 시기이니 가격이 꽤 비싼 고급 아이스크림이었다.

 

일본에서는 628일이 파르페의 날이다. 1950년의 이날, 일본프로야구에서 자이언츠의 후지모토 히데오가 처음으로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것에서, '완전'이라는 어원의 흐름으로 제정되었다.

 

- "누구와 어떻게 헤어지더라도 존엄성 만큼은 소중히 지켜줘야지. 아직 어리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못 미쳤을지도 몰라. 어떤 식으로든 자기 방식이 옳지 않다는 걸 깨달으면 좋을 텐데. 마음 아픈 일을 겪었구나, 시노."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좋은 일이야. 그건 정말 좋단다.”
시노에게, 그리고 미쓰에 스스로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나이가 몇 살이든 사람을 좋아할 수 있어. 상대를 좋아하는 동안은 그 사람을 좋아하는 자신까지 좋아했으면 좋겠어.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기면서, 그만큼 자기 자신도 아껴 주는 거야. 소중한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스스로가 되도록 노력하게 만드는 ‘좋아해’의 마음을 느끼면 그건 분명 행복일 거야.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였다. 그 말을 들은 시노는 할머니가 근사한 ‘좋아해’의 마음을 갖게 되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저 점장님은 할머니가 스스로를 좋아하게 될 만큼 큰마음을 선물해 준 것이다. 진정으로 멋진 사랑은 나이가 몇 살이든 시작될 수 있고, 몇 살에 만나든 행복을 선사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시노는 깨달았다.

- 주변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을 때 이렇게 살며시 다가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가 치유되는 시간 동안 곁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

 

 

2. 히로세 다로의 우울

* 프리터(Freeter): 영어의 프리(free)와 독일어의 근로자(arbeiter)를 섞어 만든 잡종단어. 정규직을 갖지 않고 이 일 저 일 하며 되는대로 사는 35세 미만 젊은층을 일컫는다. 부모세대가 피땀 흘려 장만한 집에 눌러 살면서 슬렁슬렁 번 돈으로 사치스러운 취미활동을 즐기는 게 이들의 생활양식이다. => 이렇게 사는 것도 나름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인데  멋대로 사치니 뭐니 잣대 내세우는게 고지식하다고 비판도 한다. 

 

- (쓰바키: 다로의 옛 애인) "아, 그렇다고 다로짱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야. 내 경험이 부족했다고 할까. 세상을 너무 몰랐던 것 같아. 다로짱보다 더 빛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그땐 몰랐어. 비유하자면, 반딧불이 빛이 전부인 줄 알았던 세상에서 불꽃이나 전기를 발견됐다고나 할까. 훨씬 더 반짝이는 것들이 많더라고."

                                                                               

* 레토르트 식품(Retort food)은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살균하여 알루미늄 봉지에 포장한 식품이다. 이는 단층 플라스틱필름이나 금속박 또는 이를 여러층으로 접착하여 만든 포장재(파우치 또는 기타모양으로 성형한 용기)에 조리한 식품을 충전하고 밀봉하여 가열 살균 또는 멸균한 것을 의미한다. 일반 가공식품은 물론 비상식품, 병원용, 도시락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오뚜기의 창업자인 함태호 회장이 1981년에 개발 및 출시한 '오뚜기 3분 요리'가 레토르트 식품의 시초였다.

최근 1인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HMR)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레토르트 식품은 기존 식품 포장인 캔,병보다 가볍고 납작한 모양새로 보관이 용이하며, 전자레인지 혹은 뜨거운 물로 데우는 간단한 과정으로 취식이 가능하다. 또한, 제조 과정에서 공기와 세균을 완전히 제거하였으므로 보존료가 들어가지 않고도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레토르트 식품은 날카로운 물체에 포장이 쉽게 파손될 우려가 있으며 이것이 내용물 변질의 주된 요인이다. 레토르트 식품의 포장재는 거의 대부분 불투명한 재질로 되어있어 내용물 변질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 열심히 한 가지만 파는 사람도 빛나지만 다방면에 걸쳐 여러 가지를 아는 사람들도 좋아. 생각지도 못한 것을 느닷없이 알려준다거나 하는 두근거림이 있잖아...... 다로는 원래부터 여러 가지에 흥미를 갖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쓰바키와 헤어지고 난 후에는 의식적으로 더 넓게 관심을 가지려 했다. 적어도 지식에 대한 자신감만이라도 얻고 싶었다. 내실까지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 것마다 손을 댔다. 하지만 깊게 빠진 것은 오토바이와 요리 정도이고, 그마저도 사람들이 감탄할 만한 수준에는 못 미친다. 스스로를 못났다고 생각하고 있던터라, 쓰기의 말을 짜릿할 정도로 기뻤다.

 

- "점장님이 호감을 사는 이유는 외모 때문만이 아니잖아요, 뭐랄까, 엄청난 애정으로 가득한 점장님만의 '심지'같은 것이 있으니까."

손님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사람은 누군가를 대할 때 자신의 눈동자 속에 담긴 이에게 성실하게 애정을 쏟는다. 그 한결같음이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이다. 물론 아름다운 외모나 머릿속을 마비시키는 듯한 이상한 향기를 뿜어내는 것도 큰 역할을 하지만 이 사람의 진정한 핵심은, 그런 것이 아니다.

 

- “민폐라고 생각할 리가 없잖아요. 소중한 저희 가게의 손님이신데요.”
평소라면 코웃음을 칠 이야기였다. 거액을 쓰는 고객도 아니고 단지 편의점 손님일 뿐인데, 너무 거창한 말이다. 하지만 왠지 그 한마디가 한 줄기 환한 빛이 되어 다로의 가슴 깊숙한 곳에 닿았다.
“소중한 손님이에요, 당신은.”
순간 눈물이 뚝뚝 흘렀다. 도대체 왜 갑자기. 다급하게 눈물을 훔쳤다. 시바는 그 모습을 못 본 척하며 “제가 있으면 쉬기 불편하죠? 나중에 또 괜찮은지 보러 올게요”라며 가게로 돌아갔다.
아무도 없는 취식 코너에서 다로는 울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이 기뻤다. 설령, 그것이 처음 들어간 편의점 점원의 접객 멘트라도 상관없었다. 이 넓은 세상에 파묻혀 사라질 것 같았던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았다. 마치 구원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 "네가 말하는 그 심지가 바로 개성이고 매력이야. 우리는 네가 가진 심지를 좋게 본 거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심지. 그런 것이 나한테도 있다고?

"대단해. 대학에 가서 자취하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스스로 제대로 성장시키는 게 멋있잖아. 굳은 심지가 있어."

 

- "멀리 돌아가는 것 같아 답답한 기분, 제자리에서 걷는 듯한 초조함. 그런 걸 모르면 자기가 누리는 감사함을 모르게 될 수도 있으니까. 당연하다는 생각에 소중하게 여기지 못할 수도 있고. 바라고 바라서 얻은 것은 말도 못하게 반짝반짝 빛나거든."

 

- 지금처럼 그냥 흘러가다 부모님의 회사를 물려받어서는 안 돼.

그 정도면 됐다고 생각해 왔다. 원래 인생은 그런 것이라고 결론 내린 줄 알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미래도, 가능성도 없는 스스로를 걱정하는 자신이 분명 존재했다. 그런 자신을 계속 무시할 수는 없다. 그저 주어지는 대로 흘러갈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고민하고 방황해야 한다. 지금 이대로는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에 감사하기는커녕 손해지기만 할 것이다.

한번쯤 부모님께 고민을 털어놓아 볼까... 그런 생각을 하다 다로는 자기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나 지금 아주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은데?

 

- 몇 년 동안 가슴속에 묵혀 두었던 문제, 외면해 왔던 불만에 맞서려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도 간단히 심경의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하지만 원래 이런 것일지 모른다.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 작은 배려를 담은 한마디, 이런 것들이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등을 밀어 준다. 그 부드러운 힘으로, 사람은 바뀐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푸른 하늘이 드높고, 하얀 새가 우아하게 호를 그린다.

 

- 스바키는 개성 없는 한 남자를 반짝이게 해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어 정말 좋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그런 너의 장점을 모르는 그저 적당히 놀 생각만 하는 남자들과 만나는 건 이제 그만의 스바키가

3. 여왕의 실각

* 로리콘: 일본 대중 문화에서 로리콘(ロリコン, rorikon)은 주로 에로틱한 방식으로 어린 소녀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는 창작물의 한 장르이다. 영어 구문 "Lolita complex"를 줄여서 만든 일본식 조어이며 로리에 대한 애정 혹은 해당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로리콘은 만화,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의 양식화된 이미지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의 아동 또는 어린 소녀의 현실적인 묘사에 대한 욕망, 즉 소아성애와 구별된다. 오히려 모에, 즉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허구적 캐릭터, 종종 미소녀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관련이 있다.

 

- "미즈키랑 멀어지고 나서야 알게 됐어. 우리가 너한테 지배당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됐는데."

큰 각오라도 한 듯, 단호한 목소리로 가나코가 말했다.

"여왕 노릇하는 미즈키한테 아부하는 거, 이제 그만하고 싶어. 그래서 더 이상은 미즈키랑 같이 지낼 수 없을 것 같아. 안녕."

 

- "엄마, 나 용서해 주는 거야? 하고 물으니 소중한 사람의 실패는 함께 극복해 가는 것이라고 하셨어."

 

- 다정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구리하라가 유난히 눈부셔 보이는 것에 신기해하고 있는데 구리하라가 미즈키의 주먹 위에 가만히 손을 포개 왔다. 미즈키에 비해 자그마한 손이 주뼛주뼛 손을 잡는다.
“무라이가 친구들을 괴롭힌 것을 지금 후회하고 있다면, 같이 후회하자. 다시는 그러지 말자고 말해 줄게. 그걸로 안 될까?”
지금 이 아이는 미즈키를 받아 주려 하고 있다. 이것이 기쁜 일인지, 바보 같은 일인지 미즈키는 알 수 없었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스스로도 이제야 겨우 인정한 추악한 잘못을 다른 사람이 이렇게 쉽게 받아들여 주다니,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정말 가능한 것일까.
“나에 대해 잘 모르잖아. 그러면서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 언젠가는 나한테 질리고 말 거야.”
“질린다는 건 자기가 상대를 잘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쓰는 말이래.”
구리하라가 시원스럽게 답했다. 쇼헤이 씨가 알려 줬어.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들, 착각 속에 빠져 상대를 보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쓴다고. 뭐야, 이런 사람이었어? 라면서. 충분히 그 사람을 지켜봐 와서 정말 잘 아는 사람은 그런 말 하지 않는대. 그런 말로 한 사람의 행동을 단정 짓지 않는다고 했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 “…나, 올바름이 가지는 강력함과 그것을 휘두를 때의 오만함을 알았어. 무엇보다 다정함을 담은 페트병을 건네줄 사람을 고민하다 떠오른 것이 그 집의 아이였어.”
빨강 할아버지가 건네준 두 병의 페트병. 다른 누군가에게 이어 가 달라고 했던 다정함. 빨강 할아버지는 그 두 병분을 시마에게 주라고 했지만 이제 더 이상 시마에게는 쓰지 않아도 괜찮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건네주는 것이 좋을까 생각해 보니 아빠가 ‘다쓰키’라고 부르던 아이가 떠올랐다. 과연 이것이 두 병분의 다정함이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오만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동하고 싶었다. 건네주고 싶었다.
미즈키와 스미에 사이에 놓인 두 개의 디저트. 소다색 바다 위에 놓인 엄마 펭귄과 아기 펭귄이 화목해 보이는 모습으로 서로에게 기대고 있었다.

 

 

교보문고 책 소개

답답한 마음이 시원해지고
쓸쓸한 마음이 따뜻해지는 곳

더 다정해진 위로와 더 깊어진 애정으로 다시 문을 연 텐더니스 편의점 그 두 번째 이야기

★전 서점 소설 베스트셀러 1위
★2023 최고의 힐링 소설 시리즈 2탄
★일본 판매 30만 부, 국내 판매 10만 부 돌파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빠르게 진입해 주요 서점 소설 분야 정상을 차지한 2023년 상반기 최고의 힐링 소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이 두 번째 이야기로 독자들을 반긴다. 바닷속에서 스노클링이라도 하다가 올려다본 듯한 구도의 시원하고 청량한 표지 일러스트로 계절감을 물씬 드러낸 2권은 1권과 마찬가지로 기타큐슈 모지항에 있는 가상의 편의점 텐더니스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평범한 이웃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든 페로몬을 뿌리는 마성의 꽃미남 점장, 무뚝뚝한 말투로 편의점 음식을 권하며 손님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무엇이든 맨, 텐더니스 편의점을 아지트 삼아 모지항 관광 대사를 자처하는 빨강 할아버지, 시바 형제의 여동생이자 비현실적인 외모의 미소녀 주에루까지 전편에 등장한 주요 인물들의 활약이 여전한 가운데, 1권에서 정체를 알 수 없었거나 주인공들 주변에 머물렀던 인물들이 자신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2권에서 마치다 소노코 작가는 각자의 삶에서 자신이 혼자 견뎌야 하는 힘듦과 괴로움, 혼자 누리는 즐거움과 기쁨이 있다는 한층 성숙한 메시지와 더불어 마침내 모든 것을 이기는 사람은 누군가와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지켜 내는 사람임을, 전편을 뛰어넘는 섬세한 문장과 현실감 넘치는 묘사로 전달한다. 모지항의 유명 먹거리와 텐더니스 편의점 메뉴가 감칠맛을 더하는 이번 2권 역시 울다 웃으며 읽다 보면 당장이라도 모지항 텐더니스 편의점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 것이다.

★전 서점 소설 베스트셀러 1위
★2023 최고의 힐링 소설 시리즈 2탄
★일본 판매 30만 부, 국내 판매 10만 부 돌파

저자(글) 마치다 소노코

町田そのこ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인물들로부터 훈훈한 감동을 이끌어 내는 글쓰기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작가. 학창 시절부터 소설을 습작하는 등 꾸준히 글을 썼으나 부모의 권유로 미용 전문학교를 졸업, 이후 미용사 등 여러 직업을 거치다 결혼 후 아이를 키우던 스물여덟 살에 다시 펜을 들었다. 2016년 《카메룬의 푸른 물고기カメルーンの青い魚》로 신초샤가 주관하는 제15회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R-18 문학상’ 대상을 받았고, 이듬해 이 작품을 포함한 《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 그래미夜空に泳ぐチョコレートグラミ》라는 제목의 첫 단행본을 출간했다. 2021년에는 첫 장편소설 《52헤르츠 고래들》로 서점대상을 수상해 평단의 인정을 받으며 인기 작가로 발돋움했다. 이후 발표한 작품으로는 《우쓰쿠시가오카의 불행한 집うつくしが丘の不幸の家》, 《별을 길어 올리다星を掬う》,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당신은 여기에 없어도あなたはここにいなくとも》, 《어란ぎょらん》 등이 있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은 출간 즉시 전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에 빠르게 진입, 불과 한 달 만에 교보문고·영풍문고 소설 분야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잔잔하고 흐뭇한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소설, 현실의 삭막함을 잊고 모두에게 다정해지고 싶은 작품이라는 독자들의 호평 속에서 2023년 최고의 힐링 소설이라 평가받고 있으며,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역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연을 지닌 연령 불문의 개성적인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를 통해 전편 못지않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

 

목차

  • 프롤로그
    제1화 할머니와 사랑에 대한 고찰을
    제2화 히로세 다로의 우울
    제3화 여왕의 실각
    에필로그

책 속으로

아, 역시 이건 사랑이야.
확신하고 말았다. 나는, 그를 사랑한다. 석 달 전, 그 찰나의 만남으로 사랑에 빠진 것이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와카, 얼른 음료수 사서 가자.”
마키오의 목소리를 들으며 계산대를 향해 달렸다. 그는 무서운 기세로 뛰어오는 내 모습에 잠시 놀라는 것 같았지만, 이내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아아, 그러지 마. 그렇게 웃지 말란 말이야. 그 웃음 하나에 난 당신이 우리의 운명을 인정했다는 착각에 빠져 버린다고.
-〈프롤로그〉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좋은 일이야. 그건 정말 좋단다.”
시노에게, 그리고 미쓰에 스스로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나이가 몇 살이든 사람을 좋아할 수 있어. 상대를 좋아하는 동안은 그 사람을 좋아하는 자신까지 좋아했으면 좋겠어.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기면서, 그만큼 자기 자신도 아껴 주는 거야. 소중한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스스로가 되도록 노력하게 만드는 ‘좋아해’의 마음을 느끼면 그건 분명 행복일 거야.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였다. 그 말을 들은 시노는 할머니가 근사한 ‘좋아해’의 마음을 갖게 되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저 점장님은 할머니가 스스로를 좋아하게 될 만큼 큰마음을 선물해 준 것이다. 진정으로 멋진 사랑은 나이가 몇 살이든 시작될 수 있고, 몇 살에 만나든 행복을 선사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시노는 깨달았다.
-〈할머니와 사랑에 대한 고찰을〉


“민폐라고 생각할 리가 없잖아요. 소중한 저희 가게의 손님이신데요.”
평소라면 코웃음을 칠 이야기였다. 거액을 쓰는 고객도 아니고 단지 편의점 손님일 뿐인데, 너무 거창한 말이다. 하지만 왠지 그 한마디가 한 줄기 환한 빛이 되어 다로의 가슴 깊숙한 곳에 닿았다.
“소중한 손님이에요, 당신은.”
순간 눈물이 뚝뚝 흘렀다. 도대체 왜 갑자기. 다급하게 눈물을 훔쳤다. 시바는 그 모습을 못 본 척하며 “제가 있으면 쉬기 불편하죠? 나중에 또 괜찮은지 보러 올게요”라며 가게로 돌아갔다.
아무도 없는 취식 코너에서 다로는 울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이 기뻤다. 설령, 그것이 처음 들어간 편의점 점원의 접객 멘트라도 상관없었다. 이 넓은 세상에 파묻혀 사라질 것 같았던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았다. 마치 구원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히로세 다로의 우울〉


몇 년 동안 가슴속에 묵혀 두었던 문제, 외면해 왔던 불만에 맞서려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도 간단히 심경의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하지만 원래 이런 것일지 모른다.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 작은 배려를 담은 한마디, 이런 것들이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등을 밀어 준다. 그 부드러운 힘으로, 사람은 바뀐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푸른 하늘이 드높고, 하얀 새가 우아하게 호를 그린다.
-〈히로세 다로의 우울〉


다정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구리하라가 유난히 눈부셔 보이는 것에 신기해하고 있는데 구리하라가 미즈키의 주먹 위에 가만히 손을 포개 왔다. 미즈키에 비해 자그마한 손이 주뼛주뼛 손을 잡는다.
“무라이가 친구들을 괴롭힌 것을 지금 후회하고 있다면, 같이 후회하자. 다시는 그러지 말자고 말해 줄게. 그걸로 안 될까?”
지금 이 아이는 미즈키를 받아 주려 하고 있다. 이것이 기쁜 일인지, 바보 같은 일인지 미즈키는 알 수 없었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스스로도 이제야 겨우 인정한 추악한 잘못을 다른 사람이 이렇게 쉽게 받아들여 주다니,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정말 가능한 것일까.
“나에 대해 잘 모르잖아. 그러면서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 언젠가는 나한테 질리고 말 거야.”
“질린다는 건 자기가 상대를 잘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쓰는 말이래.”
구리하라가 시원스럽게 답했다. 쇼헤이 씨가 알려 줬어.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들, 착각 속에 빠져 상대를 보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쓴다고. 뭐야, 이런 사람이었어? 라면서. 충분히 그 사람을 지켜봐 와서 정말 잘 아는 사람은 그런 말 하지 않는대. 그런 말로 한 사람의 행동을 단정 짓지 않는다고 했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여왕의 실각〉


“…나, 올바름이 가지는 강력함과 그것을 휘두를 때의 오만함을 알았어. 무엇보다 다정함을 담은 페트병을 건네줄 사람을 고민하다 떠오른 것이 그 집의 아이였어.”
빨강 할아버지가 건네준 두 병의 페트병. 다른 누군가에게 이어 가 달라고 했던 다정함. 빨강 할아버지는 그 두 병분을 시마에게 주라고 했지만 이제 더 이상 시마에게는 쓰지 않아도 괜찮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건네주는 것이 좋을까 생각해 보니 아빠가 ‘다쓰키’라고 부르던 아이가 떠올랐다. 과연 이것이 두 병분의 다정함이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오만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동하고 싶었다. 건네주고 싶었다.
미즈키와 스미에 사이에 놓인 두 개의 디저트. 소다색 바다 위에 놓인 엄마 펭귄과 아기 펭귄이 화목해 보이는 모습으로 서로에게 기대고 있었다.
-〈여왕의 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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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좋은 일이야. 그건 정말 좋단다.”
사랑으로 서로를 구원하는 텐더니스 사람들

석 달 전 방문했던 모지항 텐더니스 편의점에서의 강렬한 기억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던 나, 오이시 와카. 마이카인 피피엔느호는 고장이 난 탓에 소꿉친구 남사친 차를 얻어 타고 모지항을 찾는다. 그렇게 시바 점장을 다시 마주한 내가 외친다. ““저, 제 이름은 오이시 와카입니다! 성함 좀 알려 주세요!” 부끄러워하거나 주저할 여유는 없다. 그와 나 사이의 거리는 너무 멀다. 한번에 확실히 밀어붙여야 한다. 그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뜨더니 매우 달콤한 목소리로 답했다. “시바라고 합니다.” “시바 미쓰히코. 이 가게 점장이에요.””(16p) 결국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코피를 쏟고 마는 오이시 와카는 1권 프롤로그에 ‘나’로 등장한 미지의 인물이다. 1권과 이어지는 2권의 프롤로그에서는 오이시 와카가 코피를 흘려가며 텐더니스 편의점의 문을 여는 동시에 사랑의 계절, 그리고 2권의 이야기가 함께 열린다.
이처럼 흥미로운 연출로 시작한 2권에서도 시바 점장의 매력과 그 매력으로 시끌벅적한 편의점은 변함이 없다. 시바 점장의 유난스러운 팬클럽의 새로운 회원 미쓰에가 손녀와 맺는 돈독한 관계가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텐더니스 편의점의 든든한 아르바이트생 히로세 다로의 사연이 그다음 이야기에서, 1권에 등장한 여중생이 고등학교에 올라가 맞이한 변화의 바람이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텐더니스 편의점의 시바 점장, 무엇이든 맨 쓰기, 모지항 터줏대감 빨강 할아버지의 크고 작은 관심과 애정 어린 손길이 적재적소에 나타나 인물들을 위로하고 성장하도록 돕는다.
더불어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는 인물 개개인의 심리 묘사와 인물들 간의 관계를 다루는 작가의 솜씨가 더욱 섬세해져 전편을 뛰어넘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시원함과 따뜻한 기분을 오가며 울다 웃다 보면 우리도 어느새 텐더니스 편의점 단골손님이 되어 이곳에서 벌어질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대단한 사람 같은 건 없어. 그냥 모두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이지.”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에서는 텐더니스 편의점이 위치한 장소인 모지항의 매력이 더욱 도드라지고, 인물들의 개성 또한 훨씬 더 짙어졌다.
〈할머니와 사랑에 대한 고찰을〉 에피소드에서는 동갑내기 남자 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인 나가타 시노가 주인공이다. 실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얼마 전부터 함께 살게 된 할머니 미쓰에가 머리카락을 솜사탕처럼 분홍색으로 물들인 채 나타나 시노에게 묘하게 친근하게 군다. 권위적인 아빠와 할 말도 못하고 기죽어 지내는 엄마가 답답하기만 한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 하루, 학교 대신 모지항으로 향한 시노는 폭신폭신 솜사탕 머리를 한 미쓰에를 우연히 만나고 할머니가 갑자기 변한 이유를 알게 된다. 그렇게 할머니와 ‘사랑’에 대한 진지한 얘기를 나누면서 시노에 대한 할머니의 무조건적인 애정과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또 같은 반이지만 그다지 친하지는 않았던 히가키 아즈사도 텐더니스 편의점에서 만나 위로를 얻는다.
〈히로세 다로의 우울〉 편에서는 텐더니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히로세 다로의 사연이 펼쳐진다. 고교 때까지 야구선수로 활약하던 다로. 대학에 입학하고 야구를 그만두면서 잘 사귀어오던 여자 친구에게도 더 이상 반짝거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이고 만다. 보잘것없는 자신에 대한 불신과 혐오로 힘든 다로에게 ‘무엇이든 맨’ 쓰기가 밥이나 먹자면서 접근해오고, 편의점 근무 중에 자주 마주치는 주에루도 다로에게 일방적인 호감을 표현하지만 다로는 관심이 없다. 헤어진 여자 친구는 애인을 계속 바꿔가면서도 다로의 주변을 맴돌고, 다로는 그럴 때마다 초라해지는 스스로가 괴롭다. 그러던 중 쓰기와 시바, 주에루와 저녁 식사를 같이하면서 자신이 텐더니스 편의점에서 구원과 다름없는 기회를 얻었던 순간을 기억해내고 지금 자신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1권에서 반의 여론을 주도하면서 나유타를 따돌리던 여중생 무라이 미즈키가 고등학생이 된 후의 이야기가 마지막 에피소드다. 당시 어울리던 친구들과 모두 다른 학교로 뿔뿔이 흩어지고 미즈키는 잘 통하지 않는 친구들 무리에 들어가 조용하게 일상을 보내던 중 그 무리 안에서 놀림을 당하는 처지에 놓이고, 중학교 시절의 친구들 사이에서도 버림받다시피 내쳐진다. 상처를 입고 힘들어하던 미즈키에게 손을 내민 사람은 반에서 괴짜 취급을 받는 구리하라 시마. 구리하라 시마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펼쳐지는 우정과 그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면서 한뼘 성장하는 감동 스토리가 〈여왕의 실각〉에 담겼다.


“배려나 상냥함 같은 건 다른 사람에게 전하면 전할수록 소중해지니까.”
너와 나, 우리 모두에게 한없이 상냥해지게 만드는 이야기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에서 저자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가치관은 바로 ‘사랑’과 ‘배려’다.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자신의 처지와도 무관하게 느닷없이 찾아오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평소답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다. 텐더니스 편의점에서 시바 점장을 만나는 손님들 대부분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 새로운 자신을 만나고 그러한 자신에게 놀란다. 낯설지만 행복한 기분을 맛보며 평소답지 않게 머리를 분홍색으로 염색하고, 손톱에 예쁜 컬러를 칠하는 미쓰에 할머니처럼, 히로세 다로에게 무조건적인 애정을 보이는 주에루처럼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반짝반짝 빛난다. 이 사랑이라는 감정이 당사자에게, 또 상대에게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내는지를 작가는 상황과 인물의 변화를 통해 차근차근 보여 준다. 또한 누군가에게 전하는 상냥함은 더 큰 상냥함으로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진다는 사실 역시 이 작품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메시지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을 읽다 보면 한없이 상냥해지게 된다는 일본 독자 리뷰처럼 상냥함의 연쇄 작용은 더 나은 자신과 내 주변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이렇듯 평소에 잊고 지내기 쉬운 사랑과 상냥함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고, 이를 통해 변화하려는 스스로의 의지와 만나게 된다는 점이야말로 우리가 마치다 소노코의 작품을 읽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