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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2025.1.23)

클리오56 2025. 1. 23. 18:37

 

내용 및 소감

세계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우리가 가진 단편적 사실들을 관점에 따라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면서 지적 성장을 느낀다. 저자의 인식에 공감하며 큰 줄기를 잡아본다.

무엇이 세상을 움직여왔는지, 큰 흐름으로 살펴보면 인류 역사를 좀 더 쉽고 적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의 감정이 세계사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전제에서
그 감정이 만들어낸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 종교의 다섯 가지 힘을 제기한다.

 

1장 욕망의 세계사: 물질과 동경이 역사를 움직인다. 

1장에서는 ‘욕망’이라는 코드에서 출발하여
커피와 차, 혹은 알코올과 코카콜라가 어떻게 세계사의 큰 흐름을 만들고 변화시켜왔는지,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는 금은 어떤 과정을 통해 세계경제의 확고한 틀을 만들었고,
욕망을 자극하지는 않지만 강함과 실용성으로 무장한 철은 또 어떻게 세상을 뒤흔들고 지배해나갔는지 차근차근 살펴본다.
또한 브랜드와 도시가 욕망을 바탕으로 한 세계사에서 왜 그토록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도 파헤친다.

 
- 세계 역사는 왕이나 장군 혹은 소수의 리더 계층에 의해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통념이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평범한 사람들에 의한 역동적인 움직임이 있고 이 부분을 간과할 때 역사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물질을 동경하고 유행에 좌우되면서 세상을 변화시켜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상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인이 판매하는 다양한 물건들이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 어떤 물건이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고 역사를 이끌어왔는지 살펴본다. => 맨 처음 주목한 것은 커피이고, 전세계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이다. => 단순히 커피 맛 때문만은 아니다. 현대인에게 특별하다고 느끼는 공간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24쪽: 커피의 자극은 인간의 한계와 나태함을 극복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도를 넘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는 마인드가 서양문화, 특히 근대화의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그칠 줄 모르는’ 지속성의 기본요소이자 근간이 됩니다. => 근대화 과정에서 과도한 업무 형태를 부추기고 지탱해준 것이 바로 커피였다. => 졸음을 쫓고 의식이 각성해 있다. => 어른이 되는 음료가 맥주나 와인에서 커피로 변화. 프로테스탄트가 가톨릭 보다 훨씬 금욕적이라 술을 금하고 커피는 마셔 의식을 각성시켜 이성적으로 생활하도록 유도 

- 커피 공급을 위해 플랜테이션이 필요하고 각국이 생산확대. 이 과정에서 노동 착취와 저임금 수반. => 가혹한 노동 환경에서 가난한 삶의 사람들과 커피를 즐겨 마시며 각성하여 경제를 움직이는 부유한 사람과의 격차 
 
- 커피와 함께 차도 광범위한 애용. 1610년경 중국과 일본의 차를 네덜란드가 수입해 유럽에 전파. 이때는 홍차가 아닌 녹차. 홍차는 반발효차인데 설탕이 가미되어 독특한 차 문화 형성. => Coffee Break는 일의 속도를 올리고 싶을 때, Tea Time은 한숨 돌리며 쉬고 싶을 때. 여기에도 차이가 남. => 미국은 원래 차 문화권이었는데 보스턴 차 사건으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  
 
37쪽: 여유로운 기분의 홍차에서 각성작용이 강한 커피로 전환한 것이 그 후 미국이 세계를 제패하게 된 하나의 보이지 않는 동력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차는 진하고 감칠맛 나는 부드러운 분위기와 격조 있는 문화와 예술을 만들어냈습니다. 반면 커피는 활력 있는 분위기와 사업적인 발전, 가격적인 진보를 이룸으로써 근대 이후의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습니다. 차와 커피, 이 두 가지는 지금도 여전히 세계 음료 시장을 양분해 지배하고 있습니다. 또한 둘 가운데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국민성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 코카콜라의 도전. 1920년대 미국 금주법으로 코카콜라의 발전 계기. 2차 세계대전 당시는 군수품으로 허가되어 군인들에 사기진작용으로 공급. 비밀 레시피는 포뮬러로 불리는데 전세계의 보틀링 공장에 원액 공급. 지금은 미국자본주의 확산의 상징 
 
- 물건에 대한 욕구가 그 생산 영토에 대한 지배, 즉 식민지 건설로 전환. 스페인은 남미에서 금 약탈, 인디오 수 급감, 아프리카 흑인 노예 동원. 
 
- 고대사회에서 금은 곧 신. 고대 이집트 욍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 불상의 금박. 기독교 교회의 황금 장식. => 금이 집중된 영국은 금본위제 도입하여 세계금융 중심.  

49쪽: 간단히 말하자면 “금은 항상 그 당시의 최고권력 아래 모인다”라는 것입니다. 신대륙에서 대량의 금을 약탈해간 스페인은 16세기에 들어서 무적함대를 자랑하는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1588년 무적함대 아르마다가 영국에 패해 금을 빼앗기면서 유럽에서의 패권을 상실하게 됩니다. 스페인에게서 금을 빼앗은 영국은 그 후 더 나아가 브라질에서 금광을 발견함으로써 대량의 금을 보유하게 되고, 포르투갈로부터도 금을 빼앗는 데 성공하여 마침내 대영제국을 건설합니다. 이때 영국이 금을 긁어모은 방법은 ‘전쟁’이 아니라 ‘무역’이었습니다. 

- 금은 인간의 욕망을 상징. 중세에 많은 사람들이 연금술에 열광. 어리석은 욕망이 근대과학을 탄생시키는데 조력. 
 
- 철의 매력은 강함. BC 15세기경 아나톨리아 반도의 히타이트족이 최초 철제기술 사용. AD11세기경 유럽에서 수차 이용이 급속하게 확산되어 대량의 바람을 용광로에 불어넣기가 가능하면서 철 생산량 비약적 발전. => 철제 농기구 사용으로 중세의 농업혁명. 18세기 산업혁명의 토대. => 철은 번영과 파괴(전쟁 무기)를 제공
 
- 브랜드는 일종의 기호. 브랜드 전략이 성립하는 것은 광고에 의해 기호가 가치를 갖게 되기 때문. 일본의 경우 최초는 당물, 즉 당나라의 수입 물품, 

70쪽: 이집트라는 브랜드는 수천 년의 역사가 빚어낸 것이지만 전혀 아무것도 없는 곳이 사람들의 동경과 열망을 집중시키는 곳으로 브랜드화한 장소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할리우드입니다. 지금이야 영화의 성지이지만 과거에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땅이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에는 서해안의 밝고 온화한 기후가 반영되었고, 그 밝은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영화에 세계인들은 열광하게 된 것이죠. 예를 들어 미국인이 갖고 있는 미녀의 이미지는 할리우드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비비안 리, 오드리 헵번, 마릴린 먼로 등은 전부 할리우드라는 브랜드가 세계에 제공한 ‘브랜드 미녀’들입니다. 
 
- 세계사를 큰 흐름으로 이해할 때 국가의 번영을 중심의 이동으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 버블 경제가 무너지기 전 일본, 미국에 중심을 빼앗기기 전 영국. 영국인과 일본인들은 지금 자신에게서 중심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상실감, 기울어가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불안감에 적잖이 고통스러워한다. 
 
-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문화예술의 중심(로마, 피렌체, 파리, 빈)이었던 곳은 브랜드가 된다. 그 중심이 떠나도 선명한 발자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의 중심이었던 곳은 브랜드가 되지 않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77쪽: 우리는 사람이 있는 곳에 가고 싶다는 본능적인 욕망을 갖고 있다. 동물이 무리를 짓듯 하나의 생물로서 욕구와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인간의 욕망을 대도시가 충족시켜준다. 이런 욕망이 세계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2장 서양 근대화의 힘: 모더니즘이라는 멈추지 않는 열차

2장에서는 ‘모더니즘’ 코드를 통해 마치 브레이크 페달이 고장 난 기관차처럼 점점 더 가속력을 갖게 된 근대문명은
어째서 필연적으로 치명적인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 날카롭게 통찰한다.
그리고 방향을 조금 바꿔, 가장 근대적인 철학자로 자타가 공인하는 데카르트 철학의 영향을 받아
신체를 경시하게 된 유럽의 근대사회가 왜 유독 ‘시각’만은 중시할 수밖에 없었는지 밝혀낸다.
또한 ‘원근법’은 왜 다른 시대 다른 공간이 아닌 바로 ‘유럽의 르네상스시대’에 발명될 수밖에 없었는지도 고찰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근대사회가 ‘보다-보여지다’라는 구조를 극대화시켜
‘보는 자’가 ‘보여지는 자’를 지배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낸 과정도 꼼꼼히 따져본다.

 
86쪽: 지금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근대화가 만들어낸 가속력에 쫓기고 있습니다. 라이트 형제가 인류 최초로 발동기가 달린 비행기로 비행에 성공한 것이 1903년의 일입니다. 그리고 아폴로 11호가 우주공간을 38만 킬로미터 이상 이동해 달에 착륙한 것이 1969년입니다. 인간이 하늘을 처음 날기 시작해 달에 발을 내딛기까지 불과 66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입니다. 이 그칠 줄 모르는 ‘좀 더, 좀 더’라는 압박이 바로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생겨난 압력의 정체입니다. 
 
- 민주주의는 근대사회의 특징이고 그 뿌리는 고대 그리스 로마에 있다. => 유럽이 아시아에 민주주의라는 사상을 가져오기까지 아시아는 왕정이 이어진다. 일본의 경우 메이지시대에 이르러 의회에 민주주의가 도입되었지만 세계사의 흐름과 비교하면 매우 늦다. 유럽에서는 기원전부터 민주주의가 싹텄는데, 일본은 19세기에야 겨우 민주주의를 경험한다. 
 
- 세계사에서 중세로 구분되는 시기, 구체적으로는 5세기 후반 서로마제국의 멸망부터 15세기까지의 약 1천년 동안 유럽은 거의 변화가 없다시피 한 일종의 가사상태에 빠진다. 이 시대의 주역은 유럽이 아니라 이슬람 세계와 몽골제국이다. => 중세의 침묵을 깨뜨리는 계기, 억압된 유럽의 가속성이 폭발하는 것이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다. 
 
95쪽: 카노사의 굴욕은 1077년 교황에 맞서다가 파문을 당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하인리히 4세가 교황이 머물던 북이탈리아의 카노사 성에 찾아가 사흘간이나 눈 속에서 떨며 사면을 청했던 유명한 사건이다. => 로마황제가 가진 세속적인 권력보다 교황의 종교적인 권력이 당시에 우세했음을 보여준다. => 비록 황제가 무력을 가졌지만 제후들 중 황제보다 교황 편에 서는 사람들이 더 많았기 때문. 
 
108쪽: 우리는 권력이라고 하면 막강한 군대를 손아귀에 넣고 민중을 원하는 대로 다스리거나 거대 자본을 장악한 뒤 시장을 통제하는 일 따위를 주로 떠올립니다. 그러나 진짜 권력은 그런 것과는 약간 거리가 있습니다. 진정한 권력은 그 시대의 지식을 독점하는 것입니다. 당시 유럽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신에 대한 지식이었습니다. - 108p
 
- 종교개혁은 신의 언어=권력이라는 철옹성을 무너뜨렸다. 당시 교회는 면죄부를 팔아 돈장사를 하였는데, 신의 대리인이라는 자격은 성서가 라틴어로 기록되어 일반인은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 민중은 신의 말을 일방적으로, 그것도 교회를 통해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지식의 독점이 교회의 위선적인 권력구조의 온상임을 간파하고 민중에게 知를 되돌려주려고 한 것이 루터의 종교개혁 본질이다. 
 
110쪽: 신과 일대일로 마주한다는 것은 성서를 통해 신 앞에 직접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것은 상상 이상으로 매우 엄격하고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종교개혁으로 교황이나 사제의 간섭 없이 신과 직접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은 한편으로는 좋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과 일대일 대면이라는 엄격함과 중압감에 짓눌려 정신병에 걸린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 종교개혁에 의해 탄생한 신교는 개인으로서 신과 마주하게 되고, 이는 금욕과 세트를 이루어 중압감이 상상을 초월한다. => 엄격한 금욕주의로 여성 히스테리 증가. 당시 가톨릭이 신교 보다는 성에 더 관대. 
 
- 신교중에서도 칼뱅파는 예정설을 따름. 신은 구제할 인간을 사전에 결정한다. => 노력과 상관없이 정해진다면 노력해봤자 소용없다는 염세적이 되기 쉬울 듯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칼뱅파는 더 열심히 일하고 선행한다. 전능하신 신이 끊임없이 선행하는 인간을 구제하지 않을 리 없다는 신념. => 세속의 직업을 하나의 소명으로 인식. 평생 일하는 것이 신에 대한 봉사. => 자신을 위한 소비는 지양하고 투자에 활용 => 이런 칼뱅파가 강한 네덜란드, 영국, 미국에서 자본주의가 발달.  

116쪽: 그렇다면 그런 소명으로 모은 돈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었을까요? 아무리 큰돈을 모아도 프로테스탄트는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했으므로 돈을 쓸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었습니다. 즉 일을 확대하는 것인데, 현대적인 개념으로 말하자면 ‘투자’인 셈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투자가 계속 확대재생산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부가 늘어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 탄생의 모체이자 메커니즘이 되었다는 것이 베버의 생각입니다. 
 
- 의심할 수 없이 확실한 것은 무엇인가? => 데카르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하지만 이는 신체에 대한 경시라는게 저자의 생각 => 몸에 힘이 넘쳐나고 온몸 구서구석 피가 돌 때 내가 정말 이 세상에 살아있다, 즉 내가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 => 좋은 생각이다. 나는 이렇게 변형시키고 싶다. "나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 ㅎㅎ 황창연 신부의 말씀. 누죽걸산: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지쳐 죽을 때까지 걷는게 최고!!! 
 
125쪽: 정신과 신체를 나누어, 신체에는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근대적인 사고방식에는 기독교, 특히 프로테스탄트의 금욕적인 가르침이 들어있다. 즉 근대의 신체 경시풍조 역시 기독교적인 가치관의 연장선상에서 생겨난 것이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신체는 인간이 오랜 옛날부터 갖고 있던 인식으로부터 상당히 멀어지게 되었다.
 
125쪽: 한데 이 시기에 딱 하나 우위에 섰던 신체감각이 있는데 바로 시각이다. 촉각적인 것이 가치가 떨어지는 반면 한편 시각만은 상당히 중시한다. => 만져서 얻어지는 것은 부정확하지만 시각으로 얻는 것은 정확하다는 사고방식 (장님 코끼리 만쟈보는 사례) => 시각 우위의 절정이 원근법: 눈에 비친 입체적인 상을 평면에 정확히 복사 => 15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128쪽: 중세에서 ‘성서’라는 지식을 지배하는 것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권력으로 이어졌듯이 근대에서는 ‘시선’을 지배하는 것이 권력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잘 의식하지 못하지만 시선에 의한 지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공위성’입니다. 
 
130쪽: 보이지 않는 감시자에게 기도를 한다. 이것은 감시하는 쪽이 ‘신’이 되어간다는 뜻입니다. 노출되는 쪽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사실 때문에 점점 더 수동적이 되어가고 고통스러워집니다. 그러다가 차라리 상대를 신으로 숭배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죠. 결국 죄수들은 감시자가 없어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일방적인 시선을 자신 안에서 내면화해 정착시켜버리는 것입니다. 
 
- 심리학자 프로이트의 다니엘 슈레버라는 편집증 환자 사례: 자신의 눈꺼풀을 난쟁이가 열고 닫는다는 고백을 조사한 결과, 그의 부친이 아들을 너무 열심히 교육시킨 나머지 아들이 졸지 못하도록 눈꺼풀을 잡아당기는 기계와 등을 바로 펴게 하는 기계를 사용 => 근대화라는 이름하에 지나친 합리성을 추구한 서양문명에 대한 경고. 인간은 합리성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합리성이나 생산성 같은 이성적인 것만 추구하다 보면 자칫 인간성이 파괴되는 위험이 있다. . 
 
135쪽: 날마다 아무 고민 없이 사용하는 구글 등의 검색사이트에도 ‘보여지는 자=지배받는 자’의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당신이 검색한 것에는 당신의 취미나 기호가 반영됩니다. 당신이 컴퓨터에 입력했던 구체적인 키워드 목록이나 옥션 등에서의 구입 이력은 이미 유출되고 당신의 취향은 알고리즘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무서운 생각이 들지 않나요? => 정보를 쥐는 자가 권력의 중심을 장악
 

3장 제국의 야망사: 군주들은 왜 영토 확장에 혈안이 되는가

3장에서는 마케도니아 제국을 비롯해 로마제국과 이슬람제국, 진나라 등 중세와 근대를 움직인 ‘제국주의’가
실은 힘을 과시하고, 남을 지배하고 정복하고자 하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 남자의 천성에서 연유한 거라고 분석하며,
글로벌기업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안에 어떻게 제국주의의 메커니즘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는지도 밝혀낸다.


148쪽: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독립의 기운이 고조되는 것은 제국의 폭압적인 지배 속에서 솔솔 연기를 내고 있던 원한의 불씨, 피지배 민족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 희망의 불씨가 제국이 쇠락해감으로 인해 급격히 불길이 피어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땅은 빼앗을지언정 사람의 정체성과 자긍심까지 완전히 말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제국의 야망의 근원은 "내 앞에 무릎을 꿇어라!" 페르시아, 중국 조공무역 
 
- 끝을 몰라 자멸하는 제국: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제국 존재는 고작 10년, 사후 분열 => 로마 카이사르, 프랑스 나폴레옹의 우상 => 현대판 제국: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162쪽: 일본인은 토론에 서툴다고 하는데, 청중도 서툴기는 마찬가지이다. 일본의 청중은 놀랄 만큼 조용해서 '오~'하는 소리를 내기는 커녕 '질문 없습니까?'하는 말에도 거의 반응을 하지 않는다...... 서양에서는 이러한 연설과 웅변이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고, 현재 미국 대통령 선거에까지 계승되어 승패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고 있다. 그것은 연설에 그 사람의 인간성의 크기와 비전, 논리력, 실행력 등 모든 것이 나타난다고 인식하는 문화이다. 따라서 서양에는 말주변이 없는 영웅이 매우 드물다. 그에 비해 일본에는 연설이라는 문화가 매우 빈약하다.
 
- 이집트는 제국이 아니다. 파라오가 지배하는 이집트 민족국가. 파라오는 태양신의 화신인 동시에 신관이기도 하다. 피라미드는 노예를 강제시켜서 만든게 아니라 비농사 시기에 민중을 구제하기 위한 일종의 공공사업. 이집트는 기본적으로 땅이 비옥하여 국외로 나갈 필요가 없었다. => 반면에 로마는 제국. 상대적으로 척박한 땅이라 영토 확장을 위한 노력. 제국은 이민족을 정복에 의해 자국의 영향권 안에 편입시켜 적극적으로 지배하는 체제. 이런 의미에서 정복한 땅을 속주로하여 중앙지배를 시행한 로마가 가장 제국의 느낌. 
 
- 로마는 다신교 관용. 기독교는 유일신이라 기독교와 로마는 불협화음 => 제국 말기에 황제 권한 강화하여 기독교 탄압 => 313년 기독교 공인, 392년 기독교 국교. 탄압해도 약화되지 않는 기독교 세력을 같은 편으로 끌어안는 것으로 황제의 권위를 높이려했음. 하지만 이 무렵부터 로마는 쇠퇴의 길로 진입. 395년 제국은 동서 분열. => 탄압해도 안되고 적극적으로 끌어안아도 안된다. 역시 종교에는 손을 대지 않았던 카이사르의 방식이 현명했다. 

173쪽: 이슬람법에서는 이슬람교로 개종한 자는 아랍인이 아니어도 인두세(지즈야)를 면제하고, 동시에 농업에 종사하는 자는 아랍인이어도 똑같이 지조地租, 토지세를 내야 한다고 정해져 있습니다. 이민족을 차별하지 않는 이러한 평등한 세법이 이후의 이슬람 왕조에 적용되었기 때문에 이슬람교는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고, 제국은 번영을 유지하게 됩니다. 
 
- 현대의 제국은 자본이다. 금융자본이나 IT 제국. => 내 생각으로는 중국, 러시아도 제국주의나 마찬가지이다. 트럼프의 미국도 그러하고. 

4장 세계사에 나타난 몬스터들: 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이 일으킨 격진

4장에서는 세계사에 나타난 몬스터들 - 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을 다룬다.
자본주의라는 ‘녹슨 기관차’는 왜 멈추지 않는지,
나치스의 파시즘은 초기에 어떻게 전 국민의 호응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현대세계는 과연 파시즘을 무너뜨렸는가에 대해 고찰해본다.


- 현대세계의 결정적인 시스템은 자본주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빈부격차 => 마르크스 자본론: 자본은 자기 증식을 행하는 가치의 운동체다. 즉 사회에 투하된 화폐가 유통하는 과정에서 보다 큰 화폐가 되어 회수된다는, 자본이 이윤과 잉여 가치를 낳는 사회시스템. => 문제가 많고 모순덩어리라는 자본주의가 왜 계속 진행되는가 => 대항으로 등장했던 공산주의, 사회주의라는 실험이 명백한 실패로 끝났기 때문 => 근본적인 차이: 자본주의는 태생적으로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 자연적인 시스템인데 반해 사회주의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데 있다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의 싸움은 시대의 발전과 시스템의 차이로 인한 다툼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투쟁이었습니다. …자본주의는 어떤 의미에서 ‘욕망’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인데, 여기에서의 욕망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욕망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마음, 오래 살고 싶은 마음, 좋은 물건을 갖고 싶은 마음, 이런 것이 모두 욕망입니다. 그런 다양한 욕망들이 모여 서로 충돌하고 화합하며 시나브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자본주의 시스템입니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함으로써 하나의 이상적인 세계를 건설하고자 했기 때문에 사람들 하나하나의 근본적인 마음의 움직임을 무시한 채 시스템과 메커니즘을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의 욕망을 완전히 무시한 채 이론적으로 이상적인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결국 그것을 운용하는 인간은 여전히 욕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 현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본주의라고 하는, 상황에 따라 아군도 될 수 있고 적군도 될 수 있는 몬스터를 적절히 길들이는 지혜이다

209쪽: 지금의 중국이 흥미로운 것은 공산 국가 특유의 독재적인 시스템을 유지한 채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야누스처럼 미묘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국은 사회주의 몸체에 자본주의의 바퀴를 달고 달리는 기관차와도 같다. => 비닐봉투로 인한 백색오염이 심하여 유료화하자 거의 사용하지 않게됨. 획일적 사회의 모습은 코로나 대응책에서 잘 볼 수 있었음.

217쪽: 나는 종종 자본주의라고 하는,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차이를 기본으로 한 체제에서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가진 자가 되었을 때 과연 이 시스템이, 그리고 더 나아가 지구라는 별이 과연 그 엄청난 압력을 견디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곤 합니다. 이것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사람의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경험한 사회주의 시스템의 실패로도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미래는 인류 전체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223쪽: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 소비에트 연방에서의 공산주의 실험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여기엔 미국과의 광적인 경쟁이 한몫을 했지만 궁극적으로 소련은 다른 나라에 의해 멸망한 것이 아니다. 그 자신이 만들어 낸 사회주의라는 시스템이 빚어낸 수많은 문제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곪을 대로 곪고 썩을 대로 썩어 마침내 붕괴로 치달은 것이다.
소련은 1922년에 성립되어 1991년 붕괴하기까지 69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유지되었다.

226쪽: 사회주의는 착취와 억압을 당하던 노동자들이 힘을 갖게 되면 자유롭고 풍요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로 무장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다. 자유는 더욱 억압되고 생활은 갈수록 어려워졌으며 수많은 생명이 희생을 당해야했다.

230쪽: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것은 사회가 원시공동체에서 노예제, 봉건제, 자본주의로 진화하고 발전한 결과로서 필연적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마르크스주의의 기초 이론인 사적 유물론의 요점이다. 마르크스는 인간의 역사를 계급투쟁의 반복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그 투쟁은 하층민이 상층민을 타도함으로써 평등하게 된다. 따라서 역사의 필연으로 언젠가는 완전히 평등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232쪽: 사회주의를 고찰함에 있어 또 하나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주의가 왜 필연적으로 폭력에 의한 독재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가 하는 것이다. => 세계사에서 가장 많은 동족을 살해한 인물: 소련 스탈린 숙청, 중국 모택동 문화대혁명, 캄보디아 폴 포트 킬링 필드 사례

-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러시아 혁명(1917년) 직후부터 사회주의 실패를 예언하였다. 1918년 6월 오스트리아 연설에서 관료제의 필연적인 결과로서 사회주의는 멸망할 수밖에 없다 라고 주장했다. => 자본주의는 경쟁 원리에 바탕을 둔 약육 강식의 세계이다. 하지만 사회주의적 관료제에서는 능력보다 지위와 역할이 중시된다. 예를 들어, 능력이 떨어져도 일단 어느 정도의 위치에까지 오르게 되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 이와 같은 능력의 부정은 사람들로부터 일할 의욕을 빼앗아간다. 노력하든 하지 않던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일단 어느 정도 이제 위치에 오른 사람은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보다는 자신의 지위를 지키는 일에 골몰하게 된다. => 사회주의는 그 속성상 한쪽으로 굳어지는 방향으로 치닫기 쉽다. 일단 독재이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선거도 없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내부적인 것이라서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 노동자의 처지는 점점 악화된다.

249쪽: 20세기의 몬스터로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가 파시즘이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독일의 히틀러, 스페인의 프랑코 정권과 일본이 떠오를 것이다. 파시즘이라는 말은 무솔리니가 자신의 사상을 그렇게 부른 것에서 비롯되었는데, 이후 그와 유사한 사상을 총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 나치스의 파시즘을 받아들인 보통 사람들. 파시즘을 지탱하는 '무엇이든지 반대'정신

251쪽: 이런 극도의 인플레이션은 독일 경제를 몰락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중류로 살았던 사람들은 하류로 내몰리게 됩니다. 하지만 하층으로 밀려났어도 ‘우리는 하류층과는 다르다’라는 강한 자존심을 갖고 있었죠. 그래서 하류층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사회주의 혁명을 할 수 없다, 우리는 더 좋은 삶을 살아야 하는 계층이다, 하며 하류층과 단결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이러한 중간층 특유의 계층의식을 간파하고 그 틈을 치밀하게 파고든 것이 바로 히틀러와 나치스였던 것입니다.

267쪽: 독일인만 비난하기 어려운 것이, 인간의 본성 면에서 볼 때 어느 민족이나 당시 독일과 유사한 상황에서 히틀러 같은 지도자가 등장하면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하게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최근의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인이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것처럼 이슬람을 표적으로 삼아 하나가 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세계의 부를 자국에 집중시키려고 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민족주의를 고양시키고, 대 이슬람 전쟁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의구심과 약간의 두려움마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5장 세계사의 중심에는 언제나 종교가 있었다: 신들은 과연 세상을 구원했는가

5장에서는 종교의 관점으로 넘어가,
‘일신교 3형제(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거의 모든 인류 전쟁사의 주범이 될 수밖에 없었던 기막힌 역사와
‘사랑의 종교’인 기독교가 제국의 야망과 하나가 되고,
기본적으로 관용적인 이슬람교가 전 세계적인 분쟁의 불씨가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역사도 짚어본다.

276쪽: 기독교 이외의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보았을 때 서양 근대는 악의 화신이다. 서양 근대에는 제국주의 하에서 전쟁과 침략이 이루어졌고 대량 학살까지 일어났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이에 대해 유럽이나 미국, 그리고 독일과 일본 등 제국주의 국가들은 제대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 그 배경에는 서양 근대가 낳은 제국주의와 기독교가 하나가 되어 정복을 추진했다는 냉혹한 현실이 있다.

278쪽: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제국의 야망과 하나가 되었고 이슬람교는 한편으로 관용적인 측면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전세계적인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원래 기독교와 이슬람교 모두 유대교라는 일신교의 뿌리를 박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유대교가 말하는 메시아는 예수 그리스도라고 믿는 것이 기독교, 아직 메시아는 왕림하지 않았다고 믿는 것이 유대교, 예수도 모세처럼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예언자의 하나로 무함마드가 최후의 예언자라고 주장하는 것이 이슬람교이다. 따라서 이 세 종교가 말하는 신은 사실 같은 신이다. => 세계의 역사, 특히 전쟁의 역사 대부분은 이 종교 삼형제의 집안 싸움이라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인류를 구원할 종교가 싸움의 원천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인간세계의 복잡함을 실감하게 된다.

282쪽: 근대 합리주의의 영향으로 인간은 대단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이든지 자기 생각대로 할 수 있다는 교만함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이 문명을 이루고 역사를 만들기 시작한 때로부터 불과 4~5,000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근대 합리주의가 등장한지도 불과 몇 백 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의 마음이 다시 종교로 돌아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흐름인지도 모른다.

314쪽: 집단으로 코란을 암송하는 모습에 종교적인 ‘세뇌’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무슬림에게 코란은 신의 말씀으로, 가장 중요하고 성스러운 것입니다. 그 소중한 것을 자녀가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히도록 하는 것은 한 치의 의심도 필요 없는 ‘훌륭한 일’입니다. 게다가 우리가 선입관을 갖고 있는 것처럼 무슬림이 모두 공격적이고 세계평화에 위협이 된다면 문제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오히려 그들은 기독교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용적이고 평화지향적입니다. 아이들이 코란을 암송하는 모습을 테러리스트 육성 장면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테러 영상과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같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CNN 같은 미국 매스컴에서 제공하는 영상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결과 ‘이슬람=테러’라는 공포 이미지로 세뇌당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현대사회를 올바로 판단하기 위해서도 역사를 통해 종교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해제
355쪽: 한마디로 우리는 한국 역사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마르크스주의 유물사관을 논하던 시절에 해놓은 연구가 있고, 그렇게 욕은 하지만 일제 시대의 실증 사학에 의한 아주 오래된 연구들이 일부 남아 있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된 연구, 그런 것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자,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역사학이 필요하지 않은 것인가?

역사는 시대에 따라서 해석되고 재해석된다. 현대에 재해석되지 않은 역사는 죽은 것이고, 시대가 역사를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후대에 그 시대도 재해석되는 것이다. 해석이 죽은 시대는 그 시대 자체가 죽었거나, 해석이 살아 있는 다른 시대에 필연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다. 역사학을 가지지 않은 나라에서 능동적으로 시대를 열거나 주도한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339쪽: 역사학을 버린 나라가 과연 지금의 경제적 덩치를 이끌고 내부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문제들을 어떻게든 해소하면서 다음 단계로의 진화를 계속해나갈 수 있을까?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역사학의 붕괴에서 생겨나는 부작용은 이런 국가나 사회와 같은 거창한 차원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들에게도 치명적인 결함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교보문고 책 소개

누적 판매 1천만 부의 저자,
‘지혜의 거인’ 사이토 다카시의 독보적인 역사교양서!
출간 당시, 10개월 만에 10만 부가 판매되며 유수 기업과 경제 단체의 필독서 선정은 물론, 오랫동안 전국 서점의 역사 문화 분야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던 사이토 다카시의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이 15년 만에 새로운 디자인의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은 세계사를 관통하는 커다란 이슈들을 중심으로 역사 전반을 날카롭게 분석하며, 인류가 지나온 자취를 꼼꼼히 살피고 사유하게 하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인간의 감정이 세계사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전제에서 그 감정이 만들어낸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 종교의 다섯 가지 힘을 제기한다.

 

작가정보:  사이토 다카시

일본 메이지대학교 문학부 교수. 도쿄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어려운 지식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탁월한 능력을 바탕으로 수천만 독자를 사로잡고 있는 그는 교육학, 신체론, 경제경영학, 커뮤니케이션론 등을 기초로 통합적 지식을 담은 관련 서적을 다수 집필했다.
학창 시절 누구나 배운 세계사. 하지만 세계사의 커다란 흐름을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자기 나름의 분명한 관점을 바탕으로 논리정연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것은 학창 시절 역사를 공부할 때 연호나 용어 암기에만 그치고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공부는 세세한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세계사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암기력'이 아니라 흐름을 이해하는 '문맥력'이다. 이런 확고한 신념을 갖고 써내려간 이 책은 그 열정과 노력의 값진 열매라고 할 수 있다.
분야의 틀에 갇히지 않은 열린 시각과 날카로운 분석으로 수많은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그의 주요 저서로는 『일류의 조건』 『지적인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교양수업』 『혼자 있는 시간의 힘』『내가 공부하는 이유』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등이 있고, 총 누적 판매 부수는 1천만 부를 돌파했다.

 

목차

  • 프롤로그 ‘다섯 가지 힘’과 ‘인간의 감정’을 통해 역사를 읽는다!

    1장 Desire
    욕망의 세계사 - 물질과 동경이 역사를 움직인다

    1 세계를 양분하는 근대의 원동력-커피와 홍차
    스타벅스와 글로벌리즘 | 발자크의 걸작을 가능케 한 ‘검은 액체’ | ‘잠들지 않는’ 근대의 원동력이 된 커피 | 커피하우스가 발전시킨 근대적인 비즈니스 | 존재하지 않는 욕구를 만들어낸 커피 상인의 상술 | 커피가 만들어낸 극심한 빈부의 격차 | 유럽에서 녹차보다 홍차가 더 사랑받은 것은 ‘설탕’ 때문이었다? | ‘차 vs. 커피’의 세계사 | 미국의 세계 지배 전략의 상징이 된 ‘코카콜라’
    2 세계사를 달리게 하는 양대 바퀴-금과 철
    인간의 물질에 대한 욕망이 식민지화로 | ‘신의 육체’를 손에 넣은 인간 | ‘금’의 이동은 ‘권력’의 이동 | 근대과학을 낳은 욕망의 연금술 | 아름답지 않은 금속 ‘철’이 움직이는 세계사 | 인류 역사에서의 철의 공과 죄
    3 욕망이 사람을 움직인다-브랜드와 도시
    기호를 소비하는 시대 | 브랜드가 현대사회를 지배한다 | 스스로 만들어낸 ‘열망’에 춤추는 현대인 | ‘중심의 이동’으로 보는 세계사의 거대한 흐름 | 무리 짓는 본능, ‘도시화’

    2장 Modernism
    서양근대화의 힘 - 모더니즘이라는 멈추지 않는 열차

    1 근대화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딜레마의 근대화 | 근대문명의 딜레마를 만들어낸 ‘가속력’ | 근대유럽의 원천이 된 민주정치 | 중세를 상징하는 ‘카노사의 굴욕’ | 근대가 미우니까 기독교까지 밉다
    2 자본주의는 기독교로부터 생겨났다
    ‘신의 용서’를 파는 교회 | ‘신의 언어=권력’의 철옹성을 무너뜨린 종교개혁 | 가톨릭의 ‘느슨함’을 잃어버린 프로테스탄트 | 베버가 꿰뚫어 본 자본주의 탄생의 비밀
    3 경시된 근대의 ‘신체’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에 대한 회의 | 원근법이 근대에 발명된 이유 | ‘시선’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 보는 자가 지배하는 세계의 공포 | 정보가 ‘지배하는 눈’을 대신하는 현대사회 | ‘신체’적인 욕구에 굶주려 있는 현대인

    3장 Imperialism
    제국의 야망사 - 군주들은 왜 영토 확장에 혈안이 되는가

    1 야망이 만들어낸 ‘제국’이라는 괴물
    세계사는 ‘정체성’을 둘러싼 분쟁의 기록 | 제국의 야망의 근원은 “내 앞에 무릎을 꿇어라!” | 끝을 몰라 자멸하는 제국
    2 성공하는 제국 실패하는 제국
    그리스 시대부터 계속되어온 ‘연설’의 전통 | 제국의 본질-이집트 왕국과 로마제국의 차이 | 종교만큼은 건드리지 않았던 율리우스 카이사르 | 다른 민족들과 사회적인 구조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붕괴한 로마제국 | 가장 이질적인 제국, 이슬람 | 힘만으로는 제국을 유지할 수 없다
    3 세습은 제국 붕괴의 첫걸음
    전국제패와 『삼국지』에 자극 받는 남심의 비밀 | 사후에도 살아남았던 황제들 | 현대세계를 주무르는 ‘보이지 않는 제국’ | 야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세습금지안’이 필요하다?

    4장 Monsters
    세계사에 나타난 몬스터들 - 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이 일으킨 격진

    1 현대세계를 지배하는 자본주의
    마르크스가 간파한 자본주의의 본질 | 자본주의라는 ‘녹슨 기관차’는 왜 멈추지 않을까? | 사회주의 몸체에 자본주의 바퀴를 달고 달리는 중국 | 자본주의의 적은 자신 안에 있다 | 신흥 자본주의 중국과 인도의 역습
    2 20세기 최대의 실험, 사회주의
    마르크스주의가 지식인에게 ‘리트머스 시험지’였던 시대 | 스스로 붕괴한 제국, 소비에트 연방 |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라는 미궁에서 탄생한 사회주의라는 종교 | ‘평등’과 ‘독재’는 종이 한 장 차이 | 러시아혁명 직후, 소련 사회주의의 몰락을 예견한 인물 | 국가의 노예로 전락한 ‘위대한’ 노동자들 | 평등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관료제’라는 장애물
    3 위기가 만든 파시즘이라는 괴물
    나치스의 파시즘을 받아들인 ‘보통’ 사람들 | 파시즘을 지탱하는 ‘무엇이든지 반대’ 정신 | 제1, 2차 세계대전의 본질 | 역사상 전무후무한 선전선동가였던 히틀러 | ‘전부 없었던 것으로’ 하고 싶은 대중의 마음을 교묘히 파고든 파시즘 | 현대세계는 과연 파시즘을 무너뜨렸는가

    5장 Religions
    세계사의 중심에는 언제나 종교가 있었다 - 신들은 과연 세상을 구원했는가

    1 세계사를 움직이는 일신교 삼 형제- 유대교ㆍ기독교ㆍ이슬람교
    근대에 되살아나는 ‘신’들 | 남미 정복의 첨병 역할을 했던 기독교 | 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는 일신교 삼 형제의 집안다툼이었다? | 다시 종교로 돌아서는 현대인 | 한자와 히에로글리프로 엿보는 고대인의 종교관 | 세계 신화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위대한 힘 | 종교의 시대보다 ‘신화의 시대’로 돌아가라 | 존재에 대한 불안이 종교를 소생시킨다
    2 암흑이 아니었다!-재인식되는 중세
    ‘성의 단속센터’로서의 중세 가톨릭교회 | 성직자가 가장 선정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 육체를 지배함으로써 인간을 통제했던 중세 기독교회 | 르네상스의 발단이 된 십자군 전쟁 | 중세 유럽을 송두리째 뒤바꾼 연금술 | 연금술의 최종 도착점은 ‘금’이 아니라 ‘화학’이었다?
    3 이슬람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것들
    ‘이슬람=테러’라는 공포 이미지가 만들어진 이유 | 세계 문화의 최첨단을 이룩했던 이슬람 세계 | ‘캐시어스 클레이’가 ‘무하마드 알리’로 개명한 이유 | 무슬림에게 이슬람교는 공동체 그 자체다 | 의외로 느슨한 이슬람의 계율 | 전 세계로 확산되는 이슬람 세계 | 인류 역사상 최악의 형제 싸움, 팔레스타인 분쟁

    해제 ‘맥락’과 ‘디테일’의 작가 사이토 다카시가 제공하는 쓸모 있는 세계사 교양 - 우석훈

책 속으로

커피의 자극은 인간의 한계와 나태함을 극복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도를 넘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는 마인드가 서양문화, 특히 근대화의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그칠 줄 모르는’ 지속성의 기본요소이자 근간이 됩니다. - 24p


여유로운 기분의 홍차에서 각성작용이 강한 커피로 전환한 것이 그 후 미국이 세계를 제패하게 된 하나의 보이지 않는 동력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차는 진하고 감칠맛 나는 부드러운 분위기와 격조 있는 문화와 예술을 만들어냈습니다. 반면 커피는 활력 있는 분위기와 사업적인 발전, 가격적인 진보를 이룸으로써 근대 이후의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습니다.
차와 커피, 이 두 가지는 지금도 여전히 세계 음료 시장을 양분해 지배하고 있습니다. 또한 둘 가운데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국민성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 37~38p


간단히 말하자면 “금은 항상 그 당시의 최고권력 아래 모인다”라는 것입니다. 신대륙에서 대량의 금을 약탈해간 스페인은 16세기에 들어서 무적함대를 자랑하는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1588년 무적함대 아르마다가 영국에 패해 금을 빼앗기면서 유럽에서의 패권을 상실하게 됩니다. 스페인에게서 금을 빼앗은 영국은 그 후 더 나아가 브라질에서 금광을 발견함으로써 대량의 금을 보유하게 되고, 포르투갈로부터도 금을 빼앗는 데 성공하여 마침내 대영제국을 건설합니다. 이때 영국이 금을 긁어모은 방법은 ‘전쟁’이 아니라 ‘무역’이었습니다. - 49~50p


이집트라는 브랜드는 수천 년의 역사가 빚어낸 것이지만 전혀 아무것도 없는 곳이 사람들의 동경과 열망을 집중시키는 곳으로 브랜드화한 장소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할리우드입니다. 지금이야 영화의 성지이지만 과거에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땅이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에는 서해안의 밝고 온화한 기후가 반영되었고, 그 밝은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영화에 세계인들은 열광하게 된 것이죠. 예를 들어 미국인이 갖고 있는 미녀의 이미지는 할리우드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비비안 리, 오드리 헵번, 마릴린 먼로 등은 전부 할리우드라는 브랜드가 세계에 제공한 ‘브랜드 미녀’들입니다. - 70p


지금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근대화가 만들어낸 가속력에 쫓기고 있습니다. 라이트 형제가 인류 최초로 발동기가 달린 비행기로 비행에 성공한 것이 1903년의 일입니다. 그리고 아폴로 11호가 우주공간을 38만 킬로미터 이상 이동해 달에 착륙한 것이 1969년입니다. 인간이 하늘을 처음 날기 시작해 달에 발을 내딛기까지 불과 66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입니다. 이 그칠 줄 모르는 ‘좀 더, 좀 더’라는 압박이 바로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생겨난 압력의 정체입니다. - 86~87p


우리는 권력이라고 하면 막강한 군대를 손아귀에 넣고 민중을 원하는 대로 다스리거나 거대 자본을 장악한 뒤 시장을 통제하는 일 따위를 주로 떠올립니다. 그러나 진짜 권력은 그런 것과는 약간 거리가 있습니다. 진정한 권력은 그 시대의 지식을 독점하는 것입니다. 당시 유럽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신에 대한 지식이었습니다. - 108p


신과 일대일로 마주한다는 것은 성서를 통해 신 앞에 직접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것은 상상 이상으로 매우 엄격하고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종교개혁으로 교황이나 사제의 간섭 없이 신과 직접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은 한편으로는 좋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과 일대일 대면이라는 엄격함과 중압감에 짓눌려 정신병에 걸린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 110p


그렇다면 그런 소명으로 모은 돈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었을까요? 아무리 큰돈을 모아도 프로테스탄트는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했으므로 돈을 쓸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었습니다. 즉 일을 확대하는 것인데, 현대적인 개념으로 말하자면 ‘투자’인 셈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투자가 계속 확대재생산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부가 늘어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 탄생의 모체이자 메커니즘이 되었다는 것이 베버의 생각입니다. -116p
중세에서 ‘성서’라는 지식을 지배하는 것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권력으로 이어졌듯이 근대에서는 ‘시선’을 지배하는 것이 권력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잘 의식하지 못하지만 시선에 의한 지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공위성’입니다. - 128p


보이지 않는 감시자에게 기도를 한다-. 이것은 감시하는 쪽이 ‘신’이 되어간다는 뜻입니다. 노출되는 쪽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사실 때문에 점점 더 수동적이 되어가고 고통스러워집니다. 그러다가 차라리 상대를 신으로 숭배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죠. 결국 죄수들은 감시자가 없어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일방적인 시선을 자신 안에서 내면화해 정착시켜버리는 것입니다. - 130p


날마다 아무 고민 없이 사용하는 구글 등의 검색사이트에도 ‘보여지는 자=지배받는 자’의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당신이 검색한 것에는 당신의 취미나 기호가 반영됩니다. 당신이 컴퓨터에 입력했던 구체적인 키워드 목록이나 옥션 등에서의 구입 이력은 이미 유출되고 당신의 취향은 알고리즘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무서운 생각이 들지 않나요? - 134p


이슬람법에서는 이슬람교로 개종한 자는 아랍인이 아니어도 인두세지즈야를 면제하고, 동시에 농업에 종사하는 자는 아랍인이어도 똑같이 지조地租, 토지세를 내야 한다고 정해져 있습니다. 이민족을 차별하지 않는 이러한 평등한 세법이 이후의 이슬람 왕조에 적용되었기 때문에 이슬람교는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고, 제국은 번영을 유지하게 됩니다. 173-175p


이렇듯 문제가 많고 모순덩어리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라는 기관차는 도대체 왜 멈추지 않는 걸까요? 완전한 설명이 될 수는 없지만 자본주의가 멸망하지 않는 것은 그에 대항하기 위해 등장했던 공산주의, 사회주의라는 실험이 명백한 실패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 205p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의 싸움은 시대의 발전과 시스템의 차이로 인한 다툼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투쟁이었습니다. …자본주의는 어떤 의미에서 ‘욕망’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인데, 여기에서의 욕망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욕망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마음, 오래 살고 싶은 마음, 좋은 물건을 갖고 싶은 마음, 이런 것이 모두 욕망입니다. 그런 다양한 욕망들이 모여 서로 충돌하고 화합하며 시나브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자본주의 시스템입니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함으로써 하나의 이상적인 세계를 건설하고자 했기 때문에 사람들 하나하나의 근본적인 마음의 움직임을 무시한 채 시스템과 메커니즘을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의 욕망을 완전히 무시한 채 이론적으로 이상적인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결국 그것을 운용하는 인간은 여전히 욕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 206~207p


나는 종종 자본주의라고 하는,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차이를 기본으로 한 체제에서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가진 자가 되었을 때 과연 이 시스템이, 그리고 더 나아가 지구라는 별이 과연 그 엄청난 압력을 견디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곤 합니다. 이것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사람의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경험한 사회주의 시스템의 실패로도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미래는 인류 전체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 217p


이런 극도의 인플레이션은 독일 경제를 몰락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중류로 살았던 사람들은 하류로 내몰리게 됩니다. 하지만 하층으로 밀려났어도 ‘우리는 하류층과는 다르다’라는 강한 자존심을 갖고 있었죠. 그래서 하류층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사회주의 혁명을 할 수 없다, 우리는 더 좋은 삶을 살아야 하는 계층이다, 하며 하류층과 단결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이러한 중간층 특유의 계층의식을 간파하고 그 틈을 치밀하게 파고든 것이 바로 히틀러와 나치스였던 것입니다. - 251p


독일인만 비난하기 어려운 것이, 인간의 본성 면에서 볼 때 어느 민족이나 당시 독일과 유사한 상황에서 히틀러 같은 지도자가 등장하면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하게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최근의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인이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것처럼 이슬람을 표적으로 삼아 하나가 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세계의 부를 자국에 집중시키려고 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민족주의를 고양시키고, 대 이슬람전쟁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의구심과 약간의 두려움마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 267p


집단으로 코란을 암송하는 모습에 종교적인 ‘세뇌’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무슬림에게 코란은 신의 말씀으로, 가장 중요하고 성스러운 것입니다. 그 소중한 것을 자녀가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히도록 하는 것은 한 치의 의심도 필요 없는 ‘훌륭한 일’입니다. 게다가 우리가 선입관을 갖고 있는 것처럼 무슬림이 모두 공격적이고 세계평화에 위협이 된다면 문제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오히려 그들은 기독교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용적이고 평화지향적입니다. 아이들이 코란을 암송하는 모습을 테러리스트 육성 장면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테러 영상과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같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CNN 같은 미국 매스컴에서 제공하는 영상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결과 ‘이슬람=테러’라는 공포 이미지로 세뇌당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현대사회를 올바로 판단하기 위해서도 역사를 통해 종교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 314p


한마디로 우리는 한국 역사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마르크스주의 유물사관을 논하던 시절에 해놓은 연구가 있고, 그렇게 욕은 하지만 일제 시대의 실증 사학에 의한 아주 오래된 연구들이 일부 남아 있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된 연구, 그런 것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자,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역사학이 필요하지 않은 것인가? - 335p(〈해제〉 중에서)


역사는 시대에 따라서 해석되고 재해석된다. 현대에 재해석되지 않은 역사는 죽은 것이고, 시대가 역사를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후대에 그 시대도 재해석되는 것이다. 해석이 죽은 시대는 그 시대 자체가 죽었거나, 해석이 살아 있는 다른 시대에 필연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다. 역사학을 가지지 않은 나라에서 능동적으로 시대를 열거나 주도한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 335~336p(〈해제〉 중에서)


역사학을 버린 나라가 과연 지금의 경제적 덩치를 이끌고 내부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문제들을 어떻게든 해소하면서 다음 단계로의 진화를 계속해나갈 수 있을까?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역사학의 붕괴에서 생겨나는 부작용은 이런 국가나 사회와 같은 거창한 차원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들에게도 치명적인 결함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 339p(〈해제〉 중에서)

 

출판사 서평

‘맥락’과 ‘디테일’의 작가 사이토 다카시,
다섯 가지 키워드로 장대한 세계사를 재구성하다!

저자는 세계사의 장엄한 흐름에서 다섯 가지 키워드를 건져 올렸다.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 종교로 다시 쓰인 세계사는 현대사회가 왜 이런 형태를 띠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도와준다. 나아가 자신만의 역사를 쓰며 살아나가야 하는 개개인에게 사회 작동의 근본적인 원리를 제시한다.
세계사 지식이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면,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저자가 제시하는 맥락에 따라 모였을 때, 그것은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헤쳐나갈 무기가 될 것이다.

세계사를 사유하고 통찰하는 다섯 가지 코드
욕망 + 모더니즘 + 제국주의 + 몬스터 + 종교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은 세계사를 관통하는 커다란 이슈들을 중심으로 역사 전반을 날카롭게 분석하며, 인류가 지나온 자취를 꼼꼼히 살피고 사유하게 하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인간의 감정이 세계사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전제에서 그 감정이 만들어낸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 종교의 다섯 가지 힘을 제기한다.

1장에서는 ‘욕망’이라는 코드에서 출발하여 커피와 차, 혹은 알코올과 코카콜라가 어떻게 세계사의 큰 흐름을 만들고 변화시켜왔는지,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는 금은 어떤 과정을 통해 세계경제의 확고한 틀을 만들었고, 욕망을 자극하지는 않지만 강함과 실용성으로 무장한 철은 또 어떻게 세상을 뒤흔들고 지배해나갔는지 차근차근 살펴본다. 또한 브랜드와 도시가 욕망을 바탕으로 한 세계사에서 왜 그토록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도 파헤친다.

2장에서는 ‘모더니즘’ 코드를 통해 마치 브레이크 페달이 고장 난 기관차처럼 점점 더 가속력을 갖게 된 근대문명은 어째서 필연적으로 치명적인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 날카롭게 통찰한다. 그리고 방향을 조금 바꿔, 가장 근대적인 철학자로 자타가 공인하는 데카르트 철학의 영향을 받아 신체를 경시하게 된 유럽의 근대사회가 왜 유독 ‘시각’만은 중시할 수밖에 없었는지 밝혀낸다. 또한 ‘원근법’은 왜 다른 시대 다른 공간이 아닌 바로 ‘유럽의 르네상스시대’에 발명될 수밖에 없었는지도 고찰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근대사회가 ‘보다-보여지다’라는 구조를 극대화시켜 ‘보는 자’가 ‘보여지는 자’를 지배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낸 과정도 꼼꼼히 따져본다.

3장에서는 마케도니아 제국을 비롯해 로마제국과 이슬람제국, 진나라 등 중세와 근대를 움직인 ‘제국주의’가 실은 힘을 과시하고, 남을 지배하고 정복하고자 하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 남자의 천성에서 연유한 거라고 분석하며, 글로벌기업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안에 어떻게 제국주의의 메커니즘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는지도 밝혀낸다.

4장에서는 세계사에 나타난 몬스터들 - 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을 다룬다. 자본주의라는 ‘녹슨 기관차’는 왜 멈추지 않는지, 나치스의 파시즘은 초기에 어떻게 전 국민의 호응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현대세계는 과연 파시즘을 무너뜨렸는가에 대해 고찰해본다.

5장에서는 종교의 관점으로 넘어가, ‘일신교 3형제(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거의 모든 인류 전쟁사의 주범이 될 수밖에 없었던 기막힌 역사와 ‘사랑의 종교’인 기독교가 제국의 야망과 하나가 되고, 기본적으로 관용적인 이슬람교가 전 세계적인 분쟁의 불씨가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역사도 짚어본다.

무엇이 세상을 움직여왔는지, 큰 흐름으로 살펴보면 인류 역사를 좀 더 쉽고 적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학창 시절 누군가에게 쫓기듯 강박관념을 가진 채 세부지식에 연연하며 세계사를 공부한 것이 전부인 사람은 이 책에서 완전히 새로운 역사를 만나게 될 것이다.

세계사의 맥락을 단숨에 잡아 주는
쓸모 있는 종합 교양서

이 책은 2009년 한국에 첫 출간이 되자마자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으며 10개월 만에 무려 10만 부가 판매되었다. 한국생산성본부 ㆍ 삼성경제연구소 ㆍ 현대경제연구원에서 CEO 필독서로 선정되었고, 한국출판인회의ㆍ 책따세ㆍ 행복한아침독서ㆍ 인디고서원 등의 유수의 독서단체에 추천되기도 했다. 꽤 오랫동안 전국 서점 역사 문화 분야의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독자들을 사로잡은 비결은 뭘까?
그간의 정형화된 연대기적 세계사를 벗어나, 심오함과 난해함, 복잡다단함과 거리를 두고 명쾌하게 역사의 큰 줄기를 잡아내는 통찰력 때문이다. ‘맥락’과 ‘디테일’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가 통찰력 있게 풀어내는 역사 이야기를 읽다 보면 세계사의 복잡한 맥락이 머릿속에서 시원하게 정리가 된다.
또한 우석훈 경제학자가 해제에서 밝혔듯이, 역사를 읽는 재미와 함께 생활의 소소한 것들의 기원과 기능에 관해 생각해 보는 재미를 제공하고 있어, 세계사를 별로 접해 보지 않은 독자들에게 백과사전식 지식이 담긴 ‘종합 교양’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점도 이 책의 큰 매력이다.
15년 만에 개정판을 내게 된 이 책은 손에 쉽게 잡히는 판형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독자들과 만나 세계사 읽기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줄 것이다.

〉〉 독자서평

ㆍ 현실과 지금의 나를 과거의 세계와 씨줄 날줄로 엮어주는 충실한 역사입문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재미를 주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듬뿍 안기는 면에서 간만에 꽤 괜찮은 교양서를 만났다. - 독자 서평

ㆍ 단순히 정치적 논리로 해석하던 역사책에서 경제적인 논리로, 그리고 인간의 심리와의 만남까지. 정말 흥미롭다. 책을 잡는 순간부터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마법과 같은 위력이 있다. - 독자 서평

ㆍ 세계사를 관통하는 커다란 이슈들을 중심으로 역사 전반을 날카롭게 분석하며, 인류가 지나온 자취를 꼼꼼히 살피고 사유하게 하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 독자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