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및 소감
재밌는 책이다. 생각할거 없이 술술 넘어간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나면 좋은 책이 아니다. 반전이 있고, 그 반전이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번 3권에도 3개의 에피소드가 주어졌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에피소드, 하나와 다로의 이야기는 깊은 생각을 준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언니를 위한 기증. 아무튼 읽어보시길 권한다.
프롤로그
- 고개를 끄덕이며 발끝부터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솔직히 난 겁도 많고 이런 심령 체험 같은 건 평생 하지 않은 채 죽고 싶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그 바람대로 살아왔는데, 설마 이런 형태로 첫 체험을 하게 될 줄이야. 충격이다!
“마키오, 나, 영능력자가 될 거야.”
도망치고 싶고, 못 본 걸로 하고 싶지만, 시바 씨를 위해서라면 내가 그쪽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없어.
내가 액을 막아 줄 수밖에 없다고!
“뭐라고? 와카, 너 괜찮아? 더위라도 먹은 거야? 물 좀 사 올까?”
“마키오, 나 사랑을 위해 용감하게 몸을 던질래.”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기다려요, 시바 씨. 내가 당신을 구원해 줄 테니.
‘최애’가 모지항을 뜨겁게 하다
- "자기가 발을 들인 곳에서 어떻게든 높이 올라가 보려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모습이 소중한 거야. 난 아루가 어떻게든 더 나서려고 애쓰고, 인상에 남을 만한 말을 하고 싶어 필사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울컥한다고. 거기다 요즘은 시적인 감성에 빠져 있어서 더 좋아."
- 사이바라 아루는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 좌석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파라솔이 적당한 그늘을 드리웠고 바닷바람도 부드럽게 불고 있다. 몰려든 사람들이 그를 가운데에 두고 지름 2미터 정도의 원을 이루고 있었다.
“아아, 아루 군!”
인파 너머로 그의 모습을 발견한 미쓰리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얼굴이 진짜 작다. 골격도 너무 섬세해. 이렇게 몽환적인 모습으로 그렇게 격렬한 춤을 춘단 말이야? 큰일이다, 큰일이야. 죽을 것 같아. 아아, 맛있는 걸 곱빼기로 먹이고 싶다! 생선? 역시 고기가 좋으려나? 뭐든 말만 해!
사이바라는 미디어에서 볼 때보다 화려했고, 또 귀여웠다. 스물두 살인 걸로 알고 있는데 고등학교 3학년인 고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나 어린 친구가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연예계에서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는 거구나….
-아아, 지금 만큼은 시바 점장에게 맥을 못 추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적당히들 좀 하지' 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제가 잘못했네요. 회개하겠습니다. 오랜만에 마음 깊숙한 것까지 충만해진 미쓰리는 지나친 충족 감에 빠져 왈칵왈칵 넘쳐흐르는 감정에 흠뻑 젖어 가고 있었다.
* 까마귀는 길가에 떨어진 깃털로 장식하여 멋쟁이 까마귀로 불린다. 하지만 자신의 깃털이 아니라서 장식 깃털이 뽑아지고 본래의 새까만 모습으로 돌아간다. 거짓말로 자신을 꾸며 봤자 누군가는 알아챈다.
=> 신은 이렇게 말한다. "너는 그토록 아름다운 검은 깃털을 가졌는데 어째서 가꾸지 않았느냐. 누구도 너처럼 반짝이는 깃털을 가진 이가 없거늘."
=> 자신이 가진걸 갈고닦자.
=> 그룹에서 갈대남으로 불리며 주역 역할을 못하는 아이돌 아루에게 보내는 충고
=> "자신의 좋은 점 어느 정도는 알잖아. 그 부분을 갈고 닦아봐. 스스로 잡초라고 했지만, 수많은 사람속에서 선택받았으니까 지금 그 화려한 세계에 존재할 수 있는 거잖아. 그렇게 자기 비하할 여유가 있으면 이길 방법부터 찾아보라고. 예를 들면, 이것처럼. 달걀 페코빵. 생각해보면 핫도그 번에 에그 샐러드를 채우는 이게 전부인 간단한 메뉴거든. 하지만 텐더니스의 토핑 빵 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어. 식품 담당자들이 분명 앞으로 더 맛있어질 거야라는 믿음으로 꾸준히 맛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으니까?
- “멋진 여름이었네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건네는 시바의 말에 “그러네요” 하고 곱씹듯 답한다.
정말, 멋진 여름이었다. 설렘과 반짝임, 배움과 반성까지 수많은 걸 선사해 준 만남이 있었다. 최애는 더욱더 소중한 최애가 되었고, 최애를 위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니 매일이 더 선명해졌다. 일도, 취미생활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아, 정말이지 멋진 여름이었어.
헬로, 프렌즈
- "그냥 지르는 거야. 철저하게, 제대로 화를 내 버려. 사람은 슬프면 눈물을 흘리잖아? 그걸 분노로 바꾸는 거지. 눈물이나 분노나 결국 같은 성분으로 만들어졌으니까."........ "가오리도 과신했던 자신에게 화를 내고, 주위 사람들에게 무리였다고 털어놔야 하지 않을까"
- “눈물을 흘리는 모드에서는 무조건 부정적이 되잖아? 감정이 어두워지니까. 하지만 화내는 모드일 때는 희한하게도 긍정적이 돼. 뭘 이딴 걸로 우물쭈물 고민하고 앉았어? 하는 생각이 들거든. 그래서 앞으로 어떡할지 울면서 고민하느니, 화를 내는 게 나은 것 같아.”
여기, 건네 오는 페트병을 받아 든 가오리는 후우, 하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심지어 동생인데, 정말 대단하다. 이 아이는 분명 나보다 훨씬 다양한 인생 경험을 쌓아 왔을 것이다.
- "아니 진짜로 그게 진리였다니까. 내가 상처받을 필요 없다는 생각에 훌훌 털어버렸어. 그때부터는 눈물이 날 것 같으면 차라리 화를 내기로 했지. 이번 일도 그렇잖아? 내 옷차림을 받아들일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계속 부정만 했어. 내가 왜 이런 옷을 좋아하는지, 왜 지금 시점에 이런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로 했는지, 그 자식은 하나도 관심이 없었어. 자기가 좋아하는 모습으로만 나를 보려고 했다고"
- 아아, 난 정말 바보였구나, 가오리는 생각했다. 나는 진짜 바보야. 다카라의 말은 아주 쉽게 가슴을 두드렸고, 왜 지금껏 혼자 괴로워하고 있었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외롭고 쓸쓸해. 이 한마디만 하면 되는데 말하지 못했다.
- "스스로 더 좋은 길을 모색하고 자신의 힘으로 발견할 수 있다면 그건 무척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해. 나 역시 그걸 해내는 사람들을 동경하고.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잖아. 아무리 조급해하고 괴로워해도 그것만으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을 만나는 타이밍이 있고, 그 타이밍이 와야 시작할 수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 적어도 나는 그렇거든. 그래서 말인데 주에루도 꼭 만나야 할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한 걸지도 몰라."
꽃에, 폭풍
- 그나저나, 그랬구나. 언니의 도너였던 거구나.
다로는 아버지의 옆에서 미소를 띠고 있는 간자키에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아무리 연애로 인한 문제가 있어도, 서로 서먹하더라도 그럴 때만큼은 소중한 가족이겠지. 아, 기증이 먼저인가? 아니면 연애 문제가 먼저?
=> 정답은 '동시에'였습니다. 내가 언니한테 기증하길 바라면 나랑 자라고, 니히코(쓰기)한테 그랬거든.
=> 언니는 옛날부터 다 가졌었거든. 그러니까 하나 정도는 뺏어 줘야지 싶었어. 그냥 못되게 군 거야.
=> 하나씨는 미도리 씨를 위해 꿈을 포기한 것인가. (도나로 인하여 연극 오디션 불참)
=> 지금 놓치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 그런 소중한 순간에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다로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고뇌가 있었음이 틀림없다.
=> 언니는, 아무것도 잃지 않아. 지금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앞으로 쭉 행복하게 살 거야. 하지만 난 잃겠지. 수년동안 소중하게 품어왔던, 이루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 온 꿈을 잃게 돼. 그러니 언니가 가진 것 중 하나쯤은 뺏어 와도 된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 간자키의 행동은 칭찬받을 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다로는 그녀를 단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자신에게는 간자키를 비난할 권리가 없다.
- 오랫동안 다로는 간자키를 바라보았다. 역시 화를 내려나, 생각하고 있는데 간자키가 “언니는 다음 행복을 찾았으니 니히코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야.” 조그만 목소리로 읊조리듯 말했다.
“다정한 사람이군요.”
“다정하다니, 그럴 리가. 정말 다정한 사람이었으면 그런 바보 같은 제안을 했겠어? 정말 다정했으면 당일에 이럴 게 아니라 더 일찍 연락했겠지. 다정한 사람이 아니니까 오늘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던 거야.”
거짓말. 다로는 생각했다. 분명 고민하고 또 고민하느라 섣불리 행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가게에 들어서던 순간 간자키는 몹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조차 긴장의 증거였을 터였다.
- 다로는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왠지 기뻤다. 그녀가 자신을 여기로 데려온 이유는 쓰기에게 전 여자친구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 그렇겠지. 하나는 언제나 입을 다물어버리니까. 말하고 싶은 것, 말해도 되는 것, 말해야 하는 것조차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생각해서 삼켜 버리거든.
- “보름달이야! 하아, 가을의 달밤은 정말 아름답구나. 손님들한테 들었는데, 요 며칠 바람이 무척 거셌다며? 봄은 폭풍이 몰고 오는 거라고들 하지만 난, 모든 계절이 폭풍을 타고 오는 것 같아. 폭풍이 강한 기운으로 다음 계절을 데려오는 거지.”
다로는 달을 올려다보며 시바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면서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의 폭풍은 내게 새로운 계절을 데리고 왔다. 주차장에 손님을 태운 차가 들어올 때까지, 다로는 물끄러미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교보문고 책 소개
자신만의 매력으로 환영받는 곳
심각한 고민도 우울한 마음도 유쾌한 웃음으로 바뀌는
바다 옆 편의점 세 번째 이야기
감동 힐링 분야의 화제 시리즈,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이 더욱 흥미로운 에피소드, 한층 더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함께 세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은 만화 속 캐릭터처럼 개성 넘치는 편의점 직원들을 중심으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웃들이 저마다의 사연에 공감하며 손을 내밀고 맞잡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안겨 주는 연작 소설이다. 또한 지난 2023년 1, 2권 출간 직후 한 달 만에 전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으며, 1, 2권 통합 30만 부가 넘게 팔리는 등 서점가에 또 한 번의 ‘편의점 열풍’을 몰고 온 인기 시리즈이기도 하다.
이번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3》의 시작 역시 예사롭지 않다. 낯선 여자와 함께 모지항을 걸어가는 시바 점장을 발견한 ‘나’는 여자의 존재가 의구심을 느끼고 사랑의 힘으로 시바 점장을 구하기로 마음먹는다. 시바 점장의 페로몬이 여전히 위력을 떨치는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3》의 키워드는 ‘사랑’과 ‘이해’ 그리고 ‘회복’이다.
‘최애’를 향한 넓고도 맹목적인 애정, 속박과 집착보다 인정과 이해가 필요한 부부간의 사랑, 뜻밖의 상대에게 어느새 휘말려 버린 강렬한 감정, 오랜 그리움으로 죽어서도 사그라지지 못한 혼령의 애환 등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3》에 숨어 있는 다양한 모습의 사랑은 이미 완성된 관계를 바꾸기도 하고, 끝난 마음을 되돌리기도 하며, 누군가를 깊이 이해하게끔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도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귀엽고 상냥한 사람들이 쏟아 내는 시끌벅적한 대화와 유쾌한 웃음이 바닷가 옆 작은 편의점에 크게 울려 퍼진다.
저자(글) 마치다 소노코
町田そのこ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인물들로부터 훈훈한 감동을 이끌어 내는 글쓰기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작가. 학창 시절부터 소설을 습작하는 등 꾸준히 글을 썼으나 부모의 권유로 미용 전문학교를 졸업, 이후 미용사 등 여러 직업을 거치다 결혼 후 아이를 키우던 스물여덟 살에 다시 펜을 들었다. 2016년 《카메룬의 푸른 물고기カメルーンの青い魚》로 신초샤가 주관하는 제15회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R-18 문학상’ 대상을 받았고, 이듬해 이 작품을 포함한 《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 그래미夜空に泳ぐチョコレートグラミ》라는 제목의 첫 단행본을 출간했다. 2021년에는 첫 장편소설 《52헤르츠 고래들》로 ‘일본 서점대상’을 수상해 평단의 인정을 받으며 인기 작가로 발돋움했다. 이후 발표한 작품으로는 《우쓰쿠시가오카의 불행한 집うつくしが丘の不幸の家》, 《별을 길어 올리다星を掬う》,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당신은 여기에 없어도あなたはここにいなくとも》, 《어란ぎょらん》, 《새벽의 틈새夜明けのはざま》 등이 있다.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편의점을 배경으로 마성의 매력을 지닌 꽃미남 점장과 어딘가 수상쩍지만 따뜻한 직원들, 저마다 사연을 안고 드나드는 손님들의 인간미 넘치는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시리즈는 앞서 출간한 1, 2권이 통합 판매 30만 부,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라는 기록을 세우며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최고의 힐링 소설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3》은 사랑과 애정을 기반으로 한 따뜻한 내용에 더해 ‘관계’를 둘러싼 ‘이해’와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여전히 유쾌한 작가 특유의 코믹한 문체로 전한다.
목차
- 프롤로그
제1화 ‘최애’가 모지항을 뜨겁게 하다
제2화 헬로, 프렌즈
제3화 꽃에, 폭풍
에필로그
책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발끝부터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솔직히 난 겁도 많고 이런 심령 체험 같은 건 평생 하지 않은 채 죽고 싶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그 바람대로 살아왔는데, 설마 이런 형태로 첫 체험을 하게 될 줄이야. 충격이다!
“마키오, 나, 영능력자가 될 거야.”
도망치고 싶고, 못 본 걸로 하고 싶지만, 시바 씨를 위해서라면 내가 그쪽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없어.
내가 액을 막아 줄 수밖에 없다고!
“뭐라고? 와카, 너 괜찮아? 더위라도 먹은 거야? 물 좀 사 올까?”
“마키오, 나 사랑을 위해 용감하게 몸을 던질래.”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기다려요, 시바 씨. 내가 당신을 구원해 줄 테니.
-〈프롤로그〉
사이바라 아루는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 좌석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파라솔이 적당한 그늘을 드리웠고 바닷바람도 부드럽게 불고 있다. 몰려든 사람들이 그를 가운데에 두고 지름 2미터 정도의 원을 이루고 있었다.
“아아, 아루 군!”
인파 너머로 그의 모습을 발견한 미쓰리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얼굴이 진짜 작다. 골격도 너무 섬세해. 이렇게 몽환적인 모습으로 그렇게 격렬한 춤을 춘단 말이야? 큰일이다, 큰일이야. 죽을 것 같아. 아아, 맛있는 걸 곱빼기로 먹이고 싶다! 생선? 역시 고기가 좋으려나? 뭐든 말만 해!
사이바라는 미디어에서 볼 때보다 화려했고, 또 귀여웠다. 스물두 살인 걸로 알고 있는데 고등학교 3학년인 고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나 어린 친구가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연예계에서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는 거구나….
-〈‘최애’가 모지항을 뜨겁게 하다〉
“멋진 여름이었네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건네는 시바의 말에 “그러네요” 하고 곱씹듯 답한다.
정말, 멋진 여름이었다. 설렘과 반짝임, 배움과 반성까지 수많은 걸 선사해 준 만남이 있었다. 최애는 더욱더 소중한 최애가 되었고, 최애를 위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니 매일이 더 선명해졌다. 일도, 취미생활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아, 정말이지 멋진 여름이었어.
-〈‘최애’가 모지항을 뜨겁게 하다〉
“눈물을 흘리는 모드에서는 무조건 부정적이 되잖아? 감정이 어두워지니까. 하지만 화내는 모드일 때는 희한하게도 긍정적이 돼. 뭘 이딴 걸로 우물쭈물 고민하고 앉았어? 하는 생각이 들거든. 그래서 앞으로 어떡할지 울면서 고민하느니, 화를 내는 게 나은 것 같아.”
여기, 건네 오는 페트병을 받아 든 가오리는 후우, 하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심지어 동생인데, 정말 대단하다. 이 아이는 분명 나보다 훨씬 다양한 인생 경험을 쌓아 왔을 것이다.
-〈헬로, 프렌즈〉
오랫동안 다로는 간자키를 바라보았다. 역시 화를 내려나, 생각하고 있는데 간자키가 “언니는 다음 행복을 찾았으니 니히코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야.” 조그만 목소리로 읊조리듯 말했다.
“다정한 사람이군요.”
“다정하다니, 그럴 리가. 정말 다정한 사람이었으면 그런 바보 같은 제안을 했겠어? 정말 다정했으면 당일에 이럴 게 아니라 더 일찍 연락했겠지. 다정한 사람이 아니니까 오늘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던 거야.”
거짓말. 다로는 생각했다. 분명 고민하고 또 고민하느라 섣불리 행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가게에 들어서던 순간 간자키는 몹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조차 긴장의 증거였을 터였다.
-〈꽃에, 폭풍〉
“보름달이야! 하아, 가을의 달밤은 정말 아름답구나. 손님들한테 들었는데, 요 며칠 바람이 무척 거셌다며? 봄은 폭풍이 몰고 오는 거라고들 하지만 난, 모든 계절이 폭풍을 타고 오는 것 같아. 폭풍이 강한 기운으로 다음 계절을 데려오는 거지.”
다로는 달을 올려다보며 시바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면서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의 폭풍은 내게 새로운 계절을 데리고 왔다. 주차장에 손님을 태운 차가 들어올 때까지, 다로는 물끄러미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꽃에, 폭풍〉
출판사 서평
★전 서점 베스트셀러 1위 시리즈
★시리즈 누적 판매 30만 부 돌파
★2023~2024 최고 힐링 소설 3탄
“꿈과 희망이 있어서 좋잖아요”
사랑과 애정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상냥한 이야기
문을 열면 달콤한 음악 소리가 손님의 입장을 알리는 텐더니스 편의점 고가네무라점은 모지항의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시바 미쓰히코가 출입문 멜로디만큼이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변함없이 인사를 건네는 곳이다. 완벽한 미남은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홀리는 페로몬을 뿌린다 해서 ‘페로몬 점장’이라고도 불리는 그는 외모뿐만 아니라 섹시한 분위기, 다정한 몸짓, 타인을 생각하는 고운 마음씨까지 어디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완벽한 남자다. 그런 그가 모지항 명물로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는 것은 당연지사. 이런 이유로 이번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3》의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와카 역시 시바 점장의 마성에 사로잡혀 잊을 만하면 모지항을 찾는다.
부족해진 ‘시바 성분’을 채워야 하는 것은 와카뿐만이 아니다. 이미 유명 시리즈로 이름난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독자들도 이번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3》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읽으며 시바 점장이 선사하는 마성의 매력, 편의점 직원들이 던지는 유머러스함, 주변 인물들이 건네는 진솔함으로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성분을 채우며 자신의 세계를 더 다정하게 물들이면 좋겠다.
“사랑한다면 같이 고민해 줄 거야”
일상 속 위안의 순간마다 함께하는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3》에는 1, 2권의 주요 인물들이 꾸준히 등장해 시리즈의 지속성을 이어가는 동시에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새로운 인물도 출현한다.
〈‘최애’가 모지항을 뜨겁게 하다〉는 남성 아이돌 그룹의 최애 멤버가 모지항 관광 대사로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한 편의점 직원 미쓰리가 최애를 ‘영접’하는 순간을 부산스럽게 준비하면서 시작한다. 다른 멤버에 비해 노래도, 춤도, 외모도 특출난 것이 없지만 매사 애쓰는 모습이 감싸 주고 싶은 포인트라는 미쓰리는 한창 ‘덕질’ 중이다. 그 사이바라 아루가 우연히 시바 점장 팬클럽 무리들과 마주치고, 그로부터 며칠 후 텐더니스 편의점에도 방문해 본인의 깊은 고민을 털어놓는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캐릭터 탓에 자신의 별명이 ‘갈대남’이라고 고백하는 아루 군에게 무엇이든 맨 쓰기는 “자신의 좋은 점, 어느 정도는 알잖아? 그 부분을 갈고닦아 봐. 스스로 잡초라고 했지만, 수많은 사람 속에서 선택받았으니까 지금 그 화려한 세계에 존재할 수 있는 거잖아. 그렇게 자기 비하할 여유가 있으면 이길 방법부터 찾아보라고.”(p56)라고 달걀 페코빵과 함께 조언을 건넨다.
〈헬로, 프렌즈〉에서는 지독한 향수병에 시달리는 이노우에 가오리가 새로운 인물로 등장해 이야기를 이끈다. 남편 미치오를 따라 낯선 동네인 고베에 살게 된 지 반년 만에 주변 풍광의 아름다움은 가오리에게 빛을 잃었다. 걸핏하면 눈물을 흘리며 고향에서 보낸 과거를 그리워하는 가오리는 모지항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난 다카라와 친해진다. 자신과는 달리 활달한 성격에 하고 싶은 말도 거침없이 내뱉는 다카라를 무조건 좋아하는 가오리를 향한 남편의 걱정이 가오리는 달갑지 않다. 그런 남편의 입장까지 헤아려 가오리가 남편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도록 조언하는 다카라. 단짝을 예고하는 이 두 사람 앞에 시바 형제의 여동생 주에루가 고민을 내밀자 가오리 역시 “‘무언가’가 되고 싶지만, 대체 무엇이 되면 좋을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어 초조하기만 한”(119p) 적이 있다고 공감한다. 세 사람은 진심을 터놓는 친구가 되어 서로의 불안함을 인정하고 다독여 준다.
2권에서부터 주요 인물로 등장했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히로세 다로가 이번 3권의 마지막 에피소드 〈꽃에, 폭풍〉의 주인공이다. 자신을 이유 없이 좋아하는 주에루가 신경 쓰이면서도 사랑의 감정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다로는 편의점에 다시 방문한 강렬한 외모의 수수께끼 여성에게 온통 관심을 뺏긴다. 무엇이든 맨 쓰기에게 실연의 상처를 안긴 미지의 인물 간자키. 그녀가 느닷없이 다로에게 가짜 남자 친구 행세를 부탁하고, 다로는 그녀와 동행하면서 그녀의말 못할 사정을 알게 된다. 폭풍 같던 하루가 지나고 난생처음 겪어 보는 감정에 휩싸인 채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는 다로. 다로에게도 벼락같은 사랑의 순간이 찾아 온 것인지 의문을 남긴 채 에피소드는 마무리된다.
“진지하지만 심각하지는 않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싶은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쉽고 가벼운 문체로 삶 곳곳에서 마주하는 고민들을 다룸으로써 독자들도 자신의 인생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해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이다. 마치다 소노코 작가 특유의 생생한 문장을 울고 웃으며 읽어 나가다 보면 누구나 인생을 살아오면서 한 번쯤 해 봤을 법한 문제들이 에피소드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음을 발견한다. 이번 신작인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3》도 마찬가지다. 잘나가는 아이돌 그룹에서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어 비인기 멤버로 고민하는 사이바라 아루의 사연에서는 진로를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학창 시절의 내가,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해, 향수병과 무기력함에 힘들어 하는 가오리의 이야기에서는 마음속에 품었던 꿈을 잊은 채 현실에 치여 사는 어른이 된 우리 모습이 떠오른다. 소설 속 인물들에게 너무 얕지도, 깊지도 않은 적당한 수위의 해결법을 슬쩍 내미는 텐더니스 편의점 사람들은 일견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우리의 삶에서도 주변을 잘 살피면 찾아볼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삶의 어려운 일들을 과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에게도 우리만의 시바 점장, 무엇이든 맨 쓰기, 미쓰리와 같은 사람들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 주변의 그런 이들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주는 일은 책을 읽고 난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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