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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 J.D. 밴스 (2024.7.26)

클리오56 2024. 7. 26. 16:06

 

내용 및 소감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J.D. Vance가 지명되었는데 바로 이 회고록의 저자이다. 쇠락한 마을 출신으로 어렵게 성장하였고 군에 입대하여 이라크에 파병되기도 하였다. 이후 예일대 로스쿨을 거쳐 신분 상승, 즉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하였다. 2년전 상원 의원에 당선되었고, 이번에 부통령 후보에 지명되었다.  
 
부통령에 지명되며 그에 대한 이력이 나오면서 베스트 셀러였던 그의 회고록이 회자되었고 발빠르게 도서를 신청하였다. 그리고 4년전 본서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유튜브가 있어 함께 정리했다. 관련 영화도 있어 넷플릭스에서 관람하였는데, 그의 할머니와 엄마 역이 열연하여 볼만하였다.  
 
회고록과 영화에서도 언급되는 그의 부인 우샤는 인도계 여성으로 함께 예일대 로스쿨을 다녔다. 세 자녀를 두고 있다. 부통령 지명식에는 그의 어머니도 참석했는데, 마약중독에서 지금은 탈출한 듯 보인다.

 


책 속으로

19쪽: 힐빌리: 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 벨트 지역에 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다른 표현으로 백인 쓰레기라는 뜻의 화이트 트래시, 햇볕에 그을려 목이 빨갛다는 데서 유래된 교육 수준이 낮고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미국의 시골 백인들을 가리키는 모욕적 표현인 레드넥 등이 사용되기도 한다.

29쪽: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들은 중서부 산업 지대가 쇠퇴하고 백인 노동 계층의 경제 축이 무너지는 현 상황을 우려한다. 제조업은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데 대학 학위 없이는 중산층의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현실을 염려하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나 역시 그런 상황이 걱정된다. 그러나 그것이 내가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문제는 아니다. 이 책은 제조업 경제가 무너지면 실제 사람들의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고, 나쁜 상황에서 최악의 방식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사회적 부패에 대항하기는커녕 그것을 더욱더 조장하는 문화에 관한 이야기다.

30쪽: 이들은 좋은 일자리가 있어도 얼마 버텨내질 못한다. 부양할 아내가 있거나 아기가 곧 태어날 예정이라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젊은이들조차 훌륭한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좋은 일자리를 경솔하게 내더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을 그르치고 나면 그때 가서 남 탓을 한다는 것이다. 인생을 주도할 만한 힘이 자신에게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자기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현대 미국의 거시적인 경제 동향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모습이다.

42쪽: 잭슨은 나와 누나, 할모가 진정한 고향이라고 여기는 유일한 동네였다. 오하이오도 좋았지만 그곳을 떠올리면 온통 끔찍한 기억 뿐이었다. 오하이오에서 나는 모르는 사람이나 다름없는 남자와 차라리 모르는게 나았을 뻔한 여자에게서 버림받은 자식이었지만, 잭슨에 가면 모두가 알고 있는 가장 터프한 여성과 가장 노련한 자동차 정비공의 손자였다.

46쪽: 할머니는 마치 군사들을 모아 놓고 진격 명령을 내리는 장군처럼 내게 말했다 "없이 살면서 없는 사람 물건을 빼앗는 놈보다 더 천한 놈은 없단다. 안 그래도 모두가 먹고 살기 힘든데 없는 사람끼리 서로의 처지를 더 힘들게 만들 필요는 없단 얘기다."

54쪽:진실은 냉혹하다. 그중에서도 산골 사람들에게 가장 냉혹한 진실은 자신의 처지를 솔직히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잭슨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상냥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약물 중독자도 널려 있고, 여덟 명의 아이를 만들 시간은 있었지만 부양할 시간은 없는 사람이 최소한 한 명 이상 있다. 잭슨의 경치는 두말할 것 없이 아름답지만, 환경 폐기물과 마을 곳곳에 널린 쓰레기가 그 아름다움을 가린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이가 푸드스탬프에 의지한 채 살아가며 땀 흘리는 노동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잭슨은 블랜턴가 남자들만큼이나 모순투성이다.

62쪽: 할모가 13살 할부가 16살이었지만, 이들의 불륜은 임신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임신은 당장 잭슨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가 됐다. 머리카락이 희끗하게 셌는데도 여전히 위협적인 참전 용사 출신 할모의 아버지와 이미 할모의 명예를 지켜낸 바 있던 할모의 오라버니들, 그리고 서로 긴밀한 사이라서 보니 블랜턴의 임신 사실을 금세 알아차릴, 총을 상시 휴대하는 힐빌리들 때문이었다..... 할모와 할보를 오하이오로 이사하게 만든 아기는 채 일주일도 살지 못했다.

96쪽: 일주일 동안 자전거 두 대를 도둑맞고 나니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는 우리 동네의 현실이와 닿았다.

97쪽: 오늘날의 미들타운은 미국의 눈부셨던 공업의 영광을 기리는 유적지에 지나지 않는다. 센트럴 에브뉴와 메인 스트리트가 만나는 도심에는 버려진 상점들이 창문이 깨진 채로 늘어서 있다. 노란색과 초록색이 뒤섞인 흉물스러운 간판이 여전히 리치스 전당포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전당포는 문을 닫은지 이미 오래다.

103쪽: 가와사키스틸과의 합병은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었다. 세계화된 시대에서 미국의 제조업은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암코 같은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재정비는 불가피했고 가와사키에서 암코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더라면 미들타운을 대표하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했을 터였다.

108쪽: 수급자들은 거의 씀씀이가 헤픈 부랑자이지만, 정작 평생 동안 일 한번 해 보지 않은 본인만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었으리라. 미들타운 같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나 미들타운을 돌아다녀보면, 젊은이의 30%가 주당 2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동네인데도 자신이 게으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할 것이다.

120쪽: 할모와 할보는 내게 싸움의 기본 규칙을 확실히 일러줬다. "절대 먼저 싸움을 걸어서는 안 돼. 하지만 누가 싸움을 걸어온다면 반드시 끝장을 내야 한다. 원래는 절대 안 되지만 상대방이 가족을 모욕한다면 싸움을 시작해도 괜찮을거야." 마지막 항목은 공공연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는 매우 명백한 규칙이었다.

131쪽: 그때는 몰랐지만 집에서 겪었던 정신적 충격이 내 건강에 영향을 미친게 틀림없었다. 가정에서의 정신적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상대하는 학교 관리자를 위한 자료를 읽어 보니 이렇게 쓰여 있었다. "초등학생 아이들은 복통이나 두통 같은 신체적 통증을 호소함으로써 극심한 스트레스를 표출하기도 한다. 과민성, 공격성, 분노 증가와 같은 행동 변화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또 일관성 없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학업 성장의 변화, 주위 집중력 결핍, 잦은 결석률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137쪽: 고속도로에 진입했을 때 내가 내뱉은 어떤 말이 엄마의 화를 돋웠다. 그러자 엄마는 시속 160킬로미터는 족히 될 것 같은 속도로 달리며 같이 죽자고 했다. 나는 혹시 안전벨트 두 개를 한꺼번에 매면 사고가 나더라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뒷자리로 얼른 뛰어 넘어갔다. 그런 내 행동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엄마는 날 두들겨 팰 작정으로 차를 세웠다. 그때 나는 차에서 뛰쳐나와 죽기 살기로 도망쳤다. 차에서 내린 곳은 외딴 시골 마을이었고, 내리자마자 나는 너른 풀밭을 가로지르며 전속력으로 달렸다. 속도를 낼 때마다 키 큰 풀들이 내 발목을 철썩철썩 때렸다.

141쪽: 그래서 나는 엄마가 풀려 나오더라도 언제든 할모와 함께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조건으로 거짓말을 했다. 서류상으로 엄마는 내 양육권을 유지했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내가 원할 때만 엄마와 살기로 했고 할머니는 엄마가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거든 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노라고 내게 약속했다. 할모가 말하는 힐빌리의 정의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185쪽: 내가 엄마나 누나, 할모에게 화를 낼 때면 평소와 다르게 불같이 성을 내던 할보의 모습도 떠올랐다. 할보가 언젠가 내게 말했던 것처럼 "자기 집안의 여성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남자를 알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날 집안 여성들을 온당하게 대우하지 못했던 본인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였다.

191쪽: 나는 엄마의 약물 복용이 합법적인 처방전에서 시작됐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엄마는 곧 자기 환자들의 약까지 빼돌려가며 응급실을 스케이트장으로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약에 빠져 버렸다. 어느 정도는 사람 구실을 하는 중독자였던 엄마는 할보의 죽음을 겪으면서 어른스러운 행동의 기본 규범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심각한 중독자로 전락했던 것이다.

234쪽: "정부에서 돈을 받으며 사회를 비웃는다! 우리 같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매일 일터에 나간다는 이유로 조롱받고 있다!"라는 인식이 백인 노동 계층 사이에 팽배해지면서 공화당의 대승 후보 리처드 닉슨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247쪽: 우리의 식습관이나 운동 습관을 보면 마치 요절하려고 작정한 사람들 같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켄터키 어느 지역의 기대 수명은 67세로 인접한 버지니아보다 15년이나 낮다. 최근에 실시한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 내 모든 인종 중에 유일하게 백인 노동 빈곤층의 기대 수명만 하락하고 있다. 우리는 아침으로 필스버리에서 출시한 시나몬롤을 먹고, 점심은 타코벨에서, 저녁은 맥도날드에서 먹는다. 요리를 해 먹는 편이 심신의 건강에 좋을뿐더러 가격도 더 저렴한데도 우리는 거의 요리를 하지 않는다. 운동이라고 해봐야 어릴 적에 뛰어논 게 전부다. 살던 동네를 떠나서 군대에 가거나 집에서 어느 정도 멀리 떨어진 대학에나 가야 길거리에서 조깅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250쪽: 할모네 집으로 들어가기 전의 내 삶을 돌이켜보자. 3학년을 다니던 도중에 우리 가족은 밥 아저씨가 살던 프레블 카운티로 이사했다. 4학년이 끝나갈 무렵 프레블 카운티를 떠나 미들타운 매킨리가 200번지로 이사했다. 5학년을 마칠 때쯤 매킨리가 300번지로 이사했고, 그 무렵 칩 아저씨가 나타났다. 6학년을 마칠 즈음 칩 아저씨는 스티브 아저씨로 대체됐다. 7학년이 끝날 때는 맷 아저씨가 나타났고, 엄마는 맷 아저씨의 집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8학년을 마쳤을 때 엄마는 내게 데이턴으로 들어오라고 했고 나는 친아빠의 집을 잠깐 거친 후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9학년을 마치면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었던 켄 아저씨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에 엄마는 마약을 했고, 가정 폭력으로 재판을 받았으며, 할보가 세상을 떠났다. 지금, 당시 상황을 쓰기 위해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극심한 불안이 밀려든다.

256쪽: 공부 욕심이 있는 친구들을 사귀었던 건 전부 할모 덕분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또래의 동네 아이들 대부분은 이미 대마초를 피우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할모는 내가 그런 부류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했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대개 어떤 친구와 어울리지 말라는 어른의 지시를 무시하지만, 그건 지시를 내리는 어른이 보니 밴스 여사 같지 않아서일 거다. 할모는 만약 내가 금지 목록에 있는 친구와 놀고 있는 꼴을 본다면, 그 즉시 친구를 차로 받아버리겠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고서 위협적으로 속삭였다. “할미가 그랬다는 건 아무도 모를 거야.”

270쪽: 훈련 교관이 고함쳐도 그 앞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을 때마다, 처음엔 뒤쳐졌던 달리기 훈련에서 점점 속도를 맞춰 따라가게 될 때마다, 그리고 외줄타기처럼 절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배워 나갈 때마다, 조금씩 나 자신을 향한 믿음이 생겨났다.
어릴 적에 그랬던 것처럼, 내가 내린 결정이 앞으로의 인생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일컫는다. 기대할 것이라고는 없는 미들타운의 환경부터 혼란이 끊이질 않는 우리 집안의 상황까지, 인생은 내게 내 힘으로는 바꿀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고 가르쳤다. 할모와 할보가 내가 그런 생각에 완전히 사로잡히지 않도록 구해줬다면, 해병대는 내게 신기원을 열어줬다. 집에서 내가 학습된 무기력을 배웠다면, 해병대에서는 학습된 의지를 습득하고 있었다.

276쪽: 이제 할모의 보험료를 대신 납부하면서, 처음으로 내가 할모의 수호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에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만족감이 느껴졌다. 해병대에 입대하기 전에는 누군가를 도울 만한 돈을 만져본 적이 없다.

277쪽: 어떤 격려 연설이나 강연에서도 보살핌을 받기만 하다가 누군가를 보살피게 될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건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번 깨우치고 나면,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었다.

286쪽: 그런 분노가 한순간에 사라진 건 아니지만,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의 수많은 아이들과 그 애들이 다니는 수돗물도 안 나오는 학교, 그곳에서도 매우 기뻐하는 소년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가 얼마나 행운아였는지 조금씩 깨닫게 됐다. 나는 지구 최대의 강대국에서 태어나 문명의 이기를 누렸다. 다정한 두 힐빌리 노인의 지지를 받으며 자랐고, 별난 면이 있는 가족들이긴 했어도 그들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았다.

291쪽: 이 모든 건 "뭐든 할 수 있다. 절대 자기 앞길만 막혀 있다고 생각하는 빌어먹을 낙오자처럼 살지 말거라"라고 통렬하게 꾸짖은 할모 덕분이었다.

292쪽: 능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려는게 아니다. 능력은 당연히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노력 부족을 능력 부족으로 착각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이것이 사람들이 내게 백인 노동 계층이 어떤 점을 가장 변화시키고 싶으냐고 물을 때마다, 내가 "자신의 결정이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마음"이라고 대답하는 까닭이다. 해병대는 외과 의사가 종양을 도려내듯 내게서 그런 마음을 도려냈다.

305쪽: 그날 몇 달러의 이자만 붙는 대부업체의 삼일짜리 대출 덕에, 나는 어마어마한 초과 인출 수수료를 면할 수 있었다. 대부업의 장점을 논하는 의원들 중에도 그런 상황을 언급하는 사람은 없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일까? 힘 있는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의 처지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우리를 도우려고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345쪽: 이력서나 면접에서 잘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두 가지 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이 부르는 '사회적 자본'에는 실로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다. 사회적 자본은 전문 용어지만 그 개념은 꽤 단순한데, 우리 주변의 인맥이 실질적인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맥이 있어야 적절한 사람과 연이 닿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중요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다. 인맥이 없으면 모든 걸 혼자서 해내야 한다...... 실력보다 운이 먼저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확실히 그 둘보다도 적절한 인맥이 더 낫다.

361쪽: 나는 우샤가 내게 꺼져 버리라고, 내가 한 짓은 하루 아침에 용서 받을 일이 아니라고, 너는 끔찍한 사람이라고 말할 줄 알았다. 그러나 우샤에게는 전혀 그럴 의지가 없어 보였다. 우샤는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도망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너무 걱정되었다고, 너는 대화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차분히 말했다. 그러더니 날 안아주며 내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내가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날 우리의 싸움은 그렇게 끝났다.

362쪽: 우샤의 아버지에게 조금이라도 소원하게 지내는 친척이 있느냐고 물어봤을 때, 나는 당연히 우샤의 아버지가 그 친척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며 욕지거리를 한바탕 쏟아낼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대신 동정심과 약간의 슬픔이 서려 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생의 교훈이 담긴 대답이었다. "지금도 한 번씩 전화를 걸어서 잘 지내는지 확인한다네. 나한테 관심을 안 보인다고 해서 잊고 살 순 없잖는가. 노력을 해야지. 그 사람도 가족이니까."

372쪽: 일평생 엄마만큼 나를 감정적으로 만든 사람이 없었다. 할모도 엄마만큼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는 유치원에서 엄마의 우산을 보고 비웃는 친구에게 주먹을 날릴 정도로 엄마를 사랑했다. 약물 중독 앞에서 번번히 무너지는 엄마를 볼 때면 너무나 미운 마음에 차라리 엄마가 치사량의 진통제를 복용해 나와 누나를 이 지긋지긋한 삶에서 해방시켜 주길 바라기도 했다. 실연의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흐느끼는 엄마를 보면 누구라도 죽일 수 있을 만큼의 분노가 치밀었다.

393쪽: 우샤는 지나가는 얌체 운전자나 우리 집 개들을 싫어하는 이웃 등 우리 곁을 맴도는 사소한 모든 문제 때문에 피 터지게 싸울 필요는 없다고, 지금까지도 내게 당부한다. 그럼 나는 늘 인정하고 한발 물러난다.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우샤 말이 옳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머저리에게 안전하게 운전하는 법을 가르쳐 주려다가 감방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말이다.
 

교보문고 책 소개

 
빈곤과 무너져가는 가족, 그 어둠 속에서 일어선 한 청년의 진솔한 성장기!
‘힐빌리’는 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저자 J. D. 밴스는 힐빌리 출신의 32살 청년으로, 약물 중독에 빠진 어머니와 수없이 바뀌는 아버지 후보자들, 그리고 다혈질에 괴팍한 성미를 가졌지만 손자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조부모 밑에서 자라며 윤리와 문화의 붕괴, 가족 해체, 미래에 대한 체념, 소외와 가난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자신의 짧은 삶의 궤적에 투영해 이 책을 펴냈다. 저자에게 물질적 빈곤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것은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낄 대상의 부재, 목표의식의 부재라는 정신적 빈곤이었다. 밴스는 예일 로스쿨을 졸업하면서 성공적으로 사회에 안착했지만, 자신이 탈출한 그 세계를 저버릴 수 없어 이 책을 저술했다.
경제적으로 쇠락한 러스트벨트 지역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문화적 혼란과 사회문제를 자신의 삶의 궤적에 투영해 전달하는 이 책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개인사 대부분은 그가 ‘힐빌리 문화’로부터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분리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제정신이 아닌 엄마를 떠나 할모의 곁에서 안정적으로 학교를 졸업한 후 해병대에 자원한 그는 해병대 생활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목표의식을 갖게 됐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이처럼 충격적인 진실 속에서 진정한 희망을 던져주는 저자의 이야기는 가족과 복지, 일자리와 교육, 정치와 문화, 이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속에서 개인과 사회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생각해볼 기회를 전한다.

 
저자(글) J. D.밴스 (J. D. Vance)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에서 태어나 가난한 애팔래치아 지역인 켄터키주 잭슨을 오가며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해병대에 입대해 이라크에서 복무했고, 이후 오하이오주립대학교를 거쳐 예일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현재 「내셔널리뷰」의 기고자로 활동하며, 실리콘밸리에서 굴지의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아내 우샤, 반려견 두 마리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거주 중이다.

 

번역 김보람

애팔래치아 산맥에 위치한 웨스트버지니아 산골 마을에서 1년간 지내며 고등학교를 다녔고, 미네소타주립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국내 비영리 민간단체에서 인턴으로 일했고 대기업 전략기획팀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글밥아카데미를 수료하고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목차

  • / 프롤로그

    제1부 내 인생의 뿌리, 힐빌리에 관하여
    1 힐빌리 마을, 잭슨
    2 할모와 할보의 결혼
    3 실패한 중산층
    4 쇠락하는 미들타운
    5 길게 줄 선 아버지 후보자들
    6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생물학적 아버지
    7 할보의 죽음과 엄마의 폭주
    8 덫에 걸린 기분

    제2부 힐빌리의 이방인, 그러나 벗어날 수 없는 그늘
    9 할모의 품으로
    10 독립의 시작, 그리고 할모의 죽음
    11 미국에서 가장 비관적인 집단
    12 신분 상승의 이면
    13 그들만의 세상
    14 벽장 속 괴물
    15 미들타운에 필요한 것

    / 에필로그
    / 감사의 글
    / 옮긴이의 글
    / 미주
 

추천사

  • 가난은 눈물 이상일 것이다. 가난은 사회적 차별, 모욕, 억압이고 기회와 정보로부터의 단절이다. 가난은 희망의 부재, 목표 설정의 어려움이며 때로는 인간성의 파탄에까지 이른다. 이 책은 가난의 한복판에서 가까운 희망을 찾아낸 사람의 이야기다.
  • 문화와 교육에서 소외되고 가족 및 공동체 관계가 형해화된 환경에서 살아오던 이들이 탈산업화로 인해 일자리마저 빼앗기게 되면 어떤 절망과 분노가 쌓이게 되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거의 아는 바가 없는, 태극기 집회 속의 그들이 떠올랐다. 함께 읽고 함께 살아가자.
  • 어느 사회에나 변두리 인생이 있다.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중심과 주변을 만든다. 변두리에서 어찌어찌 기어 나왔지만 끝내 주변부를 맴돌 수밖에 없는 인생이 있다. 자본주의에 가까스로 적응한 듯 보이지만 내면은 흉터투성이인 사람들이다. 그랬다. 어쩌면 나도 한국 사회의 힐빌리였다.
  • 밴스의 운명과 우리 운명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불안과 두려움, 걱정과 미숙함 속에서, 불리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 슬픔 속에서, 나부터 달라지고 내 삶과 나와 같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속한 사회를 더 살 만하게 바꿔야 하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 『힐빌리의 노래』는 개인을 둘러싼 제도와 인식이 그들을 필연적으로 어디로 이끄는가를, 또 어떠한 선택을 하게 하는가를 상상하게 해준다. 이것은 아름다운 개인의 성공담이 아니라 직시해야 할 어둠의 실체를 바로 비추어주는, 지금 우리 모두가 꼭 들어야 할 절박한 노래다. (『대리사회』 저자)
  • 나는 전부터 『힐빌리의 노래』를 굉장히 읽고 싶어했는데, 이 책이 미국 정치에 미친 영향 때문만은 아니다. 아내와 나는 경제 사다리의 밑바닥에 있는 미국 국민이 어떻게 해야 위로 올라갈 수 있을지(전문가들이 빈곤 탈출이라고 부르는 현상)에 관해 수년간 공부하고 있다. 『힐빌리의 노래』는 많은 데이터를 포함한 책이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난의 원인이 되는 문화의 다면적인 성격과 가족의 중요성에 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나는 이 책이 단순히 주목할 만한 책이 아니라 굉장히 훌륭하기까지 한 책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 엘리트 집단은 ‘경제 침체’나 ‘불평등’이 사회적 위기를 야기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J. D. 밴스는 탁상공론에 가려져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겪는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제로 투 원(Zero to one)』 저자)
  • 미국 백인 노동 계층의 삶을 기록한 처절한 회고록……. 자신과 같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성공하는 게 이토록 어려운 까닭을 매우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눈을 뗄 수 없는 책이다.
  • 밴스는 문화를 파괴하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비판한다. 그가 이 책에서 진짜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절망이다. 밴스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쥐고 있진 않지만, 이 책을 통해 사회적 대화의 포문을 열어준 것은 분명하다.
  • 나는 이 책이 주류에게 버림받았으나 더 나은 대접을 받아 마땅한 집단을 잠시나마 진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밴스가 던지는 메시지는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 밴스의 『힐빌리의 노래』는 포퓰리즘이 만연한 현재 사회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 노동자들의 나라 미국의 일면, 그 고군분투기를 바라보는 압도적인 시선.
  • J. D. 밴스의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는 산산조각 난 믿음 속에서 살아가는 가정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냉혹하리만큼 솔직하게 기록한다. 올해 『힐빌리의 노래』보다 더 주목할 만한 책은 없을 것이다.
  • 만약 당신이 중산층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으며 제대로 된 교육 제도 안에서 적절한 교육을 받았다면, 이 책이 ‘나머지 절반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몰랐던 당신의 눈을 뜨게 할 것이다. 나머지 절반의 사람들이란 노동 계층으로, 이들은 최근까지는 실제로 ‘노동’ 계층이었으나 근래에 와서 노동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경제적 안정, 안정적 고용이 불러오는 희망까지도 빼앗겼다.
  • 밴스는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 희망을 심어주려는 공동체의 노력, 스스로의 운명을 장악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가족의 노력이 있어야 소외된 사람들이 현재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역동적인 회고록은 사회의 계층 문제를 면밀하게 관찰한다.
  • 한 소년이 중독으로 얼룩진 불안한 애팔래치아 가정에서 예일 로스쿨에 진학하기까지의 여정을 아름답고 설득력 있게 기록한 회고록인 『힐빌리의 노래』는 충격적이고 애통하고 고통스러운 동시에 너무나도 웃기다. 충격적인 진실 속에서 진정한 희망을 던져준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주목할 만한 책이다.
  • 『힐빌리의 노래』를 통해 J. D. 밴스는 우리로 하여금 잊힌 외딴 지역의 경제적ㆍ정신적 고통을 마주보게 한다. 이토록 설득력 있고, 이토록 유용한 회고록은 처음이다.
  • 교육직 종사자와 교육 정책 수립가의 필독서다. 이 책은 교육기관의 역할의 중요성과 제 역할을 못하는 현재 교육기관의 문제점을 상기시킨다. (교육정책 싱크탱크 ‘Thomas B. Fordham Institute’ 선임연구원)
 

책 속으로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들은 중서부 산업 지대가 쇠퇴하고 백인 노동 계층의 경제 축이 무너지는 현 상황을 우려한다. 제조업은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데 대학 학위 없이는 중산층의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현실을 염려하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나 역시 그런 상황이 걱정된다. 그러나 그것이 내가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문제는 아니다. 이 책은 제조업 경제가 무너지면 실제 사람들의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고, 나쁜 상황에서 최악의 방식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사회적 부패에 대항하기는커녕 그것을 더욱더 조장하는 문화에 관한 이야기다. (29~30쪽)

진실은 냉혹하다. 그중에서도 산골 사람들에게 가장 냉혹한 진실은 자신의 처지를 솔직히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잭슨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상냥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약물 중독자도 널려 있고, 여덟 명의 아이를 만들 시간은 있었지만 부양할 시간은 없는 사람이 최소한 한 명 이상 있다. 잭슨의 경치는 두말할 것 없이 아름답지만, 환경 폐기물과 마을 곳곳에 널린 쓰레기가 그 아름다움을 가린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이가 푸드스탬프에 의지한 채 살아가며 땀 흘리는 노동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잭슨은 블랜턴가 남자들만큼이나 모순투성이다.(54쪽)

고속도로에 진입했을 때 내가 내뱉은 어떤 말이 엄마의 화를 돋웠다. 그러자 엄마는 시속 160킬로미터는 족히 될 것 같은 속도로 달리며 같이 죽자고 했다. 나는 혹시 안전벨트 두 개를 한꺼번에 매면 사고가 나더라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뒷자리로 얼른 뛰어 넘어갔다. 그런 내 행동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엄마는 날 두들겨 팰 작정으로 차를 세웠다. 그때 나는 차에서 뛰쳐나와 죽기 살기로 도망쳤다. 차에서 내린 곳은 외딴 시골 마을이었고, 내리자마자 나는 너른 풀밭을 가로지르며 전속력으로 달렸다. 속도를 낼 때마다 키 큰 풀들이 내 발목을 철썩철썩 때렸다. (137쪽)

할모네 집으로 들어가기 전의 내 삶을 돌이켜보자. 3학년을 다니던 도중에 우리 가족은 밥 아저씨가 살던 프레블 카운티로 이사했다. 4학년이 끝나갈 무렵 프레블 카운티를 떠나 미들타운 매킨리가 200번지로 이사했다. 5학년을 마칠 때쯤 매킨리가 300번지로 이사했고, 그 무렵 칩 아저씨가 나타났다. 6학년을 마칠 즈음 칩 아저씨는 스티브 아저씨로 대체됐다. 7학년이 끝날 때는 맷 아저씨가 나타났고, 엄마는 맷 아저씨의 집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8학년을 마쳤을 때 엄마는 내게 데이턴으로 들어오라고 했고 나는 친아빠의 집을 잠깐 거친 후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9학년을 마치면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었던 켄 아저씨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에 엄마는 마약을 했고, 가정 폭력으로 재판을 받았으며, 할보가 세상을 떠났다. 지금, 당시 상황을 쓰기 위해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극심한 불안이 밀려든다. (250-251)

공부 욕심이 있는 친구들을 사귀었던 건 전부 할모 덕분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또래의 동네 아이들 대부분은 이미 대마초를 피우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할모는 내가 그런 부류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했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대개 어떤 친구와 어울리지 말라는 어른의 지시를 무시하지만, 그건 지시를 내리는 어른이 보니 밴스 여사 같지 않아서일 거다. 할모는 만약 내가 금지 목록에 있는 친구와 놀고 있는 꼴을 본다면, 그 즉시 친구를 차로 받아버리겠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고서 위협적으로 속삭였다. “할미가 그랬다는 건 아무도 모를 거야.” (256쪽)

할모의 보험료를 대신 납부하면서, 처음으로 내가 할모의 수호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에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만족감이 느껴졌다. 해병대에 입대하기 전에는 누군가를 도울 만한 돈을 만져본 적이 없다. 어떤 격려 연설이나 강연에서도 보살핌을 받기만 하다가 누군가를 보살피게 될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건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번 깨우치고 나면,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었다. (276-277쪽)

 

출판사 서평

아마존닷컴 종합 1위, 「뉴욕타임스」 논픽션 1위, 빌 게이츠와 소설가 김훈이 추천한 화제의 책!

■ 한국 문학계의 거장, 소설가 김훈 강력 추천
■ 빌 게이츠 선정 ‘2017 휴가 필독서’
■ 「뉴욕타임스」 55주 연속 베스트셀러
■ 출간 이후 8년이 넘는 동안 아마존 베스트셀러 분야 1위
■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 론 하워드 영화 〈힐빌리의 노래〉
■ ‘세계 경제 포럼' 글로벌 리더 62인 선정 필독서
■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타임스」 「선데이 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커커스리뷰」
아마존닷컴, NPR 등 주요 매체 ‘올해의 책(2016)’ 선정

“역사의 지금 이 순간,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미국 사회를 뒤흔든 한 젊은이의 고백, 『힐빌리의 노래』 의 주인공이자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 D 밴스의 자서전

최근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 D. 밴스의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지명을 두고 공화당의 미래 비전이자, 미국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힐빌리의 노래』는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라, 오늘날 미국이 직면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밴스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것은 그의 이야기가 단지 과거의 회고에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정책과 비전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의 경험은 정치적 담론에서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이를 통해 미국 사회의 변화와 통합을 이루려는 나름의 노력을 상징한다.

밴스는 미국 최고 명문 예일 로스쿨을 졸업한 후 실리콘밸리에서 전도유망한 사업가로 성장했다. 이후 그는 2022년 오하이오주 상원 의원으로 당선되어 정치에 입문했다. 그의 선거 운동은 러스트벨트 지역의 경제적 침체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이를 통해 그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현재는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어, 보다 높은 위치에서 미국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정치 경력은 그가 첫 작품인 『힐빌리의 노래』를 통해 대중에게 선보였던 깊은 통찰과 사회문제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현재 이 책에 대한 아마존닷컴의 서평 수는 무려 9만 6000여 개에 육박하고, 독자 평점은 5점 만점에 가깝다. 2016년 출간 이후 55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랭킹 1~3위를 오가고 있고 현재도 분야(Sociology of Rural Areas)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수많은 매체가 이 책을 ‘2016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고, 마이크로소프트 고문 빌 게이츠와 데이비드 브룩스(뉴욕타임스), 데이비드 아로노비치(타임스), 이안 비렐(인디펜던트) 등의 유명 칼럼니스트, 페이팔(Paypal) 창업자 피터 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그레고리 맨큐, 예일 로스쿨 교수 에이미 추아 등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미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앞다퉈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 책에는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 출신인 저자가 약물 중독에 빠진 엄마와 일찍이 양육권을 포기해버린 아빠, 가난과 가정 폭력, 우울과 불안을 딛고 예일 로스쿨을 졸업하면서 소위 말하는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회고가 담겨 있다. 밴스가 이 책에서 드러낸 것은 ‘성공의 여정’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기억 저편의 과거를 고통스럽고 처절했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 책에 담아내고, 무관심 속에 숨겨졌던 사회문제를 당사자의 입장에서 드러냄으로써 작가로서의 유명세를 얻었다.

명문 로스쿨 출신에 백인, 남성, 이성애자, 개신교도라는 소위 ‘사회적 특권’과 실리콘밸리의 사업가라는 번듯한 지위까지 갖춘 밴스가 고백한 어린 시절의 정신적 빈곤은 그래서 더욱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자란 러스트벨트 지역은 미국을 대표하는 뉴욕이나 보스턴 같은 동부 도시들과 달리, 애팔래치아 산맥에 가로막힌 척박하고 고립된 환경과 가난에 갇혀 미래를 포기해버린 사람들이 가정 폭력과 가족의 해체, 문화적 고립 속에서 살아가는 곳이다. 이곳은 지난 선거에서 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졌던 트럼프의 당선을 이끌어낸 일등공신으로 평가받았다. 무식하고 난폭한 ‘힐빌리’들은 사회문제이자 복지 제도의 대상이었을 뿐, 그들의 목소리는 미국 내에서도 낯선 것이었다.

밴스는 자신의 목소리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소외된 이들을 위해, 그가 겪었고 남겨진 이들이 앞으로도 겪을 사회문제를 세상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에 수많은 독자가 공감과 지지를 표현했다. 빌 게이츠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은 찬사를 남겼다. “나는 이 책이 단순히 주목할 만한 책이 아니라 굉장히 훌륭하기까지 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책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 데는 밴스의 용기가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밴스는 외할머니인 할모에게서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배신하는 짓이 가장 나쁘다’라고 일찌감치 배웠다. 그러나 밴스는 이 책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초한 상처로 고통 받고 있는 그들의 문화를 적나라하게 폭로한 배신자로 불릴 위험을 각오해야 했다.” 또한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서평에서 이 책에 대해 “고난 가운데서도 자존감을 키울 수 있게 해주는 사회 제도와 문화적 가치의 상실이라는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냈다고 평하며, “역사의 지금 이 순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극찬했다.

밴스의 이야기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보수 진영은 전통적 가치와 자립을 강조하는 반면, 진보 진영은 사회적 안전망과 평등을 중시한다. 밴스의 경험은 이 두 관점 사이의 균형을 잡고,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사회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상징한다. 그의 회고록은 가난, 교육, 가족 붕괴 등의 문제가 어떻게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밴스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것은 그의 개인적 경험과 통찰력이 현재의 미국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힐빌리의 노래』는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과 앞으로의 미국 사회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통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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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참한 미래를 앞둔 아이들 중 하나였다.”
누구나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가족에 대한 진솔한 서사

32살의 밴스는 이 책에서 경제적으로 쇠락한 러스트벨트 지역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문화적 혼란과 사회문제를 자신의 삶의 궤적에 투영해 전달한다.
사회 양극화에 따른 소외 계층의 증가와 가정의 해체, 희망을 놓아버린 미래에 대한 체념은 우리 사회에도 만연해 있다. 국내에서 이루어진 숱한 연구에서 부모의 학력과 재력이 자녀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한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듯이, 우리 사회는 더 이상의 ‘개천용’을 허락하지 않는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16년 사회통합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노력에 따른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평균 2.4점(4점 만점)을 줬다. 이는 2015년 실태조사 결과(2.6점)는 물론 행정연구원의 이에 관한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사회적 신분 상승의 가능성이 차단된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밴스는 이 책의 서두에서 자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는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의 철강 도시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곳은 일자리와 희망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큰 폭으로 사라져가는 동네였다. 부모님과 나의 관계는 좋게 말해 복잡한데, 엄마는 거의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를 키워준 외조부모님은 고등학교도 나오지 않았고, 친척들까지 포함해도 우리 집안에서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거의 없다. 통계적으로 나 같은 아이들의 미래는 비참하다. 운이 좋으면 수급자 신세를 면하는 정도고 운이 나쁘면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다. (…) 나도 비참한 미래를 앞둔 아이들 중 하나였다. (프롤로그 중에서)

또한 밴스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모르는 사람이나 다름없는 남자와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을 뻔한 여자에게서 버림받은 자식”(42쪽)이다. 약물 중독에 빠져 끊임없이 정신적·신체적 폭력을 휘둘렀던 엄마와 돈 때문에 양육권을 버린 아빠, 엄마 곁을 스쳐간 수많은 아버지 후보자들 때문에 어린 밴스는 늘 불안과 우울에 시달려야 했다. “하교를 알리는 종이 울릴 시간이 다가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130쪽) 정도로 집은 밴스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주는 장소였다. 정신적으로 의지할 곳이 없던 그에게 가장 큰 버팀목이었던 할모와 떨어져 새아버지와 살게 된 후 밴스의 학교생활은 엉망이 됐고, 그는 “고등학교 중퇴를 가까스로 면했고, 주변 사람들을 향한 끓어오르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망가지기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22쪽) 그래서 밴스는 훗날 예일에서 만난 아내 우샤의 집안이 평화롭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는다. 아내의 집안에서는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난폭한 언쟁과 폭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약물 중독과 폭력을 사과하겠다던 엄마가 돌변해 열두 살 어린아이였던 밴스에게 죽음의 공포를 안겨줬던 일을 고백하는 장면은 그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제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고통스럽다. 책의 후반부에 밴스는 엄마 또한 끊임없는 다툼과 할보의 알코올 중독, 할모의 무관심, 그리고 가정 폭력의 희생자임을 밝힌다. 밴스가 아내 우샤에게 일방적으로 화를 낸 후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나는 아주 멀쩡할 때조차도 시한폭탄 같다”(369쪽)고 자조하는 장면은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폭력의 상흔이 얼마나 지우기 힘든 것인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최근에 만난 사람들은 아이비리그 출신이라는 간판과 직업만 보고서 내가 무슨 천재라도 되는 줄 안다. 특출하게 뛰어난 사람만이 지금의 내 위치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렇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건 전부 헛소리다. 타고난 재능 따위를 운운할 수도 없는 것이, 내가 사랑하는 몇몇 사람이 구해주기 전까지 나는 시궁창 같은 삶에서 허덕이며 살고 있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런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도 밴스는 할모와 할보의 사랑과 집안의 유일한 참된 어른인(148쪽) 누나의 지지와 보살핌 속에서 ‘개천용’이 되었다. 밴스는 엄마를 포함한 자신의 가족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며 “이들 가운데 누구라도 내 삶의 방정식에 변수로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엉망이 됐을 것이다. 희박한 가능성을 뚫고 성공한 다른 사람들도 내가 겪은 것과 유사한 형식의 개입이 있었다”(382쪽)고 고백한다. 이것이 밴스가 스스로를 가리켜 “더럽게 운이 좋은 개자식임에 틀림없다”(402쪽)고 말하는 이유다.


“가히 종교적이라 할 만한 수준의 냉소가 만연했다.”
‘문화적 단절’과 ‘사회적 자본의 부재’가 공존하는 세계의 현실

『힐빌리의 노래』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한 부분은 읽다 보면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밴스가 생생하게 묘사한 가족 이야기이고, 다른 한 부분은 밴스가 제기하는 문제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문제는 이것이다. 힐빌리들이 겪는 불운한 인생에 이들의 책임이 얼마나 있는가? 밴스는 이 부분에서 작심한 듯 애정에서 비롯된 날 선 비판을 쏟아놓는다.
밴스가 들려주는 개인사 대부분은 그가 ‘힐빌리 문화’로부터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분리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제정신이 아닌 엄마를 떠나 할모의 곁에서 안정적으로 학교를 졸업한 후 해병대에 자원한 것은 그의 인생을 바꾼 커다란 분기점이었다. 그는 해병대 생활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목표의식을 갖게 됐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능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능력은 당연히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노력 부족을 능력 부족으로 착각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이것이 사람들이 내게 백인 노동 계층의 어떤 점을 가장 변화시키고 싶으냐고 물을 때마다, 내가 “자신의 결정이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마음”이라고 대답하는 까닭이다. 해병대는 외과 의사가 종양을 도려내듯 내게서 그런 마음을 도려냈다. (10장 ‘독립의 시작, 그리고 할모의 죽음’ 중에서)

반면 미들타운에 남아 있던 밴스의 친구들은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신분 상승을 평생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일찌감치 미래를 포기해버렸고, “가히 종교적이라 할 만한 수준의 냉소”(309쪽)만을 지니고 있었다. 밴스는 자신의 이모인 로리와 누나인 린지가 엄마와 달리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리게 된 것은 힐빌리가 아닌 다른 문화의 사람과 결혼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밴스 역시 빈곤이 문화가 되어버린 힐빌리들과 다른 문화에서 성장한 여자 친구와 결혼함으로써 마음속에 낙인처럼 찍힌 힐빌리 문화에서 탈출하고자 했다.
힐빌리 문화 속에서 성장한 내부자이자, 새로운 세상에 터를 잡은 이방인으로서 밴스는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혼란을 겪었다.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 다닐 때는 면접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어서 군복 바지에 추레한 라임색 셔츠, 운동화를 대신할 유일한 신발이었던 해병대 전투화를 신고 갔다가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해병대 정신으로 중무장했지만, 의사와 변호사 외에 출세했다고 할 만한 다른 직업을 몰라서 단순히 피를 보며 일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예일 로스쿨에 들어갔다. 또한 명문 로펌의 채용 담당자들이 모이는 면접 파티에 참석할 만큼 공부를 한 후에도 탄산수를 가리키는 “반짝거리는 물”(341쪽)의 정체를 알지 못해 망신을 당할 뻔했다. 밴스가 얼마만큼 문화적으로 단절되어 있었는지 짐작 가능한 대목이다. 예일 로스쿨에서 에이미 추아 교수를 만나기 전까지 그의 곁에는 삶에 대해 진지한 조언과 방향을 제시해줄 어른, 혹은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밴스는 이것을 ‘사회적 자본의 부재’라고 표현하며, 예일 같은 명문대에 인종을 막론하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부유한 집안의 학생들이 가득한 이유를 설명했다. 문화적 단절과 사회적 자본의 부재는 복지 제도와 장학금으로는 도저히 건너기 어려운 계층 간의 벽을 만들었다.
「허핑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피터 클로시어가 서평에서 언급한 것처럼 “만약 당신이 중산층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으며 제대로 된 교육 제도 안에서 적절한 교육을 받았다면, 이 책이 나머지 절반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몰랐던’ 당신의 눈을 뜨게 할 것이다.”
계층 간 문화적, 사회적 단절은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계층 간 이동을 갈수록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양극화된 세상은 고립되고 소외된 계층을 현혹하는 정치적 포퓰리즘이 자라나는 토양이 된다. 지식인들이 복지 제도 논쟁에 집중하는 동안 문화적으로 소외된 집단들은 정책과 비전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좌절감과 분노를 배설할 통로로 정치를 소비하고 있다. 가족과 복지, 일자리와 교육, 정치와 문화, 이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속에서 개인과 사회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힐빌리의 노래』는 질문한다. 이 책이 미국의 지식인 사회를 들끓게 한 이유다.


“충격적이고 애통하고 고통스러운 동시에 너무나도 웃기다.”
눈을 뗄 수 없는 서사, 그 속에 담긴 문학적 재미와 감동

J. D. 밴스는 이 책에서 인생의 뿌리이자 장애물이며 행복과 불안의 근원이었던 가족과, 그들을 잠식해가는 정신적 빈곤, 그리고 인간의 성장에 있어 안정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과 없이 묘사한다. 아울러 밴스가 예일에서 느꼈던 차별(한 교수는 예일 로스쿨은 보충수업을 해주는 곳이 아니므로 아이비리그 출신자만 입학생으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327쪽)과 메울 수 없는 격차(밴스는 예일 친구들을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식당에 데려갔으나 그들에게는 “공중위생을 위협하는 지저분한 식당에 불과”했다, 335쪽)까지도 상세히 그린다. 그는 윤리와 문화의 붕괴, 가정 폭력과 가족 해체, 소외와 가난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성장 에세이라는 잔잔한 서사 속에 녹여냄으로써,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인 론 하워드 감독이 이 책의 영화화를 결정했을 만큼 『힐빌리의 노래』가 지닌 스토리의 힘은 탁월하다. 읽는 순간 빠져들게 하는 생생한 묘사와 빈틈없는 서사는 마치 소설을 읽는 것과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한국 문학계의 거장인 소설가 김훈 선생이 “가난의 한복판에서 가까운 희망을 찾아낸 사람의 이야기”라며 소설이 아닌 외국 에세이에, 그것도 유례없이 긴 서평을 쓴 것도 이 책의 ‘스토리’가 지닌 힘을 방증한다. 예일 로스쿨 교수 에이미 추아의 찬사처럼 “『힐빌리의 노래』는 충격적이고 애통하고 고통스러운 동시에 너무나도 웃기다. 충격적인 진실 속에서 진정한 희망을 던져준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주목할 만한 책이다.”
『힐빌리의 노래』는 문학적 재미와 사회적 관점의 환기라는 두 가지 선물을 동시에 선사한다. 읽는 사람은 원하는 것을 얻으면 된다. 사회문제라는 무거운 관점으로만 이 책에 접근할 필요는 없다. 그저 소설처럼 재미를 좇아 읽어도 좋겠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는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남게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