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독서, 영상

센세이셔널 (부제: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 저자 애슐리 워드

클리오56 2024. 5. 2. 07:42

 

영화평론가 이동진님이 3월 최고의 책으로는 선정하지 못했지만 스페셜 멘션 북으로 언급한 서적이다. 나로서는 믿고 보는 이동진의 소개라 책을 획득했지만 현재로는 일부분만을 살펴보았다. 이동진님이 주로 언급했던 1장의 시각과 5장의 촉각에 추가하여 6장 잡동사니 감각, 그리고 7장 지각 짜맞추기 편을 중심으로 훑었다.  

 

우선 이동진님의 해설을 정리해본다.

시각은 상대적으로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감각은 철저히 주관적이다.
즉, 내가 보는 빨간색과 상대방이 보는 빨간색은 같을 수가 없다. 

 

 

한국어에서는 초록색과 연두색을 구분하지만
영어에서는 모두 green이다.

 

 


 

 

 

 

 

내용 및 소감

 

들어가며

 

- 감각: 특정 자극을 전용 수용기로 감지하는 능력, 수용기에서 뇌까지 이어지는 감각의 신경로가 적어도 필요 

 

- 뇌 유입되는 정보를 걸러내고 순서대로 정리하고 처리하는 모든 작업의 결과물을 지각이라고 한다. 지각은 결코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다. 뇌는 데이터를 단순히 수집하고 정돈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데이터를 능동적으로 조정하고 길들인다. 외부에서 들어온 신호는 편견, 기존의 예상, 감정 등을 거쳐 해석되고 층층이 쌓인다. 감각과 감성의 통합은 지각에서 막강한 역할을 한다. 

 

- 우리는 세상을 보며 분명 실재하는 현실이라 확신하지만 사실 이러한 지각은 복잡하면서도 기발한 착각에 불과하다. ... 머그컵에 담긴 차의 사례.... 차, 색상, 맛, 향 등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가 빨간색으로 자각하는 것은 650나노미터의 파장을 가진 복사에너지일 뿐이다. 본질적으로 빨간색이 있는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빨갛게 해석하는 것이다. 또한 소리는 압력파이며, 맛과 냄새는 서로 다른 분자의 조합에 불과하다. 각각을 감지하는 능력은 감각기관에 있지만, 그것을 해석해서 우 리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틀로 바꿔주는 작업은 뇌에서 이뤄진다. 이 틀이 소중하기는 하지만 실재에 대한 해석일 뿐이며 모든 해석과 마찬가지로 주관적이다. 

 

- 시각은 입력 데이터가 워낙 풍부해서 다른 감각보다 처리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린다. 21세기에도 단거리 달리기 경주의 시작을 신호등 불빛이 아닌 총소리로 알리는 이유이다. 

 

- 뇌는 정보를 끝없이 체로 걸러내며 중요한 것만 골라낸다. 특히 뇌는 새로움과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감각정보는 대부분 의식으로 입성하지 못한다.... 이것은 뇌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서 생긴 일이다. 여기에도 단점이 있다. 뇌가 미묘한 부분을 자주 놓친다는 점이다.

 

- 손재주 좋은 마술사가 매번 우리를 속일 수 있는 것은 감각과 지각 사이의 병목 현상, 즉 정보를 수집하는 것과 의식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 사이에서 나타나는 병목현상을 보여준다. 그래소 뇌는 내적모형이라는 견본을 이용해 익숙한 패턴을 찾으려 하고, 절차를 무시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 ... 뇌에 불완전한 데이터만 있더라도 파편으로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어 대단히 유용하다. 

 

- 감각은 우리 내면의 자아와 바깥세상 사이의 접점이다. 위대한 예술에서 자연의 웅장함에 이르기까지 온갖 아름다움을 지각하게 해주고, 얼음물 한 잔의 시원함, 쾌활한 웃음소리, 사랑하는 이의 손길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한마디로 말해 감각은 우리에게 살아갈 이유와 가치를 부여한다.... 뇌는 이 정보를 받아 해독하고 정리해서 궁극적으로 의미를 엮어낸다. 

 

1장 눈으로 보는 세상

-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는 못믿겠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은 실재가 아니라 뇌가 만들어낸 이야기다. 뇌는 무의식적으로 눈에서 받은 날 것의 입력에 의미을 담고, 관찰한 것을 걸러 주관적인 특질과 편견을 부여하면서 공백을 메운다. 우리는 대부분 이런 과정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가 본 것을 확실히 기억한다고 믿는다. .... 시력을 철썩같이 믿는 것은 지나친 자신감이다. 시력은 제일 쉽게 속는 감각이며, 심지어 스스로를 속인다. (예: 날씬해 보이는 색깔의 옷을 입거나,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다양한 트롱프뢰유를 이용) 

뮐러라이어 착시: 
두 선의 길이가 같음을 알고 있음에도 위쪽이 더 길어 보인다. 
  자동운동효과: 빛나는 점을 보고 있으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
  부주의맹(inattention blindness): 뇌는 시야에 들어온 대상 중에 우리가 집중하는 것 외에는
대략적인 골자만 파악 (예: 농구공 패스 동영상에서 곰이 지나간 것을 알아차리지 못함)

 

- 우리는 다른 많은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감각적으로 불완전한 동물로 태어났다. 우리의 유전자는 뇌가 사물을 지각하는데 필요한 신경장비에 대해 일종의 개략적인 초고만 제공한다. 이 개략적 초고는 경험을 통해 연마되면서 구체적인 형태를 잡아간다. 특히 생후 몇 주부터 몇 달 사이의 시기가 중요한 때이다. 이때 필요한 경험을 놓치면 평생의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두운 환경에서 자란 생쥐는 일반적인 환경에서 자란 생쥐와 달리 온전한 시력을 발달시키지 못한다)

 

- 눈의 진화에 5억년: 원시적인 감광 세균부터 현대 인류에 이르기까지~ 

 

- 잘 익은 토마토를 보면 모두 빨간색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같은 색을 보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색은 착각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잘 익은 토마토는 빨간색이 아니다. 파장이 650나노미터인 빛을 반사하고 있을 뿐이다. 뇌가 이 입력을 전환해서 빨간색이란 지각을 만든다. 나는 파장을 측정할 수 있지만 토마토를 바라보는 당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감각을 체험할 수는 없다. 우리는 각자가 세상을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바라보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으로 추측한다. 

 

- 고전 오딧세이에는 파랑, 초록, 주황의 색은 전혀 언급이 없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색맹이었다고 주장(글래드스턴)

 

- 아이작 뉴턴: 무지개 7색 => 서구문화권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숫자 7에 대한 집착. 7음계, 일주일, 7대 불가사의 등 

 

- 초록색 계열의 용어가 영어는 11가지, 한국어는 15가지가 있다. 한국인들은 연두색과 초록색의 차이를 알아본다. 반면 양쪽 모두 영어로는 초록색으로 표현된다. => 색의 지각에 언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 1914년 미국 신문: 아기의 옷은 관습을 따르자면 남자아이는 분홍색, 여자아이는 파란색이 좋다. => 현재는 분홍색은 여성만 입는 색으로 자리 잡음.

 

서구권 문화에서 순수의 상징은 하얀색이지만, 인도에서는 파란색이 순수를 의미한다. 일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하얀색이 애도의 색상이다. 이란 사람들은 존경을 표시할 때 파란색을 선호하고, 서구에서 검은색은 근엄함을 상징한다.

 

- 우리가 아름다움과 심미에 관심을 두는 것은 감각의 무게추가 시각쪽으로 심하게 치우쳐 있어서다. 좋든 싫든 시각은 다른 감각을 압도한다. 우리가 기울이는 관심의 양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감각에 이용되는 전체적인 감각기관의 비율 면에서 봐도 그렇다. => 시각 감각수용기의 수는 2억개 정도로 막대, 시각은 나머지 감각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뇌의 자원을 소비 

 

 

2장 귀로 듣는 세상

146쪽: 당장 알아듣기 힘든 음성과 마주하면 뇌는 소음에서 의미가 도출될 때까지 퍼즐을 새로 배열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여기서 뇌는 음성에서 일관된 정보를 추출하기 위해 음성의 특징을 감지하는 서로 다른 뇌 영역들을 새로 조율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듣는 낯선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뇌는 그 사람의 음조, 음색, 억양, 사투리에 맞춰 재조정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3장 코가 맡는 세상

187쪽: 좋은 식단은 건강에 중요하고, 건강은 곧 체취로 이어진다. 우리 후각은 건강한 사람의 냄새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몸에 질병이나 장애와 같은 생화학적 변화가 생기면 냄새로도 발현된다.

 

4장 혀가 맛보는 세상

255쪽: 유아는 문화권과 상관없이 단맛을 좋아하고, 쓴맛은 싫어하도록 프로그램된 상태에서 태어난다. 하지만 선천적인 기호는 경험을 통해 변화를 겪는다. 우리는 향미에 대해 이른 시기부터 학습한다. 사실 태어나기도 전부터 학습이 일어난다. 프랑스에서 진행한 연구에서 임신한 여성이 출산 2주 전에 섭취했던 음식은 태어난 아기의 음식 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줬다.

 

5장 피부가 느끼는 세상

- 주변에 있는 물건으로 손을 뻗는 동안 아기는 촉각을 앞장세워 다른 감각, 특히 시각을 발전시키고 통합시킨다. 아기는 손을 뻗어 근처 바닥에 떨어져있던 제일 밝은색의 블록을 움켜쥐면서 시각을 조정하고, 3D 세상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감을 잡고, 나중에 중요하게 작동할 공간 감각을  발달시킨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촉각을 길잡이 감각으로 삼아 첫 며칠, 몇 주동안 세상을 탐험한다. 

 

- 아기들은 세상을 탐험하면서 식별촉각을 사용해 접촉하는 것들의 형태와 질감을 능동적으로 알아냈다.....최근 또 다른 측면이 있음을 알게되었으니 정서촉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포옹과 애정 표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 두 유형의 촉각이 별개의 신경구조를 갖추고 있음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촉각을 사회적 상호작용의 핵심으로 만드는 것은 몸과 마음 사이의 근본적인 연결 관계이다. 촉각의 즉시성과 친밀성이 인간관계의 토대를 형성한다. 

 

- 철저한 털 고르기가 영장류의 위생과 티끌하나 없는 외모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털 고르기의 핵심은 사회적 유대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이들이 서로의 털을 만지며 스킨십하는 과정에서 사랑의 호르몬이라고도 부르는 옥시토신이 분비되는데, 옥시토신이 친목을 장려해준다. 털 고르기는 유인원의 사회를 하나로 묶는 접착제인 셈이다. 

 

- 프리드리히 2세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무모한 실험을 마친 결과 한 가지 극적인 사실을 알게되었다. 아기들을 잘 먹이고, 잘 씻겼음에도 신체적 접촉과 스킨십이 사라지자 재앙을 낳았다. 사람과의 스킨십을 박탈당한 아기들이 하나, 둘씩 앓다가 죽고 만 것이다. =>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큐의 고아원 참상  

 

- 레이는 우연히 캥거루가 어린 새끼를 주머니 속에 넣어 체온을 유지하고 보호한다는 글을 보고 영감을 받아 신생아를 어머니의 가슴에 맨살로 접촉시켜 돌보는 방법을 고안했다이 방법은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아기들은 어머니의 체온을 통해 자신의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고, 어머니의 심장 박동 소리와 친밀한 접촉으로 안정감을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스킨십은 조산아에게 나타날 수 있는 뇌의 발달 저하 문제를 완화하고, 생후 초기를 넘어서까지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킨십이 신생아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같은 팀에 있는 운동 선수들끼리 하이파이브, 포옹 등의 스킨십이 많을수록 경기 성적이 더 좋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 긴밀한 신체 접촉을 즐기는 사람들은 더 행복해질 뿐만 아니라 더 건강하고, 면역계도 더 강화된다. 촉각적 상호작용은 사랑스러운 포옹부터 핸드폰을 보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누군가와 부딪히는 것까지 온갖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우연한 접촉을 제외하면 신속하게 유대감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촉각이다. 낯선 사람과의 순간적 접촉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상대방에 호감을 느끼게 만든다.

 

- (기계에 의한 위험에 직면하여 스스로 무릎 아래 절단한 사례) 아드레날린은 위급한 상황에 신속하게 반응해 몸을 생존모드로 전환한다. 아드레날린이 진통제는 아니지만 당면한 위협에만 온 정신을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다. 이로써 우리는 통증을 무시하고 오로지 상황을 해결하는 데만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이후 몸에 차오른 아드레날린의 농도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강력한 통증이 찾아온다. 

 

- 신경섬유는 몸에 균일하게 분포돼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손가락 끝은 1평방센티미터당 240개의 신경섬유가 밀집해 있고, 몸통은 같은 공간에 겨우 9개만 분포돼있다. 사실 우리 몸 어느 부위도 손만큼 감각신경이 풍부한 곳은 없다. 신경의 풍부함으로 따졌을 때 손 다음은 얼굴, 특히 입술 주변이다. 이곳에는 1평방센티미터당 약 84개 신경섬유가 있다. 각각의 피부 영역에서 세어 본 신경섬유 수는 그 영역이 뇌에 표상된 크기와 잘 맞아떨어지지만 이것으로 둘 사이의 관계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신체의 특정부위를 촉각 과제에 많이 사용할수록 뇌는 그영역에 대한 표상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더 많이 재조직한다. ....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할수록 특정 손가락, 특히 엄지손가락에 더 집중하도록 뇌가 업그레이드된다.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세대의 뇌는 자신의 세상에 맞춰 알맞게 형성됐다. 

 

- 손끝에 촘촘하게 얽혀있는 신경섬유들은 빽빽하게 밀집된 촉각수용기를 뒷받침한다.. 아주 좁은 영역의 피부에 대해서만 보고하기 때문에 손가락 끝으로는 섬세한 부분까지 훨씬 잘 구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경섬유가 더 성기게 분포하고 있는 다른 신체 부위에서는 각각의 수용기가 훨씬 더 넓은 피부영역을 담당해야 하므로 촉각해상도가 훨씬 낮아진다. => 이쑤시개 2개로 간격을 두어 등판과 손가락 끝을 찌르는 실험   

 

- 촉각에 가장 민감한 신체 부위가 통증에도 가장 민감하다는데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얘기다.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촉각을 제공하는 손바닥과 손가락 안쪽은 그만큼 통증에 취약하다. => 교사들의 학생 체벌시 손을 회초리로 때리는 이유.. 고문하는 사람들은 얼굴과 발바닥을 고문 부위로 선호  

 

- 촉각의 예리함은 촉각에 제일 많이 사용하는 신체 부위에 집중해 있다. 팔을 따라 손에 가까워질수록 피부에는 더 많은 신경이 분포돼 있다. .... 촉각은 팔을 따라 내려가면서 점점 예리해지고 통증은 반대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방탄조끼와 비슷한 원리인지도 모른다. 즉, 통각수용기가 몸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을 보호하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 미세한 신경섬유가 23만개... 십대와 이십대 초반에 정점.. 이후 감소하여 80세는 대략 절반 정도만 남는다... 설상가상으로 젊을 때 정교한 감각을 자랑하던 손과 얼굴, 발에서 가장 극적으로 감소한다. 

 

- 손이 작은 사람이 더 예민하게 나올 때가 많다. 촉각의 민감성은 신경종말의 밀도와 직접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각자는 신경종말의 수는 대략 비슷하나 피부 양이 달라서 체구가 작은 사람이 신경종말의 밀도가 더 높고, 더 섬세한 촉각을 갖게 된다. 

 

- 신체접촉의 결핍으로 우리는 사회적 존재로서 우리를 뒷받침하는 핵심부분을 놓칠 위험에 처했다. 신체접촉은 면역계의 기능을 높이고, 우리를 진정시키며 기분좋게 만들어주는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의 분비를 개선해준다. 신체접촉은 우리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심오한 방법이자, 사회적 배제에서 오는 고통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이며 인간관계의 뿌리이다.

 

- 우리 피부는 자신을 타인과 구분 짓는 동시에 우리의 가장 필수적인 소통 수단 중 하나를 위한 접점으로도 작용한다. 다른 감각은 눈가리개, 귀마개 같은 것으로 억누를 수 있지만 촉각은 항상 그곳에 존재하면서 바깥 세상의 모든 특성과 질감을 우리에게 끝임없이 일깨워준다. 무엇보다도 촉각은 우리의 가장 심오한 감각이지만 동시에 위험할 정도로 소홀히 대하는 감각이기도 하다.

 

6장 잡동사니 감각

- 2018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의 파괴적인 쓰나미 후에 발간된 UN보고서는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저자의 경고는 바다에서 쓰나미의 규모를 기록하는 시스템이 정확하지 않고, 또 거기서 얻은 정보를 광범위한 위험지역에 알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었다. => 쓰나미가 닥치기 오래전부터 동물들은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시믈러 섬은 2004년 지진의 진앙과 가까운 지역이었지만 약 8만명의 주민 중 쓰나미로 사망한 사람은 7명에 불과했다. 이는 지역민들이 지역 동물들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인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동물들은 지진의 진동을 느낄 수 있고, 더 나아가 다른 신호도 감지할 수 있다. 아마도 이들은 지진을 예고하는 거대한 교란에서 발생하는 초저주파 불가청음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다른 사례들: 동면 중인 뱀들이 나와 동사, 고양이와 가축들이 이상 행동, 두꺼비들이 짝짓기를 하다말고 단체로 물을 떠난 사건 등 =>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활동: 염소들의 행동에서 특정 측면이 임계값을 넘어설 때 마다 자동 경보하는 것이 최첨단 기계적 센서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일찍 감지하여 성과를 올림. 

- 거머리를 폭풍우 예측기로 활용, 개구리가 비가 올 ㄱ서 같으면 우는 습성을 이용, 클로버는 소나기가 내리기 전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파리를 접는다. 

 

- 우리는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다는 증거는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것을 꼭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수용은 감각과 지각 사이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지구의 극성을 파악하고 거기에 반응할 수 있는 동물들의 하드웨어를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동물처럼 인식하지는 못한다. 이것은 결국 진화의 문제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 철새들은 먼 곳의 집을 찾아가는 것이 생과 사를 가르는 차이가 될 수도 있지만, 인간은 좀 더 효율적으로 길을 찾는 능력이 생겨서 나쁠 것은 없지만 1년마다 장거리 이동을 하며 살아 본 역사가 없다. 그 때문에 내장형 생물나침반이 인간의 성공에 필요조건은 아니었다. 

 

- 대부분 균형감각은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살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는 확실히 느끼게 된다. 힐러리가 9-11 테러 추모행사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졌는데, 그녀가 균형감각이 부족한 취약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적들이 꼬투리를 잡았다. 결국 그녀의 대선 패배의 결정적 역할이 되었다. 

 

- 균형을 유지하는 곳은 눈, 피부, 근육, 안뜰계(전정계)의 감각기관에서 들어오는 입력이 모두 결합된 집단적 노력의 산물이다. 안뜰계는 속귀에 있는 액체로 찬 고리 모양의 관 삼총사로 정교하게 구성돼 있다. 우리가 움직일 때 이 관속에 있는 액체가 철벅거리면서 미세한 감각털을 자극하면 이것이 운동을 감지해서 정보를 뇌로 보낸다. 이 털과 여기 달린 세포는 그 옆 달팽이관에 있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이는 청각과 균형감각이 해부학적으로 밀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양쪽 모두 고대의 어류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두 개가 하나의 감각이었다. ... 하지만 안뜰계가 제공하는 가장 소중한 기능은 안뜰눈반사일 것이다.... 우리가 조깅이나 춤 같이 머리를 빠르게 자주 움직여야 하는 활동을 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매끈한 시야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시야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안뜰눈반사 덕분이다. ... 차를 탔을 때 흔들림과 가속은 뇌에 문제를 일으킨다. 우리의 진화 역사는 대부분 자동차가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뇌에는 이럴 때 필요한 적절한 기준이 없다. 그 결과 뇌는 가장 흔하게 감각 불일치를 야기하는 상황을 의심한다. 바로 중독이다. 뇌는 독소를 배출하는 제일 간단하고 빠른 방법을 알고 있다. 토해내는 것이다. 

 

- 물컵으로 손이 가는 것이 순전히 자발적 결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부분적으로는 혈중 삼투압의 미묘한 변화에 무의식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해서 나온 행동이다. 어떤 시나리오든지 행동의 근본 원인은 정신과 육체 간에 이뤄지는 끊임없는 대화다....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뇌가 지각하는 것을 내수용감각이라고 하며, 뇌는 신체의 생리학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행동을 끌어낸다.... 정신과 육체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은 우리의 모든 생각이 어느 정도는 나머지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의해 형성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감정, 의사결정, 자아감에 심오한 영향을 미친다.   

 

- 우리는 운동이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이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한 흥미로운 개념에 따르면 운동은 내수용감각 능력을 향상시켜 뇌와 몸 사이의 연결을 강화한다. 사실 대부분 운동이 이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근력운동은 불안과 싸우는 데 특히 효과적이다. 몸을 단련하면 내수용감각이 개선돼 몸이 보내는 신호에 더 예민해지고, 결국에는 정서적 회복 능력과 정신적 건강이 개선된다. 꼭 헬스클럽을 찾아가지 않아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명상이나 마음챙김도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7장 지각 짜맞추기

- 공감각 사례: 빈센트 반 고흐가 어릴 적 피아노 선생에게 음에서 저 마다의 색깔이 느껴진다고 말함. => 미친 취급 당함. 

 

- 감각들은 협업을 통해 어느 하나의 감각에서 들어오는 정보가 고르지 못하거나 약한 상황을 보완한다. => 실내의 시끄러운 상황에서 화자의 얼굴을 보며 귀가 처한 어려움을 보완. 

 

- 우리에게 단 하나의 감각만 선택하라고 하면 대부분은 시각을 고를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시각만 갖고 태어났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발달 과정에서 세상을 정확히 지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려면 시각을 다른 감각과 비교하면서 눈으로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기들은 물체를 바라보면서 손으로 만져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는 촉각적 단서가 눈으로 보이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촉각뿐만 아니라 미각, 후각, 청각도 마찬가지다.

 

교보문고 책 소개

감각은 왜 존재하고 어떻게 작동하는가?
우리가 몰랐던 감각의 세계
어제와 다른 세상을 마주하라!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은 객관적이지 않다. 개인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경험한 모든 일, 문화적 배경, 주위 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볼 때, 불어오는 바람에 맛있는 빵과 커피 냄새가 실려 올 때,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행복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위대한 예술품과 자연의 웅장함부터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순간에 이르기까지 감각은 우리가 더 가치 있게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감각은 우리가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존재다. 감각이 있기에 사랑하는 이의 얼굴에서 표정을 알아볼 수 있고, 냄새로 과일이 익었는지 느낄 수 있고, 갑자기 떨어진 기압으로 다가오는 폭풍우를 감지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인간에게 무려 53가지 감각이 있다고 알려졌다. 우리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폭넓은 감각에 대한 지식을 이제 막 넓혀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인간에게서 각 감각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자연에 사는 다른 생명체에게는 해당 감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감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평소 마주하는 일상적인 경험이 감각을 거쳐 어떻게 더 풍부해지는지 드러난다. 일상에서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감각들이 어떻게 감정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발견하는 순간, 삶의 작은 순간들이 더욱 의미 있어진다.

시드니대학교 교수이자 소장으로 재직 중인 애슐리 워드는 오랜 시간 동물 행동학을 연구해왔다. 남극의 크릴부터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며 경력을 쌓았고, 동물 행동학 분야에 학문적으로 기여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동물의 사회적 행동에 관한 여러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고, 대중 과학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인간과 동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애슐리 워드가 안내하는 감각의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작동하는 방식에 경이로움이 느껴지고, 새로운 세상에 눈이 떠진다. 이 책은 단순히 과학적 지식을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인간의 모든 감각을 하나하나 탐구하며, 각 감각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데 어떻게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다양한 사례와 함께 흥미롭게 풀어낸다. 우리가 느끼는 감각의 비밀이 밝혀질 때마다 또 다른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놀라움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일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일을 더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예전에는 의미 없이 흘러갔을 모든 순간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감각하는 원리뿐만 아니라 이유를 함께 살펴본다. 각자의 감각적 경험이 어떻게 다르고, 그런 차이는 어디서 생겨나는지에 관한 흥미진진한 질문도 탐구한다. 또 감각이 인류에 어떻게 영향을 미쳐왔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해본다.

1~5장까지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라는 인간의 오대 감각을 하나씩 다룬다. 6장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여러 감각을 살펴본다. 책 전반에 걸쳐 서로 다른 감각 사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상호작용을 이야기하며, 특히 마지막 장에서 우리 뇌가 뒤죽박죽 섞여 들어오는 감각 입력을 어떻게 지각이라는 하나의 그림으로 엮어내는지 탐구한다.

이 책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오감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인간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감각을 탐구한다. 그동안 의식하지 않았던 일상적인 모든 행동이 감각들의 상호작용의 결과였음을 알고 나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상호작용한다. 입맛이 까다롭거나,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냄새에 민감하다면 감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감각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보다. 감각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이해한다면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새로운 즐거움과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내가 느끼는 감각에 더 깊이 빠져들 준비가 됐다면 바로 이 책을 펼치고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길 바란다!
 

저자(글) 애슐리 워드

Ashley Ward

시드니대학교 동물행동학 교수 겸 소장이며, 《동물의 사회생활(The Social Lives of Animals)》과 베스트셀러 오디오북 《동물 사회(Animal Societies)》의 저자이기도 하다. 동물의 사회적 행동, 학습, 의사소통을 연구하고 있다. 남극의 크릴부터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며 경력을 쌓았다.
그의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 〈생물학리뷰〉, 〈커런트 바이올로지〉 등 유명 저널에 게재됐으며, 여러 과학 학술지에 100편이 넘는 글을 발표했다. 그가 저술한 학술서 〈사회성〉은 다른 논문에 자주 인용되며 인기를 얻었다.
요크셔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시냇물이나 통나무 밑에서 화석을 채집하거나 바위 웅덩이를 들여다보며 동물의 행동에 매료됐고, 그 후 생물학자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전문가로서의 명성 외에 시력은 0.2이고, 후각과 미각은 영 별로라고 한다.

 

목차

  • 지은이 소개
    옮긴이 소개

    0. 들어가며
    1. 눈이 보는 세상
    2. 귀로 듣는 세상
    3. 코로 맡는 세상
    4. 혀가 맛보는 세상
    5. 피부가 느끼는 세상
    6. 잡동사니 감각
    7. 지각 짜맞추기

    후기
    감사의 말
    참고자료

추천사

책 속으로

감각은 우리 내면의 자아와 바깥세상 사이의 접점이다. 위대한 예술에서 자연의 웅장함에 이르기까지 온갖 아름다움을 지각하게 해주고, 얼음물 한 잔의 시원함, 쾌활한 웃음소리, 사랑하는 이의 손길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한마디로 말해 감각은 우리에게 살아갈 이유와 가치를 부여한다.

-'들어가며' p.27

 

서구권 문화에서 순수의 상징은 하얀색이지만, 인도에서는 파란색이 순수를 의미한다. 일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하얀색이 애도의 색상이다. 이란 사람들은 존경을 표시할 때 파란색을 선호하고, 서구에서 검은색은 근엄함을 상징한다.

-'1, 눈으로 보는 세상' p.77

 

당장 알아듣기 힘든 음성과 마주하면 뇌는 소음에서 의미가 도출될 때까지 퍼즐을 새로 배열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여기서 뇌는 음성에서 일관된 정보를 추출하기 위해 음성의 특징을 감지하는 서로 다른 뇌 영역들을 새로 조율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듣는 낯선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뇌는 그 사람의 음조, 음색, 억양, 사투리에 맞춰 재조정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2, 귀로 듣는 세상' p.146

 

좋은 식단은 건강에 중요하고, 건강은 곧 체취로 이어진다. 우리 후각은 건강한 사람의 냄새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몸에 질병이나 장애와 같은 생화학적 변화가 생기면 냄새로도 발현된다.

-'3, 코가 맡는 세상' p.187

 

유아는 문화권과 상관없이 단맛을 좋아하고, 쓴맛은 싫어하도록 프로그램된 상태에서 태어난다. 하지만 선천적인 기호는 경험을 통해 변화를 겪는다. 우리는 향미에 대해 이른 시기부터 학습한다. 사실 태어나기도 전부터 학습이 일어난다. 프랑스에서 진행한 연구에서 임신한 여성이 출산 2주 전에 섭취했던 음식은 태어난 아기의 음식 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줬다.

-'4, 혀가 맛보는 세상' p.255

 

긴밀한 신체 접촉을 즐기는 사람들은 더 행복해질 뿐만 아니라 더 건강하고, 면역계도 더 강화된다. 촉각적 상호작용은 사랑스러운 포옹부터 핸드폰을 보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누군가와 부딪히는 것까지 온갖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우연한 접촉을 제외하면 신속하게 유대감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촉각이다. 낯선 사람과의 순간적 접촉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상대방에 호감을 느끼게 만든다.

-'5, 피부가 느끼는 세상' p.281

 

우리는 운동이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이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한 흥미로운 개념에 따르면 운동은 내수용감각 능력을 향상시켜 뇌와 몸 사이의 연결을 강화한다. 사실 대부분 운동이 이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근력운동은 불안과 싸우는 데 특히 효과적이다. 몸을 단련하면 내수용감각이 개선돼 몸이 보내는 신호에 더 예민해지고, 결국에는 정서적 회복 능력과 정신적 건강이 개선된다.

-'6, 잡동사니 감각' p.350

 

우리에게 단 하나의 감각만 선택하라고 하면 대부분은 시각을 고를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시각만 갖고 태어났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발달 과정에서 세상을 정확히 지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려면 시각을 다른 감각과 비교하면서 눈으로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기들은 물체를 바라보면서 손으로 만져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는 촉각적 단서가 눈으로 보이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촉각뿐만 아니라 미각, 후각, 청각도 마찬가지다.

-'7, 지각 짜맞추기' p.392

 

출판사 서평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감각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

당신이 알던 오감의 세계를 뛰어넘다!

 

1970년대, 전 세계적으로 조산율이 높아지자 의사들은 조산아의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보고타의 한 병원에서 소아과 의사로 근무했던 에드가 레이와 헥터 마르티네즈 역시 조산아를 잘 의사들은 급증하는 조산아를 감당하고자 고군분투했다. 병원에는 조산아를 돌보는 데 필요한 충분한 장비나 인큐베이터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레이는 우연히 캥거루가 어린 새끼를 주머니 속에 넣어 체온을 유지하고 보호한다는 글을 보고 영감을 받아 신생아를 어머니의 가슴에 맨살로 접촉시켜 돌보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방법은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아기들은 어머니의 체온을 통해 자신의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고, 어머니의 심장 박동 소리와 친밀한 접촉으로 안정감을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스킨십은 조산아에게 나타날 수 있는 뇌의 발달 저하 문제를 완화하고, 생후 초기를 넘어서까지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킨십이 신생아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같은 팀에 있는 운동 선수들끼리 하이파이브, 포옹 등의 스킨십이 많을수록 경기 성적이 더 좋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스킨십은 서로 다른 사람과의 접촉하는 행위로 피부를 자극한다. 피부는 하나의 거대한 감각기관으로 피부를 통해 들어오는 자극은 우리의 몸을 변화시킨다. 면역계의 기능을 높이고,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의 분비를 개선에 기분을 좋게 만들거나 진정시킨다. 물리적으로 통증을 느끼는 상황, 또는 정신적으로 불안하거나 긴장된 상황에서 정서적으로 긴밀한 유대감이 있는 사람과의 스킨십이 실제로 통증과 불안감을 줄여준다는 점도 신기한 사실이다.

 

사실 촉각은 시각이나 청각 같은 감각에 비해 중요하게 생각되는 감각이 아니다. 그럼에도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악수를 통해 친밀감을 느낀다거나, 연인과의 포옹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처럼, 촉각을 통해 들어온 감각은 내 기분과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점이 감각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감각을 통해 외부 환경에서 받아들이는 정보는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화가 나거나 불안한 상태라면 큰 소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청각적 충격으로 인한 불쾌함과 놀람 때문에 불안함이 커지고 작은 소음에도 극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화가 난 상황에서 소리를 지르기보다 의식적으로 조용히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좀 더 쉽게 진정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른 예시를 하나 더 살펴보자. 점식 식사 시간에 누군가 음식에서 오이나 콩을 골라내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입맛이 까다롭다거나 편식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쩌면 그 사람은 미각이 너무 뛰어나 맛에 민감한 사람일 수 있다. 사람은 각자가 가진 맛봉오리의 수에 따라 맛을 느끼는 정도에 큰 차이가 있다. 맛에 예민한 사람은 같은 음식을 먹어도 내가 느끼지 못하는 쓴맛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생각하면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라도 이해해줄 만하지 않은가?

 

이 책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감각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동안 오감으로 알려져 있던 단순한 감각을 넘어서, 감각이 우리의 감정, 기억,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따뜻한 음료를 마실 때 다른 사람들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고, 딱딱한 물건을 들고 있을 때 내 태도도 무뚝뚝해지는 것처럼 내가 느끼는 것이 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감각을 이해하면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각 감각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면, 감각을 활용해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사람과 마주하고 다양한 자극 속에서 살아간다.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삶은 훨씬 더 풍요롭고 다채로운 의미로 가득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몰랐던 당신의 감각을 깨우고 싶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