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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운명의 수용에 관한 서사시 (2022.3.24)

클리오56 2022. 3. 24. 19:25

1. 강연: 정암학당 강대진 교수 (플라톤아카데미TV, 2018.4.18)

* 독서: 일리아스, 호메로스 원작, 아우구스테 레히너 풀어지음, 김은애 옮김, 문학과 지성사 

  => 레히너는 복잡하고 긴 육각운율로 된 고대 서사시를 압축해 산문으로 옮겨놓으면서, 원작의 문체적 특징이나 표현상의 장단점들을 정혹히 간파하여 독자들이 읽기 쉽게 재창작하였다.

 

2. 일리아스는 기원전 8세기에 만들어진 서양 최초의 문학 작품

* 그리스 사람들은 자신들을 헬라스라고 부르기에 비슷한 한자음인 희랍으로 부르겠다. 그리스는 영어 표현. 희랍은 중국과 비슷한 문화 발전 속도인데, 중국의 청동기 문명 때 희랍 청동기 문명이 있었고, 중국이 춘추전국시대에 들어갈 때 희랍에도 그런 사건이 있었고, 공자는 기원전 6세기 분인데 솔론 보다 조금 뒤에 살았던 분이고, 맹자는 연대가 상당히 떨어져 아리스토텔레스와 비슷한 시대에 살았다. 그리고 동양의 역사책인 사마천의 사기가 기원전 100년 쯤에 나왔는데, 희랍은 기원전 450년 경에 쓰인 헤로도토스의 역사이다. 물론 공자의 춘추가 있는데 원문은 없고 주석만 전해진다. 

 

* 동양과 서양의 큰 차이 중의 하나가 얼마나 스토리텔링이 있는지 하는 것이다. 서양 책들은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로 시작해서 희랍 비극, 셰익스피어, 도스토예프스키, 카프카 같은 것까지 읽어야 하는데 절반 이상이 이야기 책이다. 반면에 동양은 그렇지 않은데, 경사자집 그렇게 4개로 분류한다. 경은 사서삼경 같은 경전들, 사는 역사책들, 자는 제자백가, 집은 문집, 그래서 이야기 책이 들어갈 틈이 없다. 삼국지는 14세기 작품이고, 선비들이 읽어서는 안되는 책이었다. 그래서 동양은 스토리텔링 전통이 조금 약하다. 서양은 여기 최초의 작품에서 벌써 이야기로 시작을 했다.

 

* 서양은 청동기 문명이 꽤 찬란하게 있었고, 그러다가 암흑기가 지나가고 나서 기원전 8세기부터 문화가 다시 한번 시작되는데 그 때 처음으로 나온 작품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이다. 사실은 그 사이에 문자가 달라졌다. 청동기시대의 미노아 선문자라는 어려운 문자가 있었고, 암흑기에 없어졌다가 그 무렵에 나중에 로마 글자같이 된거 그 글자(페네키아 문자)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희랍 사람들이 놀라운 발명을 했는데 모음 글자를 만들었다. 모음 글자가 나와가지고 이제는 사람들이 남이 했던 어떤 말, 자기가 했던 말도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희랍에서 철학과 과학이 제일 먼저 나온 이유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

 

* 그렇게 해서 제일 먼저 나온 문헌이 기원전 8세기 일리아스이다. 상당히 긴 작품이다. 중국과 희랍이 문화 속도가 비슷하다고 했는데, 이 두 군데 보다도 더 일찍 번성했던데가 메소포타미아이다. 빛이 동방에서 온다 했는데, 그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일리아스는 원래는 글자 없이 머릿속으로 만들어 가지고 나중에 문자로 정착된 것 같다. 제목에서 운명의 수용에 관한 서사시라 했는데, 서사라는 말은 이야기가 있다는 뜻이고, 시는 운율이 있다는 뜻이다. 운율에 맞춰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문학 장르가 크게 서사시이다. 이것으로 서양 문화가 시작이 되었다.

 

3. 일리아스 관련한 사전 지식

 

- 펠레우스와 테티스 여신의 결혼

* 일리아스는 옛날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공연한 것을 녹취한 것처럼 되있었고,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벌써 많은 신화를 알고 있기 때문에 앞에서부터 다 얘기 해주질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 여러분은 그런 준비가 안되어 있기 때문에, 앞 이야기를 조금 한다. 제우스하고 포세이돈이 어떤 바다의 아름다운 여신을 노리고 있었는데, 테티스 여신이다. 그러다가 제우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테티스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가 아버지보다 뛰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제우스는 자기 아버지 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아버지를 쫓아내고 자기가 신들이 왕이 되었다. 그런데 테티스가 자기보다 뛰어난 아들 낳게 되면 자기 쫓겨날 것이므로, 테티스를 강제로 인간에게 시집보내려는데, 그때의 신랑감으로 정해진 사람이 펠레우스이다. 그 사람은 헤라클레스 같은 엄청난 영웅은 아니고, 여러 모험에 참가했지만 큰공은 세우지 못했다. 그 사람이 참여했다는 모험 중에 조금 유명한 것이 칼뤼돈 멧돼지 사냥이다. 오이네우스 왕이 있는데 신들에게 추수감사제를 드리면서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깜빡 잊어버렸다. 그래서 사냥의 여신은 노하여 거대한 멧돼지를 보내 국토를 유린한다. 이에  영웅들이 모여 가지고 것을 퇴치하는데, 아탈란테라는 처녀 사냥꾼이 제일 먼저 부상을 입히고, 밀레아그로스가 결정타를 입혀 멧돼지를 죽였다는 내용이다. 밀레아그로스 뒤에 서있는 사람이 펠레우스이다. 

* 도자기 관련하여 동양은 자기를 만들 수 있었고, 서양은 도기 수준에 머물렀다. 동양과 서양의 차이는 동양은 이야기가 없는 서정적인 그림을 그렸고, 서양은 그림에 이야기가 있다. 고려청자를 생각하면, 구름, 학, 꽃같은 아주 서정적인 무늬가 있다. 반면에 서양은 이야기가 들어가 있고 이름도 써 놓고있다. 블랙 피규어(기원전 6세기)는 그림 테두리 안쪽에 검정색을 칠하는 방법이고, 레드 피규어(기원전 5세기)는 그림 테두리 바깥에 까만 색을 칠하는 방법이다. 

* 펠레우스가 드디어 테티스에게 청원하러 갔다. 지금 허리를 꽉 잡고 있는 모습인데, 테티스는 바다의 여신이고 자매들이 많이 있는데 놀라는 표정을 짓고있다. 왼쪽에는 돌고래를 손에 잡고 있는 바다의 요정이 그려져 있다. 제일 오른쪽에는 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가 와있는데 케이론이라고 하는 존재이다. 어찌나 현명한지 앞다리까지 사람처럼 돼있고 뒤는 말이다.

또 다른 그림은 펠레우스가 테티스를 꽉 잡고 결혼하자 그러는데, 여기 사자, 뱀이 그려져있고 물의 신들은 물이 담기는 그릇의 모양에 따라서 모습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여자가 사자로도 변하고 뱀으로도 변했다는 뜻이다. 그러다 남자가 끝까지 잡고 있으니까 할 수 없이 결혼했다. 그림 테두리 바깥에 까만 색을 칠하는 레드 피규어 방법이 적용되었다. 좀 상징적으로 얘기하면 좋은 배우자를 얻으려면 상대방이 변덕을 부려도 끝까지 참아야 된다는 뜻이 될지도 모르겠다. 상체는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하체는 다리가 이렇게 하고 있는데 '정면성의 원리'인데, 옛날 사람들이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고 정보를 가장 많이 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렸다. 이집트 벽화가 대표적인데, 팔다리는 옆으로 하고 가슴은 정면을 하고 얼굴을 옆으로 하고 눈은 정면으로 하고 있다.

 

- 펠레우스-테티스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과 황금사과

* 아래 그림도 재미있다. 펠레우스-테티스 서로 눈을 안 맞추고 있는데, 아직도 사이가 좋지 않다. 모든 신들이 초대가 됐지만, 불화의 여신은 초대받지 못했다. 불화의 여신이 나타나 황금사과를 던졌는데, 거기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라고 써있었다. 이에, 모든 여신이 다 자기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최종적으로 세 여신이 남았다. 

헤라 여신이 맨 먼저 "나는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 신의 아내이자, 모든 신의 왕후 되는 여신인 만큼 이 사과는 마땅히 내 것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아테나 여신은 "내가 지닌 지혜의 아름다움은 다른 모든 신이 지닌 지혜의 아름다움을 앞서는 것인 만큼 이 사과는 내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프로디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름다움의 여신말고 누가 그 사과를 차지할 수 있겠어요?"

 

* 세 여신은 입씨름을 벌였고, 이 입씨름은 말싸움으로 발전했다. 말싸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치열해졌다. 세 여신은 거기에 모인 손님들에게, 그 사과가 누구의 것이 되어야 마땅한지 심판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손님들은 심판해 주기를 거절했다. 어느 여신을 편들어 주든, 나머지 두 여신으로부터 원한을 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세 여신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신들의 궁전이 있는 올림포스 산으로 돌아갔다. 신들 중에는 이 여신을 편드는 신들이 있는가 하면 저 여신을 편드는 신들도 있었다. 신들은 이렇게 편이 갈린 채 오래오래 서로 싸웠다. 얼마나 오래 싸웠는가 하면, 이 말싸움이 시작되던 당시 인간 세상의 도시 국가 트로이에서 태어난 아기가 자라 전사나 목동이 될 때까지 싸웠다. 신들은 모두 불사신들이라서, 때가 되면 죽는 운명을 타고난 인간의 세월은 알지 못한다.

 

- 파리스의 판단

* 그러던 어느 날, 여전히 그 황금 사과를 두고 아웅다옹하던 질투심 많은 세 여신이 올림포스 산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다가, 이데(Ide) 산 기슭에서 목동 노릇을 하는 헌칠한 청년을 보게 되었다. 이 청년이 바로, 사과를 사이에 두고 올림포스 신들 사이에 말싸움이 시작될 당시에 태어난 그 아기다.(일설엔 제우스가 헤르메스를 세 여신과 함께 파리스에게 심판을 내려줄 것을 명했다고 합니다.) 세 여신은 모르는 것이 없는 신들이라서 한눈에 청년이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청년은 자기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세 여신은 문득 그 청년이 자기네 세 여신의 정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신의 정체를 모른다면 보복당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정하게 심판할 수 있을 터였다. 세 여신이 황금 사과를 두고 입씨름을 벌이는 데도 염증을 느끼고 있을 즈음의 일이었다. 세 여신은 그 사과를 청년에게 던졌다. 파리스는 엉겁결에 손을 내밀어 그 사과를 받았다. 세 여신은 풀잎 하나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사뿐히 땅 위로 내려서서는 파리스에게, 누가 가장 아름다워서 그 황금 사과의 주인이 될 만한지 셋 중에서 고르게 했다.

 

루벤스의 그림. 제일 우측의 황금사과를 쥔 파리스, 그 옆의 전령모자를 쓴 헤르메스, 공작이 있는 헤라 여신, 관을 쓰고 에로스가 딸려있는 아프로디테, 투구, 방패, 부엉이가 있는 아테네 여신이다.

* 먼저 눈부신 갑옷을 차려입은 모습의 아테나 여신이 앞으로 나서서, 칼날 같은 잿빛 눈으로 파리스를 바라보며, 자기에게 그 황금 사과를 던져주면 전투에서 무적의 힘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으로는 헤라 여신이 신들 궁전의 왕후에 어울리는 차림으로 나서서, 자기에게 그 황금 사과를 던져 주면 소아시아 전체의 통치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눈이 깊은 바다처럼 파란 아프로디테가, 꼬아 놓은 금실 같은 타래 머리를 하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면서 앞으로 나서서, 자기에게 그 황금 사과를 던져 주면 자기만큼 아름다운 아내와 짝을 지어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파리스는 그 여신만큼 아름다운 아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지혜와 권력을 주겠다는 두 여신의 약속을 잊고 말았다. 그러고는 그 황금 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던졌다.

* 그 순간 아테나와 헤라는 자기들에게 황금 사과를 던져 주지 않은 파리스에게 앙심을 품었다. 잔칫날 손님들이 예측했던 그대로였다. 두 여신은 아프로디테에게도 앙심을 품었다. 그러나 이렇게 미스그리스가 된 아프로디테는 만족스러워 하면서 왕자인 그 목동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로 마음 먹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파리스는 그가 내린 판정 때문에 자신은 물론 부모 형제와 조국까지 파멸하고 만다. 그와 헬레네의 사련은 그리스인들의 분노를 일으켜 트로이 전쟁의 빌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미인 경연 대회에서 실패한 헤라와 아테나는 앙심을 품고 그리스군을 도와 트로이의 멸망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 헬레나 납치

* 그래서 아프로디테가 파리스에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를 넘겨주는데 그 여자는 제우스가 백조로 변해가지고 레다 하고 결합해서 낳은 아이입니다. 레다가 알을 두개 낳는데, 한쪽에서는 남자 쌍둥이, 다른 알에서는 여자 쌍둥이가 나왔소 그 중에 하나가 헬레네라고 보통 그렇게 얘기합니다. 어쨌든 그 헬레네 집에 파리스가 나타나 접대를 잘 받다가 남편이 외가집에 초상이 나서 장례를 치르려고 간 사이에 여자를 데리고 도망칩니다. 그래서 이렇게 헬레네를 찾기 위해서 10만 대군이 몰려가서 10년 동안 싸운 끝에 트로이가 함락되고 다시 여자를 데리고 온다라고 하는게 트로이아 전쟁의 전말이다. 그런데 여자를 찾으려고 하는 쪽에서는 헬레나 왕비님이 납치된거다 이렇게 주장한다. 여자를 안놓으려고 하는 쪽에서는 뭔소리야 우리 왕자님이 잘 생겨 그냥 따라 나왔으니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주장한다.

 

루벤스 작품, 발각된 아킬레우스

- 오디세우스

* 트로이 전쟁에 나가기 싫어서 오디세우스는 미친척했는데 사람들이 오니까 소와 말을 묶어 가지고 같이 쟁기질을 한 후 소금을 뿌렸다고 한다. 아들을 이 앞에 세워 놓았더니 이를 피해가는 바람에 들통이 났다고 한다.

텔레마코스 앞에서 쟁기질을 멈추는 오디세우스

 

- 이피게네이아의 희생

* 아트레우스의 아들인 아가멤논은 그리스군을 이끌고 트로이를 향해 진격하려는데, 도중에 아르테미스 여신의 분노를 사는 바람에, 바람이 불지 않아서 전함들이 오도가도 못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아가멤논은 여신을 달래기 위해 신탁대로 자신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려한다. 결국 이피게네이아는 결단을 내리고, 스스로 희생양이 되기를 자청한다. 하지만 스스로 희생되기 위해 제단에 오른 이피게네이아는 아르테미스에 의해 최후의 순간 구원을 받는다. 아르테미스는 그녀를 타울리스로 빼돌리고, 이피게네이아가 있던 자리에 대신 희생 제물로 사용할 사슴을 한마리 놓아둔다.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되고, 아르테미스의 용서를 받은 그리스군은 드디어 바람을 얻어 배을 띄우고 트로이로 출발한다.

한편 아가멤논의 부인은 딸을 제물로 바치려는 남편의 행동에 경악하여 트로이 10년 전쟁후 돌아왔을 때 남편을 죽인다.

티에폴로 작품, 이피게네이아의 희생

 
- 텔레포스와 아킬레우스
* 트로이 전쟁의 서막에서 텔레포스의 도시를 트로이로 착각하여 공격하는데, 텔레포스가 덩굴에 걸려 넘어지고 아킬레우스의 창에 찔려 허벅지에 상처를 입었다. 그대의 가해자가 그대를 치유할 것이다라는 신탁에 따라 텔레포스가 찾아와서 자기를 좀 낳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이다. 창을 깎아 가지고 녹을 상처에 붙여 나았다. 일종의 공감주술이다. 내가 어떤 일을 하면 그것과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게 공감 주술이다. 시험치러 가는 사람에게 아침에 일부러 미역국 먹이지 않는다. 

헤라쿨라네움 출토 부조: 텔레포스에게 창의 녹을 갈아 붙이는 아킬레우스

 
 
-  프로테실라오스
* 트로이 영화에서는 아킬레우스가 제일 먼저 상륙하여 신전을 부수는 장면인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어머니가 제일 먼저 상륙하는 사람이 제일 먼저 죽는다라고 하여 제일 먼저 상륙하지 않았다. 프로테실라오스가 제일 먼저 상륙하였다. 

톰 로벨 작품: 프로테실라오스의 트로이 상륙

 

4. 일리아스

- 일리아스 작품은 트로이 전쟁 10년간의 전부가 아니라 마지막 10년째 며칠간 이야기이다. 그래서 일리아스 작품 자체에는 아킬레우스의 죽음이나 트로이 함락은 포함되지 않는다. 비록 며칠간의 이야기이지만 나무를 단층 촬영하듯 트로이 전쟁 전체를 알아볼 수 있도록 전개된다. 일리아스는 일리온에 관한 시라는 뜻이다. 일리온은 트로이아의 다른 이름이다. 트로이는 영어 발음이다. 트로이아는 지역이름, 일리온은 도시이름이지만 섞어 사용된다.

 

- 이야기 전개 기법

* 일리아스는 분노라는 단어로 시작된다. 분노가 어떻게 일어났고, 전개되며, 해소되는지를 보게된다.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차례로 전개되지 않는다. 질문을 던지면서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간다. 중간에서 시작하다가, 한편으로는 끝을 향해 가면서 또 한편으로는 과거의 일을 점점 많이한다. 그래서 이야기 끝에 가면 우리가 앞도 뒤도 모두 알 수 있게 된다.  굉장히 놀라운 이야기 기법이다. 오디세이아도 마찬가지 그런 전개이다. 현재 -> 과거 -> 현재로 돌아오는 플래시백 방식이다. 

 

- 아킬레우스 분노의 발단

* 트로이 전쟁 전체가 여자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일리아스의 사건도 여자 때문에 일어난다. 전쟁이 길어지니까 그리스군은 주변지역을 약탈하여 예쁜 여자들을 나눠 가졌다. 전체 지휘관인 아가멤논에게는 크리세이스, 제일 잘 싸우는 아킬레우스에게는 브리세이스 라는 여자가 배당되었다.
* 아가멤논 총사령관 에게 배당된 여자의 아버지가 찾아온다. 자기가 아폴론의 사제 라고 아폴론을 생각해서 선물 받고 내 딸 돌려달라고 하지만 아가멤논은 돌려주는게 싫다. 꺼지라고, 당신 또 내 눈에 띄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겁을 준다. 사제는 겁이 나서 떠나 바닷가로 흔자 거닐면서 자기가 섬기는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신이 호응한다. 
* 호메로스가 신기한 기법을 쓰고 있다. 같은 물건이나 같은 사람을 묘사할 때 늘 같은 구절을 사용한다. 아킬레우스를기 말하면 발이 빠른 아킬레우스 이렇게 사용한다. 앉아 있어도 발이 빠르고, 누워서도 발이 빠르다. 항상 발이 빠른 아킬레우스~~ 운율을 맞추려고 집어넣었다. 이야기를 전달하려면 운율에 맞춰서 전해줘야 되는데 즉석에서 그 구절들을 짜맞춘다. 아폴론의 사제의 경우, 아폴론 이라고 하는 단어 앞에는 멀리서 쏘는 그런 뜻이 붙어있어요. 멀리서 화살을 날리는 신이라는 것이다. 같은 구절이 세 번 나오는데 한번은 시인의 말로, 또 한번은 등장인물의 말로, 마지막에는 현실로 하여 그래서 같은 것을 반복하면서 점점 키워가는 점층법을 사용한다. 음악에서의 크레센도 방법을 쓰고 있다. 계속 같은 멜로디 반복하면서 점점 악기가 많이 가담하여 처음엔 잘 안들리다가 나중 굉장히 커진다. 이런 방법을 일리아스에 사용되었다. 내용, 형식, 의미가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의미만 강조하고 내용이나 형식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 사제의 기도를 받아들여 아폴론이 화살을 날리고 많은 그리스군들이 죽어나간다. 아가멤논이 여자를 돌려주지 않아 일어난 사건으로 밝혀진다.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에게 여자를 돌려주라고 하자 왜 자기 여자냐 하며, 돌려주되 아킬레우스의 여자는 자기가 차지하겠다고 한다. 이런 치사스러움에 아킬레우스가 분노. 
* 루스 베네딕트는 서양은 죄의식의 문화이고 동양은 수치의 문화라고 대비했다. 서양사람들은 신께서 보고 계신다고 생각해서 늘 혼자 있어도 죄의식을 갖고 있지만, 동양 사람에겐 그런 신이 없기 때문에 남들 앞에서 체면 세우는 것만 중요하다고 했는데, 오늘날 맞지 않다고 다들 공격한다. 그런데 어떤 학자가 희랍 영웅들의 세계관이 바로 수치의 문화라고 한다. 남들이 자기를 마음속으로 존경하는 건 필요없다. 내가 지위가 높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는 건 옆에 예쁜 여자의 모습이 있어야 된다는거다. 그게 현대에서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옆에 아름다운 부인을 데리고 있는 것을 트로피

앵그리 작품: 제우스에게 탄원하는 테티스

 

* 그림에서 왼쪽에 헤라가 감시하고 있다. 혹시 바람 피울까봐 그러는 건 아니고, 헤라도 알고 있듯이 제우스가 테티스를 건드렸다가 애기가 생기면 큰일난다. 제우스를 능가하는 아들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제우스가 곤란해 한다. 지금 자기의 계획은 10년 끌다가 그리스군이 이기는건데, 지금 10년 가까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리스군이 지게 해달라 그러니까 좀 골치가 아프고, 게다가 부인 눈치가 보인다. 헤라는 그리스군 편이기 때문. 파리스는 트로이 왕자인데, 자기를 안 예쁘다고 하였으니 당연히 트로이를 미워한다. 사실은 전쟁 안나게 하는 방법이 있었다. 황금사과 사건 때 그냥 제일 높으신 분의 부인이 제일 예쁩니다 라고 했다면 트로이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거다.

 

* 제우스가 테티스를 강제로 인간에게 시집보낸게 마음에 걸려서 그런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굉장히 멋있게 되어 있다. 제우스가 향기로운 곱슬머리를 끄덕이자 올림푸스가 향기와 진동으로 흔들렸다. 제우스가 어떻게 할까 그러다가 그날 밤에 아가멤논에게 거짓된 꿈을 보낸다. 이제 트로이 함락할 때가 되었다고. 그래서 다음날 아가멤논은 군대를 이끌고 나가는데 거기에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 있다. 배들의 목록이라고 여기 참전하는 사람이 어디 어디에서 누구 누구가 배 몇 척을 이끌고 왔다는게 한없이 나온다. 이게 영화 시작할 때 감독 이름 나오고 주연배우 몇 명 나오고 시작하고,끝나고 나면 영화 등장한 사람 다 나오고 만든 사람 다 나온다. 전자가 오프닝 크레딧, 후자는 엔딩 크레딧이라고 하는데 사상 최초로 오프닝 크레딧을 여기 쓴 것이다. 

* 인문학 공부는 나와 세계를 알고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이게 서양 최초의 작품이에요. 인간이 말하자면 잠에서 깨어났어요. 내가 어디 있지 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 주변 지리정보 내가 어디있는지 보고요. 시간적으로 내가 어디있는지 봐요, 할 수 있는 데까지 3대까지 찾아보고,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내가 어디 있는지 살펴봅니다. 지리정보, 그 역사정보 같은 것들도 들어있고, 옛날 사람들이 목록 시를 굉장히 좋아해요, 고유명사 나오는 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하는 노래가 목록 시입니다. 중간에 동경 132 북위 37 강수량은 1300.... 이렇게 의미부여 하면 우리는 읽을 수 있습니다. 인간은 의미가 없는 데서 의미를 찾아내고, 질서가 없는 데는 질서를 부여하는 존재라고 누가 그래요.
* 그래서 트로이 군대가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두 군대가 마주칠려는 순간에 갑자기 파리스가 튀어나와요. 야, 여자 때문에 싸우는데 전 군대가 모두 다 싸울 필요가 뭐있나? 파리스와 메넬라우스가 1:1로 싸워 붙어보자. 이기는 쪽이 여자도 차지하고 여자에게 딸려있는 보물도 차지하자. 그래서 둘이서 대결 합니다, 약정 대결입니다.
 

* 작품 읽으며 굉장히 읽기 어려운 두 번째 이유가 전투 장면이 너무나 많다는 겁니다. 여기도 전투 저기도 전투, 도대체 누가 이기는지도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전투 장면 읽어 내는 방법이 2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날짜별로 나눠 놓고 읽어 라는 거예요. 전투는 딱 나흘 벌어집니다. 첫날은 굉장히 균형있게 싸우고, 나머지 세날은 하루는 트로이아가 이기고 마지막엔 그리스가 이기고 중간에 왔다갔다 해요. 한쪽이 이긴다 왔다갔다 한다, 저쪽이 이긴다 그렇게 가지고 균형이 잡혀 있어요. 

* 헥토르가 너무 가슴 근육을 과시하면서 죽어있네요. 자신의 돌아온 장면. 이렇게 해서 헥토르의 장례를 끝냈다는 걸로 되있습니다. 

헥토르의 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