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히너는 복잡하고 긴 육각운율로 된 고대 서사시를 압축해 산문으로 옮겨놓으면서, 원작의 문체적 특징이나 표현상의 장단점들을 정혹히 간파하여 독자들이 읽기 쉽게 재창작하였다.
2. 일리아스는 기원전 8세기에 만들어진 서양 최초의 문학 작품
* 그리스 사람들은 자신들을 헬라스라고 부르기에 비슷한 한자음인 희랍으로 부르겠다. 그리스는 영어 표현. 희랍은 중국과 비슷한 문화 발전 속도인데, 중국의 청동기 문명 때 희랍 청동기 문명이 있었고, 중국이 춘추전국시대에 들어갈 때 희랍에도 그런 사건이 있었고, 공자는 기원전 6세기 분인데 솔론 보다 조금 뒤에 살았던 분이고, 맹자는 연대가 상당히 떨어져 아리스토텔레스와 비슷한 시대에 살았다. 그리고 동양의 역사책인 사마천의 사기가 기원전 100년 쯤에 나왔는데, 희랍은 기원전 450년 경에 쓰인 헤로도토스의 역사이다. 물론 공자의 춘추가 있는데 원문은 없고 주석만 전해진다.
* 동양과 서양의 큰 차이 중의 하나가 얼마나 스토리텔링이 있는지 하는 것이다. 서양 책들은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로 시작해서 희랍 비극, 셰익스피어, 도스토예프스키, 카프카 같은 것까지 읽어야 하는데 절반 이상이 이야기 책이다. 반면에 동양은 그렇지 않은데, 경사자집 그렇게 4개로 분류한다. 경은 사서삼경 같은 경전들, 사는 역사책들, 자는 제자백가, 집은 문집, 그래서 이야기 책이들어갈 틈이 없다. 삼국지는 14세기 작품이고, 선비들이 읽어서는 안되는 책이었다. 그래서 동양은 스토리텔링 전통이 조금 약하다. 서양은 여기 최초의 작품에서 벌써 이야기로 시작을 했다.
* 서양은 청동기 문명이 꽤 찬란하게 있었고, 그러다가 암흑기가 지나가고 나서 기원전 8세기부터 문화가 다시 한번 시작되는데 그 때 처음으로 나온 작품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이다. 사실은 그 사이에 문자가 달라졌다. 청동기시대의 미노아 선문자라는 어려운 문자가 있었고, 암흑기에 없어졌다가 그 무렵에 나중에 로마 글자같이 된거 그 글자(페네키아 문자)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희랍 사람들이 놀라운 발명을 했는데 모음 글자를 만들었다. 모음 글자가 나와가지고 이제는 사람들이 남이 했던 어떤 말, 자기가 했던 말도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희랍에서 철학과 과학이 제일 먼저 나온 이유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
* 그렇게 해서 제일 먼저 나온 문헌이 기원전 8세기 일리아스이다. 상당히 긴 작품이다. 중국과 희랍이 문화 속도가 비슷하다고 했는데, 이 두 군데 보다도 더 일찍 번성했던데가 메소포타미아이다. 빛이 동방에서 온다 했는데, 그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일리아스는 원래는 글자 없이 머릿속으로 만들어 가지고 나중에 문자로 정착된 것 같다. 제목에서 운명의 수용에 관한 서사시라 했는데, 서사라는 말은 이야기가 있다는 뜻이고, 시는 운율이 있다는 뜻이다. 운율에 맞춰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문학 장르가 크게 서사시이다. 이것으로 서양 문화가 시작이 되었다.
3. 일리아스 관련한 사전 지식
- 펠레우스와 테티스 여신의 결혼
* 일리아스는 옛날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공연한 것을 녹취한 것처럼 되있었고,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벌써 많은 신화를 알고 있기 때문에 앞에서부터 다 얘기 해주질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 여러분은 그런 준비가 안되어 있기 때문에, 앞 이야기를 조금 한다. 제우스하고 포세이돈이 어떤 바다의 아름다운 여신을 노리고 있었는데, 테티스 여신이다. 그러다가 제우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테티스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가 아버지보다 뛰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제우스는 자기 아버지 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아버지를 쫓아내고 자기가 신들이 왕이 되었다. 그런데 테티스가 자기보다 뛰어난 아들 낳게 되면 자기 쫓겨날 것이므로, 테티스를 강제로 인간에게 시집보내려는데, 그때의 신랑감으로 정해진 사람이 펠레우스이다. 그 사람은 헤라클레스 같은 엄청난 영웅은 아니고, 여러 모험에 참가했지만 큰공은 세우지 못했다. 그 사람이 참여했다는 모험 중에 조금 유명한 것이 칼뤼돈 멧돼지 사냥이다. 오이네우스 왕이 있는데 신들에게 추수감사제를 드리면서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깜빡 잊어버렸다. 그래서 사냥의 여신은 노하여 거대한 멧돼지를 보내 국토를 유린한다. 이에 영웅들이 모여 가지고 것을 퇴치하는데, 아탈란테라는 처녀 사냥꾼이 제일 먼저 부상을 입히고, 밀레아그로스가 결정타를 입혀 멧돼지를 죽였다는 내용이다. 밀레아그로스 뒤에 서있는 사람이 펠레우스이다.
* 도자기 관련하여 동양은 자기를 만들 수 있었고, 서양은 도기 수준에 머물렀다. 동양과 서양의 차이는 동양은 이야기가 없는 서정적인 그림을 그렸고, 서양은 그림에 이야기가 있다. 고려청자를 생각하면, 구름, 학, 꽃같은 아주 서정적인 무늬가 있다. 반면에 서양은 이야기가 들어가 있고 이름도 써 놓고있다. 블랙 피규어(기원전 6세기)는 그림 테두리 안쪽에 검정색을 칠하는 방법이고, 레드 피규어(기원전 5세기)는 그림 테두리 바깥에 까만 색을 칠하는 방법이다.
* 펠레우스가 드디어 테티스에게 청원하러 갔다. 지금 허리를 꽉 잡고 있는 모습인데, 테티스는 바다의 여신이고 자매들이 많이 있는데 놀라는 표정을 짓고있다. 왼쪽에는 돌고래를 손에 잡고 있는 바다의 요정이 그려져 있다. 제일 오른쪽에는 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가 와있는데 케이론이라고 하는 존재이다. 어찌나 현명한지 앞다리까지 사람처럼 돼있고 뒤는 말이다.
또 다른 그림은 펠레우스가 테티스를 꽉 잡고 결혼하자 그러는데, 여기 사자, 뱀이 그려져있고 물의 신들은 물이 담기는 그릇의 모양에 따라서 모습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여자가 사자로도 변하고 뱀으로도 변했다는 뜻이다. 그러다 남자가 끝까지 잡고 있으니까 할 수 없이 결혼했다. 그림 테두리 바깥에 까만 색을 칠하는 레드 피규어방법이 적용되었다. 좀 상징적으로 얘기하면 좋은 배우자를 얻으려면 상대방이 변덕을 부려도 끝까지 참아야 된다는 뜻이 될지도 모르겠다. 상체는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하체는 다리가 이렇게 하고 있는데 '정면성의 원리'인데, 옛날 사람들이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고 정보를 가장 많이 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렸다. 이집트 벽화가 대표적인데, 팔다리는 옆으로 하고 가슴은 정면을 하고 얼굴을 옆으로 하고 눈은 정면으로 하고 있다.
- 펠레우스-테티스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과 황금사과
* 아래 그림도 재미있다. 펠레우스-테티스서로 눈을 안 맞추고 있는데, 아직도 사이가 좋지 않다. 모든 신들이 초대가 됐지만, 불화의 여신은 초대받지 못했다. 불화의 여신이 나타나 황금사과를 던졌는데, 거기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라고 써있었다. 이에, 모든 여신이 다 자기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최종적으로 세 여신이 남았다.
헤라 여신이 맨 먼저 "나는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 신의 아내이자, 모든 신의 왕후 되는 여신인 만큼 이 사과는 마땅히 내 것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아테나 여신은 "내가 지닌 지혜의 아름다움은 다른 모든 신이 지닌 지혜의 아름다움을 앞서는 것인 만큼 이 사과는 내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프로디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름다움의 여신말고 누가 그 사과를 차지할 수 있겠어요?"
* 세 여신은 입씨름을 벌였고, 이 입씨름은 말싸움으로 발전했다. 말싸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치열해졌다. 세 여신은 거기에 모인 손님들에게, 그 사과가 누구의 것이 되어야 마땅한지 심판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손님들은 심판해 주기를 거절했다. 어느 여신을 편들어 주든, 나머지 두 여신으로부터 원한을 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세 여신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신들의 궁전이 있는 올림포스 산으로 돌아갔다. 신들 중에는 이 여신을 편드는 신들이 있는가 하면 저 여신을 편드는 신들도 있었다. 신들은 이렇게 편이 갈린 채 오래오래 서로 싸웠다. 얼마나 오래 싸웠는가 하면, 이 말싸움이 시작되던 당시 인간 세상의 도시 국가 트로이에서 태어난 아기가 자라 전사나 목동이 될 때까지 싸웠다. 신들은 모두 불사신들이라서, 때가 되면 죽는 운명을 타고난 인간의 세월은 알지 못한다.
- 파리스의 판단
* 그러던 어느 날, 여전히 그 황금 사과를 두고 아웅다옹하던 질투심 많은 세 여신이 올림포스 산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다가, 이데(Ide) 산 기슭에서 목동 노릇을 하는 헌칠한 청년을 보게 되었다. 이 청년이 바로, 사과를 사이에 두고 올림포스 신들 사이에 말싸움이 시작될 당시에 태어난 그 아기다.(일설엔 제우스가 헤르메스를 세 여신과 함께 파리스에게 심판을 내려줄 것을 명했다고 합니다.) 세 여신은 모르는 것이 없는 신들이라서 한눈에 청년이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청년은 자기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세 여신은 문득 그 청년이 자기네 세 여신의 정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신의 정체를 모른다면 보복당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정하게 심판할 수 있을 터였다. 세 여신이 황금 사과를 두고 입씨름을 벌이는 데도 염증을 느끼고 있을 즈음의 일이었다. 세 여신은 그 사과를 청년에게 던졌다. 파리스는 엉겁결에 손을 내밀어 그 사과를 받았다. 세 여신은 풀잎 하나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사뿐히 땅 위로 내려서서는 파리스에게, 누가 가장 아름다워서 그 황금 사과의 주인이 될 만한지 셋 중에서 고르게 했다.
* 먼저 눈부신 갑옷을 차려입은 모습의 아테나 여신이 앞으로 나서서, 칼날 같은 잿빛 눈으로 파리스를 바라보며, 자기에게 그 황금 사과를 던져주면 전투에서 무적의 힘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으로는 헤라 여신이 신들 궁전의 왕후에 어울리는 차림으로 나서서, 자기에게 그 황금 사과를 던져 주면 소아시아 전체의 통치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눈이 깊은 바다처럼 파란 아프로디테가, 꼬아 놓은 금실 같은 타래 머리를 하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면서 앞으로 나서서, 자기에게 그 황금 사과를 던져 주면 자기만큼 아름다운 아내와 짝을 지어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파리스는 그 여신만큼 아름다운 아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지혜와 권력을 주겠다는 두 여신의 약속을 잊고 말았다. 그러고는 그 황금 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던졌다.
* 그 순간 아테나와 헤라는 자기들에게 황금 사과를 던져 주지 않은 파리스에게 앙심을 품었다. 잔칫날 손님들이 예측했던 그대로였다. 두 여신은 아프로디테에게도 앙심을 품었다. 그러나 이렇게 미스그리스가 된 아프로디테는 만족스러워 하면서 왕자인 그 목동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로 마음 먹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파리스는 그가 내린 판정 때문에 자신은 물론 부모 형제와 조국까지 파멸하고 만다. 그와 헬레네의 사련은 그리스인들의 분노를 일으켜 트로이 전쟁의 빌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미인 경연 대회에서 실패한 헤라와 아테나는 앙심을 품고 그리스군을 도와 트로이의 멸망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 헬레나 납치
* 그래서 아프로디테가 파리스에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를 넘겨주는데 그 여자는 제우스가 백조로 변해가지고 레다 하고 결합해서 낳은 아이입니다. 레다가 알을 두개 낳는데, 한쪽에서는 남자 쌍둥이, 다른 알에서는 여자 쌍둥이가 나왔소 그 중에 하나가 헬레네라고 보통 그렇게 얘기합니다. 어쨌든 그 헬레네 집에 파리스가 나타나 접대를 잘 받다가 남편이 외가집에 초상이 나서 장례를 치르려고 간 사이에 여자를 데리고 도망칩니다. 그래서 이렇게 헬레네를 찾기 위해서 10만 대군이 몰려가서 10년 동안 싸운 끝에 트로이가 함락되고 다시 여자를 데리고 온다라고 하는게 트로이아 전쟁의 전말이다. 그런데 여자를 찾으려고 하는 쪽에서는 헬레나 왕비님이 납치된거다 이렇게 주장한다. 여자를 안놓으려고 하는 쪽에서는 뭔소리야 우리 왕자님이 잘 생겨 그냥 따라 나왔으니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주장한다.
- 아킬레우스
* 펠레우스-테티스 결혼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킬레우스이다. 테티스는 아들이 트로이 전쟁에 가면 죽을 것을 알고서 여자 옷을 입혀 가지고 여자들 사이에 숨겨 놨습니다.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터에 모인 10만명 중 제일 잘 생겼다. 오디세우스가 방물장수로 변장하여 여자들 앞에 화장품과 옷감, 보석 이런 것들을 늘어놓는데 아킬레우스가 그만 칼을 집어 드는 바람에 들통이 났다. 아래 그림에서는 투구를 쓴 걸로 그려 놓았다. 그림에서 왼쪽 기둥에 가면이 그려져있는데 기만, 위선이라는 뜻이다.
- 오디세우스
* 트로이 전쟁에 나가기 싫어서 오디세우스는 미친척했는데 사람들이 오니까 소와 말을 묶어 가지고 같이 쟁기질을 한 후 소금을 뿌렸다고 한다. 아들을 이 앞에 세워 놓았더니 이를 피해가는 바람에 들통이 났다고 한다.
- 이피게네이아의 희생
* 아트레우스의 아들인 아가멤논은그리스군을 이끌고 트로이를 향해 진격하려는데,도중에 아르테미스여신의 분노를 사는 바람에,바람이 불지 않아서 전함들이 오도가도 못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아가멤논은 여신을 달래기 위해 신탁대로자신의 딸 이피게네이아를제물로 바치려한다. 결국 이피게네이아는 결단을 내리고, 스스로 희생양이 되기를 자청한다. 하지만 스스로 희생되기 위해 제단에 오른 이피게네이아는 아르테미스에 의해 최후의 순간 구원을 받는다. 아르테미스는 그녀를 타울리스로 빼돌리고, 이피게네이아가 있던 자리에 대신 희생 제물로 사용할 사슴을 한마리 놓아둔다.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되고, 아르테미스의 용서를 받은 그리스군은 드디어 바람을 얻어 배을 띄우고 트로이로 출발한다.
한편 아가멤논의 부인은 딸을 제물로 바치려는 남편의 행동에 경악하여 트로이 10년 전쟁후 돌아왔을 때 남편을 죽인다.
- 텔레포스와 아킬레우스
* 트로이 전쟁의 서막에서 텔레포스의 도시를 트로이로 착각하여 공격하는데, 텔레포스가 덩굴에 걸려 넘어지고 아킬레우스의 창에 찔려 허벅지에 상처를 입었다. 그대의 가해자가 그대를 치유할 것이다라는 신탁에 따라 텔레포스가 찾아와서 자기를 좀 낳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이다. 창을 깎아 가지고 녹을 상처에 붙여 나았다. 일종의 공감주술이다. 내가 어떤 일을 하면 그것과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게 공감 주술이다. 시험치러 가는 사람에게 아침에 일부러 미역국 먹이지 않는다.
- 프로테실라오스
* 트로이 영화에서는 아킬레우스가 제일 먼저 상륙하여 신전을 부수는 장면인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어머니가 제일 먼저 상륙하는 사람이 제일 먼저 죽는다라고 하여 제일 먼저 상륙하지 않았다. 프로테실라오스가 제일 먼저 상륙하였다.
4. 일리아스
- 일리아스 작품은 트로이 전쟁 10년간의 전부가 아니라 마지막 10년째 며칠간 이야기이다. 그래서 일리아스 작품 자체에는 아킬레우스의 죽음이나 트로이 함락은 포함되지 않는다. 비록 며칠간의 이야기이지만 나무를 단층 촬영하듯 트로이 전쟁 전체를 알아볼 수 있도록 전개된다. 일리아스는 일리온에 관한 시라는 뜻이다. 일리온은 트로이아의 다른 이름이다. 트로이는 영어 발음이다. 트로이아는 지역이름, 일리온은 도시이름이지만 섞어 사용된다.
- 이야기 전개 기법
* 일리아스는 분노라는 단어로 시작된다. 분노가 어떻게 일어났고, 전개되며, 해소되는지를 보게된다.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차례로 전개되지 않는다. 질문을 던지면서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간다. 중간에서 시작하다가, 한편으로는 끝을 향해 가면서 또 한편으로는 과거의 일을 점점 많이한다. 그래서 이야기 끝에 가면 우리가 앞도 뒤도 모두 알 수 있게 된다. 굉장히 놀라운 이야기 기법이다. 오디세이아도 마찬가지 그런 전개이다. 현재 -> 과거 -> 현재로 돌아오는 플래시백 방식이다.
- 아킬레우스 분노의 발단
* 트로이 전쟁 전체가 여자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일리아스의 사건도 여자 때문에 일어난다. 전쟁이 길어지니까 그리스군은 주변지역을 약탈하여 예쁜 여자들을 나눠 가졌다. 전체 지휘관인 아가멤논에게는 크리세이스, 제일 잘 싸우는 아킬레우스에게는 브리세이스 라는 여자가 배당되었다.
* 아가멤논 총사령관 에게 배당된 여자의 아버지가 찾아온다. 자기가 아폴론의 사제 라고 아폴론을 생각해서 선물 받고 내 딸 돌려달라고 하지만 아가멤논은 돌려주는게 싫다. 꺼지라고, 당신 또 내 눈에 띄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겁을 준다. 사제는 겁이 나서 떠나 바닷가로 흔자 거닐면서 자기가 섬기는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신이 호응한다.
* 호메로스가 신기한 기법을 쓰고 있다. 같은 물건이나 같은 사람을 묘사할 때 늘 같은 구절을 사용한다. 아킬레우스를기 말하면 발이 빠른 아킬레우스 이렇게 사용한다. 앉아 있어도 발이 빠르고, 누워서도 발이 빠르다. 항상 발이 빠른 아킬레우스~~ 운율을 맞추려고 집어넣었다. 이야기를 전달하려면 운율에 맞춰서 전해줘야 되는데 즉석에서 그 구절들을 짜맞춘다. 아폴론의 사제의 경우, 아폴론 이라고 하는 단어 앞에는 멀리서 쏘는 그런 뜻이 붙어있어요. 멀리서 화살을 날리는 신이라는 것이다. 같은 구절이 세 번 나오는데 한번은 시인의 말로, 또 한번은 등장인물의 말로, 마지막에는 현실로 하여 그래서 같은 것을 반복하면서 점점 키워가는 점층법을 사용한다. 음악에서의 크레센도 방법을 쓰고 있다. 계속 같은 멜로디 반복하면서 점점 악기가 많이 가담하여 처음엔 잘 안들리다가 나중 굉장히 커진다. 이런 방법을 일리아스에 사용되었다. 내용, 형식, 의미가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의미만 강조하고 내용이나 형식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 사제의 기도를 받아들여 아폴론이 화살을 날리고 많은 그리스군들이 죽어나간다. 아가멤논이 여자를 돌려주지 않아 일어난 사건으로 밝혀진다.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에게 여자를 돌려주라고 하자 왜 자기 여자냐 하며, 돌려주되 아킬레우스의 여자는 자기가 차지하겠다고 한다. 이런 치사스러움에 아킬레우스가 분노.
* 루스 베네딕트는 서양은 죄의식의 문화이고 동양은 수치의 문화라고 대비했다. 서양사람들은 신께서 보고 계신다고 생각해서 늘 혼자 있어도 죄의식을 갖고 있지만, 동양 사람에겐 그런 신이 없기 때문에 남들 앞에서 체면 세우는 것만 중요하다고 했는데, 오늘날 맞지 않다고 다들 공격한다. 그런데 어떤 학자가 희랍 영웅들의 세계관이 바로 수치의 문화라고 한다. 남들이 자기를 마음속으로 존경하는 건 필요없다. 내가 지위가 높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는 건 옆에 예쁜 여자의 모습이 있어야 된다는거다. 그게 현대에서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옆에 아름다운 부인을 데리고 있는 것을 트로피
와이프 라는 말씀입니다. 트로피처럼 아내를 데리고 다닌다고. 그래서 여기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는 자기 신분의 상징인 미녀가 옆에 없는 것으로하여 싸우게 된다.
* 아킬레우스가 칼을 뽑으려하는데 뒤에서 아테네 여신이 머리카락을 잡아당긴다. 노골적인 폭력은 피하고 말로만 다투라고 나중에 세 배로 갚아 주겠다고 한다. 현대인 같으면 가슴 속에 일어나는 갈등일텐데, 그 갈등을 외면화하여 보여주는 장면이다. 아킬레우스는 칼을 다시 꼽고, 좋아 여자는 데려가라 그렇지만 전투에는 참가하지 않겠다고 한다.
* 아킬레우스는 자기의 애인을 잃어 버리고 바닷가에 나가서 막 울어요. 그러자 물의 여신 어머니가 나타났다. 영웅이 운다는 것에 대해서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영웅들은 자기의 감정을 발산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어요. 그리고 옛날 인간들은 입체적인 인간이 아니라 그냥 종잇장 같은 인간이라고 내면과 외면이 분리되지 않아서, 화가 나면 바로 밖으로 나오고 슬픔도 바로 밖으로 나온다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디세이아에서는 달라진다. 오디세우스는 집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이 거지인 척하고 있기 때문에 내면과 외면이 달라요, 벌써 입체적인 인간입니다.
* 어머니가 나타나서 왜 그러냐 그랬더니 아가멤논의 나를 무시했다고, 내가 전투에 안 나갈테니까 나 없는 사이에 그리스군이 패배하게 해달라고,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게해 달라 그럽니다. 제우스신에게 좀 부탁해 달라. 그래서 어머니가 제우스를 찾아가요. 제우스는 날씨의 신이기 때문에 구름에 기대어 앉아있고, 옆에는 상징 동물인 독수리가 있습니다. 턱과 무릎을 잡고서 부탁한다. 이게 옛날에 부탁하는 방법이었다. 이런 이상한 자세가 나왔는지 두 가지 설명이 있다. 하나는 전사가 창으로 자기를 찔러 죽이려 그럴 때 겨냥을 못하게 고개를 살짝 돌리고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무릎을 살짝 건드린데서 나온 동작이다 이런 설명있다. 또 하나는 상징적인 설명으로 당신 목숨에 걸고 부탁한다 는 뜻으로 숨을 쉬어야 되니까 숨이 드나드는 길을 턱하고, 관절에 힘이 있어야되니까 가장 대표적인 관절 무릎을 건드린다는 설명이다.
* 그림에서 왼쪽에 헤라가 감시하고 있다. 혹시 바람 피울까봐 그러는 건 아니고, 헤라도 알고 있듯이 제우스가 테티스를 건드렸다가 애기가 생기면 큰일난다. 제우스를 능가하는 아들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제우스가 곤란해 한다. 지금 자기의 계획은 10년 끌다가 그리스군이 이기는건데, 지금 10년 가까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리스군이 지게 해달라 그러니까 좀 골치가 아프고, 게다가 부인 눈치가 보인다. 헤라는 그리스군 편이기 때문. 파리스는 트로이 왕자인데, 자기를 안 예쁘다고 하였으니 당연히 트로이를 미워한다. 사실은 전쟁 안나게 하는 방법이 있었다. 황금사과 사건 때 그냥 제일 높으신 분의 부인이 제일 예쁩니다 라고 했다면 트로이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거다.
* 제우스가 테티스를 강제로 인간에게 시집보낸게 마음에 걸려서 그런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굉장히 멋있게 되어 있다. 제우스가 향기로운 곱슬머리를 끄덕이자 올림푸스가 향기와 진동으로 흔들렸다. 제우스가 어떻게 할까 그러다가 그날 밤에 아가멤논에게 거짓된 꿈을 보낸다. 이제 트로이 함락할 때가 되었다고. 그래서 다음날 아가멤논은 군대를 이끌고 나가는데 거기에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 있다. 배들의 목록이라고 여기 참전하는 사람이 어디 어디에서 누구 누구가 배 몇 척을 이끌고 왔다는게 한없이 나온다. 이게 영화 시작할 때 감독 이름 나오고 주연배우 몇 명 나오고 시작하고,끝나고 나면 영화 등장한 사람 다 나오고 만든 사람 다 나온다. 전자가 오프닝 크레딧, 후자는 엔딩 크레딧이라고 하는데 사상 최초로 오프닝 크레딧을 여기 쓴 것이다.
* 인문학 공부는 나와 세계를 알고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이게 서양 최초의 작품이에요. 인간이 말하자면 잠에서 깨어났어요. 내가 어디 있지 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 주변 지리정보 내가 어디있는지 보고요. 시간적으로 내가 어디있는지 봐요, 할 수 있는 데까지 3대까지 찾아보고,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내가 어디 있는지 살펴봅니다. 지리정보, 그 역사정보 같은 것들도 들어있고, 옛날 사람들이 목록 시를 굉장히 좋아해요, 고유명사 나오는 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하는 노래가 목록 시입니다. 중간에 동경 132 북위 37 강수량은 1300.... 이렇게 의미부여 하면 우리는 읽을 수 있습니다. 인간은 의미가 없는 데서 의미를 찾아내고, 질서가 없는 데는 질서를 부여하는 존재라고 누가 그래요.
* 그래서 트로이 군대가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두 군대가 마주칠려는 순간에 갑자기 파리스가 튀어나와요. 야, 여자 때문에 싸우는데 전 군대가 모두 다 싸울 필요가 뭐있나? 파리스와 메넬라우스가 1:1로 싸워 붙어보자. 이기는 쪽이 여자도 차지하고 여자에게 딸려있는 보물도 차지하자. 그래서 둘이서 대결 합니다, 약정 대결입니다.
* 작품 읽으며 굉장히 읽기 어려운 두 번째 이유가 전투 장면이 너무나 많다는 겁니다. 여기도 전투 저기도 전투, 도대체 누가 이기는지도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전투 장면 읽어 내는 방법이 2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날짜별로 나눠 놓고 읽어 라는 거예요. 전투는 딱 나흘 벌어집니다. 첫날은 굉장히 균형있게 싸우고, 나머지 세날은 하루는 트로이아가 이기고 마지막엔 그리스가 이기고 중간에 왔다갔다 해요. 한쪽이 이긴다 왔다갔다 한다, 저쪽이 이긴다 그렇게 가지고 균형이 잡혀 있어요.
* 일리아스는 전체로 24권으로 되어있다. 두루마리 24 개 쯤 된다는 뜻이다. 지금은 책으로 1권이다. 중간에 전투 장면이 크게 있고, 전투 이전, 전투 이후로 구분된다. 놀랍게도 첫째 권과 마지막 권이 완전히 똑같고, 둘째 권과 끝에서 두번째 가 또 어떤 점에서 같고요, 셋째 권과 뒤에서 3번째 권이 같아요. 균형이 완전히 맞게 되어있다. 가운데 4개의 전투 날짜가 나오는데, 하루는 그 자체 안에서 균형이 잡혀있고 나머지 세 날은 이쪽이 이기고 저쪽 이기고 왔다갔다 하고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그래도 2천 8백 년 전 작품인데 거대한 공룡 뼈대를 보는 것 같아요. 자연사박물관에 온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구조가 얼마나 튼튼한지 몰라요. 좋은 고전 작품은 구조가 튼튼하다는데, 이 작품을 보면 알수 있다.
* 아킬레우스 분노 사건이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전쟁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있다고 했죠, 그리고 전쟁 시작하는 대결이 에요. 위의 도기 그림에서 두 사람은 헬레네의 원래 남편과 지금 남편인데, 이기는 사람은 왼쪽, 지는 사람은 오른쪽이다. 지금 파리스가 도망치는 그림이다. 여기에 이름도 적혀있는데, 파리스의 다른 이름은 알렉산드로스의 알렉산더 대왕 하고 같은 이름입니다. 알렉산드로스는 지켜주는 남자라는 뜻이다. 그리스 이름에는 뜻이 있다. 이걸 알면 배들의 목록을 읽기 쉽다. 그리고 양쪽에 도와주는 여신이 하나씩 있는데 왼쪽은 누군지 모르는데 오른쪽은 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르테미스이다.
* 트로이는 아시아에 있는 나라여서 그런지 a 자로 시작하는 신들이 도와줘요. 아폴론,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그런데 아테네는 파리스 판정에서 안 예쁘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파리스를 미워해요. 방패의 디자인이 멋있는데, 끈이 아니라 팔걸이가 팔을 끼우면 이렇게 잡게 되있습니다. 한편 밖에서 이렇게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에 헬레네가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저사람 누구고 저 사람 누구다하고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전쟁 10년 째인데, 아직도 배워야 되나 그런데 이것도 전쟁 시작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리고요 아까 제가 오프닝 크레딧 나왔다 그랬죠, 소개하는 방법이 3가지있다. 배들의 목록에 나온 것은 벌판에 정렬해 있는 사람들을 항공 촬영한 것처럼 되어 있습니다. 객관적인 목록 이구요. 또 트로이아 성벽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이렇게 돌리는 것처럼 돼 있는데 어떤 사람이 시점에서 찍는 방식이다. 그리고 나중에 아가멤논의 군대를 순시하는데 마치 카메라맨이 어깨에 그 카메라를 놓고서 쫓아다니는 것처럼 되있어요. 들고 찍기 처럼 되어있습니다. 어쨌거나 헬레네가 성벽에서 내려다 보는 장면은 전쟁 초기를 가르쳐 주는 것으로 그리스군을 소개하는거다 그렇게 생각하면된다.
* 그런데 헬레네가 예뻐요? 이 정도면 10만명 모이게했다 싶어요? 좀 이상하죠, 이게 트로이 전쟁을 영화로 찍는 사람들의 고민이에요. 아무리 예쁜 여자 데려다 놔도 저 정도면 10만명 모이겠네 싶은 얼굴 구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저도 트로이 라는 영화 봤을 때 헬레네를 많이 기대 하다가, 딱 보니까 저 얼굴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사람들이 막 예쁘게 그리려 하지만, 모로 작품에서는 모호하게 그려져 있다.
* 헬레네는 많은 학자들이 약화된 여신이라고 그래요. 트로이아에 헬레네 신전이 있는데 어떤 집에서 여자애가 출생했는데 너무 안 생겼어요. 유머가 걱정이 되어 가지고 날마다 아기를 안고 헬레네 신전에 가서 기도를 드렸는데 어느날 돌아오다가 기품 있는 여인 하나를 만났어요. 그 여인이 아기를 안고 축복해 준 다음에 아기가 무지 무지 이뻐졌고 나중에 왕비가 됐습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에 나와요. 그 헬레네는 여신이다 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나중에 트로이아 전쟁이 끝나고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남편이 죽인다고 큰 칼 들고 쫓아 갈 때 도망치면서 일부러 옷이 스르르 벗어지게 했더니 눈부신 알몸을 보고서 남편이 칼을 떨어뜨려요. 그리고 도로 데려가 행복하게 잘살아요. 수많은 사람을 죽게 해 놓고서 오디세이아를 보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 그런데 미의 화신이기 때문에 이 앞에 가면 사람들이 얼어버려요. 그냥 미 자체입니다.
* 파리스와 메넬라오스가 대결하다가 갑자기 아프로디테가 와가지고 파리스를 침실에 데려다 놓고 헬레네를 데려다가
같이 잠자리에 들라고 그럽니다. 그래서 조금 전까지 피가 추던 액션 장면에서 베드신으로 장면 바뀌어요. 그리고 약간 충격적인데 모든 것을 죽이는 전쟁과 모든 생명을 이어가게 하는 성적인 장면이 대비 효과로 아주 뚜렷하게 나와요. 그리고 일리아스를 만든 시인이 구조적인 균형 뿐 아니라 조금 이상한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 겉보기에 승리는 메넬라오스에게 돌아 갔는데, 지금 여자를 차지하려고 싸우는 거 아니에요? 침실에 들어가는 사람은 파리스예요. 실속은 이쪽에 주는 걸로 그랬어요. 이쪽에게는 그 헛된 명성을 주고, 저쪽에 실속을 줄 때도 있구요. 두 사람이 싸우다가 한 사람이 이기면 이 사람이 이겼다 해놓고 죽은 사람의 얘기를 한참 해요. 그러면 그 사람에게 독자들의 관심과 동정심이 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명목상의 승리와 독자들의 동정심이라는 것의 균형을 맞추고 있어요. 그래서 호메로스는 균형을 굉장히 잘 맞추는 사람인데 나중에 제우스 신이 황금 저울을 들고 나타나요. 이게 전체 시인의 방법론을 보여주는 장면 같습니다.
* 한편 밖에서는 둘이 침실에 있는 사이에 어디선가 화살이 날라와서 메넬라오스가 다치고요 전투가 재개됩니다. 디오메데스라는 사람이 굉장히 잘 싸워요. 아프로디테 아들을 쓰러뜨리고, 아들을 구하러 온 아프로디테를 다치게 하고, 전쟁의 신 아레스까지 쓰러뜨립니다. 이 사람은 사실 이 이야기에 나오면 안 되는 사람이에요. 영웅시대 사람들이 두 개의 큰 전쟁에서 다 죽었는데 한 전쟁은 테바이 전쟁, 다른 하나는 트로이아 전쟁이다. 디오메데스는 테바이 전쟁에 나온 사람입니다.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이 싸울때 7명의 전사가 테바이에 쳐들어가 다 죽고, 10년 뒤에 그의 아들들이 다시 쳐들어가서 성을 함락했다는 이야기에요. 테바이를 함락한 7 영웅의 아들 그 중에 하나가 디오메데스이다.
* 전투 첫날은 제우스가 그리스군 지게 한다고 했는데 그리스군이 지지를 않아요. 이길듯 하다가 균형이 잡히고 그래요. 이 날은 왜 들어갔냐? 아마도 지나간 9년 10년 동안 어떻게 싸웠는지 보여주려고 들어간 것 같아요. 근데 그동안 굉장히 잘 싸운 사람이 있습니다. 아킬레우스이다. 그런데 아킬레우스는 전쟁에 안 나오고 있어요. 따라서 아킬레우스 없는 동안
아킬레우스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해요. 그래서 이 사람을 데려온 겁니다. 그 사람은 아킬레우스가 뒤로 빠지면 이 사람이 앞으로 나오구요, 아킬레우스가 앞으로 나오면 이 사람은 뒤로 빠져요. 그 사람은 욱하는 성격을 뺀 아킬레우스 처럼 그렇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여신, 전쟁의 신까지 이기고 있었다. 옆엔 아테네 여신이 도와주고 있었다.
* 디오메데스가 이렇게 잘 싸우고 잇으니까, 예언자 하나가 저건 아테네 여신이 도와줘서 그런거다. 그래서 헥토르가 성 안에 들어가서 어머니에게 얘기해 가지고 아테네 여신에게 선물 좀 바치라 하고, 파리스에게도 나가자고 합니다. 그리고 잠깐 집에 들렀더니 아내가 없어, 그냥 나가요. 그랬더니 아내가 성벽에 있다가 내려와서 남편과 마주칩니다. 경계선에 선 늘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시간적 경계, 공간적 경계, 그래서 여기 아내가 남편한테 나가서 싸우지 말고 여기가 위험하니까 옛날에 누구 누구가 여기에 공격했으니 여기 지키라고 그런 얘기해요. 헥토르가 아들을 안아 줄려 그랬더니 아들이 아버지 투구술이 무서워 울어요. 그래서 헥토르가 투구를 벗었더니 그제야 아버지에게 안깁니다. 그리고 사실은 약간 불길한 장면이 헥토르 죽는단 뜻일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아기를 안고서 신에게 기도를 드립니다. 이 아기가 훌륭한 어른이 돼서 어머니에게 기쁨을 주기를. 그렇지만 모든 사람 알고 있어요. 이 남자는 곧 죽을거구요. 그러면 트로이는 함락되어 이 아이는 성벽에서 내동댕이 쳐져 온 몸이 부서져 죽을거구요. 이 여자는 외국의 노예로 끌려 갈 겁니다. 굉장히 아름다운 장면인데 막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여기 지금 사실은 이상한 전술을 썼어요. 아니 그러지 않아도 급한데 제일 잘 싸우는 사람한테 심부름 시키다니, 이게 말이 되냐. 이 장면은 왜 들어갔느냐. 아마도 지금 트로이아 사람들이 무엇을 지키려고 싸우는지, 인간들은 평화로운 시기에 어떻게 살았는지, 그리고 여기있는 전사들은 집에서 떠나올 때 어떤 일을 겪었는지 대표로 보여주려고 집어넣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좋은 작품들은 모든 장면이 의미와 기능이 있어야 됩니다. 이 장면이 왜 들어갔을까, 그럴 때 그 장면을 지워보면 조금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이 장면 빼면 뭐가 달라질까, 그리고요 좋은 작품들은 주인공이 인간을 대표한다. 아내가 남편에게 신신당부하고 꼭 살아 돌아 오라고, 남편 죽을까봐 걱정하면 남편이 아내를 위로하고 떠나갑니다.
* 헥토르는 휴가 갔다와서 그런지 힘이나서 아무나 나랑 한 판 붙어보자 그래요. 아이아스가 나가서 싸우는데 조금씩 조금씩 헥토르가 밀립니다. 아래 그림 왼쪽엔 아테네 여신, 오른쪽에 아르테미스가 도와주고요. 헥토르가 약간 주저 앉는 걸로 그려졌네요. 사실은 옷을 잘 입고 있지만 남자의 나체를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그렸어요. 그러다가 전령이 갑자기 해가 저물었으니 이제 선물교환 하고 그만 합시다라고 그래요. 그래서 헥토르는 상대방에게 멋진 칼을 선물 하고 아이아스는 상대방에게 멋진 가죽을 선물하는데 아이아스는 나중에 이 칼로 자결하게 되구요. 헥토르는 이 가죽 끈으로 몸을 묶여서 끌려가다가 죽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원수에게 받은 선물은 선물이 아니다 그런 얘기가 여기서 나왔다고 그래요.
* 그런데 옛날에 사람들이 이것을 많이 비난했어요. 결판 볼 것도 아닌데 뭐하라 싸웠느냐. 제가 볼때는 전투 첫날에 균형 맞추기 위해서 시작할 때 대결 하나 있으니까 끝날 때도 대결 하나있는 걸로 균형 맞춥니다. 한편 다음날 전투가 재개돼 가지고 갑자기 그리스군이 패배해요. 제우스의 약속이 이루어졌어요. 갑자기 사람들이 공포에 사로잡혀서 돌아섭니다. 그날 밤에야 안되겠다 그래갖고 아킬레우스를 달래기 위해서 사절단이 파견되요. 아킬레우스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가운데 사절단이 왔어요. 오디세우스, 아이아스, 포이닉스 등 아킬레우스의 동료들이 왔다. 아킬레우스는 고심에 빠져 있고, 사절단은 굉장히 많은 선물을 약속하는데요, 아킬레우스는 의외로 민감한 사람이에요. 아가멤논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는다는걸 눈치챈다. 처음에는 내일 바로 집으로 가버리겠다 그러다가, 조금있다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다 그러다가, 맨 마지막에는 내 배가 불 탈 때까지 안싸우겠다라고 선언해요. 아래 그림에는 아킬레우스를 어렸을 때 길러준 노인도 있습니다.
* 많은 사람이 나중에 누가 덧붙인거다 라고 생각합니다. 10권에 디오메데스와 오디세우스의 야간정탐인데 딴 데는 안나오는 행동이다. 오디세우스가 너무나 교활하게 나오고 여기 말등에 타는 장면이 나와요 딴 데는 말등에 타는게 안나와요. 근데 상대쪽에서 정탐나온 돌론이라는 사람과 마주친다. 이 사람은 늑대 가죽을 뒤집어쓰고 왔다해서 늑대인간 돌론이다. 돌론을 잡아서 정보를 캐내고, 안죽인다 하고선 죽여요. 그래서 오디세우스가 굉장히 교활하게 되어있구요. 일리아스 와 오디세이아에 큰 차이 중에 하나는 오디세우스가 활을 사용하는지 않았는지이다. 일리아스에서 활을 안써요, 근데 오디세이아에서는 집에 가서 활로 악당들을 처단해요. 그런데 여기서 활 가지고 나가는게 한 번 나와요. 그래서 이거 아무래도 수상하다고 다들 그럽니다. 어쨌든 이렇게 상대방에게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서 적진을 유린하고 돌아옵니다.
* 그렇지만 다음날 다시 아가멤논이 앞장서 가지고 처음엔 잘 싸우다가 차차 모든 영웅들이 다 부상을 당하고 뒤로 밀리게 됩니다. 그래서 헤라가 안타까워 가지고 굉장히 멋진 모습으로 꾸미고 제우스를 유혹하러 간다. 제우스는 산꼭대기에서 다른 신이 못오게 하고 전쟁을 막 조종하고 있어요. 게임기가 정말 게임하는 것처럼 돼 있어요. 근데 헤라가 굉장히 아름답게 꾸미고 아프로디테에게서 매혹의 허리띠를 빌렸어요. 그것만 있으면 누구든지 매혹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우스를 만나 가지고 내가 딴 데 갔다오겠다하니까 제우스가 손목을 잡는다. 너무 아름답다고 우리 잠자리에 들자고. 헤라가 딴데로 가자고, 어떻게 다들 보는 산꼭대기에서 결합하냐고. 그러니까 제우스가 나에게 방법이 있다 그러면서 황금 구름으로 산을 덮어요. 그래서 둘이 잠자리에 드니까 밑에서 풀과 꽃들이 피어나 가지고 쿠션이 생깁니다. 그래서 제우스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그리스군이 반격을 시작해요. 그런데 이거 속임수로 나왔지만서도 이건 원래 하늘과 땅이 결합해서 세상만물이 생겨나는 히에로스 가모스, 신성한 결혼식이라고 한다. 이 세계가 하늘과 땅이 결합해서 만물이 생겨났다는 거예요. 결혼식에서 꽃도 뿌리고 쌀도 뿌리고하는 이유이다. 신랑 신부가 하늘과 땅을 대표해서 결합하니까 이 결합에서 꽃과 곡식이 그득하게 키워 나는 공감주술이다.
* 그러다가 제우스가 깨어나서 사태를 원상태로 돌려버립니다. 그래서 그리스군이 다시 밀려요. 그래서 적들이 드디어 방벽을 넘어가죠. 배에 불 지르려고 하고 아이아스만이 고군분투 한다. 그러자 아킬레우스의 절친한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막 달려와서 아킬레우스를 원망하면서 네가 나갈 수 없으면 나라도 내보내 달라고, 너의 무장을 빌려주면 적들이 나를 너로 알거다라고 해서 아킬레우스가 할 수 없이 보내줘요. 평소에 쓰지 않던 잔을 꺼내서 친구가 큰 공을 세우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그런데 파트로클로스는 나가서 큰 공을 세우지만 돌아오지 못해요. 제우스가 앞부분만 들어줬어요. 파트로클로스가 세운 가장 큰 공은 제우스의 아들 사르페돈을 쓰러뜨린 겁니다. 일리아스는 굉장히 귀족적으로 돼 있어 가지고, 두 사람이 맞붙을 때 우리가 끝까지 볼 필요가 없어요. 신분이 높은 사람이 이기는 걸로 돼 있습니다. 제우스의 아들과 제우스의 손자가 맞붙으면 제우스의 아들이 이겨요. 그런데 여기 파트로클로스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에요. 고향에서 살인죄를 저질러 아킬레우스 집에 의탁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제우스 아들을 쓰러뜨려요 그것은 이 사람이 개인 자격이 아니라 아킬레우스 대역이란 뜻이에요. 파트로클로스가 죽는 순간에 아킬레우스도 절반 이상은 죽은겁니다.
* 아래 그림에서 사르페돈이 죽을 때 잠과 죽음의 신이 데려가고 영혼 인도자 헤르메스가 같이 그려졌네요. 굉장히 멋지게 그린 그림입니다. 제우스사 자기 아들 죽을 때가 되니까 구해내면 안될까 그랬더니 헤라가 반대해요. 여기 신들의 자식이 많은데 각각 자기 자식 다 빼돌리면 전쟁 어떻게 되겠냐고 해서 제우스가 굴복해요. 그래서 신들도 운명에 굴복하는 수밖에 없어요. 인간도 마찬가지 입니다. 강연 제목이 운명의 수용에 관한 서사시이다. 제우스가 세냐, 운명이 세냐? 제우스도 이리저리따져보면 결국 운명을 따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마지막엔 제우스의뜻과 운명의 뜻이 일치됩니다.
* 그러다가 드디어 파트로클로스도 쓰러집니다. 갑자기 아폴론이 등을 때려 가지고 무장이 벗겨지면서 정신이 멍해져 요. 그런데 누가 한 번 찌르고, 헥토르가 배를 찔러 가지고 쓰러졌어요. 그래서 턱을 확 젖히고 죽어있는데 동료들이 간신히 구해 가지고 옵니다. 여기 조그맣게 그려진 것은 파트로클로스의 영혼이에요. 아쉬운 뒤를 보면서 떠나가고 있어요.
* 그런데 아킬레우스가 그 소식을 듣고 당장 나가서 복수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무장이 없어 못 나가요. 무슨 소리? 아킬레우스는 어렸을때 어머니가 발목을 잡아서 저승 강에 담구었기 때문에 아킬레스건만 약점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요 그런데 일리아스 만든 시인은 저런 이상한 얘기 싫어해요. 그래서 아킬레우스는 무장없어 못나간다. 그래서 그날 밤에 어머니 테티스가 대장장이신 헤파이스토스를 찾아갑니다. 그래서 무장을 다시 만들어 오는데 여기 단순하게 그렸는데요. 온세상이 그림에 다 들어있는 걸로 돼있어요. 전쟁하는 도시와 평화로운 도시, 해와 달과 별과 이런 것들이 다 들어있구요. 인간의 모습, 그 평화로운 도시에서는 재판 쪽에선 재판하고, 다른 쪽에서는 잔치하고, 축제벌리고 사람들이 곡식 농사 짓는 장면, 포도 농사 짓는 장면, 밭갈이 하는 장면, 양치는 장면 다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이 안에 들어있는게 일리아스 전체 보다도 더 많이 들어있다라고 하는 얘기도 있어요. 부분이 전체보다 크다.
* 일리아스 작품이뛰어난 몇가지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어떤 전체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거예요. 분노를 노래하소서 하면서 아킬레우스의 감정으로 시작했죠. 아킬레우스의 분노는 감정 중에 일부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 분노를 쭉 따라가다보면 아킬레우스라는 인간이 그려지구요, 아킬레우스의 이야기를 쭉 따라가다 본 트로이아 전쟁 전체가 그려져요, 그리고 중간중간에 이 사람은 이렇게 쓰러졌다 이렇게 살았다 그런걸 보면 평화시에 인간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전쟁과 평화를 합치면 인간의 삶이 되요. 그 위에 신들의 장면이 있어요. 신과 인간을 합치면 세계 전체가 됩니다. 그래서 어떤 분이 그렇게 얘기하세요. 서사시는 장편 소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데, 세계적인 장편소설들의 특징이 뭐냐? 온 세상을 다 담으려다가 실패하는 거라구요. 온세상 다 담으려고 해요, 그러다 실패합니다. 그래서 전쟁과 평화가 읽기 어려운 이유가 뭐냐? 역사 전체를 담으려고 그래서 그렇다구요. 모비딕이 그렇게 읽기 어려운 이유는 뭐냐? 고래에 대한 모든 것을 담으려 그랬죠. 일리아스도 온 세상 다 담으려고 했어요, 그리고 성공한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한 것처럼 아킬레우스 분노를 따라가다 전쟁이 그려지고, 중간중간 평화의 장면이 있고, 전쟁과 평화로 인간의 삶을 구성한 다음에 신들의 장면을 그려넣고. 신들의 장면이 짜증나게 만들어 이거 왜 나오나 싶은데, 신들의 장면이 없으면 인간들 사이에 일어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우리가 알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활동하는 장면이 있고 그걸 생각해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빠르고 느리고 빠르고 느리고 이런식으로 되어있다.
* 고려대학교 한번 구글 지도로 보자. 그리고 구글지도 띄어놓습니다. 처음에 클릭하면 주변이 보여요, 또 한번 클릭하면 서울 동부지역이 보입니다. 또 한번 클릭하면 서울 전체가 보여요. 또 한번 클릭하면 한반도 중부 지역이 보여요. 또 한번 클릭하면 한국 전체가 보이구요. 더이상 잘 안 되지만 또 클릭하면 지구 전체가 보입니다. 한번 더 클릭하면 태양계가 보이고, 또 한번 클릭하면 우주 전체가 보이고, 이런 식으로 일리아스라는 작품이 카메라를 가까이 댔다가 쫙 뒤로 뽑으면서 온 세상을 담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위 그림에 나온 아킬레우스의 방패도 그런 장치 중의 하나로 평화시에 인간들 어떻게 살던지 보여주는 장치로 보면 되겠다.
* 위 그림은 아킬레우스의 어머니가 무장을 가져온 장면. 여기 파트로클로스는 죽어있구요. 그래서 아들아 나가서 싸워라. 어머니가 파트로클로스 시신은 상하지 않게 해줍니다. 그래서 나가서 드디어 헥토르와 마주쳤어요. 아킬레우스 등장하면 다른 사람 이름 나오지도 않아요, 누구 죽이고, 또 그리고 누구 죽였다고 계속 그거만 나온다. 게다가 전투의 마지막 날이에요. 드디어 둘이 맞붙는데 다른 사람 다 도망가고 싸웁니다. 둘이 창을 던졌지만 둘 다 빗나갔다. 그런데 아테네 여신이 아킬레우스의 창을 가져다주고, 헥토르는 창이 없어서 칼로 맞서고 있으니 많은 사람이 옛날에 야 이거 치사하다, 2대 1로 싸우는거 아니냐 그랬어요. 그런데 학자들이 설명하기를 아킬레우스의 창은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는 마법의 창 이라구요. 북유럽 신화의 토로가 쓰는 망치가 주인에게 도로 돌아가요. 그런데 일리아스 시인는 마법을 싫어하기 때문에 여신이 가져다 주는 걸로 꾸몄다고. 마법이나 여신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옛날 사람들이 볼 때 여신은 자연 질서 중에 일부이구요, 옛날 신학은 자연학에 들어있었어요. 그리고 마법은 자연 질서를 거스르는 겁니다. 완전히 다른 거예요. 그래서 아킬레우스는 창을 가지고, 헥토르는 칼을 가지고 싸우고 있습니다. 사실 헥토르도 파트로클로스에게서 빼앗은 무장을 입고 있어 가지고 잘 입었지만 그냥 나체를 보여주고 두번 찔린 걸로 그렇게 그려 놓았네요. 사실은요 신이 보낸 선물이 인간을 죽음으로 부터 보호해주지 못해요. 파트로클로스 벗겨졌어 죽었구요, 헥토르는 멀리서 잘 보여요. 그래서 아킬레우스가 쫓아와서 그것때문에 죽었어요. 아킬레우스는 나중에 아킬레스건이 화살을 맞아 죽습니다. 아이아스는 이거 차지 하려다가 자살하게 되요. 신의 선물은 인간에게 도움이 안됩니다. 운명을 이겨내는데 아무 도움도 안 돼요. 아래는 루벤스가 그린 그림인데 투구와 갑옷이 만나는데가 약점인데 너무나 잘 알아요. 그래서 거기를 찔러서 죽인다.
*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발목을 꽤가지고 수레에다 묶어 가지고 끌고 갑니다.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쫓아가고 성벽에서 막 슬퍼하는 사람들이 있네요. 희랍의 서쪽에 가면 크루프라는 섬이 있는데 20세기 초반에 독일의 어떤 귀족 여성이 돈을 내가지고 아킬레우스 신전을 지었고, 거기 벽화로 그려 놓은 겁니다.
* 아킬레우스가 피곤해서 비몽사몽 잠들었는데 파트로클로스의 혼령이 나타납니다. 아킬레우스더러 빨리 장례를 치러 달라고하는데 지금 저승에서 왕따가 되어있다고. 아킬레우스가 껴안으려는 순간에 가벼운 비명을 남기며 사라져버려요. 그래서 다음날 성대한 장례식을 합니다. 파트로클로스 시신이 누워 있구요. 헥토르의 시신도 끌려와 있어요. 지금 순장 하는 거예요 포로들을 몇 명 죽여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볼때는 조금 끔찍하지만, 죽은 다음에도 살았을 때 생활 방식이 유지된다 그런 믿음을 반영한거다. 죽은 다음에도 좋은 종도 필요하고, 말도 필요하고 개도 필요하니까 여기다가 죽여서 같이 있다.
* 그러고 나서 파트로클로스를 기념하는 장례식 경기를 해요. 여기에 엔딩 크레딧이 있어 여기에 그동안 나왔던 사람 다 나온다. 아킬레우스가 이 작품 시작할 때 두 가지 불만이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실존적인 불만입니다. 내가 여신의 아들인데 왜 죽어야 하는지? 그런데 출전 순간에 그걸 넘어서는 것 같아요. 제우스의 저 뛰어난 아들 헤라클레스가 죽었으니까, 나도 죽겠다라고 얘기합니다. 아킬레우스는 인간의 대표이다. 헤라클래스가 죽었으니까 아킬레우스가 죽을 수 있어요. 아킬레우스가 죽었으니까 우리도 죽을 수 있습니다. 저렇게 멋있고 뛰어난 사람이 죽는데 내가 어떻게 죽음을 피할 수 있냐구요. 옛날에 박완서 선생님이 뛰어난 아들이 있었는데 일찍 죽었어요. 너무 분해가지고 가톨릭 신자로 저 피정의 집에 가 있는데 괴로워하고 그랬더니 나중에 그걸 극복하는 얘기를 책으로 썼어요. 한 말씀만하소서 라는 책이다. 책에 이를 계기로 나는 괴로움을 극복했다는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요. 근데 중간에 어떤 수녀님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당하는데 왜 당신만 예외라고 생각하냐고 야단치는 장면이 있어요. 그겁니다. 헤라클래스도 죽었어요, 아킬레우스도 죽었고, 내가 뭐라고 안죽겠어요. 인간이 죽음을 수용하는 그게 여기 나와 있구요. 또 하나는 아킬레우스에게 사회적인 불만이 있는데, 내가 이렇게 뛰어났는데 저렇게 바보같은 아가멤논에게 내가 부하 노릇해야되냐. 마지막에 그것도 극복한 것 같습니다. 타고난 신분을 바꿀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정말 이상적인 왕이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보여 주기로 결심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면 그걸 조정하고요. 혹시 여기 노인이 운동경기에 나갈 수 없으니까 특별상을 드리구요. 나갔다가 패하면 챙피하니까 부전승을 선언하고 이런 식입니다. 그래서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줘요.
* 이제 마지막 부분입니다. 헥토르가 죽자 그의 부모님이 막 머리를 두드리면서 슬퍼합니다. 아킬레우스가 친구의 죽음을 장례 치르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날마다 헥토르의 시신을 끌고 다니면서 훼손한다. 그러자 신들 사이에 이거 너무하는거 아니냐, 헤르메스 시켜서 훔쳐내자. 헥토르가 신들께 잘 했는데 그냥 두면 안된다. 그랬더니 제우스가 그러면 안 된다 아킬레우스에게 새로운 영광을 줘야되니까 테티스를 부른다. 아들 좀 달래가지고 시신을 돌려 주라고 한다. 여기 중요한 것 두가지 있습니다. 이제까지 전사의 영광은 적을 최대한 많이 죽이는거 였어요. 근데 이제 원수의 시신이라도 돌려주는게 새로운 덕이 됩니다.
* 그리고 구조적으로 1권에서 우리는 아킬레우스가 테티스에게, 테티스가 제우스에게 부탁하는거 봤어요. 마지막 권에서제우스가 테티스에게, 테티스가 아킬레우스에게 부탁하는거를 봅니다. 그래서 1권에서 인간의 뜻이 신에게 올라가면 마지막 권은 신의 뜻이 인간에게 내려와요. 그래서 이리스가 왔었다.
*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가 헤아릴 수 없는 선물을 가지고 아들을 찾으러 갑니다. 1권에서 우리는 머리가 허연 노인이 헤아릴 수 없는 선물을 가지고 딸을 찾으러 오는 것 보셨어요. 마지막 권에서 우리는 머리가 허연 노인이 헤아릴 수 없는 선물을 가지고 아들의 시신을 찾으러 가는 것 봅니다. 1권과 마지막 권이 짝이 딱 맞아요. 2권에서 배들의 목록을
봤는데 끝에서 두번째 권에 그 파트로클로스 장례식에 모든 사람 나오는 것 같습니다. 3권에서 메넬라오스와 파리스가 대결하는거 봤어요. 끝에서 세번째 권에 아킬레우스와 헥토르가 대결하는거 봤어요. 이것을 2천 8백 년 전에 머릿속으로 맞춰단 말이요. 옛날 사람들 기억력이 좋아요. 맞췄습니다. 놀라운 뼈대를 갖춘 작품이다. 특히 프리아모스가 아들의 시신을 찾으러 가는 것은 영웅의 저승 여행처럼 되어 있어요. 서양에서는 영웅이 온전한 존재가 될려면 저승에 한 번씩 꼭갔다와야 하는 걸로 돼 있어요. 여기 프리아모스도 저승 여행을 합니다. 한밤중에 떠나요 그랬다가 새벽에 돌아옵니다. 그리고 가다가 무덤을 지나고 강을 지나요 저승 강입니다. 영혼인도자 헤르메스를 만나 파수꾼을 잠재우고 갑자기 아킬레우스 막사에 엄청난 빗장을 열고 노인이 나타나니 아킬레우스가 깜짝 놀라요. 노인이 갑자기 나타나서 아킬레우스의 손을 붙잡고 너의 아버지를 기억해서 나를 불쌍히 여겨 달라고. 트로이라는 영화에서 너의 어머니를 기억하라는데 그건 먹히는 언변이 아니에요. 아킬레우스의 어머니는 여신인데 어떤 비교를 해요.
* 아킬레우스에게는 늘 마음의 짐이 있어요. 자기가 전쟁터에 나오면 집에 못 갈거 알고 있습니다. 옛날 왕들은 자기가 힘이 있어야지 권력을 지켜요. 늙으면 굉장히 비참해지는 수가 있어요. 튼튼한 아들이 필요한데 여신이던 아내는 떠나 같고, 그리고 아들은 여기서 돌아오지 못할겁니다. 여러분들이 단테의 신곡에 보시면, 자살한 사람들은 다 가시나무가 되어 저승에 있는데, 거기에 재산 낭비한 사람도 있어요. 재산 낭비하는 것은 자살한 거나 마찬가지 더라구요. 왜 그러냐? 재산이라고 하는게 내가 평생한 일이 옆에 외형화되어 있는 거예요. 따라서 재산이 없어진다는 것은 나의 일생이 무효가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왕이 한 나라를 만들었는데 그게 다른 사람들이 나눠가지면 이 사람의 일생이 무효가 된다는 거예요. 아킬레우스 아버지가 지금 그런 위기에 처해 있고, 헥토르 아버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람 보는 순간 원수의 아버지를 보는 순간, 갑자기 자기 아버지를 생각해요. 일리아스에는 그런 구절 안나오는데 그 순간에 자기 자신을 헥토르 위치에다 놓는 것 같아요.
* 아킬레우스는 인간의 위치가 우주 안에서 무엇인지 살펴 본거다. 인간은 짐승과 신 사이에 있어요. 아킬레우스는 어떤 때 짐승의 위치까지 내려갑니다. 헥토르의 살을 먹고 싶어해요. 그러다가 갑자기 제우스 같은 굉장히 높은 데서 내려다 보는 인식에 도착해요. 이 불쌍한 인간들 언제든지 쓰러질 수 있는 인간들, 그런데 아킬레우스의 뛰어난 점은 그 하찮은 인간들 가운데 자기 자신도 속해 있다는걸 아는 점입니다. 이건 제우스도 도달하지 못하는 경지, 신들도 도달하지 못하는 어떤 경지이다. 그래서 제가 늘 하는 얘기가 있어요. 블레이드 러너 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거기에 보면 미래사회에 사이보그를 만들어 어려운 일을 시켜요. 그런데 사이보그들이 도망쳐요. 그래서 그들을 잡아오는게 블레이드 러너의 직책이다. 해리슨 포드라는 블레이드 러너가 도망친 우주전사를 하나 잡았어요. 격투를 하다가 자기가 오히려 목이 졸려 죽게됐습니다. 그런데 그 우주전사가 목을 조르다말고, 사이보그는 수명이 짧게 설정되어 있어요. 자기 죽을 때가 다가온 걸 알고 갑자기 힘을 풀면서 갑자기 자기 일생을 회고합니다. 당신들 인간들은 우주 저편에서 겪은 일을 결코 알지 못할 거라구요. 그래서 블레이드 러너 영화를 보면 오히려 인간 보다도 사이보그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우리보다 더 깊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신과 인간의 관계는 인간과 사이보그의 관계와 비슷합니다. 작품 안에서 인간은 아주 하찮은 존재지만 신도 도달하지 못하는 경지에 도달해 있어요, 그걸 보여주는게 아킬레우스이다.
* 자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많은 가치들이 인간이 죽는다는 것 때문에 생겨납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사랑, 우리에게 사랑이 소중한 이유는 우리에게 젊음과 기회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신들에게는 사랑이 소중하지 않아요. 수억 년 살면서 계속 파트너 바꿀 뿐 입니다. 용기가 소중한 이유는? 용기가 무엇입니까. 우리가 높은 이상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는 것을 용기라고 해요. 근데 신들은 위험 하지 않아요. 신들에게 용기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많은 것들이 우리가 죽는다는 것에서 발생해요. 그래서 일리아스라는 작품이 우리에게 주어진 죽음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뿐 만이 아니라, 그 수용 과정에서 어떤 면에서 신들보다 더 뛰어난 것을 보여줘요. 그래서 위대한 작품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것이 일리아스의 의미에요. 내용과 의미와 형식, 대충 맞아 들어가는 것 같죠. 그래요.
* 그래서 헥토르도 신들의 보호를 받아 가지고 집에 돌아와서 세 여자가 막 슬퍼하고 있네요. 헥토르도 신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싱싱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킬레우스가 특히 프리아모스 노인에게 장례 치르는데 며칠 필요하냐고, 그동안 휴전하겠다고 상대가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그것까지 얘기해줘요. 그래서 아킬레우스 깨달음은 아마도 상대에 대한 배려의 모습으로 한번 나타날 거에요. 맨 마지막에 그들은 이와 같이 말을 길들이는 헥토르의 장례를 치렀다 라고 끝나요. 그래서 일리아스가 끝나는 순간에 두 가지 사건이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킬레우스가 곧 죽게 될거다라는 것과 트로이아가 함락될거다라는 것. 하여튼 일리아스 작품은 첫 줄에 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이라는 말로 시작해 마지막 줄에 헥토르 이름이 나옵니다. 첫줄에 여신의 이름, 여신의 아들 이름, 마지막 줄에 인간의 아들. 그래서 서사시고, 문학전체고 저 높은데서 부터 이 밑으로 내려오고 있어요. 인류의 문화사 같은 것들이 굉장히 높은 데서 부터 점점 내려와 가지고 현대 대중적인 문화 까지 왔습니다.
* 헥토르가 너무 가슴 근육을 과시하면서 죽어있네요. 자신의 돌아온 장면. 이렇게 해서 헥토르의 장례를 끝냈다는 걸로 되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