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및 소감
- 등장인물: 로미오(몬터규의 외동아들, 상속자), 줄리엣(캐풀렛의 외동딸), 몬터규(로미오 부친), 캐풀렛(줄리엣의 부친), 티볼트(줄리엣의 외사촌), 패리스 백작(줄리엣과 결혼 시도), 로런스 신부
- 유튜브 일당백 시즌 1 EP 35-2
* 영화로도 유명한데 1968년작에서는 여주연 올리비아 핫세, 1996년작에서는 남주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 번안한 영화로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그리고 이연걸이 등장하는 '로미오 머스트 다이'가 있다.
* 동독이 서독에 스파이 파견시 '로미오 작전'이 있는데, 미남계를 사용하여 정보 수집
* 14살 줄리엣과 18살 로미오(당시 법률에는 12살 이상이면 결혼 가능)는 죽음을 불사하는 사랑
* 주제는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치명적 사랑, 사랑과 죽음, 죽음 조차도 불사하는 사랑, 낭만성 때문에 좋아한다. 원래 기사도 사랑은 11~12세기 남부 프랑스의 음유시인들에서 나타났는데 애초 성모 마리아에 대한 사랑이었다. 종교에 대한 사랑이 연인에 대한 사랑으로 바뀐거다.
* 베로나의 숙적 두 가문... 왜 무대가 베로나인가? 셰익스피어 당시에 이탈리아는 타락과 폭력의 대명사였고 가부장 사회였다. 영국은 해적을 국가 차원에서 밀어주던 시대였고, 그 수입이 국가 재정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 영국을 무대로 삼기에 뭐하니까 다른 나라인 이탈리아 베로나를 설정하였다.
* 로미오 첫사랑은 로잘린인데 황금을 주어도 무릎을 벌리지 않는다는 대목이 있다. 우리나라에 무릎과 무릎 사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무릎은 성적 상징을 갖고 있다. 이 로잘린이 캐풀렛 가문의 파티에 참석한다기에 로잘린을 보러 가면을 쓰고 참석하게 되었다. 하지만 줄리엣을 한번 보고는 헌신짝처럼 버리고.... 내 심장이 지금까지 사랑을 해본 적이 있었던가하며 셰익스피어는 심장을 처음 제시한다. 심장은 피의 원천인데, 당시는 내 눈이 멀 것 같다 너무 아름다워 이렇게 보통 표현했는데 심장을 딱 제시했으니 육체를 강조하는 것이다.
* 줄리엣의 외사촌 티볼트가 로미오가 온 것을 눈치챈다. 하지만 캐풀렛은 손님이 여기서 죽으면 파티가 망쳐질 것을 우려하여 모른채하라고 하고... 로미오는 줄리엣의 손에 입맞춤을 한다. 로미오의 예의바르고 경건함에 감동한 줄리엣은 입술을 허락한다. 곧 서로가 적대적 가문의 아들딸임을 알게되었지만, 로미오는 귀가하지 않고 심야에 줄리엣의 창 아래 숨어든다. 줄리엣의 독백을 들은 로미오는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며 결혼일시를 잡는다. 만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음날 고해수사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줄리엣은 집으로 돌아간다. 로미오가 가던 중 친구와 줄리엣의 외사촌오빠와 시비가 붙고 결투 끝에 결국 그를 죽이게 된다. 군주는 로미오의 추방을 결정. 로미오는 수사를 만나 의견을 구하고 일단 도시를 떠나기로 하고 수사는 후에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공표하기로 한다. 한편 다른 사람과의 결혼을 독촉받은 줄리엣은 수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42시간 동안 수면 상태에 빠지는 약을 먹고 나중 로미오와 만나는 계획을 듣는다.
* 하지만 이런 계획이 제대로 로미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실현되지 못하여 로미오는 모르는 상황이고, 묘지에서 줄리엣을 안은채 약을 먹고 죽는다. 잠을 깬 줄리엣은 로미오가 죽은 모습을 보게되고, 결국 로미오의 단검으로 자신의 심장을 깊이 찔러 죽는다. 모든 사람이 죽었고, 수사는 두 가문 앞에서 그동안의 경과를 이야기 한다. 두 가문은 화해하고 영원히 기억할 것을 다짐한다.
* 섹스와 폭력이 비슷한 느낌을 주는게 많다. 줄리엣이 로미오의 단검을 꺼내면서 '나는 당신의 칼집이에요'라고 하는데 칼이 내 심장에 들어와서 녹쓸어 영혼이 영원히 결합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칼집이 로마에서는 바기나로 인식되기도 하였으니, 제법 에로틱한 표현이다. 다른 이야기 하나하면 '칼로 흥한자 칼로 망한다'는 이야기에서 앞 칼과 뒤의 칼은 다른 의미라고 하는데, 무력으로 승리 후 헤픈 행위로 망할 수 있다... 춘향전과도 많이 비교되는데, 춘향은 16살, 줄리엣은 14살, 두 사람 모두 과감하다, 즉 모두 결혼을 약속하고 바로 성결합을 한다. 이 때도 말이 중요하다. 말은 약속이고 지켜야 한다. 춘향이도 중세의 신분 제도를 온몸으로 저항하였다. 줄리엣도 결혼 문제로 부모에게 저항하며, 로미오에게도 너의 이름을 버리라고 한다. 중세의 유럽 같은 경우도 귀족 계층의 결혼은 국가적인 관심사였고, 함부로 했다가는 잘못되어 왕권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제약이 많았다, 즉 그만큼 사적인 영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줄리엣은 용감하게 나의 사랑은 나의 것이다하며 근대적인 인간형을 그리고 있다.
* 우리나라의 경우 20세기초 문학에서 소설 무정에서 자유연애가 나오는데,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이 그냥하는게 아니고 내가 자각을 하는것이다, 즉 내가 집안의 누구가 아니라 나는 개인 누구로서 내가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살 권리가 있다는 자각이다. 줄리엣은 이름을 버리라고 하는데, 대신 내가 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아버지를 버리고 나를 얻으라는 것이다. 근대적 인간은 가문을 버리고 나의 두발로 일어서는 것이다. 인디비쥬얼이다. 나누고 나누고하여 더 이상 나눌수 없는 것, 바로 인디비쥬얼 개인이다. 가족이 디바이드한 것, 그게 인디비쥬얼 개인이다. 개인이 의지를 갖고 사랑도 선택하고 죽음도 선택하겠다. 다가올 근대사회가 이런 느낌일거다라는 것, 그래서 열광하였다.
* 근대의 시작은 데카르트인데,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럼 제일 중요한게 나이고 관념, 즉 생각이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하는거다. 그러니까 정신 관념이 육체, 몸 보다 더 중요해진다. 즉, 생각이 우리가 직접 느끼는 감각 보다 더 중요하다고 되었다. 내가 중요하게 되니까 시각이 이제부터 청각이나 촉각을 압도하기 시작한다. 왜냐면 청각은 누군가 대상이 있고 그 대상의 소리를 내가 들어야한다. 촉각은 그 대상을 만져야 한다. 하지만, 시각은 내가 주인이다. 내가 보는 것이다. 그전에 중세에서는 이 시각이 그렇게 인정되질 않았다. 중세에는 인물도를 그릴 때, 머리 크기는 전체 크기의 13분의 1을 지켰는데, 실제 크기와는 상관없이 이런 규칙들을 적용했다. 중세가 끝나고 르네상스가 오면서 보이는 대로 비슷하게 그려야 한다며 원근법이 등장하고 시각의 우위, 이런 것들이 모두 데카르트와 연결된다.
* 근대는 눈으로 확인하고 눈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근대를 상징하는 음료는 커피이다, 깨어 있으니까. 중세를 상징하는 음료는 맥주, 항상 몽롱하니까. 일과 놀이가 뒤섞여있다가, 근대가 되면서 일과 놀이가 분리된다. 공장에서 일을 하고, 퇴근하면서 선술집에서 맥주 한잔, 이게 근대가 만든 개념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이런 걸 싫어했다. 눈으로 봐서 이렇다가 아니라, 심장이다, 내가 느낀 감각을 중요시한다. 맥베스에서는 눈 앞에 보이는 것은 환상이다. 오셀로는 장군인데 자기 부하와 함께 눈으로 보면서도 자기 부인을 오해한다. 눈으로 보이는 것이 더 위험하다. 셰익스피어는 근대에서 시각이 지배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 심장이 뛰고 피가 솟아오르는 구체적인 접촉을 중시한다. 플라톤은 동굴에 갖혀있다가 햇빛에서 진리를 찾는데, 오히려 셰익스피어는 방이여 오라하면서 커튼으로 우리의 사랑을 지켜달라고 한다. 밤이나 어둠의 세계가 사람의 생명럭이나 감성을 고양시킨다고 본다. 이렇게 감각을 자극시키는데서 사람들이 이 희곡에 열광하는게 아닌가.
- 중요 문장
* 본문 46쪽 => 로미오와 줄리엣의 첫 만남
로미오: (줄리엣의 손을 잡으며) 저의 미천한 손이
로미오: (줄리엣의 손을 잡으며) 저의 미천한 손이
이 신전을 모독한 것이라면, 얼굴 붉힌 두 순례자 같은
제 입술이 부드러운 입맞춤으로 더럽혀진 곳을
씻고자 하는 것은 가벼운 죄에 불과하겠지요.
줄리엣: 착한 순례자님, 손을 너무 부당하게 대하시는군요.
이처럼 착실히 헌신을 다하고 있는데 말이에요.
순례자들이 손으로 만지는 성상에도 손은 있고,
손바닥을 서로 맞대는 것이 순례자들의 입맞춤이죠.
로미오: 성상에 입술은 없나요? 순례자들에게도?
줄리엣: 아, 순례자님, 입술은 기도할 때 써야죠.
로미오: 아, 성상이여, 그러면 손이 하는 것을 입술이 하게 해주세요.
믿음이 절망으로 변하지 않도록 입술이 기도하게 해주세요.
줄리엣: 기도를 들어 주더라도, 성상은 움직이지 않아요.
로미오: 그럼 제가 기도의 효험을 받을 동안 움직이지 마세요.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키스한다)
이제 당신의 입술이 제 입술에서 죄를 씻어 주었네요.
줄리엣: 그럼 그 죄가 제 입술에 있겠군요.
로미오: 제 입술에 있던 죄요? 아, 잘못을 감미롭게 꾸짖는군요!
제 죄를 다시 가져갈게요.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다시 키스한다)
* 본문 56쪽
제 입술이 부드러운 입맞춤으로 더럽혀진 곳을
씻고자 하는 것은 가벼운 죄에 불과하겠지요.
줄리엣: 착한 순례자님, 손을 너무 부당하게 대하시는군요.
이처럼 착실히 헌신을 다하고 있는데 말이에요.
순례자들이 손으로 만지는 성상에도 손은 있고,
손바닥을 서로 맞대는 것이 순례자들의 입맞춤이죠.
로미오: 성상에 입술은 없나요? 순례자들에게도?
줄리엣: 아, 순례자님, 입술은 기도할 때 써야죠.
로미오: 아, 성상이여, 그러면 손이 하는 것을 입술이 하게 해주세요.
믿음이 절망으로 변하지 않도록 입술이 기도하게 해주세요.
줄리엣: 기도를 들어 주더라도, 성상은 움직이지 않아요.
로미오: 그럼 제가 기도의 효험을 받을 동안 움직이지 마세요.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키스한다)
이제 당신의 입술이 제 입술에서 죄를 씻어 주었네요.
줄리엣: 그럼 그 죄가 제 입술에 있겠군요.
로미오: 제 입술에 있던 죄요? 아, 잘못을 감미롭게 꾸짖는군요!
제 죄를 다시 가져갈게요.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다시 키스한다)
* 본문 56쪽
줄리엣: (로미오를 보지 못한 채) 아, 로미오, 로미오, 당신은 왜 로미오인가요?
아버지를 부정하고 당신의 이름을 버리세요.
그럴 수 없다면 내게 사랑을 맹세하세요.
그러면 나는 이제 캐풀렛 가문을 포기할게요.
(……) 당신의 이름만 내 원수일 뿐이에요.
몬터규가 아니어도 당신은 그대로죠.
몬터규란 무엇인가요? 그건 손, 발,
팔, 얼굴, 신체의 어떤 부위도
아니에요. 아, 다른 이름이 되세요!
이름이란 무엇인가요? 장미는 이름이 바뀌어도
그 달콤한 향기는 변치 않으니
로미오 또한 로미오로 불리지 않아도,
그 명칭이 없어도, 그의 소중한 완벽함은
그대로일 거예요. 로미오, 당신 이름을 버리세요.
당신의 일부분이 될 수 없는 그 이름 대신에
나의 전부를 가지세요.
* 본문 104~105쪽
아버지를 부정하고 당신의 이름을 버리세요.
그럴 수 없다면 내게 사랑을 맹세하세요.
그러면 나는 이제 캐풀렛 가문을 포기할게요.
(……) 당신의 이름만 내 원수일 뿐이에요.
몬터규가 아니어도 당신은 그대로죠.
몬터규란 무엇인가요? 그건 손, 발,
팔, 얼굴, 신체의 어떤 부위도
아니에요. 아, 다른 이름이 되세요!
이름이란 무엇인가요? 장미는 이름이 바뀌어도
그 달콤한 향기는 변치 않으니
로미오 또한 로미오로 불리지 않아도,
그 명칭이 없어도, 그의 소중한 완벽함은
그대로일 거예요. 로미오, 당신 이름을 버리세요.
당신의 일부분이 될 수 없는 그 이름 대신에
나의 전부를 가지세요.
* 본문 104~105쪽
로미오: 베로나 바깥에 이 세상은 없어요.
연옥이자 고문이고, 지옥 그 자체죠.
그러니 추방은 이 세상에서의 추방이고,
이 세상에서의 추방은 죽음이죠. 추방은
〈죽음〉의 잘못된 표현이에요.
(……) 이건 고문이지 자비가 아니에요. 줄리엣이
살고 있는 여기가 천국이에요. 모든 고양이, 개,
작은 생쥐, 하찮은 미물들도
이곳 천국에 살며 줄리엣을 쳐다보는데,
로미오는 그럴 수 없잖아요. 시체에 붙는
파리들이 로미오보다 더 멀쩡하고
더 명예롭게, 더 절도를 지키며 살아요. 그것들은
줄리엣의 경이로운 하얀 손 위에 앉고,
순수한 처녀의 수줍음 때문인지
위아래가 맞닿는 것조차 죄라 여겨 늘 발그스레한
그 입술에서 불멸의 축복을 훔칠 수도 있죠.
하지만 로미오는 추방됐으니 그럴 수 없어요.
연옥이자 고문이고, 지옥 그 자체죠.
그러니 추방은 이 세상에서의 추방이고,
이 세상에서의 추방은 죽음이죠. 추방은
〈죽음〉의 잘못된 표현이에요.
(……) 이건 고문이지 자비가 아니에요. 줄리엣이
살고 있는 여기가 천국이에요. 모든 고양이, 개,
작은 생쥐, 하찮은 미물들도
이곳 천국에 살며 줄리엣을 쳐다보는데,
로미오는 그럴 수 없잖아요. 시체에 붙는
파리들이 로미오보다 더 멀쩡하고
더 명예롭게, 더 절도를 지키며 살아요. 그것들은
줄리엣의 경이로운 하얀 손 위에 앉고,
순수한 처녀의 수줍음 때문인지
위아래가 맞닿는 것조차 죄라 여겨 늘 발그스레한
그 입술에서 불멸의 축복을 훔칠 수도 있죠.
하지만 로미오는 추방됐으니 그럴 수 없어요.
* 본문 164쪽
로미오: (……) 아, 사랑하는 줄리엣,
그대는 왜 이렇게 여전히 아름다운가요?
저 실체 없는 죽음이 사랑에 빠져, 저 깡마른
혐오스러운 괴물이 그대를 자신의 애인 삼으려
이 어둠 속에 붙잡아 두고 있는 걸까요?
그럴까 두려우니, 내가 항상 그대 곁에 머물며
이 어두운 밤의 침대를 결코
떠나지 않겠어요. 난 여기, 이곳에서
그대의 침실 시녀인 구더기들과 있을게요. 아,
이곳을 영원한 내 안식처로 삼아
세상에 지친 이 몸에서 불길한 별들의 속박을 떨쳐 낼게요.
두 눈아, 마지막으로 봐두어라.
팔들아, 네 마지막 포옹을 해라.
아, 숨결이 드나드는 입술아, 제대로 된 입맞춤으로
뭐든 삼키는 죽음과 영원한 계약을 맺어라.
(줄리엣에게 키스한뒤 독약을 잔에 따른다)
로미오: (……) 아, 사랑하는 줄리엣,
그대는 왜 이렇게 여전히 아름다운가요?
저 실체 없는 죽음이 사랑에 빠져, 저 깡마른
혐오스러운 괴물이 그대를 자신의 애인 삼으려
이 어둠 속에 붙잡아 두고 있는 걸까요?
그럴까 두려우니, 내가 항상 그대 곁에 머물며
이 어두운 밤의 침대를 결코
떠나지 않겠어요. 난 여기, 이곳에서
그대의 침실 시녀인 구더기들과 있을게요. 아,
이곳을 영원한 내 안식처로 삼아
세상에 지친 이 몸에서 불길한 별들의 속박을 떨쳐 낼게요.
두 눈아, 마지막으로 봐두어라.
팔들아, 네 마지막 포옹을 해라.
아, 숨결이 드나드는 입술아, 제대로 된 입맞춤으로
뭐든 삼키는 죽음과 영원한 계약을 맺어라.
(줄리엣에게 키스한뒤 독약을 잔에 따른다)
* 본문 167쪽
줄리엣: 이게 뭐지? 진정 사랑하는 내 님이 손에 쥔 잔인가?
아, 내 님이 독약으로 때 이른 끝을 맞이했구나.
어머, 구두쇠! 전부 마셔버렸네. 뒤따라갈 때
마시도록 친절히 몇 방울 남겨 두지 않고.
당신 입술에 키스할게요. 혹시 아직 독이 조금
묻어 있을지 모르니, 그 약효로 죽어야겠어요.
당신 입술이 따뜻하네요.
* 본문 167쪽
줄리엣: (로미오의 단검을 집어 든다)
아, 행복한 단검아,
여기가 네 칼집이다! 거기서 녹슬고, 날 죽게 해줘.
(자신을 찌르고 쓰러져 죽는다)
교보문고 책소개
증오 속에서 태어나 죽음을 넘어서는 불멸의 사랑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가장 유명한 사랑의 비극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가장 유명한 사랑의 비극
영문학사 최고의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셰익스피어 연구자 도해자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257번째 책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중에서도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작으로, 오랜 시간 원수로 지내며 대립해 온 두 가문의 젊은 남녀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룬 희곡이다.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랑 이야기 중 하나로서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이 작품은, 연극을 비롯하여 영화, 드라마,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로 끊임없이 재창조되며 창작자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어 왔다. 올리비아 허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전설적인 영화배우들이 열연하면서 대중문화에서도 강렬한 흔적을 남겨, 오늘날까지도 청춘의 낭만적 사랑을 대표하는 불멸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베로나. 베로나의 명문가 몬터규가와 캐풀렛가는 오랜 시간 서로를 증오하며 앙숙으로 지내 온 원수 집안이다. 어느 날 몬터규가의 청년 로미오는 우연히 무도회에 참석했다가, 캐풀렛가의 처녀 줄리엣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운명처럼 서로에게 이끌려 사랑의 맹세를 주고받은 두 사람은, 로런스 신부의 도움으로 비밀리에 결혼식까지 올린다. 그러던 어느 날, 로미오의 절친한 친구 머큐쇼와 줄리엣의 사촌 오빠 티볼트 사이에 우발적인 칼부림이 일어나고, 싸움을 말리려던 로미오는 그만 티볼트를 자신의 칼로 살해하고 마는데……. 이처럼 순탄치 않은 두 사람의 사랑은 그들이 딛고 선 운명의 장난에 휩쓸려 결국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지만, 끈질긴 증오와 반목만이 지배하던 그들 가문 사이에 처음으로 화해의 계기를 가져온다. 증오로 가득 차 있던 곳에 피어난 젊은 두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통해, 모든 것을 넘어서고 죽음마저 초월하는 사랑의 강렬함을 그려 낸 작품이다.
시적인 원문의 아름다움을 살려낸 충실한 번역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거리는 원작을 읽지 않은 이들에게도 매우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작품의 백미는 무엇보다 원작의 대사 하나하나에서 맛볼 수 있는 셰익스피어 특유의 언어들에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시적인 언어들이 빛을 발하는 걸작으로 평가된다. 40여 편에 이르는 셰익스피어의 극작품들은 평균적으로 운문이 80퍼센트, 산문이 20퍼센트의 비중을 차지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산문이 10퍼센트에 불과할 정도로 운문이 압도적이다. 시작(詩作)에 능했던 셰익스피어는 1609년에 154편으로 된 소네트 연작 『소네트집』을 펴냈는데, 이를 펴내기 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소네트를 미리 시험해 보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가령 로미오와 줄리엣이 처음 만난 장면에서 두 사람은 즉흥적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90행부터 103행까지 함께 14행으로 된 아름다운 소네트 한 편을 완성하는데, 이는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의 정신적 합일을 특유의 세련된 방식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풋풋한 사랑의 밀어가 녹아든 시적인 언어들을 음미할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이 책을 옮긴 도해자 번역가는 셰익스피어 문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 연구자로, 시적인 비유와 함축이 가득한 원문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살려내는 데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 동시에 〈현대 젊은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고, 연극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대사가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아 호흡이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능숙하게 옮겼다. 또한 대사의 모든 행수를 원문과 동일하게 맞췄으며, 운문 대사와 산문 대사를 구분하여 번역했다. 운문과 산문은 각각 사용 계층과 사용 상황이 다르며, 어느 쪽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인물의 심리 변화도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충실히 반영하고자 했다. 번역 원본으로는 2008년 『노튼 셰익스피어 전집The Norton Shakespeare』를 기본으로 했으며, 『옥스퍼드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Oxford Shakespeare: Romeo and Juliet』(2000)과 『아든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Arden Shakespeare: Romeo and Juliet』(2018)을 함께 참고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중에서도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작으로, 오랜 시간 원수로 지내며 대립해 온 두 가문의 젊은 남녀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룬 희곡이다.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랑 이야기 중 하나로서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이 작품은, 연극을 비롯하여 영화, 드라마,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로 끊임없이 재창조되며 창작자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어 왔다. 올리비아 허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전설적인 영화배우들이 열연하면서 대중문화에서도 강렬한 흔적을 남겨, 오늘날까지도 청춘의 낭만적 사랑을 대표하는 불멸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베로나. 베로나의 명문가 몬터규가와 캐풀렛가는 오랜 시간 서로를 증오하며 앙숙으로 지내 온 원수 집안이다. 어느 날 몬터규가의 청년 로미오는 우연히 무도회에 참석했다가, 캐풀렛가의 처녀 줄리엣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운명처럼 서로에게 이끌려 사랑의 맹세를 주고받은 두 사람은, 로런스 신부의 도움으로 비밀리에 결혼식까지 올린다. 그러던 어느 날, 로미오의 절친한 친구 머큐쇼와 줄리엣의 사촌 오빠 티볼트 사이에 우발적인 칼부림이 일어나고, 싸움을 말리려던 로미오는 그만 티볼트를 자신의 칼로 살해하고 마는데……. 이처럼 순탄치 않은 두 사람의 사랑은 그들이 딛고 선 운명의 장난에 휩쓸려 결국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지만, 끈질긴 증오와 반목만이 지배하던 그들 가문 사이에 처음으로 화해의 계기를 가져온다. 증오로 가득 차 있던 곳에 피어난 젊은 두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통해, 모든 것을 넘어서고 죽음마저 초월하는 사랑의 강렬함을 그려 낸 작품이다.
시적인 원문의 아름다움을 살려낸 충실한 번역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거리는 원작을 읽지 않은 이들에게도 매우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작품의 백미는 무엇보다 원작의 대사 하나하나에서 맛볼 수 있는 셰익스피어 특유의 언어들에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시적인 언어들이 빛을 발하는 걸작으로 평가된다. 40여 편에 이르는 셰익스피어의 극작품들은 평균적으로 운문이 80퍼센트, 산문이 20퍼센트의 비중을 차지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산문이 10퍼센트에 불과할 정도로 운문이 압도적이다. 시작(詩作)에 능했던 셰익스피어는 1609년에 154편으로 된 소네트 연작 『소네트집』을 펴냈는데, 이를 펴내기 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소네트를 미리 시험해 보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가령 로미오와 줄리엣이 처음 만난 장면에서 두 사람은 즉흥적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90행부터 103행까지 함께 14행으로 된 아름다운 소네트 한 편을 완성하는데, 이는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의 정신적 합일을 특유의 세련된 방식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풋풋한 사랑의 밀어가 녹아든 시적인 언어들을 음미할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이 책을 옮긴 도해자 번역가는 셰익스피어 문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 연구자로, 시적인 비유와 함축이 가득한 원문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살려내는 데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 동시에 〈현대 젊은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고, 연극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대사가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아 호흡이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능숙하게 옮겼다. 또한 대사의 모든 행수를 원문과 동일하게 맞췄으며, 운문 대사와 산문 대사를 구분하여 번역했다. 운문과 산문은 각각 사용 계층과 사용 상황이 다르며, 어느 쪽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인물의 심리 변화도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충실히 반영하고자 했다. 번역 원본으로는 2008년 『노튼 셰익스피어 전집The Norton Shakespeare』를 기본으로 했으며, 『옥스퍼드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Oxford Shakespeare: Romeo and Juliet』(2000)과 『아든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Arden Shakespeare: Romeo and Juliet』(2018)을 함께 참고했다.
저자 :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판단은 네스토르와 같고, 천재는 소크라테스와 같고, 예술은 베르길리우스와 같은 사람. 대지는 그를 덮고, 사람들은 통곡하고, 올림포스는 그를 소유한다.〉 영문학사 최고의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1564년 영국 남부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태어났다. 〈세계적 대문호〉라는 명성과는 대조적으로 그 생애는 작품을 제외한 기록이 거의 없어 미지의 것으로 남아 있다. 1580년대 말경 런던으로 진출하여 「헨리 6세」를 시작으로 극작가 겸 단역 배우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고등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타고난 언어 구사 능력과 무대 예술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 다양한 경험, 인간에 대한 심오한 이해력은 그를 당대 최고의 극작가로 만들어 주었다. 1594년 그해 창설된 〈궁내 장관 극단〉의 일원이 되었고, 1599년에는 동료들과 설립한 〈글로브 극장〉의 공동 소유주가 되었다. 〈궁내 장관 극단〉은 1603년 제임스 1세의 후원으로 〈왕의 극단〉으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이곳에서 그는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며 이름을 알리다가 1616년 사망하여 고향에 묻혔다.
작품으로는 「햄릿」, 「맥베스」, 「오셀로」, 「리어 왕」,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 밤의 꿈」,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비롯한 희곡(비극, 희극, 사극) 38편과 연작시를 엮은 『소네트집』, 장시 2편 등이 있다.
작품으로는 「햄릿」, 「맥베스」, 「오셀로」, 「리어 왕」,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 밤의 꿈」,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비롯한 희곡(비극, 희극, 사극) 38편과 연작시를 엮은 『소네트집』, 장시 2편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역자 해설: 격정적 사랑에 녹여 낸 아름다운 언어의 향연
윌리엄 셰익스피어 연보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역자 해설: 격정적 사랑에 녹여 낸 아름다운 언어의 향연
윌리엄 셰익스피어 연보
추천사
새뮤얼 콜리지
셰익스피어는 1천 가지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그는 사람이 아니다. 하나의 대륙이다. 그의 세계는 수많은 위대한 인간들과 완전한 풍경들을 포함하고 있다.
데이비드 허버트 로런스
내가 셰익스피어를 읽었을 때 경이로웠던 것은, 그처럼 평범한 등장인물들이 그처럼 아름다운 언어로 중얼거리고 외치기도 한다는 사실이었다.
랠프 월도 에머슨
다른 작가들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을 만큼 지혜롭다면, 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지혜롭다.
스탠리 웰스
그는 수도관 속을 흐르는 물 같은 존재다. 수도관은 닳아 버릴지 모르지만, 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책 속으로
로미오: (줄리엣의 손을 잡으며) 저의 미천한 손이
이 신전을 모독한 것이라면, 얼굴 붉힌 두 순례자 같은
제 입술이 부드러운 입맞춤으로 더럽혀진 곳을
씻고자 하는 것은 가벼운 죄에 불과하겠지요.
줄리엣: 착한 순례자님, 손을 너무 부당하게 대하시는군요.
이처럼 착실히 헌신을 다하고 있는데 말이에요.
순례자들이 손으로 만지는 성상에도 손은 있고,
손바닥을 서로 맞대는 것이 순례자들의 입맞춤이죠.
로미오: 성상에 입술은 없나요? 순례자들에게도?
줄리엣: 아, 순례자님, 입술은 기도할 때 써야죠.
로미오: 아, 성상이여, 그러면 손이 하는 것을 입술이 하게 해주세요.
믿음이 절망으로 변하지 않도록 입술이 기도하게 해주세요.
줄리엣: 기도를 들어 주더라도, 성상은 움직이지 않아요.
로미오: 그럼 제가 기도의 효험을 받을 동안 움직이지 마세요.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키스한다)
이제 당신의 입술이 제 입술에서 죄를 씻어 주었네요.
줄리엣: 그럼 그 죄가 제 입술에 있겠군요.
로미오: 제 입술에 있던 죄요? 아, 잘못을 감미롭게 꾸짖는군요!
제 죄를 다시 가져갈게요.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다시 키스한다)
- 본문 46쪽
줄리엣: (로미오를 보지 못한 채) 아, 로미오, 로미오, 당신은 왜 로미오인가요?
아버지를 부정하고 당신의 이름을 버리세요.
그럴 수 없다면 내게 사랑을 맹세하세요.
그러면 나는 이제 캐풀렛 가문을 포기할게요.
(……) 당신의 이름만 내 원수일 뿐이에요.
몬터규가 아니어도 당신은 그대로죠.
몬터규란 무엇인가요? 그건 손, 발,
팔, 얼굴, 신체의 어떤 부위도
아니에요. 아, 다른 이름이 되세요!
이름이란 무엇인가요? 장미는 이름이 바뀌어도
그 달콤한 향기는 변치 않으니
로미오 또한 로미오로 불리지 않아도,
그 명칭이 없어도, 그의 소중한 완벽함은
그대로일 거예요. 로미오, 당신 이름을 버리세요.
당신의 일부분이 될 수 없는 그 이름 대신에
나의 전부를 가지세요.
- 본문 56쪽
로미오: 베로나 바깥에 이 세상은 없어요.
연옥이자 고문이고, 지옥 그 자체죠.
그러니 추방은 이 세상에서의 추방이고,
이 세상에서의 추방은 죽음이죠. 추방은
〈죽음〉의 잘못된 표현이에요.
(……) 이건 고문이지 자비가 아니에요. 줄리엣이
살고 있는 여기가 천국이에요. 모든 고양이, 개,
작은 생쥐, 하찮은 미물들도
이곳 천국에 살며 줄리엣을 쳐다보는데,
로미오는 그럴 수 없잖아요. 시체에 붙는
파리들이 로미오보다 더 멀쩡하고
더 명예롭게, 더 절도를 지키며 살아요. 그것들은
줄리엣의 경이로운 하얀 손 위에 앉고,
순수한 처녀의 수줍음 때문인지
위아래가 맞닿는 것조차 죄라 여겨 늘 발그스레한
그 입술에서 불멸의 축복을 훔칠 수도 있죠.
하지만 로미오는 추방됐으니 그럴 수 없어요.
- 본문 104~105쪽
로미오: (……) 아, 사랑하는 줄리엣,
그대는 왜 이렇게 여전히 아름다운가요?
저 실체 없는 죽음이 사랑에 빠져, 저 깡마른
혐오스러운 괴물이 그대를 자신의 애인 삼으려
이 어둠 속에 붙잡아 두고 있는 걸까요?
그럴까 두려우니, 내가 항상 그대 곁에 머물며
이 어두운 밤의 침대를 결코
떠나지 않겠어요. 난 여기, 이곳에서
그대의 침실 시녀인 구더기들과 있을게요. 아,
이곳을 영원한 내 안식처로 삼아
세상에 지친 이 몸에서 불길한 별들의 속박을 떨쳐 낼게요.
두 눈아, 마지막으로 봐두어라.
팔들아, 네 마지막 포옹을 해라.
아, 숨결이 드나드는 입술아, 제대로 된 입맞춤으로
뭐든 삼키는 죽음과 영원한 계약을 맺어라.
- 본문 164쪽
제 입술이 부드러운 입맞춤으로 더럽혀진 곳을
씻고자 하는 것은 가벼운 죄에 불과하겠지요.
줄리엣: 착한 순례자님, 손을 너무 부당하게 대하시는군요.
이처럼 착실히 헌신을 다하고 있는데 말이에요.
순례자들이 손으로 만지는 성상에도 손은 있고,
손바닥을 서로 맞대는 것이 순례자들의 입맞춤이죠.
로미오: 성상에 입술은 없나요? 순례자들에게도?
줄리엣: 아, 순례자님, 입술은 기도할 때 써야죠.
로미오: 아, 성상이여, 그러면 손이 하는 것을 입술이 하게 해주세요.
믿음이 절망으로 변하지 않도록 입술이 기도하게 해주세요.
줄리엣: 기도를 들어 주더라도, 성상은 움직이지 않아요.
로미오: 그럼 제가 기도의 효험을 받을 동안 움직이지 마세요.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키스한다)
이제 당신의 입술이 제 입술에서 죄를 씻어 주었네요.
줄리엣: 그럼 그 죄가 제 입술에 있겠군요.
로미오: 제 입술에 있던 죄요? 아, 잘못을 감미롭게 꾸짖는군요!
제 죄를 다시 가져갈게요.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다시 키스한다)
- 본문 46쪽
줄리엣: (로미오를 보지 못한 채) 아, 로미오, 로미오, 당신은 왜 로미오인가요?
아버지를 부정하고 당신의 이름을 버리세요.
그럴 수 없다면 내게 사랑을 맹세하세요.
그러면 나는 이제 캐풀렛 가문을 포기할게요.
(……) 당신의 이름만 내 원수일 뿐이에요.
몬터규가 아니어도 당신은 그대로죠.
몬터규란 무엇인가요? 그건 손, 발,
팔, 얼굴, 신체의 어떤 부위도
아니에요. 아, 다른 이름이 되세요!
이름이란 무엇인가요? 장미는 이름이 바뀌어도
그 달콤한 향기는 변치 않으니
로미오 또한 로미오로 불리지 않아도,
그 명칭이 없어도, 그의 소중한 완벽함은
그대로일 거예요. 로미오, 당신 이름을 버리세요.
당신의 일부분이 될 수 없는 그 이름 대신에
나의 전부를 가지세요.
- 본문 56쪽
로미오: 베로나 바깥에 이 세상은 없어요.
연옥이자 고문이고, 지옥 그 자체죠.
그러니 추방은 이 세상에서의 추방이고,
이 세상에서의 추방은 죽음이죠. 추방은
〈죽음〉의 잘못된 표현이에요.
(……) 이건 고문이지 자비가 아니에요. 줄리엣이
살고 있는 여기가 천국이에요. 모든 고양이, 개,
작은 생쥐, 하찮은 미물들도
이곳 천국에 살며 줄리엣을 쳐다보는데,
로미오는 그럴 수 없잖아요. 시체에 붙는
파리들이 로미오보다 더 멀쩡하고
더 명예롭게, 더 절도를 지키며 살아요. 그것들은
줄리엣의 경이로운 하얀 손 위에 앉고,
순수한 처녀의 수줍음 때문인지
위아래가 맞닿는 것조차 죄라 여겨 늘 발그스레한
그 입술에서 불멸의 축복을 훔칠 수도 있죠.
하지만 로미오는 추방됐으니 그럴 수 없어요.
- 본문 104~105쪽
로미오: (……) 아, 사랑하는 줄리엣,
그대는 왜 이렇게 여전히 아름다운가요?
저 실체 없는 죽음이 사랑에 빠져, 저 깡마른
혐오스러운 괴물이 그대를 자신의 애인 삼으려
이 어둠 속에 붙잡아 두고 있는 걸까요?
그럴까 두려우니, 내가 항상 그대 곁에 머물며
이 어두운 밤의 침대를 결코
떠나지 않겠어요. 난 여기, 이곳에서
그대의 침실 시녀인 구더기들과 있을게요. 아,
이곳을 영원한 내 안식처로 삼아
세상에 지친 이 몸에서 불길한 별들의 속박을 떨쳐 낼게요.
두 눈아, 마지막으로 봐두어라.
팔들아, 네 마지막 포옹을 해라.
아, 숨결이 드나드는 입술아, 제대로 된 입맞춤으로
뭐든 삼키는 죽음과 영원한 계약을 맺어라.
- 본문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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