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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순례: 저자 유홍준 (2018.1.20)

클리오56 2018. 1. 16. 15:59



읽은 소감 및 내용

저자 유홍준 교수가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의 회화·공예·조각·자기 등 문화재 중 뛰어나다고 여기는 것을 저자 나름의 기준으로 선정한 것으로, 국내 소장의 문화재뿐만 아니라 쉽게 접할 수 없는 해외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를 다수 소개하고 있다. 그 100개의 국보는 아래 책소개에 열거되어 있고...


001 고려 불화 물방울 관음
물방울 관음은 과연 천하의 명장이었다. 다른 수월관음도는 법을 구하기 위하여 찾아온 선재동자를 앉아서 맞이하는데, 물방울관음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손엔 버들가지, 왼손엔 정병을 들고 서 있는 구도다. 그 자세가 너무도 고아한데 신비롭게도 관음보살의 전신이 물방울에 감싸여 있다. 혹자는 이것을 버들잎으로 보기도 하고 관음보살이 아니라 정취보살이라고도 하지만 본래의 도상이 무엇이든 현재 시점에서는 물방울관음이라는 것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 
고려 14세기 작품으로 일본 센소지 소장

005 안견 몽유도원도 
한국 미술사 불후의 명작인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의 청을 받아 1447년그렸다.흔히 견오백지천년이라고 해서 비단은 오백년 가고 종이는 천년 간다며 무생물도 수명이 있음을 말하곤 하는데 몽유도원도는 신기할 정도로 보존상태가 완벽해서 마치 어제 그린 그림 같다. 몽유도원도, 즉 꿈속에 도원을 노닐다라는 이 그림의 매력은 안평대군이 그 발 문에 밝힌 바대로 그의 꿈 이야기를 그대로 그린 것이다.
조선 1447년 일본 덴리대도서관

009 연담 김명국의 죽음의 자화상
화가에게 있어서 술은 간혹 창작의 촉매제였다. 취옹이라는 호를 즐겨 사용한 17세기 인조 연간의 연담 김명국은 정말로 취필을 많이 남겼다. 사람들은 그를 주광이라고 부르고 실제로 그는 술을 마시지 않고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고 한다.

동서고금에 자화상은 많고도 많다. 그러나 죽음의 자화상, 그것도 저승으로 표표히 떠나는 그림은 달리 찾아볼 수 없다. 연담에게 술은 창작의 촉매제이자 삶과 죽음을 초탈한 경지로 들어가게 한 묘약이었나 보다.
조선 17세기 작품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020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
문장은 대단히 유려하고 글씨는 해서체로 질박하면서도 굳센 느낌을 준다. 청나라 말기의 강유위는 광예주쌍집에서 역대의 서품을 논하면서 이 비를 신품의 반열에 넣었다. 북한산 진흥왕순수비는 세월의 흐름속에 마모되고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 엉뚱하게도 무학대사비라는 전설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1816년 당대의 금석학자인 추사 김정희는 31세 때 벗 김경연과 함께 이 비를 탁본해 연구한 결과 진흥왕 순수비라는 사실을 밝혀 내고 이사실을 비 측면에 기록해 두었다.

034 백제 금동대향로
1993년 부여 능산리 고분 곁 능사터에서 발견된 백제금동대향로는 1971년 무령왕릉 발굴 이후 백제 미술사와 고고학계 최대 성과였다. 향로는 높이 64cm, 무게 11.8 kg이나 되는 대작으로 탐스러운 꽃봉오리를 용이 입에 물어 올리는데 그 꼭대기에서 봉황의 날개 짓 하는 모습이다.
백제 6~7세기, 국립부여박물관 소장

040 백제 자단목바둑판과 상아바둑알
일본 왕실의 보물창고인 도다이지 쇼소인에는 백제 의자왕이 보내준 상아 바둑알과 자단목 바둑판 그리고 음판을 무늬로 오려붙인 바둑알통이 공개되어 세상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가장 아름다운 바둑판이라 할 자단목 바둑판에는 특이하게도 화점 9개 이외에 8개가 더 찍혀 있다.17개 화점은 우리나라 고유의 순장바둑에만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백제인들이 바둑을 좋아했다는 것은 개로왕이 바둑에 빠져 나랏일을 돌보지 않다가 고구려의 포로로 끌려가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다.
백제 7세기 일본 도다이지 쇼소인 소장

052 일본 도다이지 백자 달항아리
나라 도다이지 관음원에 소장되어 있던 달항아리는 1995년 대낮에 도둑이 들어와 이 항아리를 들고 도망가다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박살이났다. 셀 수 있는 파편 300여 조각을 오사카 시립 동양 도자 미술관에 기증하였고 미술관은 2년 동안 퍼즐 맞추듯 파편을 이어 본후 복원 기술자에게 맡겨 6개월 뒤 1차 작업을 마쳤다. 거짓말처럼 완벽하여 모두 놀랐으며 손때 묻은 자국까지 그대로였고 이음자국만 미세하게 남아 있었다. 이 흔적을 말끔히 지울 수 있었지만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는데, 이는이 항아리의 역사를 위해서 남겨두기로 한 것이다. 이후 이 항아리는 미술품복원의 기적이라는 칭송과 함께 전설적인 조선 백자 달항아리가 되었다.
조선 18세기 일본 오사카 시립 동양 도자 미술관 소장

054 일본 고류지 목조반가사유상
우리나라 국보 제 83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너무나 닮은 교토 고류지 목조반가사유상 은 천하의 명작으로 이 불상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운 미소에 대해서는 무수한 글이 남아있다. 그 중 가장 감동적인 것은 1945년 일본을 방문한 실존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패전의 피안에 남긴 것들"에서 보낸 찬사다. 나는 지금까지 철학자로서 인간존재의 최고로 완성된 모습을 표현한 여러 형태의 신상들을 접해왔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신상, 로마시대의 뛰어난 조각, 기독교적 사랑을 표현한 조각들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각들은 어딘지 인간적인 감정의 자취가 남아있어 절대자만이 보여 주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는이 세상에서 인간 존재의 가장 정화되고, 가장 원만하고, 가장 영원한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나는 철학자로 살아오면서 이 불상만큼 인간실존의 진실로 평화로운 모습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일본 아스카 7세기, 일본 고류지 소장

062 영암사터 쌍사자석등
영암사 쌍사자석등은 병풍처럼 둘러진 황매산의 눈부신 화강암 골산과 환상적으로 어울린다. 마치 교향악단의 지휘자처럼 높직한 석축 위에 홀로 우뚝하다. 비록 영암사는 폐사지가 되었지만 쌍사자석등이 있음으로 해서 조금도 쓸쓸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화려한 폐사지라는 느낌을 줄 정도다.

사자의 생김새를 보면 털북숭이 삽살개 같은 친근미가 있어 중국, 일본의 사자처럼 사납지가 않다. 화사석을 번쩍 들어 올리느라 뒷다리에 한 껏 힘을 주어 엉덩이가 올라간 모습에선 석공의 유머 감각을 볼 수 있다. 그러나이 쌍사자석등이 종합적으로 대성공을 이룬 것은 두 마리 사자의 뒷다리와 앞발 사이를 깎아낸 공허공간의 구사에 있다. 조각은 원래 괴량감을 기본으로 한다. 현대조각에서 이 고정관념을 깬 것이 헨리무어의 조각이다. 그런데 1200년 전 우리의 석공들이 공허공간을 이처럼 능숙하게 구사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통일신라 9세기 경남 합천 둔내리

064 쌍봉사 철감선사탑
우리나라 석조문화재 중 조각이 가장 화려하고 정교한 것을 꼽자면 단연코 화순 쌍봉사 철감선사탑과 탑비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철감선사 도윤은 당나라에 유학하고 돌아와 쌍봉사에서 선종을 크게 전파하여 제자인 징효가 영월에 법흥사 사자산문을 열어 구산선문의 하나가 되었으니 하대 신라에서 그의 위상을 능히 알만하다.
통일신라 868 년, 높이 2.3m, 전남 화순 중리

073 궁궐의 박석
우리 궁궐건축이 남다른 아름다움을 보여 주고 있는데는 박석이 큰 몫을 한다. 박석은 고급 포장재료이다. 넓적한 화강암 돌판으로 두께는 보통 12cm이고 넓이는 구들장의 두세배 정도다. 박석은 주로 궁궐 건축에 사용되어 근정전 앞마당인 전정, 종묘의 월대, 왕릉의 진입로인 참도 등에 깔려 있다. 서울의 옛 지명에 박석고개가 여럿 나오는데 이는 대게 왕릉으로 가는 고갯길에 박석을 깔아 생긴 이름이다. 포장재로서 박석은 기능이 아주 탁월하다. 화강암판이어서 잘 깨지지 않고, 빛깔이 잿빛이어서 눈에 거슬리지 않으며, 표면이 적당히 우툴두툴하여 미끄럼을 방지해주고, 햇빛을 난반사시켜 땡볕에도 눈부심이 없다.

문화재청에서는 몇 년간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를 조사하여 박석 광산이 강화군 석모도의 매음리인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채석을 시작하여 광화문 월대 복원부터 다시 깔았다. 박석의 미학은 이리하여 다시 이어지게 되었다.

094 워싱턴 프리어갤러리 분청사기
미국 워싱턴 프리어갤러리 의 한국실은 그동안 20 평 규모에 30여 점만 전시되어 왔다. 중국, 일본에 비해 양이 형편없이 빈약했지만 질은 아주 높다. 특히 찰스 L. 프리어가 일본에서 수집한 분청 다완은 진기한 것들 이었다. 다완 하나하나가 명품이었다. 일본 다인들은 일찍부터 분청사기에 매료되어 우리 분청을 이도, 고희키, 하케메 등으로 세분하며 자기들 식으로 불렀다. 그중 미시마 다완은 귀얄분청으로 붓놀림이 싱그러워 천연스러운  멋을 지니고 있고, 철화분청은 아무렇게나 그린듯한 추상적인 초화무늬가 도공의 무심한 경지를 엿보게 한다.
조선 17세기. 높이 8.4 cm , 미국 프리어갤러리 소장


교보문고 책소개


유홍준 교수가 들려주는 우리 문화재 이야기!

『국보순례』는 조선일보에 ‘유홍준의 국보순례’ 라는 코너로 120여 회에 걸쳐 연재 중인 글을 모아 새롭게 정리한 책이다. 여기서 ‘국보’란 저자가 우리나라의 문화재 중 뛰어나다고 여기는 것을 저자 나름의 기준으로 선정한 것으로, 국내 소장의 문화재뿐만 아니라 해외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를 다수 소개하고 있다. 그림, 글씨, 도자, 조각, 건축 등 각 분야의 명작을 뽑아 각각의 문화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해외 박물관에서 제공한 양질의 도판도 수록하여 문화재의 새로운 매력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저자만의 독특하면서도 간결한 문체는 독자들이 문화재에 얽힌 이야기를 옛이야기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해주고, 문화재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유홍준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미학과,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석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동양철학과(박사)를 졸업했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뒤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며 민족미술인협의회 공동대표, 제1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셔너 등을 지냈다. 1985년 2000년까지 서울과 대구에서 ‘젊은이를 위한 한국미술사’ 공개강좌를 십여 차례 갖고 ‘한국문화유산답사회’ 대표를 맡았다. 영남대학교 교수 및 박물관장, 명지대학교 교수 및 문화예술 대학원장, 문화재청장을 역임하고, 현재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제주 추사관 명예관장도 맡고 있다. 평론집으로 《80년대 미술의 현장과 작가들》, 《다시, 현실과 전통의 지평에서》, 《정직한 관객》, 답사기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전6권), 미술사 저술로 《조선시대 화론 연구》, 《화인열전》(전2권), 《완당평전》(전3권),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등이 있다. 간행물윤리위 출판저작상(1998), 제18회 만해문학상(2003) 등을 수상했다.

목차

책을 펴내며

그림·글씨
001 고려불화 ‘물방울관음’
002 고려불화 수월관음도
003 고려불화 지장보살삼존도
004 고려불화 오백나한도
005 안견의 몽유도원도
006 소상팔경도
007 학포 이상좌의 송하보월도
008 양송당 김지의 동자견려도
009 연담 김명국의 죽음의 자화상
010 오틸리엔수도원의 겸재화첩
011 능호관 이인상의 설송도
012 단원 김홍도의 병진년화첩
013 단원 김홍도의 삼공불환도
014 추사 김정희의 수선화
015 까치와 호랑이
016 박수근의 나무와 여인
017 원효대사진영
018 의상대사진영
019 울주 반구대 암각화
020 북한산 진흥왕순수비
021 황초령 진흥왕순수비
022 봉암사 지증대사적조탑비
023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024 정조대왕의 행서시축
025 영천 은해사의 추사 현판
026 수자기와 바리야크 깃발

공예·도자
027 원삼국시대 쇠뿔손잡이항아리
028 원삼국시대 오리모양도기
029 백제와당
030 신라의 황금과 왕릉
031 신라의 금관
032 서봉총
033 황남대총
034 백제 금동대향로
⊙검이불루 화이불치
035 백제 왕흥사 사리함
036 익산 미륵사 서탑 출토 순금사리호
037 익산 미륵사 출토 금동향로
038 발해 삼채향로
039 에밀레종
040 백제 자단목바둑판과 상아바둑알
041 고려 나전칠기염주합
042 청자사자장식향로
⊙고려비색
043 태안 해저유물
⊙수중문화재
044 이성계 발원사리함
045 분청사기철화연꽃무늬항아리
046 백자청화매죽무늬항아리
047 백자청화망우대잔받침
048 피맛골 백자항아리
049 백자 ‘넥타이’ 병
050 경매 최고가 도자기 백자철화용무늬항아리
051 백자철화포도무늬항아리
052 일본 도다이지의 백자달항아리
053 백자진사연꽃무늬항아리

조각·건축
054 일본 고류지의 목조반가사유상
055 ‘미스 백제’ 규암 출토 금동관음보살입상
056 법정 스님 선방의 철불 사진
057 금강산 출토 금동보살상
058 수종사 금동보살상
059 불국사 석가탑
060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061 불국사 대웅전 앞 석등
062 영암사터 쌍사자석등
063 장흥 보림사
064 쌍봉사 철감선사탑
065 연곡사 승탑
066 굴산사터 당간지주
067 경주 첨성대
068 경복궁 근정전
069 경복궁 영제교의 천록
070 근정전 월대의 석견
071 경복궁 빈전
072 궁궐의 취병
073 궁궐의 박석
⊙입하의 개화
⊙창덕궁 호랑이
074 종묘제례
075 조선왕릉
076 안압지
077 경주 사천왕사
078 안동 봉정사 대웅전
079 묵계서원 만휴정
080 보길도 부용동
081 남해 가천 다랑이논

해외 한국 문화재
082 영국박물관의 백자달항아리
083 쾰른 동아시아박물관의 나전칠기경상
084 기메동양박물관의 고려 장신구
085 기메동양박물관의 철조천수관음상
086 기메동양박물관의 철제압출여래좌상
⊙기메동양박물관의 홍종우
087 호놀룰루아카데미미술관의 조선 목동자상
088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용머리장식
089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금동반가사유상
090 보스턴박물관의 고려 은제 금도금주전자
미국과 일본에 있는 고려청자들
091 시카고박물관의 청자백조주전자
092 시카고박물관의 분청사기물고기무늬편병
093 워싱턴 프리어갤러리의 청자표주박모양주전자
094 워싱턴 프리어갤러리의 분청사기
095 브런디지 컬렉션의 고려청자
096 샌프란시스코 동양미술관의 책거리병풍
097 이종문아트센터와 까치호랑이항아리
098 라크마의 오백나한도
099 클리블랜드미술관의 한림제설도
100 클리블랜드미술관의 무낙관 그림

도판목록 및 출처
List of Plates and Sources

출판사 서평

조선일보에 “유홍준의 국보순례”라는 꼭지로 120여 회에 걸쳐 연재 중인 글을 모아 새롭게 정리하였다. 여기서 ‘국보’란 저자가 우리나라의 회화·공예·조각·자기 등 문화재 중 뛰어나다고 여기는 것을 저자 나름의 기준으로 선정한 것으로, 국내 소장의 문화재뿐만 아니라 쉽게 접할 수 없는 해외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를 다수 소개하고 있다. 저자만의 독특하면서도 간결한 문체로 우리의 문화재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다시 한 번 알 수 있는 계기일뿐더러 기존에 익숙하게 보던 문화재라도 그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고 있어 문화재를 보는 재미있고도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유홍준의 명작 해설과 함께 하는 우리 문화재 순례

《국보순례》는 지은이 유홍준이 ‘나라의 보물을 순례하는 마음’으로 우리 마음속에 간직할 기념비적인 유물을 찾아가는 유물 중심의 명작 해설이다. 이 책에서 ‘국보’는 나라에서 문화재로 지정한 국보와 보물에 의미를 국한한 것이 아닌 지은이가 명작이라 생각하는 소중한 우리 유물까지를 포함하여 이른 것이다.

이 책은 2009년 4월부터 2011년 7월까지 2년여에 걸쳐 매주 한 회씩 일간지에 연재한 글을 선별하여 묶은 것이다. 연재 당시에는 한정된 지면 탓에 한 회 분량을 200자 원고지 5.2매에 맞추어야 했으나 그 원고들을 책으로 엮으면서 분량의 제약에서 벗어나 각 유물의 해설을 풍부하게 보완하여 연재 시 원고와 차별성을 기했다. 원고의 수록 순서 역시 일간지 연재 순에 따르지 않고 유물 종류에 따라 그림ㆍ글씨, 공예ㆍ도자, 조각ㆍ건축, 해외 한국 문화재로 나누어 재배열했다.

다양한 종류의 유물을 아울러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보며 각 문화재의 참 멋과 새로운 멋을 발견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지은이는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우리의 명작을 소개하기 위해 미술사나 문화재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해설을 전개했다. 간결하고 대중적인 글쓰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그것의 목적이 정보와 감흥의 전달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은이는 전문적 지식과 풍부한 경험, 원숙한 필치로 옛이야기를 듣는 듯한 쉽고 인상적인 해설을 전달한다.

모든 장이 의미 있지만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해외 한국 문화재’이다. 평소 국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달랐던 저자는 해외 박물관을 순례하며 미국과 유럽에 있는 중요한 유물들을 미술관별로 대략 일별했다. 해외 박물관에서 제공한 양질의 도판을 수록하여 국내에서는 감상할 기회가 적은 유물을 지은이의 친절한 해설과 함께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특징]

· 명작 해설과 함께 감상하는 ‘국보 갈라쇼’


이 책은 그림ㆍ글씨ㆍ공예ㆍ도자ㆍ조각ㆍ건축 등 각 분야의 명작들을 뽑아내어 각각의 문화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문화재 해설서이자 안내서이다. 문화재로 지정된 유물 이외에도 지은이가 ‘나라의 보물’이라 생각하는 유물들을 소개하여 대중에 널리 알려진 문화재와 비교적 생소한 문화재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국보들의 갈라쇼인 셈이다.

· 섬세하고 다정한 옛이야기

지은이는 문화재의 멋과 소중함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간결한 대중적 글쓰기’ 방식을 택했다. 지은이의 섬세하고 다정한 해설은 어느 독자가 읽어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옛이야기 같다.

양송당 김지의 <동자견려도>에는 한사코 나무다리를 건너지 않으려는 나귀와, 그를 잡아끄는 동자의 움직임이 생생하며(32쪽),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일명 ‘미스 백제’ 금동관음보살입상은 전북 부여 규암에서 쌍으로 발굴되었으나 현재는 홀로 남아 언니와 헤어져 있는 것처럼 안쓰럽다(144쪽). 경남 합천 영암사터의 쌍사자석등은 화사석을 번쩍 들어 올리느라 뒷다리에 한껏 힘을 주어 엉덩이가 올라갔으며(160쪽), 경복궁 근정전 월대 남쪽 아래위 모서리의 멍엣돌에 조각된 한쌍의 석견 중 암컷은 새끼 한 마리를 안고 있는데 무학대사에 따르면 “이 석견은 남쪽 왜구를 향해 짖는 것이고, 개가 늙으면 대를 이어가라고 새끼를 표현해 넣은 것”이라고 했다(178쪽).

이처럼 지은이는 살아 숨 쉬는 생명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으로 문화재를 감상한다. 그 눈빛은 읽는 이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지은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평소 문화재를 사랑하던 이는 그를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고, 문화재에 관심이 없던 이는 그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애정이 생길 것이다.

· 세부 묘사가 살아 있는 양질의 도판

이 책은 해설 한 쪽에 유물 사진 한 쪽을 기본으로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독자의 이해와 감상을 돕기 위해 세 쪽에 걸쳐 전체와 세부 도판을 수록했다. 도판은 가능한 한 가장 최근의, 양질의 도판으로 수록하였으며 그에는 국내외 전문가와 박물관들의 협조가 있었다. 지은이가 본문에 인용했듯 20세기의 위대한 건축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미즈 반 데어 로어는 “신은 디테일 속에 있다”고 갈파했다. 우리 문화재는 전체 모습도 아름답지만 세부를 들여다보면 묘사가 무척이나 정교하고 아름답다. 비단의 결, 도자기의 굴곡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양질의 도판은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상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외에도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유물 사진 아래에 유물 정보를 명기했으며 도판목록을 별첨하여 보다 자세한 정보를 제공했다. 또한 문화재의 흥미로운 뒷이야기들을 별도 면으로 구성하여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