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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빠이 여행자 마을: 저자 이민우 (2018.1.4)

클리오56 2017. 12. 30. 21:10



읽은 소감

프렌즈 태국 2017-2018년 판의 빠이 소개 글을 보면, "6,500명이 사는 시골 마을이지만 태국의 대표적인 여행지로 손꼽힌다. 빠이는 하나의 신드롬으로 불릴 만큼 관광명소가 됐다. 특히 겨울이 되면선선한 기후를 체험하려는 태국인들로 몸살을 앓는다. 연말 연시에는 몰려드는 인파로 인해 어께를 부딪치며 다녀할 정도로 북적댄다. 빠이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흐드러진 자연이다. 도시를 이탈한 아티스트들과 히피 여행자들도 빠이의 특별함에 한몫을 더했다. 마을 주변의 산악 민족까지 어울린 독특함으로 인해 온갖 여행 프로그램에 빼놓지 않고 등장할 정도이다."


아마도 널리 알려진 국민 여행지가 아닌 진정한 여행자들이 숨겨놓은 은둔의 여행지로 여겨진다. 론리 플래닛에서는 여행자의 메카로 칭했다는 빠이에서의 생활과 만남을 기술하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기를 "오타가 들어간 책이 책이듯이, 오점투성이, 실수투성이, 상처투성이로 점철된 삶도 내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산다는 건 애초부터 완결판을 목적으로 삼는 여행인지도 모른다. 우리네 인생은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개정판을 쓰면서 사는 건지도 모른다"




책소개   

지금 당신은 어디를 걷고 있을까.

카피라이터 출신의 여행자 이민우의 『굿빠이 여행자 마을』. 세계 여행 안내서 <론리 플래닛 - 타이편>이 '여행자의 메카'라고 부른 타이의 산간 마을 '빠이'로 우리를 인도하는 빠이 여행기다. 한 번 들른 여행자들마저도 끝없이 그리워하며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성지로 여기는 은둔의 여행지인 빠이를 소개하고 있다. 뛰어난 자연 풍경, 놀라운 유적지, 광란의 밤 문화, 그리고 뻥을 칠만한 어드벤처는 없으면서도 '여행자 마을'로 불리는 빠이에서, 스스로를 거스르지 않은 채 자신의 삶의 방식대로 여행한 행복한 시간을 추억한다. 아울러 빠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아냈다. 빠이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들부터 빠이에 여행을 왔다가 마음을 빼앗겨 아예 삶을 정착시켜버린 사람들까지 만나게 된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저자는 잘 나가는 카피라이터였다. 하지만 '여행 증후군'이라는 불치병을 갖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여행자의 메카'라고 불리는 빠이에 가게 되었다. 빠이는 그에게 '떠나다'라는 뜻의 'Leave'와 '살다'라는 뜻의 'Live'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가르쳐주었다. 아울러 빠이 사람들은 '돈'보다는 '삶'이 중요함을 일깨워주었다. 결국 그는 카피라이터의 삶을 버리고 타이의 산간 마을 아이들을 위해 대안학교를 짓는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가슴을 파고드는 바람에 몸과 영혼을 통째로 맡겨버린 여행자들을 빠이로 유혹하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이민우는 광고대행사 맥켄에릭슨, 베이츠코리아, 샴페인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지금은 ‘늘’ 여행을 다니며 살고 있다.
여행 에세이 『36.5℃』,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출가>를 담은 『출가, 마음을 찾아서』(공저)를 펴냈다.

얼마 안 되는 인생이지만, 그보다 더 안 되는 여행자로서의 삶이었지만,
세계일주 여행자들이 그리워하는 ‘은둔의 여행지’이자
‘여행자 마을’로 알려진 태국 북부의 산간 마을 ‘빠이’에서의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믿는다.


책 속으로

나는 단순히 여행지의 풍경을 내 속에 담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떻게 여행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기꺼이 ‘인터뷰어’가 되기로 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마법을 갖고 있다. 여행하는 이라면 누구나 낯선 이에게도 기꺼이 자신의 마음을 여는 법이다. 여행자들과의 대화는 마치 마실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친구와 정겨운 수다를 풀듯이 자연스러웠다. 특별히 인터뷰를 위해 상대를 선별하거나 미리 염두에 둔 사람은 따로 없었다. 오히려 내가 의도했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 만남이 또 다른 만남을 이끌며, 그렇게 인연의 꼬리가 이어졌다. 나는 그것이 외려 더 좋았다.

영국에서였나.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친다는 한 독일 여행자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문득 그의 말이 생각난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세상이 아름답다고, 그런데 세상이 아름답게 다가올수록 사는 게 겁이 난다는 그의 고백이 머리를 스친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 짐이 되지는 않는지, 이 아름다운 세상을 더럽히는 게 바로 나라는 존재가 아닐지 고민하는 그의 모습은 실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내 가슴을 철렁이게 한 그의 말은 따로 있었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일상이라는 현실로 돌아가는 순간이 가장 두렵다고 고백한 그의 마지막 말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다.
“이상하지. 여행을 마치고 일상에 복귀해 다시 만난 사람들이 왜 그렇게 무서운지. 가족, 친구, 동료… 지금까지 잘 아는 사람들,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없이 두려운 거야. 오로지 자기만 아는 사람들, 자기가 최고라고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데 정작 자기가 누구인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그들이 무섭게 다가오는 거지. 난 여행을 할 때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사람들 속에 숨어 있는 ‘외로움’이 보여. 그래서 너무 힘들어.”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여행을 통해 나는 내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사랑할 수 있었다. 나의 행복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그 행복을 누군가에게 전염시키고픈 삶의 열망을 품게 되었다. 그러니 여행을 통해 진정한 나를 찾았다는 상투적인 말은 바뀌어야 한다. 여행은 내가 아닌 너를 만나는 일이라고, 바로 우리를 찾는 일이라고 말이다.

나는 왜 이처럼 여행하며 사는 걸까? 내 여행이 가까운 친구의 삶의 고민에 해답을 주는 것도, 누군가에게 인생의 롤 모델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곳 헌책방에서 다시 생각해보니 바르게 알지 않고 쓴 글, 의도하지 않게 잘못 들어간 글자를 바로 잡기 위해 여행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막연히 해본다. 분명한 건 오타가 들어간 책이 책이듯이, 오점투성이, 실수투성이, 상처투성이로 점철된 삶도 내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산다는 건 애초부터 완결판을 목적으로 삼는 여행인지도 모른다. 우리네 인생은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개정판을 쓰면서 사는 건지도 모른다.    

출판사 서평

잘 나가는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였던 그가,
이곳에 다녀와 회사, 아니 지금까지의 인생에 사표를 던졌다.
어제보다는 지금, 여기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만났기에,
돈보다는 ‘인생’이 먼저인 사람들을 알게 되었기에 가능했다.
그곳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결국 그는…
타이의 산간 마을 아이들을 위해 대안학교를 짓는 일을 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그곳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여행자의 메카’ ‘여행자들의 성지聖地’ 타이의 빠이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빠이, 여행자의 메카’(론리 플래닛)
여행자의 마을, 여행자의 성지, 빠이를 찾은 한 카피라이터의 인생 역전기


잘 나가는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였던 그에겐 불치병이 있었다. 이름 하여 ‘여행 증후군’. 처음에는 일상의 한 부분이었던 여행이, 언제부턴가 일상 반 여행 반으로 바뀌더니, 급기야 ‘여행이 아니면 목숨을 달라’고 외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그에게 ‘여행자의 메카’로 불리는 타이(태국)의 빠이를 가보지 못한 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는 일이었다. 그래서였다. 처음에는 오기로 떠났다. ‘한 여행’ 한다는 공인인증서를 받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하지만 빠이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빠이는 그에게 Leave(떠나다)와 Live(살다)가 결국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가르쳐주었다. 돈보다는 ‘인생’을 위해 이곳을 찾고, 정착했다는 여행생활자들을 만나며 그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란 바로 ‘사이’의 미학이라는 걸 알아냈다. 사람과 사람 사이, 길과 길 사이, 이동과 정착 사이의 매혹적인 간극을 빠이는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그는 달라질 수 있었다.

“오늘,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야.
계획이 있다면 오늘부터 그렇게 살면 되는 거야” - 빠이의 여행자


타이(태국) 서북부에 중독성 강한 여행지가 존재한다. 세계적인 여행 출판사 론리 플래닛이 ‘여행자의 메카’로 성스럽게 채록하고,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여행자의 성지’로 불리는 이곳의 이름은 바로 빠이(Pai)다. 이곳에 한 번이라도 가본 여행자는 그곳이 그리워, 가고 또 가기를 반복한다. 이곳에 다녀온 여행자는 자신이 마치 타이 관광청 직원인 양 행동한다. 여행을 준비하는 다른 여행자와 주변인들에게 빠이 홍보대사를 자처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이 책의 저자처럼, 아직까지 치료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여행 증후군’에 걸려 정신을 차리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곳은 아예 안 가는 게 좋다. 한 번이라도 이곳에 발을 담그게 된다면 가슴을 파고드는 바람에 몸과 영혼을 통째로 빼앗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광고 회사에서 잘 나가는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저자는 몇 가지 중독을 앓고 있었다. 우선 ‘커피 중독’이었다. 커피를 향한 그의 사랑은 1년간 커피 광고를 맡으면서부터 생겨났다. 그때부터 생겨난 못된 습관 때문에 직장을 옮겨도 새로운 회사에 빨리 적응하고 열심히 일할 생각은 뒷전으로 미루고 회사 근처에 ‘커피 맛있는 집’을 찾는 데 혈안이 되었다. 다른 지방이나 나라를 여행할 때에도 이놈의 커피 사랑은 애물단지처럼 따라다녔다. 이런 그에게 빠이에서 만나 카페와 카페 주인장과의 대화는 그 어떤 에스프레소보다 감미롭다.

또 다른 중독은 바로 ‘여행 중독’이다. 한 번 걸리면 애비 에미도 몰라본다는 치명적인 중독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고 했던가. 이놈의 한번 맛들인 바람기는 좀체 사라질 줄 몰랐다. 그나마 실바람처럼 불어오는 여행 바람은 견딜 만했다. 이 정도의 바람이라면 햇살 드는 카페 테라스에 한두 시간 앉아 진한 에스프레소 몇 잔으로 마취시키면 그만이니까. 그보다 센 바람이 불어와도 다른 여행자의 블로그를 뒤지거나, 공원을 돌며 땀이 나도록 뜀박질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돌아다니며 성질을 풀면 이내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일상이라는 녀석과 저자의 궁합은 애당초 어긋나 있었나 보다. 좀 더 멋진 광고를 찾아 헤매던 어느 날, 언젠가 타이 방콕의 카오산 로드에서 배낭 여행자에게 들었던 한마디가 귓전에 어른거렸다.

“아직 빠이에 가보지 않았단 말이야?”

이쯤 되면 대책이 없다. 찍소리하지 못하고 하던 일을 중단해야 한다. 당장 출발하는 비행기에 올라야 재난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언젠가 반드시 가리’라고 되뇌었던 빠이라는 이름의 타이 북부 산간 마을을 찾았다. 그 여행을 통해 그의 삶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했다.

“행복이라는 녀석과 만나려면 머릿속에서 굴러다니는 생각들을 정지시켜야 해.
마법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지. 다만 그 생각들이 그것을 보지
못하게 할 뿐이야” - 빠이의 여행자

빠이는 치앙마이와 매홍손 사이, 우리나라로 치면 군청 소재지가 있는 인구 3천여 명의 작은 시골 마을이다. 별로 할 것도 없고, 볼 것도 없는 마을이다. 이곳에 다녀온 여행자들도 한결같이 사람을 한눈에 확 잡아채는 자연 풍광을 보유한 곳도, 단체관광버스를 타고 구경할 만한 유적지도 없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곳은 전 세계를 떠돌고 있는 여행자들을 한 명씩 한 명씩 불러들이고 있는 마법을 지니고 있다. 그 마법은 바로 ‘자유’라는 이름에 있었다. 빠이에 다녀온 사람들은 ‘무엇이든 할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가장 어울리는 곳, ‘예술가들의 마을’, ‘히피 정신이 살아 있는 마을’이라는 수식어로 이곳을 극찬한다. 무엇보다 카피라이터로 살아가던 저자의 인생을 바꾼 빠이의 카피는 ‘여행자의 마을’이었다. 여행이라는 말은 어딘가로 이동하며 산다는 의미다. 반면 마을은 한 곳에 정착해서 산다는 뜻을 내포한다. 그런데 여행자의 마을이라는 이 매혹적인 수식어는 Leave(떠나와)와 Live(살다)가 결국 같음을 말하고 있었다. 그건 마치 ‘떠나야 산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리고 직접 밟은, 그리고 오랫동안 머문 빠이는 그 말이 사실임을 증명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사람 중독’에 빠져 있었다. 어느덧 삶의 전환점을 도는 나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그만큼 남아 있는 삶을 내다보기 위해 그가 선택한 건 바로 ‘여행’이었다.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에서 저자는 단순히 여행지의 풍경을 담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여행자의 마을을 찾은 자신과 똑같은 ‘여행 증후군’에 시달리는 여행자들을 만나고 싶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삶의 터전을 일궈온 현지인들을 사귀고 싶었다. 이곳에 왔다가 덜컥 빠이에 저당 잡혀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들을 소개하고 싶었다. 바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떻게 여행하는지 알고 싶었기에 그는 ‘인터뷰’라는 방식으로 여행을 풀어냈다. 사람과 사람 사이, 길과 길 사이, 이동과 정착 사이의 매혹적인 간극을 그는 사람들과의 ‘대화’로 알아 나갔다. 그렇게 그는 빠이를 추억했고, 여행을 기억했다. 자연을 벗 삼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빠이의 한 아주머니를 알게 되었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우리의 삶에 여행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알게 된 할머니를 만났고,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 부부를 통해 세상을 보는 깊은 시선을 갖게 되었고, 돈보다는 ‘인생’이 먼저라는 카페 사장님과 차 한 잔을 나누었고, 이곳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학교를 짓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한국인 여행자로부터 인생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알게 되었다. 화양연화(花樣連華), 즉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때란 바로 어디론가 떠나 있을 때라는 걸. 지금 그는 빠이에서 산간 지역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만드는 일에 자신의 힘을 보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