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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순례자 (2017.9.23)

클리오56 2017. 9. 19. 19:38





읽은 소감 및 내용


저자이신 임현담 님의 저서는 단순한 여행 이야기가 아니다. 히말라야 사랑의 구도자의 마음이 진하게 스며든 종교이고 끝없는 수양이다. 나의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조금이나마 깊은 의미를 가할 수 있다면 오로지 저자 덕분이리라. 


모든 여행의 종착지는 산이며, 산의 종착지는 히말라야이며, 그곳은 저의 고향이자 모국입니다. 저에게 몸과 마음이 지치면 언제든지 찾아갈 사랑스러운 고향, 히말이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복입니다.


해지는 광경의 아름더움이나, 산의 아름다움 앞에서 문득 걸음을 멈추고 아! 감탄하는 사람은 벌써 신의 일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다. <우파니샤드>에서.


네팔 히말라야와 달리, 5월말에 인도 히말라야가 열리죠. 델리 북쪽에 하리드와르나 리시케슈가 출발점이에요.

* 비틀즈가 스승을 찾아 왔던 곳 리시케슈: 북인도 높은 산에 위치한 성지. 강고트리, 야무노트리, 바트리나트, 케다르나트로 떠나는 기착지. 리시케슈는 깊은 산속이 아니기 때문에 버스 왕래도 많음, 


히말라야 열병: Himalaya Fever


버스 출발: 리시케슈 -> 해발 1,890미터 산중도시 조시마트 1박 -> 해발 3,110미터 산중도시 바드리나트 도착

해발 1981미터 가오라쿤드 도착

해발 3,583미터 케다르나트 향해 걷기 시작


옴마니밧메훔 (연꽃 속에 보석이): 히말라야는 그런 인도라는 진흙과 흙탕물을 지나 하늘을 향해 피어오른 거대한 연꽃

- 결국 그런 아름다운 산을 향한 무언의 응시 속에 가슴에 박힌 단단한 무엇이 녹아내리니 어떤 고통이나 번뇌 따위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인간 없이 시작한 히말라야 앞에서 티끌 인간의 번뇌 따위야. 


저녁 무렵에 가던 길을 멈추고 산에 앉아보는 것은 색다른 기분이 듭니다. 해는 스카이라인을 넘어가고 어둠이 고양이처럼 다가오는 30분 동안~~~  


나 처럼 가진 것이 없이 살면 자유로워요. 그러면 세상 모든 곳에 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막막하게 걷기만하는 히말라야 트래킹에서 제일 신나는 것은 나체로 지내는 일입니다. ~~ 한적한 능선에서 몸에 걸친 옷을 모두 벗어놓고 몇 시간씩 햇빛 쪼이는 일입니다. ~~ 나체로 니체가 되는 것입니다.


몇 해 전 처음 벗었을 때, 뭐라 말하기 어려운 속시원한 유쾌함과 더불어 자유로움을 얻었습니다. 육신의 나체에서 육신의 옷을 벗는 것이 죽음이니 그렇다면 죽음 또한 얼마나 많은 자유로움으로 차있을까 상상해봅니다. 육신이 부서져 해골이 되고 해골이 가루가되면 부는 바람을 타고 그리운 땅으로 쉽게 날아가겠지요. 그곳에 무슨 허무 따위가 있겠습니까. 


선(仙)이란 글자를 분해해보면 사람 인(人)이 산(山)을 만난 것이니, 높은 산에 거하는 사람은 큰 일을 벌이고 있는 선입니다.

=> 인적이 없어도 외롭지 않고 무섭지 않은 이 곳에 오랫동안 앉아 있으면 그야말로 선(仙) 될 것 같습니다.


한국의 그런 장례식에 비하면 이곳은 손닿는 곳에 이렇게 시신이 놓여있었고, 불태워지거나 강에 던져져 소멸되었습니다. 꽃이 낙화를 두려워하지 않듯이 죽음이란 때 되어 낙엽 한장 떨어지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자연 현상의 하나였습니다.


바다에서 우주와 하늘을 향해 8천미터가 넘는 14개의 꽃잎을 가지고 연꽃처럼 융기하며 피어오른 히말라야! 얼마나 많은 수행자가 이곳을 통해 고귀하게 지상의 막 뒤로 퇴장했을까요. 그들은 중환자실 환자처럼 죽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죽음을 찾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긴 서사시는 인도의 '위대한 전쟁'이라는 뜻의 마하바라타. 그리고 그 일부가 바가바드 기타. 이는 그리스의 서사시 오디세이, 일리아드와는 달리 전쟁의 이름을 빌렸으나 마하바라타는 철학적이다. 구름 아래의 나지막한 올림푸스 산에 올망졸망 입주해서 벌어지는 그리스 신화와는 달리 마하바라타는 구름이 엄어가지 못하는 만년설 덮인 최고봉 히말라야만큼이나 차원, 내용, 무게, 깊이 그리고 넓이가 달랐습니다.


남들이 더럽고 구역질난다는 곳이 이상스럽게 오랜 세월 흘러 고향에 돌아온 귀향민처럼, 모든 풍경과 대상들이 편안하고 친근했던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공허와 허무로 옆구리에 뚫려 있던 커다란 구멍은 늙은 수행자의 충고에 따라 웅장한 히말라야에 도착하자마자 아물었습니다.


카르마, 업보: 사람은 좋건 나쁘건 누구나 자신의 업보를 피할 수 없소. ~~~~ 더없이 위대하다는 신이 정박아를 만들고 눈을 멀게하는 부도덕스러운 일을 저지른 것이 아니었으니, 신의 탓이 아니라 내 탓이었습니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 내가 저지른 모든 일은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무스탕: 티베트와 네팔의 국경지대에 있고 지구상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소왕국이며 인구가 1만5천명의 불모지대


부덕이라는 이름의 운명, 고통이라는 이름의 세상, 세상은 사막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목구멍까지 활활 타오르는 열기를 안고 오아시스 도시까지 걷는 한낮의 사막. 죽음이라는 오아시스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운명적으로 얼마나 힘든 여정을 가야 하는 것이고 언제쯤이며 그 끝에 닿을 수 있는 것인지. ~~~~ 인생은 고였습니다. 


메탈 기타리스트 마티 프리드만이 연주하는 티베트는 동양적인 선율로 시작합니다. 건조한 고원에 부는 바람과 멀리 보이는 히말라야 너머의 풍경을 잔잔하게 이야기하듯 연주합니다.  


티베트를 다녀온 후 나(라인홀트 메스너)는 내 등산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되었다. 그것은 라마교를 만나 관계를 갖게 되었기 때문에 다른 시각에서 보게된 것은 아니다. 티베트인의 생활의 리듬, 죽음에 대한 태도가 나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던 것이다. 이제 내게 고독은 새삼스럽게 다른 가치를 갖게 되었다. 마음 속으로의 산행, 특유한 수수께끼를 향한 산행으로서의 인생이 이 풍토 속에서는 합리적인 것이었다. 최고가 되겠다는 야심보다, 자아를 잃거나 더이상 자신을 증명하고 싶지 않은 욕구가 더 강해진 것이다. 초모랑마에서 명상하며 살았던 미라레파가 지금 나의 호기심을 일깨워주었으며, 티베트의 전설적인 영웅 게사르도 나의 호기심을 일깨웠다. 


그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것은 빌 여행이며 인생이었습니다.


짐을 많이 이고 가는 말 같은 동물을 보면, 동물의 마음을 헤아려라. 이 이야기가 통역되어 귀에 들어 올 때, 불교정신의 핵심을 엿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모든 가름침, 무저항, 스스로의 정화, 인간은 물론 미물에 이르기까지의 자비심 등은 티베트 불교의 핵심 사상이었습니다.  


저는 타마르(저자의 샹그릴라)에 도착했을 때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북쪽의 좁은 길을 통해 계곡으로 들어서자 시야가 탁 트이며 전설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한 순간에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저자: 임현담

의사 작가의 히말라야 순례기. 히말라야를 중심으로 펼쳐진 인도, 네팔, 티베트, 부탄 등지의 나라를 여행하고 그곳의 풍광과 삶을 그린 수상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