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종교와 미술 속 아름다움을 찾아서
아시아의 미를 탐구하는 시리즈 ‘아시아의 미’ 세 번째 책. ‘아시아의 미술에는 아시아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한 특유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는 주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책은 아시아 종교미술에 구현된 미를 ‘보살, 여신, 비천’이라는 큰 틀을 활용해 들여다본다.
‘보살’은 남성인가, 여성인가?
먼저 1장 《불교 속 여성, 불교미술 속의 여성》과 2장 《보살은 남성인가, 여성인가?》에서는 불교미술에서 보이는 남성미와 여성미에 대해 살펴본다. 이를 위해 시간적으로는 인도의 쿠샨 시대와 굽타 시대부터 중국의 당나라를 중심으로 하고, 공간적으로는 인도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까지를 다룬다.
불교미술에서 불상은 누가 봐도 한눈에 남성으로 보인다. 건장한 신체와 듬직한 체구, 두툼한 어깨와 팔은 물론이고 근엄해 보이는 얼굴까지 한몫 더해 남성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불상은 조각이건 회화건 남성적인 성격이 두드러지는 데 비해, 보살상은 어딘지 여성처럼 느껴진다. 처음에는 보살상도 불상이나 다름없이 남성적으로 만들어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보살과 비천의 표현은 중성화되고 점차 여성화되어간다. 불상이 더 남성적이고 강인한 형상을 추구했다면, 보살과 비천은 갈수록 여성적인 면모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불상과 대비되는 보살상과 여러 힌두교 신상을 비교하고 그 아름다움을 살펴봄으로써 인체의 미가 보여주는 지역성, 역사성, 사회성을 확인해본다.
신이라서 아름다운 ‘여신’
아시아의 북쪽으로 날아간 ‘비천’
이어지는 3장 《어머니는 아름답다》와 4장 《여신의 세계 : 신이라서 아름답다》에서는 다양한 신들, 특히 여신이라 불리는 여러 신들이 표현된 미술 작품을 살펴본다.
아시아의 종교문화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비천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불교미술에서 부처나 보살보다 훨씬 덜 중요한 존재가 비천이다. 서양으로 치면 요정이나 천사 같은 존재다. 불상과 달리 비천은 그때그때 유행을 따랐고, 시대마다, 지역마다 변화하는 사회적 미의식을 그대로 반영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적인’ 비천상은 불교미술에 구현된 미의 세계를 무한히 확장해주고, 우리의 눈을 상상의 미로 인도한다. 비천의 아름다움은 천상과 세속, 성과 속이 어우러진 ‘아시아의 미’의 원류를 되짚어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대표적으로, 캄보디아의 압사라는 현대 캄보디아를 상징하는 중요한 표상으로 자리 잡았다. 압사라가 캄보디아 사람들에게는 속세에 내려온 천상의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여졌다는 뜻이다. 실크로드로 가는 첫 관문인 돈황의 상징도 석굴사원 막고굴의 구석구석을 장식한 비천이다.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표면에 부드러운 곡선으로 묘사된 비천 또한 우리나라의 미를 대표하는 걸작의 하나로 꼽힌다. 불교미술에서 비천은 이처럼 ‘미’가 어떻게 특정 나라나 지역의 상징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소감
- 동남아 여행하면서 유적은 모두 불교와 힌두교 등 종교적 색채를 지닌 사원 답사가 메인
- 불상, 보살상, 압달라, 비천상의 연결 고리에 대한 시간적 공간적 이해를 제고
- 각 조각의 이미지는 그 장소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을 지연스럽게 표현한 결과
저자 : 강희정
왕의 나라, 신들의 궁전 / prologue
- 사원은 신이 깃들어 머물기를 바라면서 인간이 지은 공간
. 인간의 상상은 한계를 가지므로 왕궁을 모델로 거기에 신성을 더해 사원을 짓는다
. 캄보디아 힌두교 사원: 신의 거처인 동시에 왕실사원 역할 => 신왕사상: 세속의 왕이 곧 내세의 신
. 사상과 신앙, 미학과 기술이 한데 어우러진 조화의 미를 구현
1. 불교 속 여성, 불교미술 속의 여성
1. 불교 속 여성, 불교미술 속의 여성
인체의 아름다움과 신성
- 연구대상: 건축, 부조, 조각 등의 유적에 보이는 입체조형
- 불상은 남성적, 보살과 비천은 남성적 -> 중성화 -> 점차 여성화 과정을 거침
. 절대진리를 깨달은 부처의 모습을 표현한 불상에 대한 제약이 따르므로 남성적
. 속세와 가까이 있는 보살과 이를 찬양하는 비천은 훨씬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
- 대승불교: 중생의 다양한 기원을 들어주는 보살을 강조 (上求菩提 下化衆生)
소승불교: 개인의 수행, 즉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는 성불을 중요시
- 불교초기경전: 여성은 예악, 양설 등 본질적으로 선한 힘이 약하고 부족하여 오위에 이르지 못한다
. 대승불교의 확대 및 발전: 도기평등설 (법화경: 轉女成男)
=> 여성은 성불하여 부처가 되지 못하므로 부처가 되려면 먼저 남성으로 변해야 한다
- 백의관음(강진 무위사 극락전): 곱상한 여성처럼 생긴 보살 얼굴에 수염을 그림 => 남성임을 명확하게 부각
쿠샨 : 남성미로 신성에 다가가다
- 쿠샨: 원래 타림분지 초원에 살다가 흉노에 밀려 서북 인도로 이주하여 박트리아를 점령하고 세운 나라
. 기원전 1세기에서 226년경까지 북인도 대부분을 통일, 강성한 나라 유지, 화려한 인도 고대문화를 꽃피움
- 발라 봉헌의 보살입상 (기원후 123년, 높이 270cm): 불상 보다 먼저 보살상이 제작, 아마도 성불 전의 석가모니
. 듬직한 신체, 육중한 무게감, 건장한 남성의 아름다움을 표현. 석가보살 = 위대한 성인 남성
- 아히차트라 출토 미륵보살입상: 육중한 남성미, 고졸미소, 귀목팔에 장신구, 드러난 남성상징
- 아마라바티 불입상, 3세기: 침범할 수 없는 남성미의 성채.
. 인체 굴곡 별로 없고, 움직임이 전혀 암시되지 않는 고요, 정지 => 영원의 아름다움
- 태국 왓 살라 퉁 출토 비슈누상, 5세기: 힌두교 창조의 신. 영원을 갈망하는 강한 남성 이미지
- 인도와 동남아의 이 시기 예배상은 재료, 크기를 불문하고 당시 사람들이 생각한 이상적인 남성의 신체를 재현
굽타 : 중성화되는 신들
- 굽타 시대(320~550): 쿠샨 왕조 이후 다시 혼란에 빠졌던 북부 인도를 통일.
. 인도문화의 전형이 완성된 고전기로 평가, 즉 인도의 그리스.
. 굽타왕조가 쇠락하면서 불교가 약해지고 힌두교가 더욱 강성
- 조각들이 남성성은 줄고, 섬세하고 부드러운 중성미가 더해짐 (융성해지는 힌두교의 영향 추정)
. 사르나트(녹야원) 출토 관음보살입상 / 불입상: 과도한 양감이 사라져 군살이 전혀없는 날씬한 조형
. 둔중하지만 튼실한 장년의 남성 => 젊고 날씬한 소년의 몸매. 부드러운 중성의 이미지
* 불교4대성지: 탄생 룸비니, 해탈 보드가야, 승단 사르나트, 열반 쿠시나가라
- 태국 카오 스리비차이 출토 비슈누상, 6세기: 남성적이지 않으면서 여성도 아님. 중성미 추구
- 신성에 대한 생각의 전환: 인도의 여성적인 원리를 숭상하는 샥티즘의 영향 => 조각의 중성화 강화
2. 보살은 남성인가, 여성인가?
2. 보살은 남성인가, 여성인가?
헷갈리는 보살상의 성 정체성
- 기본적으로 보살은 남성. 부처가 되려면 여성이라는 존재를 뛰어넘어야.
. 여성적인 보살상이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인식을 표현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 다만, 여성적인 외모를 더 좋아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말할 수는 았을 것이다.
당의 보살상이 ‘여성적’이라는 신화
- 보살입상, 6세기: 크고 건장한 남성 모습으로 긴장감 유발.
- 보살입상, 돈황 막고굴, 8세기, 당 전성기: 인도의 샥티즘 영향.
- 당삼채 여인상, 7~8세기: 7세기는 날씬 => 8세기는 풍만, 비만
- 보살입상과 당삼채의 여인을 비교후: 보살 조각이 당시의 여성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다.
. 인도에서 생각한 신의 이미지를 중국화. 즉 인도 조각의 영향을 받아 인도풍의 조각
- 성당기(713~765): 본격적인 여성화 혹은 중성화가 진전
. 천룡산 석굴 추정 보살좌상, 8세기전반: 균형 잡힌 신체와 신체에 밀착된 얇은 옷
. 니케 여신상과 비유. 보살이 여성이라는 일종의 신화는 서양인들의 태도에서 시작
- 보살 조각들이 강한 중성적 이미지를 가졌음에도 여성이라고 말할 수 없다.
. 똑같은 시기의 여성상이 너무나 명백하게 여성의 상징을 드러내고 있어서 이들이 쉽게 구분되기 때문
세속의 여권女權과 천상의 보살상
- 당의 어떤 사회현상이 조각의 중성화 뒤에 있는가? 용문석굴 봉선사 본존불
. 무측천의 얼굴을 본뜬 것인가? 여성도 권력자
. 관능적 보살상과 기녀의 관능
. 외국문물 유입: 이국 취향과 인도 불상의 영향
. 딸 선호 분위기: 딸은 빼어난 미모로 가족에게 권세를 가져다줄 가능성. 아들은 변경에 병졸로 불려가 생명을 잃음.
3. 어머니는 아름답다
부처를 낳은 여인, 마야부인
- 성모마리아와 달리 마야부이은 신이나 성인으로 숭배되지 않았다. 신비화 시도조차 없었다. 보통 어머니로만 등장
- 윤회와 마야부인의 태몽: 윤회는 불교의 독특한 사상. 불교 이전에는 동아시아에 그런 개념 없었음
- 석가모니의 탄생, 간다라의 불전 부조, 2세기: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의 영향, 균형과 절제
. 간다라 지방(현재의 파키스탄): 그리스와 인도가 간다라에서 만남
귀신에서 모성의 여신이 되다, 하리티
- 하리티: 어머니이면서 신인 존재, 즉 鬼子母神
. 원래 어린이를 잡아먹던 귀신 하리티를 석가모니가 불교에 귀의시킴.
. 이후 임신부의 안전한 출산과 아이가 잘 크도록 도와주는 신이 됨 => 어머니로서의 풍요로움과 느긋함
귀자모신과 관음이 합쳐지다, 송자관음
- 귀자모신, 중국의 하리티
. 하리제모, 사천성 대족 석굴 북산, 남송시대: 아이를 안고 있는 귀부인의 모습, 금색칠, 권위와 위엄
. 중국에서는 보조적인 신이 아니라 번듯한 자리 차지.
- 송자관음: 관음의 성격 중에 구자, 안산, 여성과 아이를 보호하는 능력 강조하여 특화
. 한 팔로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 (하리티에 기원을 두었다고 믿음)
. 원나라 이후 하이티 보다는 송자관음 이야기가 늘어남
. 순백의 송자관음, 덕화요의 백자관음상, 19세기: 순결한 모성의 결정. 기술과 미의식의 결합
. 마리아 관음상, 18세기: 서양인의 착각
4. 여신의 세계 : 신이라서 아름답다
4. 여신의 세계 : 신이라서 아름답다
진리의 어머니, ‘여성 보살’ 반야바라밀
- 반야바라밀: 동남아시아에서 널리 신앙된 여성형 보살. 육바라밀 중 지혜를 수행.
. 반야바라밀보살상, 12세기, 자바: 싱아사리의 첫번째 왕 껀 아로크의 부인, 껀 데데스 왕비
. 외적인 관능미와 내적인 침잠: 누가 봐도 아름답지만, 깔끔하게 떨어지는 신체의 윤곽선과 한없이 가라앉은 눈길
. 관능적인 여성이나 자애로운 어머니 이미지 보다는 신성을 강조
- 반야바라밀보살상, 9세기 후반, 크메르: 청동 조각, 팔이 4개이고 눈도 세개이니 밀교의 영향
. 꾸밈없이 간결, 소박한 미를 표현 => 거대한 제국으로 자라날 앙코르 왕국의 씨앗, 세상 모든 부처의 어머니
온화한 여전사, 전신戰神 두르가
- 힌두교에서 모든 여성의 어머니 데비: 최고의 신 시바의 배우자. 여러 화신으로 등장
. 우마: 시바의 부인 파르바티가 극심하게 고행한 후 피부가 황금색으로 태어난 모습. 황금, 광명, 미의 상징
- 캄보디아 캄퐁톰 주 삼보르 프레이 쿡출토 두르가, 7세기 후반: 처절한 사투의 모습이 없음. 편안하게 감싸안는 모습
. 신에 대한 아이디어와 종교적인 의례와 사상은 주로 인도에서 전해졌지만,
. 사원과 신상 조각은 동남아시아 현지인의 미의식을 추구
. 부드럽고 완만한 곡선의 아름다움. 정서적인 안정감. 관능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과도한 감성보다는 아늑한 분위기
지상에 내려온 천상의 무희, 압사라
- 압사라: 하늘의 요정. 춤으로 신을 즐겁게, 인간을 기쁘게.
. 압사라 댄스의 동작은 앙코르와트 사원에 새겨진 압사라의 모습과 일치
. 반티아이 스레이: 압사라 조각이 남은 제일 오래된 유적. 앙드레 말로의 도적질. 동양의 모나리자
. 반티아이 스레이에 비하여 앙코르의 압사라는 화려한 장신구가 많이 추가. 당시 귀부인의 차림. 시대에 따라 변함.
- 보로부두르 압사라, 8세기: 밝고 즐거운 율동미로 순간의 즐거움을 만끽. 인도 조각에 가까움.
아시아의 북쪽으로 날아간 비천
- 중국으로 전달, 첫번째 관문 돈황: 막고굴 270여 석굴에서 4500여점의 비천 확인
. 비천, 병령사 제169굴, 420년: 중국인과는 사뭇 다른 모습. 기원이 인도와 서역에 있기 때문.
. 춤추는 정령이라는 인식보다는 음악을 연주하고 꽃을 뿌리며 부처를 찬양하는 존재에 촛점
. 비천은 기독교의 천사와 달리 날개가 없고 어린이의 모습도 아님
- 성덕대왕 신종, 771년: 구리 12만근, 30년 소요
. 치마의 옷주름까지 보이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음. 얼굴이나 개성보다는 마음, 정성을 다해 공양을 하는 마음이 중요
. 명문의 내용과 종 소리를 중시하기에 음악을 공양하는 비천을 종신 가운데 배치
=> 본연의 자세에 충실한 존재의 아름다움, 신라인의 미 의식
종교미술과 아시아의 미 / epilogue
종교미술과 아시아의 미 / epilogue
- 앙코르와트의 장중함은 비천을 통하여 사뭇 가볍게 우리에게 다가선다.
. 요염하다고 하기엔 숭고하고, 장엄하다고 하기엔 또한 관능적
. 지상의 것이라기엔 더할 수 없이 신성하고, 천상의 것이라기엔 너무나 세속적
. 성과 속의 경계를 허무는, 가히 인간이 빚은 천상의 미
- 불상은 상원의 중심이며 최고의 신격이기에 엄격한 아름다움을 따랐지만, 비천은 융통성있는 표현이 가능
. 비천은 그때그때 유행을 따랐고, 시대마다 지역마다 변화하는 사회적 미의식을 그대로 반영
- 아시아의 종교조각은 가장 세속적인 사람의 몸을 어떻게 가장 성스로운 예배의 대상으로 탈바꿈시키고
. 어떻게 숭고한 미의 대상으로 승화시켰는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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