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과 정맥/백두대간 (완료)

백두대간 47 구간: 진고개 - 두로봉 - 구룡령(2008.07.06)

클리오56 2008. 7. 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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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지: 백두대간 47 구간: 진고개 - 두로봉 - 구룡령

** 산행로: 진고개(970M) - 동대산(1,433.5M) - 차돌바위(1,242M) - 두로봉(1,421.9M) - 신배령(1,080M) - 만월봉(1,279M) - 응복산(1,359.6M) - 마늘봉(1,126.6M) - 약수산(1,306.4M) - 구룡령(1,013M) 

** 산행거리: 23.5Km (마루금 23.5Km + 연장 0)

** 산행시간: 총505분 (산행 452분 + 중식 및 휴식 53분)

** 요들산악회

 

23:20 양재출발 (진고개 도착 02:55)

03:05 산행들머리 진고개 출발

03:45 동대산 (휴식 3분)

04:38 차돌바위

04:59 1262봉(헬기장)

05:12 신선목이

05:55 두로봉 (휴식 10분)

07:12 신배령 (휴식 10분)

08:04 만월봉 (휴식 3분)

08:36 응복산 (휴식 7분)

09:20 마늘봉 (휴식 10분)

09:49 1261봉

10:05 1280봉

10:24 쉼터 (휴식 7분)

10:56 약수산 (휴식 3분)

11:30 산행날머리 구룡령

16:30 구룡령 출발 (양재 도착 20:35)

 

  

대간 졸업식은 거행했지만, 아직 땜빵이 필요한 두 구간이 남아있다. 진고개를 중심으로 대관령까지의 남쪽 구간과 구룡령으로 북진하는 구간이다. 오늘은 바로 그 북진 구간인데, 일부구역이 산행금지라 마음 졸이며 임해야한다. 땜빵 구간은 산악회의 일정을 보아가며 취사선택하는 것이라 타산악회를 넘나들게 되는데, 오늘도 처음가는 요들산악회이다. 무박 4만원인데, 빈자리가 몇자리없이 성황을 이룬다. 전국적으로 30도를 넘고, 오대산 역시 28도 정도라 식수를 충분히 갖추라는 대장의 말씀. 750미리 2통에 카프리선 2팩, 그리고 1.5리터 포카리스웨트를 추가하여 식수는 부족함없이 갖추었다. 

 

진고개 도착하여 산행에 임하니 새벽 03:05. 해발 970M이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워낙 기온이 높아 후덥지근하다. 새벽이 이런 날씨라면 가히 살인적인 산행이 되지않을까 염려스럽다. 산악회 제시시간은 9시간반. 식당이 멀기때문에 모두 함께모여 이동할 예정이란다. 23.5Km 거리라 9시간 반 정도면 충분한데, 마지막 구간인 약수산에서 다시 한번 세차게 오르는 고비가 있단다. 절개지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하는데, 동대산까지가 1.6Km, 하지만 고도를 460M나 올려야하니 초반에 만만치않은 복병이다. 초반에 너무 힘을 잃지말자면서도 꾸준히 올라서니 40분만에 동대산 도착. 최선두 서너명을 제외하고 선두그룹 10여명을 형성하고 있다.  동네 모락산에서 20분 정도에 고도 285M를 치올리는 상황을 수시로 경험하였으니,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지 않는가하면서... 동대산은 오대산의 오대중 하나이라, 비로소 오대산에 진입한 기분이다. 예전 노인봉 다녀온 것으로 오대산에 다녀왔다는게 아무래도 부족한 터였으니깐... 야밤이고 구름이 잔뜩하니 조망에 욕심을 둘 수 가 없다. 선두그룹은 쉼없이 바로 진행하여 나도 곧 뒤를 따른다. 들머리에서 작동시킨 GPS의 궤적을 체크하니 노란선으로 표시되고 있다. 펌웨어를 업데이트시킨 후 제대로 작동하는 셈이다. 다만, 루트에 따라 다음 구간에 대한 거리, 시간 등 기능은 여전히 불통이다.

 

동대산 정상에서

 

바람이 불어주니 더운 날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대간 등로중 가장 원시림을 자랑한다더니, 더우기 좁은 등로라 우거진 숲속에서 가지나 잎이 온몸을 스쳐간다. 대장이 긴팔목 옷을 입도록 권유한게 이 때문이었다. 또한 멧돼지가 많이 다녀 등로는 온통 파헤친 흔적들이다. 천적이 없어 멧돼지의 개체수가 급격히 불어난다는 얘기를 실감한다. 멧돼지는 겁이 많아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지만, 지금은 출산시기라 어린 멧돼지를 보호하느라 통상과는 다른 행동을 취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하였다.

 

하얀 차돌바위를 지난다. 태백산 구간에도 차돌바위란 지명 포인트가 있었지만 정작 차돌은 보이질 않았는데, 이곳은 큼직하고 하얀 차돌바위 두개 나란히 서있어 이정표 역할을 한다. 헬기장인 1262봉을 지나고 내려서니 안부라 신선목이라 한다. 5시를 넘어섰으니 곧 일출일텐데, 온통 숲으로 가려지니 그 장관을 구경하지 못하고, 숲 틈새로 붉은 태양을 바라 볼 따름이다. 산행을 진행하면서도 우측으로 계속 고개를 돌아보며 일출을 바라보다가, 어느 트인 장소에서 온전한 일출을 기대하였지만 이미 제법 올라선 때였다.  첩첩의 산너머 구름인지 바다인지 그 위로 솟아오른 태양은 붉은 혀를 토해내었고, 시커먼 구름은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무박산행을 하여도 일출의 장관을 바라보는 기회가 많지는 않다고 한다. 때를 정확히 맞추지 못하고 늦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며 만족해한다. 

 

일출

 

두로봉을 향한다. 두로봉 역시 오대산 오대의 하나를 이루며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서쪽으로 오대산 주능선을 따라 이으며, 호룡산, 계방산을 지나 양평의 청계산까지 이어진다. 이른바 남한강과 북한강을 가르는 한강기맥의 출발지로 유명하다. 두로봉 역시 사방은 구름이 자욱하여 조망을 놓친다. 날이 쾌청하면 조망을 얻고, 대신 무더운 산행으로 몸이 녹초될 것이다. 구름이 잔뜩하고 바람이 세며 비가 올듯한다면, 산행은 수월하지만 조망을 놓친다. 이를 취하는가, 저를 취하는가는 나의 몫이 아니다. 그저 자연과 천지에 순응하여 묵묵히 뒤를 따를 따름이다. 

 

두로봉 정상

 

요즈음 서강대 장영희 교수님의 영미시 산책에 나오는 시들을 블로그에 올려 소개중인데, 제목이 물물교환(Barter)이란 시가 있었다. 경제용어가 고상한 시의 제목으로선 어울리지 않음직한데,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즉 푸른 파도, 솔 내음새, 사랑의 눈매 등을 얻기 위해선 모든 것을 받치는 희생을 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저 주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이지요. 동해의 일출, 설경, 숲 향기를 얻기 위해선 무수한 산행을 통하여 얻는 몇 안되는 기회에서 이겠지요. 아래는 그 물물교환이란 시입니다.

 

 

두로봉에서 신배령 안부까지는 출입금지 구간이다. 희귀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선두보다 약간 늦게 도착하였는데, 선두는 먼저 출발하고 난 휴식차 5분 정도 더 자리를 지켰다. 금지구간의 목책을 넘어서니 안내판에 어느 대간꾼이 매직으로 글을 남겨두었는데, 우측은 알바길이라 조심하고 좌측길을 따르라는 것이다. 버스에서 산행대장이 분명히 주의를 준 지점이며, 산악회 시그날을 남겨두겠다고 한 바로 그 지점이다. 좌측에 시그날이 달려있음을 확인하고 길을 들어섰다. 보호수로 지정된 주목을 보는 등 원시림 울창한 등로 평탄한 숲길을 한달음에 통과하여 신배령에 도착하였다. 나중 확인되었지만, 선두 7-8명은 우측길로 들어서서 2시간 정도 호된 알바를 겪었다. 나와 함께 동행하였다면, 산행대장의 그 주의를 기억했을게고, 또한 GPS를 휴대하고 있으니 곧 등로를 잘못들어섰음을 알게되었을텐데 일이 잘못 풀리려면 여러 마가 끼게되나 보다.

 

오대산 주목

 

해발 1080M의 신배령에서 고도를 200M 올려 만월봉에 오르는데, 긴 나무계단을 통과한다. 만월봉엔 별다른 정상석은 보이질 않고 산행 안내판에 만월봉이라 표시되어있다. 통나무 벤치에서 짧은 휴식을 취했다. 1.5Km 거리인 다음 응복산까지는 30여분 소요되었다. 또 다시 짧은 휴식. 진고개 15.29Km, 구룡령 6.71Km를 가리키는 이정목 아래 응복산 정상을 표시하는 동판이 놓여있다. 진고개-구룡령 거리를 22Km로 맞추려하는 듯, 너무 자의적이다. 다음 목표지는 마늘봉이라, 멀리서 조망하면 마늘 형상이라는데, 오늘 조망은 막혀있으니, 등로 전후의 마루금을 조망하는 솔솔한 즐거움을 모두 놓친다. 40여분 소요되어 마늘봉 도착. 약수산 3.4Km, 구룡령 4.78Km 지점이다. 여기서도 나무 벤치에 �아 또 다시 짧은 휴식이니 봉우리마다 머문 셈이다. 그만큼 힘들어 간다는 징후. 그나마 식수가 넉넉하여 다행이다.

 

원시림 고목

 

이제 마지막 구간이니, 마늘봉에서 약수산을 거쳐 구룡령인데, 4.78Km로 2시간 거리이다. 휴식후 출발하니 9:30이라 빠르게 진행되었고, 앞으로 2시간이 소요되어도 오늘 구간을 8시간반만에 주파하는 셈이다. 마늘봉에서 안부로 내려서서 다시 1261봉에 도달하는데, 거리로는 0.8Km에 불과하지만 가장 가파르게 힘들게 올라선 구간이다. 이후 둘산악회에서 고도를 표시해둔 1280봉을 거치고, 쉼터를 지나 약수산으로 향하는데, 거의 도착한 듯하면서도 지리하게 더 이어진다. 약수산 직전의 한 조망터에서 아래로 구룡령 도로를 보게되는데, 운무로 인하여 잠시 눈에 뛸 따름이다. 안내판을 보니 좌측으로 한계령에서 우측으로 양양까지 조망되는 곳이지만, 오늘은 구름과 운무로 예외이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고목이 초연함을 보여준다. 오르는 도중에 장딴지 경련의 가능성이 엿보여 아스피린 한알을 먼저 복용하였다. 진혁진님의 개념도상에만도 1000미터를 넘는 고봉이 18개 정도이니, 만만치는 않았다. 이렇게 진이 빠져 약수산 도착하니, 작은 동판 하나가 정상임을 보여준다. 이름이 약수산이니, 좀 떨어지긴 하였지만 구룡약수와 불바라기 약수터가 지도상에 보인다.

 

전망터에서

 

이제 구룡령으로 하산하는데, 실제 1.38Km이지만, 약수산 바로 아래 이정목엔 1Km로 표시되어 있으니. 이 짧은 이정목을 믿고 싶은 마음인지 거리가 제법 멀게 느껴지니 그 이정목을 욕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실제 약수산을 떠나 구룡령까지 30분 소요되었으니 절대 1Km는 아니다. 하지만, 잘못인 줄을 알면서도 1Km라고 우기는 마음이 일어나니, 그만큼 인간의 마음이, 아니 나의 마음이 이기적이다. 대간을 타면서 큰 산을 넘나들면 마음 역시 넓어질 줄 알았는데 그러하지 못하니 씁쓸하기도하고... 

 

11:30에 구룡령 도착하나 앞서 도착한 분이 몇분되지 않으니, 선두그룹이 알바한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후 최후미가 도착할 때까지 장장 4시간반을 기다리게 된다. 고개 아래 70M 지점에서 샘물을 받아 조용하게 알몸을 씻고, 좌판에서 맥주 한캔을 들이마셨다. 이후 나무 그늘에 누워 이제는 청명해진 여름 하늘을 쳐다보며 바람을 쏘인다. 구룡령은 할리의 천국인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수시로 등장한다. 여기 동물이동통로가 있는데, 동물보호를 위하여 휴게소는 시끄럽다고 폐쇄시켰는데, 정작 오트바이 소리가 더 요란한게 아닌가? 4시가 넘어 식당으로 이동하여 곤드레 비빔밥을 들고는 홍천과 양평을 거쳐 서울로 진입하였다. 

 

날머리 구룡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