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과 정맥/백두대간 (완료)

백두대간 52 구간: 미시령 - 신선봉 - 진부령 (2008.06,21)

클리오56 2008. 6. 2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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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지: 백두대간 52 구간: 미시령 - 신선봉 - 진부령

** 산행로: 창암 - 소간령 - 대간령(750M) - 신선봉(1,204M) - 대간령(750M) - 병풍바위(1,058M) - 마산봉(1,051.9M) - 진부령(529M)

** 산행거리: 21Km (마루금 12.15Km + 연장 8.85Km)

   (미시령-진부령 마루금 15.6Km)  

** 산행시간: 총411분 (산행 336분 + 중식 및 휴식 75분)

** 모모산악회

 

22:20 양재출발 (미시령 도착 02:00)

02:31 산행들머리 농수산물 직판장 출발

04:02 대간령 (휴식 5분)

05:17 신선봉 (휴식 10분)

05: 32 식사 (15분)

06:35 대간령 (휴식 10분)

07:03 제1 암봉

07:09 제2암봉 (휴식 5분)

07:51 병풍바위 (휴식 5분)

08:13 마산봉 (휴식 15분)

09:07 진부령 리조트 갈림길 (휴식 10분)

09:22 산행날머리 진부령

 

 

 

선배의 집들이 초청인데 졸업날이라 불참을 정중히 말씀드렸다. 왠 졸업? 백두대간 마지막 구간 졸업산행이라 말씀드리니, 깜짝 놀라시며 충분히 이해를 하신다. 당초에는 5월초로 예정되었던 대간 졸업이 한달여 연기되어 6.21일 이루어졌다. 전날밤 양재에서 승차하여 밤새달려 미시령에 도착한다. 졸업산행이니 9차대 대원들은 모두 들떠기도, 숙연하기도 만감이 교차할게다. 개인적으론 54차 대간산행이고, 잔여 2개 구간을 곧 땜빵한다면 모두 56회나 대간 산행에 나섰던 것이다. 작년 2007년 4월 28일 시작하여 거의 1년 2개월이 소요되었으니, 짧지않은 기간 동안 참으로 열심히 대간산행에 빠졌었다.

 

출입제한 구역에서의 산행이라 비공개적으로 9차 대원들만 참석했는데 대장 3명을 포함하여도 20명의 소규모이다. 새벽 2시경 미시령 도착하였지만, 너무나도 투철한 직업의식을 지닌 국립공원 관리인의 강력한 제지를 받아야했다. 우리 대원들이 버스로 퇴각하자, 확인차 뒤따르기까지 한다. 정규 루트로는 대간산행이 불가하다고 판단되어, 창암에서 새간령을 경유하여 대간령으로 오르기로하였다. 박달나무 쉼터로 불리는 농수산물 직판장을 들머리로하여 개울을 건너고 숲으로 빠져들어갔다. 보름을 지난지 얼마되지 않아 달은 밝다. 진부령이나 미시령 도로가 개설되기 전, 근대초기에는 바로 이 등로가 속초로 넘어가는 고갯길이었다고 한다. 산행중 확인되었지만, 이 등로 역시 올 3월부터 10년간 휴식년제가 적용되고 있다. 야간산행이라 주변을 잘 살필수는 없지만, 높은 나무와 깊은 숲, 그리고 내내 귀를 즐겁게하는 계류의 물소리는 오늘의 파행적인 산행을 충분히 보상해준다. 미시령에서 신선봉까지의 대간길을 놓치는 아쉬움을 숨길수는 없지만, 그 이상으로 이 새로운 원시림의 등로에 접근하는 만족감은 극치에 달한다. 소간령 등로는 완만하고도 편안한 트래킹 코스이다. 6Km 정도로 추정되는 비교적 긴 코스이지만, 모든 대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훗날 다시 찾고 싶다며 입을 맞춘다. 1시간 30분 소요되어 마루금 대간령에 도착하였다.

 

대간령

 

대간령은 돌밭처럼 작은 돌이 많이 깔려있는데, 예전의 주막터 흔적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짧은 휴식후 대원 15명은 이 구간의 대표산인 신선봉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아마도 소요시간은 왕복 2시간 정도. 대간령의 해발이 750M이니 신선봉에 오르려면 고도를 450M나 올려야하기에, 초반부터 가파르게 진행된다. 오늘 산행의 고통 사점이 늦게나마 비로소 찾아온다. 심장의 고동이 정점을 치닫고, 깊은 숨을 토해낸다. 새벽임에도 이마와 얼굴은 땀으로 범벅인다. 큰바위와 신선봉 암봉 봉우리에 접근하면서 등로는 잡목들로 좁아지며 바위 너덜이 거칠게 펼쳐진다. 5시를 알리는 휴대폰 알람이 울리고, 마음은 더욱 바빠지니 일출을 보려고 서두른다. 이런 차에 오른쪽 종아리에서 경련이 약하게 일어나고, 잠시 휴식후 다시 오르니 왼발 역시 약간의 경련이 이어진다. 오름길을 무리하게 속도를 가한 탓이다. 정상에 도달하여 일출도 감상하고 사방을 조망하니 가히 명성 그대로 신선봉이다. 오늘 가지 못하는 상봉, 그리고 그너머 울산바위의 위용도 드러난다. 신선봉은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마지막 봉우리라고 하는데, 지금은 설악산 국립공원 지역이니 설악산의 최북단 봉우리가 된다. 신선봉이 다섯번째라는 여성 희주대원은 이번이 가장 좋은 날씨라며 귀중한 기회의 조망을 즐겼다.   

 

신선봉

 

다시 되돌아 대간령을 향한다. 밟았던 마루금을 다시 거쳐가는 희귀한 대간산행이 되었지만, 소중한 일출과 조망으로 마음은 희열로 충만하다. 신선봉 갈림길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대간령에 도착하니 06:35. 신선봉까지의 왕복과 식사에 모두 2시간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대간령에서 진부령까지는 약 8Km, 도중에 병풍바위와 마산봉을 거쳐간다. 우선 암봉을 지나는데, 너덜지대를 거친 후 두번째 암봉에서 다시 한번 신선봉을 조망한다. 오늘 산행에는 자칭 정예대원들만 참여한 탓으로 신속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항상 선두그룹에 속하던 64세의 이 선생께서 뒤에 쳐져오신다. 암봉에서 수박을 들며 에너지 보충하여 빠른 산행에 뒤쳐지지 않도록 각오를 다진다. 마지막 오르기를 계속하니 병풍바위에 도착된다. 정상에는 상당수의 산객들로 붐비는데, 부산의 경남고 동문들이 대간산행을 처음 시작한다. 우리는 마치는 날이고, 그분들은 시작하는 날이다. 정상에서 왼쪽으로 펼쳐진 암릉을 감상 후 이제 마산봉으로 향한다.

 

마산봉

 

20여분이 채못되어 마산봉 도착. 정상은 작은 암봉이 장식하고 스키날로 만든 이정표가 뿌리가 뽑혀있다. 마지막 산행에서 가장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후미대원을 기다리며 모두 함께 산행하고 단체 사진도 많이 남긴다. 하여 휴식시간을 자주 갖게된다. 대신 이동시에는 빠른 속도이다. 마산봉은 남녁땅 백두대간의 마지막 봉우리 역할을 한다. 향로봉이 있긴 하지만 군사지역이라 산행이 제한된다.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는 분단의 아픔을 느껴보는 곳이다. 지척으로는 알프스 스키장 리조트가 발아래 펼쳐지는데, 등로로는 2Km 거리이다. 가파른 내림길을 한달음에 내려서니 스키장 리프트를 지나고 곧 짙은 숲에 들어서고, 도로가 나오는 갈림길에서 다시 후미를 기다린다. 사실상의 마루금은 여기서 끝나고 이후엔 도로를 따라 진부령까지 이어진다. 졸업기념 이벤트인가 짙은 운무가 진부령을 감싼다. 백두대간 종주등반 기념비와 진부령 표시석에서 단체 및 개인 기념사진을 남긴다. 특히 짝꿍처럼 함께 종주한 김선배와도 기념사진을 남겼다. 고성으로 버스 이동후 한 횟집에서 폭탄주로 대취하고, 양재 도착하여 다시 한번 소주로 대취하였다. 취중에도 대간종주 증서와 패를 소중히 간직하고 귀가.........   

 

진부령 

 

에필로그

 

결코 강하지 않은 이 한 몸으로 부딪힌 백두대간 산행의 최북단에 도달하였다. 대간의 줄기를 걸어왔으니 진입구간을 포함하여 대략 천Km에 달한다. 지난 1년 2개월동안 출장이나 경조사를 제외하고는 매주 토요일 대간산행에 받쳤으니 온 정성을 다하였다. 발목을 접쳐 참가치 못하였던 무박의 2구간을 7월중에 마치면 명실공히 종주를 완료하게 된다. 어떤 의미에선 불가능해보였던 대간을 종주하였다. 중도에 포기하였던 대원들도 적지 않았다. 완료하겠끔 도와준 주변의 모든 분들과 아울러 내 자신의 건강과 끈기에 감사한다.

 

여름철 장마속의 장성봉 구간 우중산행, 폭설로 덕항산을 앞두고 구부시령에서 철수, 러셀 속에 전대원이 최고도로 지쳐버린 석병산 구간과 갈전곡봉 구간 심설산행, 마음껏 설악을 누빈 공룡능선 산행, 30Km의 최장의 두타-청옥산 산행, 그리고 조항산에서의 여성대원 조난사건 등이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서도 아들과 함께한 지리산 종주가 으뜸일게다. 그리고 아찔하였던 여러 위험구간들 - 대야산 직벽, 황장산 암벽, 속리산 밤티재 암릉, 점봉산과 희양산 암릉 - 이 기억된다. 산허리 잘려나간 자병산이나 추풍령 금산에서 대간길의 훼손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한결같이 북진을 하지못하고 순서없이 오르내렸다. 산행전 준비도 미흡한 점이 많았고, 특히 거쳐간 지방의 문화적 정보가 결여되었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왔으니 인생에 가장 즐거운 하나의 이벤트를 만들어내었다. 함께한 대원들은 물론, 특히 김선배에게 감사한다. 나를 산에 인도한 계기가 된 울산 사무소 근무, 그리고 사무소 산행 동료들, 최초의 산모임 동호회인 대구의 가자산으로 회원들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대간 산행전 읽는 산행기들, 그중에서도 춘천 둘산악회의 아미산님과 산정산악회의 우림 및 두레골님의 산행기에 감사드린다. 또한 산행도반으로 줄곧 함께한 나의 장비들, 등산화와 배낭, 스틱, 디카 이 모두에게 사랑을 표한다. 그리고 대장정의 고투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탱하여준 나의 몸과 정신을 감히 자화자찬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