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장영희교수 영미문학

Loveliest of Trees, the Cherry Now: A. E. Housman (1859~1936)

클리오56 2008. 7. 3. 13:31
  •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⑥] 나무 중 제일 예쁜 나무, 벚나무
  • 입력 : 2005.03.23 18:21 / 수정 : 2005.03.24 04:16
    • A.E 하우스먼
    • Loveliest of Trees, the Cherry Now

      (A. E. Housman (1859~1936) )


    •  

      Loveliest of trees, the cherry now

      Is hung with bloom along the bough,

      And stands about the woodland ride

      Wearing white for Eastertide.

      Now, of my threescore years and ten,

      Twenty will not come again,

      And take from seventy springs a score,

      It only leaves me fifty more.

      And since to look at things in bloom

      Fifty springs are little room,

      About the woodlands I will go

      To see the cherry hung with snow.


      나무 중 제일 예쁜 나무, 벚나무

      A. E. 하우스먼


    •  

      나무 중 제일 예쁜 나무, 벚나무가 지금

      가지마다 꽃을 주렁주렁 매달고

      숲 속 승마도로 주변에 서 있네.

      부활절 맞아 하얀 옷으로 단장하고.

      이제 내 70 인생에서

      스무 해는 다시 오지 않으리.

      일흔 봄에서 스물을 빼면

      고작해야 쉰 번이 남는구나.

      만발한 꽃들을 바라보기에

      쉰 번의 봄은 많은 게 아니니

      나는 숲 속으로 가리라

      눈같이 활짝 핀 벚나무 보러.

    • 살아있어 아름다운 봄날에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에 새색시가 시집와서 김장 서른 번만 담그면 할머니가 된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강단에 서서 신입생 서른 번만 맞이하면 학교를 떠나야 하는 노교수가 됩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 갈수록 1년이 정말 눈 깜짝할 새입니다. 2004학번을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05학번 새내기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시 속의 화자는 우리 학생들 나이 또래로, 스무 살쯤 되어 보입니다. 그래서 70 평생에 이제 쉰 번의 봄만 볼 수 있다고 아쉬워합니다. 쉰 번의 봄이 많지 않다니, 그러면 채 스무 번도 안 남은 저는 어쩌란 말인지요.

      꽃 피고 아름다운 봄을 영원히 볼 수는 없을진대, 너무 늦게, 이제야 그걸 깨닫습니다. 문득 다가오는 봄 속에 내가 숨쉬며 살아 있다는 사실이 눈물겹도록 감사합니다. 올봄엔 정말 꼭 꽃구경 한번 나서봐야겠습니다.

      (장영희·서강대교수·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