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장영희교수 영미문학

To: George Gordon, Lord Byron (1788-1824)

클리오56 2008. 7. 3. 13:35
  •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⑧] 그 누구에게
  • 입력 : 2005.03.31 18:27 / 수정 : 2005.04.01 05:01
    • To (George Gordon, Lord Byron(1788-1824))
    • But once I dared to lift my eyes,

      To lift my eyes to thee;

      And, since that day, beneath the skies,

      No other sight they see.


      In vain sleep shut in the night

      The night grows day to me

      Presenting idly to my sight

      What still a dream must be.

      A fatal dream―for many a bar

      Divided thy fate from mine;

      And still my passions wake and war,

      But peace be still with thine.

    • 조지 고든 바이런경
    • 그 누구에게

      (조지 고든 바이런경(卿))


      딱 한 번, 감히 내 눈을 들어,

      눈을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어요.

      그날 이후, 내 눈은 이 하늘 아래

      당신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지요.


      밤이 되어 눈을 감고 자려 해도

      내게는 밤도 한낮이 되어

      꿈일 수밖에 없는 일을 내 눈앞에

      펼쳐 보이죠. 짓궂게도 말이죠.


      그 꿈은 비운의 꿈―수많은 창살이

      당신과 나의 운명을 갈라놓지요.

      내 열정은 깨어나 격렬하게 싸우지만

      당신은 여전히 평화롭기만 하군요.

    •  

      잠 못들던 그날이 언제였던가

      이루지 못할 사랑에 대한 비가입니다. 감히 이름조차 입에 올릴 수 없는 연인을 생각하며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눈이 멀어버린 시인의 절박한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마치 전쟁터같이 격렬한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시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평화롭기만 해보이니 시인의 좌절이 사랑하는 이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지는 것도 당연하지요.

      이런 연시를 읽으면 불현듯 ‘열정’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사랑하는 이가 너무 보고 싶어 잠 못 이루고 무언가를 미칠 듯이 원했던 적이 언제였나요. 어쩔 수 없이 ‘생활’의 노예가 되어 하루하루를 버릇처럼 살아가다 보니 사랑, 열정, 낭만은 이제 사치스러운 단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다가도 오늘같이 햇살 가득한 봄날이면 마치 까마득히 먼 옛날 떠나온 고향처럼 마음속에 문득 그리움이 머리를 쳐듭니다.

      (서강대교수·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