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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자:
** 산행지: 민둥산 (1117.8M)
** 산행로: 증산초등교 ? 임도 ? 정상 ? 억새능선 ? 불임사
** 산행시간: 총250분 (산행 200분 + 중식 및 휴식 50분)
** 산정산악회 (제매 부부 6명)
예상치 못했던 산행이다. 지난 번 가족산행에서 여동생이 억새가 보고싶다는 말 한마디에 갑작스럽게 기획되었고, 먼 거리임에도 모두들 동의하였다. 양재에서 정선의 민둥산 들머리까지 편도로만 4시간이상이 소요되었으니, 차멀미 등 장거리 버스에 익숙치 못한 여러 명이 함께하여 험난을 예고하였다. 우리나라의 억새 산행지로는 영남의 신불산과 화왕산, 호남의 천관산, 충청의 오서산, 경기의 명성산이 유명하고 강원도의 민둥산이 대표적이다. 천관산을 제외하곤 모두 둘러본 곳이라 자연스레 민둥산을 선택하였다.
박학하신 아미산님의 민둥산에 대한 세밀한 설명을 소개한다.
"산의 8부 이상에는 나무가 거의 없고 산등성이는 이름 그대로 민둥민둥한데, 그 산등성이 일대의 2십 여만 평이 온통 억새 군락의 광야를 이루고 있어서 마치 억새의 바다처럼 보인다. 산의 경사도 비교적 완만하고 부드러워서 산행이 수월하여 노약자도 쉽게 오를 수 있으므로 가족산행도 가능하다. 특히 태백선의 증산역을 산행 들머리로 하는 철도산행지로 적합해서 억새가 한창인 가을철에는 등산객으로 넘쳐난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민둥산 아래에 있는 마을의 주민들이 며칠 밤에 걸쳐 땅을 울리는 소리와 심한 진동에 놀랐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알고 보니 말발굽 소리였단다. 이 말(馬)은 자기 주인이 이곳 주민 누구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슬퍼서 며칠 밤낮으로 온 산을 뛰어다녔다는 것이고, 이 날 이후 민둥산에는 나무가 자라지 않고 억새풀만 무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설에 지나지 않고, 민둥산이 이렇게 나무가 없는 억새 밭이 된 것은 예전에 이 곳 주민들이 산나물을 많이 자라게 하려고 해마다 불을 질렀기 때문에 나무가 타 죽어서 민둥산이 되었다는데, 자라나야 할 산나물은 자라지 않고 억새 밭이 된 것이다."
고속도로가 혼잡하여 충주와 제천을 거쳐 영월, 정선으로 진입했다는데 심히 진을 빼는 장시간 버스 운행이었다. 증산에 도착하여서는 머리가 어질하였고, 그 숱한 휴일의 산행인파에 과연 산행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기도 하였다. 주차장에 하차한 산행객들은 가이드의 안내를 받기 시작하였지만 곧 다른 인파에 휩싸여 각자 알아서 산행을 해야했고, 우리 일행도 작은 매제는 우리와 헤어져 민둥산 정상에서 만나기로 통화하였다. 먼지가 훌훌 날리는 등로를 인파와 함께 가파르게 오르면서, 그래도 짙은 숲에 한가닥 위안을 삼아본다. 가풀막이라 땀도 흐르고, 어제의 추운 날씨를 상기하여 복장을 갖추었지만 오늘은 날씨가 확연히 달라 봄날처럼 따스하다. 겉옷을 풀어 배낭에 넣어버리고, 가볍게 차림을 바꾼다. 민둥산이라 숲을 기대치 않았는데 의외로 소나무 숲이 멋지고 울창하다.
산행들머리 증산
30분 이상 오르면 임도를 만나는데, 주막과 가게가 몇 있어 혼잡스럽다. 힘들게 올라왔으니 분명 약간이라도 쉼이 필요한 장소이다. 곧장 오르면 좌우로 숲이 깊게 전개되어 좋은 트렉킹 코스로 다가온다. 발구덕을 경유하여 정상으로 가는 길도 있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혼잡하여 그런 멋을 부리기엔 무리이다. 정상에 근접할수록 등로는 좁아지고 정체가 심해진다. 특히 벌써 하산하는 산객들과 교차되므로 등로가 심히 지체된다. 마침 좌측으로 빠져 우회하여 올라가는 등로가 비어 그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여 혼잡으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능선에 올라서서 억새를 바라보며 15분여 걸으면 정상석 위치에 당도할 수 있다. 이후 정상에서 지억산 방향으로 억새 능선이 길게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태양과 마주하며 억새를 바라보면 생선의 비늘처럼 반짝이는 하얀 억새가 바다처럼 펼쳐진다.
억새 평원
정상석 곁에서
정상 인근의 나무데크에 자리잡아 점심을 들었다. 첫째 여동생이 준비해온 김밥을 주식으로하고, 무화과, 포도, 배, 사과, 곳감 등 너무나도 풍성하고 다양한 과일을 맛보았다. 가장자리에 위치한 탓에 바람은 아주 차다. 정상석엔 접근하여 단체사진이 불가하므로 정상석의 민이란 글자만 대충 나오도록 가족단위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지억산 방향으로 산행을 이어가며, 뒤 돌아본 억새 능선의 전경이 화려하다. 일몰 시점의 억새 광경이 최고라지만 그 시간까지 기다릴 순 없고, 억새의 하늘거림과 빛남에 경탄한다. 하산길 도중 인파가 잠시 끊어짐을 틈타 6명 단체 사진을 부탁하였다. 사진기를 목에 걸고 있어 잘 다루는 분인줄 짐작했지만, 남겨진 사진은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하다.
유일한 전체 사진
억새 바다
민둥산은 훌륭한 억새산행지이지만, 짙은 숲속에 잠긴 트레킹 코스가 가족산행에 최적이다. 높낮이가 심하지 않으며 전형적인 부드러운 흙길이 연속되는 육산이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깊은 숲의 청량한 대기를 마음껏 들이키며 한없이 걸어보라. 이정목에 남겨진 거리가 좀체 줄어들지 않더니만, 아마도 우리 일행은 계곡길로 질러가지 않고 능선을 돌았기 때문인듯하다. 덕분에 더 많은 시간을 산행에 할애했으니 다다익선이라. 버스가 화암약수터 주차장이 아닌 불임사 절 근처의 임도까지 올라와 기다리고 있어 산행은 20여분 단축되었다. 시락국에 밥을 말아 약간의 요기를 대신하였다. 일행이 모인 후 약수터에서 20여분 휴식후 귀경길에 올랐다. 화암약수터는 두군데가 있었는데, 아래 쌍약수터에서 물맛을 보니 탄산수가 들어있고 약간의 철분이 느껴졌다. 양재 도착하니 대간 7차대가 마지막 산행을 하고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하였다. 2년간의 힘든 산행으로 대간을 마쳤으니 얼마나 뿌듯할까? 나도 내년 5월경이면 저 기쁨을 맛볼테지...
숲길 등로
화암약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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