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과 정맥/백두대간 (완료)

백두대간 23구간: 버리미기재 - 장성봉 - 악휘봉 - 은티재(2007.09.01)

클리오56 2007. 9. 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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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자: 2007.09.01

** 산행지: 백두대간 23구간: 버리미기재 - 장성봉 - 악휘봉 - 은티재

** 산행로: 버리미기재(450M) - 장성봉(915.3M) - 공터(700M) - 악휘봉 삼거리(821M) - 악휘봉(845M) - 악휘봉삼거리 - 은티재(520M) - 은티마을(200M)

** 산행거리: 약 12.48Km (마루금 9.48Km + 연장 3Km)

** 산행시간: 총270분 (산행 260분 + 휴식 10분)

** 산정산악회 (김)

 

07:20 양재출발 (버리미기재 도착 10:24)

10:30 산행들머리 버리미기재 출발

10:50 집채바위

11:22 장성봉 (휴식 5분)

12:52 헬기장 공터

13:13 악휘봉 갈림길

13:22 악휘봉 (5분 휴식)

13:34 악휘봉 갈림길

14:24 은티재

15:00 산행날머리 은티마을 도착

17:10 은티마을 출발 (20:10 양재 도착)

 

 

새벽 집을 나서는데 적지 않은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와도 출발하는 대간산행임을 이젠 아내도 익히 아는지라 비오는데 왜가느냐는 질책이 아니라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인사말이 바뀌었다. 이미 미쳤으니 말로 바꿀수 없음을 아는지라... 토일에 거쳐 충청지방도 120mm의 강수량이 예보되어 있다. 여름의 장마시즌 조차도 잘도 비켜나갔는데, 가을이 시작되는 9월 들어서야 본격적인 우중산행을 경험하게 된다. 

 

빈좌석없이 만차의 이동캠프는 제대로 잘 도착하여 통상대로 10시반경에 버리미기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비는 전혀 줄어들 기미없이 계속된다. 한라산 산행에서 현지 입수했던 노란색 일회용 우의를 걸치고 출발한다. 코오롱 새 등산화를 신고, 발목엔 비닐을 둘러 나름대로 등산화 속에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대비를 하였다. 산행대장은 후미기준 5시간이면 족하다고 다그친다. 장성봉까진 1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코스이지만 오늘 산행에서 제대로의 오르막은 이 구간뿐이고, 이후엔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다. 중간에 집채바위라고 부르는 바위군을 지난다. 약석님이 이 우중에서도 사진을 찍어신다. 저를 찍어 주시기에 나도 디카를 꺼내어 답례를 하였다. 쵤영후 호주머니에 급하게 넣느라 빠져버렸다. 마침 밧줄구간이라 기다리는 중 뒷분이 발견하여 다행히 분실을 방지하였다. 부주의를 마음으로 질책하고....

 

중간에 갈림길있지만 장성봉 등로는 잘 진행되어 출발 후 50여분만에 장성봉 도착한다. 혼자 오신 한분이 핸드폰으로 셀프 촬영하느라 정상석을 오래 잡고 있다. 비는 내리는데 여러 사람이 오래 기다리니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내가 나서서 디카로 멋지게 찍어 사이트에 올릴테니 포즈잡아라고 권하여 종료시켰다. 이후 다시 악휘봉방향으로 출발. 비가 세차게 내리니 조망도 없고, 휴식도 없고, 중식도 들수 없고, 사진도 찍을 수 없으니 그저 등로만 찾아 나아간다. 산행이라기보단 행군이다. 쉼없이 진행되니 강행군이다. 이런 강행군이니 오히려 속도는 높아져 시간이 단축된다. 도중에 헬기장 공터 부근에서 밀감하나 잠시들고 악휘봉 갈림길 도착하니 13:13, 산행 시작후 2시간 40여분. 시간이 널널하니 우중이라도 악휘봉 다녀오기로 하였다.

 

장성봉 정상석

 

악휘봉 가는 길에 그 유명한 선바위와 소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주변의 봉우리들이 우중 속에서 운무가 스쳐간다. 사진을 남기고 악휘봉 정상에 서니 훌륭한 조망처임을 단박에 알수있다. 사방이 바로 지척에서 산들로 에워쌓여있다. 도상으로만 보았던 구왕봉, 희양산, 이만봉, 애기암봉, 장성봉, 군자산, 칠보산의 도열을 상상해본다. 

 

선바위

 

오늘산행에서 악휘봉 들러지 않았다면 무미하였을 것이나, 다행히 잠시나마 선경에 취할수 있었다. 너른 바위위에서 시원한 비를 한껏 맞으며 호연지기를 부려본다. 다음 구간인 희양산 방향을 짐작해보며, 희양산, 조령산 구간이 연속으로 최대의 난코스라지만 잘 돌파할 것임을 다짐한다. 

 

악휘봉 정상에서

 

하산도중 올라오는 산객들에게 길을 양보하며 기다리다가 김선배가 미끌어졌다. 물을 머금은 바위들이라 미끄러웠는데, 마침 뒤로 넘어지면서 배낭이 등을 받쳐 부상이 예방되었다. 배낭의 그런 역할을 얘기는 들었지만 직접 목격하니 그 유용성이 확실하다. 악휘봉 845M에서 은티재 520M까지는 계속 내리막길이라 쉼없이 진행되었다. 도중에 등로가 크게 꺽이는 갈림길이 있었는데, 개념도상으론 이해가 되질 않았고 다만 숱한 시그날로 등로를 짐작하였다. 다행히 도중에 배회장님의 시그날을 보곤 제대로 등로에 들어왔음에 안도하였다. 이후 제법 큰 슬랩지역 세군데를 밧줄로 잡아가며 안전하게 지났다. 위험지역은 아니지만 우중이라 조심스러웠다.

 

슬랩지역

 

악휘봉 출발한지 1시간 정도만에 은티재 도착하였고, 여기서 천도 복숭아로 허기를 달랬다. 봉암사 가는 길은 폐쇄하여 막아두었다. 우린 반대편 은티마을 길로 내려선다. 이미 등산화엔 물이 스며 들어갔지만 걷기엔 전혀 불편하진 않다. (귀가하면서 길회장님께 여쭈니 등산화에 방수액을 바르면 물이 스며들지 않는다고 하시며, 오늘 등산화에 비가 스며들지 않았다고 하신다) 비가 많이 내리니 계곡은 물이 불어난다. 귀가하여 뉴스를 들어 알았지만 인근의 칠보산 계곡에선 여러 등산객이 고립되었던 모양이다. 은티마을에 접어드니 고추밭이 펼쳐진다. 빨간 고추가 제법 많이 밭에 떨여져있다. 논엔 제법 벼도 여물어 고개 숙인 모습이다. 과수원의 빨같게 익은 사과가 인상적이다. 한해 농사를 잘지어 수확을 앞둔 농민의 기쁜 마음이 느껴진다.

 

은티마을 과수원

 

은티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3시, 남근석과 장승, 노송이 마을의 넉넉함을 표상하는듯 하다. 마을이 위치한 터가 여자를 상징하는 오줌 줄기를 닮아 큰비가 오면 물난리가 나기 때문에 그 기를 죽이기 위해 남근석을 세워두었다는 진혁진님의 산행기에 설명이 있다. 시장하여 우선 식사부터 서둘렀다. 기사인 차부장께서 어묵국을 잘 끓여두어 밥과 함께 맛있게 들었다. 집행부에서 준비한 식당에 자리잡아 동동주 한잔도 걸치며 파전도 곁들였다.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옷도 갈아입고, 그렇게 후미가 도착하는 5시까지 기다렸다. 후미가 다치거나 길을 잃어 늦은게 아니라 사실 짜증스러웠다. 최선두가 2시10분 도착이니, 거의 3시간 차이를 기록했다. 전체를 생각하여 지나친 개인적 용무는 자제해야 한다. 산행대장이 요구하는 기준시간을 맞추도록 노력해야함이 마땅하다. 한분은 만취되어 귀경 도중 내내 홀로 중얼거리신다. 나도 저런 적이 있었지...ㅋㅋㅋㅋ.....즐거운 산행이어야하지만 옥의 티는 이해한다. 

 

은티마을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