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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자:
** 산행지: 백두대간 50구간: 한계령 - 대청봉 - 공룡능선 - 마등령 - 신흥사
** 산행로: 한계령(935M) - 서북능선갈림길(1,350M) - 끝청봉(1,604M) - 중청 - 소청 - 희운각산장 - 무너미 고개 - 공룡능선 - 마등령(1,363M) - 비선대 - 신흥사주차장
** 산행거리: 약 23.23Km (마루금 15.23Km + 연장 8Km)
** 산행시간: 총728분 (산행 612분 + 식사 및 휴식 116분)
** 산정산악회 (김,조 + 박회장 일행 4명)
대간산행에서 안내산행으로선 무박이 처음이다. 지리산 종주는 준이와 함께 개인적으로 했었고, 이번 공룡능선이 포함된 대간 산행은 박회장 일행 4명, 그리고 대간 동료 3명이 포함된 안내산행이다. 2005년 10월의 첫날, 그 비내리던 밤, 처음으로 이마에 랜턴을 걸치고 오색을 올라 대청봉에 우뚝 섰고, 비내린 후 공룡은 위험하여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했던 기억이 새롭다. 오늘은 대간산행이니 물러설 수 없이 공룡능선을 경유하고 싶다. 특히 오후엔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로 인하여 오전중에 공룡을 통과해야 한다.
밤 10시경 양재 문예회관 앞에서 박회장 일행을 만났고, 또한 김선배도 함께 하였다. 박회장이 대동한 대학 후배들은 산행 경력이 많지는 않아 공룡을 함께 하기엔 힘들어 보였지만, 굳이 초반부터 부정적일 필요는 없었다. 이른 새벽에 산행이 시작되므로 탑승후 곧 잠을 청하였지만, 깊은 잠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1시 반경에 휴게소에서 40여분 시간을 주는데, 식사할 요량도 아닌데 잠만 깨운 듯하다. 산행들머리인 한계령이 기까워지자 산행대장의 멘트가 시작되는데, 새벽 2시반에 산행시작하여 16시까지 주차장에 도착하라니 13시간 반을 주는 셈이다. 희운각대피소까지는 8시까지 도착해야 공룡 탈 기회를 준다고 한다.
한계령엔 2:30분 도착. 밤은 칠흙처럼 어둡고 밤공기는 청량하다. 휴게소 매점의 불빛과 안전산행의 전광판이 산행들머리임을 알려준다. 모두들 쏜살같이 달아나고 남은 사람은 모두 나의 일행 7명이다. 김조 두 선배를 먼저 보내고나니 박회장 일행만 남았다. 안내산행이나 대간팀 경력이 없으니 모두들 동작이 느리다. 야간산행이라 선두와 너무 떨어지면 등로를 찾기도 만만치 않을텐데... 걱정이 앞선다. 밤하늘이지만 잔뜩한 구름으로 별은 보이질 않는다. 한계령은 인제군과 양양군을 가르는 해발 935M의 높은 고개이고, 날이 좋다면 동쪽으로는 점봉산과 오색협곡의 남설악, 서쪽으로는 내설악일부가 보인다고 한다.
산행은 108 계단을 오르며 출발을 하였고, 바로 위령탑이다. 국도 건설중 한계령 구간을 맡은 군부대의 희생장병을 기리는 탑인데 당시 대장이 박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이다. 계단은 계속이어지니 한 두명은 초반부터 힘들어 한다. 여기서 공룡을 함께 하기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빨리 두선배를 따르기로 하였다. 가파른 고갯길을 숨차게 오르며 상당시간 10수명을 제친 끝에야 합류할 수 있었다. 어느듯 우리 일행이 후미의 선두그룹이라 익숙하지 않은 야간산행의 밤길 등로를 찾아가며 안내하는 입장이 되었다. 대체로 등로가 잘 이어졌으나. 바위가 많은 지역이 나타나기도 하면서 조금씩 신중을 기하며 확인이 필요하기도 하였다. 서북능선에 오르기 전까지 오르내림이 몇번 반복되었다. 관련 산행후기를 수차례 읽어본터라 당황하지 않았지만 초행자가 혼란스러워 할만하다. 03:46 서북능선 갈림길에 올랐지만 아직 밤이고 안개까지 짙어 조망은 불가하다. 귀때기 청봉은 1.6Km이며, 이어갈 등로방향인 대청봉까진 6Km 거리이다.
서북능선 갈림길
박회장 일행은 잘 올라오는지 확인할 겸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원을 꺼둔 상태라 불통이고, 문자만 보내었다. 박회장은 경험이 많으니 잘 이끌겠지만, 다른 후배들은 공룡은 무리이고 억지로 탈려고도 하지마라고 전날 미리 주의를 준바가 있었다.
능선을 따라 끝청방향으로 계속 전진한다. 이렇게 2시간여 쉼없이 나아가니 마침내 끝청이다. 하지만 여전히 안개와 구름이 잔뜩하여 조망은 아직도 불가능하다. 야생화까지 놓칠순 없어 어둠이지만 사진을 남겼다. 계속 전진하여 한계령에서 7.7Km 지점인 해발 1600M의 끝청갈림길에 도착하였고, 부근에서 아침식사를 25분여간 들었다. 여름이지만 해발높은 지역에선 새벽공기는 차기에 두터운 옷을 걸쳐야했다. 여기서 희운각산장까진 1시간 거리이니 8시 이전엔 충분히 도착가능하다.
중청과 소청을 지나면서 안개가 조금씩 걷어지는 순간도 연출되어 정상 봉우리를 처음으로 조망하기도 하였다. 대청봉에 올라 죽음의 능선을 따르는 방안을 생각했지만, 금지구역이고, 작년의 산사태 수해 등으로 심히 파손되었음을 감안할 때 적절하지 못한것 같아 우회코스를 따르기로 하였다. 대청봉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긴하지만, 시간 약속을 지켜야하기에 감수해야 했다.
소청에서 중청을 조망하면서
소청에서 희운각산장으로는 최근에 등로가 정비된 듯하다. 내림길이 계단으로 한참 이어지는데, 개념도상으로 상상한다면 좌측은 용아장성능이라 용의 이빨이 날카롭게 산재할테고, 바로 정면으론 신선암과 1275봉, 천화대와 범봉이 용의 자태를 드러내며, 그 너머 우측으론 화채능선이, 그리고 울산바위와 동해바다가 배경으로 펼쳐지지 않겠는가? 이러한 파노라마가 구름으로 가려 희미하게나마 드러난다. 희운각에서 비싼 식수를 보충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작은 생수 한병에 2천원. 계곡에서 물을 담을 수도 있겠지만 워낙 사람들이 많은지라 쉬운 방법을 택했다.
바로 지척의 무너미 고개부터 공룡능선이 시작되니 바싹 긴장된다. 미지의 세계로 진입하는 우린 복장과 장비를 다시 한번 다잡아매며 공룡에 대한 경외감을 표시한다. 무너미고개는 해발 1020M 지점인데, 좌로는 용아장성릉과 공룡능선의 사이에 위치한 가야동 계곡의 진입로이며, 또한 공룡능선과 화채능선 사이의 천불동계곡의 진입부분이다. 즉, 좌로는 내설악이요 우로는 외설악의 경계지점이다. 무너미라는 지명은 무(물) + 너미(넘는다)이니 물을 건넌다는 뜻이란다. 재작년 울산 근무시 사무소 직원들과 오색을 경유 대청봉에 올라 바로 이 지점에서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갔던 기억이 새롭다. 그 동안 2년여의 세월이 흘러 산행 경력도 쌓여 오늘은 공룡에 도전하다니 감회가 새롭다.
여기 무너미 혹은 희운각에서 마등령까지의 약 5.1km 구간을 공룡능선이라 부르니, 공룡이 상징하는 바 역동적인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장쾌한 암릉과 암봉이 연속된다. 공룡을 타지않고선 설악을 말할 수 없고 나아가 산행을 논할 수 없다하지 않았는가. 무너미 고개에 올라서면 공룡의 첫맛을 보는데, 이미 그 암릉의 격이 여느 산과 다름에 압도된다. 안개로 자욱하여 전체의 조망이 불가하지만 장대한 공룡의 뼈다귀 하나만으로도 산행의 백미를 보는 양 감동에 젖어든다. 험해지는 오르막을 타 오르며 쇠줄을 잡기도 하며 신선암을 향한다. 강한 바람에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펼쳐지는 대 파노라마. 도상연습과 후기 감상으로 익혀왔지만, 저게 바로 범봉이요 천화대이며 1275봉인가~ 뾰족한 암봉이 하늘을 찌르듯 솟구치고 암릉은 사열을 받듯 연이어 도열한다. 산행에 뜻을 두고 100대 명산을 주유하자며 2005년 8월 팔공산 산행이래 지금까지 거의 2년, 많은 산을 찾고 오르내렸지만 최고의 조망은 바로 여기, 오늘이 아닌가. 좀 더 맑은 날이라면 하는 욕심도 있지만 이만큼도 나의 복이리라. 뒤를 돌아보면 대청, 중청, 소청의 3봉이 나란히 펼쳐진다.
대청,중청,소청이 나란히 조망
공룡능선과 천화대, 범봉
신선의 기분을 마음껏 만끽하고 이젠 1275봉으로 향한다. 우측으로 천가지 꽃이 피었다는 천화대와 그 으뜸인 범봉의 암릉이 천불동으로 흘러내린 장관에 기운은 한껏 고양된다. 심한 오르내림이 반복되어 얼마나 많은 봉우리를 오르내렸는지 조차 가늠이 되지 않는다. 선답자의 후기에 따르면 공룡 능선에서 8-10 봉우리 정도를 오르내린다고 한다. 1275봉 막바지 오름은 더욱 인상적이라, 가파름이 60도 이상 정도로 느껴짐도 과장은 아닐듯하다. 1시간에 1Km 정도의 속도밖에 나오지 않음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희운각산장에서 출발한지 꼭 두시간만인 10:06에 도착한 1275봉은 거대한 암봉이다. 암봉에 새겨진 물결이 인상적인데 암봉 자체엔 오르지 않고 두 암봉 사이의 고개마루에서 휴식을 취한다. 반대편에서 홀로 올라오신 산군이 대단하다. 간식을 서로 교환하며 동지감을 느껴본다. 어디가 나한봉이며 마등령인가. 정확한 명칭과 위치는 모르지만 치솟은 산세를 감상하며 한껏 공룡에 취해본다.
1275봉을 배경으로
거대한 돌기둥의 협곡을 통과하면서
공룡의 최고봉이자 중간지점인 1275봉을 뒤로하고 나한봉을 향한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어떻게 저 암봉을 올랐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수직으로 급강하하는 알파인 스키의 한장면이 떠오르고암봉 정상에서 폭포수처럼 수직낙하하는 등로가 하얗게 드러난다. 그런 험한 지세를 또 한번 거쳐야하는데 바로 나한봉 가는 길이다. 협곡을 지나기도 하고 수직으로 가파르게 치솟기도 한다. 외길 암릉에서 한무리의 아줌마 부대를 만나니, 나보다 연세가 드신 분들인데 밧줄잡고 오르내리기를 전혀 게의치 않으시니, 오호 통재라 나는 어쩌란 말인가. 한껏 사나이 기상을 되새기며 공룡을 오르는데 이 줌마부대분들은 평상심을 유지하니..... 소청에서 희운각 가는 도중에 만난 할머니들이 등산화도 아닌 운동화 차림으로 관세음보살을 중얼거리며 힘들이지 않고 잘도 내려가는 모습과 아울러 우리나라 여성분들의 위대함에 고개 숙인다. 산행, 그리고 공룡능선 산행 역시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청년들은 힘들고 시간이 소요되는 산행을 기피하는데, 오히려 절정의 기력이 지난 중년층은 산행을 선호하고 백두대간에 뛰어든다. 비용이 적게 들어서인가, 아니면 도피처로 인식되기 때문인가?
1275봉에서 나한봉, 마등령 조망
1275봉에서 1.6Km 거리인 나한봉(1250m)에 11:35에 도착한다. 희운각산장에서 비슷한 시각에 출발했던 두 청년이 먼저 자리를 잡고있다가 방을 빼준다. 나한봉 역시 사위를 조망하기에 뛰어난 지점이지만 전체를 보기엔 날씨가 흐리다. 서북능선과 용아장성를 방향은 가려있고, 앞으로 계속 진행할 마등령 방향만 뚜렷하다.
나한봉
이제 공룡의 끝인 마등령은 0.5km 남았다. 공룡, 공룡하는 얘기를 숱하게 들었지만 이렇게 조금이나마 접해보니 그 의미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암릉미를 자랑하는 월악산, 월출산 그리고 서울의 관악산과 북한산도 있지만 설악의 공룡 조망은 그 격 자체가 다른 듯하다. 우선 그 색감이 차이난다. 세파에 시달린 다른 여타의 바위와는 다르게 공룡에서 조망되는 암릉과 암봉은 색조가 산뜻하고 기품이 서려있으며 봉우리는 날카로우니 앙칼진 처녀이다.
드디어 마등령 (해발1240m)에 도착한다. 11:57. 오후에 비가 온다니 오전에 공룡을 끝내자는 약속이 꼭 들어맞았다. 마등령에 대한 설명을 옮겨본다. 마등령은 높이가 1,327m의 준봉으로서 1982년 속초시가 발간한 <설악의뿌리> 에서는 산이 험준하여 손으로 기어 올라가야 한다고 하여 마등령(摩登嶺)이라 설명하고 있으며 현재는 말등처럼 생겼다고 하여 마등령(馬登嶺)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옛 기록에는 마등령(馬等嶺)으로 되어있다. 지금은 등산객들만이 넘어다니나 예전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에는 속초지역 행상인, 민간인들이 동서를 넘어 다닐때 이용한 옛길 중의 하나이다.
공룡능선 곳곳에 현재 보수가 진행중이고, 지난 봄 시즌중 헬기를 이용하여 돌을 옮겼고 그 공사가 아직도 진행중이다. 마등령 또한 공사 흔적이 역력하며, 예전의 산행후기에서 보았던 마등령 상징인 나무 독수리는 찾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점심을 들며 또한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막걸리라도 한 사발 마시며 공룡 통과의 의식을 치르고 싶지만 아쉽다.
마등령에서의 공룡조망
돌계단을 오르며 마등령 정상을 거쳐 비선대로 향한다. 거리는 3.7Km. 한달음에 갈줄 알았지만 비선대까지 2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그만큼 너덜지대와 계단 등으로 하산길이 만만치 않다. 육신의 피로도 한몫했을터이고. 물도 떨어져 식수를 보충하려했지만 샘터에서 물 구하기가 용이치 않다. 하산길 세존봉이나 화채봉 등 조망이 좋으며 마지막 까지도 공룡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각양각색의 기이한 암벽이 펼쳐지며 암벽등반가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인다. 동해바다쪽으로 울산바위가 희미하게 드러난다.
세존봉
천불동 계곡 물소리를 기다리며 한참을 내려가니 좌측으로 금강굴이 보이고, 곧 비선대이다. 정대장이 우리를 기다리며 20여명 정도가 공룡을 탔다며 우리가 마지막이라고 한다. 갈증을 해소하고 곧장 신흥사 방향으로 달려가 박회장 일행을 만났다. 함께 공룡을 타지 못한 아쉬움을 나누며 다음엔 우리끼리라도 한번 기회를 만들자며 위로했다. 버스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직 4시 이전이라 시간 약속을 지킨 셈이다. 간단한 샤워후 식사와 막걸리 한잔. 4:30에 귀경길 올라 늦게 집에 도착하여 내일 일주일간의 모스크바 출장 준비. 아무튼 지난 2개월간 남한의 대표산을 모두 섭렵했으니,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그리고 이번의 설악산으로 4대산을 단기간에 모두 주유하는 행운을 가졌다.
비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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