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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지: 팔공산 서봉 1041M (2005.08.28)
** 산행로: 파계사입구-파계재-칼날바위-서봉-부인사
** 가자!산으로!! 산악회원 8명
* 팔공산 서봉 정상에서
* 칼날바위에서
* 칼날바위에서
첫직장이었던 울산으로 회사를 달리하여 부임한지 거의 7개월......
그 동안 매주 3-4차례 문수산 새벽산행에 맛을 들이고 가지산 등반으로 생애 처음 1000미터 넘는 정상을 밟아보기도 하였지만, 8월 28일 오늘 새벽은 또 다른 기대로 설레였다.
팔공산!!! 파계재, 파계봉을 거쳐 톱날바위, 그리고 서봉, 부인사로 이어지는 팔공산 종주에의 도전!!! 산행 매니아나 전문가들은 느끼지 못할, 오히려 새내기에게는 거대하게 다가오는 흥분, 그리고 함께하는 부담감. 그리고 회원님들과의 첫만남....
새벽잠을 설치고 4시반에 기상하여 짐을 챙기고 꾸려본다. 초가을 날씨를 감안하여 조끼를, 비에 대비한 일회용 우의, 장시간 산행이라 물은 2병, 어제 미리 사둔 방울 토마토, 팔공산 산행지도, 회원님이 올려준 집합장소인 봉무공원 사격장까지의 안내길 등등...초보가 나름대로 머릴 굴리며 부족한게 없나 재보고 또 재본다.
일시: 2005년 8월 28일 (일) 8시30분
집합장소: 봉무공원 사격장 주차장
집합장소에는 15분전에 도착하여 미리 오신 팔공산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대명에서 팔공산 사나이임을 누구나 짐작하겠지만, 자태와 입담에서 벌써 범상스럽지 않은 고수임을 느낀다. 이어서 회장 정세목님과 총무 산사랑님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회장님은 전날의 700킬로 운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함께 하셨고, 총무님은 새벽 4시반에 기상하여 회원들 식사와 반찬거리를 준비하셨단다. 모임엔 카리스마도 있어야지만, 회원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스며든 따스한 마음이 필수불가결의 요소인가 보다. 그리고 훤칠한 키의 게스트 한 분. 부부 함께 오신 이우하하님. 이렇게 집합장소엔 모두 7명. 그리고 늦게 능선에서 만나기로 한 안동댁 온실님과 게스트 애지님(자칭 애물단지의 약어)을 포함하면 9명. 오늘의 번개산행을 위해 영남의 북쪽 안동, 남단 부산, 그리고 동쪽 바다 울산에서 모두 달구벌 팔공산으로 달려왔으니, 가자! 산으로!는 명실공히 당당한 영남의 산방임을 고한다.
10:20 파계사 입구 출발
이우하하님 부부는 부인사에서 출발하여 서봉에서 만나기로 하고, 5인이 파계사 입구를 출발하였다. 매표소를 통과하지 않고, 샛길을 잡는데서 역시 평범을 거부한다. 이 역시 세속에 반항하는 일종의 파계??? 입장료를 내지 않는다는 소박한 기쁨도 있지만, 인공을 거부한 샛길이 훨씬 운치 또한 발산하니, 우리의 선택은 당연. 산방은 인심이 후하다. 집합장소에서 팔공산님이 쌍화탕 나누어주시더니, 출발하자 곧 요쿠르트, 30분만에 김밥과 배로서 아침을 대신한다.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아쉽게도 게스트께서 복통으로 하산해야만 한다는 문자가 접수된다. 난 잘 견뎌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되살아난다. 가만히 보니 총무 산사랑님의 파워가 대단하다. 회장님이 무거운 배낭을 혼자 지고, 산사랑님은 옆구리 조그만 팩하나만 달랑. 회원들 밥준비 했으니 당연하다는 산사랑님의 항변. 회장님은 뭔가 불만인 듯 꿍시렁거리려 하지만, 좀 체 큰소리로 내뱉지는 못한다. 새내기인 난 눈치를 살피면서 본능적으로 산사랑님이 실세임을 간파한다. 그런데 이 무슨 날벼락. 나보고 이번 번개산행 산행후기 쓰란다. 지난 산행에서 산사랑님 말 거역하다 어느 회원이 부상입고 아직도 입원중이라는 공포 분위기 조성하면서... 손바닥 크기도 예사 아닌 듯 하고. 방금 실세임을 간파까지 한 나로서는 한마디 항의를 꺼적 거렸지만, 별로 접수되는 기미가 없다. 회사에선 부하직원들에게 시킬 일을, 나이 반백살에 이 무슨 해괴한 일이 일어나나. 단념하자. 늘어선 높은 바위들 곁에서 폼을 잡고 사진을 찍는다. 더덕과 장뇌삼이 많을 것이라는 팔공산님의 얘기를 들어가며, 경사를 가파르게 오른다.
12:20 능선도달: 146 지점
드디어 능선에 도착했다. 146 지점. 왼쪽은 한티재, 오른쪽은 파계재 방향이다. 동봉이 100지점이란다. 서봉까지는 아직도 4킬로 이상. 여기서 다시 핫브레이크로 힘을 돋워준다. 후하기도 하고 역시 배려 깊다는 인상. 별 간식을 준비 않았던 탓에 핫브레이크는 군침과 힘을 돋운다. 능선이라 시원하고 시야도 탁 트인다. 안동댁 2분이 134 지점에서 기다린다는 연락도 오고. 이제 오늘의 난코스 톱날바위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어렵다며, 아래로 내려가서 우회한다는 회장님 말씀에 즈윽히 안심. 하지만, 좀 내려가더니만, 도전해야 한다고 마음을 바꾼다. 바위를 타야 오늘의 산행 의의가 있다는 말씀. 적절한 장갑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음이 아쉽다. 미끄러운 면장갑만 있을 뿐. 맨손보다는 낫겠지 하며 계속 끼고 있다. 회장님의 시범과 자세한 발위치 지정으로 무난히 돌파한다. 디지털 카메라의 샤트는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절경의 연속. 관악산 팔봉을 통과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더 이상의 뿌듯한 성취감이 솟구친다.
13:25 호화점심
톱날바위를 돌파하고 135지점에서 안동댁 2분, 온실님과 친구분 애지님을 반갑게 만났다. 김밥, 맨밥, 6곡 잡곡밥 등 밥 종류만해도 3가지. 여기에 안동댁이 준비해온 묵은 김치와 명이나물은 그야말로 죽인다는 찬사가 터져 나온다. 명이나물은 울릉도산인데, 한 잎을 먹으면 수명이 50년 연장된다니, 우린 최소 100년에서 150년은 수명이 늘어났다. 묵은 김치를 찢는 과정에서 회장님은 또 총무이신 산사랑님의 구박을 받는다. 총무님이 우아하게 드실려고, 김치 한 잎 잡으면서 회장께 명령하면 회장님은 다른 쪽을 젓가락에 힘주어 잡아당기면서 찢어줘야하는데, 같은 쪽을 잡으면 어찌 찢으질까. 사나이 회장님이 그런 자잔한 일까지 어이 신경쓰겠냐만, 어김없이 터져나오는 총무님 질책. 영웅은 집안에선 도저히 그 영웅성을 인정받지 못한답니다. 회장님 기 죽지 마시고...소주 한병으로 가볍게 목을 축였다. 아쉬워하는 애지님은 주량이 3병이라는데. 오늘 산행에선 짝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3:3.... 복통으로 먼저 하산하신 게스트님의 혜안에 모두 놀랄 뿐. 하지만, 산사랑님은 뭔가 못마땅함을 표시. 지난 번개에선 5:1의 홍일점으로 그 가치를 극대화시켰다는데. 산사랑님의 술 한잔 하사 받기 위해 모두들 난리를 피웠다는데, 이번 번개에선 그저 여러 꽃들의 하나일 뿐.
15:30 드디어 서봉에 오르다
초호화판 정찬으로 빵빵해진 몸을 이끌고 서봉을 향해 다시 진군을 시작한다 (14:20) 난코스도 지났고 목표정상인 서봉도 지척이니 마음의 긴장은 풀어지나보다. 회장님이 굳이 뒤로 빠지신다. 방귀를 처리해야 한다나? 앞에서 저지르면 회원들에게 피해줄까 봐 뒷자리에서 처리하신다니. 이우하하님 부부가 기다리시고 있다. 장장 2시간이나 기다려셨다니 그 의리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하긴, 이 곳 팔공산이란 지명이 신숭겸 등 8의인을 기려 공산에 팔이 추가되었다니, 마침 오늘 번개산행에 나오신 8분이 우연이 아닌 듯 하다. 서봉 정상의 표지석엔 여왕개미들이 난리를 피우고, 8의인은 의기투합 기쁨을 나누고 모습을 영원히 남긴다.
16:00-17:40 하산길
5시간 10분 걸린 생애 최장의 산행 끝에 오른 정상이건만, 하산 길은 역시 아쉽다. 부인사로 향해 수직으로 낙하하듯 재빠르게 움직인다. 아뿔싸, 애지님 개울건너다 미끄러지나, 오히려 바위가 금 가고 파편이 튄다. 혹자는 순간적으로 천둥이 울리고 지진을 느꼈다는데. 정작, 애지님은 바지만 젖었을 뿐 아무 일 없었다니. 두터운 엉덩이 살 덕택에 뼈에는 지장이 전혀 없고 아픔도 느끼지 못하셨다니. 팔공산님 영지 200만평에 들어서니 송이 냄새가 진동한다. 물통이 비워질만하니, 약수터가 보인다. 모두들 한 바가지씩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 물통도 채운다. 물맛도 죽인다. 17:40분 드디어 부인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8시간 20분에 걸친 산행을 마친다. 초가을의 신선한 날씨도 장시간의 산행을 즐겁고 신난 분위기로 이끌었다. 긴 코스 긴 시간이었지만 서로를 격려하며 지친 기색은 없다.
19:00-21:50 뒷풀이
산행에 함께 하지 못하신 광해님께서 보궁에서 저녁을 쏘신다. 8의인을 궁으로 초대하니, 홍보담당이신 상휴님도 함께 하였다. 두 분도 범상하지 않다. 광해님은 오른쪽 귀 한쪽만 귀걸이를 하셨고, 상휴님은 역시 대단한 미남이다. 실세이신 산사랑님의 총애도 각별하다. 술잔 건배하며 오늘의 산행이 자랑스럽다. 회장님은 벌써 빨간 고무 다라이가 되었고, 팔공산님은 주량 2잔을 넘어선지 오래다. 애지님은 고기 물 만난 듯 건배 제의를 남발한다. 안동과 울산으로 운전할 온실님과 나만 그저 입맛을 다실 뿐. 됐나? 됐다하며 당장 이번 주 수요일 번개야간산행이 성사된다. 이 밤에 안동으로 날자는 제안도 무성하다. 내일 월요일 월차로 재낄 수 있다는 둥....연회는 노래방으로 이어진다. 회장님의 망가진 모습이 압권이다. 화면에 두 손 마주하고 등을 보인 채 흐느적 춤이 등장하고, 뒤이어 무릎을 바닥에 깔고 상체를 뒤로 젖히며 마이크를 흔든다. 모두들 멋있다. 나만 사기를 당한 기분이다. 며칠 전 입회등록할 때, 음주가무는 없다고 하였는데. 음주가 없다길래, 차를 가져갔고, 가무를 예상 못했기에 뒷풀이 식사시간에 술을 들지 않았는데. 2차가 100분간이나 이어질 줄 알았으면 좀 마실 수 있었는데. 그러면, 모두들 술 한잔씩 드리고 나도 주시는 술 한잔씩은 다 마실 수 있었는데. 아쉽다.....글재주 없음에도 얻어맞고 살기는 싫어서 글을 올린다. 시간을 들여도 더 좋은 작품은 나오진 않을 것이고, 오로지 적시 타임에 올린다는 신속한 게시에 만족한다. 다하지 못하거나, 생생하게 전하지 못한 숱한 재밌고 숨은 얘기들은 참가분들께서 댓글로 대신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오늘 번개산행에 참석하신 8의인과 광해님, 상휴님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새내기를 맞이 해주신 모든 회원님들께도 이 자리를 빌러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 산행어록 (금일의 번개산행에서 웃어재낀 얘기들)
본부인외 애인을 뜻하는 말: 2공장, 3공장... (안동에선 출장소라고 하기도 한답니다)
엄청 많은 양을 나타내는 경상도말: 천지 삐까리
원샷의 순수 우리말: 밑보지
제일 더러운 다리: 할랑교말랑교
이제 샤워하고 밥먹고 출근할래요....가자!산으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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