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및 소감
30년 이상을 사형수들을 위로하고 친구로 지낸 분의 깊은 삶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이야기들 하나하나에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세월이 지난다고 어른이 되는게 아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이 살인범들 조차 감동시킨게다.
18쪽: 죽음이라는 단어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죽었다고 생각하고 한번 살아봐. 그러면 용서 못 할 일도 없고, 싸울 일도 없고, 속상해할 일도 없어. 하루가 덤으로 오는 보너스 같아. 그래서 매일 고맙지. 물건 살 때 하나 더 주면 기분 좋아지는 것처럼. 나는 사형수들을 떠나보내면서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서 의연해졌어. 돌이켜보면 이별 연습은 사형수들이 나에게 가르쳐주고 간 인생 공부야. 사형수들에게 일러준 대로 나도 가면 되는 거야.
26쪽: 불교 경전인 <<보황 삼매경>>을 보면 이런 말이 나와,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옛 성인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나는 처음에 이 문구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 그래, 내가 살면서 곤란이 없기를 바라고 있으니 이렇게 고통스럽고 불행하구나. 인생이란 늘 해야 하는 숙제를 만나는 과정이구나.
71쪽: 나는 홀로 쓰기로 작정을 했어. 친구들 몰래 나 혼자 남대문시장을 찾아간 거야. 이불 감을 사러 갔지. 그런데 어디서 사야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는 거라. 큰 걱정을 안고 비단가게로 무작정 들어가서는 솔직하게 말했어.
"이불 감을 사려고 하는데 주인 아저씨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시는 것으로 골라주세요. 제가 천에 대해서 잘 모르거든요." 나는 비단장수를 믿기로 했어. 천 장사를 하는 사람보다 누가 더 잘 알겠어.
"이렇게 좋은 물건은 어디 가도 못 삽니다. 20년 넘게 남대문에서 비단가게를 했는데 나를 믿고 골라달라는 손님은 처음이요. 젊은 아가씨가 참 고맙네요."
물건은 좋은 곳으로 잘 골랐으나 다음은 가장 중요한 가격 흥정. 나는 이번에도 솔직하게 이야기했어.
"아저씨, 얼마를 깎아야 친구들이 바가지 안 썼다고 할까요? 아저씨가 알아서 깍아주세요."
아저씨는 피식 웃으면서 말씀하셨어.
"남대문시장에서 이만큼 싸고 품질 좋은 천을 산 사람이 있으면 데리고 오세요."
이불 감을 사서 동네 단골 이불 가게에 들렀더니 자기도 이불 가게 10년, 비단장사 20년을 했는데 정말 좋은 물건을 잘 샀다고 말해주었어. 확실하게 검증을 받은 거지. 검증을 받고 나니 내가 어쩜 그렇게 똑똑해 보이던지.
81쪽: 우리는 돈이 많은 사람을 ‘돈 부자’라고 하지. 친구가 많은 사람을 ‘친구 부자’라고 하고, 돈이 많아도 통장에만 넣어놓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 친구가 많다고 해도 결정적인 순간에 그 친구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때도 있어. 돈이 돈의 역할을 잘 해줄 때 진짜 돈이 좋은 것이지. 친구도 마찬가지. 결정적인 순간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친구가 진짜 친구야.
109쪽: 버리는 것과 보내는 것은 달라. 우리가 알게 모르게 많은 것을 버리면서 살아. 내게 필요없는 것을 버릴 때도 누군가에게 보낸다는 마음으로 내놓으면 부유한 마음이 돼. 지금은 오피스텔이라서 옷을 내놓을 수 없어서 못하고 있어. 옛날에 아파트에서는 투명한 비닐에 옷을 얌전히 넣어 메모를 동봉했지. '이 옷은 얼마 동안 입었고, 드라이크리닝을 이미 해놓았으니 맞는 분은 입으세요.' 내놓고 한 시간 있다 가면 금방 누군가가 가져갔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눠주는 마음으로 내놓아서 그랬던 것 같아.
132쪽: 아직 내 아이가 말도 못 하는 어린아이일지라도 교육시킨다는 명분으로 명령하고 억압할 권리는 없어. 부모는 애들이 홀로서기까지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도우미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나 또한 오래 걸렸어. 아직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절대 나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외치고 싶어. 아이들은 엄마의 훌륭한 말로 크는 것이 아니라 따듯한 가슴으로 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해.
156쪽: 나는 권사님과 서로 돕기로 했어. 권사님은 내가 맡은 사형수를 위해서 기도를 해주기로 하고, 나는 권사님의 사형수 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경제적으로 책임지고 돌봐주기로 했지.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계약을 한 거야. 나는 내 사형수를 위해서 권사님을 기도를 산 거지. 나는 기도를 못하고 권사님은 경제적으로 도와줄 형편이 되지 못하니까 서로 보완을 한 거야. 교회에서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
나는 약속대로 그때부터 11년 동안 사형수의 아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어. 11년간 가장 힘들었던 것은 돈 문제가 아니라 내가 권사님과 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봐, 그 약속이 깨져서 사형수의 아들이 상처를 입을까봐 두려웠어. 다행히도 그 아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갔어. 결혼도 했지.
........
그 약속이 내게는 너무나 큰 짐이라 많이 힘들었어. 그 11년 동안 나는 말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하는지를 공부했지. 약속을 서류로 했거나 말로 했거나 약속은 약속이야. 그리고 약속에는 크거나 작거나 혹은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어....... 어떤 약속이든 약속을 했다는 게 중요한 거야. 지키지 못할 약속이면 애초에 하지도 마. 실 없는 사람 되는 건 순식간이야.
173쪽: 젊은이는 나를 만나자마자 "집사님, 저 예수 믿고 싶습니다" 라고 말해. 스물아홉 나이에 3대 독자. 사기죄로만 다섯 번을 교도소에 들락거렸으니 교도소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 셈이지.
"아서라. 예수 믿으면 얼마나 힘든 줄 아니? 나를 봐라. 오늘같이 좋은 날 친구들은 죄다 설악산으로 놀러갔는데 나는 강의 때문에 못 가고 여기 와 있쟎니. 너는 왜 예수를 믿고 싶은데?"
"............."
"이놈아, 예수 믿겠다고 작정하면 그 순간부터 힘든 길을 가야 해. 예수님이 가셨던 그 길 말이다. 전과사기는 이제 끝내야 하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폭력도 절도도 하면 안되고, 남들이 싫어하는 변기통 옆에서 자겠다고 자진해야 하고, 옆 친구가 영치금 없으면 네 것을 나눠줘야 하고, 목포도 양말도 내의도 나눠야 하고. 그뿐이냐. 교도관에게 대들지 말아야 하고, 출소하면 너를 서운하게 한 사람에게 보복할 생각 같은 건 말아야 하고, 무얼하든 네가 벌어서 너 힘으로 살아야 한다. 이제부터는 부모님께 불효도 끝내야 하고.... 말 들어보니 예수 믿을 맘 안들지? 잘 생각해봐. 그래도 '예수 믿고 살랍니다' 그런 각오가 서면 다음달 강의 올 때 다시 만나자. 예수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번 기도해 봐라."
214쪽: 인간은 아픔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거야. 내가 잠깐 입원했던 암 병동에는 많은 암 환자가 있었는데 성장의 터널을 지나는 모양새가 다 달랐어. 긍정적으로 암을 안고 가는 사람, 의사와 병원을 잘못 선택했다며 골이 나 있는 사람. 이들은 얼굴 색깔부터가 달라. 그러고 보면 아프고 난 뒤 모두 다 성장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아프고 나서도 성장하기는커녕 신세 탓, 환경 탓만 하는 사람도 있지. 선택은 각자의 몫이야.
216쪽: 우리나라에 한때 유서 쓰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어. 긴 유서가 부담스러워 포기했다면 두 줄도 아니고 한 줄로 비문을 써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야. 내 인생 전부를 압축기에 넣고 엑기스를 짜내듯 비문에 새길 한 줄의 글을 써봐. 그것을 매일 읽어본다면 삶의 이정표가 되어 그곳을 향해서 열심히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목적 없이 가는 삶은 힘이 없어.
교보문고 책 소개
작가정보: 양순자

남을 돕는 일에는 계산하지 말고, 누군가 넘어지면 빨리 일으켜줘야 한다’가 신조인 그녀는 누군가가 SOS를 치면 언제든 달려가는 열혈 상담가였다.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탔을 때 그녀 옆자리에 앉기만 해도 그녀의 긍정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만다. 그래서 그녀를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들은 사는 게 우울하거나 위로받고 싶을 때 가장 먼저 그녀를 떠올 린다. 그녀는 2010년 대장암 판정을 받았지만 두 번의 수술 후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행복할 때도 슬플 때도 암세포와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살다가 2014년 7월, 향년 73세로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이 책은 그녀가 죽음의 경계선에서 돌아본 삶의 가치와 자세에 대해 쓴 이야기이다. 몸은 어른인데 아이처럼 칭얼대며, 내 것 챙기기에 바쁜 요즘 사람들에게 뭔가 해줄 만한 말이 없는지를 고민한 흔적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그녀는 타인의 삶을 위로하고, 주변과 기꺼이 나누며, 마음껏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어른으로 행복하게 사는 법이라는 사실 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30년간 사형수 상담가로 봉사한 그녀는 저서로 《인생 9단》, 《인생이 묻는다 내가 답한다》가 있다.
목차
- 추천의 글 : 나이듦의 미덕을 일깨워주고,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하게 만드는 책!
프롤로그 :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다
1장 어른으로 살아볼래?
이별도 연습이 필요하다
삶은 원래 힘들다, 엄살떨지 마라
내 복(福)을 짓는 마음
살아가는 이유는 남이 만들어주지 않는다
내 눈에 안경이면 어때서?
마음을 따라가는 계산법
정상에 오르려고 안달복달하지 마라
어른도 혼자 고물고물 잘 놀아야 예쁘다
휴식1)시간이 지나면 약이 되는 것---아픔이라는 녀석
휴식2)시간이 지나면 독이 되는 것---스트레스라는 놈
2장 사람부자가 옹골진 부자다
결국에 바보가 웃는다
진짜 사랑은 눈으로, 느낌으로
이런 친구 하나 있으면 더 바랄게 있을까
인간보험은 돈으로 못 든다
노는 물이 같아야 편하다
따뜻한 말 한마디, 죽어가는 사람도 일으킨다
휴식3) 기쁨은 나누면 배---마두역 꽃 가게
휴식4) 슬픔은 나누면 반---외로운 남자들
휴식5) 나눔의 원칙-마음으로 보낸다
3장 자식은 부모라는 토양이 중요해
어머니의 가슴을 절대 차면 안 된다
선생님은 누가 지켜주나
지구상에 사랑의 매는 없다
교과서 같은 부모가 되려고 하지 마라
남의 아이에게 상처 주면 내 아이도 함께 다친다
부모를 보면 아이의 앞날이 보인다
휴식6) 빨리 심어주면 좋은 것-삶의 이정표
휴식7) 지긋이 기다려주면 좋은 것-재능
4장 인생차선, 지키면서 살자
좋은 습관도 나쁜 습관도 내가 만든 작품
약속은 지키라고 있다
선의의 거짓말이 있을까?
죄 짓고는 절대 못 산다
죽을 죄를 졌으면 죽어야지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남보다 조금 앞섰다고 뽐내지 마라
휴식8) 잃어버려서 좋은 것---나이
휴식9) 찾아서 잘된 것---감사
5장 마무리가 깔끔하면 머물다간 자리도 아름다워
작은 행복이 소중하다
내 인생의 내신성적은 몇 점?
누구나 운명이 다하면 떠난다
어떤 얼굴로 작별할 것인가?
내 비문에 새겨 놓고 싶은 말
암도 함께 안고 가리라
휴식10)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편지-유서
에필로그 : 지상에서의 마지막 기도
두 분의 선생님께 바치는 편지
추천사
-
나이듦의 미덕을 일깨워주고,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하게 만드는 책!
인생의 경륜을 꼰대처럼 가르지 않고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 시원시원한 입담으로 인생살이의 원칙을 말씀하신다. 안산 동산고등학생 2,000명을 70대 할머니가 울리고 웃게 하시고 떠난 그날의 환희를 우리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말과 행동이 하나인 선생님 같은 어른으로 살고 싶다. -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은 나의 인생 목표를 버리지 않는 한, 이분은 어디 계시든 영원히 내 마음속의 베프(Best Friend)일 것이다. 이 책은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누군가가 SOS를 치면 두려움 없이 달려가는 선생님과 닮았다. 한마디로 ‘인생 상담 119’ 같은 책이다.
- 《어른 공부》는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불안과 욕심 때문에 버둥거리며 살고 있는 저에게 큰 선물과 같은 책입니다. 어머니의 지혜로움을 담은 이 책은 타인의 삶을 위로하고, 마음껏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며 사는 법,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워줍니다.
- 양순자 선생님은 자판기 음료 나오듯이 어떤 문제든 술술 명쾌하게 답해준다. 긍정 전도사인 선생님을 만나면 일주일 동안 활기차게 살 수 있고, 한 달 동안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사는 게 우울하거나 위로받고 싶을 때 읽으면 방전된 삶의 에너지가 충전된다.
- 허위와 가식, 수식이 없어 선생님의 말에는 힘이 있다. 선생님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파악하는 통찰력을 갖고 있다. 그 통찰력에 기초한 조언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듣는 교과서적인 도움말과는 확실히 다르다. 선생님의 조언은 실용적 가치가 가득하고, 듣는 이로 하여금 통찰력을 갖게 해준다.
- 죽음을 향해 집행장으로 가는 사형수들의 아픈 상처를 보듬어 안아준 양순자 선생님. 선생님은 항상 죽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살아서 죽는 연습을, 죽어서도 사는 연습을 하라고 외친다.
- 나이 든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내가 나이 들어 보니 알겠다. 좀 더 일찍 《어른 공부》가 나왔더라면 훨씬 지혜롭게 인생을 살 수 있었을 텐데. 사소한 일상생활 속에, 각자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인생의 해답을 콕콕 짚어내는 선생님의 비결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 누구보다 에너지가 강한 양순자 선생님은 그 에너지를 날마다 완전연소하고, 충전하기를 반복한다. 이 세상에 한번 왔는데 잘 살다가 가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 삶에 충실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잠자리에 누울 때 하루가 뿌듯해질 것이다.
책 속으로
죽음이라는 단어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죽었다고 생각하고 한번 살아봐. 그러면 용서 못 할 일도 없고, 싸울 일도 없고, 속상해할 일도 없어. 하루가 덤으로 오는 보너스 같아. 그래서 매일 고맙지. 물건 살 때 하나 더 주면 기분 좋아지는 것처럼. 나는 사형수들을 떠나보내면서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서 의연해졌어. 돌이켜보면 이별 연습은 사형수들이 나에게 가르쳐주고 간 인생 공부야. 사형수들에게 일러준 대로 나도 가면 되는 거야. -18p, 이별도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는 돈이 많은 사람을 ‘돈 부자’라고 하지. 친구가 많은 사람을 ‘친구 부자’라고 하고, 돈이 많아도 통장에만 넣어놓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 친구가 많다고 해도 결정적인 순간에 그 친구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때도 있어. 돈이 돈의 역할을 잘 해줄 때 진짜 돈이 좋은 것이지. 친구도 마찬가지. 결정적인 순간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친구가 진짜 친구야. -81p, 이런 친구 하나 있으면 더 바랄게 있을까
아직 내 아이가 말도 못 하는 어린아이일지라도 교육시킨다는 명분으로 명령하고 억압할 권리는 없어. 부모는 애들이 홀로서기까지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도우미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나 또한 오래 걸렸어. 아직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절대 나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외치고 싶어. 아이들은 엄마의 훌륭한 말로 크는 것이 아니라 따듯한 가슴으로 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해. -132p, 교과서 같은 부모가 되려고 하지 마라
인간은 아픔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거야. 내가 잠깐 입원했던 암 병동에는 많은 암 환자가 있었는데 성장의 터널을 지나는 모양새가 다 달랐어. 긍정적으로 암을 안고 가는 사람, 의사와 병원을 잘못 선택했다며 골이 나 있는 사람. 이들은 얼굴 색깔부터가 달라. 그러고 보면 아프고 난 뒤 모두 다 성장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아프고 나서도 성장하기는커녕 신세 탓, 환경 탓만 하는 사람도 있지. 선택은 각자의 몫이야. -214p, 어떤 얼굴로 작별할 것인가?
우리나라에 한때 유서 쓰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어. 긴 유서가 부담스러워 포기했다면 두 줄도 아니고 한 줄로 비문을 써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야. 내 인생 전부를 압축기에 넣고 엑기스를 짜내듯 비문에 새길 한 줄의 글을 써봐. 그것을 매일 읽어본다면 삶의 이정표가 되어 그곳을 향해서 열심히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목적 없이 가는 삶은 힘이 없어. -216p, 내 비문에 새겨놓고 싶은 말
출판사 서평
“읽는 것만으로도 성장하는 책!”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다. 나이만 먹지 말고, 하루하루 나아져라!
2012년 출간되어 10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어른 공부》가 독자들의 재출간 요청에 10년 만에 돌아왔다. 10년이 지나도, 아니 100년이 지나도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인생인가?’의 물음은 영원한 숙제이다. 저자는 그 해답으로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다’고 말한다. 마냥 이등병처럼 칭얼대거나 헤매면서 살 수는 없다. 나이가 한 살씩 먹어가면서 상병, 병장으로 인생도 진급해야 하며 그 계급에 어울리게 처신할 것을 당부한다. 병장이 이등병처럼 굴면 얼마나 꼴불견이겠냐면서.
2014년 향년 73세로 세상을 떠난 저자 양순자는 평소 ‘남을 돕는 일에는 계산하지 말고, 누군가 넘어지면 빨리 일으켜줘야 한다’는 신조로 무장하고 누군가의 인생에 빨간불이 켜지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열혈 상담가로 변신한다. 출간 당시 양순자 저자를 인터뷰하러 간 기자들은 인터뷰는 뒷전이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돌아가면서 한결같이 말했다. “교과서 같은 식상한 답이 아닌 순도 100% 경험 속에서 나온 인생 상담에 자기도 모르게 무장해제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면서도 명쾌한 상담을 해준다.
저자는 《어른 공부》를 통해 인생 계급장이 한 단계 두 단계씩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남은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가 만난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인가를 여실히 책에 녹여 넣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살아야겠구나’, ‘이렇게 살지는 말아야지’라는 추임새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손 뜨개질을 하다 보면 한 코 한 코를 잘 뜨다가 어느 순간 한 코를 놓치는 일이 있다. 한참 실을 뜨다가 뒤늦게 한 코가 빠져 있는 걸 발견한다. 작품을 제대로 완성하려면 실을 풀어 코가 빠진 지점까지 되돌아가야 한다. 풀기가 아까워 그대로 가면 불량품이 된다.”
이렇게 말하며 저자는 살면서 때늦은 후회로 통곡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저자는 자신의 비문에 새겨놓고 싶은 말을 정리해보라고 권한다. 자신을 그렇게 살게 하는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세상살이가 힘들다고 버거워하는 독자들이 희망을 갖고 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한다. 견디기 힘든 아픔을 건강하고 당당하게 바꿀 줄 아는 저자의 삶의 자세에서 독자들은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될 것이다.
사형수 교화위원 30년,
사형수들이 일깨워준 삶의 가치들, 그리고 암 선고를 받고 삶의 끝에 와서 알게 된 것들!
30년간 사형수 교화위원으로 활동해온 저자는 자신과 그들의 마지막 후회를 타산지석으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해두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환히 보이게 되었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말은 이미 식상한 단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0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그해 두 번이나 수술을 했는데 수술대에서 깨어난 후 한 번뿐인 인생의 남겨진 시간을 소중하게 쓰기 위해 삶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리고 깨달았다. 삶의 가치들만 제대로 세워두면 나이 먹을수록 인생이 어려워지는 게 아니라 풍요로워지고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삶의 끝에서 진짜 어른 되었다. 저자는 몸은 어른인데 아이처럼 칭얼대며, 내 것 챙기기에 바쁜 요즘 사람들에게 더 늦기 전에 어른으로 행복하게 살기를 권한다. 저자는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하루하루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살다가 2014년 7월 세상을 떠났다. 그녀에게 암은 오히려 인생의 분수령이 되었다.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돌아보았고, 훗날 어떤 얼굴로 기억돼야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기록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른 공부》는 10년 전보다 훨씬 더 깊고 시원하게 다가온다.
저자가 말하는 어른 공부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마음을 따라가는 계산 해보기, 내 눈에 맞는 안경 끼고 살아보기, 돈으로 못 드는 인간보험 들기, 횡재를 바라며 거저 얻으려고 하지 않기, 남보다 조금 앞섰다고 뽐내지 말기, 따듯한 말 한마디로 죽어가는 사람 살려주기…… 등 이 책에서 다루는 소재들은 어쩌면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봄 직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메시지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할 만큼 충분히 공감을 일으킨다. 저자가 직접 경험한 생생한 현실에 뿌리박은 지혜, 세월의 모진 풍파를 견뎌낸 지혜, 땀 냄새가 폴폴 나는 지혜가 고스란히 묻어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론 잘 안 되는 ‘잘 사는 것’에 대해 암 투병, 사형수 등 자칫 암울해지기 쉬운 소재들을 적절한 유머와 긍정의 힘으로 위트 있게 들려준다. 누군가는 위로를 받고, 누군가는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고, 어떤 이는 다시 꿈을 꾸게 되었다.
'지혜 > 독서, 영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칠순날에 (2025.3.8) (5) | 2025.03.11 |
---|---|
허송세월: 김훈 (2025.2.11) (1) | 2025.02.11 |
작별인사: 김영하 (2025.2.7) (0) | 2025.02.07 |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2025.2.4) (0) | 2025.02.04 |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마치다 소노코 (2025.2.4) (0) | 2025.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