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용 및 소감
프롤로그
* 모지: 일본에서 처음으로 바나나를 들여온 곳
- 미팅이라도 나가는 건가 싶을 정도로 한껏 멋을 낸 여성들이 무리 지어서, 모두 카운터 안쪽의 한 남성에게 열광하고 있었다. 아마도 남성은 편의점 직원인 듯했다. 파스텔 톤 핑크와 옅은 갈색이 어우러진 유니폼을 갖춰 입은 것을 보니 틀림없다. 하지만 그는 편의점 직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미남이었고, 섹시함이라 불러 마땅한 무언가를 마구 뿜어 대고 있었다. 영화 촬영이라도 하는 건가? 기타큐슈가 촬영지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기는 한데, 아무리 둘러봐도 촬영 팀은 보이지 않는다.
당신의, 그리고 나의 편의점

- "저는 늘 도와 달라는 신호를 무시해요."
"도와 달라는 신호" => 우라타 씨가 두통이 심하다는 말을 듣고 인식하지 못했음. 결국 지주막하 출혈로 긴급 병원 이송.
- 시바는 다정한 말투로 “사람의 속마음은 원래 알기가 어렵잖아” 하고 말했다.
“표정이나 말투만으로 판단하면 큰 착각을 하게 되지. 그럼 대체 뭘로 판단하나 싶겠지만, 내 생각에는 행동 아닐까 싶어. 우라타 씨는 정말로 우리 가게에 오는 게 즐거우셨을 거야. 그도 그럴 게, 매일 제일 먼저 오셨잖아. 노미야한테 이런저런 뾰족한 말을 했던 것도 분명 우라타 씨 나름의 응원이었을 거야.”
노미야가 묘하게 얼굴을 찡그렸다.
“아,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우라타 씨 생명에도 지장 없고, 회복하면 곧 말씀도 하실 수 있을 것 같거든.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한번 해 봐도 좋지 않을까?”
어때? 시바가 미소를 머금은 채 테이블 위에 놓인 노미야의 깍지 낀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후회할 일이 생겼더라도 아직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어. 괜찮아.”
- "이 가게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면서, 레슬링을 그만두고 나서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만 여겼는데 손님들이 하루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이대로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었대요."
=> "그 애 말을 듣고 최선을 다해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누군가의 인생에 단 한 조각만큼의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이니까요."
희망의 편의점 커피
* 레토르트 식품: 이미 조리한 식품을 플라스틱제의 봉지에 넣어 밀봉한 뒤 고압 가열 살균솥(retort)에 넣어 105~120°C 정도의 온도에서 가열하여 멸균시킨 뒤 급속 냉각시켜 만들어진 보존식품. 가정 간편식(HMR)의 일종이다. 영어권에선 retort pouch 혹은 retortable pouch라고 한다. 이 retort의 발음은 미국식으론 rɪˈtɔːrt이고 영국식으론 rɪˈtɔːt이다. 영국은 아예 r발음이 묵음이다. 미국 발음엔 r이 살아 있지만 한국어로 옮길 때 보통 이를 묵음 처리하기 때문에 '리토트'가 된다. 한국에선 retort를 '레토르트'라고 부르고 표기하는데, 이는 일본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영어가 아닌 네덜란드어를 기준으로 retort를 받아들여 레토르트(レトルト)로 정했는데 이런 관행이 한국에 그대로 이식되었다. 그리고 일본에선 흔히 줄여서 레토르트라고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한국처럼 레토르트 식품(レトルト食品)이다.
먹을 때는 봉지 채로 끓는 물에 몇 분 정도 데우거나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다. 이론상 레토르트 파우치 내의 세균 수는 0에 가깝기 때문에 수 년이 지나도 부패하지 않는다. 이 점은 통조림도 마찬가지.
- 나름대로 강사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한쪽 발만 담근 채 아이들을 상대하는 일을 우습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을 아이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 오늘 일어난 모든 일은 이제 적당히 하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암시일지 모른다. 꿈(만화가)을 버릴 때가 됐다. 어쩌면 이미 늦었다는 의미의 경고. 요시로는 휴대폰 화면을 끈 후 작은 한숨을 흘렸다. 이뤄지지도 않은 꿈을 좇느라 현실에 소홀했던 아저씨. 수중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한심한 남자.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것이 지금의 자신이었다.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 하카타에 사는 만화가의 어시스턴트로 들어가게 된 모기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하는 요시로에게 태연하게 말했다.
"실력 차라고 할까, 처한 상황이 너무 다른 녀석한테 상담해 봤자 쓸만한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게다가 너도 이제 힘들지 않아? 내 레벨에 맞춰 얘기 들어주느라 늘 무리했잖아."
- "꾸준히 하는 게 재능이라고들 하던데."
"성공한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잖아? 무슨 일이든 계속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그 나이까지 아무 보상도 없이 꾸준히 했다는 것만으로 재능 아닌가?"
- 시바가 말했다. 그러자 사치카 커피의 마스터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단다. 이 나이에 좋아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제안을 받은 이상,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맛을 개발하겠다고.
요시로는 손에 든 컵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마스터는 이미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다. 몸도 가늘고, 지난번에 들렀을 때는 다니는 병원이 많아졌다며 어깨를 움츠리고 있었다. 그런 노인이 이런 모험을 하다니, 그게 가능하다니.
=> 요시로의 손에 들린 컵은 어느새 비어 있었다. 그 컵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과연 나는 이 정도까지 부딪혀 봤는가. 지금 맛본 이 커피가 지닌 훌륭함의 십분의 일이라도 작품을 통해 표현해왔는가. 그것조차 해내지 못한 주제에, 모든 것을 어중간하게 해놓고 대단한 상처를 받은 양 다시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 희한한 형제와 함께 밤 깊은 모지의 거리를 나선다. 기분 좋게 시원한 바닷바람이 살포시 스쳐 간다. 익숙한, 그러나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는 거리에 녹아들며 요시로는 오랜만에 소리 내 웃었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환한 빛을 쏟아내는 텐더니스가 눈에 들어왔다. 저 커피는 분명 나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어디에 있든, 텐더니스에 가면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기분이 조금 좋아진 요시로가 바람에 펄럭이는 배너를 보고 살짝 목례를 건넸다
멜랑콜리 딸기 파르페
- 그런데도 아즈사는 몇 번이고 자신에게 되물었다. 도대체 왜, 가나코의 말에 욱하고 만 것일까. 도대체 왜, 선생님에게 가는 미즈키를 말리지 않았을까.나는 기리야마 선생님, 꽤 괜찮은 것 같은데. 이렇게 말했다면 뭔가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 상자를 열고 손짓하자 나유타가 옆자리에 와서 앉았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 아즈사가 에클레어 상자를 내밀며 웃었다. 나유타는 “고마워” 하고 작게 말하고는 에클레어를 집어 들었다. 한입 먹어 보더니 “역시 달긴 달다… 그래도, 맛있어”라며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피곤할 때는 단 걸 먹는 게 좋대. 왠지 조금 지쳐 보여서.”
나유타가 눈을 살짝 크게 뜨더니 “그래?”라고 묻는다. 아즈사도 에클레어를 베어 먹으며 “눈 밑이 약간 꺼진 게, 피곤해 보이길래. 우리 엄마도 힘들면 눈부터 티가 나더라고” 하고 답했다.
“흐음, 그런 줄 몰랐네.”
나유타가 중얼거렸다. 말투와 표정에서 긴장감이 사라지자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생각해 보니 요즘의 나유타는 늘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물론 날카로운 반 분위기도 한몫했겠지만, 더 결정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싶지만, 당연히 알려 주지 않겠지. 아즈사는 질문 대신 에클레어를 하나 더 건넸다.
=> "이제, 한숨 돌리기 끝" (부친의 암말기 투병을 간호중)
=> "한숨 돌리지 않으면 버거울 정도로 힘든 상황인 거지? 그래도 너무 무리는 하지마."
- "아즈사가 내 사정을 캐묻지 않고 함께 있어 줘서. 달콤한 디저트를 같이 먹어 줘서. 그게 나한테 힘을 주는 유일한 시간이었어. 덕분에 후회 없이 아빠를 보내줄 수 있었어. 고마워...."
=> " 나도 고마워. 나유타 덕분에 강해질 수 있었어. 나 최선을 다하고 있어. 그날 이후로 계속 힘내서 열심히 지내고 있어."
꼰대 할아버지와 달걀죽
- 아마, 모르고 있을 것이다. 직장에 다니고 돈을 벌지 않으면 아이를 키울 수 없다. 아이들에게 열심히 일하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생각에 빠져 살다 보면 아이의 생각까지 헤아릴 여유가 없다. 자신의 삶이 그랬다.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 생활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믿었다. 일보다 아이의 운동회를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 우리,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이를 먹었잖아. 그래서 마지막을 보낼 집을 찾아서 여기로 온거고. 당신도 이제 인생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 나미에(절친)가 세상을 뜬 다음부터 죽음이 아주 가깝게 느껴지더라. 지금은 딱히 아픈 데가 없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그래서 나미에 처럼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보기로 했어. 지금까지 하고 싶었지만 못한 일들 말이야.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 돈도 직접 벌어보고, 회식에도 가보고, 동료들이랑 직장 욕도 해보고 싶었어.
- 그 얘기를 듣고 생각했어. 당신이랑 좀 더 대화를 나누고 둘이서..... 둘이 같이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나혼자서 원하는 것들을 해봤자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 같더라.
- “인스턴트 죽에 편의점에서 파는 달걀찜을 섞었거든. 이런 걸 요즘 말로 꿀조합이라고 한다던데.”
뚝배기에 인스턴트 죽과 달걀찜을 넣고 섞어 뭉근히 끓인 음식이었다. 마무리 단계에서 색감을 살리기 위해 편의점에 서 사 온 잘게 썬 파를 얹었다.
“전자레인지로도 만들 수 있어요. 아빠가 아플 때는 제가 전자레인지용 냄비로 만들거든요!”
히카루가 자신만만하게 말하기에 한번 만들어 본 것인데 제법 맛이 있다.
“우습게 봤는데, 편의점이란 거 생각보다 편리하네.”
죽을 먹던 다키지가 진지하게 말했다.
“점장이 ‘저는 항상 여기에 있을 테니까요’라고 말해 주니까 왠지 기쁘더라고.”
그곳에 가면 사람이 있다. 도움을 주는 누군가가 있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안심이 되었던가.
당신이 그렇게 말해 주니까 좋다. 시바 점장 정말 괜찮은 사람이거든. 아, 이제 알겠다. 이 죽 만드는 방법 그 사람한테 물어봤구나? 시바 점장은 이런 레시피 잘 알 거 같아.
준코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 “내 손자가 알려 줬어” 하고 답했다.
- 아빠가 같이 갈 수 있으면 제일 좋지. 아무쪼록 운동회 즐겁게 다녀와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으려는 다키지에게 아키히로가 운동에 꼭 와달라는 부탁을 했다. 히카루가 어르신이랑 이인삼각 우승하겠다고 엄청 들떠있거든요. 꼭 와 주세야 해요.
사랑과 연애, 그리고 어드벤트 캘린더 쿠키
- 찬물이 담긴 컵을 입에 가져다대며 미스미가 말을 이었다. 채워지지 못한 불쌍한 사람이 무턱대고 갈구하다 바람을 피우고 불륜을 저지르는 거야.
- 나는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일을 포기하지 않고, 심지어 즐겁게 계속하고 있는 거잖아. 거기다가 좋은 평가까지 받고 있고. 엄마 작품에 달린 댓글 읽어 본 적 있어? 다음편이 기대된다, 늘 기다리고 있다라는 내용이 엄청 많아. 자신이 그린 만화를 누군가가 지지해준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야. 기적에 가까운 일이지.
-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건 의외로 쉽지 않아.”
야스오가 말했다. 주변을 한번 둘러봐.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사는 사람들은 사실, 놀라울 정도로 적어. 우선 기회를 얻는 것부터가 어렵지.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상황에 놓이는 것도 좀처럼 쉽지 않고. 재능도 어느 정도는 필요해. 안 되겠다, 더 이상은 못 해, 하고 좌절하면 거기서 끝이니까.
고세는 자신의 손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농구를 그만둔 후 손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렇게까지 미쳐 있었는데, 재능이 없다며 다 내팽개쳐 버렸다. 부모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은, 꾸준히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때, 나도 한동안 낚시를 쉬겠다고 했더니 엄마가 당신까지 그럴 필요 없다고 하더라. 그 대신 언젠가 다시 만화를 그릴 때 아무 말 말고 응원해 달라고.”
좋아하는 일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게 해 주는 아내랑 살다니, 내가 참 복이 많아. 이렇게 말하면서 야스오는 가자미의 절반을 냄비에 넣었다. 육수와 조림에 쓸 간장 양념이 보글보글 끓자 맛있는 냄새가 퍼졌다. 그 냄새를 맡으며 고세가 미쓰리를 바라본다.
- "나중에야 치코(키우던 개)가 죽었을 때 찍은 사진이라는 걸 알았어. 난 공포를 느낀 건 치코가 아니라 고제키였다고 생각해. 태어났을 때부터 늘 함께 하면서 자신을 믿어주고 올곧은 눈으로 봐주던 존재가 세상에서 없어진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했을 거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든 남겨두고 싶어서 셔터를 누른 걸 거야. 고제키는, 분명."
고세는 밀크티를 마시며 "그래서 냉정하다는 말에 화가 난 건 아닐까?" 라고 덧붙였다.
- "지코 사진이 공개되니까 여기저기서 냉정하다는 얘기를 하더라. 점점 모르겠더라고. 소중한 존재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을 뷰파인더 너머로 보고 있던 나라는 인간이 뭔가 잘못된 것 같기도 하고. 나 좋자고 셔터를 누른 게 치코를 슬프게 한 건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들고. 그래서 카메라를 더 이상 들지 않게 된 거야."
처음으로 들은 고제키의 고백이었다.
크리스마스 광상곡
- mon cheri =>몽 셰리. 내 사랑스러운 사람
- “무엇이든 맨, 불러 주세요.”
가냘픈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여자아이가 얼굴을 살짝 들고 있었다.
“쓰기는, 있을 거예요….”
“쓰기? 쓰기 씨를 알아? 어떻게….”
“저… 동생이에요.”
동생. 미쓰리는 머릿속에서 여자아이의 말을 곱씹어 본다. 동생, 동생… 친동생! 친동생?
꺄악, 하고 소리를 지르지 않은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미쓰리는 생각했다. 설마 이 미소녀가 시바 형제의 여동생이라고?
“아, 그, 그럼 혹시 이름이 주에루?”
전에 들었던 적 있는 이름을 말하자 여자아이, 그러니까 주에루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오빠들이 제 얘기를 한 적이 있나 보네요.”
헤에, 하고 웃는 얼굴은 오빠 둘 중 누구와도 닮지 않았지만, 남매라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누가 봐도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미모였다. 두 사람의 여동생이라면 이런 외모를 가진 것도 이해가 간다.
세상에. 그럼 나머지 형제들은 대체 어떤 생물일까. 미쓰리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꾹 눌렀다.
- "물론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는 핑계로 너무 막연하게 사는 건 곤란하겠지. 꿈은 둘째 치더라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 자립은 해야 하니까. 하지만 나는 그 애가 언젠가 좋아하는 일을 발견할 거라 믿어."
에필로그
- 야간 근무가 끝날 무렵, 그 잠시의 시간을 좋아한다. 포근하면서도 힘찬 아침 햇살이 건물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며 하늘이 자줏빛으로 물들기 시작할 즈음. 편의점 안에서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하루의 끝과 새로운 하루의 사이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루의 틈새에 있는 손님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이제부터 잠자리에 들 사람도,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도, 밤에서 빠져나온 이들의 표정은 어딘가 부드럽고 연약하다. 몸을 감싸고 있는 껍데기 속 깊은 곳의 폭신하고 귀한 부분이 보일 듯 말 듯하다.
“고생 많으셨어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어서 오세요.”

교보문고 책 소개
오늘도 변함없이 불을 밝히고 손님을 맞는 이곳에서
서로 다른 각자가 함께 행복해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점대상 수상 작가의 최고 인기 시리즈
★영상화 요청 쇄도
★일본 판매 20만 부 돌파
현재 왕성한 집필 활동으로 주목받는 마치다 소노코 작가의 연작 소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친근하고 일상적인 장소인 편의점을 무대로 나이, 성별, 취향, 사연, 그리고 편의점을 찾는 목적까지 제각각인 손님들과 어딘지 모르게 미스터리한 직원들이 펼치는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본 현지 출간 당시 “이 가상의 편의점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당장 영화나 드라마로 보고 싶다”라는 독자들의 호평이 쏟아진 작품으로 그 인기에 힘입어 2권이 출간되었고 곧 3권도 출간 예정이다.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과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에피소드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이웃끼리의 깊고 따뜻한 정서적 유대감과 타인의 고민을 함께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상냥한 연대감이다. 읽고 나면 반드시 행복한 기분에 빠지게 될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이 오늘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당신의 방문을 기다린다.
저자(글) 마치다 소노코
町田そのこ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인물들로부터 훈훈한 감동을 이끌어 내는 글쓰기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작가. 학창 시절부터 소설을 습작하는 등 꾸준히 글을 썼으나 부모의 권유로 미용 전문학교를 졸업, 이후 미용사 등 여러 직업을 거치다 결혼 후 아이를 키우던 스물여덟 살에 다시 펜을 들었다. 2016년 《카메룬의 푸른 물고기カメルーンの青い魚》로 신초샤가 주관하는 제15회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R-18 문학상’ 대상을 받았고, 이듬해 이 작품을 포함한 《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 그래미夜空に泳ぐチョコレートグラミ》라는 제목의 첫 단행본을 출간했다. 2021년에는 첫 장편소설 《52헤르츠 고래들》로 서점대상을 수상해 평단의 인정을 받으며 인기 작가로 발돋움했다. 이후 발표한 작품으로는 《우쓰쿠시가오카의 불행한 집うつくしが丘の不幸の家》, 《별을 길어 올리다星を掬う》,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2》, 《당신은 여기에 없어도あなたはここにいなくとも》 등이 있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은 기타큐슈 모지항이라는 실제 바닷가 지역에 있는 가상의 편의점이 무대가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로, 유머러스한 문장과 독특한 인물 설정, 이상적인 주제의식까지 작품 전반에 마치다 소노코 작가만이 그려낼 수 있는 따뜻한 휴머니즘이 진하게 녹아 있다. 1권의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2권이 출간되었으며, 시리즈로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목차
- 프롤로그
제1화 당신의, 그리고 나의 편의점
제2화 희망의 편의점 커피
제3화 멜랑콜리 딸기 파르페
제4화 꼰대 할아버지와 부드러운 달걀죽
제5화 사랑과 연애, 그리고 어드벤트 캘린더 쿠키
제6화 크리스마스 광상곡
에필로그
책 속으로
미팅이라도 나가는 건가 싶을 정도로 한껏 멋을 낸 여성들이 무리 지어서, 모두 카운터 안쪽의 한 남성에게 열광하고 있었다. 아마도 남성은 편의점 직원인 듯했다. 파스텔 톤 핑크와 옅은 갈색이 어우러진 유니폼을 갖춰 입은 것을 보니 틀림없다. 하지만 그는 편의점 직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미남이었고, 섹시함이라 불러 마땅한 무언가를 마구 뿜어 대고 있었다. 영화 촬영이라도 하는 건가? 기타큐슈가 촬영지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기는 한데, 아무리 둘러봐도 촬영 팀은 보이지 않는다.
-〈프롤로그〉
시바는 다정한 말투로 “사람의 속마음은 원래 알기가 어렵잖아” 하고 말했다.
“표정이나 말투만으로 판단하면 큰 착각을 하게 되지. 그럼 대체 뭘로 판단하나 싶겠지만, 내 생각에는 행동 아닐까 싶어. 우라타 씨는 정말로 우리 가게에 오는 게 즐거우셨을 거야. 그도 그럴 게, 매일 제일 먼저 오셨잖아. 노미야한테 이런저런 뾰족한 말을 했던 것도 분명 우라타 씨 나름의 응원이었을 거야.”
노미야가 묘하게 얼굴을 찡그렸다.
“아,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우라타 씨 생명에도 지장 없고, 회복하면 곧 말씀도 하실 수 있을 것 같거든.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한번 해 봐도 좋지 않을까?”
어때? 시바가 미소를 머금은 채 테이블 위에 놓인 노미야의 깍지 낀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후회할 일이 생겼더라도 아직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어. 괜찮아.” -〈당신의, 그리고 나의 편의점〉
희한한 형제와 함께 밤 깊은 모지의 거리를 나선다. 기분 좋게 시원한 바닷바람이 살포시 스쳐 간다. 익숙한, 그러나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는 거리에 녹아들며 요시로는 오랜만에 소리 내 웃었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환한 빛을 쏟아내는 텐더니스가 눈에 들어왔다. 저 커피는 분명 나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어디에 있든, 텐더니스에 가면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기분이 조금 좋아진 요시로가 바람에 펄럭이는 배너를 보고 살짝 목례를 건넸다.
-〈희망의 편의점 커피〉
상자를 열고 손짓하자 나유타가 옆자리에 와서 앉았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 아즈사가 에클레어 상자를 내밀며 웃었다. 나유타는 “고마워” 하고 작게 말하고는 에클레어를 집어 들었다. 한입 먹어 보더니 “역시 달긴 달다… 그래도, 맛있어”라며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피곤할 때는 단 걸 먹는 게 좋대. 왠지 조금 지쳐 보여서.”
나유타가 눈을 살짝 크게 뜨더니 “그래?”라고 묻는다. 아즈사도 에클레어를 베어 먹으며 “눈 밑이 약간 꺼진 게, 피곤해 보이길래. 우리 엄마도 힘들면 눈부터 티가 나더라고” 하고 답했다.
“흐음, 그런 줄 몰랐네.”
나유타가 중얼거렸다. 말투와 표정에서 긴장감이 사라지자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생각해 보니 요즘의 나유타는 늘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물론 날카로운 반 분위기도 한몫했겠지만, 더 결정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싶지만, 당연히 알려 주지 않겠지. 아즈사는 질문 대신 에클레어를 하나 더 건넸다.
-〈멜랑콜리 딸기 파르페〉
“인스턴트 죽에 편의점에서 파는 달걀찜을 섞었거든. 이런 걸 요즘 말로 꿀조합이라고 한다던데.”
뚝배기에 인스턴트 죽과 달걀찜을 넣고 섞어 뭉근히 끓인 음식이었다. 마무리 단계에서 색감을 살리기 위해 편의점에 서 사 온 잘게 썬 파를 얹었다.
“전자레인지로도 만들 수 있어요. 아빠가 아플 때는 제가 전자레인지용 냄비로 만들거든요!”
히카루가 자신만만하게 말하기에 한번 만들어 본 것인데 제법 맛이 있다.
“우습게 봤는데, 편의점이란 거 생각보다 편리하네.”
죽을 먹던 다키지가 진지하게 말했다.
“점장이 ‘저는 항상 여기에 있을 테니까요’라고 말해 주니까 왠지 기쁘더라고.”
그곳에 가면 사람이 있다. 도움을 주는 누군가가 있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안심이 되었던가.
당신이 그렇게 말해 주니까 좋다. 시바 점장 정말 괜찮은 사람이거든. 아, 이제 알겠다. 이 죽 만드는 방법 그 사람한테 물어봤구나? 시바 점장은 이런 레시피 잘 알 거 같아.
준코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 “내 손자가 알려 줬어” 하고 답했다.
-〈꼰대 할아버지와 달걀죽〉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건 의외로 쉽지 않아.”
야스오가 말했다. 주변을 한번 둘러봐.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사는 사람들은 사실, 놀라울 정도로 적어. 우선 기회를 얻는 것부터가 어렵지.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상황에 놓이는 것도 좀처럼 쉽지 않고. 재능도 어느 정도는 필요해. 안 되겠다, 더 이상은 못 해, 하고 좌절하면 거기서 끝이니까.
고세는 자신의 손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농구를 그만둔 후 손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렇게까지 미쳐 있었는데, 재능이 없다며 다 내팽개쳐 버렸다. 부모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은, 꾸준히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때, 나도 한동안 낚시를 쉬겠다고 했더니 엄마가 당신까지 그럴 필요 없다고 하더라. 그 대신 언젠가 다시 만화를 그릴 때 아무 말 말고 응원해 달라고.”
좋아하는 일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게 해 주는 아내랑 살다니, 내가 참 복이 많아. 이렇게 말하면서 야스오는 가자미의 절반을 냄비에 넣었다. 육수와 조림에 쓸 간장 양념이 보글보글 끓자 맛있는 냄새가 퍼졌다. 그 냄새를 맡으며 고세가 미쓰리를 바라본다.
-〈사랑과 연애, 그리고 어드벤트 캘린더 쿠키〉
“무엇이든 맨, 불러 주세요.”
가냘픈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여자아이가 얼굴을 살짝 들고 있었다.
“쓰기는, 있을 거예요….”
“쓰기? 쓰기 씨를 알아? 어떻게….”
“저… 동생이에요.”
동생. 미쓰리는 머릿속에서 여자아이의 말을 곱씹어 본다. 동생, 동생… 친동생! 친동생?
꺄악, 하고 소리를 지르지 않은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미쓰리는 생각했다. 설마 이 미소녀가 시바 형제의 여동생이라고?
“아, 그, 그럼 혹시 이름이 주에루?”
전에 들었던 적 있는 이름을 말하자 여자아이, 그러니까 주에루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오빠들이 제 얘기를 한 적이 있나 보네요.”
헤에, 하고 웃는 얼굴은 오빠 둘 중 누구와도 닮지 않았지만, 남매라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누가 봐도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미모였다. 두 사람의 여동생이라면 이런 외모를 가진 것도 이해가 간다.
세상에. 그럼 나머지 형제들은 대체 어떤 생물일까. 미쓰리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꾹 눌렀다.
-〈크리스마스 광상곡〉
야간 근무가 끝날 무렵, 그 잠시의 시간을 좋아한다. 포근하면서도 힘찬 아침 햇살이 건물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며 하늘이 자줏빛으로 물들기 시작할 즈음. 편의점 안에서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하루의 끝과 새로운 하루의 사이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루의 틈새에 있는 손님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이제부터 잠자리에 들 사람도,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도, 밤에서 빠져나온 이들의 표정은 어딘가 부드럽고 연약하다. 몸을 감싸고 있는 껍데기 속 깊은 곳의 폭신하고 귀한 부분이 보일 듯 말 듯하다.
“고생 많으셨어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어서 오세요.”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누군가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야”
서로 다른 각자가 함께 행복해지는 이야기
부드러운 오르골 소리와 함께 텐더니스 편의점 안으로 들어선 당신. 필요한 물건을 집어 들고 계산을 하려는데 계산대의 점원이 묘한 기운을 내뿜는다. “양쪽 크기가 다른 쌍꺼풀 속 눈동자와 지나치게 육감적인 입술이 언밸런스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 절묘한 위화감과 여인의 춤처럼 부드럽게 변하는 표정이 다소 섬뜩할 정도의 섹시함을 풍기며, 누르기만 하면 페로몬의 샘물이 솟구칠 것만 같은 남자”(28~29p), 바로 점장 시바 미쓰히코다. 계산을 마치고 돌아서서 나오는 당신의 귓가에 “또 찾아 주세요”라는 달콤한 목소리가 울리고 그의 미소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도 어느새 텐더니스 편의점의 매력과 시바 점장의 마성에 사로잡힌 것. 그리고 그렇다면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의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어내려가는 건 시간문제다.
장별로 다른 테마와 인물이 등장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로, 가볍고 유쾌하게 읽히는 문장 사이사이 감성을 진하게 건드리는 장면들을 만날 수 있는 이 작품은 각 에피소드의 중심인물이 다른 에피소드의 주변 인물로 등장해 인물들을 연결시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설정이 돋보이는 한편 에피소드마다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편의점 음식을 만나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더불어 편의점이라는 장소의 장점을 살려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마음을 진지하되 심각하지는 않게 다루면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소홀해지기 쉬운 꿈과 가족애, 우정, 사랑 등 소중한 주제를 되새기게 한다.
“곤란한 일은 뭐든 처리해 드립니다”
있을 것 같지만 없는, 없을 것 같지만 있는
친숙한 장소와 친근한 사람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의 가장 큰 매력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이다. 마치다 소노코는 우리 주변의 인물들에게 숨을 불어넣어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탄생시키는 데 천부적인 소질을 지닌 작가로, 그 놀라운 능력은 이 작품에서도 거침없이 발휘된다. 꽃미남 시바 점장은 가장 핵심인 인물로 다분히 만화적인 캐릭터긴 하지만 제대로 알고 나면 외모로만 그를 평하는 게 미안할 만큼 성실하고 올바른 태도를 지녔다.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무뚝뚝한 인상의 ‘무엇이든 맨’ 쓰기는 묘한 카리스마를 풍기며 주변 사람들의 문제를 척척 해결해 나간다. 파트타임 직원인 미쓰리 역시 편의점 근무와 집안일을 병행하는 평범한 주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페로몬 점장의 발칙한 하루’라는 제목의 만화를 몰래 연재 중인 만화가로 손님들에게 친절하고 포용력이 넓은 인물이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여동생 역시 엄청난 외모의 미소녀다. 이러한 인물 설정은 지극히 일상적인 편의점을 배경으로 삼았음에도 판타지적인 느낌을 주는 요소이며, 독자들이 저마다 이상적인 모습의 인간상을 그리며 작품을 읽도록 상상력을 부추긴다.
이밖에도 편의점을 드나드는 단골손님, 부녀회 회원들, 편의점 건물의 위층에 사는 입주민들, 아르바이트생들과 그들의 친구까지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각자의 사연과 이야기를 감추고 있는데, 마치다 소노코 작가는 누구 하나 소홀하지 않은 방식으로 모두에게 캐릭터와 이야기를 부여하고 그것을 대단히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독자에게 전달한다. 그 과정에서 전해지는 작가만의 따뜻한 휴머니즘은 우리가 세상을 좀 더 온화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럼으로써 다소 기분이 가라앉은 날에도 누군가의 상냥한 인사 한마디에 반짝 힘이 나기도 하고, 나의 다정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행복한 기운을 전달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곳을 찾아 준 당신에게, 가장 큰 사랑을 담아”
마치다 소노코가 전하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삶의 가치
〈꼰대 할아버지와 달걀죽〉 에피소드에서는 편의점을 썩 달가워하지 않던 은퇴한 노인 다키지가 급하게 간병 용품을 사는 장면이 나온다. 필요한 것을 모두 편의점에서 발견한 다키지는 계산하면서 “무슨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제가 항상 여기에 있을 테니까요”라고 말하는 점장의 상냥한 말에 위안을 얻는다. 언제든 불을 밝히고 누구든 가리지 않고 손님을 받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기댈 곳 없는 사람에게 얼마나 든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순간이다.
이렇듯 텐더니스 편의점과 이곳 사람들은 아픈 아버지를 돌보다 잠깐 머리를 식히러 오는 여중생의 ‘한숨 돌리기’ 장소와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고(3화 멜랑콜리 딸기 파르페), 사랑과 연애에 냉소적인 남자 고등학생이 학교 친구이자 아르바이트생을 상대로 묘한 감정의 변화를 겪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하며(5화 사랑과 연애, 그리고 어드벤트 캘린더 쿠키), 시바 점장과 쓰기의 새로운 가족이 등장하면서 직원 미쓰리의 더더욱 풍성한 아이디어 창고가 되어주기도 한다(6화 크리스마스 광상곡). 플롯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관계’를 키워드를 펼쳐지는 여섯 에피소드 모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감, 타인을 가만히 살피고 옆에 머물러주는 배려심, 조용한 응원 같은 긍정적인 교류의 중요성을 전한다. 전체적인 분위기 또한 한밤중에 반짝반짝 불빛이 빛나는 편의점을 보면 왠지 안심이 되는 그 아늑함과 친근함을 닮은 작품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은 올해 우리가 만나는 가장 따뜻한 소설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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