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둘레길/수도권 둘레길

장맛비 속의 맨발걷기 (2024.7.18)

클리오56 2024. 7. 18. 09:59

일자: 2024.7.18 맨발걷기
코스: 민백초교 운동장 순환
소요시간: 1시간 17분 ( 휴식시간 0)
총거리: 6.2km

 
5월초부터 시작한 맨발걷기가 이제 80여일째,
하지만 오늘처럼 폭우가 쏟아지는 날의 맨발걷기는 처음이다.
작은 빗속에서의 두세차례 경험으로는 빗속 걷기가 신비로울 듯했다.
하여 장미기간 중 새벽에 비오는 날을 기대했지만 그런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새벽 4시에 대단한 폭우로 인하여 베란다의 물 떨어지는 소리가 아주 요란했다.
그런만큼 나의 기대는 오히려 더욱 커졌고 5시반쯤 일어나 새벽 맨발걷기를 준비하였다.


바깥에 나가자 잠시 비는 소강상태인지 약하게 비를 뿌렸다.
오늘같은 날 학교 문을 열어 운동장을 개방할까, 다른 사람들이 있기는 할까? 그런 생각들.
다행스럽게도 운동장은 개방되어 있고 우산을 쓰고 걷는 매니아 한분이 보였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소프트한 촉감들
아마도 모래알갱이가 빗물을 머금으면서 알갱이의 틈새를 채우기 때문이 아닐까.  
비는 장댓비로 바뀌면서 촉감과 비례하여 감성도 솟아오르는 듯하다.
오늘 듣고 있는 동영상은 김영하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 중 마지막 장을 저자가 낭독하는 것이다.
강연장에서의 울림현상에 추가하여 더 세어진 빗소리로 듣기가 쉽지않은 지경이 되었다. 

세찬 빗소리는 인간을 자유스럽게 만들어가는 듯하다.
소설과 영화 '차타레 부인의 사랑'에서 차타레 부인은 우중에서 나신으로 뛰어들며
연인인 하인 멜러스 역시 그녀의 뒤를 따르는 장면이 떠오른다.  

나도 빗소리를 녹음해보았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하면서 가끔 소리를 녹음한다고~
평소라면 4km, 50분 정도 맨발걷기를 하는데 오늘은 6km, 1시간 17분을 기록하였다. 
귀한 시간을 비와 함께 보냈다. 맨발걷기 시작한 이래 가장 황홀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