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독서, 영상

부활: 톨스토이 (2022.6.16)

클리오56 2022. 6. 16. 23:51

내용 및 소감

- 6월초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을 읽은데 이어 이번에도 러시아 작품으로 톨스토이의 부활을 접했다. 유튜브 문학줍줍을 통하여 대략의 줄거리를 파악하였고, 문학동네에서 출판된 세계문학전집의 부활(2권)을 숙독하였다. 악령에 비하여 내용은 단순하였지만, 톨스토이의 혁명적 사상이 깊게 반영되었다는 느낌이다. 두 주인공의 러브 스토리 전개를 바탕으로 국가의 폭력성에 대한 저항, 교회의 세속화에 대한 거부, 사법 및 형벌 제도의 불합리성을 폭로한다. 마지막에서 두 사람은 결별로 방향 전환이 되었고, 마태복음 5장의 산상수훈 계율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삶에서 유일하게 합당하고 의미있는 행위임을 설명한다.  

 

1. 유튜브 문학줍줍 (2018.7.27)

(1) 톨스토이 3대 걸작: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 부활

- 본 소설은 2년(1898~1899)에 걸쳐 집필. 톨스토이는 이 작품에서 정교회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1901년에 파문을 당함

 

- 남부러울 것 없는 상류층 공작과 매춘부 사이의 일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의 기본적인 구성은 톨스토이가 그의 법률가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전해진다. 이 작품은 '제정 러시아 사회의 저울'이란 평가를 받을 만큼 당시 사회상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단순히 당시 사회를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하기 보다는 사회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2) 주요 등장인물

- 드미트리 이바노비치 네흘류도프 공작: 젊은 시절에 우연히 들른 고모집에서 마슬로바라는 여자를 만나 관계를 갖는다. 후에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된다. => 누나 나타샤(나탈리야 이바노브나), 매형 이그나치(라고진스키), 마슬로바를 사랑하는 시몬손(정치범), 마리야 파블로브나(정치범)

- 카츄사 마슬로바(예카트리나 미하일로바 마슬로바): 두 자매 지주(마리야 이바노브나, 소피야 이바노브나)의 하녀/양녀

* 러시아 성명은 이름, 부칭, 성으로 구성된다. 공식석상에서는 성을 빼고 이름과 부칭을 붙여서 사용한다. 

- 코르차긴 공작, 공작부인 소피야 바실리예브, 미시(네흘류도프의 결혼 후보), 마리야 바실리예브나(네흘류도프의 유부녀 애인)

(3) 줄거리

- 주인공 네흘류도프 공작은 부모와 친지로부터 많은 영지를 상속받은 젊은 상류층 인물이다. 그는 코르차긴 백작 집안과 친분을 유지하면서 그의 딸인 마리야와 은연중 혼담이 오가고 있었고 대부분의 상류층 사람들처럼 풍요로운 일상을 살고 있었다. 평화롭기만 하던 그의 일상은 어느 재판의 배심원으로 출두하게 되면서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다.

 

그 재판은 한 상인의 독살 사건의 혐의를 쓴 마슬로바라는 여자에 대한 재판이었다. 배심원석에 앉은 네흘류도프는 그녀를 알아보고 깜짝 놀란다. 사실 마슬로바는 그의 고모들의 영지에 소속된 여자 농노의 사생아였는데, 고모들이 어린 마슬로바를 불쌍히 여겨 자기집에 거둬들여 반은 딸처럼, 반은 하녀처럼 생활했다. 마슬로바가 10대 후반이 되었을 무렵, 젊은 시절의 네흘류도프는 우연히 고모를 방문했다가 마슬로바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당시 이기적이고 방탕했던 그는 그녀를 유혹해 임신까지 시켰다. 임신사실을 안 네흘류도프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최소한의 성의라며 100루블을 그녀에게 건네고 도망치듯이 고모댁을 떠나버렸다. (수정 및 추가) 떠나기 바로 전날 밤 그녀를 범했고, 그리고 다음날 100루블 지폐 한장을 카츄사에게 쥐어주고는 떠나바렸다. 그가 떠난지 오개월 뒤에야 카츄사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미혼모가 된 마슬로바는 그 집에서 쫓겨나고 혼자 낳은 아이는 얼마가지 않아 곧 죽었다. 그녀는 그 이후에 이곳 저곳을 전전하다가 마침내 매춘부로 전락한지 7년이 지났다. 매춘부 생활을 하던 마슬로바는 한 상인을 받는데, 그가 독살을 당하고 그의 거액의 돈이 사라지자 그녀가 용의 선상에 올라 재판을 받게되었다. 사실 마슬로바는 아무런 죄가 없었고 진범들의 죄를 뒤집어쓰고 말았다. 

 

순수했던 과거의 마슬로바를 기억하고 있었던 네흘류도프는 그녀가 그렇게까지 된 원인이 자신의 잘못된 행동 때문이었다고 생각하고 심경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배심원단은 마슬로바에게 죄가 없다는 걸 알게 되지만 배심원단 의견서에 '살해 의도가 없었음' 이라는 단서를 다는 것을 잊는 바람에 마슬로바는 결국 시베리아 유형을 선고받았다. 

 

- 죄책감에 사로잡힌 네흘류도프는 그 이후 그녀의 무고를 입증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었다. 그는 마슬로바의 상고를 준비하는 한편, 마슬로바를 찾아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결심을 전한다. 하지만 마슬로바에게는 이러한 이야기가 급작스러웠고 쉽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네흘류도프의 부단한 노력 덕분에 마슬로바의 마음도 서서히 녹아내리고 감옥에서의 생활도 모범적으로 변화되었다. 

 

그녀는 네흘류도프에게 감옥에 있는 사람들의 무고한 사정을 알려주고 도움을 청한다. 그는 그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네흘류도프는 원로원에 그녀의 사건을 상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고는 기각되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황제에게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네흘류도프는 러시아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부조리에 대해서 눈뜨게 되고, 자신의 영지들을 차례로 방문해서 자기 소유의 토지를 농민들에게 나눠주는 등의 개혁 조치를 하게 된다.

 

- 마슬로바와 결혼하기로 결심한 네흘류도프는 시베리아 유형지까지 따라가기로 하는데, 누나 나타샤와 매형 이그나치가 그를 찾아오고, 네흘류도프와 이그나치는 러시아 사회상에 대한 견해 차이로 심각한 논쟁을 벌였다. 

 

- 마침내 마슬로바 등 죄수들의 이동이 시작되고, 네흘류도프는 손을 써서 그녀를 정치범들과 함께 이동하게 하였다. 마슬로바와 네흘류도프는 자연스럽게 그들과 친해지고 네흘류도프는 그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정치범 중 하나인 시몬손이란 남자가 마슬로바를 사랑하게 되었고 네흘류도프에게 그녀와 결혼하고 싶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는 시몬손에게 그건 마슬로바가 결정할 문제라고 하지만 내심 마음속으로 갈등하게 됩니다. 마슬로바는 네흘류도프에게 자신은 시몬손과 결혼하겠다고 하는데, 시몬손에 대한 사랑보다는 그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시몬손 역시 훌륭한 사람이었기에 네흘류도프는 마슬로바를 그에게 맡기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러시아 사회 문제에 대한 그의 고민은 깊어간다. 그러던 어느날 네흘류도프는 성경을 읽으며 사랑과 용서가 러시아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이란 사실을 깨달으며 이 작품이 마무리된다.

 

(4) 감상평

이 작품은 부활 이라는 주제의 집중하고 있는데, 부활은 인간성과 도덕성 회복을 의미한다. 

 

(a) 부활의 시작: 도덕의 절대성

먼저 이 작품에서 부활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생각해보겠습니다. 네흘류도프는 과거 젊은 시절에 또래 친구들과 별다를바 없이 방탕하고 이기적인 삶을 살았고, 그 때문에 마슬로바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맙니다. 그가 이처럼 방탕한 삶을 살았던 이유는 도덕적 판단의 근거를 다른 사람에게서 찾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선한 것으로 믿었던 모든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았고,

반대로 그가 악한 것으로 믿었던 것은 주위 사람들에게 선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 그래서 마침내 네흘류도프는 자신을 신뢰하기 보다 타인을 믿게 되었다."

 

*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면 생각없이 수용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마슬로바에게 한 행동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습니다. 자기 주변의 또래 친구들 모두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네흘류도프는 절대적인 도덕성이라는 것이 존재함을 깨닫고 그 절대적 기준에 자신의 행동을 비추어 잘못을 깨닫게 됩니다. 네흘류도프의 부활의 시작점은 바로 절대적 도덕성을 인정하며서부터 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도덕의 판단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면 때와 상황에 따라 다른 결론을 얻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절대적 도덕의 존재를 인정하면 언제나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절대적 도덕성을 인정한 것이 부활의 시작점이다.

 

(b) 부활의 전개: 타인의 회복

* 네흘류도프의 내면에서 시작된 부활의 불꽃은 마치 성화봉송 처럼 마슬로바에게 이어진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네흘류도프는 마슬로바를 찾아가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이미 타락할대로 타락한 상태였다. 그녀는 심지어 용서를 구하러 온 네흘류도프를 단지 이용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마음속 부활의 불꽃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고양된 상태였던 네흘류도프는 마슬로바의 이런 모습에 당황하게 되지만 이런 모습 마저도 자기 잘못의 결과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결심을 더욱 굳게 합니다.

 

"그는 그것이 비록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 될지라도 

그녀를 정신적으로 일깨워야 한다고 느꼈다. 

바로 그 일의 어려움이 그의 마음을 끌어당긴 것이다."

 

* 네흘류도프의 이런 결심과 노력이 타락한 마슬로바를 움직이고, 마침내 그녀의 삶도 하나씩 변화를 일으켜 타락 이전의 모습으로 회복되었다. 결론적으로 진정한 부활의 힘은 한 사람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또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겁니다. 

 

그런데 마슬로바의 변화는 네흘류도프의 헌신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자칫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의 부활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말로만 타이르고 계도하려 하기 쉽죠. 하지만 네흘류도프의 모습을 통해서 타인의 부활은 자신의 헌신과 희생으로 촉발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c) 부활의 완성: 사회의 회복

* 이 작품은 개개인의 회복이 부활의 전부라고 한정하지 않습니다. 바로 사회의 회복까지 이어지는 것이 진정한 부활이라고 말하고 있다. 네흘류도프는 필연적으로 러시아 사회가 가진 구조적 모순에 주목한다. 그가 관심을 가진 사회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였다. 극소수가 대다수의 토지를 차지하는 토지제도와 범죄예방과 갱생의 기능을 상실한 교정 제도였다. 

 

* 네흘류도프는 자기 사유지를 농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토지 제도의 문제점의 해결책을 몸소 보여주는 한편, 성경을 통해서 사랑과 용서가 교정제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임을 제시하고 있다. 

 

"인류가 고통받는 그 죄악으로 부터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은

하나님 앞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죄인이며, 

따라서 다른 사람들을 처벌한다든지 교화 능력을 부여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임을 이제 명확히 깨닫게 되었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서 부활은 사회의 변화와 회복으로 이어져야만 의미가 있으며 그것이 부활의 완성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같습니다. 개인과 사회의 회복에 대한 톨스토이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2. 문학동네 출판 세계문학전집 106권, 백승무 번역

(1) 역자 해설: 부활하라, 더 좋은 인간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

- 부활은 거대한 사상이자 혁명이다

* 부활은 소설이되 소설이 아니고, 소설이 아니되 소설 이상의 것: 로맹롤랑 '예술적 성경', 이광수 '창작에 가장 큰 영향'

* 부활을 저술할 당시 톨스토이는 삶과 죽음의 의미와 원리를 탐구하는 사상가의 위치, 문학 + 사상

* 내용에 많은 무게, 혁명: 국가의 폭력성에 대한 저항, 교회의 세속화에 대한 거부, 사법 및 형벌 제도의 불합리성 폭로 => 레닌은 톨스토이를 '러시아 혁명의 거울'

* 1881년: 도스토옙스키의 죽음, 알렉산드로 2세의 암살 => 이전 작품(안나 카레니나: 1873~1877)은 타락과 탈선의 정신이 써나간 '나쁜 문학', 새로운 인간으로 부활한 1881년 이후의 작품은 참회와 반성의 정신으로 민중을 위해 쓴 신성한 교본이기에 저작권 포기하여 만인이 자유롭게 공유(부활: 1898~1899) 

 

- 톨스토이, 두 얼굴의 사나이

* 타락의 소돔과 마돈나의 천상을 모두 내디뎌본 인간 => 결혼 직전 아내 소피아에게 관계녀 리스트를 전해줬다고. 

* 민중교육잡지 발간, 농민교화사업과 빈민구제활동에 헌신 => 사상의 깊이가 철저한 자기반성과 풍부한 삶의 경험에 기반

* 부와 재산은 악위 원천이자 타락의 출발점이라 했지만 정작 본인은 부유한 지주이자 엄청난 인세수입, 절대적 사랑을 외쳤지만 정작 아내와는 깊은 갈등

 

- 부활은 실패한 소설인가?

* 고리타분한 교설로 가득찬 소설답지 않은 소설이라는 비평 => 오해, 소설의 플롯 속에 많은 갈등 요소를 배치

* 기독교의 고귀한 진리가 실행되지 않는 것은 교회의 타락과 탐욕 때문, 불평등하고 부당한 사회제도는 귀족들의 토지소유 및 사유재산 때문, 집단간 갈등의 해결책은 대화와 타협보다는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우선 필요 

* 집필동기는 두호보르교파의 이민자금 모금 목적: 전쟁에 반대하고 징집을 거부하는 평화주의 교파(러시아정교)

 

- 단순한, 너무나 단순한

* 처음에는 네흘류도프와 카츄사의 결혼 및 영국 이민을 구상했지만, 두 사람의 결별로 방향 전환 

* 개안의 범위를 확대: 인간적인 죄책감 => 사회의 모순과 국가의 폭력성 => 최종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성경의 말씀

 

- 영원한 구도자의 마지막 출가

* 재산문제로 가족들과의 갈등. 출판저작권은 비서이자 제자로 자신을 극진히 모신 딸 알렉산드라에게 집행권, 아내는 자살 소동, 아들은 천재가 이성을 잃고 광기에 빠졌다고 비난. => 가출, 이동경로가 러시아 전역에 생중계

 

(2) 문장

- 22쪽: 마슬로바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하녀라는 굴욕적인 위치에서 치근덕거리는 남자들이 원할 때마다 불려가서 은밀하게 간음을 할 것이냐, 아니면 법의 보호를 받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지위에서 많은 돈을 벌며 공개적이고 지속적인 간음을 할 것이냐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에서 마슬로바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녀는 이러한 선택이 자신을 유혹한 대학생과 점원, 그리고 자신에게 상처를 준 모든 이들에게 복수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 77~78쪽: 예전에 네흘류도프는 옳은 일을 위해서라면 제 모든 것을 헌신하는 성실하고 이타적인 청년이었지만 이제 그는 고상한 척, 쾌락만 좇는 방탕한 이기주의자였다. 환희에 찬 마음으로 신이 창조한 이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고자 애썼던 그는 이제 이 세계의 모든 것은 너무나 단순하고 뻔하다고, 이 모든 것은 자신이 속한 삶의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예전의 그에게 여자란 신비로운 존재이며, 바로 이 신비로움 때문에 매력적인 존재였지만 지금 그에게 가족이나 친구의 아내를 제외한 모든여자는 쾌락을 보증하는 최고의 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전에 자신의 정신적 자아를 진정한 '나'라고 여겼던 그는 이제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동물적 자아를 자신의 '나'로 간주했다. 

 

- 78쪽: 이 모든 끔직한 변화는 그가 자기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신뢰하면서 부터 시작되었다. 자기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것은 쉽게 기쁨을 얻을 수 있는 동물적 자아를 따르지 않고, 거의 모든 일을 그 반대편에 서서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반대로 타인을 신뢰하며 산다는 것은 그저 남들이 정해주는 대로 산다는 것, 자신의 정신적 자아를 거스르고 동물적 자아의 편에 선다는 뜻이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도 없었으며, 자신을 신뢰하며 살 때는 항상 타인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지만, 타인을 신뢰하기 시작하니 주변 사람들의 칭찬을 한몸에 받았다. 

 

- 159~160쪽: 네흘류도프는 살아오면서 스스로 '영혼의 정화'라고 명명한 현상을 몇 차례 겪었다. 그가 말하는 영혼의 정화란 불현듯 내면의 활동이 느려지거나 간혹 아예 멈춰버리는 것을 깨닫고 그 원인이 되는 영혼의 찌꺼기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정신적 활동이다. 이런 종류의 각성 후에 네흘류도프는 항상 평생 지켜나갈 생활신조를 세우곤 했다. 다짐한 바를 일기에 쓰고, 다시는 바뀌지 않기를 바라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이과정을 영어로 '인생의 새장을 연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매번 세상의 유혹에 휘말ㄹ려 저도 모르게 빠져들었고, 그전보다 더 깊은 수렁으로 떨어지곤 했다. 이렇게 그는 몇 차례 영혼이 고무되고 정화되는 과정을 겪었다. .....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나를 얽매고 있는 이 거짓을 깨부수고 말리라. 모든 것을 인정하고 진실만을 말하고 진실만을 행하리라' 그는 결연하게 소리내어 중얼거렸다. 

=> 3명의 여성에 대한 문제 해결: 결혼 상대 미시, 유부녀 애인 마리야 바실리예브나, 하룻밤 카츄사

 

- 161쪽: 그는 하느님께 자신의 영혼 속에 깃들어 깨끗이 해달라고 애원하고 기도했다. 그사이 그가 애원하던 바는 이미 실현되고 있었다. 그의 내면에 존재하던 하느님이 의식속에 깨어난 것이다. 하느님의 영성을 느낀 그는 삶의 기쁨과 활력, 자유와 강력한 선의 권능까지 체감했다. 인간이 행할 수 있는 최고선을 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186쪽: 그녀(카츄사)를 만나서 모든 사실을 고백하는 장면, 그녀 앞에서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장면,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약속하고 청혼하는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리자 네흘류도프는 형언할 수 없는 벅찬 감정에 휘싸여 저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였다. 

 

- 200쪽: 나는 한때 내가 능욕했던 카츄샤가 죄수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어이없는 착각과 나의 실수로 그녀는 징역형에 처해졌다. 나는 오늘 검사를 만나고 구치소에 다녀왔다. 비록 아직 만나진 못했지만,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고 결혼을 해서라도 내 죄를 씻기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 신이여, 도와주소서! 제 영혼은 너무나 평화롭고 기쁨으로 충만합니다. 

- 204쪽: 비에 젖어 흙투성이가 된 그녀는 완전히 기진맥진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이후 그녀의 마음 속에서 일어난 정신적 변화가 그녀를 지금과 같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끔직한 밤 이후 그녀는 더이상 선을 믿지 않게 되었다. 그때까지 그녀는 선을 믿었고 또 사람들 역시 그 선을 믿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날 밤이후 그녀는 선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하느님과 선에 대해 말하는건 오직 다른 사람을 속이기 위해서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녀가 사랑했고 그녀를 사랑했던(그녀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 남자는 그녀를 능욕하고 그녀의 감정을 농락하고는 그녀를 버렸다. 

 

- 234쪽: 재산을 뽐내는 부자는 결국 약탈자이고, 전력을 자랑하는 사령관은 결국 살인자이며, 권력을 과시하는 정치가는 결국 압제자가 아닌가? 이들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인생관이나 선과 악의 개념을 왜곡하는 이들의 행동은, 우리에겐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이런 왜곡된 관념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데다, 우리 역시 그 안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 2권 178~179쪽: 형무소장이 다가오자 네흘류도프는 그가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마슬로바와 작별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그는 예전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잔잔한 기쁨과 평온함, 만인에 대한 사랑을 맛보았다. 그는 마슬로바가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자신의 사랑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숭고한 기쁨을 느꼈다. 그래 그녀가 남자 간호사와 놀아났다고 치자. 그건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를 위해, 하느님을 위해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 2권 180쪽: 마슬로바는 두번째 면회 때 말했던 것처럼 자신은 여전히 그를 용서할 수 없고 여전히 증오하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자신에게 확신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시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가 자신에게 바라는 모든 것을 자기도 모르게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술과 담배를 끊고 남자들을 멀리하며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했던 것이다. 모두 그가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과 결혼하겠다고 말할 때마다 그토록 단호하게 반대한 이유도 한번 뱉은 말을 자존심있게 지켜보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보다 큰 이유는 자신과 결혼하면 그가 불행해질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의 희생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굳게 결심했지만, 그가 자기를 예전 같은 그렇고 그런 여자라고 멸시하면서 자기에게 일어난 변화를 보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녀에게는 네흘류도프가 그녀가 병원에서 뭔가 추악한 짓을 저질렀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 자신의 유형 확정 소식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 2권 273쪽: ‘유죄로 판결나는 순간에는 눈물을 흘렸지.’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래, 난 평생 하느님께 감사드려야 할 거야.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는 것들을 알게 해주셨으니까.’ 

- 2권 281쪽: 이제 네흘류도프는 모든 생각과 행동에서 이 연민과 감동을 보편적 정서로 넓혀나갔다. 비단 카츄사뿐 아니라 모든 타인을 대할 떼 그러했다. 이 감정 덕분에 네흘류도프의 영혼 속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막혀 있던 사랑의 흐름은 그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흘러갈 수 있는 널찍한 통로를 마련했다. 네흘류도프는 이송 과정 내내 그런 각성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마부나 호송원부터 형무소장과 도지사에 이르기까지 용건이 있어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저도 모르게 인정 넘치고 친절한 사람이 되었다. 

 

- 2권 393~394쪽: (마태복음 18장을 읽은 후) '아니, 정말 이게 다란 말인가?' 네흘류도프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갑자기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그의 존재 내부에 있는 목소리가 속삭였다. '그렇다, 이게 다이다'....... 네흘류도프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끔찍한 죄악으로부터 구원받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방법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깨달았다. 그 유일한 방법이란 사람들이 자기가 죄인임을 하느님 앞에 고백하고 타인을 벌하거나 교정하는 것은 제 소임이 아님을 깨닫는 것이었다. .....  항상 모든 이를 용서해야 한다는 것! 타인을 벌하고 교정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다. 죄 없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용서하며 살아야한다

 

- 2권 395쪽: 이제야 네흘류도프는 사회와 질서가 유지되는 것은 타인을 심판하고 벌을 주는 합법적 범죄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저속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여전히 타인을 사랑하고 서로에게 연민을 가지고 있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 2권 396쪽: 램프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인간 삶의 온갖 추악상을 떠올리며 그는 만약 사람들이 이 계율을 제대로 배우고 자란다면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해보았다.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환희가 그의 영혼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오랜 고통과 괴로움 끝에 맛본 안식과 자유와도 같은 것이었다. 

 

- 2권 395~396쪽: 산상수훈 마태복음 5장 21절~48절의 5가지 계율 => 분노 no, 간음 no, 맹세 no, 용서, 사랑

 

- 2권 397쪽: 산상수훈의 계율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삶에서 유일하게 합당하고 의미있는 행위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나머지도 곁들여 받게 되리라.'

 

 

교보문고 책소개

제정 러시아를 뒤흔든 톨스토이의 문제작!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마지막 불꽃같은 작품 『부활』 제1권.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을 담은 이야기이자, 제정 러시아의 사회생활과 사회악을 담아낸 정치적 보고이며, 종교에 대한 고민과 답을 담은 철학서이다. 비평가들에게는 비판을, 대중들에게는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이 대작을 톨스토이의 문학 세계를 충실히 보여주는 번역으로 선보인다. 작품의 배경과 당시 상황을 고려하여 원작의 표현과 그 안에 담긴 톨스토이의 메시지를 최대한 정확하게 우리말로 옮기고자 했다.

살인 누명을 쓴 창녀 카츄샤의 재판. 과거 그녀는 귀족 네흘류도프와 밀애를 나누다 쫓겨난 후 타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우연히 그녀의 재판에 네흘류도프가 배심원으로 참석하게 되고, 그는 그녀의 운명에 죄책감을 느낀다. 속된 출세욕과 허영심에 찌든 네흘류도프는 카츄샤를 보며 순수했던 과거를 회상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처음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마주하게 된다. 불합리하게 진행되는 재판 과정 속에서 그는 자신이 속한 귀족사회에 환멸을 느끼는데….

북소믈리에 한마디!

창녀지만 아름답고 진실한 여인 카츄샤와 귀족이지만 속되고 천박한 네흘류도프의 아이러니한 만남과 사랑. 일흔의 나이를 넘긴 톨스토이가 대중과 가족, 검열 당국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써내려간 이 작품은 양심을 잃어버린 세상을 향한 신랄한 풍자와 인간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제목의 ‘부활’은 주인공뿐만 아니라 톨스토이 예술성의 부활을 의미하기도 한다. 광활한 러시아를 배경으로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인간의 모든 모순을 뛰어넘은 영혼의 부활을 꿈꾼다.
저자 레프 톨스토이(Лев Толстой)는 1828년 남러시아 툴라 지방의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톨스토이 백작가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모 밑에서 자랐다. 1844년 카잔 대학에 입학했으나 대학교육에 실망하여 3년 만에 자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새로운 농업경영과 농민생활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1851년 큰형이 있는 캅카스로 가 군대에 입대했다. 1852년 「유년 시절」을 발표하고, 네크라소프의 추천을 받아 잡지 『동시대인』에 익명으로 연재를 시작하면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는 한편, 농업경영과 교육활동에도 매진하여 학교를 세우고 교육잡지를 간행했다. 1862년 결혼한 후,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의 대작을 집필하며 세계적인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지만 『안나 카레니나』의 뒷부분을 집필하던 1870년대 후반기에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회의에 시달리며 심한 정신적 갈등을 겪었다. 이후 원시 기독교에 복귀하여 러시아정교회와 사유재산제도에 비판을 가하며 종교적 인도주의, 이른바 ‘톨스토이즘’을 일으켰다. 직접 농사를 짓고 금주, 금연 등 금욕적인 생활을 하며 빈민구제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1899년 발표한 『부활』에서 러시아정교회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1901년 종무원으로부터 파문당했다. 1910년 사유재산과 저작권 포기 문제로 부인과의 불화가 심해지자 집을 나와 방랑길에 나섰다가 폐렴에 걸려 아스타포보역(현 톨스토이역)에서 82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역자 : 백승무

역자 백승무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러시아학술원 산하 러시아문학연구소에서 불가코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으로 「희곡 『백위군』의 판본문제와 알렉세이의 꿈」 등이 있으며 대학졸업반 때 연극반을 만들어 톨스토이의 〈어둠의 힘〉을 공연한 후 15년 만에 톨스토이를 다시 만나 『부활』을 번역했다. 현재 계간 『한국희곡』과 월간 『오늘의 서울 연극』 편집위원을 맡고 있으며, 서울대, 성균관대, 상명대에서 러시아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닫기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해설: 부활하라, 더 좋은 인간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
레프 톨스토이 연보

책 속으로

나는 한때 내가 능욕했던 카츄샤가 죄수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어이없는 착각과 나의 실수로 그녀는 징역형에 처해졌다. 나는 오늘 검사를 만나고 구치소에 다녀왔다. 비록 아직 만나진 못했지만,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고 결혼을 해서라도 내 죄를 씻기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 신이여, 도와주소서! 제 영혼은 너무나 평화롭고 기쁨으로 충만합니다. (1권 200쪽)

재산을 뽐내는 부자는 결국 약탈자이고, 전력을 자랑하는 사령관은 결국 살인자이며, 권력을 과시하는 정치가는 결국 압제자가 아닌가? 이들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인생관이나 선과 악의 개념을 왜곡하는 이들의 행동은, 우리에겐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이런 왜곡된 관념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데다, 우리 역시 그 안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1권 234쪽) 

출판사 서평

『부활』은 예술적 성경이며 톨스토이 작품 세계의 마지막 불꽃이다.
-로맹 롤랑(『장 크리스토프』 저자)


톨스토이의 『부활』은 단순히 소설이라 부를 수 없는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이 작품은 귀족과 창녀의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을 담은 완성도 높은 이야기이자, 제정 러시아의 사회생활과 사회악을 담아낸 정치적 보고이자,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과 답을 담은 철학서이다. 비천한 신분이지만 아름답고 진실한 여주인공 카츄샤와 매력적이고 귀한 신분이지만 속되고 천박한 네흘류도프의 아이러니한 만남과 사랑처럼, 이 소설은 하나의 거대한 사건이자 아이러니다.
『안나 카레니나』 이후 대작을 쓰지 못하던 톨스토이는 황제의 학정으로부터 두호보르교도들을 구원하기 위해 『부활』을 썼고, 이 작업을 통해 자신의 예술성이 되살아나는 경험을 했다. 『안나 카레니나』의 댄스홀과 『전쟁과 평화』의 전쟁터를 『부활』의 법정과 감옥으로 옮겨 ‘내면에 깃든 영혼을 믿으면 결국 우리는 서로 융합하여 신의 사랑을 실천하게 된다’는 그의 정치·예술·종교관을 담아낸 이 작품은, 판매 수익금으로 두호보르교도들의 이민을 도와 사천 명의 교도를 구원했다. 그의 또다른 대표작인 『전쟁과 평화』보다 스무 배나 많은 독자들에게 널리 읽힌 이 작품은, 예술로서의 힘과 정치적 선전물로서의 효율성을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지체 높은 양반들’을 모욕하고 러시아 전제정치와 경제, 법률, 종교를 비난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발표 당시 『부활』은 에밀 졸라의 작품을 발행한 파리의 출판업자들조차 출간을 꺼릴 정도로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런던의 도서관에서는 이 책의 진열을 거부했고 미국에서는 제1부의 17장이 모조리 삭제될 정도였다. 톨스토이의 절친한 친구인 퀘이커교도들은 생생하게 묘사된 여주인공의 성적 매력을 불편해했고, 그의 아내마저도 교회 의식에 대한 그의 냉소에 반발했다. 급기야 정교회로부터 파문당한 그는 논란에 휩싸인 노년을 보내다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새롭고 정확한 번역으로 다시 살아난 『부활』
톨스토이의 정치적 · 예술적 뉘앙스를 담아내다


톨스토이 추종자와 비평가들로부터는 비판을, 러시아 대중들로부터는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인 『부활』이 엄정한 번역으로 다시 살아난다. 문학동네에서 새로이 펴낸 『부활』은 작품의 배경과 당시 상황을 최대한 고려하여 원작의 표현을 가능한 한 우리말에 가깝게 옮긴 번역으로 톨스토이의 문학 세계를 충실히 보여줄 것이다.
이 소설의 제목 ‘부활’은 소설 속 주인공뿐만 아니라 톨스토이 예술성의 부활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흔을 넘긴 톨스토이가 대중과 가족, 검열 당국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창조한 이 작품은 양심을 잃어버린 조국과 세계를 향한 신랄한 풍자와 인간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다. 문학동네의 『부활』은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톨스토이의 메시지를 최대한 정확하게 우리말로 옮기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는 제정 러시아 사회에 대한 분노는, 체제의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를 향하고 있다. 그 자유는 곧 죽음으로부터의 부활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활』의 전언은 유효하다. 이것이 바로 필독의 고전 『부활』을 오늘날 새로이 읽어야 할 이유다.

제정 러시아를 뒤흔든 불경하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살인 누명을 쓴 창녀 카츄샤의 재판에서 시작된다. 귀족 자매의 양녀이자 하녀였던 카츄샤는 주인의 조카인 네흘류도프와 밀애하다 임신을 하는 바람에 쫓겨난 과거가 있다. 상류사회로부터 거부당한 뒤 그녀는 타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우연히 그녀의 재판에 네흘류도프가 배심원으로 참석하게 되고, 그는 그녀의 운명에 강한 죄책감을 느낀다. 속된 출세욕과 허영심에 찌든 그는 그녀를 보며 순수했던 과거를 회상하고, 이 만남이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내기로 결심하고 노력하던 네흘류도프는 처음으로 사회에 뿌리박힌 부조리를 마주한다. 불합리하게 진행되는 재판 과정에 분노하고, 그가 속한 귀족사회에 환멸을 느낀 그는 그녀를 위해 관료제도에 맞서 싸운다.
캬츄샤를 따라 시베리아 유형지까지 간 네흘류도프는 자신의 과오를 속죄하기 위해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카츄샤는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면서도 청혼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시베리아 유형지를 향한 유형수들의 수송이라는 비인간적이고 좌절적인 환경에서 두 사람은 전에 없던 인간애를 발견하고 정신적 성숙을 경험한다. 다양한 면모의 정치범들과 얽매이면서 두 사람은 재판 전과 완전히 다른 인물로 거듭난다. 육체적 욕망으로 맺어진 두 사람의 관계가 순수한 연민과 감동에 휩싸이고, 이 새로운 사랑의 감정은 수송 열차에서 전염성을 띠고 퍼져나간다.
이와 동시에 더욱 숨막히게 다가오는 현실의 문제들은 끊임없이 그들을 좌절케 한다. 관계 속에서 반복되는 좌절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되는 의지는 삶과 죽음의 굴레와 꼭 닮아 있다.

소설 이상의 소설
로맹 롤랑은 『부활』을 ‘예술적 성경’이라 칭했고, 일본 유명 감독 미조구치 겐지는 『부활』을 모든 멜로드라마의 원형이라고 했다. E. M. 포스터는 어떤 영국 소설가도 톨스토이만큼 위대하지 않다고 했고, 춘원 이광수는 중학교 시절 읽었던 『부활』을 자신의 창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꼽았다. 미당 서정주 역시 자신이 삶을 살아가는 힘의 원천을 『부활』에서 얻는다고 말했다. 인간의 모든 모순을 뛰어넘어 영혼의 부활을 꿈꾸는 이 소설은 수많은 이들의 대표적인 문학작품이자 이야기의 원체험이다.
공작이자 사회지도층인 네흘류도프의 인생을 통째로 건 참회 과정은 톨스토이의 삶과 꼭 닮아 있다. 국가와 종교를 비판하며 정신적 구원을 추구하는 네흘류도프의 목소리는 백작이자 사회최고지도층이었던 톨스토이의 목소리이며, 네흘류도프가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하는 장면은 농민들에게 땅을 나눠주고 재산을 빈민구제활동에 기부했던 톨스토이의 행동과 일치한다. 『부활』은 허구의 이야기이자 자전적 르포이다. 또한 광활한 러시아를 배경으로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엄청난 스케일의 이 소설은 현대적인 소설이자, 참회와 반성의 정신으로 민중을 위해 쓰인 신성한 교본이다.

관련 서평
『부활』은 예술적 성경이며 톨스토이 작품 세계의 마지막 불꽃이다. -로맹 롤랑

국가, 교회, 사회, 경제 등의 기존 질서를 붕괴시켰고 허위와 위선의 사회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진실한 저항정신을 표현했다. -블라디미르 레닌

톨스토이의 작품 중 가장 감동적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정교한 묘사들은 에밀 졸라를 능가한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소신에서는 타협을 모른다. 그는 용감하고 솔직하게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끔찍한 진실을 폭로한다. -<데일리 텔레그래프>

톨스토이의 작품은 우리를 감동시키고 고양시키며 내면을 정화시킨다. 『부활』은 기존 질서에 가차없고 끝없는 비판을 던지는 작품이다. 『부활』같은 소설 덕분에 러시아 문학은 이 세대와 미래 세대를 교육시키는 사회적 힘을 가지게 되었다. -로자 룩셈부르크

한국인에게 톨스토이는 『부활』의 톨스토이다. 참회하는 귀족 네흘류도프와 카츄샤의 이야기는 우리의 세계문학 원체험이다. 『부활』을 읽는 건 우리 자신을 읽는 일이기도 하다.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가 거인 톨스토이의 넓이와 높이를 보여준다면 『부활』은 그 깊이를 말해준다. 인생의 의미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부활』이 던지는 물음이다. 그 물음이 아직 유효하다면, 톨스토이는 우리의 동시대 작가이며 『부활』은 여전히 필독의 고전이다. 고전은 그렇게 부활한다. -이현우(『로쟈의 인문학 서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