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독서, 영상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 김호동 지음 (2021.9.19)

클리오56 2021. 9. 19. 17:17

소감

유튜버 방송 일당백의 일생동안 읽어야할 100권의 책 시즌 2 제 45권에 포함되었고, 동 방송을 시청후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읽음. 몽골제국에 의하여 진정한 세계사가 시작되었고, 유럽의 대항해시대가 가능. 

 

1장. 실크로드와 유목제국
- 세계사의 전개과정 모델: 전파론, 진화론, 교류발전형

 * 전파론: 먼저 고도의 수준에 도달한 하나의 지역이 주변의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치며 역사를 변화

   => 아프리카에서 현생인류의 출현과 그 확산과정, 신석기 혁명과 농경기술의 전파, 문자의 발명, 종교의 전파 

 * 진화론: 각각의 사회와 문화가 독자적인 요인들에 의해서 형성, 발전

  => 동아시아, 서아시아, 남아시아, 유럽 역사는 각각의 특수성 보유, 한중일은 공통성 못지 않게 이질성 보유

 * 교류발전형: 

- 장건의 서역 사행 (서기전 139년~126년): 한 무제의 명으로 아프간 지방까지 다녀옴. 도중에 포로 생활도 경험

  => 실크로드의 개척자; 원거리 교역을 통한 경제적 이윤이 목적이 아니라, 북방의 위협세력인 유목제국을 군사적 압박

- 유목국가의 실크로드 진출목적: 가축을 팔고 농경지대의 물자 구입이 긴요. 약탈 혹은 교역

- 소그드 상인: 중앙아시아 출신 상인들이 중국인 성을 가지고 생활. 출신 도시에 따라 다른 성. 사마르칸트 출신은 칸이라는 음을 따서 강씨 성 


2장. 세계를 재패한 몽골제국
- 몽골군: 저항하는 도시에 대한 가차없는 응징. 대량살육으로 인한 야만적 이미지 => 하지만 전쟁은 원래 야만적.

  최근 몽골제국에 대한 연구들이 어느 특정 지역을 벗어나 전체상을 바라보는 노력들이 전개

- 840년경 몽골리아 초원에서 위구르 제국 무너짐 => 3세기반의 혼란기 => 1206년 칭기스칸 몽골리아 통일

- 태무진은 대장장이라는 의미. 철의 확보가 중요, 보르지긴 오복 => 몽골 울루스로 확대

- 95개 천호, 3만호: 좌익만호(흥안령 방면), 우익만호(알타이 방면), 중군만호(몽골리아 본지)

- 칭기스칸 도입 3 제도: 천호, 케식, 자삭 => 제국의 안정과 발전을 담보하는 중요한 토대

- 케식: 친위조직으로 4개의 조로 구성되며, 각 조가 수령의 지휘 아래 3일 연속 근무후 다음 조로 임무 인계

- 자삭: 징기스칸이 내린 법적인 구속력을 지닌 명령과 훈시, 이후 판례 법전과 같은 역할  

- 칭기스칸 시대의 원정은 대부분 응징과 복수, 동시에 재정적 충족이 목적 => 사후에는 항구적인 지배를 지향

- 2대 우구데니 카안(징기스칸의 셋째 아들, 카안은 황제), 3대 구육 카안, 4대 뭉케 카안, 5대 쿠빌라이

- 쿠빌라이: 1276년 남송 함락시켜 몽골제국 최대판도

- 4개의 칸국: 원, 차카타이 칸국, 킵착 칸국, 일 칸국 => 몽골제국의 분열이라는 잘못된 시각

- 대몽골 울루스 아래 대칸의 울루스와 여러 울루스의 복합체 => 제국의 연대감과 일체성 상당 보존

3장. 팍스 몽골리카
- 남송의 수도 항주는 몽골 지배기에 더욱 눈부신 번영 => 분열기가 끝나고 정치적 통일과 안정의 결과

 * 동쪽 태평양에서 서쪽 지중해의 유라시아 대륙이 단일한 정치질서에 편입되어 안정 구가

    => 이러한 동서 대교류가 바로 팍스 몽골리카

- 역참제도: 대제국 통치를 위한 신속한 교통과 통신 네트워크, 30키로 마다 역참

 * 마르코 폴로 기록: 주요도로에 25~30마일 마다 역참, 한 역참에는 3~400 마리의 말들이 대기, 숙사

- 몽골 역참제의 특징: 규모의 방대함, 공적 인원과 물자의 운송을 담당하는 포괄적 운송체제, 역참 운영을 전담하는 특별한 호구인 참호를 두었음, 문서 전달하는 전령 시스템을 운영 => 남용되어 몽골제국 말기에는 사실상 기능 중단

- 몽골 역참제에 기원을 둔 교통 통신 시스템이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 고려에서 서쪽 끝 프랑스까지 확산 
- 본속주의: 칭기스칸 시절 몽골인은 70~100만, 정치적 권위를 인정하는 한 복속민들의 고유한 풍속을 인정(본속주의)

- 민족 등급제: 몽골인, 색목인, 한인(북중국), 남인(남중국). 고려는 한인 등급 => 인구 많은 중국에 대한 경계심 

 * 색목인: 제색목인의 준말, 여러 종류의 사람들로 몽골인도 중국인도 아닌 제3의 집단

- 대여행의 시대: 팍스 몽골리카(몽골의 평화)로 원거리 여행 시작(마르코 폴로), 이들의 기록과 여행기가 지리적 지견을 확대(유라시아, 아프리카 포함) => 이러한 유산으로 15~16세기 대항해의 시대가 가능

-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 (1269 출발 ~ 중국체류 17년 ~ 1295 귀향)

- 랍반 사우마(?~1294)의 유럽여행: 내몽골의 투르크계, 기독교 신자로 1275년경 서아시아 성지 순례, 이후 1287년 일 칸의 서한을 휴대하고 프랑스, 영국 국왕, 교황을 면담 후 1288년 귀국. 동아시아로 전달되지는 않음

- 이븐 바투타의 대여행: 모로코 이슬람인의 개인적 목적, 즉 성지순례, 학식 연마 목적에서 시작. 메카, 이란, 이라크, 중앙아시아, 인도, 북경, 해로를 통한 인도양 지나 이란, 메카, 모로코. 스페인, 사하라 사막. 10만 키로 이상. => 정수일의 성공 요인: 무슬림 여행자 숙소 광범위하게 퍼져있음, 무슬림 형제애, 아랍의 지리적 지식. + 팍스 몽골리카 

 

4장. 세계사의 탄생
- 대여행의 시대: 역사상 최대의 육상 제국을 건설한 몽골의 시대는 정치적 통합을 바탕으로 유라시아 대부분의 지역을 정교한 역참 네트워크로 연결하는데 성공 => 대항해의 시대 밑거름

- 조선의 혼일강리도: 1402년 조선에서 만든 세계지도, 아프리카 대륙을 전체의 모습 그대로 그린 역사상 최초의 지도

- 세계지도: 1285년 쿠빌라이의 지시하에 지도 제작 착수하였으나 현재 전해지지는 않음

- 1375년 카탈루니아 지도동방과 서방을 표시. 세계를 향한 유럽의 개안은 몽골의 시대가 있었기에 가능

- 세계사의 출현: 이란을 지배하던 가자 칸 시대에 세계역사서를 계획하여 세계민족지, 세계지리지 및 가잔사를 합하여 집사를 완성. => 최초 목적은 몽골지배집단의 의식 개혁. 즉 세계정복의 군주 칭기스칸과 위대한 조상, 일족의 역사

 * 물론 세계에 대한 당시의 지식이 오늘날의 기준으로 볼 때는 엉성한 것이지만, 전체적인 윤곽과 얼개를 갖추었다는 면에서 그 이전 시대에 비해 질적인 도약을 보여준 셈이다.

- 정화의 대항해: 명나라 1405년~1433년 28년간 7차례 인도양 항해, 정화는 원래 무슬림, 200여척, 2만7천명

  => 북방 위협이 가중되면서 내륙으로부터의 위협을 막기 위하여 해양진출을 포기
- 1492년: 스페인 남부의 최후 이슬람 세력 그라나다 왕국의 함락 및 콜롬부스의 신대륙 발견 => 새로운 부의 원천

 

교보문고 책소개

석학人文강좌, 한국 최고의 지성들이 펼치는 인문학의 향연!

우리 사회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소양을 넓히는데 기여하고자 기획된「석학人文강좌」제12권『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 한국의 인문학계를 대표하는 각 분야의 석학들이 일생을 바쳐 축적해 온 학문적 성과와 문제의식을 관련 분야 학자와 지식인, 일반 대중과 함께 공유하고, 인간과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 이번 책에서는 중앙유라시아 전문가 김호동 교수가 지금까지 축적한 주요 성과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선보인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소양을 넓히는데 기여하고자 기획된「석학人文강좌」제12권『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 한국의 인문학계를 대표하는 각 분야의 석학들이 일생을 바쳐 축적해 온 학문적 성과와 문제의식을 관련 분야 학자와 지식인, 일반 대중과 함께 공유하고, 인간과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 이번 책에서는 중앙유라시아 전문가 김호동 교수가 지금까지 축적한 주요 성과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선보인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연관성을 일관되게 연구해 온 김호동 교수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 즉 유라시아 각 지역이 그 이전의 상대적인 고립성을 극복하고 유기적으로 통합된 하나의 세계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몽골제국의 시대에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왜곡되어 온 유목민의 역사, 몽골제국이 이룬 세계사의 탄생에 대해 재조명하고 있다.

 

저자 : 김호동

저자 김호동(金浩東)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내륙아시아 및 알타이학)를 취득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근대 중앙아시아의 혁명과 좌절』(1999: 미국 스탠포드대학 출판부에서 ‘Holy War in China’라는 제목으로 2004년에 개정 영문판이 출간됨), 『황하에서 천산까지』(1999), 『동방기독교와 동서문명』(2002), 『몽골제국과 고려』(2007)가 있으며, 주요 역서로는 『유목사회의 구조』(1990), 『유라시아 유목제국사』(공역, 1998),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2000), 『라시드 앗 딘의 집사 1: 부족지』(2002), 『라시드 앗 딘의 집사 2: 칭기스 칸기』(2003), 『라시드 앗 딘의 집사 3: 칸의 후예들』(2005) 등이 있다

 

목차

책머리에

1장. 실크로드와 유목제국
1. 서론
2. 실크로드
3. 유목민과 세계사
4. 실크로드와 유목제국
5. 결론


2장. 세계를 재패한 몽골제국
1. 서론
2. 몽골제국 전사(前史)
3. 제국의 기초
4. 몽골제국의 탄생

3장. 팍스 몽골리카
1. 서론
2. 제국의 기간망 : 역참 제도
3. 다양성과 통합을 공존시킨 제국
4. 대여행의 시대

4장. 세계사의 탄생
1. 서론
2. '세계지도'의 출현
3. '세계사'의 출현
4. 몽골제국의 유산
5. 결론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중앙유라시아 전문가 김호동 교수의 핵심 저서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연관성을 일관되게 연구해 온 김호동 교수가 지금까지 축적한 주요 성과를 가능한 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여 쓴 책이다. 그 동안 중앙 유라시아에 관한 단행본과 번역서를 다수 출간했던 저자이지만, 그의 연구 주제의 핵심을 대중적이면서도 학술적인 품위를 가진 책으로 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호동 교수는, 역사상 처음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대부분을 통합한 몽골제국이 세계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이며,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 즉 유라시아 각 지역이 그 이전의 상대적인 고립성을 극복하고 유기적으로 통합된 하나의 ‘세계’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몽골제국의 시대에 이루어졌다고 강조한다.

■ 문명(권)으로 이해하는 세계사

여러 지역을 포괄하는 세계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오늘날 지구상에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들이 시차 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개되는 시대에, ‘세계’를 하나의 단위로 역사를 생각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다.

이 책은, 세계사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지역, 민족, 국가에 대한 개별적인 연구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우리가 흔히 문명(권)이라고 부르는 보다 넓은 단위에 대한 통찰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며, 한걸음 더 나아가 문명과 문명의 연결과 통합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신념에서 출발하고 있다. 최근 ‘신(新) 세계사’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같은 연구 경향에서는 중앙유라시아의 세계사적 의미에 대한 근본적 재평가가 요구된다.

이 책에서도 ‘실크로드와 유목제국’이라는 주제를 다룸에 있어, 특정한 지역적 범위를 넘어서서, 유라시아 대륙, 더 나아가 아프로-유라시아라는 초광역적인 지역을 단위로 접근하고 있다. 동아시아라든가 중앙아시아, 심지어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별의 한계를 벗어나, 이 문명권에 관한 총체적 역사의 모습을 더듬어 보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접근은 세계의 역사를 모두 포괄하는 설명이라기보다는 세계사를 이해하는 ‘모델’ 중의 하나이다.

세계사의 전개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모델들은 아주 많은데, 이 책에서는 문명의 형성·발전·확산이라는 문제와 관련해서 크게 두 가지 모델을 추출해서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전파론(傳播論, Diffusionism)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정치적·경제적·문화적으로 먼저 고도의 수준에 도달한 하나의 지역이 주변의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치면서 역사를 변화시켜 나간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 같은 주장은 원래 20세기 전반 인류학 분야에서 처음 제기된 것이지만, 기술·이념·언어 등의 전파를 설명하는 강력한 이론으로서 지금도 그 영향력을 잃지 않고 있다. 이와 상반되는 또 하나의 모델은 진화론(進化論, Evolutionism)이라 부를 수 있는 것으로서, 각각의 사회와 문화가 독자적인 요인들에 의해서 형성·발전해 나간다고 보는 입장이다. 다윈의 이론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이 학설은 그러한 진화의 모델을 사회에 적용시킨 ‘사회적 진화론’, 그리고 사회와 문명이라는 단위가 시간을 종축으로 하여 일정한 단계들을 거쳐 발전해 간다고 하는 ‘사회발전 단계론’ 등으로 분화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세계사의 실제적인 전개과정을 살펴볼 때 이 두 가지 모델 가운데 어느 하나만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나아가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 아니냐를 가늠하는 것 역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인류의 역사는 위에서 지적한 두 가지 유형의 합성형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곧 각 지역·문명이 독자적인 역사발전의 내재적 계기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외부와도 단절되지 않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해 왔다고 보는 입장인데, 필자는 이러한 제3의 모델을 ‘교류형’이라고 부르고 있다.

■ 실크로드에 관한 새로운 인식

이처럼 세계사를, 지구 위의 여러 지역과 문명들이 공간적으로 연관성을 맺고 시간적으로 계기적 발전을 이룩하는 총체적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실크로드’야말로 바로 그러한 연관성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적인 연구자냐 아니냐를 불문하고 이제까지 중앙유라시아에 대한 관심의 초점이 지나치리만큼 실크로드에 맞추어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하여 본래 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연결하던 내륙 교통로를 지칭하던 ‘실크로드’라는 말의 의미가 점차 확대되어 북방의 초원 루트와 남방의 해양 루트까지 포괄하게 되면서, 이제는 역사적 개념으로서의 유효성을 의심케 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더구나 실크로드의 상업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측면이 지나치게 부각되었고, 이는 실크로드의 역사적 진상을 호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이제는 중앙유라시아의 역사를 바라볼 때 이 같은 실크로드 ‘과잉’에서 벗어나 그 세계사적 의미를 진지하게 다시 검토해봐야 할 때이다.

예를 들어 제리 벤틀리(Jerry H. Bentley) 같은 학자는 서기 500년에서 1500년까지의 1000년을 ‘유라시아적 통합’이 이루어진 시기였고, 특히 1000~1500년의 기간은 ‘초(超)지역적 유목제국’이 주도하던 시대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서구에 의한 소위 ‘근대적 세계체제’가 성립되기 이전에 이미 유목제국에 의해 구대륙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 같은 통합은 기존의 ‘실크로드’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보다 근본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정치적·경제적·문화적 교류와 융합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 왜곡되어 온 유목민의 역사, 몽골제국이 이룬 ‘세계사의 탄생’

이 책에서 필자가 강조하는 또 한 가지는 유목민과 유목국가가 세계사의 전개 과정에서 매우 중요했음에도 그 부분이 지금까지 얼마나 경시되고 왜곡되어 왔는가 하는 점이다. 유목민과 농경민은 인류의 역사를 움직여 온 두 개의 수레바퀴였고, 그 어느 하나를 빼놓고는 세계사에 대한 총체적이고 균형 있는 이해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그리고 러시아를 위시한 유럽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역사상 처음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거의 대부분을 통합한 몽골제국은 세계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이다.

13세기 초에 건설된 몽골제국은 70년에 가까운 끊임없는 정복전쟁의 결과로, 유럽과 인도 일부를 제외하고 유라시아 대륙 거의 대부분을 지배했다. 그들은 점차 농경 문명의 후원자로 변신하기 시작했고, 역사상 전례 없는 광역적인 교통 네트워크를 만들어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문물이 교류하고 융합하는 장을 마련해 주었다. 바로 그러한 ‘팍스 몽골리카’를 배경으로 ‘대여행의 시대’가 가능하게 되었고, 사신, 종교인, 상인들이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남북을 종횡으로 누빌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몽골제국의 시대에 아프리카 대륙을 포함하는, 상세하고 정확한 ‘세계지도’가 처음으로 제작되었고, 각 지역에 거주하는 민족들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서술한 ‘세계역사’가 처음으로 편찬되었다는 사실은 결코 의외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세계가 비로소 하나의 실체로 온전하게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계사의 탄생’이라 불릴 만하다. 물론 세계에 대한 당시의 지식이 오늘날의 기준으로 볼 때는 엉성한 것이지만, 전체적인 윤곽과 얼개를 갖추었다는 면에서 그 이전 시대에 비해 질적인 도약을 보여준 셈이다.

■ 몽골제국의 역사와 우리 민족의 역사

중앙유라시아는 세계사의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적어도 지난 2000년 동안 언어·풍속·제도·종교 등 여러 방면에서 한반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왔다. 한반도는 한편으로는 바다를 향해 열려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앙유라시아를 향해 열려 있었고, 북방의 채널을 통해 그곳의 문물이 끊임없이 흘러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한민족의 독자성과 지속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반도와 중앙유라시아를 항상 대립적인 것으로 서술해 온 것이 사실이다. 북방 ‘오랑캐’와의 항쟁을 강조해 왔고, 몽골의 지배를 받던 고려시대는 외세에 굴복한 수치스러운 역사의 일부인 것처럼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중앙유라시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절실하게 필요하게 되었다. 그것은 세계사의 지난 궤적을 이해하고 현재의 국제적 상황의 원천을 올바로 파악하는 데 긴요할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적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세기 동안 확고부동하던 서양의 절대적 우위는 흔들리는 반면, 이슬람의 도전과 중국의 부상이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로서는 구미권·이슬람권·중화권과 같은 커다란 블록이 앞으로의 세계사의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인도나 중남미 같은 변수도 존재할 것이다. 아무튼 문제는 한국이다. 개항 이후 지금까지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서구의 문명·과학·이념을 비판하고 거부한다고 해서 중국 중심의 세계관으로 회귀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이슬람은 우리에게 하나의 패러다임이긴 하지만 우리의 것으로 수용하기는 어려운 실체이다.

그 동안 우리의 역사는 지나칠 정도로 ‘중국 중심’ 혹은 ‘민족 중심’으로 해석되어 왔다. 중앙유라시아와의 연관성은 한낱 에피소드로 치부되었지 우리 역사에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그런 편견을 벗어버려야 할 때다. 한반도가 지리적으로 만주와 몽골을 거쳐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듯이 우리의 역사도 중앙유라시아와의 심층적이고 광범위한 연관성 속에서 전개되고 발전되어 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