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소감 및 내용
당분간 라다크는 나의 마음 깊이 새겨질 것이다. 황량하지만 아름다운 티벳의 향기가 남은 라다크를 트레킹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Page 5: 파미르 고원에서부터 뻗어나온 히말라야 산맥의 중턱, 라다크는 풀 한 포기 자랄 것 같지 않은 거친 환경에서 찬란하게 피어난 작은 티벳이다.
Page 7: 라다크 어느 마을에서나 만날 수 있는 어린이들의 맑은 미소. 그 순수함을 카메라에 담는 일은 이번 여정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Page 12: 델리-레 항공편 1시간반 거리, 하지만 십중팔구 고산병을 불러올 무모한 방법
Page 14: 오래된 미래: 호지 여사가 1975년부터 그들과 함께 살면서 모습과 변화를 기록, 1992년 발표. "인류의 미래를 담보해줄 가치,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방법을 우리는 이미 수천년 전부터 알고 실천해 왔으며 이제 우리의 미래는 그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에서 찾아야한다"
Page 15: 사람들에게 내주고 싶지 않아서 하늘 가까이 끌어올리고, 사람들이 이 땅에 욕심을 품지 못하도록 더없이 가혹한 환경을 만든 것은 아닐까
Page 39: 라다크는 10세기초 혼란에 빠진 티베트 제국의 일부 티베트인들이 서쪽으로 이동하여 세운 독립 왕국이었다. 티베트인들이 히말라야 서부에 살던 이란계의 Dard족, 그리고 인도 북부 히말라야산맥 근처에 살던 아리안계의 Mon족을 병합해 건설한 왕국이 바로 라다크이다. 라다크 왕국은 그 후 약 900년간 번성했고 외세의 침략을 받는 혼란기를 거쳐 지금은 인도의 최북단 잠무카슈미르주에 편입돼 있다.
Page 40: 기원전 3세기 아쇼카왕때 처음 불교가 전파되었고, 신라 혜초 스님이 라다크 왕국 훨씬 전인 720년경 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 이미 불교가 번성했다는 기록이 있다.
Page 40-62: 허물어져가는 아름다움 바스고 팔레스: 레의 서쪽 40km. 티베트 남서쪽 카일라스에서 발원한 인더스강 동행. 흙빛의 인더스강과 비취색의 잔스카르강이 한줄기가 됨. 바스고 팔레스는 하나의 요새에 가깝고 지금은 사찰로만 사용. 대포를 녹여 만든 구리 쇳물에 금을 넣어 불상을 조성. 하여 법당은 지금도 금과 구리라는 뜻의 Serzang이라 불린다. 높이 10여미터의 미륵부처님. 좀 더 산위의 참바라캉 법당에는 더 큰 불상이 있지만 미공개.
Page 63-74: 달라이 라마 향기 간직한 리키르 곰파, 소박함 속에 더 빛나는 천년 역사의 아름다움, => 라다키들의 손은 늘 부지런하다. 거친 땅을 일구고 야크를 돌보기에도 하루가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틈이 날때면 염주를 헤아리거나 마니차를 돌린다. Likir Gompa의 정식 명칭은 클루킬(Klukhil). 티베트 스님이 라다크에 건립한 최초의 곰파이지만 현 건물은 200년 전에 재건. 높이 25미터 미륵불. 100여 스님 수행.
Page 75-85: 다섯 촘마들과의 동행, 이방인에게 보내는 미소, 거친 땅 수놓은 아름다운 꽃. 리종(Ridzong) 곰파는 레에서 서쪽으로 70키로미터. 별칭 수행의 낙원이지만 동시에 엄격한 규율과 규범으로도 유명. 가는 도중에 있는 출리찬 수도원의 비구니 아닌 여성수행자(Nun) 5명과의 동행.
Page 86-96: 겔룩파의 수행도량 리종곰파, 세상의 끝인 듯 고독한 도량. 10대 동자스님을 포함 20여명 스님 기거. 폭우로 도로가 유실되지 않아 자동차를 몰고 단숨에 이곳까지 왔었다면, 이 차 한잔이 이렇게 따뜻했을까.
97-110page: 알렉산더의 후예들‘다르드’, 고향도 칼도 버리고 꽃머리 장식하며 지상정토 꿈꿈다. 레에서 서쪽으로 160키로미터 떨어진 다 마을은 라다크의 끄트머리로 민간인이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마을. 국경분쟁 지역이라 허가증이 필요. 다 마을 사람들은 확연한 유럽인의 외모를 지닌 다르드 족이며 남녀 모두 꽃으로 머리 장식. 고대 산스크리트 언어 사용으로 추정, 글은 없음. 구전.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은 스크야바빠 씨는 자신의 조상들이 로마로부터 왔다는 옛 전설에 확신을 갖고 있는 표정이다. 그들의 조상이 로마로부터 왔다면 그들은 왜 로마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남았을까. 어쩌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에 진저리쳐지고, 거친 인더스강과 히말라야산맥을 넘어가야할 귀향길이 너무도 아득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전쟁도, 국경도, 이념도 없이 그저 아늑한 계곡 한자락에 모여 소박하게 농사를 지으며 예쁜 꽃으로 머리 장식하는 것을 낙으로 삼아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이곳에 만들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Page 111-124 빙하가 빚은 절경‘문랜드’, 지상에 떨어진 달나라의 한 조각인가. 라마유루는 라다크의 중심도시 레로 부터 서쪽으로 125km. 해발 3,510m이며 별명 달의 계곡. 도중의 Jalebi 고갯길은 가파르고 험한 길. 지난 11세기 티베트 밀교의 전수자인 나로파가 라마유루에서 수행후 산허리를 갈라 호수의 물이 빠지게하자 호수 바닥에 죽은 사자를 발견. 그 자리에 사자의 무덤이라는 사원을 세웠는데, 라마유루 곰파이다.
Page 125-138 ‘자유의 땅’라마유루곰파, 죄지은 자에게도 자비 베푼 천년 사원. 하지만 기록은 라마유루곰파는 린첸 잔포 스님이 창건했으며, 16세기 왕의 병을 치료후 곰파를 성역으로 지정했으며 자유의 장소로 불러짐. 내부엔 화려한 프레스코 벽화가 가득. 탕카, 화려한 색의 비단으로 만들어진 장엄물로 장식.
Page 139-149 천년 벽화 간직한 알치곰파, 히말라야 오지가 숨겨놓은 라다크 불교미술의 최고봉. 알치 곰파는 레에서 스리나가르 쪽 70km의 고산 오지 알치 마을에 위치. 린첸 잔포 스님이 10세기 말 건립. 스님은 인도와 카슈미르로 17년간 유학후 티베트로 돌아와 경전 사업에 열중. 또한 라다크 등지에서 108개 사원 건립. 카슈미르 예술가 동원. 알치 곰파는 오지 평지에 위치하여 이슬람 침입때 무사. 법당 숨첵이 가장 아름다우며 인도와 카슈미르 풍 남아있음. 특히 법의를 장식하는 섬세한 그림. 카슈미르와 간다라 미술이 만나 서로의 장점을 잘 살려냈다는 평가.
Page 150-159 세계 최고最高의 자동차도로‘카르둥 라’, 해발 5,602미터 하늘의 땅에 무릎 꿇다. 이때 겨울 점퍼, 털모자 필요. 레에서 자동차 2시간, 고산 대비 필요. 정상에 카페테리아. 고개 통과시 허가증 필요. 실크로드. 고개 넘어 누브라 계곡이며 쌍봉낙타는 몽골의 흔적.
Page 160-172 초록의 계곡‘누브라’, 카라반 머물던 중앙아시아의 길목. 누브라계곡을 따라 흐르는 쇽강은 푸른 하늘을 닮아 버린 듯 푸른 빛이다. 푸른 하늘과 푸른 강, 그 사이로 펼쳐진 푸른 초원은 꽃의 계곡이라는 누브라계곡의 별명을 설명해주는 듯 아름답다. 야크는 암수 모두 뿔을 지님. 조모(Dzomo)는 암소와 야크의 교배종. 누브라는 중앙아시아가 시작하는 곳. 쇽강을 따라 형성된 모래밭은 훈데르 지역에 이르면 그 넓이가 사막 같이 커진다. 그 풍경 조차 몽골의 고비사막과 흡사하다.
누브라 계곡 여행은 칼사르 마을에서 시작, 오른쪽은 쇽강을 건너 수무르를 지나 파나믹까지, 왼쪽길은 쇽강을 따라 디스킷과 훈데르로 연결. 훈데르 사막에서 쌍봉낙타가 생존. 전세계적으로 야생 쌍봉낙타는 희귀. 낙타 사파리 관광
Page 173-183 라다크불교의 미래가 자라는 삼텐링곰파, 절 마당서 뛰노는 동자스님 웃음서 작은 부처를 보다.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삼텐링곰파는 혈기왕성한 청년처럼 싱그러운 기운을 간직하고 있다. 말쑥하게 새 단장을 한 곰파 내부는 라다크불교의 위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법당 내부는 훌륭하게 복원된 프레스코 벽화와 고색창연한 탕카가 즐비. 겔룩파 사원으로 달라이 라마가 자주 방문.
Page 184-193 라다크 최북단 사원 디스켓곰파, 햇살에 빛나는 사원은 절벽 오르내린 신심의 결실. 1420년 세랍 장포 스님 건립, 100여명 스님 기거. 중심법당 듀캉에는 수많은 당카, 작은 법당 곤캉에는 수호존이라 불리는 존상들이 봉안되었는데 얼굴과 몸을 긴 비단천으로 가림. 그 모습이 무섭고, 또한 영험한 기운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매년 티베트력 12월 도스모츠 축제때 새것으로 교환. 판첸 라마의 석방을 기원하는 스티커.
Page 194-207 디스킷곰파의 스님들, 푸른 하늘을 기억했다가 꽃다운 계곡서 다시 만나길. 곰파 지붕에서 바라본 누브라 계곡의 전망 탁월. 새로 조성된 거대한 미륵불 좌상의 선명한 원색이 무채색의 계곡에서 꽃처럼 빛나고 있다.
Page 208-225 라다크를 깨우는 틱세곰파의 새벽예불, 독경 소리로 귀를 씻고 하루를 연다. 레에서 남쪽 19km에 위치. 가장 아름다운 곰파의 하나. 아침예불 장엄. 라사의 포탈라궁과 흡사하여 작은 포탈라로 불림. 15세기 처음 건축.
Page 226-234 몸과 마음 보살피는 틱세곰파, 청청한 감로수 일곱잔엔 평등한 보시의 공덕 있다. 14m 미륵부처님 조성. 일곱잔의 물을 공양하는데, 과거 일곱 분의 부처님께 모두 공양 올린다는 뜻이며, 물은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공양이 가능토록 하기 위함. 라다크 전통 의원 암치 (잠바 소남 스님, 65세) => 예전에는 가업으로 이어졌으나, 지금은 자격증 필요.
Page 235-244 남걀 왕조가 창건한 헤미스곰파, 왕실사원의 화려함 간직한 라다크의 보물창고. 라다크 돔파중 최대 규모, 가장 유명. 레에서 남동쪽 50km. 매년 6-7월 사이 쎄추라는 축제 행사. 17세기 셍게 냠갈왕이 부탄에서 초청한 삼부나타 스님이 건립. 카규파의 지파인 드룩파의 중심사원. 예수가 인도 여행시 인근에서 소년시절을 보냈고, 십자가 처형 후 상당기간 머물렀다는 설. 파드마삼바바 탄생일 축제 쎄추. 세계 최대 규모라는 대형 탕카. 중심법당 듀캉(36개 나무기둥) 라캉(역대 고승 모습을 조성해 봉안), 높이 12m 파드마삼바바 상, 법당 내무 벽화, 별도 입장료 내는 박물관 (탕카, 불구, 장신구), 200여 드룩파 계열 곰파와 1000여명 스님들의 본산
Page 245-254 남걀 왕조의 여름궁전 셰이 팔레스, 검은 그을음 속 벽화는 옛왕조의 슬픈 자화상. 레 남쪽 15km, 원래 라다크 왕조의 여름궁전, 1645년 건설, 19세기 파손, 1834년 왕실가족 떠남. 가는 길목에 조성된 거대한 마애불 다섯(8세기 직후로 추정), 오르는 길엔 마니석과 초르텐 즐비. 살아있는 듯 생생한 벽화속 인물들. 미륵부처님 남성적, 라다크 지역에서 가장 큰 빅토리 스투파
Page 255-265 은둔의 궁전 스톡 팔레스, 왕이 사라진 궁은 할머니 다락 같은 추억의 창고였다. 저물어 가는 왕조의 마지막 피난처. 1825년 건립하여 10년후 왕조 멸망. 80개의 방중 4개만 개방, 왕실전용 법당에는 탕카, 탑 모양 공양물과 버터로 만든 꽃. 테라스 카페의 전망이 좋음.
Page 266-278 라다키들의 손님맞이, 손님은 부처님이 보내신 귀한 인연이다. 스톡 팔레스로 들어가는 입구 마을의 홈스테이 방문, 주인 캠벨. 남낀짜로 불리는 버터차(양이나 염소의 젖에 찻잎을 넣어 끓여 놓은 차를 구르구르라고 하는 긴 나무통에 담고 막대기로 휘저은 후 버터를 조금 넣음), 간테짜 (소금을 조금 넣어 만듬), 양이나 염소의 젖을 발효해 만든 요구르트 우마, 200년 고택, 삼색 초르텐 (문수보살, 관세음보살, 바즈라다라 환희불), 수제비 닮은 츄타기,
Page 279-289 라다크왕국의 심장 레 팔레스, 수직의 성벽으로만 남은 옛 왕국의 위엄, 1553년 체왕 냠갈왕 건설이 시작되어 셍게 냠갈왕 때 완공, 9층 높이로 건축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반세기 후 라싸의 포탈라궁이 이를 모델로 삼음, 수직 성벽으로 도시 전체를 압도, 안에는 아무것도 볼게 없다고. 바위산 정상에는 16세기 발티 카슈미르 군대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세운 승리요새와 15세기 건축된 남걀 체모 곰파. 라다크가 품고 있는 오래된 미래는 허물어져가는 레 팔레스가 아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보여주었던 그 꾸밈없는 미소와 거칠지만 따뜻한 손안에 있는 것은 아닐까.
Page 290-302 동서교역의 중심‘레’, 실크로드의 거점, 레는 국제무역도시였다. 레 중심에는 이슬람 사원 자미아 마스지드는 17세기 무렵 이슬람권의 침략을 받으며 서서히 붕괴하기 시작한 라다크 왕국의 역사를 증언, 일본 불교계가 설립한 샨티 스투파, 메인 바자르에 라다크 불교연합의 본부인 소마 곰파가 소재, 불교도와 이슬람교도간의 충돌로 1995년 라다크자치산악개발협의회를 결성, 자치권 보장. 레에서는 잔스카르산맥의 최고봉 스톡 깡그리가 선명하게 보임.
Page 303 글을마치며 들꽃 같은 사람들이 오래된 미래를 꽃 피우리. 여행이란 그들의 삶을 우리의 입맛으로 재단하는 과정이 아니다. 비록 라다크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어느 길로 나아가게 될지 알 수 없고 그래서 더 안타깝고 아쉬울지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지 못하기에 새로운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가 그리워하던 라다크의 오래된 미래는 끊임없이 재탄생할 것이다.
교보문고 책소개
리틀 티베트를 찾아서『하늘의 땅 사람의 땅』. 하늘과 땅, 사람과 자연, 그들의 신심과 삶이 하나된 거대한 꽃다발 같은 라다크. 희박한 공기 탓에 더 푸르게 빛나는 하늘과 만년설. 풀 한 포기 없이 황량한 산과 그 거친 환경 속에서 묵묵히 삶을 이어온 사람들과 그들이 지켜온 티베트불교문화가 법보신문 남수연 기자의 따듯한 펜과 겸허한 렌즈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저자 : 남수연
목차
1_ 라다크와의 아찔한 첫 만남 23
2_ 히말라야의 선물 인더스강 38
3_ 허물어져가는 아름다움 바스고 팔레스 50
4_ 달라이 라마 향기 간직한 리키르곰파 63
5_ 다섯 촘마들과의 동행 75
6_ 겔룩파의 수행도량 리종곰파 86
7_ 알렉산더의 후예들‘다르드’ 97
8_ 빙하가 빚은 절경‘문랜드’ 111
9_ ‘자유의 땅’라마유루곰파 125
10_ 천년 벽화 간직한 알치곰파 139
11_ 세계 최고最高의 자동차도로‘카르둥 라’ 150
12_ 초록의 계곡‘누브라’ 160
13_ 라다크불교의 미래가 자라는 삼텐링곰파 173
14_ 라다크 최북단 사원 디스켓곰파 184
15_ 디스킷곰파의 스님들 194
16_ 라다크를 깨우는 틱세곰파의 새벽예불 208
17_ 몸과 마음 보살피는 틱세곰파 226
18_ 남걀 왕조가 창건한 헤미스곰파 235
19_ 남걀 왕조의 여름궁전 셰이 팔레스 245
20_ 은둔의 궁전 스톡 팔레스 255
21_ 라다키들의 손님맞이 266
22_ 라다크왕국의 심장 레 팔레스 279
23_ 동서교역의 중심‘레’ 290
글을마치며 들꽃 같은 사람들이 오래된 미래를 꽃 피우리 303
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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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로 마실 나온 할머니는 손에서 염주를 놓지 않고 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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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로 마실 나온 할머니는 손에서 염주를 놓지 않고 있다. 하루 종일 들고 다니시는지 할머니의 염주는 반질반질 윤이 나 있다. 얼마나 염주를 많이 돌렸는지 엄지손톱이 염주알 지나간 자국으로 동그랗게 닳아 있다. 할머니의 손을 가리키며 빙긋 웃으니 할머니가 염주를 들어 보인다. 그러면서 내 손목에 있는 단주를 가리킨다. ‘자네에게도 염주가 있지 않은가. 손목에 두르고 있지만 말고 틈틈이 돌리며 기도하라.’는 말씀이 저 미소 속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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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막내 라모 스님이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노래할 줄 아냐고 묻는다. 제법 진지한 표정을 보니 불끈 용기가 솟는다. 아직 고산 적응이 되지 않은 탓에 그냥 걷기에도 숨이 차지만 되도 않는 노래를 목청껏 불러본다. 그야말로 고래고래. 그래도 끝까지 들어주는 촘마들이 고맙다. 좁은 협곡, 거대한 공룡뼈 화석처럼 쭉쭉 뻗어있는 바위산이 사방을 에워싼 삭막한 산길에서 어린 스님들의 붉은 가사가 바람에 나부끼며 꽃처럼 계곡을 수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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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사라졌지만 좁은 계곡의 골은 안쪽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야를 가리는 나무도, 샛길도 없으니 적어도 길을 잃은 염려는 없다. 묵묵히 발끝을 살피며 전진, 전진. 도대체 이 끝에 뭐가 있다는 말인가. 세상과는 점점 멀어져, 세상의 끝으로 이어지는 듯 외로운 길. 이 삭막한 불모의 계곡 끝에서 수행자들이 구하는 지혜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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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은 스크야바빠 씨는 자신의 조상들이 로마로부터 왔다는 옛 전설에 확신을 갖고 있는 표정이다. 그들의 조상이 로마로부터 왔다면 그들은 왜 로마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남았을까. 어쩌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에 진저리쳐지고, 거친 인더스강과 히말라야산맥을 넘어가야할 귀향길이 너무도 아득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전쟁도, 국경도, 이념도 없이 그저 아늑한 계곡 한자락에 모여 소박하게 농사를 지으며 예쁜 꽃으로 머리 장식하는 것을 낙으로 삼아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이곳에 만들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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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상아빛 모래인가 싶지만 단단한 바위 같기도 한 라마유르 달의 계곡. 그것은 손으로 주무른 것도, 제 마음대로 구겨놓은 것도 아니다. 칼로 조각한 것도 아니고 기계로 깍은 것은 더욱 아니다. 물결치듯 자유자제로 굽어지고 주름진 바위산, 일정하게 반복되는 굴곡인가 하다가도 어느 순간 솟아오르고 다시 깊이 숨어버리는 골짜기들. 그 장엄 앞에 떠오르는 감탄사의 빈곤함과, 그것을 담아보겠다고 들이대는 사진 솜씨의 조잡함, 무엇보다도 저 압도적인 자연의 위력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감성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119페이지
○…나이 지긋해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도록을 보여 달라기에 숨첵에 모셔져 있는 비로자나부처님 사진을 펼쳐 보였다. 사진을 본 아주머니는 합장하더니 사진에 이마를 대고 예를 갖춘다. 갑작스런 아주머니의 행동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사진을 보여 줘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받고나니 어안이 벙벙하다. 법당 안에 들어가 불보살상을 친견한 우리 일행과 법당에는 들어가지도 못한 채 사진 속 부처님에게 예를 다한 저 아주머니 가운데 진짜 부처님을 만난 이는 누구일까. --------------------------------------------148페이지
○… 바퀴가 돌때마가 차가 왼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그쪽은 낭떠러지다. 그것도 해발 5,600미터 낭떠러지다. 미끄러운 눈길을 박차고 오르기 위해 차바퀴가 다시 힘을 쓴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세 번. 번번이 헛바퀴만 돌리며 뒷걸음질치던 차가 이번엔 제법 많이 미끄러지더니 돌멩이 몇 개에 걸려 간신히 벼랑 끝에 섰다. 이건 장난이 아니다. 이 기막힌 지경의 차 안에 앉아있자니 지레 죽을 것 같다. 비명도 나오질 않는다. 평생 이렇게 간절하게 관세음보살님의 자비를 구한 적이 있던가. -------------------------154페이지
○…여행이란 그들
출판사 서평
라다크는 인도 최북단,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잠무-카슈미르주’의 동편... 더보기
라다크는 인도 최북단,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잠무-카슈미르주’의 동편이다. 10세기 중반, 혼란에 빠진 티베트제국의 일부 티베탄들이 서쪽으로 이동하며 세운 독립 왕국이었다. 티베탄들이 히말라야 서부에 살던 이란계의 다르드족, 그리고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 근처에 살던 아리안계의 몬족을 병합해 건설한 라다크왕국은 히말라야산맥의 고갯길에 터를 잡고 일대를 지배했다. 그 옛 영토와 그곳에 형성돼 있는 독특한 문화권 전체를 아울러 오늘날 라다크라 지칭한다.
해발 3500미터에 자리 잡고 있어 ‘하늘 도시’라는 낭만적인 별명을 갖고 있는 라다크의 중심도시 레는 중앙아시아와 인도를 오가던 카라반들이 모여들던 고산지대 교역로의 주요 거점지였다. 라다크 왕조는 이 교역을 통해 번성을 누리기도 했다. 라다크의 문화나 관습, 종교적 특징은 전통적으로 티베트에 가깝다. 특히 1974년에 이르러서야 처음 외국에 개방된 덕에 라다크의 독특한 전통, 특히 티베트불교의 특징은 정작 티베트보다도 더 잘 보존돼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다.
그러나 이 지역에 처음 불교가 전파된 것은 3세기 아쇼카왕에 의해서다. 이후 이곳에 불교가 뿌리내렸다는 사실은 라다크왕조가 세워지기 한참 전인 720년 경 라다크 지역을 순례한 신라 혜초 스님의 기행문 ‘왕오천축국전’에도 등장한다.
“가섭미라국(카슈미르)에서 동북쪽으로 산을 사이에 두고 보름정도 가면 대발률국과 양동국 그리고 사파자국(현재의 레 인근)이 있다. 이 세 나라는 모두 토번의 관할 아래에 있는 나라다. 옷 입는 복장과 언어 풍속이 모두 천축국과 다르다. 이 나라 사람들은 가죽 옷과 모직 옷, 적삼, 가죽신, 바지 등을 입는다. 땅이 좁고 산천이 매우 험하다. 절도 있고 스님들도 있으며 삼보를 공경하고 신봉한다.…”
우리에게 라다크가 알려진 것은 헬레나 노르베르호지 여사의 저서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오래된 미래’를 통해서다. 호지 여사는 라다크가 세상을 향해 처음 문을 열었던 1975년부터 라다크에서 그들과 함께 살며 그 오래된 세상의 변화를 눈으로 보고 기록했다. 호지 여사는 라다크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담보해줄 가치,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 방법을 우리는 이미 수 천년 전부터 알고 실천해 왔으며 이제 우리의 미래는 그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라다크 사람들의 삶과 문화, 그들의 생각을 통해 선명하게 전달했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미래 사회의 대안에 대한 열쇠를 제공한 이 책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라다크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을 키웠다.
그러나 라다크의 자연 환경은 이러한 동경을 한 숨에 날려버린다. 춥고 건조한 고산의 계곡, 연중 강수량은 100mm에도 미치지 못하고 겨울철 기운은 영하 40도까지 떨어진다. 육로 이동이 가능한 여름철은 6월부터 9월까지의 4개월뿐이다. 손바닥만한 여름 한철이 지나고 나면 고갯길 땅의 즐비한 고개들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오도 가도 못하는 그냥 고개가 돼 버린다. 라다크 전체 면적 약 97,000㎢ 가운데 사람의 거주가 가능한 지역이 고작 0.5%라는 사실이 이러한 라다크의 환경을 대변해 준다.
하지만 이 같은 거친 환경 속에서도 사람들은 꽃을 피웠다. 티베트고원으로부터 전해진 티베트불교를 만개시켜 신심의 열매로 장식했다. 살구나무처럼 강인한 라다키들은 만년설에 둘러싸인 척박한 땅을 일구며 그들의 문화와 삶을 이어왔다. 그리고 여전히 이방인들을 향해 순수하고 환한 미소를 보낸다.
어린 동생을 업고 있는 소녀, 손때 묻은 염주를 들어보이던 할머니, 굵게 주름 패인 얼굴로 말린 살구 한줌을 나눠주던 스님…. 그들 모두는 낯선 이에게 정겨운 미소를 보내고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며 평안을 기원해 주었다. 그들의 미소는 메마른 땅에서 피어난 들꽃처럼 라다크 곳곳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들과의 만남은 빈틈없이 짜여있던 여정 속에는 없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어느 길가, 어느 마을, 어느 사원에서 불쑥 이뤄지는 놀라운 경험이자 즐거움이 되었다.
하늘과 땅, 사람과 자연, 그들의 신심과 삶이 하나된 거대한 꽃다발 같은 라다크. 희박한 공기 탓에 더 푸르게 빛나는 하늘과 만년설. 풀 한 포기 없이 황량한 산과 그 거친 환경 속에서 묵묵히 삶을 이어온 사람들과 그들이 지켜온 티베트불교문화가 법보신문 남수연 기자의 따듯한 펜과 겸허한 렌즈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라다크기행은 2011년 2월부터 불교계 전문신문인 법보신문에 책과 동명의 제목으로 총25회에 걸쳐 연재됐다.
여정은 레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리키르, 알치, 라마유르까지 이동하며 산재해 있는 불교사원 답사로 시작하며 히말라야에서 발원한 인더스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라다크의 독특한 자연 환경을 집중적으로 기록했다. 이어 중국과의 접경 지역이자 중앙아시아의 출발점인 동쪽의 누브라계곡으로 이어진다. 지구상 최고(最高)의 자동차도로인 카르둥라를 넘어 누브라계곡에 자리하고 있는 디스킷곰파, 삼텐링곰파와 캬라반들의 흔적을 되짚어봤다. 북쪽으로는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된 접경지 최북단 다마을까지 이동, 그곳에 남아있는 라다크 지역 소수민족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틱세곰파, 헤미스곰파, 세이팔레스, 스톡팔레스 등 라다크왕국의 중요 불교 및 역사 유적이 남아있는 레 남쪽지역에서는 라다크왕조와 라다크불교의 역사 및 그곳 사람들의 생활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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